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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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결과는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그 중에서도 주목된 것은 영국 출신 재주꾼 대니 보일이 연출[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각본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것.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미국 유명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본딴 인도 최대의 퀴즈쇼에 출연해 의외의 선전을 벌이게된 인도 빈민가 소년의 이야기다. 최근 전미 비평가 협회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상을 흽쓸어 다음달 열릴 아카데미 상에서도 선전이 예상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필자가 이 작품에 주목을 한 이유는 영화의 스토리가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라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찾아냈다. 원작이 소설인데 지난 해 국내에 Q&A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인도 외교관인 비카스 스와루프의 데뷔 소설로서 전세계 36 개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던 <질문과 대답(Q and A)>을 대형 스크린으로 그려낸 코믹 드라마이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의 처녀작 치고는 너무나 잘 구성된 소설이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소설인데, 영화화되어 이렇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니 정말 반갑다. 사실 원작인 소설만 읽어도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로 필자가  리뷰를 쓸 때 그 소감을 "인도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 당신의 오감을 사로잡을 것이다." 라고 적은 바 있다.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아 기대가 되는 영화 [슬렘독 밀리어네어].

영화 100배 즐기기를 위해 영화에 앞서 소설로 먼저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원작 Q&A [비카스 스와루프, 문학동네]

 

 

원작을 읽고 쓴 필자의 리뷰 :  Q&A 

  


 

인도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한 편의 영화같은 소설.


당신의 오감을 사로잡을 것이다. 

 

십인십색十人十色. 짧게, 혹은 길게 인도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인도를 아는 사람들의 평가는 저마다 다르다. 구도求道의 나라라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요가yoga의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너무 지저분하고, 더러워서 인도를 제외한 모든 나라는 천국이라고 평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순수하고 해맑은 영혼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한다.

대답하는 사람, 저마다의 입에서 나온 인도의 인상은 제각각이지만 결국 나오는 대답은 늘 한결같다.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라는 것이다. 딱히 규명하기 어려운 어떤 '묘한 매력'을 지닌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나보다.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가볼 요량으로 인도에 대해서는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있었던 터, 지난 해에는 인도에 대해서는 가장 잘 설명된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도 전문가 두 사람이 쓴 책 인도 바로보기와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한 여류작가가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엮어낸 이야기 책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에서 요가와 명상을 배우는 곳으로 정한 나라 인도를 맛볼 수 있었다. 단지 인도인의 인도소설이라는 매력으로 접하게 되었다가 그 어느 소설보다 훌륭하고 멋진 책을 만났는데, 바로 소개하는 이 책 <Q & A>가 그것이다.
 
인도의 최하류계층으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인도의 어두운 세계 속에 살며 학문은 커녕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일자무식 18세 청년,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10억루피라는 어마어마한 거액이 걸린 퀴즈쇼에서 당당히 우승을 하고, 동시에 체포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배움이 없는 그가 대학원에서 중세사를 전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의 답까지 알게 되고, 마지막 문제에서 1루피짜리 동전의 힘으로 우승을 하기까지에는 그가 살아왔던 힘겨운 삶과의 투쟁의 나날들이 모두 녹아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발리우드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감성이 메마른 이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권선징악의 단순한 교훈이 마음을 덥히고, 특히 중국의 이야기 못지 않게 과장된 그들의 이야기와 표현력이 대단히 시각적이고, 뮤지컬같은 배우들의 노래와 율동이 관객들의 '오감'을 충분히 적셔준다고 하는데, 천 루피에서부터 십억 루피까지 12단계의 상금이 걸린 퀴즈의 정답에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서 매 단계마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법률가로서 업무를 하면서 두 달만에 쓴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볼 수 없는 구성의 치밀함과 반전이 거듭되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못하게 만드는 글맛의 매력은 이 영화로도 제작중이며, 뮤지컬로도 올려질 예정이라는 뉴스를 당연스럽게 만든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우리가 실수와 실패로 얼룩진 우울한 나날이라고 평하는 어제들도 사실은 지금의 나를 지탱하게 만드는 힘을 받쳐주는 쓰라린 경험의 날들임을 이야기하고, 세상에 굴러다니는 조약돌이 무의미하지 않듯이, 우리의 삶 하나 하나가 의미가 있음을 전해준다.
살아있는 자들에게 기회가 오듯이, 준비하고 움직이고 있는 자들에게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을 고단한 젊은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느끼게 된다.
 
정직한 시선으로 뒤돌아 보자.
인생의 정답은 바로 나의 과거에 있을 것이다.

