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앤드 밸리 - 절망의 골짜기에서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라
스펜서 존슨 지음, 김유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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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펜서 존슨, 그가 오늘 치즈를 버리고 산에 올랐다!

  세상이 깊은 골짜기에 빠졌다. 십 년 전에는 우리만 빠졌는데, 이번엔 세계가 몽땅 빠져버렸다. 불황, 실업, 소비위축, 자살...아홉시 뉴스엔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넘쳐나고, 어디를 가도 사람들 표정은 굳어 있다. 힘을 내보려 애를 쓰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누구에게 원망해야 할이지 조차 모르겠다. 두려움이라는 짙은 안개가 세상을 드리우고 있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 우리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갑작스런 ‘부재不在의 고통’에 빠져 있을 때 격려해 준 책이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Who moved my cheese?> 책이었는데, 주인공 쥐 허를 통해 치즈(내가 가지고 있던 소주한 것들)'를 상실하게 된다면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리는데, 이 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모습들과 지혜들을 제시해 줘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 그가 올 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인을 위해 또 다시 책을 냈다. 2009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신작이다. <피크 앤 밸리 Peaks and valleys>- 절망의 골짜기에서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라 이다. 

 

"직장생활이든 인생이든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다.”

  스펜서 존슨은 지금의 위기를 ‘골짜기’로 바라보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라...우리의 심장 박동 그래프가 닮았고, 기분의 변화표를 닮았고, 주식 도표가 그렇다. 스펜서 존슨은 우리의 인생살이를 무한하게 많은 산에 오르는 것으로 보았고, 세계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는 지금 골짜기에 서 있다고 생각했다. 산은 피크(정상)과 밸리(골짜기)갖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는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우리 인생의 전성기와 침체기와 같다. 나의 하루 기분이 수없이 변했듯이 우리 인생의 기복도 변화가 심하다. 산이라는 인생에서 골짜기란 바닥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장소다. 더 이하는 없다. 이제 올라가는 길 뿐이다.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면 된다. 하지만 인생이 오르막과 내리막만 있다면...너무 괴롭지 않을까? 오르막에서 영원히 있을 수는 없을까?

  오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 순간을 빼고는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웃고, 즐거웠다면 그 사람은 미친 사람일 것이다. 괴로운 때가 있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슬플 때가 있어 기쁠 때를 아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기복을 갖고 있다. 마치 산의 모양처럼. 그렇다면 산의 정상은 가장 뾰족하지 않던가? 그럼 기쁨의 순간은 잠시라는 것인가? 그 순간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 책은 그 답을 던지고 있다. 인생의 절정과 나락은 산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 성공에 도취되어 저지르는 실수는 내일을 불행을 초래하고, 오늘 시련에 슬기롭게 대처하면 내일의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했을 때, 기쁠 때, 행복할 때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나쁜 시기에 빠질 위험을 줄인다. 정상에서 오만하지 않고, 안일하지 않으면 그 정상을 오래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침체기에 빠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골짜기는 산의 부분인 것처럼 지금의 위기는 내 역사에 있어서 짧은 순간이다. 언젠가는 벗어난다. 하지만 마냥 두려워 한다면 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현실과 친해져라. 현실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지 말아라.” 현실을 파악하고 침체기에 빠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두려움에서 벗어나 다른 봉우리(현실에 맞는 미래)를 바라보고 첫 발을 내딛어 길을 나서는 것만이 골짜기를 벗어나는 방법이다.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 할 말들이다. 하지만 읽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못했지도 모르는 진리같은 말이었다. 

  이 주전 주말, 그녀와 함께 청계산을 올랐다. 봄기운을 만끽하기는 등산만한 것이 없을 거라며 전날 밤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오른 터라 사전지식도 준비도 없이 결정한 일이었다. 처음 올라간 청계산淸溪山은 ‘천계단千階段’ 이었다. 흙을 밟고, 바위를 밟은 기억은 없고, 계단만 천여 백개를 오른 것 같았다. 혼자 올랐다면 그만 포기하고 내려오고 싶었던 마음이 수십 번은 들었다. 둔턱마다 서서,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기를 얼마나 했던가? 마침내 망경대에 도착했을 때 땀을 식혀주는 듯 부는 봄바람은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골짜기 아래 평지에서든, 그 중간이든 사람들은 산을 보는 눈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나 산이 정상이 있는 뾰족한 삼각의 모양인 것을 안다. 하지만 오르지 않는다면 그 정상에 설 수 없다. 아무런 준비가 없다면 정상에 오르기도 힘들다. 정상을 오르려거든 처음부터 장비를 챙기고, 일기예보를 듣고, 식량을 준비해서 올라야 한다. 내게 주어진 현실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이 산에 오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물론 끝까지 오를 체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나는 청계산을 오른 다음날부터 일주일동안 근육통에 시달렸다).

