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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
태린 피셔 지음, 서나연 옮김 / 미래와사람 / 2021년 6월
평점 :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된 심리 스릴러소설 <아내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결말이 궁금해져 마지막 장까지 책을 놓기 어려운 중독성 있는 소설이다.
첫 문장, 첫 문단이 소설의 흡입력을 좌우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 책 <아내들>은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그는 목요일마다 온다. 그날이 나의 날이다. 난 써스데이다.
목요일은 한 주의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닌 정거장이다.
더 중요한 요일들 가운데에 끼어 잊히지만, 희망찬 날이다.
주말에 앞서 나오는 애피타이저인 셈이다.
가끔은 다른 요일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다.
다른 요일들도 나에 대해 궁금해할까? 여자들은 원래 그렇지 않은가?
늘 서로에 대해 궁금해하고, 감정의 조그만 진흙탕에서는 호기심과 원한이 한데 엉겨 붙는다.
그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궁금해하면 틀린 답만 얻게 된다. p.9
유타 주의 모르몬교 영향으로 일부다처제의 가정에서 자랐다는 세스, 그에게는 주인공 서스데이와 전처였던 변호사 레지나 그리고 어린 해나 세 명의 아내가 있고, 합의하에 중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정은 적잖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애틀과 포틀랜드를 오가며 진행되는 그들의 위험한 사랑 이야기는 서스데이가 세스와의 규칙을 이탈하며 해나를 찾아가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위태로워진다.
'상상해보자. 내 남편에게 두 명의 아내가 더 있다고.
난 다른 아내들을 만난 적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
독특한 합의 때문에 남편을 일주일에 단 하루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남편을 너무 사랑하니까.
아니, 남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나 자신을 타이른다.
내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이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남편의 비밀스러운 세 번째 아내는 누구일까?'
서스데이는 남편의 주머니에서 영수증을 발견해 해나가 세 번째 아내라고 추측하게 되고, SNS에서 뒷조사하며 다른 아내들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월요일 해나에게 접근해 그녀의 멍든 상처를 발견하고, 데이트 앱을 통해 화요일 레지나에게 접근한다. 결국 서스데이는 해나와의 만남을 세스에게 들키고, 선을 넘으며 싸우다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심지어 부모님마저 서스데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고 혼란 속에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된다.
가부장적으로 길들여진 서스데이는 세스와 함께하기 위해 할머니에게 상속받은 집을 내주기도 하고, 유산하면서 아이를 원하는 세스를 위해 중혼을 받아들이며 희생한 여인으로 묘사된다. 한편 세스는 세 여성을 책임져야 하는 매력남으로 묘사되고, 레지나는 우아하고 명품으로 휘감은 듯한 여성으로 묘사되지만, 주인공들의 민낯을 마주하면서 그것은 대상들을 미화시킨 서스데이의 허상이었음이 드러난다.
'난 혼자다. 나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인생 전체가 그랬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그렇지 않다고 자신을 확신시키기 위해 생각해낸 것은 뭐든 거짓이었다. 내가 필요로 했던, 편안한 거짓이었다.' p.279
소설 곳곳에 저자는 독자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반전 포인트를 심어놓고 독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정신병원에서 나온 서스데이는 세스로부터 월요일을 구하기 위해 화요일 레지나와 연합했다고 생각했지만, 곧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소설 <아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착각 속에 자신의 세상을 설계해 살아가는 충격적인 결말을 통해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음을 보여준다. 만약 세스와 서스데이가 따뜻한 가정의 울타리에서 자랐다면 보편적인 사랑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는 온전한 기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아무튼 <아내들>은 세스와 아내들의 탄탄한 스토리 구성으로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추적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시간 순삭 스릴러 소설이다. 마지막에 독자를 위한 지침으로 9가지 질문을 던지는데 북클럽에서 소재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