 


<영화 소개>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 

 

 



 



 



  

 

 [네이버 영화의 홍성진 해설]에 의하면  이 영화는 별도의 스타배우없이 인도 배우들로만 출연진을 구성하였는데, TV <스킨스(Skins)>의 데브 파텔, 인도영화 <레이스(Race)>의 아닐 카푸르, <뉴욕, 사랑해(New York, I Love You)>의 일판 칸 등이 공연하고 있다. 연출은 <트레인스포팅>, <28일 후>의 대니 보일 감독이 담당했고, 인도촬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베니티 페어> 등의 여성 캐스팅감독으로 인도출신인 러브린 탄덴이 공동연출을 담당했다. 미국 개봉에선 개봉 6주차에 상영관 수를 589개로 늘이며 전국확대개봉에 들어간 주말 3일동안 305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여 주말 박스오피스 8위에 랭크되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인도의 중심도시 뭄바이의 빈민가에 사는 18세의 고아소년 자말 말리크. 상금으로 2천만 루피가 걸린 인도 최대의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되기를 원하는가?(Who Wants To Be A Millonaire?)’에 참가한 자말은 모든 이들을 깜짝 놀래키며 최종 우승에서 한 문제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쇼가 끝난 어느날 밤, ‘어떻게 길거리 소년이 이처럼 많이 알고 있을 수 있나’라는 의문을 가진 경찰은 그를 사기 혐의로 체포한다.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자말은 빈민가에서 살아온 자기 형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퀴즈쇼의 질문들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왔음이 밝혀지는데…

 미국 개봉시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만장일치로 뜨거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이버트는 별 넷 만점을 부여하며 “숨이 멎을 듯 흥분되는 스토리는 애절한 동시에 유쾌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LA 타임즈의 케네쓰 튜란은 “2008년 최고의 복고풍 영화. 이 할리우드 스타일의 로맨틱 멜로드라마는 메이저 스튜디오에게조차도 울트라-모던(ultra-modern)한 방식으로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치켜세웠으며, 뉴욕 포스트의 루 루메닉은 “별넷 만점으로도 부족한 영화…최근 내가 ‘마스터피스(최고걸작)’ 호칭을 붙인 영화들중 가장 오락성이 있는 영화.”라고 박수를 보냈다. 또, 뉴욕 매거진의 데이비드 에델스타인은 “대니 보일의 영화들중 <트레인스포팅>이후 스타일과 내용을 가장 생기넘치게 결합시킨 작품.”이라고 흥분했고, 보스톤 글로브의 타이 버는 “간단히 말하겠다. 당신이 오늘밤 무엇을 하든지 당장 취소하고, 이 영화를 보시라.”고 강력추천했으며, 월 스트리트 저널의 조 모겐스턴은 “영화계 최초의 글로벌화된 걸작(first globalized masterpiece).”라고 요약했다. (장재일 분석)


written by 홍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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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 통찰 편, 시장의 거짓을 이기는 통찰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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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투자자의 착한 사마리아인, 시골의사가 던지는 일갈,
"충분한 준비와 공부없이 남의 돈으로 주식투자 하지 말아라"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된다. 단언컨대 주식투자는 보편적인 개인투자자가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큰 손실이 없었던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사람들이 주식투자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들어도 주식투자를 하면 안 되고, 주식시장이 지금의 10분의 1로 폭락해서 주권 한 장이 담배 한 개비의 가격밖에 되지 않더라도 투자를 해서는 안된다. 최소한 논리적으로는 그렇다." 
 

  주식투자를 제대로 하고자 공부하는 셈으로 펴든 책의 저자가 주식투자는 아무것도 공부할 필요가 없으며, 어떤 수단도 다 쓸모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왜 이 책을 구입했지? 저자는 그럼 이 책에서 뭘 말하려는 거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어서 이 책을 집어들면서 '주식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것'이라고 내심 짐작은 했었지만, 저자의 주식투자에 대한 독설은 곳곳에서 계속되었다. '절대로' 투자하지 말란다. 정말 어이없고 웃기는 책이다.
 

  이 책은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 거의 유일한 시장전문가로, 지방도시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각종 언론과 매체에 글과 인터뷰를 게재하며 개미투자자들에게 건강한 투자를 위한 안내자로 자청하고 있는 '박경철'의 책이다. 제목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제 1권 통찰편>으로 저자가 주식시장과 주식투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와 주장을 담은 책이다. 앞서 저자는 주식투자를 하면 안된다고 했지만,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투자자 또는 나만은 결코 시장에 속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투자자에게 굳이 투자를 해야겠다면  다음을 명심하라고 한다.
  





  "주식시장을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하라. 그것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려고 있는지, 내 속을 훤히 꿰뚫어보는 천리안과 같은 무서운 적이다. 시장은 내 머리속에 들어앉아 내 마음을 읽기 때문에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시장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다. ... 성공의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시장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무서운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언컨대 천하의 고수든, 평범한 투자자든, 오늘 처음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든, 이책을 쓴 나 같은 사람이든 내일의 주식시장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반반이다."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는  한마디로 "투자자들이여,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권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미 투자자이거나 주식투자를 고민하는 사람들일진대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림과 다름없다. 그리고 여느 '시장전문가'들처럼 '주식 권하는 책'이 아니어서 의아해지기까지 했다.    

