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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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사후 30년에 앙리 지델이 방대한 조사와 연구 끝에 완성해낸 샤넬 전기의 결정판 《코코 샤넬》. 가브리엘 샤넬이 태어나기 이전의 '샤넬 가' 이야기부터 여든두 살 마지막 순간까지 고독하게 살았던 그녀의 일대기를 조명한다.

 

가브리엘의 아버지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어머니가 죽자마자 자녀들을 수녀원에 버린다. 반항아 기질을 타고난 가브리엘 샤넬은 고아원과 노트르담 학교를 거치며 자신의 운명을 바꿔나가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꿈을 꾸며 아버지의 욕망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었다는 고백은 샤넬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고, "네가 흘린 땀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샤넬가의 신조는 몸에 배어 훗날 '쉬는 것보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라는 워커 홀릭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샤넬은 화려함의 대명사이지만, 그녀의 삶은 고달픔의 연속이었다. 보조 양재사로 지내던 삶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뮤직홀에서 마스코트 가수로 활동하며 가수의 꿈을 꾸었지만 부족한 재능 탓에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가브리엘은 오로지 돈을 버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굴욕적인 신세를 청산하고 자신이 바라는 생활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브리엘의 후원자 에티엔을 설득해 '모자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가브리엘은 파리의 에티엔의 아파트에서 '모자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뎠는데, 당시 유행하던 모자와는 달리 샤넬의 모자는 단순하며 독특한 디자인이라 인기를 얻었다. 이어서 그녀의 인생을 뒤흔든 영국인 남자 보이 카펠의 도움으로 캉봉 거리 21번지 2층에서 '샤넬 패션' 의상실을 오픈한다. 캉봉 거리에서 시작한 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번창했다.

 

패션의 아이콘 코코 샤넬이 돋보였던 이유는, 타인과의 다른 시선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깡마른 몸의 결점을 커버하기 위해 꼭 맞는 옷보다는 헐렁한 옷을 구상해 돈을 벌고, 휴양지에서도 파리와 똑같이 입는 모습을 보고 휴양지 룩을 선보인다. 나아가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키고, 치렁치렁한 치마를 벗어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바지를 입게 했으며, 체인 핸드백을 탄생시키면서 파리의 유행을 창조하는 여인으로 자리매김한다.

 

고아원에 버려진 가브리엘 샤넬은 가난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웠던 젊은 시절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까지 절망의 순간들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부유한 남성의 액세서리가 아닌 자신의 근면함으로 가난을 극복하고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떨친 그녀의 삶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대목이다. 타고난 수저 색깔에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세상이라 더욱 빛나게 보이는 것 같다.

 

코코 샤넬이라는 브랜드는 가브리엘 샤넬의 역사를 알고 나면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세상 밖으로 나와 남성과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의 그녀의 피땀과 영혼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워너비 브랜드 샤넬 로코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가브리엘 샤넬이 미사 때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우연히 본 두 개의 c가 교차된 모양이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으니 말이다.

 

일을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극복한 가브리엘 샤넬은 화려한 사교계와 그녀의 곁을 스쳐간 유명 인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외롭게 세상을 마감한다. 비록 부와 명성을 쌓았을지라도 여인으로서의 가브리엘 샤넬은 외로움이라는 가혹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샤넬 브랜드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코코 샤넬》 전기는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가브리엘은 카펠을 일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생각한다면서 폴 모랑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어. 나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존재를 만났던 거지. (……) 그는 타인의 신세만 지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깨우쳐주었어."p.116

 

그 유명한 코코가 왔는데,

그 여자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유능하고 유쾌한 여자다

처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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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복순이
김란 지음 / 소미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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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으면 정서적으로 따스해지거나 짧고 강렬한 메시지의 매력에 가끔씩 읽게 된다. 《돌고래 복순이》는 인간과 돌고래의 공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제주 남방 큰 돌고래 복순이는 '고기잡이배를 조심하라'라는 엄마, 아빠의 말을 잊어버리고 고등어 떼를 쫓아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 그물에 걸리고 만다. 복순이와 친구들은 결국 좁은 수족관에 갇히게 되고, 복순이는 돌고래 쇼가 아니라 바다에서만 뛰어오르겠다며 식음을 전폐하고 시름시름 앓아가는데...

 

《돌고래 복순이》는 해피엔딩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자연으로 돌려보내라는 인간의 구호 손길에 다시 바다로 돌아올 수 있게 되고, 힘든 시간에 사랑에 빠지고, 둘이 셋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새로운 전환을 암시하는 장치이자 동물과 사람의 공통점인 거 같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생각났던

동화 《돌고래 복순이》의 교훈은,

 

하나, 엄마 아빠 말 잘 듣자!

