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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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받는 이야기꾼, 김연수의 펜끝으로 돌아본 여섯 나라, 열 두 이야기.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일찌기 성 아우구스티누스께서 하신 말씀이다. 수많은 편견중에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은 유독 심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나라에 들어온 외국 사람의 모습으로, 외국을 다녀왔다는 지인의 말에 그 나라를 평가하기가 막연히 상상하기보다 더 객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 나라 속 외국인이나, 외국 다녀온 내나라 사람 역시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향적이라 나라를 대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외국을 알려면 내가 '직접' 다녀오는 수 밖에 없다.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 것 만이 '외국'을 체험하는 것이고, '나만의 그 나라'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서점에 깔린 각종의 여행기는 여행하지 못한 사람보다 '그 나라'를 다녀온 사람이 즐기기에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나라를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상에 상상이 더해지지만, 다녀온 사람에게는 자신의 '외국'와의 같고 다른 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대로라면 우리 모두에게 '세계'라는 한 권의 책이 있을 것이다. 내 나라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달랑 한 페이지로 남아 있을테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백 여 페이지의 책이 있을테다. 세계가 책이라면 페이지의 숫자도 중요하겠지만 그 내용도 중요할 터, 한 페이지에 초등학교 신입생의 일기가 적혀 있을 수도,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같이 귀한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나의 세계는 몇 페이지 일까? 그리고 그 속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책으로 낼 때마다 상을 휩쓰는 타고난 이야기꾼, 소설가 김연수의 여행기를 읽었다. 페이지는 여섯 페이지(설마...다섯 나라라는 뜻이다)인데 열두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러시아, 중국, 일본, 독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한 페이지마다 한 편의 재미있는 단편소설이고, 김연수의 감상문이다. 책읽기를 술마시기로 비하자면 읽으면서 거나하게 취하고, 상상하면서 술독에 빠져버린 책, 김연수의 <여행할 권리>를 읽었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공항대합실에 서서 출발하는 항공편들의 목적지를 볼 때마다 그토록 심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겠지. 망각, 망실,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인 매혹."

  김연수에게 공항은 망각, 망식 혹은 망명을 향한 무의식적 매혹, 즉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의 피사체요, 그 본질은 여행이다. 자신을 잊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시작은 여권 제시. 자신을 재확인하면서 시작한다. 어쩌면 망각을 위한 마지막 확인일지도...하지만 낯선 곳에 도착한 '무례한 여행객'(참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외국인은 무례할 수 밖에 없다)은 철저하게 자신을 확인한다. 동공은 평소보다 약간 더 커지고, 온 몸에서 자란 털은 약간 일어설테다. 조금 더 잘 보이고, 조금 더 크게 들린다. 혀를 감싸고 있는 미뢰 또한 낯선 음식에 놀란다. 잔뜩 긴장한 무례한 사람, 여행객의 풀이말이다.  

  밥벌이인 제 직업은 절대로 속일 수가 없다. 소설가 김연수는 사람에 초점을 맞췄다. 사람의 생김과 말뽄새, 행동에 주목했다. 그리고 나(김연수)와 얽혔던 이야기와 사건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여행했던 곳을 독자와 함께 되돌아가 더듬어 걸어가며 말하듯 편하게 읽힌다. 얕은 농담과 평이한 문체는 처음 만난 김연수가 초등학교 동창 쯤으로 느끼게 살갑게 다가왔다. 그의 진짜 목소리와 톤이 궁금해진다.   

  가장 재미있는 페이지는 중국 페이지요, 이 책의 처음 부분인 [깐두부만 먹는 훈츈 사람 이춘대씨] 한편의 재미있는 코믹단편영화다. 영화 '놈놈놈'에서 황야를 달리는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가 자꾸만 눈에 밟히는 이야기였다. '일 없어요'란 말의 뜻이 그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고, "사랑을 해봐요. 후회없는 사랑을 해봐요"로 시작하는 현숙의 노래를 부른 무명가수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무엇보다 국경을 넘나든 그들의 발끝에 걸린 황야의 먼지와 석양의 노을을 보고 싶었다(여행기를 읽기 싫은 가장 큰 이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이다. 옌삔이 가보고 싶다고 생각할 줄이야. 그의 여행바이러스에 지독하게 감염되었나 보다).   

  한편 가장 진지한 눈으로 활자 끝을 좇은 페이지는 일본 토오꾜오(책에 등장하는 지명마다 나오는 발음 그대로 적으려 했던 그의 의도가 인상적이다)에서 생을 마감한 이상의 마지막을 추적한 글 [당신들은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였다. 한 권의 책에 기록된 이상의 마지막 생 이야기는 그로 하여금 휴가철 성수기라 두 배의 비행기삯을 기꺼이 치뤄 가며 토오꾜오로 떠나게 만들었다. '병든 몸으로 '성공'을 외치며 토오꾜오로 떠난 이상, 이상이 생각한 '성공'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런 그에게 토오꾜오란 또 무엇이었을까?' 한 가지 답을 얻기 위해 이상이 숨을 거둘 즈음 동시대 문학인들의 글 속에 들어있는 '이상의 흔적'을 바탕삼아 그가 숨을 거둔 토오꾜오시 칸다구 진보쬬오 3초메 101의 4, 김기림에 따르면 "구단 아래 꼬부라진 뒷골목 이층 골방", 이상의 임종을 지켜본 김소운의 말에 따르면 "진보초 뒷골목, 햇살이 들지 않는 좁은 이층 방" 를 찾아나선다.  