  시골의사는 보통 주식고수와는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개미투자자들이 이른 바 고수를 찾아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면 컨설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으며 '000'를 사라고 말한다. 돈을 낸 김에 '왜 그곳에 투자해야 하나요?'라고 물으면 '말하면 네가 알아? 더 이상 묻지마, 다쳐'라고 눈을 흘길 것이다. 개미투자자들에게 있어 '주식고수'은 '주술사'의 권위에 버금간다. 그들에게는 예전에 맞췄던 확률이 중요할 뿐 예언도출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주술사는 선견지명으로 '신이 실렸던', '사전에 외웠던' 말을 내뱉으면 그만이다. 사도들이 재차 물으면 눈을 꿈뻑대고 "내가 그런 말을 했어? 기억나질 않아" 하면 된다. 이에 그 믿음은 두 배가 된다. 

세상에 숱한 '시장전문가'가 주술사라면, 시골의사는 '대장장이'다
 

  농기구에서부터 아낙들이 부엌에서 쓰는 주방도구를 비롯해 무사들이 전쟁터에서 쓰는 날선 칼과 화살촉, 그리고 방패까지 쇠붙이로 된 것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대장장이다. 옆동네에서 더 좋은 것이 나왔다면, 직접 가서 보고 사며, 그것을 만든 대장장이에게 묻고 배워온다. 동네에 돌아와서는 '왜 좋은지, 무엇이 다른지, 누가 쓰면 좋을지'를 고민해 본다. 그리고 대장간을 찾는 손님에게 장단점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손님의 체격과 깜량에 맞는 제품을 권해준다. 아낙에게는 부엌칼을 주고, 농부에게는 호미를 권한다. 코흘리개 아이가 백냥을 가져온대도 '애들은 가라'고 호통치며 무사의 칼을 내놓지를 않는다. 손님이 오면 '잘 쓰는 요령을 가르쳐 줄 뿐' 가르친대로 쓸 지는 참견하지 않는다. "내는 방법만 갈키 줬지, 토끼를 잡든 소를 잡는 거는 칼 쥔 놈, 지 마음대로 하는거 아이가?" 실제로 자신이 '대장장이'임을 고백하는 듯한 부분이 책의 내용에도 실려 있다. 

  "세상에 칼은 많습니다. 그러나 요리사가 요리할 때 쓰는 칼은 수많은 칼 중 단 하나입니다. 요리사는 가장 잘 드는 칼 하나만 잡고 요리를 합니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범위 내에서 한 개의 칼을 선택하길 바랍니다. 그래도 정말 아쉽고 더 많은 칼이 필요하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책을 한 권 골라 추가로 읽으면 됩니다." (8 쪽)
 

시골의사는 피냄새가 나질 않는다
 

  칼은 잘 알면서도 정작 무리들의 앞에서 칼을 휘두르며 나를 따르라고 하질 않는다. 대신 칼을 차고 나가는 이들에게 " 간밤에 칼은 잘 베릿나? 장마철이라 비올지도 모린다. 우산도 하나 들고 가지, 왜? 준비 마이 했재? 잘 댕겨온나" 하고 말한다. 그래서 칼을 찬 무사들은 출정에 앞서 꼭 한 번 들려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 책 또한 개미들이 주식투자를 하는 것을 말리면서도 굳이 해야겠다는 사람들에게 주식시장이라는 '적'이 얼마나 무섭고 음흉한 지, 그리고 시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짜'와 '타짜'들은 얼마나 영악하고 악랄한지를 자세하고 말해주고자 쓴 책 같다. 대장간은 서점으로, 대장장이는 시골의사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펴기만 하면 된다.
 


 


"본원적으로 시장을 이길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방향을 잘못 잡고 있으면 가지 말아야 할 가시밭길을 걷다가 발에 생채기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135 쪽)
 

  이 책은 '시장을 이길 뾰족한 방법은 없다' 전제를 항상 염두해 두고 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길이 최고다', '이렇게 하면 대박 난다'는 기존의 주식투자 관련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어느 염세주의자의 푸념'으로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히 '시장을 읽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니, 시장을 먼저 알기나 하라'고 주문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주식시장의 본질과 주식시장의 이해, 그리고 주식투자의 통찰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주식시장의 본질에서 저자는 진짜 투자자는 오르는 종목 모두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모든 조건에서 내게 맞는 종목을 고르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종목이라고 버릴 자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타짜'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커에는 포커 전문가가 있고, 화투에 타짜가 있듯이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방법과 기술을 꾸준이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도구와 연장이고 분석이며, 실적이나 재무제표를 살피는 방식등은 통찰과 직관 그리고 기업을 분석하는 보편적 도구들이다. 하지만 이들 기술적 도구들 역시 전장에서의 총칼일 뿐, 주식투자를 참여할 자격정도가 될 뿐 이기든 지든 50%의 확률은 늘 지니게 된다. 전문가가 되도 확률 50%라고? 그럼 승리하는 길은 없단 말인가?
 

