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독자서평단 활동 종료 설문

•  서평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21세기 핫 트렌드의 중심이 된 아이팟의 창조자 잡스를 조명하고 그의 업무스타일을 집중분석한 책이었다. 많은 것을 배웠고, 참조할 수 있었다.

•  서평단 도서의 문장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구절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져라
잡스는 직원들을 부드럽게 대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기에 그것을 얻기 위해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내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의 파트너들 대다수는 적어도 그의 고함이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좋아한다. 그의 열정을 고맙게 여긴다는 얘기다. 그는 그들을 훌륭한 인물로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그 과정이 다소 힘들 수 있지만 그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잡스의 비결은 ‘무언가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다면 지긋지긋한 놈으로 취급받아도 좋다’는 신조에 있다. - 본문 178쪽 중에서

  

•  서평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2.빅 스위치 

3. 토털 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4. 위기의 경제 

5. 이코노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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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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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로드>속 주인공들, 우리 주위에 살고 있다!

 

  나는 책을 무척 좋아한다.  여기서 '무척'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뒤늦은 책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책은 한 권 마다 사람이요, 한 권 마다 이야기며, 한 권 마다 좋은 스승이라고 여겨진다. 최소한 서가書架에 꽂혀 있기만 해도 그 자체로 '나무들의 다른 모습'이어서 알지 못할 풍요로운 기분을 제공한다(풍요로운 기분만 느끼기엔 너무 비싸긴 하겠지만). 늦게나마 알게 되서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생을 사는 절반의 기쁨은 느끼지 못하고 죽을 뻔 했다. 일찌기 로마제국의 정치가 키케로"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책의 효용을 가장 잘 말해준 말 같은데 그의 말처럼 책은 음식이 되고, 오락이 되며, 지식이 되고, 위안이 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오늘 제대로 만들어진 책다운 책 한 권을 만났다. 생긴 모양도 훌륭하고, 책을 쓴 사람도 훌륭하고, 책 내용 또한 훌륭한, '이게 바로 진짜 책이다'고 느껴진 책인데, 내용은 소설이다. 우선 책 자체를 살펴보면, 소설을 주로 펴내는 '문학동네'의 것이다. 갈색 재생지 표지에 타자기로 쓰여진 듯한 제목의 활자체가 잘 어울렸지만, 무엇보다 띠지가 훌륭하다. 암흑 속 여명때의 산을 보면 이럴까? 산 모양의 폭넓은 띠지는 스스로가 표지였다. 띠지를 벗기면 길 위에 선 남자와 아이가 손을 잡고 있다. 완벽한 설정이다.
  

작품 또한 훌륭한데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37개국에 출간했으며, 곧 영화로도 소개될 예정인데, 일흔이 넘은(그래서 더 훌륭하게 여겨지는) 老소설가 코맥 매카시Coemac McCarthy<로드 THE ROAD> 이다. 저자는 누군가? 소설가 코맥 매카시는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서부의 세익스피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다. 책 모양 , 저자, 이야기. 이렇게 세 개가 잘 맞아 떨어진 책을 자주 만나기가 좀처럼 힘든데, 그래서 그런 책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갑다.    
 

  이 소설은 완전히 파괴되어버린 세상에 살아남은 부자父子의 고군분투鬪를 그린 이야기다. 희망도 목적도 없이 '살아남기'만을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우울하고 암울한 소설이다. 암흑으로 둘러싸인 잿빛 세상에 남겨진 남자와 소년이 지도에 의지해서 '길'을 따라 무작정 '남쪽'으로 걸어간다. 그들이 길을 걷는 것은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걸으면서 겪는 일들은 생활이 된다. 소년은 주로 묻고 남자는 주로 답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남자의 쉬운 대답은 무미건조하고 퍼석하지만 유일한 대화상대이고 사람다운 행동이기에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겼고, 그래서 진실이 담긴 듯 느껴진다.


  모두가 불타 버린 세상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불타기 전 남겨진 것들을 찾아 입고 먹는 방법 뿐이다. 세상에 둘이라면 고독할 지언정 차라리 평화롭고 낫겠다. 알 수 없는 괴물에 쫓기고, 또 다른 살아남은 무리들을 경계하며 입고 먹어야 한다. 미래없는 내일, 갈수록 힘에 부치는 오늘나기. 낮에는 태양에, 밤에는 전등을 불빛 삼아 따끈한 커피를 보며 글을 접하는 내가 그들을 대하기가 머슥해진다. 저자의 실감나는 배경묘사는 그 세상속을 엿보듯 소름을 돋게 하고, 남자와 소년의 행색을 읽을 때는 머리와 등을 근질거리게 한다. '차라리 죽어버리지...' 하는 생각이 여러 번이지만, 자살을 위한 권총 속에 든 두 개의 총알은 생존을 위한 저격용이 될 만큼 살고자 하는 의지는 끈질기다. 그래서 사람인지 모른다.  