파라다이스 토오꾜오에 도착한 이상은 그곳이 마냥 그렇지 않음을 알고, 다시 되돌아가기를 희망했다. 뜻하지 않은 체포에 몸은 더욱 상하고 결국 그가 그렸던, 실은 그렇지 않은 파라다이스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가 생을 마감한 그 어두운 방은 문학이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먼 곳, 천당과 지옥의 접경이라고 김연수는 말했다. 그가 꿈꾸는 국경이란다. CSI 요원의 그것 마냥 현실의 토오꾜오에서 이상이 살던 그곳이 오버랩되었으리라. 팩션인 듯, 기행문인 듯, 약간의 스릴과 우울함이 뭍어있는 글이었다. 한 개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한 가지 주제로 떠나는 여행은 멋져 보였다. 난 어떤 질문이 생길까? 굳이 묻는다면 '화가 고갱이 끝내 떠나지 않고 살게 한 피지 타히티의 매력이 뭘까?'고 말하고 싶다. '노년에는 고갱처럼 살고 싶다'고 농담삼아 말했다가 습관이 되어 이젠 정말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페이지(나라)마다 독특한 맛이 있고, 매력을 품었다. 다른 땅, 다른 사람들 속에 김연수는 변함없이 사람을 좇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사건에 주목한다. 오감을 잔뜩 세운 채로. 건축가 오기사는 펜과 스케치 북으로 세상을 돌고, 어느 사진작가는 말없이 렌즈로 세상을 그렸다. 김연수는 그의 유려한 문체로 세상속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를 그려 나갔다. 매력적인 일, 여행을 추억함이다. 한 편 놀라운 것은 그들의 기억력이다. 여행 중에 기록을 했을까? 모든 여정을 마치고 추억했을까? 마이크를 써서 녹취를 했을까? 아니면 전공을 살려 체험이라는 뼈대에 '허가받은 거짓말'로 살을 붙였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알 필요도 없다. 여행의 추억이란 늘 과장되고 포장되는 법. 그것을 들으면 더욱 부피는 커지는 법.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여행기는 실제 여행보다 더 현명한 여행법일 것이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읽는 독자야 무슨 상관이랴? 어짜피 제가 떠나면 또 다른 페이지가 생겨날 것을...  

"사람을 젊게 만드는 것이 둘 있다.하나는 사랑이요, 또 하나는 여행이다. 

젊어지기를 원하느냐? 될수록 여행을 많이 하여라."

  이 글 속의 김연수는 오늘의 그보다 필경 젊었으리라. 여행의 순간은 그것을 준비하면서부터 경험하고, 추억하는 것까지 젊어있었다. 여행을 하면 흰머리가 검게 되고, 주름이 사라지진 않을테지만, 오늘의 내가 과거의 한 때를 기억하면 젊어지는 것처럼, 어린 시절 동창을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여행의 모든 시간은 젊음의 기록이다. 그런 젊은 시절이 많았음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는 젊은 듯 보이지 않을까. 또래의 김연수가 나보다 젊어보이는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의 여행기가 나를 무작정 떠나고 싶은 치기어린 청년의 욕망에 빠지게 한 걸 보면 그 말은 맞지 싶다. 책을 덮으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젊어졌는지, 젊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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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리 지음, 안진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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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기획서로 3-4분 만에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남을 설득한다는 것, 그건 정말 힘든 일이다. 게다가 그 설득으로 판매를 한다는 것은 더욱 더 힘든 일이다. 한 술 더 떠서 남을 설득하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을 글로 쓴다는 건...죽을 맛이다. 기획안(서). 다른 사람도 아닌 갑甲(상사)에게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을 꾸미도록 조장하는 이 짓은 죽을 맛인게다. 아예 시작부터 이 짓(?)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도 힘들진대 매 분기마다 작문시험처럼 제출하도록 권유받는 수동형 기획안쓰기는 월급만 아니면 포기하고 싶은 죽을 맛이다.  

  나의 첫 기획안은 이렇게 죽을 맛이었다. 일주일 안에 제출하라는 상사의 말에 '에이~ 설마' 했었는데, 기획안을 가지고 브리핑까지 해야하고 그 결과는 인사고가에도 반영되다고 하니, 청천벽력같은 지령이었다. 앞선 선배들의 기획안을 훔쳐보고, 술을 받아주면서 요령을 물어봐도 속 시원한 답은 얻을 수 없었다. 데면데면 넘어간 그 사건 이후에도 몇 번의 기획안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그처럼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매 번 읽을 때마다 들게 하는 책이 있다. 패트릭 G. 라일리의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THE ONE PAGE PROPOSAL 이다. 지난 주 약 한 시간 동안 이 책을 다시 읽고, 세 시간 만에 기획서를 만들어 모 회사에 제출했고, 지금 Call을 기다리고 있다. 
  





