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일은 재미있나? - 하룻밤 만에 인생을 180도 바꾸는 변화의 메시지
데일 도튼 지음, 손원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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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재미있게 하려거든, 실수를 통해 매일매일 1%씩 변화하라!

 

  '도무지 일이 재미없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무한경쟁시대’를 뚫고 ‘취직’을 했지만, ‘이 산이 아닌가벼’라는 기분이 든다. 나는 조금 더 많은 연봉에 쓰러지지 않을 것 같아서 이 회사에 들어왔다지만, 회사는 나를 뭘 보고 뽑은 지 모르겠다. 시키는 일이란 한심한 것들 투성이고, 앞에서는 웃으면서 호응하고 뒤돌아서면 눈흘기며 뒷담화하는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기는 정말이지 짜증난다. 내가 원했던 회사는 이게 아니었다. 내가 이까짓 회사를 들어오려고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나 한심스럽고, 이마저도 들어오지 못해 내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는 친구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그게 아니더라’ 다 털어놓고 싶은 심정이다.'  


  최근에 취직한 후배들의 직장생활을 들어보면 거의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같은 말을 한다. 취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배부른 자들의 푸념’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는 비단 최근 뿐 아니라 내가 신입때도 마찬가지였고, 삼촌뻘 되는 선배들의 첫 직장생활도 그랬다. 그렇다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라고 ‘원래’ 그런 거라고 덮고 넘어가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모든 사람이 처음 취직을 할 때는 그저 그랬다가 점점 좋아져서 미친 듯이 일해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회사생활을 하면서 일이 힘들어질까? 남 밑에서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라서 일까? 어디를 가든 세대차이가 느껴지는 상사들이 있어서 일까? 이유가 뭘까?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책을 오늘 만났다. 답이 뭐냐고? 그것은 바로 ‘권태’와 ‘두려움’ 때문이다.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도(권태), 그 일자리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싶어 잔뜩 겁에 질려 있기 때문에(두려움) 일이 싫어지는 것이다. 어떤가? 일리가 있나? 이제 그 답을 던져준 책을 살펴봐야 할 때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데일 도튼Dale Dauten 의 책 <자네 일은 재미있나?>이다. 원제는 The Max Strategy 다. 저자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싫증을 느끼고 불만에 가득찬 사람들, 그래서 늘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 경영우화다. 일에 지친 30대 중반의 샐러리맨과 성공한 사업가 맥스 엘모어가 주인공인데, 지독한 날씨 때문에 공항에서 발이 묶인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하룻밤 동안 나눈 대화를 소설 형식으로 쓴 책이다. 경영우화는 읽기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판에 박힌 스토리 진행방식과 어숩잖은 소설형식, 그리고 자기계발서로서의 명확한 결론이 잘 드러나지 않아 최근 들어서는 ‘식상하다’는 평을 받는 장르다. 하지만 이 책의 원작은 1996년에 쓰였고, 우리나라엔 2003년에 출간된 꽤나 오래된 책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정신이 번쩍들게 하는 정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제목처럼 “자네, 일은 재미있나?”라고 묻는 노인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말했던 성공하려는 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인 ‘분명한 목표의식과 성공전략’같은 건 필요없다고 단언한다. 오히려 엄한 ‘방법론’을 배우고 써먹다가 이루지 못하면 ‘패배의식’만 강해지고, 실천하는데 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방법론이 없다고? 그럼 그게 무슨 자기계발서야?” 고 나는 생각했다. 성공한 노인사업가는 대신 이런 말을 한다. “실험에 실패란 없다. Experiments Never fail."

  성공에는 코스가 있고, 과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실험만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일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업무 중에는 ‘성공할 요소’들이 뭍혀 있는 지 모른다. 그것을 살피지 못했고, 실험하지 못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업무가 서툴러 야단을 들은 두 사람의 직원이 있는데, 한 사람이 ‘재수없게 아침부터 혼났다’며 하루종일 투덜대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그에 정통한 상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잘 되는가?’물어서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지 아닌지 실행에 옮겨 보았다. 이런 경우 투덜댄 직원에게는 재수없는 하루였지만, 실수로 인해 배운 직원은 지혜를 얻는 하루가 된다. 이 같은 하루 하루가 반복된다면(신입사원의 경우는 매일매일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겠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지혜가 쌓인 직원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의 수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오히려 성장하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 ‘권태와 두려움’ 때문에 일이 싫어지는 이유를 두고 저자는 커리어 스테그플레이션Career Stagflation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요즘은 근로자에 대한 요구는 인플레이션인 상태인 반면, 그의 근로에 대한 보상은 불황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일까? 