둘,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기 사는 곳에서 살아야 건강하고 행복하다.

셋,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과 식물을 학대하면 안 된다.

 

제주 남방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푸른 제주 바다. 부디 자연은 자연의 상태로 보존될 때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동화책으로 《돌고래 복순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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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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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종합 베스트 1위 《환상 서점》이 독자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 우연과 필연 그리고 영원의 매듭이라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판타지가 맛깔나게 버무려진 꿀 잼 K-판타지 소설이다.

 

"그럼 부디, 잠 못 이루는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삶이 고단한 29살 연서는 어느 날 산에서 길을 잃고, 절벽 앞에서 우연히 양복 차림의 남성을 만난다. 마치 꿈을 꾼 듯 산속에 뜻밖의 장소 환상 서점을 방문하게 되고, 필연처럼 자꾸만 발길이 환상 서점으로 향하는데...

 

말도 안 되는 환상을 떠올리는 한순간,

잠시 현실을 잊고 쉬어가는 찰나,

그런 때를 사람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걸 이제야 다시 깨닫다니,

괜히 길을 헤맨 기분이었다.

아니, 헤맨 덕에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 서점처럼. p.163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서점을 지켜온 서주와 연서의 운명의 쳇바퀴는 해피엔딩과 거리가 먼 뻔한 클리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사람은 영원히 살고, 또 한 사람은 영원히 기억하는 험난하고 위태로운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비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전개에 매료되고 마는 매력적인 K-판타지 소설이다. 그 밖에도 스스로 감당 못 할 일을 벌인 인간의 말로는 어떠한지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교훈적인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드라마 『도깨비』의 순한 맛 버전 같은 《환상 서점》은 흥미진진한 로맨틱 판타지 소설이라 가상 캐스팅 재미도 쏠쏠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죽지 않는 인간 서주에는 구미호의 장인 '이동욱'만큼 잘 어울릴 이가 없을 듯하고, 비운의 여인 연서 역에는 박보영이나 김지은 또는 이동욱과 환상의 케미인 유인나도 어울릴 것 같다. 마고 신은 '호텔델루나'의 마고 역할이 너무 강해 서이숙 씨 외에는 잘 안 떠오르고, 연민을 지닌 험상궂은 저승사자 역에는 성동일이나 최무성 배우가 제격일 것 같다. 아무튼 동양적 몽환 미가 가득 풍기는 판타지의 영상미가 그려져 영상으로 만나고 싶은 소재다. 책 읽으며 드라마 본 기분이 드는 건 무엇인지. 요즘 유독 영상미 높은 소설을 많이 접하고 있는 것 같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무료한 일상에 지쳐있다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는 판타지 소설 《환상 서점》과 함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시기를.

 

행복이라는 걸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아예 모르고 살았으면 모를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건 꽤 중독성이 강했다. p.47

한 번의 만남을 위해서는 억겁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하죠. p.104

사후세계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하나입니다.

(중략)

살아있을 때 잘하자. p.159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신이 왜 당신에게 이렇게까지 가혹한지.

그러다 깨달았어요.

신에게 빈 소원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는걸.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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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7주년 기념 개정판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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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이지만 제목부터 솔깃했던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저자는 우리가 왜 싫어하는 사람을 자꾸 생각하는 인간 심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인간 알레르기,

인간이 인간을 혐오하고 거부하는 마음의 메커니즘

인간 알레르기의 사람은 자신과 같은 점 보다 다른 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작은 차이를 결정적인 차이라고 확대해석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만 받아들인다. 극단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며 흑백논리를 펼치고, 완벽주의를 표방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감정의 균형을 잃기 쉽고,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저자는 자신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차 없이 제거함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하는 특징을 인간 알레르기의 본질적인 문제로 꼽는다. 인간 알레르기의 사람은 자신이 아닌 것을 이물질로 여겨 악한 것으로 규정하고, 악한 것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공격하며 제거하려 든다.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가족의 관계까지 공격하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기에 외롭고 공허해질 수 있다.

 

몸이 영양이나 휴식이 필요로 하듯 마음도 주변 사람의 지지나 애정을 필요로 한다. 유해한 존재는 공격, 제거해야 하지만 사회적 생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존재, 버팀목이 되어주는 존재에게는 마음의 면역관용을 발휘해 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p.83

 

인간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즈음이기에 알레르기가 현대인에 만연해 있는 것처럼 인간 알레르기 역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또한 인간 알레르기는 대인 관계의 갈등을 야기할뿐더러 스트레스를 부추기고 건강과 수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에서는 인간 알레르기 억제 시스템을 '애착 관계'에서 찾는다. 애착관계가 약하거나 없으면 인간 알레르기가 강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대로 애착 관계를 강화하거나 잘 활용하면 인간 알레르기를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저자의 생각인 것이다.