  문학에 고전이 있듯이 실용서에도 고전이 있다. 내가 가장 최고로 치는 고전은 <탈무드>와 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이다. 탈무드는 남녀노소가 아는 유대인의 경전인데, 여러 제목, 여러 저자들이 재해석한 탈무드 책들은 모두가 좋다. 특히 일본 맥도널드의 회장이었던 <후지타 덴>씨가 쓴 탈무드 관련서는 훌륭하다. <사장의 제왕학>은 일본의 작은 중소기업 사장이 사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품성등을 자신의 사업경험을 사례로 쓴 책이다. 내가 창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아서 '경영의 바이블'로 여겨서, 지인들이 창업을 할 때나 관리자가 되면 꼭 선물하던 책인데, 이미 절판되어 시중에서는 구할 수가 없게 되었다. 최근에 새로운 출판사가 판권을 사들여 곧 출간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밖에 홍보카피를 위해서는 <최카피>의 책들은 언제 읽어도 신선하고,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자기 사업을 하면서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 많은 기획서를 만들면서(물론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기획에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었지만, 이 책 THE ONE PAGE PROPOSAL 보다 더 나은 책을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제목처럼 <한 페이지 짜리 기획서를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 책이다. 저자 패트릭 G. 라일리는 투자요청을 위해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기획안을 제출하던 중 세계적인 부자, 애드넌 카쇼기를 만나 그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네가 제출하는 기획서를 결정권자가 봤을 것 같냐?'는 질문이었다. '시간이 돈'인 그들의 책상 위에 하루에도 수십 통의 기획서가 올려지는데, 수십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기획서를 과연 읽겠는가? 그들의 눈에 뜨이기 위해서는 한 장, 달랑 '한 장의 기획서'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 기획서를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한 장의 기획서'로 많은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대성공을 거두는데,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가미해 만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THE ONE PAGE PROPOSAL 은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미국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맨 꼭대기로 출근하는 회장(직급에 따라 가장 높은 곳에 근무한다나?)에게 어느 젊은이가 투자제안서를 들고 나타났다. "잠깐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습니까?" 물었더니 "엘리베이터에 타게나. 자네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 까지의 시간이네. 할 말 있으면 해 보게."라고 답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탄 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내릴 때, 주인공의 어깨를 툭툭 치며 "괜찮은 생각이군. 곧 연락하겠네."라며 웃던 장면, 주인공의 투자제안서가 제대로 어필이 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의 PT는 비단 영화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난 2009년 2월에 있었던 삼성중공업의 면접 때 있었던 실제 PT 상황도 그랬다 한다. 1-2분짜리 엘리베이터에서의 PT가 그렇듯 짧게는 1분, 길어봐야 3,4 분 안에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페이지'짜리여야 한다. 그래야 '보스'가 감히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1 Page Proposal은 나의 성공 비결 중 하나요. 당신에게도 매우 귀중한 성공 비결이 될 수 있소.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는 사람치고 한 쪽 이상의 분량을 읽을 만큼 시간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문 법이오.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소."
 

  기획서는 철저하게 그 문건을 읽을 대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강한 인상('어? 달랑 한 장이네? 한 번 읽어볼까?)을 심어줘야 하고, 그러면서도 강력하고 간결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서 'ONE PAGE'여야 한다. 기획자에게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즉, 복잡한 데이터를 줄이고 참신한 기획서를 만드는 것만이 곳곳에서 터지는 비즈니스의 범람을 막을 수 있다. 기획서는 미래의 사업을 이야기하기에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을 가져야 하고, 기획자의 생각과 의지가 담겨야 하기에 '논설문'과 같은 주제도 포함되어야 한다. 바로 '비즈니스 연설문'인 것이다. 저자는 이 모두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기획한 내용을 제목 부제, 목표, 2차 목표, 논리적 근거, 재정, 현재 상태, 실행 등 여덟 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한 페이지를 꾸미라고 말한다. 
 

  이 여덟 개의 항목은 저자의 연구결과 즉 과거에 시저, 나폴레옹, 토머스 제퍼슨, 링컨이 사용했던 기본형식으로, 이 순서는 사고와 논증의 논리적이고 유기적인 진행에 따른 것이다. 저자가 사례로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최고의 1 Page Proposal 중 하나라고 꼽으면서 독립선언서 안에 여덟 개의 항목이 제시된 바를 지적해주어 이해하기가 쉬웠다. 또한 저자가 과거로 돌아가 왕실의 건축가 헤몬이 되어 파라오 쿠푸가 세운 대 피라미드 건축에 대한 1 Page Proposal 을 한다면 하고 제시했던 기획서의 아이디어도 유익하다.
 