  시골의사는 시장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돈을 들고 처음 증권사를 찾아갈 때의 마음으로 투자하라. 즉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두렵고 떨리던 처음의 마음, 그것을 평생 유지하는 것 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때 당신이 객장에 처음 찾아가서 생애 첫 투자라는 사실을 밝히고 증권사 직원에게 무엇을 투자할까 물었을 때 그가 처음 권하는 투자종목은 가장 안정적이고 가장 우량한 종목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순간이 강세장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바로 이 마음, 강세장에서, 우량주를, 떨리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이 심경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60~61 쪽)
 

  지식으로 무장하고 초심을 작정하며 개미들이 뛰어 들지만, '다중지성과 다중요소로 결합된 고도의 상징과 기호적 세계'인 주식시장에서 상승장을 오르기는 절대로 쉽지 않다. 저자는 덴마크 출신의 물리학자 페르 바크가 주식시장을 모래성에 비유한 것을 들어 내재가치 투자자들이 진입하여 탑을 쌓고, 모멘텀 투자자들이 참가해 그 높이를 올리며 수익을 올리면 거의 정점에 이르러서는 개미들이 덤벼들었다가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모래성쌓기는 비단 주식시장의 변화과정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발정보를 얻은 투자자들이 땅을 사들이고, 시행사를 설립해서 분양을 하면 시공사는 건물을 짓고 이익을 남기고, 선분양자들은 적당한 프리미엄에 손을 털고 나면 광기적 동조심리가 발동한 군중이 몰려와 상투를 잡는 부동산 투자와도 비슷했다. 저자가 '전문가'가 먼저 되기를 강조한 부분을 알 듯 했다. 창의적인 인간격인 내재가치 투자자가 되던지, 짧은 이익을 먼저보고 치고 빠지듯 투자하는 성장가치 투자자가 되는 길이 그나마 실패확률을 줄일 수 있음을 깨닫게 했다.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면 주식투자를 하지 말고, 그래도 또 굳이 하겠다면 가능하면 간접투자를, 펀드를 고르기 어렵다면 인덱스 펀드나 ETF펀드를 가입하라고 권했다. 
 

  "시장을 이긴다는 생각은 무모해요. 나는 시장이 언젠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모든 주식을 팔고 다시는 증권시장에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은 시골의사가 인정한 진정한 주식고수, 타짜의 말이다. 시골의사는 "주식시장에 전문가는 없다"고 말했다. 각종의 증권전문가들, 브로커,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주식시장에 적을 두고 있는 자들은 '그정 판단할 정보만 그득히 많은 사람들'일 뿐, 절대로 타짜도 아니며, 전문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확률 오르거나 내리는 50%의 확률을 지닌 주가를, 종목을 짚어낼 전문가는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 밝히는 수많은 기술적 분석과 투자법의 장단점과 제한들의 내용 또한 모든 것이 완벽한 방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자가 480여 페이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주식시장에 전문가는 없다. 당신도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니 주식투자 하려거든 제발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발을 담궈라"고 조언하는 듯 했다.
 

  시골의사가 몇 달 전 어느 아침방송에서 주부들을 객석에 앉히고 '오늘날의 경제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것에 대해 강연을 한 내용을 다운받아 본 적이 있다. 그는 주식투자에 투자하는 돈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돈을 쓰다 쓰다 남은 돈, 없어도 될 돈이 있거든 그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라. 그런 돈이라면 오르면 복권같은 행운이 되고, 내려도 크게 불행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생활비를 쪼개거나, 남에게서 빌려서 주식투자를 한다면 오르는 건 당연해야 하는 것이고, 수십만 분의 일의 확률인 대박을 맞아야 제대로 투자했다 생각이 들테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오르내리는 주가의 등락에 따라 얼굴이 펴지고 구겨진다면 그 삶이 행복하겠는가?" 그는 덧붙여 괴테의 말처럼 돈을 빌리는 행위는 '영혼을 저당잡히는 일'과 같은데, 이렇게 돈을 빌려 투자 한다면 벌써 주식시장이라는 적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왜냐하면 영혼이 없는 투자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내용 또한 독자 혹은 주식투자를 하는 개미투자자들에게 함부로 주식투자하지 말 것을 '계몽'을 하고 있었다. 
 