  저자는 고통과 기쁨, 슬픔과 성공, 추락과 상승은 반복되므로 지금 골짜기라고 해서 허둥지둥 거리지 말라고 말한다. 산을 오르내리듯 인상의 싸이클에 몸을 맡기고, 침체기인 지금 현실을 직시해 기회를 찾고, 다가올 전성기를 준비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십 년전 IMF때 직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산’에 올라 다시 기운을 얻었다는 말이 새롭게 들렸다. 아마 그들에게 산이 그렇게 격려했을 것 같았다. 자기계발서를 읽는 목적은 남이 구한 답을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데 있다. 이 책은 내게 두려워 말고, 긴장을 풀고 좀 쉬기를 권하는 것 같았다. 한결 편해진 기분, 묘했다. 산을 좋아한다면 산 중턱에서, 정상에서 읽는다면 그 뜻을 더 깊이 새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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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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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범인이 밝혀진 추리소설. 이것이 독자들이 열광하는 이유?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된다. “에게, 그럼 재미없어서 어떻게 읽어?”라 생각이 들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범인을 알면 추리소설은 끝장난다는 내 편견, “스릴러는 영화로도 충분하다.”는 생각마저 무너뜨린 소설이 있다. 스릴러 영화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맛이 있더란 말이다. 하긴 출간하는 작품마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이니 두 말 하면 입아프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소설, 악의惡意를 읽었다.

 

  어느 날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처음 사체를 발견한 사람은 결혼한 지 막 한 달이 된 아내와 피해자의 가장 친한 친구. 목격자이자 용의자가 된 두 사람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사건을 추적하다 목격자중 한사람, 동화작가인 친구를 유력한 용의지로 지목, 추궁 끝에 자백을 받는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라면 정통추리소설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짐작할 수 있는 뻔한 내용, 뻔한 결말이다. 하지만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노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왜 죽였을까? 어떻게 죽였을까? 형사와 범죄자의 불꽃튀는 머리싸움을 지켜보기는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이다.

 

 