  소설이 애초에 남자 혼자였다면 어떠 했을까? 그는 자살을 선택할까, 아니면 혼자이기에 더욱 끈질기게 살아남으려 애쓸까? 그에 대해 저자는 친철하게 혼자된 노인을 만나게 해 주어 답을 대신한다.

 
난 오랫동안 불을 보지 못했소. 그뿐이오. 나는 짐승처럼 살고 있소. 내가 뭘 먹고 살았는지 알고 싶지 않을 거요. 저 아이를 봤을 때 난 내가 죽은 줄 알았소.
천사인 줄 아셨나요?
뭔지는 몰랐소. 그냥 다시는 아이를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
저 아이가 신이라고 하면 어쩔 겁니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난 이제 그런 건 다 넘어섰소. 오래 있었거든.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신도 살 수가 없소. 당신도 알게 될 거요. 혼자인 게 낫소. 그래서 당신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오. 마지막 신과 함께 길을 떠돈다는 건 끔찍한 일일 테니까. 그래서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거요. 모두가 사라지면 좀 나아지겠지.


사람이 혼자라면 사람이 아니다.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기에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지도 모른다. 그런 혼자 남아 사람이 아닌 사람이 사는 세상은 신도 살 수 없다니...신이 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일테다. 책이 말하는 대로 보이고, 느껴지고, 냄새가 났다. 내 눈에 펼쳐진 어두운 세상이 싫어 책을 덮고 눈을 감은 적도 있었다. 모두 읽고 난 다음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떠올르지 않겠다는 안도에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책을 덮고 느낀 한 마디다.  


  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따뜻함과 풍요로움을 찾아 들어오는 퇴근길 지하도에 '그들'이 있었다. 등짝만한 배낭 두어 개와 두꺼운 골판지 몇 장, 올이 보이지 않는 담요를 들고 차가운 바닥에 자리잡고 있는 새카만 사람들, 노숙자였다. 그 속에 남자도 보이고, 소년도 보였다. 한 쪽 구석엔 홀로 된 노인도 있었다. 그들은 오늘을 살게 하는 한 끼의 무료식사를 위해 한 시간여 줄을 서며 낮을 보냈고, 밤에는 추위를 피해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다. 단지 모르고 지냈을 뿐, 아니 모른 척 했을 뿐 내가 사는 이 세상에도 그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코맥 매카시의 <로드>에서는 자연이 사람을 버렸지만, 내가 본 지하도에 있는 그들은 사람에 의해 버려진 사람들이었다. 남자와 소년,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천재天災이기에 사람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이 세상에 버려진 사람들은 인재人災 다. 우린 오늘도 사람을 버리고 있다. 사람에게 버려진 그들에게 신은 존재할까? 신도 그들을 버렸을까?  캐시미어 스웨터에 양모 코트를 입고 서 있던 난 죄책감이나 동정심을 가져야 했던 걸까? 아님 패배자의 모습은 저 꼴일테다 각성하며 자리를 피해야 할까? 알 수 없었다.  

   내일은 나아질 거라 희망을 안고 오늘을 보내고 있는 나도, 실은 우리는 소설 <로드> 속의 길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길을 걷다 넘어져 일어설 수 없다면 지하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혼자가 되는 것은 죽는 것보다 싫기에 애써 쉬지 않고 걷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둡고, 암울해서 읽기 거북하기까지 한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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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aaja 2009-02-13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멋진 소설이죠. 그러나 전 개인적으로 너무 반복되는 비슷 비슷한 상황에 질려버렸다는 .. ㅎㅎ 그래도 강추 !!
 
몰입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 Think Hard! 몰입
황농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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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과 사고력은 학원에 없다. 거듭 생각하는 힘, 몰입에 있다!
 

