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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평점 :
전시회를 들어설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이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것이다. 그림의 시대적 배경지식을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그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재의 유럽이 있기까지 경제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역사적인 사건 29가지와 이를 반영하는 대표작들을 선정해 최대한 다양한 시선으로 유럽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소개한다.
보통 책 제목에 경제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지루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의 몇 장만 읽어보아도 바로 기우였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나 부의 변곡점이 되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흥미로운데, 사건의 연결 고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에는 너무나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부터 루벤스의 「멜기세덱과 아브라함의 만남」과 같은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중간중간 마주치다 작품들을 보면 한 눈 팔 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를 부유한 나라로 만들어 준 작품에 유독 눈이 갔다.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인 주식시장의 시작은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많이들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무역과 금융의 콜라보인 동인도 회사의 탄생의 시작점에 유럽인들이 즐겨 먹는 '청어'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려나? 여기서 궁금해진다. 도대체 청어가 뭐길래 동인도 회사의 출발점일까?
그 당시에는 청어는 단순한 식사 메뉴가 아니라 소금에 절이는 염장 처리를 통해 장기 보관이 가능했다. 장기 보관이 가능해지자 짧은 거리를 항해하던 배들이 장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 여건 또한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중세 유럽의 가톨릭은 사순절, 부활절을 포함하여 140일의 금식 기간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예외적으로 허용되었던 음식이 생선과 맥주였다. 이러니 염장 청어는 당시에 최고의 인기 아이템일 수밖에.
그런 청어가 네덜란드에서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청어는 네덜란드 연안에서 잡히는 어종이 아니었다. 원래 청어의 서식지는 발트해와 스카니아 부근이었지만, 수온 변화로 해류가 바뀌면서 네덜란드 연안으로 서식지가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청어를 거래하기 위해 각국에서 모인 상인들은 화폐를 교환하기 위해 환전 상이 필요했고, 자연히 은행이 세워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동인도 회사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세상을 움직여 왔던 중심에는 항상 돈이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버블, 투기, 금융 위기가 반복되듯 역사는 외형만 달리했을 뿐 패턴은 반복되어 왔다.
예술은 당대 시대상을 반영하는 만큼, 역사와 경제의 흐름을 따라 감상하다 보면, 자연히 그 시대에 무엇이 유행하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는 역사와 경제사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사와 경제 흐름을 쉽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