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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종친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9월
평점 :
고호 장편소설
델피노
같은 성씨여도 "종파"가 여러 개로 나뉘어 지기도 한다.
또 "항렬"이라는 것도 있어 촌수를 따지다 보면 갓난 아기가 할머니, 할아버지 뻘
되기도 하는 등 현재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과거엔 있었다.
"너는 어디 파에 몇 대손이냐" 라고 묻어 보면 요즘 아이들은
이게 대체 무슨 소리냐? 며 고개를 갸우뚱 할 뿐
나의 가문, 나의 조상에 대해 그리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우리는 신분 사회였다.
피라미드형식의 계급 사회에서 양반들은 소수요, 천민들이 대다수였다.
지금은 모두가 평등하고 똑같다고 하지만 만약 나의 조상이
양반인지, 천민인지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모두가 양반을 선택할 것이다.
높은 신분이 지금 나에게 그 어떤 영향이나 혜택을 주진 못하지만
나의 조상이 신분 높은 양반가라면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한 마디쯤은 자랑스럽게 내뱉지 않을까?
자존심을 좀 세워 준다고나 할까?
반면 우리 조상은 노비였다고 떠들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우리의 주인공 헌봉달은 조상이 노비였다는 것엔 별 의미를 두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종친회에 노비라는 사실만을 갖다 붙여 놓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회로만 사용했다.
남도 아닌 같은 혈육, 얼굴 한 번 보지 못했지만 같은 헌씨의 종친회라는 이유로
모인 그들을 상대로 사기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 했다.
이 세상에 일가친척 하나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헌씨 종친회는 뿌리 찾기를 위한 갈망이였고
외로움에서 벗어나 가족이라는 의미를 찾고
가족의 연대감을 느끼기 위한 기회 였으리라.
'잘 되면 내 탓이고 못 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잘못은 생각도 안하고 이 모든 고난을 조상탓으로 돌리는 봉달.
그러면서도 조상을 이용해 다시 살 기회를 얻으려는 봉달.
정말 조상 덕이 있다면 흑심 가득한 봉달의 계획을 조상님들이 그냥 눈감아 주실까?
시골에서 엄마와 주거니 받거니 걸쭉한 사투리는 참 구수하다.
양반이 아닌 노비였다는 것에 것에 속아 결혼 했다며 속상해 하는 어머니.
이미 청춘은 다 가고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에 뭘 어쩔 수 있을까?
종친회에 가입한 6명.
40대 가정주부 헌신자, 퇴직한 노교수 헌학문, 미국으로 입양된 청년 헌총각,
전직 깡패이자 현재는 횟집 사장님인 헌금함,
그리고 엄마의 성 씨로 바꾼 자매들...
이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들을 소유한 6명은 정말 순수한 뿌리 찾기를 위해 가입한 걸까?
봉달은 이들이 모두 돈으로 보이는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있는데...
봉달도 조금, 아주 조그마한 개미 똥구멍 만한 양심은 있었던 걸까?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은 종친회를 운영하며,
6명과 함께 하면서 낯선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울고 웃는 동안 어느 새 봉달은 악한 마음이 점점 걷히게 되고.....
봉달은 진정한 종친회 회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현재의 그들이 서로 가족이 되어 가는 이야기.
울고 웃으며 하나가 되어 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족보에 크게 관심 없는 우리로서는
색다른 주제로 다가왔다.
나의 뿌리를 알고 지켜 나가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1인 가족, 핵가족화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가족, 친척, 이웃, 조상들까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