  달랑 한 페이지인 기획서에 과연 모든 생각을 실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이 책을 덮을 때 즈음이면 가능할 것 같다는 짐작이 들 것이며, '한장인 만큼 작성하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겠다'는 생각은 한편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사례로 제시된 저자의  1 Page Proposal 들은 하나하나 훌륭한 기획서의 모범으로 보이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해보고 싶다'는 의욕마저 부른다. 120여 페이지 남짓의 1 Page Proposal을 쓰는 과정은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독려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날카롭게 선택된 언어로 표현해야 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쓰는 기획서의 강력함에 자신을 가져야 하지만, 결함이 있는가 하는 조심스런 마음도 갖게 한다. 이러한1 Page Proposal 은 궁극적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표현방법이면서도 깔끔하고 균형미도 함께 겸비한 멋들어진 문서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기획서를 읽어야 할 대상을 충분히 고려할 것', '내 생각이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과 진심을 다할 것'이다. 늘 읽을 때 마다 새롭고, 배우게 되는 점. 이것이 고전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최고의 기획서 작성을 위한 최고의 매뉴얼,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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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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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탐정 김전일'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 경제학 책! 

 

  뉴욕시내 한복판에 핵폭탄을 터뜨리는 것과 2002년 수도 워싱턴 일대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무차별 저격사건중 저(低)비용으로 미국에 최대의 공포를 일으키는 테러는 무엇일까? 정답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뛰어난 테러 방식은 후자인 무차별 저격 사건이다.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초래하고, 동시·다발 공격으로 개인이 아닌 테러 ‘집단’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테러범의 희생을 가급적 줄이고,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고, 장기간 유지되는 ‘값비싼’ 법률들이 무더기로 제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등 제한된 자원으로 공포를 극대화하려면 뉴욕시내 한폭판에 핵폭탄을 터뜨리기 보다는 “20명쯤 되는 테러범들에게 소총과 차를 주고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무차별 사격을 벌이게 한다면 엄청난 혼란이 벌어지고 범인 체포도 극히 어렵다"는 것. 이처럼 끔찍하게 '효과적인 테러 방식' 을 생각하다니... 말이 될 법한 일인가? 오사마 빈 라덴이 생각했을까? 아니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로 있는 스티븐 레빗Steven D. Levitt 이 자신의 블로그(www.freakonomics. com/blog) 에 올린 글이다. 개연성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논의해 보려고 2007년 8월에 올린 이 글은 삽시간에 달린 600여 개 댓글 가운데 “당신도 테러범과 마찬가지” “관심을 끌려는 무책임한 글” 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시카고 대학은 돈이 많아서 이런 쓸데없는 사람에게 월급을 주고 학생을 가르치라는 건지, 아니면 학생을 가르치고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남다른 그의 생각을 적은 한 권의 책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고,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될 만큼 화제가 되었다.  

  스스로를 '자료 탐정'이라고 설명할 만큼 산더미같은 각종 자료 속에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분석하기 위해 경제학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 그의 연구다. 자료 탐정이 찾아낸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법칙들이 공개된 책은 <괴짜경제학 플러스>이다. 원제목 Freakonomic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이다. 그는 "경제학은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많이 다루는데,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면서 “내가 궁금해 했던 것은 사소하고 부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간에는 경제 이슈에 대한 탐색이 있다”고 말했다.  

  이 책<괴짜 경제학 플러스>는 <괴짜 경제학>의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의 책에 스티븐 레빗, 그는 누구인가? '뉴욕 타임즈 매거진'에 기고했던 칼럼 7편과 '괴짜 경제학 블로그'에 실은 게시글 등이 포함되어 100 페이지 넘게 추가되었다. 주된 내용은 <괴짜 경제학>에 실었던 글들에 대한 반향과 그에 대해 추가적으로 해야 했던 말들, 그리고 또 다른 엉뚱한 생각(?)들이 대부분이다. 도대체 어떤 글들을 실었기에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었을까? 
 

  교사와 스모선수의 공통점은?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 등 제목만 읽어봐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구체적인 직업군을 파헤치는가 하면 한 나라의 국기國技인 스모에 태클을 걸고, 종교나 정치문제 만큼이나 언급하기를 꺼리는 낙태와 흑인 사회문제에 대해 도마위에 올렸다. 갱스터와 직접 생활하기도 했다는 저자 스티븐 레빗은 탐정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 책이라기 보다는 '탐정소년 김전일'의 롤플레잉 게임을 책으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재미? 두 말하면 입아프다. 골때리게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고, 통쾌하기까지 한 것은 한 번쯤 생각했거나, 공상처럼 짐작했던 문제들 하지만, 감히 언급하기 어려운 사회의 이면을 당당하게 파헤쳤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로 인한 부정행위는 인간의 본성일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인간의 갖가지 노력 가운데 특출난 재능에 속한다는 것. 그래서 고부담 시험(우리나라의 일제고사)의 인센티브 즉, 가르치는 학생의 성적이 나쁘면 비난을 받고, 승진이나 연봉인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학교 전체의 점수가 낮으면 정부에서 보조받는 기금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때문에 일부 선생님들은 성적이 나쁜 학생의 시험성적을 고의로 높은 성적이 나오도록 조작한 사례를 들었다(올해 초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고사의 성적조작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리고 적발된 사례 이외에도 '찾으려고만 한다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제시한다(이부분에서 저자의 경제학적 소견이 빛을 발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의 경우 대회가 열리면 한 선수가 하루에 한 경기씩 15일간 치루는데, 8승 이상의 전적으로 대회를 마치면 순위가 상승하며 7승 이하의 전적으로 패배하면 순위가 하락하게 된다. 그들에 대한 물질적 보상도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대회 마지막 날 7승 7패의 전적으로 시합에 임하는 선수는 8승 6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방에 비해 승리에 대한 갈망은 훨씬 클 것이고, 만약 '어느 보상(인센티브)'이 주어진다면 8승 6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가 7승 7패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 선수에게 일부 선수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그리고 직접 자료를 가지고 확인해 보았다. 어떠했을까? 답은 독자들이 짐작한 대로이다. 
 