  "절대로 눈먼 돈은 없다.투자라는 이름으로 탐욕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집합'인 주식시장에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없이 남의 말만 듣고 뛰어들면 백전백패요, 게다가 남의 돈으로 뛰어든다면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시골의사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 같았다.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전문가이고, 과연 그들이 '쓰다 남은 귀찮은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손을 들 사람들은 몇 명일지 궁금했다. 시골의사는 증권사 직원이나 기업을 옹호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오롯이 개미투자자들을 향해 쓴 책이다.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면, 혹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필독해야 할 '착한 사마리아인'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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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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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자들을 위한 세금 완화'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다!  



  대학시절 학교앞에서 동기 두 사람과 자취를 할 때, 주말이면 '영양보충'을 한답시고 삼겹살을 끊거나 삼계탕을 끓여서 먹곤 했다. 사내녀석 세 놈이 무슨 청승이냐 하겠다만 저 멀리 거제도에서 서울로 대학생활을 하는 동기 한 명에게는 '외식'은 학생식당에서 식권으로 사먹는 밥이면 충분하다는 철칙 탓이었다. 상추 깻잎 씻고, 통마늘을 가로로 썰어서 만찬을 준비하면 마지막에 꺼내놓는 것은 두꺼비 그림이 그려진 소주 한 병과 포도주였다. 와인? 아니다. 말 그대로 포도주. 두꺼비 그림이 그려진 마트에서 파는 '두꺼비표 포도주'다. 검붉은 색과 덜덜한 맛을 가진 이 포도주는 1,500원 안팎이었으니 소주 두 병과 섞어서 마시면 그럴싸한 와인소주가 되어 호사를 할 수 있었다(양도 700밀리리터다). 

  대학을 졸업한 후 녀석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장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배타고 들어가 결혼식을 참석하러 갔을 때는 5리터 들이 종이상자에 담긴 '진짜 와인'을 꺼냈다. 외국인들이 평범한 식사를 할 때 마시는 일종의 하우스 와인이라면서 '학생딱지'를 뗐으니 업그레이드된 셈이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와인의 급도 높아져서 나중에 호호 할아버지가 되서는 진짜 좋은 와인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녀석의 노후는 와인의 질로 가늠하겠다는 말 같아서 와인을 무척 좋아하는 가보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 읽은 책에서 찾아낸 문장에서 친구의 말은 '와인 애호가'가 한 말이 아니라 '부자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생각 되었다.  

  "지금부터 25년 전 코넬 대학의 동료였던 딕 탈러가 나를 와인시음클래스에 초청한 적이 있다. 이 초청은 거절하면서, 나는 한 병에 6달러짜리 와인에 충분히 만족하는데 굳이 그것이 그리 좋은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를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딕은 재능있는 응용심리학자이지만, 내가 참석을 거부하는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지금 되돌아봐도 내가 미각 훈련을 게을리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쉰줄에 들어서서 스탠포드대학의 고등행동과학연구센터에서 안식년을 보낼 때, 더 이상 예산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 와인에 대해 더 공부할 때가 되었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여러분이 30대 초반에 처녀수확한 포도로 만든 (값비싼) 보르도 와인을 마신다는 것은 그리 좋은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 벌써 그렇게 앞서 간다면 나중에는 어떤 와인을 마실 수 있겠는가?" (121 쪽)

  <이코노믹 씽킹>, <승자독식사회>등의 저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고, 지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을 비롯해 벤 버냉키, 맨큐 등과 함께 명성높은 쉬운 경제학 교재의 저자로 잘 알려진 로버트 프랭크의 새로운 책 <부자아빠의 몰락>에 실린 글이다. 이 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현재 영유하는 것들이 미래에 영유할 것들의 '참조틀'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예로 설명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인간이기에 '인지상정'으로 느끼는 질투심이 아니라 '정황'과 '가치평가'가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감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원제목은 Falling Behind, 낙오落伍를 뜻하는 제목이겠다.   


