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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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성격이 느껴지는 시집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먹다 만 흰죽이 밥이 되고 밥은 도로 쌀이 되어
하루하루가 풍년인데
일 년 내내 허기 가시지 않는
이상한 나라에 이상한 기근 같은 것이다
우리의 오랜 기담(奇談)은 이제 여기서 끝이 난다
-식후에 이별하다 중



현재는 다만 꽃의 나날 꽃의 나날은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어서 슬프다
고양이가 꽃잎을 냠냠 뜯어먹고 있다.
여자가 카모밀 차를 홀짝거리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듯도 하다.
나는 길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다.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현기증이 만발하는 머릿속 꿈 동산
이제 막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났다.
어디로든 발걸음을 옮겨야 하겠으나
어디로든 끝간에는 사라지는 길이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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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한 작가의 배움과 수련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3
오선민 지음 / 작은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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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들이 좋고 프루스트의 책들을 읽을 용기가 솟는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시간이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그것은 허망하게 흘러가버린 시간을 의미한다. 경험하는 동안에는 잠재적인 인과들을 전체적으로 통찰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은 그저 덧없이 흐른다.
회상을 통해 그 잠재적 인과들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인연들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작가프루스트가 더 오래 살아 작품 속 마르셀에게 회상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했더라면 마르셀은 또 다른 삶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했으리라. 사실 살롱의 댄디나 몽상가 같은 정체성이란 마르셀이 현재 속에서 구성할 수 있었던 몇 개의 마르셀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마르셀에게 과거는 결정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과거는 현재적관점에서 시시각각 변한다. 현재는 회상을 통해 과거라는 새로운 공기를 마심으로써 활기를 띤다. 덕분에 마르셀은 회상을 통해 수많은인생을 다시 살게 된다. 만약 프루스트에게 장수하는 법에 관해 물어본다면 그는 대답하리라. 회상이라고, 하나의 인생을 수많은 드라마들로 바꾸어내는 힘, 회상이야말로 우리의 유한한 삶을 무한한 풍경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 P45

우리는 현재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산다. 지금 이 순간에 결정한 것이 인과를 만들면서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포기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미련과 후회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택하지 않은길은 우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그냥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일까? 프루스트는 시간을 ‘흘러가버린다‘고 하지 않고 잃어버린다고 말한다. 허무하게 흘러가버리는 것 같지만, 실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고 심지어는 되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프루스트는 묻는다. 인생이란수많은 결정적 선택들이 인과의 사슬을 만들고 있는 단선적 연속체럼 보이지만, 만약 우리가 생을 저 높은 곳 혹은 저 먼 곳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 우리가 잃어버리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 수많은 길들이 지금 이 길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시간을 되찾는다는 것은 지나쳐버렸던 길, 그 시간을 회고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오로지 현재의 이 길,
이 시간이지만, 잃어버렸다고 여겼던 수많은 삶의 가능성들이 그 현재 속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시간을 되찾과정임을 뜻한다. 이와 같은 시간의 본질을 통찰할 때 비로소 우리는현재를 보다 풍요롭게 만끽할 수 있으리라.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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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실현은 위대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이 되는 길이란 말이 오래 기억된다.

자아가 의식의 중심이며 자기는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전체정신의 중심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전체인격이 되려는 내적 충동이 모든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두루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는 인격전체이면서 동시에 원형이다.
즉, 인간의 원초적 조건이다. 그리고 이 원형은 여러 가지 상징 속에그 모습을 드러내며 각자 정신의 전체를 실현하도록 영향을 준다. 혹은 무의식을 의식화하고자 하는 자아의 적극적인 자세로 인해 무의식의 조절자인 자기원형이 활성화된다. 이리하여 인간은 의식을 넓히면서 자아에서 자기로 다가간다. 자기를 실현하게 되는 것이다.
- P91

융은 여기서 말하기를 한 사람의 인생의 의미는 그 사람 안에 있다고 한다. 인생의 모든 열쇠를 그들은 자기자신 속에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이 무의식에 있기 때문에 당장 찾을 수 없을 뿐이다. 그것이다름 아닌 그 또는 그녀의 본성(性)이며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그사람 고유의 전체정신인 ‘자기‘ 이다. 이들의 고통은 자기가 전체로서살지 못하고 부분적 삶에 안주해오고 있다는 의식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의식이 잘못일 수도 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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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2
로버트 뉴턴 펙 지음, 김옥수 옮김 / 사계절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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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에서 성년으로 이행은 시련을 거쳐야만 하는 어려운 일이다라는 말이 있다.
로버트는 핑키와 아버지와의 이별을 통해 한 걸음 더 책임감을 갖는 성년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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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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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힘들때는 반대로 하루를 무사히 버티며 보낸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있는 그런 날이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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