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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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의 첫걸음인 경제 기사를 읽기 위해 나만의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기사를 읽으며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수정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다 보면, 경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에 대한 기초가 없어 막연히 어렵다고 포기하는 이들에게 기본 개념과 경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경제는 이론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온다. 따라서 저자는 이론적 정의를 외우기 보다 상황에 맞게 개념을 응용할 줄 아는 데 포커스를 맞추라고 한다.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기에 GDP를 밥그릇에, 금리를 신호등에, 경상수지를 성적표에 빗대어 설명한다. 아무리 경제에 문외한이라 한들 <세상 친절한 경제 상식>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경제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헤드라인을 수록하여 실전에 활용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면, 기사 헤드라인만 봐도 전체 맥락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를 파악하려면 '공격'과 '수비'를 잘 가늠해야 한다. 공격 측면에서는 GDP를, 수비 측면에서는 부채를 확인하면 된다. 수비가 엉망이면 공격을 잘해도 이기기 어렵다. 아무리 득점해도 상대에게 점수를 계속 내주는 상황에서는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공급이 거의 한정되어 있다. 어떤 회사가 새롭게 상장되거나 상장폐지되는 등 공급에 변화가 생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정말 많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거나 유가가 폭등한다거나 하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과정을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이라서 결과만 따로 숫자로 정리한 것이 경상수지다. 무역도 시장 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때 일부 나라들은 무역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때 '무역 장벽'을 세운다. 무역 장벽을 세우는 대표적인 방법은 관세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제 입문자들에게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시장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모으라고 한다. 사회 초년생들은 자신만의 틀이 잡혀있지 않지만, 제대로 된 틀을 갖출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일찍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야 훗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가격이 한없이 오른다면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쌓을 수 없을뿐더러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기만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부의 확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측면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 기회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아파트 '청약'제도 역시 이런 정책 중 하나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밑천이 없을수록 적은 돈으로 장가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멋모르고 주식투자하여 큰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단, 주식을 시작하고 싶으면 공부하여 던져(주식시장)에서 보스(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사냥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현실은 갓 게임을 시작해 단검 하나를 손에 든 채 용감히 던전을 누비는 쪼렙일지라도 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경제 기사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기에 나만의 기준을 더욱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를 거르는 안목, 그리고 나의 상황과 어울리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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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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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작품을 한국 작가가 소설의 소재로 썼다는 사실, 그것도 조선시대 노론에 탄압받던 천주교인들과 엮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그러나 읽을수록 흥미진진하고 빠져드는 소설이라 감탄했다. 소설 『최후의 만찬』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스펙트럼을 넘어선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에 더 기대를 가져봐도 좋을 듯한 역작이다.

 

사도세자의 에피소드부터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역사시대가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시대의 선조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절묘하게 엮인 탄탄한 스토리가 몰입도를 높였다. 1791년, 정조 15년 전라도 진산군에서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지냈다는 이유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처형당하였다. 이들은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였다. 조사 과정에서 윤지충의 집에서 발견된 그림 한 점은 사건을 진행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모사본이었다. 도화서 화원들은 이 그림을 없애자고 하지만 정조는 서학과 유교의 난세를 풀어갈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 그림에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을 가지고 별제 김홍도를 불러 그림에 대해 검토를 맡긴다.

김홍도는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까닭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고, 시간이 멎은 듯 눈앞이 캄캄하고 어두웠다. 얼어붙은 느낌은 무엇이 될지, 몸서리치는 것도 잠시 삶과 죽음으로 분할된 양자의 선택이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도화서 별제가 말하길 13인의 만찬은 세상의 비밀을 품고 있다 하옵니다. 화성 행차를 앞둔 근자에 노론의 암투와 다를 바 없다 했사옵니다 " 임금은 왕가의 비기를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전해온 비기에는 세상 안에 감추어진 존재들이 득실거렸다.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조의 심리뿐만 아니라 순교 소식을 듣고 신앙이 흔들리는 정약용의 심리도 묘사도 탁월하다. "순교란 조용하고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이가?"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던져 놓고 약용은 깊이 시름했다. 곡기를 끊고 기도에 묻혀도 글 속에 참된 천주의 신념은 허기로 다가왔고, 약현, 약전, 약종 형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을 두려워했다는 부분, 이에 따라 정약용은 신념을 버리더라도 편입하여 살아남는 길을 택하였다. 우리가 어떠한 인간으로 남아야 하는지 고뇌하게 만든다.