  이 책은 1970년대 이후에 심화된 '빈부의 불평등 심화'즉 부의 양극화(편재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가 필립 쿡과 공저로 썼던 전작 <승자독식사회>에서 세계 최고의 오페라 가수가 100곳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CD와 DVD로 전세계 어느 곳이든 원하면 들을 수 있게 되면서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얻는 반면 엇비슷한 재능을 가진 두 번째 세 번째 가수들은 그저 버티기에도 곤란을 겪게 되는데, 이같은 승자독식Winner- takes - it - all 급여구조는 수많은 다른 노동시장의 최상위 수준에도 널리 퍼져 있고, 이들이 소득분배의 상위 5%에서 막대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1970년대 이전에 비해 오늘날 불평등 심화를 낳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부의 정도가 높아진 이들 상위 5%들은 '문명의 이기' 덕에 쏟아지는 넓고 좋은 집, 최신형 자동차, 수많은 신제품과 고가의 물건등을 거리낌없이 사며 생활하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부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동시에 '욕망'을 느끼게 되어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된다. 품질 자체를 소유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친구나 이웃보다 앞서고 싶은 혹은 뒤처지고 싶지 않은 욕망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이것은 마치 '트렌드나 유행'처럼 빈곤층에 까지 번지게 되어 심각한 경제 문제를 낳는 요인이 되는데, 결국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당하지만 유독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의 소비활동이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는 셈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승자 독식사회에서 중산층의 과도한 소비에 대해 런던 정경대 리처드 레이어드 교수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국가에서 남편은 아내에게 장미 한송이를 선물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할 수 있지만, 부유한 국가에서는 12송이를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상위 5%의 부자들을 제외한 중산층와 그 하류층의 소비는 무조건 그들을 추종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또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광고업자에게 속는 얼간이도 아니고, 유혹에 쉽게 빠지는 사람도 아니며 의지박약한 존재도 아니다. 그리고 사회비평가들이 말하듯 비합리적인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의사결정은 군비경쟁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종류이다. 어떤 나라도 어리석기 때문에 폭탄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국가가 폭탄을 보유할 대 자기네만 없으면 불리하기에 폭탄을 사들이는 것이다." 부자를 좇는 과소비는 정황과 가치평가에 근거한 '상대적 박탈감'의 발로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승자 독식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누진소비세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누진소비세는 좋은 물건을 사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모든 사림이 소비를 줄이도록 동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치품이나 귀금속에 부과하는 특별소비세보다 더욱 무거운 세금인데 소득에서 저축액을 뺀 나머지를 소비한 것으로 보고 세금을 물리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부시의 법인세, 배당금, 자본소득세등의 인하등 부자들의 감세정책에 대해 맹비난했다.  

  <부자아빠의 몰락>은 오늘날의 부의 불평등 심화 문제를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특유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 특이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중산층에까지 무척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오늘날 미국을 위기로 몰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내집마련의 꿈에 빠져버린 중산층의 몰락을 잘 말해주는 것 같았다. 또한 이 책은 부시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듯 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상속세, 법인세, 특소세 인하, 양도세 완화등 '경기 부양책'이라는 이유로 정책을 추진중이다. 이 책의 말대로라면 부자에게 혜택을 주면 줄수록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부자이외의 국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안겨주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저자는 공공정책을 통해 '경쟁의 낭비적 요소와 불평등을 동시에 줄여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목소리가 국회의사당의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에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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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사장학 - 대한민국 사장들을 위한 생존전략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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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만만치 않은 사장의 길을 알려주는 대한민국 [사장학 원론] 


  "난 나중에 사장이 되고 싶어요." 대학을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중퇴를 하고 '여행사'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22살 동생의 포부였다. 어떤 사장이 되고 싶냐고 묻자, 그냥 사장이 되고 싶단다. 그것도 '뽀대'나는 사장. 넓고 멋들어진 사장실에 외제 고급승용차를 타고 접대를 한답시고 골프를 치면서 '사장입네'하는 제 여행사의 사장이 마냥 부러웠던 모양이다. 동생의 눈에 비친 '뽀대나는 사장'이란 그런 모습이었다. 이제 서른이 된 동생의 꿈은 '스페셜리스트'다. 당장의 벌이는 둘째치고 여생을 후회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덤벼들고 있다. 사장이 되고 싶은 꿈은 어디갔냐고 물었더니 "그 어려운 일을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고 오히려 묻고 있었다. 사장 해먹기 어려운 줄 아는 동생은 이제야 사장될 첫 발을 띤 것 같았다.

  직장생활을 하는 모든 직장인의 로망은 '내 회사의 대표이사'면서 나만의 구멍가게 '사장'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누구나 '사장님'소릴 듣고 싶어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대한민국에서 사장을 하기는 정말 쉬우면서도 어렵다.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누구나 사장이 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사장이요, 사업을 잘 일으켜서 제대로 '사장'소리를 듣고 살기는 어려운 것이 또 이 땅이다. 신문사 기자 생활을 하다가 창업을 해 사장의 길을 걷고 있는 서광원 사장이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사장으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괴로움'을 저자가 직접 경험하면서 잘 표현해 한 때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다. 말로만 사장이 되었다고 사장이 아니다. 사장의 꿈이 '속 편한 신입사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믿어지겠는가?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은 상관없이 다른 회사로 옮기면 되지만 오너에겐 다른 데로 갈 때가 없다. 회사가 곧 내 집이요 자식이기에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침 전에도 회사 생각, 식사할 때도 회사 생각, 가만히 있어도 회사 생각이 들어 마치 온 몸을 회사라는 것에 씌어 있는 지도 모른다. 항상 잘 되어야 한다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한평생 살아가는 것이 사장의 인생인 것 같다." 서핑중에 발견한 어느 블로그의 글이다. 대한민국 사장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 어느 의류업체 사장의 블로그(몬테밀라노 대표 오서희)의 글인데, 그는 사장의 인생을 일러 '항상 잘 되어야 한다는 마법의 주문에 걸려 한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장이라는 이름을 콕 집어 잘 표현했는데, 덧붙여 '하루 24시간을 한평생 동안' 이라고 하면 더욱 가까운 답일 듯 싶다. 