스티븐 레빗은 '왜 현대 사회에는 이토록 많은 범죄가 일어나는가?' 하는 익숙한 질문보다 '왜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되묻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인센티브때문에 '그나마' 이정도의 범죄율과 부정행위가 생긴다면서 앞으로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들이 계속 진화하여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보았다. 그가 제시하는 경제학적 통계의 근거는 무조건 반발하기에 오히려 창피할 만큼 근거가 있었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추론들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블로그에 실리는 댓글들은 반론보다는 그가 표현한 글의 방법(때로는 독설적이고, 조롱하는 듯하긴 하다)에 토를 다는 수준이다. 판검사가 범죄자 앞에서 당당하게 꾸짖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잘 나서가 아니라 법앞에 서 있기 때문이듯, 저자가 직업군들을 꼬집어서 그들의 이면을 이렇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자료를 근거로 한 경제학적 접근 때문이었다.
 

   KKK단과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정보를 독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KK단은 조직을 구성하고 협박을 위해 암호를 쓰고, 부동산 중개업자는 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활용해 의뢰인을 거의 농락하면서 거래를 성사시킨다. 만약 부동산 중개업자가 자신의 집을 매도한다면 의뢰받아 중개할 때보다 최소 1만 불은 더 받는다고 한다(이 해답역시 자료에서 추출해 냈다.그를 두고 천재라고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나보다)
 

즉 그는 수수료만큼 일하려 하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에게 보다 높은 가격으로 집을 팔려고 한다면, 어느 가격 이상에 팔면 수수료 외에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야 현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입자는? 물론 자신이 제시한 가격 이하에 살 수 있게 해준다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제시해야 한다. 그런게 어디있냐고?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에 암암리에 성행중인 주택매도방식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괴짜경제학>은 <행동주의 경제학>과는 다르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없다는 심리학적 전제하에(늘 나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숨어 있는 경제학적 요인을 찾아내고, 보다 경제학적인 판단을 알려주고 있다면, <괴짜경제학> 기존의 주류경제학이 아예 생각조차 두지 않고 있는 사안들이나 '경제학적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결정된 사항들에 대해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자료들(경제학과는 거리가 먼 통계자료)을 들이대며 '이래도 안돼?'냐고 뒤통수를 친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동원되는 '상상조차 해 보지 않았던' 자료들이 바로 경제학자 스티브 래빗의 몫이었고, 그 천재성에 대해 세상이 놀라고 감탄해 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표현은 다소 직설적이고 독설적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된다(그런 점이 돋보여 그의 블로그가 뉴스에도 보도되기도 하지만...). '듣기 싫은 말이지만, 실은 맞는 말'? 그가 던지는 정답이 그렇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통쾌함마저 선사한다. 특히 사회 이면에 숨어있거나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워 금기시하고 있는 내용들을 들고 나와 그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유려한 문체와 재미있는 사례들, 멋들어진 스토리텔링은 한 편의 추리소설를 버금간다. 생각의 힘을 재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계산과 숫자, 그리고 그래프가 보이지않는 경제학 책?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어느 날 36.09 달러나 하는 닭고기 요리를 먹던 스티브는 그 닭고기가 상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배인을 불러 따졌지만 지배인은  와인 두 잔값을 서비스로 빼줬으니 닭고기 요리는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를 말해주는 행태주의자드의 '닻 내리기anchoring'에 의해서 였다면 경제학자인 그는 0퍼센트에 닻을 내려 '음식값을 공짜로 해줘야겠다'고 으름장을 놔야했다. 소심한 그는(자신은 수줍음 때문이라고 하지만) 0퍼센트에 닻을 내리지 못하고 음식값을 지불하였다. 
 

그리고는 블로깅으로 '그 날의 사건을 낱낱이 고발하고, 로스트치킨 요리는 아직도 팔리고 있다며 식당의 위치'까지 적어놓았다. 그의 소심함의 값어치는 36.09달러이고, 다른 블로거들에게 고발하는 '이타주의'로 보상받았다. 경제학자라면 세계최고의 갑부가 될텐데 그럴 수 없는 이유를 알 듯 하다. 대신 그는 멋진 블로거였다. 재미있는 천재 경제학자의 새로운 경제학 이야기, <괴짜 경제학플러스>는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었다. 그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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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 나와 회사를 변화시키는 블로그 마케팅 노하우
로버트 스코블.셸 이스라엘 지음, 홍성준.나준희 옮김 / 체온365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블로깅을 하는 가장 큰 이유? 바로 이타심 때문!
 