 이는 우리가 능력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생산능력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업체가 너무 많아졌고, 많은 제품이 쏟아진다. 심지어 사람도 그에 포함된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대학 졸업성적, 950점 이상의 토익성적, 외국 어학연수 경험, 공모전, 자원봉사 경험등 이른 바 ‘빵빵한 스펙’을 가진 구직자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들을 받아줄 회사는 한정적이다. 좋은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소비자의 손에 들리기 위해 ‘가격인하’를 하듯, 실력있는 구직자들은 10개월의 계약직인 ‘인턴사원’이 돼서라도 회사에 들어가려 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막강한 소비자가 한정적인 제품에 ‘충성도’를 가질 필요가 없듯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깊은 신뢰에 애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직원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일을 던져주고 일을 시킨다. 그리고 말한다. “싫어? 싫으면 나가. 네 자리를 채워줄 사람은 차고도 넘치니까.” 문제는 ‘무한경쟁시대’를 표방하는 이 시대에 능력과잉의 인력이 많아질수록 커리어 스테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렇게 각박한 시대에는 직장에 들어간 회사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다. 남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더 튀어서 살아남아야 한다. 성공을 향해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수립하지만, 세상의 일이란게 어디 마음 먹은대로 되는가? 절대로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실패의 여지를 남겨둔 계획이란 있을 수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예 목표도 전략도 세우지 말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것들을 수립했다가 잘 실행하지 못하면 오히려 적극적 사고의 부족, 열정의 결핍, 희미한 목적의식 때문이라고 ‘좌절’하거나 ‘모두가 그러한 너의 책임이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에 상처받아 포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일과 중에서 내가 만나는 문제점을 피하지 말고, 그 문제점에 ‘뭐가 잘못되었을까?’ ‘이러저러한 것이 잘못되었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해서 그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제일이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실험’이라고 말했다. 성공한 노인은 우리가 만나는 실수를 바라봐야 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실수를 돌아보는 목적은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네. 이걸 명심해야 실수를 꼼꼼하게 제대로 살펴볼 수 있어. 실수했다고 부끄러워하거나 골을 내서는 안돼.”(195 쪽)

  실수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과정이 실험이고, 그 실험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 다른 실수가 있을 뿐, 또 다른 실험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혜를 만드는 방법이고, 그 속에서 성공의 기회도 얻게 된다.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작은 변화만을 요구할 뿐, 특별한 행동강령도 없어 책장을 덮으면서 어딘가 모르게 싱겁다. 하지만 ‘매일 매일 실험하라. 그리고 변하라’는 변화의 요구는 회사의 일이 수동적인 업무방식에서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업무방식으로 바꿔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용중에 설명된 수많은 사례들 역시 그런 능동적인 업무방식이 안겨준 기회들이 성공의 발판이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난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아. 처음에 취직해서는 좀 더 나아지겠다고 기회가 될 때 마다 읽었는데,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거나 현실상 실행하기 불가능한 것들 투성이더군. 내게 맞는 책을 찾아 읽느라 시간낭비하느니 그냥 맞고,터지지면서 배워서 시행착오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지. 자기계발서는 내게 쓸모없는 책이더라구.”

  며칠 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무역업을 하는 친구가 한 말이다. 아직까지 틈만 나면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내게 그 친구의 이야기는 암묵적으로 던진 ‘제대로운 태클’ 같았다. 발끈했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나 또한 그의 말에 인정하는 부분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화가 난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실천’을 동반하여 생활에 적용하지 않으면 전혀 무의미한 내용이 되는데, 독자로 하여금 ‘실천의 힘’을 불러오는 책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 이 책을 전해줘 ‘자기계발서의 존재 이유’를 재확인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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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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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이 된 소설가 김영하의 좌충우돌 시칠리아 생활기!