  <공병호의 사장학>은 고독하고 힘겨운 '사장'의 길에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는 소기업 사장들이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해 사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어서', 대기업의 사장, CEO를 위한 것이 아니라 10인 이하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해 이 글을 썼다고 했다. '자영업자 위기의 시대'라고 일컫는 요즘에 맞춰 시의성있게 나와준 책, 그래서 반가웠다.

 



 
  이 책은 크게 '대한민국 사장이 꼭 갖추어야 할 생존전략'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장 사장학'으로 나누었다. '대한민국 사장이 꼭 갖추어야 할 생존전략'은 진정성, 전문성, 판단력, 실행력, 생존과 성장력, 선견력, 유연성, 신념, 몰입, 수양, 학습력, 지구력, 동력, 통찰력 등으로 세분하였는데 '사장으로서의 자질론과 인성'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대기업의 오너조차 모두 갖추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듯 하고 다소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상당하지만 '아이템과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사장질(?)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는 사장아닌 사람들에게는 한 번은 짚고 넘어야 할 내용들이 수록되었다. 오히려 10인이하의 소규모 사장(창업자, 오너)이기에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들이었다.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사장이라면, 사장이 될거라면 어느 부분이 부족한 지를 점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은 후반부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현장 사장학'이었다. 이 부분은 '실전편'이라 볼 수 있는데 기업의 수장으로서 상품, 세일즈, 조직 운영, 재무, 인재 관리등 사업에 필요한 기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불경기 요즘과 같은 전반적인 불황의 조짐이 있는 때에 창업자나 사장들은 경쟁업체의 흥망을 지켜보며 '나만 불경기가 아니구나'하며 위안삼기 쉬운데, '스스로를 먼저 돌봄으로써 위기를 돌파할 줄 아는 자 만이 진정한 리더'라며 전체적으로 자신의 기업을 돌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하고 있었다. 현재 독자가 사장이라면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자신의 기업과 점포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고, 리더로서 당장 추진해야 할 덕목들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저자의 경영담'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1인경영이지만 스스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부분들에 대해 자세하게 언급했더라면, 아니라면 부인이 운영하시는 음식점에 대한 생생한 운영담이 포함되었더라면 독자들이 더욱 체감하듯 '사장학'을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것은 내가 독자로서 저자 공병호의 <사장학>을 대하면서 가졌던 기대이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책에 제시된 사례들 또한 대기업이나 세계적인 CEO들의 것들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기업의 사장이나 창업자들의 사례들이 수록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저자에 의해 '사장학'을 처음으로(내가 알기론) 언급된 책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구멍가게지만 7년 째 자기사업을 하고 있는 내가 사업을 시작하는 동료나 후배들을 만나면 선물하곤 했던 책은 일본인 기업가 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이었는데, 이 책을 선물하면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우리나라 저자가 쓴 사장학'은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작은 바람이 해결된 것 같다(이하라 류우이치의 <사장의 제왕학>은 현재 절판되었는데, 곧 재발간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출간된다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무나 하기 힘든 것도 사장이지만, 또 아무나 해서도 안되는 것이 사장이기도 하다. 사장이라면, 사장이 되고 싶다면 일독해봐야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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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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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치이, 디지털 문자 세대가 겪는 '소통의 연애'을 말하다


당신은 분명 말을 못하지만

나는 항상 생각했어요.  

우리들은 많은 말들을 하지만  


말하면 말할수록 정말 진심에서 멀어져 가는 건 아닐까 하고...


  배우지망생하는 여주인공 히로코와 청각을 잃은 화가 코지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일본 드라마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줘>에 나오는 대사다. 사람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는 친밀감은 대화를 통해 얻는다. 더우기 연인관계에 있어서 대화는 관계를 맺고 이어주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의사전달수단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 만도 아니다. 무뚝뚝한 사내로 잘 알려진 경상도 사나이도 애인이 있으며, 가정을 꾸민다. 오리마냥 한 시도 입을 그만 두지 못하고 주절대는 사내보다 할 말만 짧게 내뱉는 과묵한 사내를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으니까. 대화를 많이 하고 적게 하고를 떠나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만으로 연인 관계가 성립되는 건지도 모른다. 

