라이프 트렌드 2022 : Better Normal Life
김용섭 지음 / 부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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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베터 노멀과 더 나은 일상에 드러난 우리의 욕망을 읽어낸 <라이프 트렌드 2022>는 2022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할지 18가지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일상 속의 진짜 트렌드를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소비시장을 살펴보면, 코로나의 위기 속에 백화점은 가드닝 마케팅을 선택하고, 2030 신흥 부유층은 층간 소음의 고충과 더불어 획일화된 아파트를 탈피해 단독주택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을 띄고, 소비 코드로서 비거니즘 마케팅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라이프 패턴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절대선 같았던 미니멀 라이프가 저물고 2021년 상반기 맥시멀 리스트의 관심도가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미니멀 열풍을 가져온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라고 했는데, 미국에서 정리 컨설턴트로 사업을 벌여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해 정리용품을 팔고 있다.

 

저자는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 곤도 마리에의 미니멀리즘은 소비주의적 미니멀리즘이라 지적한다. 탈소비주의적인 라이프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오히려 미니멀해 보이는 정리용품을 사는 소비주의적 미니멀리즘의 결과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또한 쉽게 버리면 결국 또 사게 되는 소비주의적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경험한 소비자가 언젠가는 쓰겠지 하면서 쌓아두는 맥시멀 리스트로 변하는 이유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맥시멀 리스트를 저자는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가지고 싶은 것도 다 가지고, 물건도 쌓아두면 그만이다.'라고 정의한다. 가급적 최소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스트와는 달리 '할 수 있는 최대, 최다'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욕망의 산물인 물건을 줄이고 가족과 자신에게 집중하자에 의미를 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킨포크, 미니멀라이프, 휘게, 라곰까지 받아들이며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건에 집착에 대한 소유욕과 집착을 버리는 목적은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기 위해서다. 당장 물건을 버리면 깨끗하게 느끼겠지만, 그 후에 또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설레지 않으면 버린다는 것 자체가 낭비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타고나길 맥시멀 리스트지만, 한때는 미니멀리스트를 추구하다가 라곰의 삶을 터득하였기에 지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맥시멀 리스트에게는 오히려 물건을 줄이는 것이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비는 절제하되 나를 위한 소비에는 기꺼이 지출하는 삶, 미니멀과 맥시멀의 초점을 나에게 맞추고 균형을 이루는 삶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라이프 트렌드 2022>에서 던진 질문과 라이프 트렌드에서 주목해야 할 사람들 그리고 트렌드 키워드 맵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 의미가 있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마케터를 비롯해 사업 아이템을 찾는 기획자와 창업가들은 물론이고, 현재의 삶과 가까운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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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역사 - 지도로 그려진 최초의 발자취부터 인공지능까지
맬컴 스완스턴.알렉산더 스완스, 유나영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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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지구본을 보며 세계 지도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지도의 역사>에 역사상 최초로 세계를 설명하려 한 지도들을 바탕으로 지도 만드는 기술 등 지도 제작의 여정으로 초대한다.

 

세계 최초의 지도는 기원전 6세기에 만들어진 쐐기문자가 새겨진 점토판 조각으로 1881년 바그다드 서쪽에서 발견되었다. 1년의 길이를 약 360일로 정의한 바빌로니아인들이 원을 360조각으로 나누어 계산하였는데 이 방식은 현재까지도 지도 제작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고대인들은 해와 달과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읽으며 주변의 세계와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지도를 만들었다. 천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고대인들은 위선과 경선을 최초로 사용하였으며 이는 르네상스 이후까지 적용되었는데, 중세 시대에 기독교 지리학이 지배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마파문디가 전해졌다.

 

지도의 역사라는 책 제목답게 역사의 순간들을 지도로 읽어내려 간다. 대항해 시대 때는 콜럼버스와 마젤란이 어떤 경로로 신대륙을 탐험했는지를 보여주면서 나아가 유럽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정복하는 세계사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지도는 대륙 발견과 동시에 식민지 쟁탈전이라는 비극을 초래하며 인류 문명 발전사에 기여했다. 전쟁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지도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토 분쟁의 세계사를 지도로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새로웠다. 십자군 전쟁, 미국 남북전쟁, 세계대전 등에서 사용된 수많은 전쟁 지도를 두루 살펴보면서 점령 계획을 지도로 작전 지시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런던의 지하철 노선도를 디자인하고 파리와 뉴욕이 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 지리학자가 책 한 페이지 면적에 걸친 지도는 책 한 페이지를 읽는 시간만큼의 시간을 들여 읽으라 했다며 지도 읽기를 권한다.