  

  죽음을 예감한 어느 노인이 그동안 자신의 소원을 찾아 모험을 감행한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같은 병실에 있었던 또 다른 노인은 함께 대화한 죄(?)로 그 모험에 매료되어 둘은 함께 병원 문을 나선다. 지난 해 진한 감동을 남겨준 영화 <버킷 리스트>의 대강 내용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겨지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은 녹아드는 얼음 같은 보물이다. 죽기 전에 무엇을 할까나 적어놓은 리스트, 버킷 리스트는 마지막 소원의 목록들이다. 노인의 소원은 ‘여행’이었다. 이 나라에서 이걸 하고 싶고, 저 나라에서 저걸 하고 싶었다. ‘놀이같은 돈벌이’를 하던 노인과 ‘지겨운 밥벌이’를 하던 노인의 소원은 같았다. 비록 늙어 병든 몸을 이끌고 찾아갔지만 그곳에선 청년이 되고 소년이 된다. 여행은 그런거다. 지금까지의 나를 확실하게 잊으려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두려움, 경탄과 피로가 함께 하는 그곳에선 누구나 같은 조건의 사람이 된다. 내가 있는 이곳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알지 못하는 저곳이 궁금해서다. 여행은 어쩌면 ‘각성’을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인간 사는 세상을 깨닫고, 내 정체성을 깨닫고, 인생을 깨닫는다. 책을 살 때, 부모님께 용돈드릴 때, 내 사람을 즐겁게 해줄 때 등 돈 쓰임이 참으로 유용할 때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또 하나는 여행이 아닐까?

 

  젊어서는 다리는 튼튼한데 돈과 시간이 없어 여행을 못떠나고, 나이 들어서는 돈과 시간은 충분한데 다리가 부실해서 여행을 못떠난단다. 어중간한 시간과 돈을 가진 지금, 나는 왜 떠나지 못할까? 아직 필요를 모르는 걸까? 막연히 두려운 걸까? 큰 맘 먹고 떠나면 좋을 것을 가지 못하고 엄하게 ‘남의 다녀온 이야기’에만 침을 흘리고 듣는다. 그리고 그들을 부러워한다. 다른 것 아닌 그들의 여유와 용기를 부러워한다. 바보처럼...

 

  오늘도 부러운 한사람의 여행이야기를 주워 들었다. 어느 날 어느 소설가가 ‘진정한 유목민’이 되기 위해 떠난다는 내용의 신문에서 읽었는데, 그가 바로 ‘김영하’다. 제 버릇 남 못준다 했던가? 그가 떠난 곳의 이야기를 글로 적어 하늘로 날려 책을 지었다. 제목도 멋지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이다. 부러운 사람의 더 부러운 이야기, 그 책을 읽고 만거다. 읽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만 손이 가 어쩔 수 없었다. 빌어먹을...

 

 



 

 

  미치도록 글이 좋아 소설을 쓰던 남자가 학생들에게 글쓰는 법을 가르치고, 남의 작품을 소개하고 인터뷰하는 라디오 디제이를 하고 있으니 왜 안답답했을까? 어느날 보장된 모든 생활을 접었다. 하던 일들도 때려치우고, 집도 팔아버린 후 그는 아내와 길을 떠난다. 이 책은 그가 이태리의 시칠리아에서 보낸 생활을 이야기한 책이다. 일종의 생활기. 이는 여행기와 엄연히 다르다. 여행기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둘러본 이야기 일테지만, 생활기는 긴 시간동안 짧은 무엇들과 함께 겪어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떠나려면 그처럼 생활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생활을 쓰고 싶다. 김영하는 내가 하고픈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얄밉도록 그가 부러웠다.

 

  타고 난 글쟁이의 솜씨는 예서도 돋보인다. 그가 그려내는 모든 풍경은 눈에 보이는 듯하고, 시칠리아의 바다냄새가 풍겼다. 시장을 이야기하면 왁짜지껄 소리가 났고, 와인을 이야기할 땐 시큼한 향도 났다. ‘안절부절’ 읽는 내내 떠나고픈 충동을 나타낸 한 단어다. 꼭 떠나보리라 마음속 깊이 다짐하게 했다. 내눈으로 보고 말리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서울을 떠날 때까지의 과정과 EBS 방송팀과 함께 촬영한 이야기, 그리고 아내와 단 둘이 처음으로 정착한 리파리에서의 이야기였다. 소설가인 그가 집을 팔면서 책을 정리한다. 작가의 방에 쌓인 책이야 쌀뒤주의 쌀알만큼 많지 않았을까? 책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을 떠나보내는 대목은 외우고 싶을 만큼 소중했다.