  축구를 한창 좋아했던 예전 친구들을 불러 모아 TV에 연결된 콘솔 게임으로 몇 시간 후에 있을 경기를 점치며 놀았던 적이 있다. 둘 씩 편을 갈라 경기 때 먹을 야참내기를 했는데, 실제 경기보다 더 열광적으로 즐겼던 것 같다. 한 번은 게임에 열중하는 표정들이 재미있다며 친구녀석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의 찍힌 본인의 모습을 인정할 수 없을 만큼 표정들이 가지각색이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가 하면, 혀를 절반쯤 내 놓고 양미간에 내 천川 자를 그리며 인상을 쓰고, 한 골이 터지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고, 한 골을 먹으면 세상이 무너진 듯 좌절하는 표정들이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정말 내 모습인가 싶을 정도였다. 게임을 할 때는 특히 내기 게임을 할 때는 세상의 모든 일을 잊고 하나에 몰두하게 된다. 그 시간 만큼은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열망만이 존재한다.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열중한다. 말 그대로 '무아지경'에 빠져버리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는 만큼 세상의 일을 대한다면 즐겁지 않은 일이 없고, 이루지 못할 일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좋아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열중할 수도 없다. 무언가에 푹 빠져버릴 만큼 몰두할 수 있는 경험 또한 그리 많지 않다. 친구들과 벌였던 축구게임 만큼 일상이나 업무에 열중하며 즐길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인생은 지금보다 더욱 향상될 지도 모른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나'를 찾기 위해 만난 책이 있다.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이라는 부제를 가진 책인데,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인 황농문 교수가 자신이 경험한 몰입의 세계를 알린 책, <몰입 THINK HARD>이다. 
  



  "이제는 WORK HARD 가 아니라 THINK HARD의 시대다, 즉 일에 미치지 말고 생각에 미치라"고 주문하는 이 책은 황교수의 연구과정에서 겪었던 '몰입의 경험'들을 토대로 The Flow라는 책으로 유명한 몰입의 대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를 비롯해 여러 전문가와 경험자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몰입'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놀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재미가 없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몰입하지 않으면 행복을 경험하기 어려운데,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남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이 바로 [몰입]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의 명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지난 해 구입해 놓고도 지금까지 애써 읽지 않았던 이유는 '나는 몰입하기 힘든 인간'이라고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학교(우리 시절엔 이렇게 불렀다) 때 성적표에 '주의가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지적을 두 번이나 들었을 만큼 얌전하지 못한 나는 몰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물론 게임이나 영화, 즐기는 장르의 책을 읽게 되면 누가 오가는 줄도 모르긴 하지만 그 '몰입'과는 다른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 것이 이 책을 만나기 전 스스로가 내린 답이었다. 지난 밤 책장을 정리하다가 관심은 남아 자꾸만 눈에 밟혀 있던 이 책을 펴서 몇 페이지를 읽다가 아예 자리를 잡고 모두 읽어버리게 되었다. 몰입은 '학문적 연구' 뿐 아니라 게임에서 인생에 대한 고민까지 인간이 관심을 두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나도 알게 모르게 전부터 몰입을 경험하고 있던 셈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관심을 둔 건, 단 하나. 저자의 '몰입적 사고 방법'을 배워 생활, 사업등 발전적이고 보다 나은 인생을 위해 '몰입'하고 싶어져서였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우선 몰입이란게 무엇이고, 어떠한 상태인지, 어떤 경험에 이르게 되는지를 설명해주고, 자신의 경험과 사례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몰입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내가 구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플로우Flow' 라고 명명하며 "몰입은 의식이 경험으로 꽉 차 있는 상태다. 이때 각각의 경험은 서로 조화를 이룬다.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다"며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라고 말했다. 몰입에 뒤이어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그만큼 고양시키고, 몰입에 의해 일과 놀이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건강한 삶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 만들어 낸 고민(화두)에 몰입한다는게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다.  

사실 나는 '몰입'과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우리가 뭔가에 깊이 빠져 있으면 '걱정이 있냐?'고 묻거나 '뭔가 스트레스를 받냐?'는 질문을 받는다. 어쩌면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상태' 자체를 병과 같은 '정신적 질환'으로 여기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걱정과 스트레스는 수동적이며 역기능을 주는 반면 몰입은 능동적이고 순기능을 부여한다며 확연히 구별하고 있다. 