  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곧 영화로도 개봉되는 ‘용의자 X의 헌신’이다. 물리학과 교수와 천재 수학자의 치열한 머리싸움을 지켜보다 그 매력에 빠져 저자의 전작을 만난 소설이 악의였다. 그래서인지 두 작품은 묘하게 닮은 데가 있다. 범인이 빨리 드러난 점, 불륜코드가 섞여 있는 점, 범상치 않은 지능을 가진 두 사람의 공방전, 사건의 내용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반전 등 아직 제대로 파악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풍의 사건전개방식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는 '메이드 인 재팬‘의 냄새가 확연하다는 것. 노총각의 때늦은 사랑, 학교에 만연한 왕따문제, 노숙자문제등 현재 일본에 만연하고 있는 사회문제들은 일본에서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사회문제양상들이 소설속에 제대로 녹아 들어 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읽었을 때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라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도 이런 사건들이 심상치 않게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특히 작가라는 직업 세계에 주목했다. 범인의 자백과 사건경위서 그리고 형사의 일지까지 스토리의 진행방식 역시 서로 번갈아가며 글로써 나타낸 점도 독특하다. 이 점이 사건을 전모를 흐리게 한 시발이 되고, 또 한편으로는 결정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제시된다. 우리의 현실에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범인이 자백을 했다면 ‘옳다쿠나’하고 종결지어야 할진대, 소설 속의 형사는 그 점을 물고 늘어진다. 가가형사의 이 집요함은 “현상에는 항상 논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일본 드라마 갈릴레오 박사를 생각나게 했다.  ‘충동에 의한 우발적 살인’은 ‘치밀한 계획에 의해 주도된 살인’임을 입증하게 된다. 같은 살인자이지만 한 순간의 실수를 할 수 있는 인간의 우발성을 내세워 일말의 동정을 얻을 수 있었던 가해자는 형사의 논리적이고 집요한 수사 끝에 ‘희대의 살인자’의 전모를 밝혀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속에서 ‘살인사건’이라는 현상은 종결은 언젠가는 이뤄지겠지만, 사건의 진실은 과연 얼만큼 밝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살인을 당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자백에 의해 선과 악의 줄타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죄질에 의한 형량을 떠나 ‘진실’을 밝히는 것이 형사의 도리라면, 살인의 원인을 끝까지 추적함으로서 억울한 망자亡者의 한을 풀어주는 가가형사같은 진짜배기 형사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현실에서도 과연 그렇게 집요하게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일까? 생각하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살인자의 심리 즉, 인간의 잔혹한 면에 주목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 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통쾌하기 보다는 씁쓸한 여운이 항상 느껴진다. 한편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스트라이터와 비슷하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절대로 혼자서 쓰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해 보면 이럴 것 같다. 자신의 러프한 초고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누군가 초고의 허점들을 일일이 짚어낸다. 그다음 피드백으로 수정을 거듭해가며 소설을 쓰는 것만 같다. 러프한 초고는 현상에 보이는 사건의 모습이고, 허점은 바로 형사의 시선이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토리는 물흐르듯 진행되고, 스토리는 점점 탄탄해져갈 수 있도록 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고는 작가가 '지킬 과 하이드'가 아니고서는 전혀 상반된 양극의 심리를 이렇게 치밀하게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정말로 그가 혼자서 글을 써내려 갔다면 무서우리만치 놀라운 소설가가 아닐 수 없다.

 

  대단한 추리소설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늪에 허리만큼 빠져버린 기분이 든다.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의 나는 지금,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구성된 일본 드라마 <갈릴레오>를 보고 있다. 그가 쓴 작품들이라면 모두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2009년 4월의 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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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웨이>를 리뷰해주세요.
리더스 웨이 - 세계는 지금 새로운 리더를 요구한다
달라이 라마, 라우렌드 판 덴 마위젠베르흐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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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세상을 이롭게 할 '비즈니스 리더십'을 말하다

 

  시장에서 손님과 장사꾼은 흥정을 하고 있다. 좀 더 깎자는 손님과 그럼 하나도 안남는다고 버티는 장사꾼. 결국은 약간의 덤을 주면서 이렇게 말하며 흥정을 맺는다.“이러면 밑지고 파는 거에요, 정말이에요, 손님.” 돌아서면서 손님들은 “하여튼 장사꾼은 모두가 거짓말쟁이”라고 말한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그 거짓말쟁이 장사꾼을 다시 찾아간다. 정말 밑지고 판 것을 안 건지, 다른 장사꾼보다는 덜 거짓말을 한 지는 모른다. 어쩌면 한 웅큼의 덤 때문인지도 모른다. 늘 욕먹으면서도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장사꾼은 고개를 깊이 숙인다. 

  우리나라의 상업은 사농공상 중 맨 꼴지였다. 흥정 붙고, 속인다는 이유였다. 장사꾼이 종교를 믿는 것도 우습다고 여겼다. 한편으론 종교를 믿고 사죄 받아야 매주 새로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냐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에서 말하는 ‘부가가치’는 때로 ‘부당한 이익’으로 불린다. 아무렴 어떠랴. 소비자가 그렇다는데... 거짓말쟁이로 욕을 먹을지언정 내가 그렇지 않으면 된다. 욕을 바가지로 먹더라도 자주 와서 많이만 팔아주면 좋겠다. 이것이 장사꾼, 비즈니스맨들의 딜레마요, 비애다.