 

“나를 감동시켰거나 즐겁게 해주었거나 아니면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책들을 살아남았다. 그 세 가지 중에 단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책들은 다른 운명을 찾아 내 집을 떠났다(책을 헌책방으로 보낸 것은 그래야 책이 가장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어느 정도는 시장의 효율성을 믿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서 듣기로, 도서관에 기증한 책은 어딘가에서 분류조차 되지 않은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헌책방으로 간 책은 대부분 적당한 가치로 평가되 주인을 찾아간다고 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버리기는 정말 싫은 일이고, 헌책방에 팔아버림은 죽을 만큼 싫고 나쁜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사고의 전환’을 시켜준 대목이다. 지금껏 내게 필요없는 책은 적당한 이를 찾아 ‘거져’ 주었지만, 이 또한 그에게 혹 원하지 않던 것들이 넘겨져 부담을 준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했다. 헌책방은 진짜로 책을 원하고 책이 읽고픈 사람들이 찾아가는 공간이 아니던가?

 

  얼마전 세계를 금융공포에 빠지게 한 모기지를 예를 들면 새책을 사는 책방이 프라임Prime 책방이라면, 헌책방은 서브프라임Sub-prime 책방인 셈이다. 난 책들을 헌책방에 보내며 찰진 모래에 손을 넣어 집을 지으면서 부르는 노래처럼 ‘헌책 줄게 새책 다오’하면 될 것이다. 내게 필요없는 열 권의 책 대신 잔돈이 모여 한 권의 책값을 받는다면 열 한 권의 책에 생명을 넣어주는 일이 되는 셈이다. 언젠가 시간이 날 때 더 이상 내 손을 타지 않는 책을 추려보리라 마음먹었다.

 

 



 

 

  좌충우돌의 EBS 시칠리아 기행 촬영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일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 여흥을 마저 즐기려고 일부러 홈페이지를 들어가 프로그램을 찾아서 볼 정도였다. 그 후에 읽는 시칠리아는 10미터는 더 가까이 내 눈앞에 다가왔다(이 책을 읽는다면 <세계테마기행.080225.김영하가 만난 시칠리아 - 1,2,3부>를 꼭 찾아서 보기를 권한다). 이 책의 백미는 리파리에서의 생활이야기. 내가 꿈에 그리는 외국생활이 아니던가?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집밖을 나오면 여행지요, 눈을 두는 모든 것들이 낯선 풍경들이다. 말 그대로 외국에서 ‘놈팽이’가 되는 것. 이 생을 다하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책 속에 들어 있는 몇 장의 멋들어진 사진들은 그가 찍었을 것이다. 소설가의 눈에 비친 그림은 이야기들이 곁들여져 한층 보는 맛을 더했다. <깜삐돌리오의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의 저자 오기사는 펜과 도화지를 가지고 세계를 돌며 건축물을 그려 자신의 세계여행을 이야기했고, 이야기꾼 김영하는 온전히 펜대로(아닌가? 키보든가?) 시칠리아를 써내려갔다. 나는 뭘로 세상을 볼까? 세상을 나가면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느껴질까? 그리고 내게 뭘 남겨올까? 까만 밤이 하얗게 새도록 온갖 상념을 남겨준 책이다.

