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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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베르베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진주는 귀금속인지 보석인지 따져 보고, 미혼의 클림트가 사후 양육비를 지급하게 된 사연 등을 소개하며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중 25편의 에피소드를 엮어낸 책이다.


색다른 변호사의 예술작품 감상법은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예술작품을 감상하던 중 실제 우리나라에 이런 사례가 발생하면, 어떻게 법적으로 판결이 날까?라는 호기심에 칼럼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중 몇 편을 소개하면, 우선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을 다룬 「집시의 주민등록」 에피소드는 제법 흥미롭다.

집시의 유래설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집시가 살지 않는 나라는 그린란드,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라며 만약에 우리나라에 집시가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짚어본다.

우리나라에는 주민등록제가 있어 해당 관할구역 안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거주지를 가지는 경우에는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고시되어 있다. 등록을 한 자가 거주지를 이동한 때에는 새로운 거주지에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신 거주지의 시장이나 구청장에게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직까지는 집시가 없어서 사례가 없지만, 무허가 주택 전입신고나 위장 전입신고 사례의 경우 징역 1년까지 선고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반려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예전부터 고양이가 인간과 가까운 존재는 아니었다. 중세 시대에는 불길한 존재로 치부되었던 고양이가 근대 시기부터 인간이 사랑스러운 동반자로 인식되며 예측 불가능한 고양이의 성향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장화 신은 고양이」부터 뮤지컬 캣츠의 원작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이어 SANRIO의 캐릭터 헬로 키티, 일본의 행운의 복 고양이 '마네 키네코'까지 길들이기 어려운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 변화를 살펴본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동물보호법과 연계해 유기 동물에서 배제되는 동물이 고양이지만, 보호 관리받을 수 있는 예외 상황은 어떠한지 알려준다.

이외에도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일화 아폴론의 장난에 큐피드의 복수로 비극의 러브스토리 '아폴론과 다프네'를 에피소드는 가장 현실적인 부분으로 와닿았다. 화가 난 큐피드는 황금 화살과 납 화살을 각각 아폴론과 다프네에게 쏨으로써 아폴론은 다프네를 열렬히 사랑하게 만들고, 다프네는 아폴론을 혐오해 월계수 나무가 되고 만다.


과거에는 이를 신들도 시기와 질투를 하는 정도로 해석했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해석하는 관점에도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통합 논술 문제에 '아폴론과 다프네'의 이야기 중 아폴론의 사랑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서술해 보라는 문제가 출제되기도 했다고 한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면 혐오하고 관심 없는 사람의 지속적인 구애로 불안함을 느낀다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스토킹 범죄 사례와 스토킹 처벌법도 연계해서 정리하면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직업병이 취미와 결부되면 또 다른 재미가 생긴다는 걸 아낌없이 보여준 책이 아닐까.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미 많이 접한바, 또 다른 시각의 미술/예술 감상책을 찾고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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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 60부터는 외모에서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와다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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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모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에서 정신의학 및 노인의학 전문가 저자는 동안으로 사는 방법을 공개한다.


외모의 나이가 젊어졌는데, 과거의 노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저자는 외모 나이가 젊어진 가장 큰 이유로 영양 상태를 꼽았는데, 영양 상태가 향상됨에 따라 외모 나이가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평균 수명 역시 대폭 증가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지금의 60대에게 유익한 '새로운 삶의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60부터는 겉모습이 모든 것을 판가름하며,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순간 늙기 시작하고, 멋을 부릴수록 외모가 젊어진다며 건강할 때 돈을 쓰라고 당부한다. 장수의 비결로 꼽히던 소식을 전면 거부하는가 하면, 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과감한 식습관을 권유하기도 하고, 품격 있는 태도를 갖추기 위한 조언들, 젊어 보이는 사람이 수명도 길다 강조하며 욕망이 시들지 않는 삶을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외모 나이가 젊어지려면, '멋을 부리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中 p.71



《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의 저자는 무척이나 유쾌한 사람이다. 지금까지의 노년의 삶에 대한 여느 의사들보다 파격적이고 재밌다.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적고, 지금껏 우리가 생각해왔던 상식의 틀을 벗겨버린다.

노안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단백질은 고기로 섭취해 면역력을 높이고, 콜레스테롤도 적당히 섭취해야 하며, 품격 있는 우아함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진주 목걸이나 명품으로 자신을 당당하게 꾸미라고 권한다. 단, 나이와 어느 정도 어울리는 겉모습을 갖춰야 진정 우아하고 멋지게 나이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저자의 꼭 지키는 건강 수칙 ★

하나, 음식은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

둘, 잠은 충분히 잔다. 7시간 숙면

저자는 나이 들수록 귀티 나는 사람은 얼굴에 지성이 묻어나는 사람이라 말한다. '우아함이야말로 나이가 주는 선물'이라는 프랑스 속담처럼, 기품이 넘치는 우아한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거울을 봤을 때, 자신의 얼굴에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만큼 가슴 뛰는 삶은 없지 않을까.

