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문장과 연극, 소설, 인생에 대한 솔직하고 담담한 글이 실려 있다.
그의 소설에 담긴 생각과 글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나는 서정성이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어휘력이 부족하고, 그것을 보강하려는 내 노력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는 비유의 능력도 없다. 독창적이면서도 멋진 직유가 떠오른 적이 거의 없다. 시적 비상과 멋진 상상력의 도약은 내 능력 범위 밖의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그런 능력을 존경한다. 그들은 파격적인 비유와 비상하면서도 암시적인 언어로어떤 생각을 표출한다. 하지만 나의 재주는 이런 멋진 장식을 내게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자연스럽게 해내지 못하는 것을 자꾸 하려는 노력은 나를 지치게 했다. 반면에 나는 날카로운 관찰력을 지녀서 남들이 놓치는 것들을 많이 포착한다. 나는 내가 본 것을 명석한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 나는 논리적인 감각을 갖고 있고, 어휘의 장려함과 기이함을 알아보는 감각은 없지만 그 소리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알아본다. 나는 내가 바라는 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하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고통스럽게 노력하면 나의 타고난 결점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모든 것을 숙고할 때 내 문장은 분명함, 단순함, 좋은 소리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세 가지 특징을 내가 부여하는 중요도의 순서에 따라 배열해봤다. - P45
사람들은 대부분 운명의 변화무쌍한 바람에 흔들리며 우연한삶을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타고난 환경의 제약을 받으며 생계를잇기 위해 비좁고 일정한 길을 따라 걸어야 할 필요에 내몰린다. 그들은 그 길의 오른편과 왼편을 둘러볼 가능성조차 없다. 이런사람들에게 인생의 일정한 패턴이 부과된다. 인생 자체가 그들의 삶을 좌우하는 것이다. 이런 삶의 패턴을 어떤 사람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삶의 패턴보다 불완전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 그러나예술가는 특혜를 받는 입장에 있다. 내가 여기에서 사용한 예술가라는 말은, 그가 생산하는 작품에 어떤 일정한 가치를 부여한다는뜻이 아니라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는 평범한 뜻이다. 나는 그보다 더 좋은 말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창조가라는 말은허세를 부리는 것 같고, 또 좀처럼 정당화되지 못하는 독창성을 주장하는 듯하다. 장인이라는 말은 충분하지 못하다. 목수도 장인이고, 좁은 의미에서 그도 예술가이지만 대체로 보아 무능한 삼류 문인이나 서투른 화가가 갖고 있는 행동의 자유조차 갖지 못한다. 예술가는 일정한 한계 내에서 자신이 인생에서 좋아하는 어떤 것을만들어낸다. 다른 직업의 경우, 가령 의학이나 법률의 경우 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일단 선택을 하고 나면 더이상 자유롭지 못하다. 그 직업의 규칙에 얽매이게 되는 것이다. 그패턴은 미리 정해져 있다. 자신의 패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예술가가 유일하고, 좀 더 생각해본다면 범죄자도 그 범주에넣을 수 있을 것이다. - P68
작가 생활의 장점은 너무나 커서 그 단점과 위험을 상쇄하고나아가 그 어려움, 실망, 고난 등을 다 사소한 것으로 만든다. 작가에게 인생은 하나의 비극인데 자신의 창조적인 재능을 통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카타르시스는 연민과 공포의 해소를 의미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예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의죄악과 어리석은 행동, 그에게 벌어진 불행한 사건, 그의 짝사랑, 그의 신체적인 단점과 질병과 궁핍, 그가 포기한 희망, 그의 슬픔과 굴욕 등 그가 당한 모든 것이 창조적인 능력을 통하여 작품의소재로 전환되고, 그 소재를 글로 씀으로써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거리에서 얼핏 엿본 얼굴부터 문명 세계를 뒤흔드는 전쟁에 이르기까지, 혹은 장미 향기부터 친구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의 방앗간에 들어오는 재료가 된다. 그에게 생기는 일들 중에서 하나의 시, 하나의 노래, 하나의 이야기로 전환되지 못하는 것은 없으며, 이렇게 전환함으로써 그 일을 제거한다. 예술가는 세상에서 유일한 자유인이다. - P238
나는 각각의 여행에서 조금씩 달라져서 돌아왔다. 청년 시절에 나는 많은 책을 읽었다.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가아니라 호기심과 배우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나는 즐거워서, 또 내게 유용한 소재를 얻기 위해 여행을 했다. 나의 새로운 경험들이내게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여행들이 내 성품을 형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기이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저 닳은 돌의 원만함을 잃었다. 나는 도시에서 주머니 속 돌들 중 하나가 되어 소란스러운 문인 생활을 하면서 그런 원만함을 획득했던 것이다. 나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돌이 되었다. 마침내 나 자신이된 것이었다. 나는 여행이 내게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여행을 중단했다. 나는 더 이상 여행에서 새로운 발전을 이룰수 없었다. 나는 문화의 오만함을 내던졌다. 나의 심리적 분위기는완벽한 수용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내게 줄 수 있는 것 이상을요구하지 않았다. 나는 관용을 배웠다. 나는 내 동료들의 선량함을기뻐했다. 나는 그들이 사악해도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정신의 독립을 획득했다. 나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내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하여 자유를 요구했고 남들에게 그 자유를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게 대할 때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깨를 들썩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들이 당신을 나쁘게 대할 때는 그렇게 하기가 훨씬 어렵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에 대하여 결론을 내렸다. 중국해를 향해하는 배 안에서 만난 사람의 입을 빌어 그 결론을 말했다. 나는 그가 이렇게 말하도록 했다. "친구, 인간의 심장은 올바른 자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머리는 아주 형편없는 기관입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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