 

  내게 떠날 이유와 동기를 그득 안겨주었다. 작정하고 떠날 구실을 안겨주었다. 그가 본 시칠리아를 나도 핥아보리라. 소설가 김영하도 좋아졌다. 그를 만나야 겠다. 우선 소설들로 만나고, 다음은 직접 사람으로 만나야겠다. 중저음의 듣기 좋은 목소리(방송을 보면 나레이션을 직접했다. 목소리? 한석규를 찜쪄먹는다)로 그가 본 세상을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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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과학사 7대 수수께끼를 찾아 떠나는 환상 여행 에듀 픽션 시리즈 1
다케우치 가오루.후지이 가오리 지음, 도현정 옮김 / 살림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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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클라이튼 풍의 소설을 즐기는 이과적 사고를 지닌 독자를 위한 과학연애소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무엇을 다시 할까?’ 모두가 한번 쯤 생각하는 공상이지만, 내게는 거의 습관적으로 한가할 때 마다 궁싯거리는 생각중 하나다. 과거로 돌아갈 수야 없겠지만, 만약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가장 바꾸고 싶은 세 가지를 궁리해 보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 내가 절실하게 부족하거나 결핍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누빌 수 있다면 비행기 바퀴에라도 걸터 앉아서라도 떠나고 싶고, 고3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백발머리에 원형탈모를 무릅쓰고라도 입시에 매달리고 싶다. 무엇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젠 없고 만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술자리를 자주 만들어 좀 더 살가운 관계로 만들고 싶다. 불가능하기에 더욱 절실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헛한 상상으로 그림만 그려도 즐거우니 이 습관을 좀처럼 떨치기는 힘들다.

 

  얼마전 읽은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타임 리와인더’란 이름의 쿠키가 있다. 어느 제과점에서든지 흔히 볼 수 있는 머랭쿠키 모양의 과자인데, 그 신비의 과자는 ‘시간을 되돌려주는’ 마법이 있다. 단 이 놀라운 과자는 판매 전에 언제로 시간을 되돌리느냐에 따라, 즉더 오랜 과거로 되돌릴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부작용이라면 ‘시간은 되돌려주되’ 기억을 안고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 다시 말해 시간을 되돌리던 순간의 기억을 깡그리 잊는다면, 지금 내가 이루고 싶은 꿈들도 잊게 되어 막상 그 때로 돌아갔을 때 ‘꿈’들은 다른 것들이 되어있지도 모른단다. 돌아보고 싶은 시간대로 돌아가 바꿀 확률, 50%의 과자가 매우 고가라면...난 사서 먹을까? 과자를 살 만큼 큰 돈을 벌까? 그토록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 과연 있기는 할까?

 

  오늘의 뉴스를 가지고 어제로 돌아간다면 빌 게이츠에 버금가는 부자가 될 수 있고, 지금의 무기들을 옛날로 가져간다면 칭기스칸을 무찌를 지도 모른다. 인간이 오늘을 기억하며 과거로 돌아간다는 소리는 과거의 역사를 변화시킬 것이 틀림없고, 좁쌀만한 작은 변화는 세상을 뒤바꾸는 큰 변화를 부를지도 모른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타임 리와인더’란 과자를 만든 마법사는 그것을 경계했다. 가격도 엄청나게 고가인데다가, 구입 전에 꼭 상담을 해야 했다. 그래서 꼭 바꾸지 않으면 안될 상황을 먼저 들은 후 과자를 팔았다. 역시나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과거로 가려면 기억도 잊어야 한다는 설득력은 작은 충격이었다.

 

  일주일을 차이로 또 다시 ‘시간을 거슬르는 이야기’에 관한 소설을 읽었다. 이번엔 제과점도, 마법사도, 과자들도 나오질 않는다. 한 마리의 고양이. 오드아이 캣, 즉 양쪽이 서로 다른 색깔의 눈빛을 가진 녀석이 과학사의 7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떠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과학을 쉽게 소개하는 유명한 과학 저술가인 다케우치 가오루가 쓴 소설,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이다. 이 기기묘묘한 고양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에 의해 양자법칙이 거시세계까지 확장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고실험에 등장하는 고양이다.

 

 



 

 

