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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체험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2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모든 일에 아직은 어린아이 같은 버드라는 별명을 가진 이 남자에게 괴물이라고 부르게 되는 기형의 아이가 태어난다.
버드는 이 아기를 한편으로는 부끄러워하고, 부정하고 싶어하고, 이런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한다.
이런 정말 개인적인 체험을 아주 세밀하게 몰입감 있게 읽게된다.
사실 중간까지 읽는데 힘이 들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이래서 노벨상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보다 글을 더 잘 썼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인 체험 중에도 혼자서 그 체험의 동굴을 자꾸 나아가다 보면, 마침내 인간 일반에 관련된 진실의 전망이 열리는 샛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런 체험이 있지? 그런 경우, 어쨌든 고통스런개인에게는 고통 뒤의 열매가 주어지는 것이고, 흑암의 동굴에서괴로운 경험을 했지만 땅 위로 나올 수가 있음과 동시에 금화 주머니를 손에 넣었던 톰 소여처럼! 그런데 지금 내가 개인적으로체험하고 있는 고역이란 놈은 다른 어떤 인간 세계로부터도 고립되어 있는 자기 혼자만의 수혈(竪穴)을 절망적으로 깊숙이 파들어 가는 것에 불과해. 같은 암흑 속 동굴에서 고통스레 땀을 흘리지만 나의 체험으로부터는 인간적인 의미의 단 한 조각도 만들어 지지 않지. 불모의, 수치스러울 따름인 지긋지긋한 웅덩이 파기 야. 나의 톰 소여는 끝없이 깊은 수혈 밑바닥에서 미쳐 버릴지도몰라."
"아뇨, 저는 여러 번 도망치려 했었어요, 거의 도망쳐 버릴 뻔했었죠" 하고 버드는 말했다. 그러고는 자기도 모르게 원망스러움을 억누르는 듯한 음성이 되어 "하지만 이 현실의 삶을 살아 낸다고 하는 것은 결국 정통적으로 살도록 강요당하는 것인 모양이네요. 기만의 올무에 걸려 버릴 작정을 하고 있는데도 어느 샌가 그것을 거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그런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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