   저자가 추천하는 몰입의 방법은 Slow Thinking, 즉 천천히 생각하기다. 이는 명상에 가까운 행위로 온몸에 힘을 빼고 목을 뒤로 기대고 편안하게 앉아 명상을 하듯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를 아주 천천히 생각하는 방법인데, 자율적으로 몰입도를 올리기에는 가장 효과적이고, 매일 정기적으로 땀을 흘리는 규칙적인 운동을 더해주면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책의 전반에 걸쳐 여러 천재들과 학문적인 성과를 이룬 연구자들의 사례를 통해 몰입의 정의과 방법 그리고 효과에 대해 설명했는데 고개가 갸우뚱한 것은 '나와 같은 일반인이 몰입은 해서 무엇을 할텐가?'였다.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얻어야 할 직업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고, 또 딱히 몰입을 해서 얻어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이 책의 후반부가  답을 해주고 있었다.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몰입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교육과 몰입], 직장에서 몰입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직장생활과 몰입], 그리고 [몰입에 이르는 다섯 단계]였다. 이 책의 가장 실용적이고, 활용가능한 부분이었다. 

  저자는 [교육과 몰입] 부분에서 소위 영재교육이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의 '선행학습' 실태를 고발하며 제 나이보다 앞당겨 가르쳐주는 선행학습으로는 절대로 영재나 천재가 태어날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창의적인 노력은 처음에는 해결책을 모르는 상태에서 출발하여 해결책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활동 그 자체라고 말하며, 미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 자체를 창의적인 활동으로 인정해주어야 창의력을 발달시킬 토양이 제공되어야 남다른 능력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영재교육의 정의에 대해 '아이들에게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내주고 오랜 시간을 생각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라고 말하며 이렇게 말했다. 

"1분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1분 걸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밖에 못 푼다. 60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60배나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10시간 생각하는 사람은 그보다 600배나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루에 열 시간 씩 10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6,000배의 난이도까지, 100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60,000배의 난이도까지 해결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여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이 나아갈 바인 것이다. 그 사례로 유대인의 영재교육이 오늘날 빛을 발하는 이유는 랍비를 중심으로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유대인 교육의 7가지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고민 하는 행위'를 칭찬하고 있다. 다만 능동적으로 스스로 만들어서 고민해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연습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야하며 중간에 멈추지 말기를 권하고 있다. 다시 말해 '멍청하게 생각하고 있는 행위'는 발전적이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면 곧이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식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는 '창의력과 사고력'은 바로 우리의 거듭된 생각에서 태어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공부'이고 '행복을 찾아가는 행위'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읽은 바 있는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의 실천편으로 여겨도 좋을 법 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누구나 읽기 쉽고 알기 쉽게 잘 풀어놓았다. 이 책은 내가 만든 화두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생각하는 것'은 발전적이며 이것을 체계적이고 깊이를 더한다면 '몰입'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장고長考에 악수惡手'를 두는 것이 아니라 장고長考에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민하기는 더 이상 바보같은 짓이 아니다. 이제 마음껏 생각을 거듭하며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을 기울여야겠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들을 좀 더 읽어 '몰입'에 몰입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뭔가 큰 것을 얻는 듯한 기분,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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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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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의 '금융 보호주의', 장하준은 미리 경고했었다!
 

  지난 2월 3일 이명박대통령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가고자 하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고 말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1차 대공황 때 얻은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이번 런던 회의에서 모든 나라가 뜻을 같이 해 실천에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 경제가 살아야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 미국의 리더십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1일(현지시간) 폐막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는 '바이 아메리카' 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인 보호주의의 확산이 큰 주제로 다뤄졌다. 참석자들은 세계적인 보호주의 물결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대의 보호주의는 과거 '관세장벽'으로 대두되는 '보호 무역주의'와는 전혀 다른 양상인 '금융 보호주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운영하고 있고, 부실 자산을 정부가 직접 인수하는 배드뱅크 설립을 포함하는 신용시장 회복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영국도 유동성 부족에 처한 금융기업들을 국유화하는 금융구제대책을 추진했으며, 독일도 자국 금융산업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더불어 배드뱅크 설립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은 금융산업 구제를 위한 보호 정책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이 원론적으로는 무역과 금융 보호주의를 반대하면서도 막상 자국 산업과 금융에 대해서는 보호 장벽을 쌓기에 급급한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이처럼 보호주의가 들불처럼 번지면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금융시장도 완전히 개방한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런데도  “미국 경제가 살아야 세계 경제가 살아난다. 미국의 리더십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바라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선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부활'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그들의 잣대에 의해 만들어진 허우대 멀쩡한 모순덩어리였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모기시사태로 비롯한 금융위기와 같은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점도 해결하지 못해 '보호무역주의'라는 자신들의 근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가 만든 오랏줄에 스스로 걸려들고 만 '자승자박自繩自縛'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예고했던 한 권의 책이 있다. 선진국이 세계화의 모토로 삼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전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절대선'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과연 정통 경제학 이론에 입각한 이들의 처방이 오늘날 선진국이 아닌 국가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잘 알려진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의 경제학 교수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Bad Samaritans>이 그것이다. 이 책은 지난 해 반미, 반정부 서적으로 규정되어 국방부의 금서 목록에 들은 바 있다. 원본의 부제는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이다.
   



