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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
윤상인 지음 / 트래블코드 / 2023년 4월
평점 :
런던 여행을 품격있게 만들어주는 건 예술 기행이 아닐까. 《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은 대영박물관부터 데미안 허스트의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 그리고 사치 갤러리까지 런던 여행을 기품있게 만들어 줄 런던 뮤지엄 안내서다.
예전에 영국에 처음 갔을 때, 런던의 대영박물관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괜히 대영박물관이 아니구나.. 국력에서 나온 저력이라 생각했었는데, 그 기저에 영국의 야망이 심어져 있었을 줄이야. 18세기 산업 혁명으로 부를 거머쥔 영국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뒤처졌다는 오명을 씻지 못했다고 한다. 사회적인 노력이 이르던 차에 계몽주의 사상과 맞물려 영국에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지어졌으며, 런던의 뮤지엄이 대부분 무료인 것 또한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고 한다.
V&A 뮤지엄 : 베낀 작품을 전시하고도, 오리지널이 된 박물관
국립 미술관 : 런던 한복판에 공짜로 펼쳐진 서양 미술 교과서
코돌드 갤러리 :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프랑스를 런더너가 추억하는 방법
윌레스 컬렉션 : 향락과 타락 사이에서 그네 타는 귀족들의 사생활
영국 박물관 : 태초의 문명인이 새겨 논 요즘 사람들을 위한 암호
존 손 박물관 : 건축 천재의 이기적인 유언이 낳은, 1837년에 멈춰버린 집
테이튼 브리튼 : 증기를 내뿜는 기차는 어떻게 영국 예술을 바꿨나?
테이트 모던 : 모던 작가의 아리송한 작품에는 뽀족한 메시지가 숨어 있다.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 : 놀랄 만한 가격의 비밀, 논란이 키워 낸 예술의 프리미엄
사치 갤러리 : 예술과 광고의 경계를 부셔서 미래의 스타를 띄운다.
스트릿 아트, 쇼디치 :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지붕 없는 갤러리
뮤지엄 별로 특색을 소개하는 저자의 코멘트에 눈길이 간다. 20년간 런던에서 도슨트로 활동해서인지 뮤지엄의 배경적 지식 그리고 관람 포인트 등 폭넓게 일러준다. 도판이 좀 더 많았다면 더 재밌게 읽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책에서 소개하는 연관 내용에 대한 사진은 꽤 있으니 런던의 박물관에 관심 있는 독자나 지적 호기심이 강한 독자의 독서 시간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제서야 보이는 런던의 뮤지엄》는 런던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 하면 어느 나라나 박물관과 미술관 투어가 기본이지만, 런던은 대영박물관 외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특히나 다음에 영국에 간다면, 제인 오스틴 마을로 가보려고 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뮤지엄 투어와 애프터눈 티 그리고 맛집 투어 하러 런던으로 가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존손 박물관에 다이닝 예약을 하고, 셰익스피어 공연장에서 공연도 관람하고, 예전에는 지나치기만 했던 알버트 홀에서 음악 감상도 해야겠네 하면서 여유로우면서도 빡센 일정을 세워본다. 런던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하루에 한 곳 혹은 두 곳 정도의 박물관 투어 그리고 중간중간 애프터눈 티와 맛집을 방문하며 예술 여행을 시도해 봐야겠다.
그리고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이콘 데미안 허스트의 진가를 보기 위해 뉴포트 스트릿 갤러리를 방문하게 될 것 만 같다. 비록 NFT로 작품을 남기고 다 재로 불태워 전시하겠다고 충격적인 예고를 했으나 그 재를 보러 찾아가지 않을까. 예전에도 그의 해골 작품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왜 해골을... 세상에서 가장 비싼 해골이라고 불리는 그의 작품을 굳이 봐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의 유명세에 본 결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 독보적인 느낌이 있었기에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전시라면 충분히 인사이트를 제시할 것만 같다.
영원히 피어 있지 않기에
꽃을 더욱 아름답게 느끼는 것처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욱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