  만약 들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난다면 그들의 사랑은 어떨까? 그에 대해 고민했던 드라마가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줘>다. 원만하게 소통하지 못하는 연인에게는 많은 벽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사람은 말이 아닌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들은 하지만 정작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느끼는 안타까움과 좌절감은 좋아하는 감정 못지 않게 크게 다가온다는 것을 드라마내내 보여줬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온전함에 감사하고, 제 경우가 아닌 것에 안도하며 그들의 사랑을 애타게 볼만한 것도 아니었다. 불완전한 소통 속에서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이해'와 '오해'가 엇갈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 <사랑을 말해줘> 또한 위의 드라마와 비슷한 관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다큐멘터리 제작가로 취재를 통해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을 일로 하는 슌페와 소리를 잃어버린 쿄코의 아이러니한 만남은 공원에서 였다. 소리듣기가 직업인 남자의 무성無聲 연애는 <악인>과 <동경만경>으로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의 펜끝에서 펼쳐졌다. 원작은 静かな爆弾 -조용한 폭탄 이다. 
 
 

 




  슌페이와 쿄코의 공원에서의 만남 장면은 연애의 시작이 늘 그렇듯 어설프고 재미있다. 그래서 순수해 보인다.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그리고 묘한 흥분이 이 작품이 순애소설임을 분명하게 말해준다. 짧은 질문, 상상을 부르는 대답. 그리고 시적인 배경묘사는 요시다 슈이치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듯 하다. 희극배우가 생활에 돌아와서는 오히려 과묵하듯, 소리를 모으는 슌페이는 무의미한 일상의 대화에 '시끄러워' 외치며 귀를 닫고 싶어한다. 그런 그에게 조용히 나타난 '쿄코'는 그녀 앞에 나타났던 떠돌이 고양이처럼 '신의 다른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독실한 신자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신에게 '살려주기'를 희망했다. 남자, 여자, 노인과 아이가 도와주려 했지만 '신'이 구해줄꺼라며 도움을 받지 않다가 결국 익사하고 말았다. 저승으로 올라간 '독실한 신자'는 당당하게 '신'을 찾아가 '나의 믿음이 이토록 깊은데 당신은 왜 나를 구해주지 않았는가?'하고 대들었다. 그러자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신은 되물으셨다. "너에게 도움을 주려고 남자, 여자, 노인과 아이의 모습으로 다가갔는데 네가 물리쳤지 않았느냐?"고. 

  여기서 신은 절대자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무엇을 가진 자'이리라. 슌페이 앞에 나타난 쿄코는 외롭지만, 조용한 연인을 원했던 것인지 모른다. 쿄코가 떠돌이 고양이에게 햄을 주며 '신일지도 몰라. 신중하자, 신중해야 해'라고 생각한 건 내 옆에 있는 '반쪽이라는 존재'에게 신중하기를 권하는 소리로 들렸다. '내가 필요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두 사람의 유일한 대화수단은 '메모'다. 적어서 보여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대화법은 일상에서 전화할 수 없는 때에 나누는 우리의 '문자 메시지'를 닮았다. 글로써 표현함은 생각을 정리함을 전제로 하기에 말보다 시간을 잡아먹는다. 하지만 그 잠깐의 고요함이 '올바른 전달'로 이어짐을 우리는 안다. 조금은 오랜 시간을 머금은 문자는 진중한 듯 정겹고, 대화하듯 날아드는 문자는 가볍다. 떨어진 거리를 메우기 위한 '메모' 또한 시간의 거리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까? 두 주인공의 대화는 시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들렸다. 

  갑작스런 업무와 오해로 둘은 떨어지게 되고, 슌페이는 쿄코를 미치도록 찾게 된다. 존재감을 재확인하는 시간은 '부재의 시간'이요, 이 순간은 부족한 인간이 늘 말하는 '시행착오'일게다. 찾았던 시간 만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많을 테지만 그녀의 반가운 문자에 던지는 대답은 '보고싶어'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에게 느끼는 오만가지 감정과 감각의 표현을 모두 모아 고백하는건  결국 싱글일 적 흔하디 흔하고, 천박스럽기까지 하다며 눈흘기며 내뱉은 '사랑해'란 단어가 아니던가? 들리지 않는 핸디캡을 안은 연인의 사랑이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연인의 사랑은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이 소설은 내 이야기인듯 주인공이 곧 나인 듯 추적하게 만든다. 오늘도 수도 없이 찢어지고 이어지는 우리들의 어설픈 사랑에 대해 '찾아왔거든 '만나고 싶었던 신을 대한 신중하게 대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 진중하게 고백하라'고 소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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