 이 년전 업무차 충남 보령에 내려가 약 일주일 가량 바다가 보이는 콘도에서 묵었던 적이 있다. 낯선 곳에서 오전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면 힘들고 피곤할 듯도 한데, 일을 마치는 시간이 되면 대학시절 MT를 온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려 온갖 날생선과 횟거리, 채소 그리고 과일을 사서는 한쪽에서는 밥을 짓고, 다른 쪽에서는 매운탕을 끓이면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맛은...지금 생각해도 침이 꿀꺽 거린다. 일주일간의 출장은 별다른 큰 소득이 없었지만, 별로 후회가 없는 이유도 그 때 저녁 먹거리를 준비하며 즐겼던 시간이 꽤나 즐거워서 일게다.  

  윗배가 묵직할 만큼 포식을 하고 나면 소화를 위한 운동으로 설겆이를 하고, 산책삼아 콘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피씨방에 갔다. 그 곳에서 내 동료는 온라인 맞고 게임을 했고, 난 4년 째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블로깅을 했다. "뭔 홈피가 그리 커?" 블로그를 모르던 동료가 블로깅을 하던 내 모니터를 보며 던진 질문은 그랬다. 한참을 설명해 줬더니 왈 "돈도 안되는 그 짓을 쓸데없이 왜 하는거냐?"고 또 물었다. 그 때 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왜 하는지 나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머리를 '꽝'하고 맞은 느낌, 멍청하게 동료를 보고 눈만 꿈뻑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 나는 혹 다른 블로거라도 만나면 "당신은 돈도 안되는 그 짓을 쓸데없이 왜 하는거요?" 묻는 습관이 생겼다. 뽀대나서, 남들이 하니까, 애인이 하라고 해서, 홈페이지가 없어서 등 별의 별 대답을 들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 당신은?"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언젠가부터 그 질문도 하질 못했다. "블로거들은 블로깅을 왜 하는 걸까?"  

  어느 날, 난 책을 읽다가 "유레카!"하고 외쳤다. 그래, 블로거들이 블로깅을 하는 이유를 블로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책에서 발견한 것이다. 그 답은 경제학의 아버지이자 국부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가 발표한 자신의 최초 저서 [도덕감정론]에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이기적이라 해도, 그의 본성에서 특정원칙이 존재하고 있어 타인의 행운에 관심을 가지고 타인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싶어한다. 비록 자신은 타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말이다." 그래,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블로깅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 내 말에 귀기울이고, 나에게 말을 걸기 때문에 그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모리대Emory University의 정신의학, 행동과학 교수인 그레고리 S. 번스 박사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한 연구에서 인간의 뇌의 원시적인 부분인 선조체striatum 가 협동을 할 때 활성화된다는 알아냈다. 인간이 서로 협동할 때 섹스나 도박과 같이 자극적인 활동을 할 때 분비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이 정상치의 5배나 분비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디 협동을 하게 되어 있는 동물이고, 이는 돈을 버는 것보다 사람들을 더 흥분시킨다. 인간의 이타주의 때문이다.
 

  여기 온통 블로그이야기로 두툼한 책 한 권으로 가득 채운 책이 있다. 블로그를 '덩치 커진 입소문'이라 불렀던 요시 바르디의 말을 빌어 입소문이 언제나 인식과 도입을 확대하기 위한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면, 블로깅은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입소문 전달 메커니즘이고, 정보화 시대에 있어 섹스보다 더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일이라고 말하는 책이다. 미국에서 유명한 블로그 마이크로소프트의 채널 9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 스코블과 셸 이스라엘이 쓴 책, 나와 회사를 변화시키는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이다. 부제는 나와 회사를 변화시키는 블로그 마케팅 노하우이고 원제목은 Naked Conversations: How Blogs are Changing the Way Businesses Talk with Customers 이다.

  

"올해는 지난 20년간 내 최고의 해였다.
 

왜? 2004년 7월 27일,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는 맘껏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고객'들도 신나게 즐겼다.
 

블로깅...덕분에...내 인생이 달라졌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인 톰 피터스의 극찬으로 이어지는 추천의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온전히 '블로그'와 '블로거'를 위한 '똑똑하게 블로깅을 하는 법'을 말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기업 블로그가 한창 활성화 되던 2006년에 쓰여진 책인데, 블로그가 기업과 고객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혁명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알리고,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기업과 고객 간의 이해와 신뢰를 가로막는 장애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전략으로 블로그를 운영해야 할 지를 말하고 있다.
 

  세계 최고 속도의 인터넷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블로그'는 개인블로거 측면에서는 미국과 거의 시작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블로그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한참 미비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 블로그란 기업내에서 직원이 자신의 회사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블로그를 의미하는데, 우리는 거의 개인블로그가 대부분이고 현재 말하고 있는 기업 블로그란 모양만 바꾼 또 다른 형식의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쓰임 또한 미비하다. 문화적 환경이 다르고 기업환경도 달라 미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우스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에는 미니홈피 대용으로, 혹은 스크랩이나 개인적인 소감을 적은 개인블로그들이 주를 이루다가 최근에는 블로그에 설치된 광고베너의 누적 클릭수로 수입을 얻는 '전업블로거'가 생기고 영화, 음반, 책, 화장품등 기업의 신제품을 알리기 위한 기업 블로그가 하루에도 수백 개 씩 포스팅되며, 블로거가 소비자로서 자신이 사용한 제품과 장소 요리등에 대한 리뷰가 대규모 포털 '지식in'을 뛰어넘는 호응을 발휘하는 우리나라의 블로그 시장을 볼 때 시장의 규모나 파급효과는 서로 다르지만 블로그의 성격이 스스로 진화되어 가고, 점점 상업서이 짙어지면서(기업이 끼어들면 항상 돈이 따르지 않던가?) 그에 따른 윤리성 혹은 진정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 책의 발행년도가 2006년 이라는 즉, '오래된 책'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제 사람들은 제품과 기업에 대한 진실과 그들의 욕구에 대해 서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웹이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  <웹 강령 95> 중에서