  불교와 비즈니스라... 처음엔 어딘가 모르게 물과 기름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의미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깊은 산중에 들어가 참인간을 위한 수행을 하는 종교인께서 비즈니스를 말한다니 과연 가능할까 생각이 들었다. 반면 철저하게 제 3자가 되어 객관적으로 비즈니스를 관찰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사람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종교인 불교는 근본적인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깊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비즈니스맨들이 행복하고자 돈을 버는데 노력을 다한다면, 수행자들은 삶의 깨달음을 얻어 행복하고자 수행을 한다. 흥미로운 두 관계가 대조를 이룰 것인지 조화를 이룰 것인지 사뭇 궁금해졌다. <리더스 웨이>를 펼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원제목은 The Leader's Way: Business, Buddhism and Happiness in an Interconnected World 이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이며, 티베트 망명정부의 영적 지도자이고 ‘살아있는 부처’라 칭송받는 달라이 라마Dalai Lama 와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레우렌스 판 덴 마위젠베르흐가 비즈니스 리더의 면면에 대해 의견을 내어놓고, 서로를 보충해 결론을 맺어가는 방식으로 서술한 특별한 형식의 책이다.

 

  인류의 평화를 위한 노력과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애쓴 공로를 인정받아 1989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바 있고, 지금은 티베트 정부의 독립을 위해 세계를 돌며 노력하시는, 다시 말해 큰일을 하며 바쁘게 활동하시는 종교지도자가 비즈니스를 논하신 이유가 뭘까 하는 게 책을 펼치기 전에 내가 가진 의문이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좀 더 근본적인 곳을 건드려야 더욱 쉽게 널리 퍼질 수 있다는 마케팅 원리를 깨닫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대단한 마케팅 전문가였다. 사회를 평화롭게 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리더와 지도자들을 먼저 변화시켜야겠다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헤아림으로 비춰졌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아닐까? 지극히 올바르신 판단이다.

 

  불교는 인간적 가치관을 강조한다. 전일론(全一論)적 시각, 즉 세상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완전한 전체를 이룬다는 사상은 불교가 비즈니스의 세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부와 노동, 소비와 행복을 대하는 불교의 철학은 우리가 소유하거나 성취하느냐 와는 달리 ‘만족할 때’ 비로서 생겨난다. 이는 물질적이고, 욕망의 충족을 이야기하는 서구의 그것과는 좀 다른데,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본능은 끊임없는 욕심이기에 결코 만족시키지 못하는 끝없는 순환고리이고, 행복은 혼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서 비롯된 상호적인 것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올바른 비즈니스의 방향에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특히 달라이 라마는 비즈니스를 주관하는 ‘리더’에 주목했다. 이 책은 독자와 지도자들이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때 그 파장과 영향력이 얼마나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독자 스스로 비즈니스 리더가 되고 지도자가 되어 불교의 뜻이 담긴 마인드로 우선 자신을 수양하고, 조직을 이끌고, 나아가 세상의 주된 이슈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여 비즈니스와 사회가 좀 더 올바르고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한 나라의 지도자가 친분있는 경영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불명예를 얻고 있는가 하면 투자자의 자금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직업적 윤리관을 가져야 할 금융업계의 수장들이 방만한 경영을 해 기업을 무너뜨리고,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히는가 하면, 대량감원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은 어마어마한 퇴직금을 챙기는 악덕 기업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들이 일으킨 부도덕과 범죄도 밉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를 훌륭한 지도자라고,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라고 믿음을 준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이 더 미워진다. “결국 당신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는 체념은 세상엔 믿고 본받을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게 만든다. 도덕적 헤이(모럴 헤저드 Moral Hazard)는 이래서 생긴다. 그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면 더 가중한 벌을 받아야 함은 그 이유에서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고 믿게 만든 죄 때문이다.  

  자신의 ‘사리사욕’에 우선 한다면 그 순간부터 리더가 아니다. 진정한 리더는 침착하고, 평온하며 마음의 중심을 놓치지 않는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에 흔들리지도 않아야 한다. 달라이 라마는 진정한 리더란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보편적인 책임감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경제와 도덕적 가치를 조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을 그르치거나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이제라도 변하고자 한다면 고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불교에서는 사람의 지금까지 그가 행한 모든 일의 축적물로 본다. 가르카業의 이치란 선한 이을 행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악한 일을 행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 악행을 저질렀더라도 선을 행하면 악행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변화는 곧 개선을 뜻한다. ‘점점 더 나아지는 것’, 이것은 경영의 핵심인 혁신innovation과 닮았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내용은 [리더의 여섯 가지 수행]과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일곱가지 마음수련법]이었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용어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에 해당하는 육바라밀(보살이 수행하는 여섯가지 바라밀법)을 나눔, 도덕적 원칙 지키기, 인내, 열정 다하기, 집중, 참지혜 깨닫기로 풀어 리더들이 먼저 스스로를 정화시키기를 권하고 있다. 이를 돕기 위해 제안된 걷기, 숨쉬기, 앉아 있기, 집중하기, 분석하기, 마음으로 그리기, 만트라 외기등의 일곱가지 마음수련법은 자정自靜을 위한 방법론으로 삼을 만 했다.