 

<지도의 역사>에는 한 페이지를 할애하는 지도가 많아서 찬찬히 보다 보니 정말 생각보다 시간이 꽤 들었다. 연합군의 기지는 어디였고, 어떤 루트로 진격을 해가는지 지도의 서사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지금이야 항공 사진으로 지도를 제작하기 수월해졌지만, 초창기 우리나라에서 대동여지도가 그려졌을 때 발품을 팔아 그렸던 것처럼 수많은 지도 제작자의 노력이 인류사를 발전시켰음을 보여준다. 지도가 주변 세계를 읽어내는 도구이기에 인공지능이 일상이 되면 지도는 어떤 발전을 거듭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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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노력의 법칙 - 더 쉽고, 더 빠르게 성공을 이끄는 힘
그렉 맥커운 지음, 김미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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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집중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맥커운은 신작 <최소 노력의 법칙>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원한다면 불필요한 단계를 없애라고 말한다.

 

수월하게 더 많은 것을 달성하고, 지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을 살아가기 훨씬 쉽지 않을까. 저자는 <최소 노력의 법칙>에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집중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필수 활동을 더 쉽게 해낼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모자란 것에 집중하면 가진 것도 잃어버리고,

가진 것에 집중하면 모자란 것도 채워진다.

 

불평이 늘어날수록 불평거리가 더 쉽게 들어오는 것처럼, 감사가 늘어날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진다. 즉,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환경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고, 감사하는 습관을 지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 노력의 법칙은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수월한 상태로 신체적으로 편안하고, 정서적으로 홀가분하며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가득한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을 손쉽게 집중할 수 있다. 수월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는 '왜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보다 '쉬운 방법이 있다면?'하며 뒤집어 생각하고, 일과 놀이가 공존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 순간순간을 즐긴다, 계속 짊어질 이유가 없는 정서적인 짐을 내려놓고 원한에 대한 의무를 해제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술을 익혀 낮잠을 자거나 충분히 쉬어준다, 머릿속 잡동사니를 정리하기 전에 물리적인 주변 환경부터 깨끗이 정돈하고 현재에 머무는 힘을 길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2단계는 수월한 행동으로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이 성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수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그 일의 완료된 상태를 분명히 정의 내리고, 가장 분명한 행동을 첫 단계로 삼아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정보를 얻는다, 단계를 간소화하지 말고 아예 없애버림으로써 전체 절차를 간소화한다, 제로 드래프트 방식으로 빈 종이에 일단 무슨 단어든 적어보며 전진시킨다, 손쉬운 페이스를 정해 페이스를 찾는다.

 

3단계는 수월한 결과로 원하는 것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가 꾸준히 흘러들어오도록 만드는 단계다.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나만의 지식을 개발함으로써 무한한 기회를 얻고, 쉽게 이해하고 반복할 만한 이야기를 전하며 협동한다, 필수 활동을 최대한 자동화하여 머릿속 공간을 확보하고, 신뢰를 쌓으며,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한다.

 

저자는 <최소 노력의 법칙>에서 삶은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힘들고 복잡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주지시킨다. '지켜야 할 약속과 잠들기 전 가야 할 길이 있다'라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를 인용하며, 그 길에서 어떤 난제와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늘 더 수월하고 간단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초 다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성과 내기 위해 자신을 100%, 120% 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번아웃되기 쉽다. 그러나 이제는 적절한 휴식도 능력이다. 건강을 잃은 성공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나를 지키면서 성과 내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놓으면 노력들이 서로 연결되어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루틴을 반복할수록 최소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쉬워지는것이다. <최소 노력의 법칙>은 업무 현장에서는 물론이고, 효율적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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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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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같은 위대한 소설이라는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가족과 사랑이 녹아있는 울림이 있는 성장 소설이다.

 

너는 내 햇살

내 하나뿐인 햇살

넌 모르겠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부디 내 햇살을 앗아가지 말아줘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30대가 된 남성의 1인칭 서술 고백으로 진행된다.

1989년 어느 여름날, 12살 소녀 린디 심프슨에게 일어난 찍한 사건에 대해서.

 

평화로운 마을 베턴루지에서 어느 날 린디 심프슨이 강간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들은 무혐의 처리되고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은 미제 사건이다. 그러나 남몰래 린디를 짝사랑했던 소설 속 화자는 죄책감을 가지고 범인을 색출하기에 앞장서는데...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성폭행이라는 사건으로 한 소녀의 삶이 파괴되고,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혹시라도 자신의 아들이 범인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아들을 바라봐야 하는 부모의 심정을 그리고 그런 소녀를 사랑하는 한 소년의 심리묘사를 통해 평온하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네 명의 용의자 중 한 사람이었으며 사랑은 어떻게 사람을 구원하고, 기억은 어떻게 인생을 구성하는가'라는 범죄 스릴러의 면모를 가진 동시에 청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한 소년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 부모님의 이혼, 누나의 죽음까지 잇따른 비극 속에서 어느새 자신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성인으로 성장해있는 화자와 린디를 마주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착할 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10대 소년에게 상대에게 거짓 없이 자신을 보여주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삼촌의 조언이 와닿았다.

