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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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

타인의 손에 이마를 맡기고 있을 때
나는 조금 선량해지는 것 같아
너의 양쪽 손으로 이어진
이마와 이마의 아득한 뒤편을
나는 눈을 감고 걸어가보았다.

이마의 크기가
손바닥의 크기와 비슷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난한 나의 이마가 부끄러워
뺨 대신 이마를 가리고 웃곤 했는데

세밑의 흰 밤이었다.
어둡게 앓다가 문득 일어나
벙어리처럼 울었다.

내가 오른팔을 이마에 얹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자세 때문이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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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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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나 지금이나 자기만의 조용한 공간은 필요하다.
완전한 인간으로써 고요한 고독을 느낄 공간말이다.

또 교회 안에서 울리던 오르간 소리와 도서관의닫힌 문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이 쾅 닫힐 때얼마나 불쾌했는지도 떠올렸지요. 잠긴 문 안쪽에 있는 것이 어쩌면 더 나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쪽 성(性)의 안정과 성공, 한쪽 성의 가난과 불안정, 전통이 미치는 영향과 결핍된 전통이 작가에게 미치는 여파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이제 하루 동안 있었던 논쟁과 각인된 인상, 분노와 웃음 같은 하루의 쭈글쭈글한 껍질을 둘둘 말아서 울타리 너머로 던져버릴 시간이라고 생각했지요. 수많은 별이 하늘의 푸른 사막 위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남겨진 것 같았습니다. - P64

문명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이건 간에, 거울은 거칠고 영웅적인 행위 전반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바로 이 때문에 나폴레옹과 무솔리니는 둘 다 여성의 열등함을 그토록 단호하게 강조했던 것입니다. 만약 여성이 열등하지 않다면, 남성을 확대해 보여 주는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는 왜 여성이 남성에게 그토록 빈번하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인지를 일부 설명해 줍니다. 또한 왜 남성이 여성의 비평을 받는 상황에 놓이면그토록 불안해하는지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즉, 여성이 남성에게 이 책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거나 이 그림은 인상적이지못하다는 등 비평을 내놓을 때마다, 남성이 같은 의견을 내놓는경우보다 훨씬 더 큰 고통과 분노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여성이 진실을 말하기 시작할 때면, 거울 속 남성의 형상은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그의 생명력이 줄어들 테니까요. 하지만 아침과 저녁 적어도 하루에 두 번씩 실제 자신보다두 배는 더 큰 모습을 보지 않고서, 어떻게 남성이 계속해서 판결을 내리고, 원주민을 문명화하고, 법을 만들고, 책을 쓰며, 화려한 옷을 입고, 연회에서 연설을 할 수 있겠어요?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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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을 하나 늘릴 순 없어
4인용 식탁을 하나 다 사서
좀 더 좁아지지만
거실에 뒀어요
어떤 공간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봤어요 ㅎㅎ

몽이엉덩이 2021-02-13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그것도 한 방법이네요.
 
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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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의 악마같은 알렉스에게 다시 죄를 짓지 않은 착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는 루드비코 요법을 시행하는 국가는 또다른 범죄조직이 아닐까.

 "그 요법은 아직까지 사용된 적이 없어, 이 교도소에서도 말이야. 6655321번아, ‘그분‘ 당신도그것에 대해 깊이 회의하시거든. 나도 그 회의에 공감을한다고 말해야겠구나, 문제는 그 요법이 과연 진짜로 사람을 선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지, 선함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란다. 6655321번아. 선함이란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어떤 것이야. 선택할 수 없을 때는 진정한 인간이 될 수가 없는 거야."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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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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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특별한 책을 만났다.
낮설고 무한한.
미국 이민자인 스티브의 너무 무서운 어린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
sf라지만 내가 읽기엔 밤새도록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현실인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미친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의 미로에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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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1-25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ㅋㅋㅋ 제가 알기로 몽이엉덩이 님의 두번째 리뷰인 거 같은데요.
참 기발한 아이디어였습지요.
김희선은 계속 장편만 써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단편보다는 이 책이 훨 좋았습니다만, 제가 걍 아마추어라서요. <골든 에이지>는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고, <죽음이 너희를....>은 분량이 너무 적어서 구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김희선에 대해 수다 좀 떨었습니다. 이이를 좋아하는 분을 만나기 쉽지 않아서요. ^^;;

몽이엉덩이 2021-01-26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희선 작가의 완전 찐팬이시군요.
전 이 책이 처음이라 아직 다른 책은 못 읽었습니다. 중간까지 속도가 안나더니 마지막까지 읽어야하는 책이더군요.
저는 최진영 작가 팬입니다.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 생각의 동반자, 소크라테스와 함께하는 철학 수업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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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기전에 먼저 읽으면 좋은 책

"생각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
- P87

철학의 입장에서 엄밀하게 따져보면 보편적인 것은 드물다. 철학자에따라서는 보편적인 것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보편적인 것을 찾는 데 성공하는지가 아니다. 
철학적 사고방식에서는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관점과 그 실천 자체가 중요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다른 경우, 아직 경험하지 않은 일까지 고려하는 태도가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시야를 저 먼 미래를 포함한 우주적 규모로 넓히는 연습을 함으로써 보편적인 것도 아닌데 ‘보편인 척 하며 우리삶을 괴롭히는 생각을 가려낼 수 있다. 
자신만의 특수함을 보편적인 것으로 오해해 모두가 자신처럼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이 보는세상은 얼마나 속 터지고 화가 날 것인가? 반대로 그동안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삶 속에 자신을 끼워 넣으려 노력했지만 그것이 거짓 보편이었다면 어떨까? 또한 내가 누구라도 이럴 거야.‘라는 이유로 슬그머니 생각하기를 놓아버린 문제들이 정말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것이었을까?
일상에서 익숙한 일은 대개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익숙한 것은 오랫동안 접해왔던 것뿐이지그것이 꼭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그 익숙함이 보편적으로 "옳은 것"으로 간주된다면 거짓보편은 많은 사람들을 억압하는 굴레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규칙인데, 절대 바꿀 수 없고 꼭 그래야 하는 법칙이라고 생각되면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해버리게 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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