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인생 위에 언제나 하늘 한 조각은 지니고 있도록 애써보게 -<스완의 집 쪽으로>˝이 소설의 도입부에서 르그랑댕 씨는 화자에게 위와 같은 값진 충고를 해준다. 문학적 기지를 지닌 엔지니어인 그는 이 어린 주인공을 이제 막 만났을 뿐이지만 이미 그에게서 예술가의 천성을 간파하고, 자신의 `고매한 정신‘을 간직하려면 난폭한 현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엄명한다. 이처럼 그가 이 어린 주인공에게 제안한 것은 바로 상상의 세계로 향한 문을 열어두라는 것이었다 .... 이 세계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전권에 걸쳐, 정신적인 삶이 아니라 사적인 삶을 탐구하는 글쓰기를 통해 구성된다. 프루스트는 독자에게 이 세계를 느끼게 하길 원했고 그 세계를 묘사하는 대신 `번역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제5장 상상의 세계 중 -줄리아 크리스테바>이제껏 프루스트에 대해 읽은 책중에서는 좀쉬운 책은 아니다. 나는 유예진의 <프루스트의 화가들>이 더 좋았던거 같다.
일본소설을 읽고 눈물이 날 뻔한 책은 처음이다.이유없는 살인을 당한 당사자도 불행하지만,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야하면, 가해자의 가족들은 어떻게 속죄하며 살아야 하는지.그리고 가해자인 당사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이 책에는 너무나 많은 질문을 한다.우리가 직접 당해보지 않아 정말 어떤것이 정답일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처럼 무서운 사건들이 많은 세상에 결코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책이다.모든 의심에서 풀려난 다카시가 오랜만에 조카를 만나는 장면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다카시의 죽음을 예상해서그랬나.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소용돌이속에 인물들은 끌려다니게 된다.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이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는 차르가 물러나게되고, 볼세비키혁명이 일어나고, 영국은 전쟁직후 여자의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이런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쟁중에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거나, 전쟁 후 사회개혁을 원하는 혁명자가 되기도 한다.전쟁에 휘둘린 참혹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해준다.
˝대령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던 게 저한테는 커다란 차이를 만들었어요. 누구든지 배울 수 있는 것 말고(옷을 멋지게 입는다거나 제대로 말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지요), 정말로, 진실로 숙녀와 꽃파는 소녀의 차이는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접을 받느냐에 달렸죠. 저는 히긴스 교수님께서는 언제나 꽃 파는 소녀일 거예요. 왜냐하면 그 분은 저를 언제나 꽃 파는 소녀로 대하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령님께는 숙녀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대령님은 저를 언제나 숙녀로 대해 주셨고, 앞으로도 그럴실 거니까요.˝리자를 꽃파는 소녀에서 우아한 공작부인으로 만들었지만, 정작 히긴스 교수는 지위도 높고, 권위도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지도 않는 태도를 보고 리자가 결혼상대로 생각하지 않은 점은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일단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의 다섯 가문이 얽히면서 전쟁은 시작된다.1편에서는 1916년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그런데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귀족여인으로 여성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모드와 모드집안의 탄광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동생을 둔 에설이 모드를 도와 전쟁중 힘든 부인과 자식들을 돕는 일을 독립적으로 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후반에 전쟁이야기들이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들을 좋아라한다.2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