나이 들수록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젊어 보이고 싶다'라는 의욕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60에 40대로 보이는 사람 80대로 보이는 사람> 中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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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 - 5,000년 시간을 뛰어 넘는 인생 고수들의 대화 전략
린이 지음, 송은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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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팟캐스트 〈히말라야〉 1,000만 회 청취를 기록한 포브스 선정 올해의 인기 강사 린이의 《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0가지 말하기 전략을 소개한다.



어렸을 때는 말하기 스킬을 키우려고 노력했었는데, 사회생활을 10여 년 하고 느낀 바는 말하기 내공을 키우는 가장 기본은 말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자들의 말 하기 내공은 배우고 싶고, 그들의 지혜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더 커진 것 같다.

저자는 《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에서 말하기 내공을 키우는 방법을 크게 10가지 파트로 나누고, 챕터별 5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목차만 봐도 솔깃해지게 소제목을 참 잘 뽑았다.'싶었다. 내용은 다소 딱딱했지만, 금세 책의 현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책이다.

✔ 말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것’

✔ 어떻게 해야 말의 내공을 기를 수 있을까?

✔ 틈이 있고 유연해야 말이 단단해진다

✔ 상대에 맞춰 다듬어져야 말 다운 말이다

✔ 보통의 말로 비범하게 말하는 것이 화술이다

✔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서 시작한다

✔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하라

✔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장악할 수 있을까?

✔ 원칙이 있어야 말이 휘청대지 않는다

✔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역사를 결정했다

자신을 모욕하는 이에게 역으로 돌려주는 안자의 일화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기선제압하기 위해 못된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저자는 이에 기지를 발휘해 재치 있는 언변으로 상황을 역전시키는 묘수가 바로 '말의 힘'이라는 사실을 짚어준다.

간략하게 '안자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키카 140cm인 안자가 제나라의 사신으로 적국 초나라를 방문하자, 초의 관리들은 성문은 굳게 닫아두고, 5척 높이의 개구멍만 뚫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조롱한다.

이에 안자는, "오늘 제가 개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다면 당연히 개구멍으로 들어가야겠지요. 그런데 만약 초에 방문한 것이라면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응수하며 상대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꾸짖는다.

이어서 왕을 알현한 뒤에도 초나라 왕은 "제나라에는 인물이 그렇게 없는가?"라며 타박하자, "우리 제는 사신을 구분해 보내고 있습니다. 현명한 사신은 현명한 임금을 뵙게 하고, 어리석은 사신은 어리석은 임금에게 보냅니다. 저는 가장 무능한 사람이어서 별수 없이 초에 사신으로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함은 물론이고 또다시 제나라 사람을 책망하는 말에 우문현답으로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렸다고 시인하게 만든다.

이처럼 재치 있는 말은 자신의 삶에 실수를 줄이는 동시에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과 국가의 명운도 달리하는 엄청난 파워를 지닌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듯, 상황과 말의 정도를 늘 조심해야 한다.

정도를 잘 지키는 화술은 금방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말이란 그 사람이 거쳐 온 삶의 깊이와 쌓아 올린 지식의 수준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 中 p.72

이제 내 말과 행동 얼굴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에 이른 터라 '당신이 하는 말이 당신의 태도를 결정한다'라는 문장이 가장 와닿았다. 논쟁이 싫다면 어긋나지도, 겹치지도 않게 대화할 것, 상대를 도발할 때도 섬세함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화술 기법 등 내 것으로 만들자 다짐해 본다.

조만간 《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을 재독함으로써 상황도, 사람도, 내 편으로 만드는 고전의 말 하기 기법을 터득해야겠다.

