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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평점 :
"기다리던 순간이 오면 웃는거야, 그걸 잊으면 안 돼."
「달가림」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보기 힘들었던 책이다. 어두운 밤 달인듯한 구체가 물위에 떠있는 어딘지 익숙하지 않은 표지를 봐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함만 더해갔다. 그렇게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한채 읽기 시작한 책에 난 이내 빠져들었고 순식간에 이야기가 끝이나 버렸다. 하루하루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 효주에게 일어난 일이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온갖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보육원에서 자란 주인공 효주는 연애도 직장도 모두 잃은 상태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본 면접에서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이 아닌 코피를 쏟고 나와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외할머니의 부고를 알리는 도기마을 이장님의 전화를 받게되고 처음엔 이를 무시하려 하지만 재정상태가 바닥이 나버린 상황에서 할머니의 유산 이야기를 듣게되고, 그렇게 할머니의 상주역할을 하기위해 도기마을을 향한다.
마지막 날, 발인식을 하기위해 동네사람들이 뒷산으로 들어가기전 이상한 의식을 하는 걸 보지만 효주는 의식의 의미를 알지 못한채 궁금함만 쌓여간다. 뒷산에 함부러 들어가지 말라던 동네사람들의 말도 이해할 수 없던 효주는 할머니의 장례절차를 모두 마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채비를 하던 중 열린 문으로 날아간 모자를 찾기위해 뒷마당을 향한다. 그리고 모자를 집어 들려는 찰나 다시한번 바람이 불어 천 모자가 굴러가게 되고 감은 머리마져 흙먼지 투성이가 되버린다.
사당 방향으로 굴러간 모자, 모자를 집으러 가려던 중 이장님과 장촌 할머니가 귀띔해준 만들이 떠오르고, 무시하고 들어가자니 꺼림칙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모자를 두고 가기도 찝찝한 상황, 또다시 바람이 불어 모자는 대숲 방향으로 날아가고 순간 급한 마음에 모자를 덥석 잡아챈다. 그런데 그순간 자신이 사당을 넘어 숲으로 들어와 버린걸 알게되고, 이전과 변화는 없지만 순간 대숲이 바람에 크게 출렁이며 발밑에 길게 늘어져 있던 무언가가 대숲으로 들어가는걸 보게된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형체가 대숲으로 들어가는 걸 보게된 효주는 꿀렁거리는 은빛 형체를 보게되고 사람의 형체인듯한 그 모습은 순간 눈 앞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효주는 은빛 물체를 따라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따라가게 되고, 점점 더 숲속 싶은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술래잡기를 하듯 가까워진듯 하면 사라지기를 반복하던 은빛을 따라 점점 더 깊이 들어가는 효주는 그곳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무영. 표정도 감정도 심장도 없는 그는 지인과 천인사이에서 태어난 천인이었다.
효주는 그를 만나 자신의 그림자를 잃게 되었다는 걸 알게되고 그림자가 사라졌기에 그 숲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무영의 도움을 받아 버드나무인 쿤을 만나게 되고 5일 안에 그림자를 찾게되면 숲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대신 효주의 기억을 모두 가져가기로 약속한다. 그렇게 5일간 효주와 무영은 효주의 그림자를 찾기 위해 함께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 설레임을 느끼게 되지만 효주의 감정과는 달리 무영에게선 아무런 감정 표현도 얼굴의 변화도 느낄 수 없어 효주는 서운함을 느낀다.
달달한 로맨스와 가슴 저릿하게 눈물 흘릴법한 가슴뭉클한 이야기를 읽으며, 학창시절 읽었던 로맨스 소설들이 살포시 떠올랐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듯 가슴 두근거리며, 이 사랑이 이루어 질까 이루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더욱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접한 달달한 로맨스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져 기분 좋았던 책이기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