 

  사람은 누구나 고민이 있다. 이들을 아우르면 모두 여덟 가지로 압축된다. 모욕이나 무시를 당하면 괴롭고, 칭찬을 받으면 마음이 들뜬다(심하면 고민이 된다). 실패를 경험하면 우울해지고, 상공을 경험하면 행복해진다(행복을 잃을까 고민된다). 또 가난해지면 낙심하고, 부를 얻으면 기뻐한다(얻은 부를 잃을까 고민된다). 마지막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나고, 명성을 얻으면 즐겁다(즐거움이 곧 사라질까 고민된다). 리더 역시 늘 고민 속에 살아간다. 이 책에서 달라이 라마는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 주었다.

 

  오늘날을 일러 ‘승자독식사회Winner takes all - society’라고 한다. 승자는 마땅히 박수와 찬사를 받아야 하지만, 사회는 승자를 등에 업어 그 명성을 함께 누리려 쏠리게 되고, 경쟁과 암투가 치열해져 그에 따른 비리와 부정, 그리고 승리감을 오래도록 누리려고 하는 욕심은 어울려 결국 ‘명예롭지 못한 승자’들로 전락하고 있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소비자를 보다 행복하게 하는데 있다. 리더의 존재 가치는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데 있다. 제일 앞에 선 리더는 반대로 가장 뒤에서 행복감을 누려야 한다.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해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이고, 지도자가 아닐까? 그 때가 그들이 행복할 때가 아닐까?

 

  달라이 라마가 보여주는 바람직한 ‘리더의 길’을 읽는 동안 세상의 리더들을 반추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내 떠오른 인물은 ‘마츠시타 고노스케’ 였다. ‘난 학력도 짧고, 몸도 약한 모자른 사람이다. 하지만 이 부족한 사람이 만들어낸 물건을 사랑해주는 소비자들을 위해 목숨바쳐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고 있다. 세상의 많은 제품 중 내 제품을 사랑하는 소비자는 나의 왕이다. 그 분들이 있어 내 회사가 있고, 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를 위해 물건을 만드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는 비슷한 내용으로 자신의 자서전에 쓴 바 있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장사꾼’으로 살아온 그는 소비자의 사랑을 알고, 소비자에 대한 사랑의 보답을 안 사람이었다. 그것을 행복으로 안 경영인이었다.

 

  존경하기 보다는 존경받기에 익숙한 경영인이나 지도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지금 현존하는 비즈니스 리더나 지도자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젊은이가 있다면 이 책은 그들을 위한 책이다. 저보다 세상을 먼저 이롭게 하겠다고 마음먹기가 사람이기에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 보다 나은 인간이 되려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달라이 라마의 목소리는 자기계발서들 그 누구의 것보다 “진중하고 무거운 말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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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박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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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의 착각은 부하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부서간 회식이 정말 싫었다. 한 주 시작에 앞서 “이번 주에는 회식을 할테니 한 주 동안 더욱 열심히 일해 주기 바란다”는 상사의 선심성 멘트도 싫고, 원하지 않는 시간에, 결코 원하지도 않는 메뉴의 음식을 잔뜩 차리고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많이들 먹고 내일부터 열심히 일해’라고 말하는 상사를 마주 대하기는 죽어도 싫다. feed하는 느낌? 그렇다. 이럴 땐 회식이 아니라,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정말 더럽다.

  하지만 상사들은 회식을 하면 침체된 분위기가 좋아지고, 사기가 진작된다고 생각한다. 흥, 착각하지 말아라! 직원들의 70%가 싫어한다. 요즘 굶는 사람이 있던가? 없어서 못먹고, 안줘서 못먹던 시대는 갔다. 굳이 회식을 하려거든 상사들은 식사가 끝날 무렵에 잠시 등장해 계산이나 해줘라. “난, 네 비위를 맞추며 산해진미를 먹느니 집에서 컵라면을 먹겠다.”고 부하직원 열에 일곱명꼴로 말하고 있단다. 직장상사들이여, 착각좀 작작 하시라!