말하기 내공을 키우고 싶은 분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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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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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옥스퍼드, MIT 필독서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인문학자가 철학적으로 재해석한 《 군주론 인생 공부》.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마키아벨리가 정치 무대 밖으로 밀려나 깨달음을 토대로 집필한 『군주론』은 마키아벨리의 철학적 통찰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고전 문학을 비롯한 영화 등 매개체를 연계해 해석함으로써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 『군주론』을 쉽게 다가가게 한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고 변덕스럽다는 전제하에, 군주는 민중의 본성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파렴치한 이들에게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수하고, 감정에 의존하기보다는 '두려움'을 적절하게 다스림으로써 군중이 군주의 명령을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리더의 가치는 주변 인재의 능력에서 나타나므로, 주변 인물을 잘 두어야 하며, 사람에게 상처를 줘야 한다면 반격의 기회를 갖지 못할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42가지 문장을 소개한다.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속 혁명 후 지도자 나폴레옹이 점점 독재적인 지배를 강화하는 대목을 소개한다. 나폴레옹은 평등을 파괴하고, 자신과 돼지들만이 권력을 독점하고, 다른 동물들은 그들을 위해 일하게 만든다. 이는 『군주론』의 군주는 언제나 자신의 약속을 깰 권리가 있다는 문장을 뒷받침한다. 물론 본디 정치인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이나 포퓰리즘으로 권력을 얻고 군중을 배신한 혁명가의 이미지를 지워버릴 수 없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우리나라 정국과 비교하며 읽어졌는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치인이나 공인들은 표면적인 이미지를 조작하여 대중을 현혹시키는 경우가 많으므로, 군중은 거짓과 위장을 구분할 수 있는 통찰력, 비판적 사고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점에 동감했다.

나이 들수록 많은 경험과 지혜를 쌓고, 이를 통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며 성숙해지는 동시에 현실적인 시각을 지닐 것을 당부하는 마키아벨리의 목소리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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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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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꿀벌과 천둥>등 다작하는 작가로 유명한 온다 리쿠. 스릴러부터 판타지, 동화 등 스펙트럼이 다양해 그녀의 끝은 어딘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온다 리쿠의 데뷔 30주년 기념작인 신간 장편 소설 《스프링》은 구상과 집필에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한 번에 4권 정도를 동시에 쓴다던 온다 리쿠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소설이라니 호기심이 안 갈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베스트셀러 〈꿀벌과 천둥〉을 뛰어넘는 최고의 소설이라 호평받으며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라 기대치 역시 높았다.

전율케 하라

생김새마저 예쁜 천재 발레 소년들의 성장통을 아름답게 그려낸 또 하나의 수작 《스프링》은 스승을 자처하게 만드는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갓벽한 외모를 지닌 천재 발레 꿈나무 요로즈 하루는 '발레는 꽃집'과 같다며 독특한 시각으로 어린 시절부터 비범함을 아낌없이 뽐낸다. 이후 '세상을 발레로 연주하는 남자', '꽃밭의 나비 같은 녀석'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천재 발레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성장한다.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서 빛을 뿜는 시간까지 생생하게 지켜보며 맛보는 카타르시스. 영상화가 시급한 소설이다.

지금껏 발레 공연은 '호두까기 인형'외에는 지루하게 느껴져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저자가 주인공 하루를 통해 안무를 짜는 과정과 춤으로 승화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덕분인지 발레가 이토록 매혹적인 종합 예술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은 같은 춤이야.

천국도 지옥도 단어만 다를 뿐 같은 것을 가리키고 있다고.

같은 춤.

우리는 안과 겉 양쪽에서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정육 속의 전율을

살육 속의 관능을

양쪽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이 인간의 천성이라는 사실을.

스프링 中 p.344

봄은 죽음의 계절.

스프링 中 p.406

꽃이 피는 계절인 봄, 그래서 봄은 내게 싱그럽고 생명의 계절이었다. 그러나 온다 리쿠는 '봄은 죽음의 계절'이라 명명한다. 나이를 먹고 노년에 들어서면 해마다 봄이 두려워진다고, 겨울을 극복했다는 기쁨보다 살아남아 봄을 맞이한다는 힘겨움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봄의 제물이 되기로 결심하는 주인공은 작품에서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스프링》은 어둡고 망막한 심연으로부터 빛이 닿는 곳으로 나아가며 무아지경의 순간, 환희에 가득 차 빛으로 하나 되며 막을 내린 하루의 솔로 무대인 '봄의 제전'으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발레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 듯 빨려 드는 몰입감은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전율케 하기 충분하지 않을까.

노스텔지어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지닌 온다 리쿠의 소설에는 그녀만의 아련한 감성이 녹아 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은은한 희망의 빛을 뿜어내는 매혹적이라 계속 그녀의 글을 읽게 된다. 하루는 그녀의 또 다른 자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다 리쿠 특유의 감성이 잘 녹아 있었던 작품 《스프링》. 그녀의 차기작도 망설임 없이 선택할 거다.

정말 잔혹한 건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이제는 그녀의 손도 목소리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기억하는 나 역시, 이윽고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에 삼켜지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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