 

순교한 여령의 딸 도향이 『왕가의 비기』에 기록된 '불을 다룰 수 있는 돌연변이'라는 설정, 다빈치의 작품에서 장영실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 그리고 프리메이슨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더 깊이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최후의 만찬』은 200여 년 전 조선시대에 이념과 정치 종교 간의 대 논쟁의 시대상이 반영되었지만 양심과 신념의 갈등은 현재까지도 시사 사하는 바가 크다. "애끓지 마라. 절실하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간절한 것은 절망에 지나지 않음을..." 한 줌 재로 돌아간 기도문의 가치는 죽음에 있을 것인데, 죽음은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며, 부활은 영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약용은 생각했다. 역사의 실존 인물들의 서사로 이어지는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처음 접한 우리 선조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발한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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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행동력 수업 - 지방대 출신 날라리가 억대 연봉을 받게 된 딱 1% 다른 비법
전빛나 지음 / 치읓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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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며서 받고 있는 연봉 또한 억대 연봉이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학창시절 성적은 전교 석차가 앞에서 한 자릿수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며 일류 대학교를 나와서 만점에 가까운 토익과 우수한 토플 점수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까지 하며 대기업에 입사하여 승승장구했을 모범적인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대기업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 스펙이 기본 중에 기본이며 실제로 상당수 대기업 고위직 임원들은 일류 대학교가 아닌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고학력자도 아니고 고스펙 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외 유학파도 아닌 지방대 출신이며 본인 스스로도 평범을 뛰어넘어 흔히 노는 날라리에 였음을 인정할 정도로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 현재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류대 출신들도 대기업에 입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혹시나 뒤에서 밀어주는 뒷배 든든하거나 기업 총수인 오너 집안의 로열패밀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리한 조건에서 그 자리까지 갈수 있는 어떤 특별함이 있었다. 바로 그것은 행동력이었다.

 날라리 행동력 수업이라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본인이 겪었던 사회와 직접 부딪치며 깨닫고 느끼며 성장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행동력 하나만으로 불가능했던 꿈들을 현실로 이루어 내었으며 특별한 위치가 아닌 평범한 위치에서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에 저자의 행동력은 저자와 같은 꿈을 꾸고 있거나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될 듯 될듯하면서 먼가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공감과 더불어 결과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저자의 경험적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행동력 하나로 자수성가 한 저자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인생의 후배들이 그들의 인생의 중요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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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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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는 맨부커상 소설가의 지적이고 섬세한 그림 컬렉션이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이다. 줄리언 반스는 제리코의 그림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25년간 다양한 예술, 문화 잡지에 예술에 대한 글을 기고하였는데 그중 주목할 만한 이야기를 선별해 엮어내었다.

 

지금껏 잘 알지 못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줄리언 반스는 그가 25년간 얼마나 예술에 몰두했었는지 보여준다. 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는 고루하고 성실한 금욕주의자였고, 사실주의자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하다 시골 처녀에게 거절당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드가는 여성을 혐오한다는 혹독한 오해를 받은 반면 보나르는 한 여인의 그림을 385점이나 그린 지독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타고난 천재 같기만 한 피카소는 차분하고 도덕적인 단짝 브라크를 평생 질투했다. 예술가들의 이면들을 알면서 작품을 접하면 작품 속에서 그의 성격을 찾아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어쩌면 피카소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일 수 있고, 미로와 클레는 고상한 체하는 사람일 수 있고, 레제는 같은 것만 반복하는 사람일 수 있다. 모더니즘에도 다른 모든 미술 운동이 그렇듯 장단점이 있고 진부화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로웠다.'

낭만주의 화가 들라크루아가 낭만주의에 맞지 않는 기질을 지녔다면,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는 참된 낭만주의자의 병적인 자기중심주의를 지녔다.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사명이다. 1855년, <화실>과 <오르낭의 매장>이 만국박람회에 전시되지 못하자 쿠르베는 직접 전시회를 기획해서 데뷔했다. 이에 대해 보들레르는 "무장 폭동의 난폭함 그 자체"였다고 기록했다. 그때부터 쿠르베의 인생과 프랑스 미술의 미래는 서로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나는 내 자유를 얻고 있다. 나는 예술의 독립을 지키고 있다." 그는 이렇게 썼는데, 뒤의 말은 마치 그저 앞의 말을 공들여 다시 표현한 것 같다. p 93

