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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금술사 - 뇌는 어떻게 인간의 감정, 자아, 의식을 만드는가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극찬한 <마음의 연금술사>는 뇌와 마음의 수수께끼를 파헤쳐 뇌는 어떻게 인간의 감정, 자아, 의식을 만드는 지 인문학적인 통찰로 안내한다.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옛날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앞으로 기억에 새기게 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기억의 합이다. 기억은 끊임없이 자아에 관한 자신만의 감각을 제공해 준다. 기억을 바꾸면 그 사람의 정체감도 바뀐다. p.126
기억은 즉시 각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억이 학습되고 머리에 새겨지는 과정이 완료되고 안정화되면서 장기기억의 조직은 끊임없이 변한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마의 역할은 줄어들고 기억은 뇌의 여러 부위에서 점차 다른 기억들과 합류해 세상과 자신에 관한 다층적인 신념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기억의 원천은 혼란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억이 비틀거리고, 기억의 출처와 관련된 부분이 영향을 받게 된다. 무언가를 잃어버린지도 모른 채 기억을 잃어 버리기도 하고, 경험에 비추어 기억의 조각들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꿰맞추면서 진실을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는 뇌의 중요한 신경회로 중 일부는 자궁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태아가 온갖 호르몬에 푹 잠겨 있는 상태에서 말이다. 여성과 남성이 느끼는 감정에 온도차가 있는 것도 뇌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여자의 뇌에서는 두 반구를 이어주는 반짝이는 다리인 뇌량이 더 크고, 두 반구의 무의식 영역을 연결해 주는 앞 맞교차도 더 크다. 그래서 감정을 관장하는 우반구가 좌반구에서 오가는 대화, 생각 등 여러 활동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의 경우에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전문적으로 다루는 반구에만 활동이 집중되는 반면에 여성은 양쪽 반구 모두를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자들은 측두엽과 전두엽의 뇌세포가 줄어들어 감정과 사고에 영향을 받지만, 여자들은 해마의 뇌세포를 더 많이 잃어버리기 때문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p.249
즉, 우리의 뇌를 구성하는 반구,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 전두엽의 기능들이 서로 연결되어 1000억 개의 뉴런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건, 아이디어, 경험, 정보를 엮어서 감정, 자아, 의식과 같은 인간의 활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음의 연금술사>는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억을 저장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감정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알아보며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론들을 짚어본다. 우리 몸 안의 작은 우주인 뇌를 분석하여 인간 정체성의 근원이 되는 기억에 대해서, 자아를 마음이 만들어낸 마법이라 일컫는 저자의 시적인 비유가 돋보이는 뇌 과학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