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19
박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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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잠


그해 우리는
서로의 섣부름이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고
함께 마주하던 졸음이었습니다.


남들이 하고 사는 일들은
우리도 다 하고 살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발을 툭툭 건드리던 발이었다가
화음도 없는 노래를 부르는 입이었다가

고개를 돌려 마르지 않은
새 녘을 바라보는 기대였다가

잠에 든 것도 잊고
다시 눈을 감는 선잠이었습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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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마와 아니무스 분석심리학의 탐구 2
이부영 지음 / 한길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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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책들을 읽어가면서 새롭게 보이는 나를 발견하고 마음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런과정들이 참 좋은 거 같다.

무의식의 심층에는 또한 자아의식과 무의식을 모두 포괄한 전체정신의 중심핵이 있다. 이것을 융은 자기자신(己, Selbst, Self)이라했다. ‘자기란 그 사람이 지닌 전체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그의 삶의 목표이다. ‘자아‘ 가 페르조나를 구분하고 이 전체정신의 중심인 ‘자기‘ 로 향해 가도록 되어 있는 것이 인간심성의 원초적조건이다. 자아가 ‘자기 로 향해 가는 것, 다시 말해 전체가 되는 것은 자아가 무의식을 적극적으로 의식화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을 융은 자기실현 또는 개성화라 불렀다. 그 무의식의 의식화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적 무의식의 내용과 집단적 무의식의 내용을 인식하게 된다. 무의식은 항상 전체가 되고자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의식의 발전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면 무의식은 이에 대해서 항상 보상작용을 함으로써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자기실현의 과정은 인간이면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선험적 조건이다. 특히 아니마 · 아니무스는 남녀 의식의 일방성을 보상한다.
- P33

아니무스가 부정적인 양상을 띠고 부정적 아니마를 자극하는 것은의식된 내면의 성찰, 착상기능으로 안으로 향해야 될 아니무스가 밖으로 의견제시를 함으로써 아니무스의 외향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융은 지적한다. 아니무스는 본래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에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아니무스의 외향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니무스 의견을 표현시키는 것만을 권장하는 것으로는 오히려 아니무스의 외향화를 촉진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의견의 동기와 배경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는 모두 내면에 속하는 것인데 이것을 밖으로 돌리는 성향이 아니마 · 아니무스의 인식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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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야상곡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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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친구를 찾아 인도에 도착한 주인공.
사비에르를 찾는 여행은 곧 자기자신을 찾는 여정이 된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어요. 정말로요.
당신의 그 사진하고 약간은 닮았어요. 확대는맥락을 변조하지요. 사물은 멀리서 봐야 해요. 선택된 부분은 신중히 보시기 바랍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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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의 보고서
필립 클로델 지음, 이희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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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덱은 나치 수용소에서 개처럼 굴면서 목숨을 부지했다. 그리고 살아서 고향에 도착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속의 지옥을 다시 맞이하게 된다. 브로덱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다시 개로 살 것인가 아니면 떠나야할 것인가.
무엇인가는 선택해야 한다.

나는 내 인생에 걸맞은 재목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무슨 뜻이냐 하면, 그릇에 비해 삶이 너무 커서 사방으로 넘쳐나고 나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크게 재단된 삶이라서 그안이 너무 많은 것, 너무 많은 사건, 너무 많은 역경, 너무 많은 균열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나의 잘못일까? 내가 사람답게 살 줄 모르는 것일까?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것일까?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자르고 벗기고 짓이기고토막을 낸 나머지, 이를테면 쓸데없는 잉여 목숨을 내다 버리는 커다란 깔때기의 형상을 한 이 시대의 잘못일지도 모른다. 이따금 머리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 같다. 화약을 잔뜩 쑤셔 넣은 유탄처럼.
- P51

이제 나는 젊은 양반이 아니었다. 수용소에서 수백 살을 먹고늙어 버렸다. 이 점에 대해서 여러 차례 생각해 봤다. 그러나 거기서 기이한 수련을 쌓으면 쌓을수록 우리의 육신은 사라져 버렸다.
떠날 때는 공처럼 동글동글한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피골이 상접해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닮아 가고 있었다. 서로 비슷비슷한 그림자로 변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매일매일 우리를 조금씩 제거해 나갔다. 몇 명 정도 없어져도즉시 다른 몇 명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고 표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똑같은 실루엣에 똑같이 앙상하게 뼈만 남은 얼굴들이 수용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우리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아니었다. 하나의 종(種)에 불과했다.
- P90

나를 희생자로 만든 것은 증오나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감정이아니라 타인들이 느낀 두려움, 그것이 가장 컸다. 바로 그 두려움이 어떤 사람들의 목을 졸랐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형리들의 손에넘긴 것이다. 그리고 형리들, 예전에는 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던그들 역시 바로 이 두려움 때문에 괴물로 변해 그들 안에 들어 있던악의 싹을 틔우고 꽃을 만발하게 피운 것이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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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이별하다 - 무의식의 깊은 잠을 깨우는 융 심리학
D. 스티븐슨 본드 지음, 최규은 옮김 / 예문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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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본적인 융에 대한 이해력이 없다면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진정 이 책을 다 이해 한다면 한 단계를 넘어선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재미있게 썼다면 정말 좋았겠다.

내 삶은 무의식의 자기실현에 관한 한 편의 이야기다. 무의식에 속한 모든것은 밖으로 드러나길 갈구한다. 인격 역시 무의식적 조건으로부터 진화해나가 스스로를 온전한 전체로 경험하고 싶어 한다. 내 안에서 이와 같은성장 과정을 추적하는 데 과학의 언어를 사용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나 자신을 과학적 문제로서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면의 시각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보편적 형태 속에 비치는 인간의 모습은 오직 신화를 통해서만 표현될 수 있다. 신화는 과학에 비해 보다 개인적인 속성을 띠며 보다 정확하게 삶을 표현해낸다.
- 칼 융, <기억, 꿈, 회상>중에서 - P117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의식과 인격의관계다. 마음속 깊은 속에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바에 따르면의식은 부분이며 인격은 전체다. 이러한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일컬어융은 개체화‘라 명명했다.
 다시 말해 ‘자아‘ 와 상위의 자기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의 축이라 규정한 것이다. 신화의 기능은 바로 이러한 관계의 패턴을 보여주는 데 있다. 중추적 신화‘가 없으면 패턴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 없을뿐더러 부분과 전체가 서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정신의 공정, 정신의 작업 즉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을회복하는 정신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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