  타고난 문과(文科)적 사고, 문과적 체질(문과적 성향이 강하기보다는 이과적 성향보다 더 약해서 선택했지만)인 내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이해하고 또 다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냥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고양이’라고 이해했다. 도오루와 묘하게 동거하게 된 중국 아가씨 샨린은 에오윈이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이 소설에 ‘연애 과학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설 속 연애부분은 ‘연애소설’ 장르보다 약하다. 과학부분도 특별할 것이 없다. 둘이 절묘하게 엮여 있다는 특징은 다분히 일본적인 ‘그들만의 영화’를 닮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에오윈과 떠난 과거로의 과학여행에서 주인공들은 전리품을 얻어온다는 것. 선물을 받거나, 우연히 뭍어서 오거나, 훔쳐온 것일 지언정 그들의 여행 끝에는 손에 뭔가가 들려 있었다. 토오루의 방은 작은 과학역사 박물관이 되는데, 그들이 얻어온 물품들을 상상하자니 부럽기보다 작가의 수집욕과 그로 인해 변해 버린 역사의 끝이 현재일 때 어떻게 변하게 될 지는 소설 못지 않는 여운을 남겼다. 외국인 과학자들이 일어를 알아듣고, 그들의 말을 알아듣는 주인공들, 주인공들이 청해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에오윈에게 이끌려 빨려들어가는 여행 등 다소 어설픈 설정은 눈에 거슬리지만, 재미는 쏠쏠했다.

 

  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문과적 사고로는 이 소설을 온전히 평가하기 힘들다. 단지 나 혼자만이 과거로의 여행을 상상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런 책들이 눈에 띄는 것은 나처럼 작금의 현실이 그닥 재미가 없었나 보다 하는 추측 뿐. 마이클 클라이튼 풍의 소설을 즐기는 이과적 사고를 지닌 독자라면 재미있다 할 법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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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를 리뷰해주세요.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지
이성호 지음 / 말글빛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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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가족과의 대화 시간 1시간 15분, 내 가족은 평균보다 짧다고?

 

  “누군가 119에 전화를 걸어 내 가슴에 타고 있는 불도 꺼줄 수 있냐물었다더니 바로 내가 그렇다. 그냥 타들어간다. 소리라도 한 번 크게 지르고 싶다. 주먹으로 벽을 쳐본다. 친구들도 요즘엔 서로 연락이 없다. 그들이 내게 정말 친구일까? 도대체 내게 가족은 나와 무슨 ‘관계’인가? 친구는 나와 어떤 ‘관계’인가? 이 세상에 그 누가 내 이야기를 진정 밤새도록 들어줄 수 있겠는가? 왜 지금에 와서 이토록 세상과 집에서 버림받은 기분, 왕따 당하는 기분인가?“ (5 쪽)

 

  우리는 보다 행복한 내일의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잊고 일하고, 밤을 잊고 공부하며, 투쟁하듯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게 보낸 하루를 ‘잘 보낸 하루’라 여기며 살고 있다. 한편으로 지당한 말이다.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보다 행복한 내일’를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뭔가 완벽한 말은 아닌 듯 하지 않은가? 내가 희생한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었고 어제는 ‘그제의 내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까지 ‘내일을 위해 희생한 셈’이 아니던가?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내일’만을 위해 살고 있다. 삶이란 게 날마다 맞이하는 ‘오늘의 총합’이거늘, 혹 없을지도 모르는 내일(오늘 사고로 이세상에 없고 난다면 내일이 있을까? 하루에도 수백 명이 내일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간다)을 위해 산다니...‘보다 행복한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는 말은’ 모순투성이다. 물론 내일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친 오늘의 행복은 더 중요하다. 어제의 내일이었던 오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과연 ‘행복’이 무엇일까? 대통령이 되는 것(아서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대통령은 몇 년동안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살다가 그 덕에 쫓겨났거나, 저격을 당했거나, 옥살이를 하는 3D업종이다)인가?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는 것일까? 죽는 날까지 얼마가 있는지 모를 정도의 돈을 들고 사는 것인가? 아니면 꽃미남, 꽃미녀와 결혼하는 것인가? 행복이 무엇일까?

 