 

"그냥 그 애가 보고 싶은 대로 보게 두려무나. 그러면 좋은 사람은 너한테서 좋은 면을 보고, 나쁜 사람은 나쁜 면을 볼 테니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넌 빈 캔버스란다. 그림을 그리는 건 상대의 몫이야. 사기꾼처럼 껑충거리며 다니지만 말려무나.(중략)"

"삼촌도 늘 그랬어요? 그러니까, 항상 상대방이 보고 싶은 모습만 보여줬어요?"

"아니, 늘 그렇지는 못했어. 우리도 그림을 그리니까. 상대방이 우리를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을 오해할 수 있는 거란다. 그래서 상황이 복잡해지는 거지. 우리도 완벽하지는 않으니까 말야."

 

그런데 자신의 잘못도 아닌 사건에 대해 잊지 못하고 약 20여 년 전 사건에 대해 고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겼다. 작가의 의도대로 궁금증을 자아냈는지, 저자는 소설 말미에 갑자기 왜 지난 이야기를 하는지 풀어놓았다.

 

 

"나는 벅차오르는 한편으로 너를 최선의 남자로 키워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당연히 과거의 나보다 나을 뿐 아니라, 내가 되고 싶었던 그런 남자로 말이야. 이 단순한 이유 하나 때문에 나는 너를 향해 내 어린 시절과 그때 저지른 실수를 솔직히 털어놓았고, 내게 있었던 다정한 가족이라는 믿기지 않은 행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 나는 우리의 시작이 순조로웠으면 해. 나는 우리 둘이 이 세상 속에서 좋은 남성으로 살아갔으면 해.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 말할 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네가 이해하길 간절히 바라."

 

<마이 선샤인 어웨이>는 고통스러운 사건으로부터 잊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소녀의 마음과는 달리 자신이 파헤쳐서 어떻게든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한 소년의 철없던 사랑과 패기가 이기적인 폭행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과 달리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1인칭 화자가 묵직하게 전하는 소설이다. 모든 삶의 순간에 의미가 있음을 기억하고, 나만의 캔버스에 행복을 수놓으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의미가 있다는 사실,

모든 순간이 중요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과거를 돌아보고, 이해하고, 느끼고, 후회하고, 추억하고,

또 운이 좋다면, 그 순간을 소중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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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눈치 없는 언어들 - 알쏭달쏭하다가 기분이 묘해지고 급기야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
안현진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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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이일수록 말을 아끼고 단어를 신경 써야 함을 느낀다. 저자는 밤잠을 설치고 이불킥을 날리게 되는 말을 시작으로 단어의 진가를 몰랐던 말을 모아 <참 눈치 없는 언어들>에 담아냈다.

 

'그릇이 크다'

 

흔히 올바른 성정은 물론이고 마음의 깊이가 깊어 사람들을 잘 품으며 마음이 단단해서 큰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일컬어 그릇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빈 수레가 요란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그릇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작은 주전자는 금세 물이 끓기 때문에 편리하지만 금세 식어버립니다. 한편 큰 주전자는 물이 끓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끓은 물은 웬만해서는 식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더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각각 용도와 본연의 특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릇마다 쓰임이 다르듯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릇을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큰 그릇이라도 허영심으로 채워진 사람은 주변에 베푸는 것이 좋은 것이라며 감당하지 못할 만큼 사치를 부리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신경 쓰다가 큰일을 놓친다며 디테일을 대충대충 넘기기도 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릇이 작은 만큼 사소한 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이것이 관계에서의 배려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타인에게 무작정 '그릇이 커야 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실상 그릇이 그렇게 크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그릇이 크다 할지라도 그 안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채우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그릇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은 '그릇이 큰 사람'이 되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릇을 잘 채우고, 그 크기에 맞는 쓰임을 찾으라'라고 조언할 것이다.

 

<참 눈치 없는 언어들>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주변 인들과의 대화를 어떻게 했었는지 떠올려 보았다. 어떤 이는 그저 하소연을 하고 싶어 전화했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진심 어린 조언을 구하고자 연락했을 텐데 강약 조절을 잘 했는지 말이다. 영혼 없는 대화에 실망했을 수도 있고, 무심코 던진 말에 뼈 아픈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말에 상처를 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의 깊은 속내를 곱씹어 보며 나의 말 때문에 상대의 마음에 비수가 꽂혀 이불킥을 날리는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가장 좋은 위로는 공감이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영혼 없는 위로의 말을 삼가고 그냥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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