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다면 왜 이 극단적인 은둔의 실험을 고독하지만 모자람 없고완전한 생활로 바꿔놓은 다음에, 왜 갑작스럽게 내가 외로워야 하는가? 무엇에 대한 외로움인가?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이다. 엄격한 생활 태도를 누그러뜨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제하고 있던욕망을 원상태로 되돌린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정확히 무엇에 대한외로움인가? 간단하다. 내가 혐오감을 갖게 된 것에 대한 외로움이다. 내가 등을 돌렸던 것에 대한 외로움이다. 삶에 대한 외로움이다.
삶의 번잡함에 대한 외로움인 것이다. - P90

소포클레스에게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자신과 같이 위대한 재능을 갖지 못한 인간에게는 전혀 무용지물인 생각 말이다. 그건 운명이라는 게 얼마나 겹치고 겹쳐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가…………… 혹은 운명에서 도망칠수 없게 될 때 그것이 얼마나 우연에 의한 것인가 따위의 생각이었다. - P2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행복한 질문 - What is Your Wish?
오나리 유코 글.그림, 김미대 옮김 / 북극곰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원을 함께 걷다가 당신이 뒤돌아보니까
내가 커다란 나무로 변한거야
말하는 여자나무가 된거지.

음.... 그렇다면
이 집을 팔고 그 나무 옆에 텐트를 치고 살꺼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옷을 가지마다 걸어줄께
내가 나무를 좀 타는 편이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씹고, 삼키고, 우물거리는 동안 내 창자와 내 간,
심장과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라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
<김애란 칼자국 중> - P29

십대: 이쁘다고 말해 주고 싶다, 너에게. 그때 그불만투성이의 노여움과 서러움으로 가득한 내 눈빛을 보고 이쁘다고 해 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때문에 더더욱.
<김소연 마음사전 중> - P55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 깊이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외할머니는 어땠을까, 외할머니는 자신의 죽음을 고민해 본 적 있을까. 우리는 왜 이 주제를 한번도 나누지 못했을까. - P63

나는 종현의 부재를 안다. 그리하여 종현이 영원으로 존재한다는 것도 안다.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몸으로 아는 감정이 있다. 종현은 없지만 종현의 목소리를계속 들을 수 있는 기적에 대해 나는 자주 감격한다.
그는 정말 찾으면 볼 수 있는 곳에, 들을 수 있는 곳에여전히 있다. 내 마음에는 할머니 무덤도 있고, 아빠무덤도 있고, 종현의 무덤도 있다. 살아 있는 일은 마음에 그렇게 몇 번이고 무덤을 만드는 일임을, 슬픔은 그 모든 일을 대표하는 감정이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 P85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김언수 캐비닛> - P97

나도 한때는 사람 돌보는 거나 동물 돌보는 거나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 사람을 키운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이다. 우리는 그 아이가 무언가가 되어 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부 잘하는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 돈 잘 버는 사람,
꼭 그런 게 아니라도 보통의 시민으로 제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그렇기에 때론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동물은 그렇지 않다. 그저 내 곁에 있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이대로, 매일매일 똑같기를 기대한다는 점에서 동물을 돌본다는 것은 현재지향적이다.
<김화수 냥그냥글 책방 중> - P110

저자는 조언한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준비가 안된 사람‘ 혹은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
이 아니라 ‘아이가 없는 인생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거라고, 자신을 상황의 희생자로 여기는 대신 지금처럼 아이가 없는 상태로 살게 되기까지 삶의 여정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우리 사회에는 아이를낳지 않으면 자녀 양육에 따르는 귀중한 경험의 ‘기회를놓친다‘는 경고 메시지가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인생이 제공하는 모든 경험을 전부 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경험을 선택하고, 놓친 경험에는 크게 마음 쓰지 않고 넘긴 수 있어야 한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불안할 땐 뇌과학 - 불안하고 걱정하고 예민한 나를 위한 최적의 뇌과학 처방전 쓸모 많은 뇌과학
캐서린 피트먼.엘리자베스 칼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라면 당신이 거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는지 인식하고 그 해석을 수정할 여지가 있는지 고려해보라. 이렇게 하여 당신은 피질이 일으키는 정서 반응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해석을 바꾸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런 해석은 흔히당신이 겪은 과거 경험과 예측을 근거로 내려지기 때문이다. 또 어떤상황을 충분히 생각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을 확인하는 데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당신이 그런 정서 반응을 언제나바꾸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그런 반응이 적합하거나 유용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피질의 해석을 바꿀 수도 있다는사실은 불안을 줄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 P229

불안은 오로지 우리 삶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만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피질의 ‘예측 능력‘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고, 웬만하면 벌어지지도 않을 사건을 떠올리면서 불안해할 수 있다.
근심 걱정은 결국 벌어질지도 모르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지레짐작이다. 앞서 언급했듯 근심 걱정은 이미지나 생각을 수반하고, 예측되(하지만 실제로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미래의 어려움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려고 미리 생각하는 과정이다. 역설적이게도 발생하지않을 수도 있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불안이라는 불씨에기름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엄청난 고통을 가져온다. 19세기정치인이자 과학자 존 러벅이 언급했듯 "종일 걱정만 하는 것은 한주 내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사람 진을 빼놓는다." - P237

