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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텐드 마인드 - 창조성은 어떻게 뇌 바깥에서 탄생하는가
애니 머피 폴 지음, 이정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0월
평점 :
지금껏 우리는 운동하면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뇌도 많이 사용할수록 뇌의 기능이 강화된다고 여기며 뇌를 200% 활용하는 법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익스텐드 마인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덜 써야한다며 창조성은 어떻게 뇌 바깥에서 탄생하는지 이야기한다.
《익스텐드 마인드》에서는 컴퓨터나 근육에 뇌를 비유하는 메타포와 상반되는 예로 까치의 둥지 짓는 법에 대한 사례를 소개한다.
2019년 4월 서울에서 도로 교차로의 정지 신호가 깜박거리고, 전동 열차는 소리를 줄였으며, 학교와 사무실에서 불빛이 깜박이는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광범위한 정전의 원인은 전신주와 송전탑에 둥지를 튼 까치였다는 것. 까치는 나뭇가지뿐만아니라 도심에서 구할 수 있는 철제 옷걸이, tv안테나, 안경테 등 온갖 것을 이용해서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까치로 인한 정전 사건이 연간 수백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까치의 활동이 우리의 의식이 작동하는 방식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까치가 주변의 재료로 둥지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주변에서 발견한 조각들을 생각의 흐름에 엮어 넣기 때문이다.
사유는 두개골 안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 밖에서도 일어나고, 생각에 사용되는 재료가 생성된 생각의 본질과 질에 영향을 미치며, 지적 사고는 개인의 고정된 특징이 아니라 신경 외적 자원과 그 자원을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이는 외부의 자원을 잘만 활용하면 창의력과 생산성이 향상된 익스텐드 마인드, 확장된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익스텐드 마인드》의 주요 핵심 내용과도 이어진다. 저자는 뇌 밖에서 생각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감각, 운동, 제스처를 통해 생각하는 법, 주변 환경을 통해 생각하는 법 그리고 관계를 통해 생각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신을 확장하기 위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정신적 습관을 실천하라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불필요한 정보를 없애 우리가 많은 세부 사항을 기억해야하는 부담을 줄여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신적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실제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정신 노동을 할 때 가능한 생산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를 다시 구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습득한 정보를 명확한 공간적 구성 방식으로 배치해 공간을 지향하는 고유한 특성을 지닌 뇌와 협력해 기억의 궁전이나 개념 지도를 만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정보를 다시 사회화하라고 권한다. 우리는 사회적 생명체이고, 타인이 사고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더 향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꼼지락 거리는 행동에 담긴 장난기는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와 연결된 다소 긍정적인 감정상태로 우리를 유도해 사고의 확장을 돕는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꼼지락거리기의 무심하고 반복적인 특징은 해야할 일을 앞두고 심란해지는 마음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신적 대역폭을 확보해준다고 한다.
《익스텐드 마인드》를 읽으면서 더이상 한계에 갇힌 뇌로 생각하지 말라는 저자의 일침에 뜨끔했다. 멍 때릴 때 불현듯 아이디어가 나오고, 산책하거나 샤워할 때 생각의 흐름이 정리되는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책상에서 골똘히 상념에 빠지는 나의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머리를 덜 쓸 때 중요한 생각이 떠오른다는 말을 곱씹어 보면서 머리 좀 더 쓰면서 살아가려 노력했던 나를 반성하며 과부하에 걸린 뇌에 휴식의 시간을 선물해 줘야겠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는 책상에 앉아서 고민할 게 아니라, 산책을 나가는 등 신체를 움직여 인지 능력을 확장해 머리 바깥의 생각을 도모해 볼 생각이다. 주변에서 발견한 조각들을 생각의 흐름에 엮어 넣으므로 다양한 경험과 유익으로 채워나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