  내게 있어 행복은 ‘아무런 근심없이 목젖내놓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상태’가 그것인 것 같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자식, 잘 살고 있구나’ 칭찬할 수 있는 상태가 그것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나와 함께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에 뭐라 말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바로 내 행복이란 말이다. 행복은 스스로 느끼고 체감하는 것이다. 남이 평가하는 행복의 기준은 나와는 상관없는 허망한 행복인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말한 책이다. ‘교육학’에 있어서는 손꼽히는 이성호 교수가 가족간, 친구간 그리고 이웃간의 관계에 대해 강연회를 하듯 편안한 대화체로 이야기한 책이었다. 어른께 좋은 말씀을 들었던 기억이 좀처럼 많지 않은 요즘 사업과 일이야기가 아닌 가족과 생활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저저는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관계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 행위이자, 우리가 기쁨, 행복, 성공, 만족, 희열을 느끼는 곳이며, 좌절, 고통, 불만, 실패, 갈등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도 관계를 통해서 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원활하지 못한 관계 속에서 하루를 산다면 행복하지 않은 하루가 되고, 행복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행복감’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활한 관계란 서로 만들어지는 것, 나 혼자의 노력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원활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자못 진지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오히려 쉬워 보인다. 먼저 관계의 상대에 대한 인정을 통한 대화를 통해서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상사와 부하가 자신을 앞세우기 전에 상대의 형편과 애로사항을 먼저 이해하고, 세대차이를 먼저 인정하고 대화할 때 비로서 대화는 원활하게 이뤄진다.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을 더욱 바쁘게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다. 그만큼 개개인은 점점 고독해진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관계적 사고(그것이 의식적으로 유념해둬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울해지지만)는 우리가 행복해지는데 있어 더욱 중요하게 여겨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윗사람과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젊은이들을 위해 마치 할아버지가 풋풋한 청년이 된 손주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한 저자의 필력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그래, 그런 적도 있었다’ 싶고, ‘옳거니,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관계를 말한 책이라 그랬을까 저자가 독자에게 대화란, 관계란 이렇게 다가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 그만큼 많은 배움도 얻은 책이었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고독해져가는 현대인에 있어서 '관계'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원만하지 않은 가족, 직장생활을 하는 독자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삶은 누구에게나 관계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성공은 너와나, 우리들 사이에서의 성공을 의미한다. 가정이 행복하다 함은 부부, 부모-자식 사이가 좋다는 뜻이고 사랑에 성공했다 함은 남녀의 관계가 조화롭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함은 일과의 관계를 훌륭하게 맺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사람, 일, 자연과 원만하고 즐거운 사이가 되어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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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도전의 증거>를 리뷰해주세요.
26살, 도전의 증거
야마구치 에리코 지음, 노은주 옮김 / 글담출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88만원 세대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청년도전기! 

 

  오늘날 약간의 절차를 거치면 아무나 회사를 설립할 수 있고, 아무나 사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회사를 운영하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제품, 즉 값어치를 하고 남는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또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볼 수 있도록 잘 알려야 한다. 회사라는 게 어디 한철 장사인가? 꾸준히 제품을 생산해 내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품관리도 철저해야 하고 직원들도 다른 회사로 떠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변덕스러운 소비자의 입맛을 짐작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출렁거리는 경기를 예측해 적당한 값에 제품을 팔아야 한다. 사장이 되어 사업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의 한 여성이 있다. 초등학생 때는 왕따를 당해 가까스로 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배우게 된 유도를 통해 ‘도전’을 배우더니, 늦은 공부를 해서 게이오대학교에 입학을 했다. 새롭게 영어를 배워 개발도상국을 돕는 워싱턴 국제기관에서 인턴을 하더니, 몸소 그들을 돕고자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수공예 가방회사를 차려 글로벌 기업의 사장으로 막 시작에 접어들었다. 단 네 줄의 이력이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녀의 변신에는 ‘도전’이 숨어 있다. 당차고 야무진 여성 야마구치 에리코<26살, 도전의 증거>를 읽었다. 원제목은 裸でも生きる――25歳女性起業家の号泣戦記 다.

 



 

  저자가 그려낸 스물 여섯의 이야기는 마치 눈물로 쓴 것 같다. 무시당해서 서러워 울고, 죽을만큼 힘들어 울었다. 말 그대로 ‘고생을 사서 하듯’하는 그녀의 성장은 안타깝기까지 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해?’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살아가는 그녀를 지켜보기는 쉽지 않았다. 넘어지고, 깨지고, 다쳐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니 짜증도 났다. 특히 유도를 위해 남학생만 받는 유도부에 홀로 들어가는가 하면, 공부라곤 하지 않던 머리로 게이오를 들어가고, ABC부터 시작하는 영어를 갖고 워싱턴의 국제기관에 인턴으로 채용되는 과정을 보면 ‘눈물’, ‘젊음’과 ‘도전’을 빼면 이룰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만약 그녀가 단지 ‘많은 돈을 벌고자 했다면’ 최빈국 방글라데시에서 가방공장을 만들고 회사를 세우지 않았을 게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즉 후진국의 발전을 위해 ‘죽지 않을 만큼’ 원조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생산해서 만든 결과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큰 생각과 꿈은 UN본부나 여느 자선단체의 장과 비교해도 될 만한 훌륭한 그것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직접 몸으로 실천하며 뛰고 있지 않던가?