하지만 다른 잠재적 결과를 고려하고 예측하면서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능력은 양날의 검이다. 이 능력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것을 도우면서, 우리가 마감 기한을 지키고 제때 저녁을 준비하고, 경력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하지만 예측과 의사 결정이 자꾸만 근심 걱정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곤란하다. 그러면 주로 잠재적인 부정적 결과에 집중하게 되고 가능성이 무척 적은 일을 상상하거나 생각하면서 번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걱정이 우반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피하기 위해 좌반구의 언어 처리를 사용하려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컴튼 등 2008). - P237

인지 분리는 무척 강력한 인지 재구성 기법이다. 이 방식은 당신의 생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막연한 ‘의식의 흐름‘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일찍이 토마스 아퀴나스는 머릿속에 멋대로 떠오르는 생각을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새들에비유했다. 그 새들을 당신 마음대로 포획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생각들 또한 당신이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그러니 제멋대로 떠오르는 생각을 날아가는 새 떼 정도로 여기면서 그냥 내버려두라. 그러나그 새가 당신의 머리 위에다 배설물을 떨어뜨린다면 그때는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다시 말해 그런 생각이 객관적 현실로 나타난다면그때는 적극 대응하라는 것이다. - P259

피질을 하나의 케이블 텔레비전이라고 상상해보자. 채널이 수백개나 있음에도 당신은 특정 종류의 불안 채널에 붙잡혀 거길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유감스럽게도 이 채널이 당신의 선호 채널이다. 당신은 스스로 깨닫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불안을 일으키는 생각과 이미지에 집중한다. - P265

불안의 위력은 대부분 불안을 멈추기 위해 벌이는 지속적인 투쟁에서 비롯된다. 불안은 그렇게 하여 당신의 삶에 엄청난 통제권을행사하려 한다. 불안 경험을 마주할 때 그것이 그저 스스로 지나갈것을 알고 그냥 받아들이면 실제로는 더 빠르게 지나간다. 불안에 대해 걱정하면서 어떻게든 없애려는 반응을 보이면 오히려 불안을 이어가게 하므로 그렇게 하지 말라. 불안으로 인한 불편함은 불안과 싸우며 그 불안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데서 비롯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불안 통제 시도를 포기하면 실제로 뇌를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마음챙김 및 명상을 하는 사람들 뇌에는 놀라운변화가 일어난다. 현재 순간의 불안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자이단 등 2013), 대뇌피질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경험하여 불안에 대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 마음챙김을 경험한 사람들은 편도체 반응이 변한게 아니라 피질이 편도체의 반응에 휘말리지 않게 되었다고 이해한다. - P2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시인선 151
이규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음 조각

-축제는 축제를 견디려 종일 서 있었다
잠시 그들의 일부가 되어주기로 하였으므로
음악이 흐르고
불빛이 내리고
나는 잘 죽어야 한다
하루를 사는 일
이건 녹지 않으려 안간힘 쓰던 저들 삶과 얼마나 다를까
잠시를 영원으로 아는 사람 눈먼 사람 말이네
모든 날들인 하루
그래 하루라는 건 결코 허한 시간이 아닌 거야
부재하고 싶었어 멸하고 싶었어 저 실상으로부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목이 가늘어지지만
나는 서서히 사라져야 한다
어떻게 죽는 방식이 사는 이유가 되었니
카펫을 적시며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적막을
투명하다는 건 힘이 될 수 없지만
어떤 패도 지킬 수가 없지만
버티어온 힘으로
그러니 다시 고쳐서 말해보자
죽음이 이미 거기
있었으모로. - P19

역류성 식도염

뭔가 하면 할수록 비천해갔다
밤의 이야기들은 어디에서 역류하였을까
누추한 일은
사라지지 않고 남으려는 몸
물이 물 아닌 시름
내 슬픔의 경로는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일인데
살아 자주 역류했다.
당신이
관념이
아름다움이
세상모르고 거기 있을 때
서러운 풍경은 모이거나 흩어졌고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문과 문 사이에서 앞날을 흔들어보기도 했으나
거꾸로 서서 내일을 본 적 있니
웃어본 적 있니
물구나무서서 보는 일은 좀 괜찮았는데
무언가 잘 안 되어 생이 다른 쪽으로 돌아갔다면
모쪼록
이것도 역설의 방식이라 하면 안 될까
나도 내가 아닌 곳으로 흐른 때가 많았으니
너우 오래되었다면 그리 두어라
긴 밤이여 솟구쳐 흘러라 - P27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깜짝 눈길을 때 연두와 눈물 때 연두가 같지 않고
조금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지 않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가 있었음과 당신의 없었음은
또 어떻게 말할까
늦은 오후에 후둑 비 떨어진다
비와 비
그 사이가 바로 연두
말하려다 만다
연두를 설명할 수 없었던 일처럼
사랑도 그러했는데
다 듣고는 믿지 않을 거면서
당신들은 말하라 말하라 다그친다
설명하라 한다
할수록 점점 다른 뜻이 되어가는
절망 배신 희생 죽음 따위와 뭐가 달라
그들 생애엔 순간을 포함하지 않았으리
비루하지도 않았으리
연두가 어떻게 제 변화를 설명할 수 있겠는지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마음이 있어도 마음이 영 옮기지 못하는
그 결별들을 다 어떻게 - P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