 



 

 

  책 <부하직원들이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부하직원들의 진심을 고발하는 책이었다. 내가 신입시절부터 내가부하직원(우리말로는 아랫것들이라고 하지만)을 두기 전까지 직장상사들에게 품었던 생각과 항변들이 모여있었다. 이 책은 직장상사들에게 ‘착각’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부하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런 내용이 처음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설문조사결과’로 만난 적이 있었지만,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만나기는 처음이다.

 

직장상사들이 착각하고 있는 생각들은 한없이 멍청했고, 그에 대한 진실과 해결책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상사들의 착각을 구체적으로 꼽으라면 수를 셀 수 없이 많겠지만, 대표적인 착각 22가지가 들어 있다. 제 나이를 잊고 한없이 눌려살던 부하직원의 기분이 들어 예전의 상사였던 사람들을 찾아가 한 권씩 품에 안겨주며 ‘이렇게 좀 하시지, 왜 그랬어요?’ 묻고 싶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주된 원인은 ‘곱지 않은 상사’ 때문이다. 저희들도 신입시절이 있었고, 부하직원이었던 시절이 있을텐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사람을 쥐잡듯 하는 상사들을 보면 목구멍에서 욕이 나올 지경이고 주먹이 불끈거린다. 내가 겪은 상사만 그런 줄 알았다. 내 친구들만 재수없이 그런 상사들에게 걸린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상사들의 착각병’은 전형적인 고질병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당신의 어설픈 칭찬은 사람을 잡는다!

물질적인 보상만이 직원을 열심히 일하게 한다고? 당신은 그런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자기계발은 직원들이나 필요한 거라고? 우리는 당신이 오히려 걱정된다!

곁에 데리고 쓸 만한 직원이 없다고? 당신 눈이 혹시 삔 건 아닌지 걱정먼저 하셔!

 

  직장상사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부하직원을 대할 때 상사라는 권위로서 근엄하게 봐야할지 선배로서 자애롭게 후배를 봐야할지 자신들조차 대처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우리에게 내리는 지시는 당신들의 상사들(우리들 말로는 윗대가리라고 하지만)이 지시한 내용인 것도 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과 생각이 다름을 충분히 앎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날 ‘당신의 상사’를 흉내 내는 선배들의 이중적인 면을 보고 있자면 ‘인간도 아닌 것 같고, 꼴도 보기 싫어질 정도’다.

 

  이 책의 내용은 후배직원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는 고민에 앞서 자신의 뜻과 생각을 이해해주지 않는 직장상사에 대해 서운한 내용들을 오롯이 담았다. ‘착각’이라는 말의 뜻이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사고함’이라면, 이 책은 직장상사들에게 그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들을 지적하고, 그 착각의 진실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한 책이다.

 

  최근 자기계발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하는 00가지 진실, ~~비밀’류의 책들이 직장초년생들이 미처 알지 못한 내용들을 가르쳐주는 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거꾸로 ‘흥, 당신들도 잘못 알고 있거든요?’라며 상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이어서 색다르다. 책에서 말하는 상사들의 착각은 모두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들이었고, 제시하는 해결책은 내가 상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부하직원들은 단체회식보다는 일대일로 만나 관심어린 대화를 원하고, 어설픈 칭찬이 아니라 정이 담긴 칭찬, 차라리 약이되는 질책을 원한다. 상사가 실수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높이 사며, 중대한 사안은 부하를 믿고 맡기고, 오히려 직원들이 꺼리는 일을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리더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내용은 비단 ‘직장상사와 부하직원’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간관계에 있어 유난히 나이차, 세대차에 대해 엄격한 구분을 두는 우리사회에서 상하간의 ‘소통의 부재’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서로의 입장차가 대립될수록 관계의 괴리는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해 당사자 서로가 소통해야 하고, 더 쉽게 하기 위해서는 윗사람이 먼저 문제의식을 느끼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착각한 것, 즉 생각만 바꾸면 큰 시간과 비용없이 서로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는데, 이에 노력하지 않을 윗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직 몰라서 못할 뿐이고, 혹 안다고 해도 익숙하지 못해 주저할 뿐이다. 실천의 전제에는 항상 깨달음과 용기가 필요한 법,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바가 있다면 용기내어 바꿔야 한다. 직장상사로 고민하고 있거나, 잘 따라주지 않는 후배들로 고민중인 직장인일면 편하게 읽어볼 만 하다. 곳곳에 ‘어? 이거 내이야기 아냐?’라고 생각되는 케이스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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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남태현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우선 대중매체와 창업박람회에 속지 마라!

