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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브로덱은 나치 수용소에서 개처럼 굴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그리고 살아서 고향에 도착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속의 지옥을 다시 맞이하게 된다. 브로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시 개로 살 것인가 아니면 떠나야할 것인가.
무엇인가는 선택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에 걸맞은 재목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무슨 뜻이냐 하면, 그릇에 비해 삶이 너무 커서 사방으로 넘쳐나고 나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게 재단된 삶이라서 그안이 너무 많은 것, 너무 많은 사건, 너무 많은 역경, 너무 많은 균열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나의 잘못일까? 내가 사람답게 살 줄 모르는 것일까?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것일까?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자르고 벗기고 짓이기고토막을 낸 나머지, 이를테면 쓸데없는 잉여 목숨을 내다 버리는 커다란 깔때기의 형상을 한 이 시대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이따금 머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 같다. 화약을 잔뜩 쑤셔 넣은 유탄처럼. - P51
이제 나는 젊은 양반이 아니었다. 수용소에서 수백 살을 먹고늙어 버렸다. 이 점에 대해서 여러 차례 생각해 봤다. 그러나 거기서 기이한 수련을 쌓으면 쌓을수록 우리의 육신은 사라져 버렸다. 떠날 때는 공처럼 동글동글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피골이 상접해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닮아 가고 있었다. 서로 비슷비슷한 그림자로 변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우리를 조금씩 제거해 나갔다. 몇 명 정도 없어져도즉시 다른 몇 명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고 표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똑같은 실루엣에 똑같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얼굴들이 수용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아니었다. 하나의 종(種)에 불과했다. - P90
나를 희생자로 만든 것은 증오나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감정이아니라 타인들이 느낀 두려움, 그것이 가장 컸다. 바로 그 두려움이 어떤 사람들의 목을 졸랐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형리들의 손에넘긴 것이다. 그리고 형리들, 예전에는 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던그들 역시 바로 이 두려움 때문에 괴물로 변해 그들 안에 들어 있던악의 싹을 틔우고 꽃을 만발하게 피운 것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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