 

  Web 2.0 시대, 즉 누가 시키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이타주의'에 의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소비한 제품의 체험담 혹은 사용후기 등을 통해 잠재소비자들을 자극해 새로운 '생산력'을 창출한다는 프로슈머prosumer 라는 진화된 소비자가 있는 이 시대에 '블로그'는 생산자(기업)와 소비자를 잇는 수단이 되고 있다. 주된 대화방법은 '입소문'. 기업은 이를  대화 마케팅, 오픈 소스 마케팅, 쌍방향 마케팅 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블로그'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해서 '블로그'에 관심이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인거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해 미국의 성공한 블로거들의 예를 들면서 성공적인 블로깅을 통해 개인과 블로그가 얼마나 유명해질 수 있는 지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려준다. 또한 블로깅의 어두운 측면 즉, 시간 소비, 지적 재산권 등의 침해등으로 인한 법적인 우려, 악성 댓글, PR 분야와의 갈등, 중요한 정보의 유출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블로그에 대한 전반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지만 주로 2006년 현재 미국의 블로그 환경 등을 말하고 있어, 구체적인 사례로 드는 미국의 대기업 웹 사이트와 유명한 블로거들에 대한 스토리는 우리의 환경과는 많이 달라서 공감하면서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의 직원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대해 기업과 블로거이면서 직원인 개인과 발생하는 문제점 등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상황(블로그스피어환경이 달라 정직원이 자신의 회사에 발생하는문제에 대해 운운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소리 소문없이 해고될 지 몰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이라 몰입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깅의 6대 핵심사항, 블로깅의 주요 이점, 성공적인 블로그를 위한 다섯 가지 조언, 나라별 블로그의 문화적 차이등 블로거라면 한 번쯤은 숙지해야 할 중요한 내용들이 많아 책을 놓기가 힘들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개인홈피 수준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서 블로그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그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데 그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장, 잘못된 블로깅, 제대로 된 블로깅, 어떤 위험도 없는 안전한 블로깅, 위기 상황에서의 블로깅(10-13장)은 눈여겨 읽어봐야 할 부분이었다. 권말에는 '한국에서의 블로그'편을 따로 두어 국내 블로그의 현주소와 인기있는 블로그를 위한 8계명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블로그에 참여해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케팅 홍보 비용이 기존의 매체를 통할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비용적 측면도 있지만, 기업과 고객간의 거리를 좀 더 좁혀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이들의 관심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겠다. 하지만 개별적인 설치형 블로그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블로그들이 거의 모두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어 포털의 블로그 정책에 위배되면 삭제되는 등의 제한 등을 받고 있다. '포털의 블로그 정책'이란 것이 포털 검색의 상위에 링크되는 스폰서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업용 블로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많아 우리나라 블로그는 개인을 위한 블로그가 아니라,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받는 격'으로 아무런 수익은 없이 포털에게 콘텐츠만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의문이 들때가 많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출발한 블로그스피어 환경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부분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블로그스피어 환경을 좀 더 이해하고 블로그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블로거라면 숙독해 봄직한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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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미치다 - 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전상인 지음 / 이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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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적 측면에서 대한민국 아파트의 현실을 파헤친 건강하고 재미있는 책!

 

