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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평점 :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싶으면서도 나를 웃게 만드는 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 만하게 느껴진다. 《항구의 니쿠코짱!》의 주인공 니쿠코짱이 그런 사람이다. 사람 냄새 폴폴 풍기는 반전 힐링 스토리로 따스한 감동을 전한다.
나쁜 남자한테 이용만 당하던 니쿠코짱은 떠난 남성을 쫓아 북쪽의 작은 항구마을까지 왔다가 인생 고깃집 '우오가시'를 만나 니쿠코는 식당에서 일하고 거처를 제공받아 니쿠코와 기쿠코는 항구 마을에 정착한다. 그렇게 3년이 흘러 기쿠코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 니쿠코짱이 부끄럽게 느껴지는데...
니쿠코는 151cm 67.4kg, 작고 동글동글한 외모가 꼭 마트료시카 같다.
통통해서 고기 살점이란 뜻의 '니쿠'라 불리지만,
38년간 남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순진함에,
외모 콤플렉스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저 있는 그대로 기분 따라 살아가는
천상 낙천주의자 무한 긍정의 엄마다.
반면에 엄마와 이름이 같지만 생김새는 전혀 딴판인 딸 기쿠코는
마르고 귀엽게 생겨 주변의 호의를 사고,
집에 오면 TV부터 켜는 엄마와는 달리 책을 즐겨 읽으며 운동하기 좋아한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사춘기에 접어든 키쿠코의 시선으로 전개하며 기쿠코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달라도 너무 다른 모녀지간인 니쿠코와 기쿠코의 숨겨진 이야기로 반전과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니쿠코와 있으면 우리 관계가 꼭 연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니쿠코는 여자, 그것도 좀 귀찮은 여자이고 내가 바쁜 남자 같은 느낌이다
항구의 니쿠코짱! p. 75
길을 잃은 인간은
같은 자리를 배회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항구의 니쿠코짱! p. 83
나는 늘 그랬다. 내가 편해지는 쪽만 선택했다. 공격하기보다 공격받는 쪽을 골랐다. 그렇다고 공격받기 위해 내가 먼저 나서서 공격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 미리 예방책을 세워놓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게 도망쳤다.
항구의 니쿠코짱! p.259
사실 니쿠코는 호감 가는 외모도 아니고, 취향도 촌스럽고 가난하다.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보통의 날을 제일 좋아한다.
비록 힘들게 살아왔을지언정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켜 나간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모두가 그녀를 사랑한다.
쪼끄만 꼬맹이가 엄마를 바라보던 시선, 조금 컸다고는 하지만 엄마가 새로운 연애 상대를 만나는지 불안해하는 영락없는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하지 못하고 눈치 보는 아이.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아이에게는 이유가 있는 법이듯, 기쿠코의 시선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기쿠코가 니쿠코에게 속마음을 터놓는 장면과 기쿠코가 어린 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과정은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애니메이션 원작 소설로 국내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소개되었다. 영화보다 책으로 감동과 여운을 더 크게 느끼기에 아직 영상을 접하지는 않았으나, 워낙 소설을 재밌게 읽은 터라 영화로는 또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해져 조만간 영화도 볼 예정이다.
아마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았다면, 기쿠코와 니쿠코의 숨겨둔 이야기에서 눈물을 쏙 뺏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전개임에도 감정선을 사로잡고 따스하게 안아주는 마무리까지. 힐링 소설 러버들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니쿠코짱은 불완전한 사람들끼리 의지하며 살아가는 연대의 힘과 따스한 감동에 미소 짓게 된다. 운명에 무너지지 않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니쿠코짱처럼 보통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며 감사히 웃으며 살아가는 긍정의 나날들을 살아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