언젠가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머리를 문처럼 그려. 누군가의 머리가 흥미로우면 난 그것을 아주 크게 그리지." 한편, 그의 그림에는 '개성'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었다. "영혼은 그리는 게 아니야." 세잔은 투덜거리곤 했다. "몸을 그려야지. 젠장, 몸을 잘 그리기만 하면, 영혼은-몸에 그런 게 깃들어 있다면- 사방에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어." 단체브가 현명하게 지적했듯이, 세잔이 그린 초상화를 보면 실물과 닮았다는 점보다는 인물이 거의 실제로 있다는 기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세잔을 가리켜 "우리가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 느끼는 밀도의 재현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평했다 p 147

 

줄리언 반스의 지성과 필력이 빚어낸 그의 작품들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식을 얻게 되는 재미를 선사하기에 거듭 선택하게 된다. 예술은 배경지식이 수반될 때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법인데, 줄리언 반스의 사색이 담긴 이 책은 나를 미술관으로 데려가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큐레이터 같았다. 그의 지성에 한 번 더 놀라게 하고, 그를 더 좋아하게 만든 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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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 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올린카 비슈티차.드라젠 그루비시치 지음, 박다솜 옮김 / 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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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특별한 203가지 사랑 이야기 『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는 《 BBC 》 《 CNN 》 《뉴욕타임스》가 주목한 세상에서 가장 애틋한 전시 '이별의 박물관'에서 가장 애틋한 이야기를 엮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4년간의 열애 후 이별하면서 사랑이 끝나고 남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기엔 영영 서로를 잊지 못할 것 같고, 버리기엔 소중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폐기될 것 같아 '이별의 박물관'을 오픈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자리한 '이별의 박물관'은 오픈하고 입소문을 타면서 세계 각지에서 지나간 사랑의 모든 순간이 담긴 추억을 물건들을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책은 전 세계의 이별한 이들에게서 기증된 전시품 사진과 함께 에피소드를 함께 구성하여 마치 자그레브의 '이별의 박물관' 전시장을 둘러보는 간접 경험을 선사한다.

영영 마음에 묻어야 하는 이별, 헤어졌지만 다시 만날 기대감을 가진 물건, 사랑할 땐 그토록 달콤했던 이야기가 헤어지고는 몸서리치도록 아프게만 다가오는 추억들까지 헤어진 연인과의 기억들을 소환시키기도 하지만, 모든 남녀의 사랑이 비슷하듯 이별 또한 비슷함을 보여준다.

책 중 한 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별빛을 선물 받다'

우리는 둘 다 천문학자다. 스물여섯 번째 생일날 그는 내게 오리온자리에 속한 어떤 별의 스펙트럼을 선물로 주었다. '파이 3'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별은 지구로부터 26광년 거리에 있다.

그가 말했다.

"네가 태어났을 때 이 별을 떠난 빛은 무한한 성간 공간과 수없이 많은 먼지와 성운을 지나, 26광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 도착했어. 너도 그래. 여기서 너는 네 별빛을 만나고, 나는 너를 만난 거야."

그리고 이별의 박물관에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추억하는 물건도 함께 있기에 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첫사랑에게 선물한 목소리'

 

 

아버지는 오페라 가수를 꿈꿨다. 열다섯 살에 이미 발성 훈련을 하고 가창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1942년에 열여덟 살이었던 그는 슈베르트의 가곡 「아델라이데」를 레코드에 녹음해서 첫사랑이자 첫 연인이었던 여자에게 선물했다. 얼마 후 아버지는 전쟁에 나갔다가 중상을 입었다. 포탄 파편이 목을 관통해 성대가 손상되었다. 다행히 영국군에 포로로 잡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목소리는 되돌릴 길 없이 망가졌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게다가 전쟁에서 돌아와보니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다. 부모님은 세 자녀를 얻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아버지의 첫 연인이었던 여자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아들이 내게 그녀가 평생 간직해온 이 레코드를 전해 주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자신이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원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레코드판을 기증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 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어머니의 전 애인의 목소리가 담긴 레코드판을 주인에게 찾아준 아들들도,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듣고 싶은 마음 대신, 아름다운 이야기로 평생 남는 길을 택한 딸의 선택도 울림을 남긴다.

 

이처럼 책의 페이지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위로받게 된다. 다음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를 방문하게 되면, 한번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땐 무언가 이별을 추억할만한 물건을 하나 가져가서 나의 이야기도 박물관에 남겨보는 경험을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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