  패스트푸드점의 굽은 빨대(스토로우)가 크지도, 작지도 않고 현재의 지름상태인 이유가 뭘까? 바로 ‘밀크쉐이크’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다. 적당히 녹은 밀크쉐이크를 빨대로 빨았을 때 입이나 혀를 을 거치지 않고 적당한 속도와 양으로 바로 ‘목젖’을 때리고 넘어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목넘김의 쾌감을 충분하게 하기 위해서 이상적인 지름을 찾은 결과물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입을 거치지 않고 목젖에 닿도록 하려고 했을까? 

  그 이유는 적당한 지름의 빨대로 쉐이크를 빨았을 때 우리가 유아기 때 엄마의 젖을 빨아먹었던 기억을 느끼게해 주고, 쉐이크의 시원함과 차가운 밀크쉐이크가 목젖을 때리고 넘어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즐거움’을 주게 되고 결국엔 ‘맛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믿기 어려운가? 이 내용은 어느 세계적인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의 매뉴얼에 있는 내용이다. 그 업체는 이와 같이 실험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토대로 자사의 쉐이크에 ‘지정업체가 제공하는 일정 규격의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처럼 성공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점포관리를 위해 무려 10,000여 페이지의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1년 여의 시간을 두고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사람들에게만 점포개설을 허락하고(점장이 되었던, 점주가 되었던) 있다. A라는 점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B라는 점포가 똑같은 서비스와 품질을 제공하고 함께 번성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같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매뉴얼이 제공되고, 성공이 보장된다면 그에 따르지 않는 업주(가맹주)들이 있을까? 

프랜차이즈는 직영운영방식이 최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유의 맛과 서비스(identity)’를 제공하고, 전 세계 어디를 가던 같은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격화된 제품 물류 시스템(system)’을 갖출 수 있는 힘은 바로 ‘프랜차이즈 방식’에 있다. ‘프랜차이즈’란 사업분야는 피라미드 사업부문과 더불어 20세기의 서비스구조에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게 한 장본인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 마을에만 제공되던 좋은 제품을 지역 사회 나아가 전국, 전세계가 동시에 제공되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창안된 사업방식이 ‘프랜차이즈’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점과 외식업체들이 모두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고, 이젠 나아가 서비스, 교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프랜차이즈 모델은 ‘직영 시스템’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업체가 모든 체인점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방식이다. 맥도널드, 버거킹, 롯데리아등 세계적인 햄버거 체인과 스타벅스, 커피빈 등 유명한 일부 커피체인들은 모두 직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든 책임을 하나의 업체가 지고 있어서 제품의 품질이 균등하고, 동일한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는 반면, 늘어나는 체인 수 만큼 규모가 커져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거의 ‘직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는 외국의 유명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단독사업권을 획득해 ‘한국지사’를 두면서 ‘프랜차이즈’가 소개되었다. 초기의 가장 유명한 업체로는 피자헛과 롯데리아를 들 수 있는데, 롯데리아는 일본 롯데리아를 들여왔고, 피자헛은 ‘성신제 피자’로 잘 알려졌고, 자신의 창업기를 써서 ‘창업자금 7만2천원’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신화’를 낳기도 한 ‘성신제’씨가 들여온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준비되지 않은 ‘가맹점사업방식’은 위험