  책 제목 한번 거칠다. '아파트에 미치다'. 하지만 그런 거친 표현의 내면에는  한국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국민 전체의 70%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싶다고 한다는 현실이 있다면 '아파트에 미쳤다'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이젠 초등학교 시험문제에서 한국 국민의 생활의 3대 기본요소에 대한 답을 의,식,주가 아니라 의,식,아파트라고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한국 국민의 보유재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에 대해 보다 더 잘 알고 싶어서다. 그리고 국민들이 왜 그렇게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전상인 교수가 문화사회학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아파트를 살펴본 책, <아파트에 미치다>를 읽었다. 저자는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시설이나 주거공간의 의미를 넘어 아파트만으로도 한국사회의 특성과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가 되고, 주거문화에 관련된 한국인의 일상적인  생활에서부터 한국사회의 총체적이고도 구조적인 측면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창구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한국 국민이 왜 그렇게 아파트에 열광하는가(왜 아파트인가?)를 개략적으로 조망하고 국내 아파트의 보급과 확산의 역사를 조명했다. 국내 아파트의 역사를 조망하는 부분은 아파트 전문가이면서 닥터아파트의 창업주인 닥터봉이라는 필명의 봉준호씨가 쓴 책 <닥터봉의 부동산Show>에서도 자세히 언급되었는데, 함께 보완해가면서 읽었더니 한결 더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부의 원천이자, 신분의 차별적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아파트와 함께 하는 미래한국에 대해서도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사회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젊은 연구가인 발레리 줄레조가 지난 2007년에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을 써 국내 아파트의 문제점에 대해 제기한 바 있고, 민주노총 대변인이었던 손낙구씨가 쓴 <부동산 계급사회>에서도 한국의 부동산문제를 다루면서 많은 부분을 할애해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지만, 우리학자에 의해 본격적으로 한국 아파트에 메스를 들이댄 책은 이 책이 처음인 듯 하다. 게다가 문화사회학적 관점이라는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았다는 점은 더욱 흥미로웠다. 아파트는 그만큼 우리 생활에 뗄레야 뗄 수 없을 만큼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공감한 부분은 앞서 말한 <아파트 공화국>을 쓴 발레리 줄레조이 책의 저자가 관심을 둔 부분과 일치한 '서양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중산층은 물론 상류층까지도 아파트 거주를 선호하는가?'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잘 설명해주는 듯한 부분은 제 4장 아파트 -부의 원천에서 찾을 수 있다. 예금, 주식, 부동산 이렇게 투자의 대표적인 3대 포트폴리오 중에서 '환금성'(화폐로 전환시키는 성격)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부분은 부동산이다. 부동산 중에서도 투자자들에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넛 평균적인 수단은 바로 주택이 될 수 있는데, 다시 말해 투자수단 중에서 '집'이 가장 비싼 만큼 이를 사고 팔기가 가장 까다롭다. 그 이유는 매도자와 매수자간의 시공간적, 심리적 불합의가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고, 주택선호도와 내용연수와 감가상각등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전세와 같은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임차방식이 있어 그 '환금성'은 다른 투자 수단 그리고 같은 부동산이라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떨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아파트'다.

 

  주택가격이라고 하는 것이 매도자와 매입자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절대적인 가격이란 존재할 수 없는데, 아파트 특히 500세대 이상의 단지에 있는 아파트의 경우는 최근에 거래된 가격이 단지내 같은 크기의 아파트 가격으로 잠정적으로 합의된 터라 가격결정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부녀회가 아파트 매도가를 결정하는 등의 일종의 카르텔도 이뤄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거나 팔려고 하는 의도를 가진 자가 가격싸움에서 불리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부동산의 가격형성인데, 옆집의 최근 거래가가 자신의 거래가된다는 것은 가격의 고하를 떠나 다른 주택(모양도 크기도 다른)보다 그만큼 '환금성'에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자산보유 수준으로도 거래에 있어 장점을 가진 상류층들이 아파트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둘째로 상류층들은 일종의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다 새로운 개념과 보다 나은 시설의 아파트를 지어 인기를 구가하고자 하는 건설사의 입장에서는 그들만을 위한 아파트를 짓는다는 것은 브랜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2000년 아파트가 저마다 이름을 갖게 되면서  점점 더 고급화되고 브랜드화하는 경향은 이를 보여주는 방증이 된다. 

 

  세째로 핵가족화를 들 수 있겠다. 먼저 아파트라는 독특한 거주문화가 생겨나면서 핵가족화가 이루어졌는지, 핵가족화하는 경향때문에 아파트가 더욱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중산층은 물론 상류층까지 핵가족화되면서 고래등같은 집을 보유하며 집을 돌보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은 낭비로 여겨지게 되었다. 오늘날의 상류층의 아파트 생활은 가장 편하고 첨단화 되었음에도 '가사 도우미'를 둔다고 하니 일반주택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옛날 상류층의 본거지가 대를 이은 '터'를 중시했다면, 지금은 아파트의 '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은 전통을 중시하는 예전과는 많은 차이를 둔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구조, 그리고 재산에 대한 이야기라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것도 많고, 트집잡고 싶은 부분도 많다. 이 땅에 아파트가 생긴지 벌써 두 세대가 지났기에 일반주택보다는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아파트를 보며 자란 세대들이 많아진 지금, 이처럼 예전부터 있어왔던 '자연스러운 집'이 되어버린 아파트에 대해 우리는 그 역사와 문제점 그리고 아파트로 인한 사회적 문화적 영향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았다. 내가 살고 보는 아파트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느낌들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의 전환점'을 제시해 준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초고가화되어가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미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아파트가 한국의 독특한 주택구조라는 특징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면 날로 고가화되어 가구의 재산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그래프적인 외형만을 나타낸다면 앞으로 이땅에서 집을 소유해야 할 젊은이들에게는 마천루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꿈을 보여주는 '높디 높은 벽'이 될 것이고, 이러한 아파트 사회로의 행군이 이 땅의 평범한 시민과 미래세대로 하여금 처음부터 좌절하고 주눅 들게 만드는 것이 한국사회의 진짜 후진성이라고 강조했다. 깊이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사람들이 아파트가 너무 좋아 그에 미쳐가는 게(열광하는 게) 아니라 아파트가 스스로 미쳐가며 성장하는 괴물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고민과 생각을 던져준 책, 이렇게 건강한 책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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