  악당경제학을 이야기한 로레타 나폴리오니의 책 <적과의 동침 Rogue Economics>를 보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벌이는 자선사업은 엉터리라고 말했다. 록그룹과 연예인, 세계적인 정치인들이 모델이 되어 세계를 통해 돈을 모으면, 그 돈으로 기업들의 물건을 사서 무상으로 ‘원조’를 해주는 시스템, 즉 손발을 묶고 먹여 살리는 시스템은 빈곤의 악순환만 가중시켰다. 대량으로 원조된 구호품들은 권력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독재가들이 차지해서 그들의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북한에 식량제공을 했더니 미사일을 쐈더라는 작금의 예도 해당되지 않을까?). 에리카의 작은 행보는 '거지에게 동냥하는' 수준의 독약같은 지원이 아니었다. 

  선진국이나 대기업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아웃소싱은 그들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국민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값싼 노동력과 자국에는 없는 가공되지 않은 천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코코아가 그렇고, 커피가 그렇다. 다이아몬드가 그렇고, 금이 그렇다. 약간의 상품화 기술과 유통망으로 엄청난 이익을 독식하는 세계적인 기업에 반해, 헐값에 자원과 노동력을 파는 후진국 사이의 균형있는 무역을 위해 ‘공정무역제품표시Fair trade'가 시작된 것처럼 야마구치 에리코는 세상에는 없고 방글라데시에만 있는 ’예쁜 주트 가방‘을 만들어 ’Made In 방글라데시’를 넣고자 했다. ‘난 가난한 나라를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가 넘어진 그녀를 일으키고 결국 뜻하던 바를 이루게 만든 것이다. 

“지금 뛰지 않으면 나의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다.“

  그녀의 회사 '마더 하우스Mother house'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녀가 꾸는 꿈도 막 시작된 셈이다. 스물 여섯의 여성이지만, 굽힐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이타심은 계속 그녀를 꿈꿀 수 있도록 해줄 것 같다. 아무런 지식도 실력도 없이 필요하다면 그 때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 배웠던 그녀는 이렇게 꿈꾸고 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이력서용 스펙을 위해 수백만 월의 등록금을 내고 도서관 한켠에서 토익과 씨름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생각나게 한 책이다. 그들의 꿈이 ‘대기업 취직’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는 꿈이 있고, 젊음이 있고, 누구보다 도전정신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천편일률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들은 그런 사회적 통념을 떨치지 못하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그들도 가능할텐데... 

  일전에 명강연과 저술로 유명한 분을 만나 이야기하던 중 청년실업에 대해 언급한 말 중에 이런 말을 하셨다. “젊은 세대들이 88만원 세대라며 저주받은 세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주를 받았다고 느끼면 그걸로 끝이 난다. 영원히 ‘피해자’로 남는 것이다. 그 어떤 놈들이 자신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제도와 정부만 탓하기에는 젊음이 너무 아깝다. 시스템이 그렇다면 떨쳐버려야 한다. 지금 나라가 그런 실정이라면 그것을 탓하거나 원망할 시간에 내 꿈을 찾아서 살아야 한다. 대기업은 늙도록 밥은 먹여주지만 꿈은 이뤄주지 못한다. 나는 88만원 세대들이 급여를 적게 받아서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꿈을 잃어버린 세대라는 것이 더 안타깝다.”

  사장이 되거나, 벼락부자가 되거나, 유명인이 되거나,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거나, 구멍가게 아저씨가 되거나, 자신만의 꿈이 있고, 아직 그 꿈을 져버리지 않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젊은이의 창업기와 꿈을 잃지 않는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그러니까 당신도 살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20,30대 청년. 구직자. 예비창업자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지금 뛰지 않으면 나의 세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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