  이렇게 세계적인 사업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프랜차이즈’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사업자들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별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직영운영방식’이 아닌 ‘가맹점운영방식’으로 운영되는 체인점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이유에는 프랜차이즈가 국내에 소개되기 전만 해도 ‘대박나는 식당’이 이미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점포를 내어주는 방법으로 ‘분점’을 만들고 있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일정의 수수료와 로열티를 받고 점포를 내어줄 수 있는 방식이 있다고 하니, 관리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너 나 할 것 없이 그 방법을 채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를 채택해 오히려 손해를 본 유명한 식당들도 많았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날 ‘퇴직자를 두 번 울리는 사업’으로 오명을 받으며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시장’은 ‘직영사업방식’이 아닌 ‘가맹사업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사업의 시작이 ‘이미 잘되고 있는 사업’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서도 사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으로 전개되어야 할 ‘가맹사업’이 로열티와 인테리어와 집기등을 통해 가맹수수료를 받는 것을 ‘사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그 누가 어떤 물건을 팔던 상관없다. 소비자가 잘 선택해서 물건을 사면 그만인데,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수많은 편법과 거짓이 동원되어 악덕업체들에게 당하는데 이것이 ‘프랜차이즈 사기’이다. 직장생활만 했던 사람들이 보다 안전하고 손쉽게 자영업을 시작하고자 선택한 ‘프랜차이즈’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되고 있는데, 평생을 모은 수천만 원 에서 수억 원의 자금을 모아 사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대중매체와 창업박람회가 그릇된 정보 제공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체’들 모두가 자영업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악덕업체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옥석만 잘 가리면 ‘성공한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사업체들이 많이 있다. 게다가 같은 업체 인데도 사업자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이른 바 대박이 나거나, 쪽박을 차는 점포들이 항상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려는 예비 자영업자에게는 ‘사업적 역량’과 ‘프랜차이즈의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눈’이 우선 필요하다. 

  프랜차이즈가 대중화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IMF 외환위기 때였다. 명예퇴직이나 실직을 한 샐러리맨들이 퇴직금과 저축등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프랜차이즈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그 후 10여 년동안 예비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이 이제까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된 경로는 신뢰할 수 있는 신문, TV등의 대중매체나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등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하루동안 늘어나는 창업자 수 만큼 폐업자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어서 창업했을 법한데 왜 그렇게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는 것일까? 

  그 해답은 창업자들이 ‘대중매체와 창업박람회’를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발로 뛰어 ‘알찬 기업’만을 소개했을 거라는 기대와 ‘알짜배기 기업’을 엄선해서 박람회에 참여시켰다는 공신력있는 주최기관들의 말을 너무 믿은 탓이다. 그들은 광고나 협찬을 빌미로 기획성 광고를 해 주고 있고, 박람회의 참여업체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선별’하지 않고 유령업체도 끌어들이고 있다. 그들도 ‘진짜 정보 제공’이라는 명분보다는 광고사업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배우고 성공에 앞서 실패를 피하라

  책 <프랜차이즈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은 이런 프랜차이즈의 의문과 비밀을 제대로 파헤치고 있다. 최근 2-3 년간 ‘고발성 짙은 책’들이 출판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에 편승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자영업자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게다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피해가 급증하는 요즘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획력도 갖췄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그 어느도 믿지 말고, 발로 뛰고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곳곳에 갖추고 있어, 예비창업자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 목적을 주고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크게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의 진실을 파헤치고, 좋은 프랜차이즈 업체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업설명회와 창업 박람회의 감춰진 진실과 갖가지 프랜차이즈 피해 사례와 대처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끝으로 예비창업자들이 꼭 알아야 할 창업자금을 지원받는 법과 공정거래법의 프랜차이즈 부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제껏 프랜차이즈 시장의 병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자료들도 없거니와 천편일률적으로 광고성이 짙은 신문기사만 남발되는 한국 프랜차이즈 현실에 비춘다면 예비창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창업 잘 하는 법을 설명하기 보다 ‘악덕 프랜차이즈 업체’를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어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실패’에 대해 관대하지 못한 사회다. 실패한 사람에 대해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도 대단하지만, 구조적으로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 사회 속에서 ‘사업’을 하기란 어쩌면 ‘망하기 위해 뛰어드는 것’과 다름 없다. 소규모 자영업자 나아가 중소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기술적 지원책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이런 책들도 많이 나와 예비 사업자들에게 ‘계몽’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제도와 사회적 뒷받침이 제공된다고 해도 결국 모든 판단과 결정은 결국 사업자가 하는 법. 사업자가 사업에 앞서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부단히 공부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이 책이 프랜차이즈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현명한 눈은 마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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