 

인간 알레르기가 생긴 경우에 알레르겐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게 첫 번째 방법이다. 인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입어 마음의 표면이 거칠어진 상태이다. 그럴 때는 누구에게나 이물감이 생겨 마찰이나 충돌이 늘어난다. 그러나 지지자와 신뢰 관계를 쌓고 안전 기지를 확보하게 되면 애착관계는 좋아진다고 한다. 인간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장치가 활성화되고, 지금까지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이물감을 느꼈던 증세도 완화되어 관용을 회복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전혀 기대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허나 너무 가까워져도 여러 가지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고슴도치 딜레마를 지닌 것도 사실이다.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의 '인간 알레르기'는 너무나도 적확한 표현이기에 신박하면서도 인간이 알레르기로 여겨질 만큼 혐오의 대상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온다.

 

얼마 전에 100세가 넘은 할머니의 장수 비결을 물으니 '독 같은 사람을 멀리하라'라고 조언한 기사를 보았다. 이처럼 대인관계의 스트레스는 우리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론은 나의 안전지대를 확보하고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 않는 상황에서 살아가려 노력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인생의 지혜인 것 같다.

 

자꾸 거슬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니체와 프루스트, 서머싯 몸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관계 심리학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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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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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규수 모지항 텐더니스 편의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 사는 이야기라 책장을 넘기며 미소짓게 되는 힐링소설이다.

 

서점대상 수상작가 최고 인기 시리즈라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는 인기에 힘입어 곧 3권까지 출간 예정이라고 한다. 이 소설의 인기 요소는 우리의 일상이 스며들어 있는 배경에 생동감 느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때문인 것 같다. 아이돌급 외모의 페로몬 점장과 그의 시니어 팬클럽부대, 편의점 단골 무엇이든 맨은 시바 곁을 맴돌고, 여든이 넘은 빨강 할아버지는 모지항 터줏대감인 여든 넘은 빨강 할아버지 그리고 시바와 쓰기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쓰리까지 톡톡 튀는 캐릭터가 모였다.

 

시바 아이돌급 외모의 점장/ 다정하지만 신비주의자

쓰기 편의점 단골/ 편의점 메뉴 꿀조합의 달인

미쓰리 파트타임 직원이자 만화가

쇼헤이 모지항 소식통 빨강 할아버지

 

손님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편의점을 찾아온다. 편의점은 누군가에게는 끼니를 책임지는 곳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을 달래는 공간이다. 그러나 가게 문이 열리면 오르골 소리가 흘러나오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힐링의 장소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에게 편의점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장소였던 것이다.

 

24시간 언제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인 편의점에 일본의 다채로운 편의점 라인업이 더해져 편의점이 힐링 포인트가 된다. 일본의 편의점은 그 어느 나라보다 구경하고 사먹을 게 많기에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시니어 맨션 1층에 자리한 편의점이라는 소재는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 사회에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손님들이 평소 루틴과 다르면 달려가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하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다정다감한 점장까지 있다면 든든할터.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미래상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시니어맨션 근처라해서 노인 손님만 있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관계들은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에게 꿈을 향해 나아가게 용기를 부여하고, 달콤한 디저트로 일상에 위안을 얻는 여학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등 각양각색의 스토리는 다채롭고 따스하기 그지없다.

 

편의점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연대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현대사회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라 도시화의 상징인 편의점에서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는 점도 신선했다. 어쩌면 저자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24시간 나를 반겨주는 장소는 편의점밖에 없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걸지도 모르겠다.

 

누구든 환대하는 시바 점장의 미소가 돋보이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책장을 넘길수록 유쾌하고 따뜻한 스토리라인에 중독성이 있다. 쓰기와 시바 형제의 나머지 이야기를 비롯해 2권, 3권은 또 어떤 이야기들로 마음을 녹여줄지 기다려진다. 아무튼 마성의 매력 텐더니스에서 파는 에그 샌드위치와 사치카 커피를 먹어보고 싶다.

 

영상화 요청이 쇄도한다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각양각색의 인생 이야기를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해 나간다는 점에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닮았고, 어떤 사건이든 해결하는 쓰기를 보면서 드라마 『홍반장』이 떠오른다. 영상으로 만나고 싶다는 독자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바, 한국판 드라마도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밥벌이니, 직업이니. 그런 건 꿈 뒤에 따라오는 덤 같은 것 아닌가?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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