 

  이 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살펴 보자. 18세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것으로, 1960년대에 처음 출현해 1980년대 이후 경제학의 지배적인 견해가 되었다. 이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의 능률을 발휘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각국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 등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전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조건으로 내걸린 조항들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맞을 것이다. 그로 인해 수십 조원의 국부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 것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이웃나라가 금융적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자금을 지원해 주는 IMF의 출현, 그리고 구제를 미끼로 그들이 내건 조건들을 모두 수용한 결과 시장은 개방되어 자본시장은 외국인의 자금줄에 의해 연일 출렁거리고, 매년 그 자본에 의해 우리의 '국부'는 빼앗기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이나 IMF 로부터 듣는 소리는 훌륭하게 탈출한 국가라는 호평, 다시 말해 '말 잘듣고 있다'고 다독이는 어른 국가들의 칭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책은 경제사학 적 측면에서 접근해 오늘날 세계를 이끌고 있는 선진국의 시작은 '철저한 보호주의'에 의해 성장했으며, 그들이 '선진국'으로 자리매김을 했을 때, 후진국들에게는 불공정한 특정한 경제 정책을 내세우며 후진국이 스스로 변화해야 '신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잘 이야기한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이야기로 비유하자면 올리브 나무 세상 사람들은 각국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안정된 물가수준, 정부 조직의 규모 감축, 재정 균형의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에 대한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의 감소, 연금의 민영화 등을 달성해야 렉서스 자동차 세상의 황금 구속복golden straitjacket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선진국들의 사례와 후진국들이 경제정책을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들을 자세하게 들면서 선진국들이 내거는 조건들은 후진국들에게는 자국의 발전을 위하기엔 너무 버거운 조건들이고, 오히려 조건을 내세운 선진국들을 살찌우는 경제 정책이며, 이는 저희들도 선진국이 되기까지 실행하지 않았던 것들이어서 결국은 높은 곳에 올라간 후 그 뒤를 따라 올라오려는 사람들을 못올라오게 만드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그들은 후진국들은 감히 넘볼수도 없는 보이지 않는 '보호무역의 장벽'을 여전히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맹신했다가 당하게 될 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 저자의 [가상 시나리오 2037](저자가 생각한 신자유주의의 종말론이기도 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와 같은 비극적인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이렇다. 시장에 대항하고, 제조업을 육성시키며, 자국에 맞는 경제정책을 도입하고, 보호무역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유 무역은 가난한 나라들은 당장 자신보다 한 수위의 외국 생산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그들을 이기기는 극히 힘들어지며, 오히려 개방적인 외국인 투자 정책은 장기적으로 볼 때 보다 우월한 외국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되어 자국 회사의 능력축적 범위를 제한시킨다. 그러므로 자국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보호무역은 필요하다. 특히 자유 무역 경제학자들이 농업에 집중하라고 권장하고, 탈공업화를 부르짖는 경제 예언가들이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제조업은 번영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길임을 강조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에 제시된 [가상 시나리오 2037]가 제시된 때를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날의 세계금융위기사태를 접하는 선진국의 태도는 금융까지도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부도 운운하는 작금의 그들을 지켜보면서 자가당착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 한편으로 고소하지만, 오직 믿을 건 '수출'밖에 없다는 국내경제를 생각하면 그들이 보호무역에 치중할수록 더욱 악화일로로 치달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결국 돌아오고야 말 경제정책이라면 그에 걸맞는 국가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도 우리의 몫일텐데 미래를 짊어질 우리의 젊은 세대들의 현실과 미래을 이야기한 우석훈 교수의 책 <88만원 세대>에서만 살펴봐도 우리의 현실과 미래는 암담하기까지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꿀 수 있는 '총체적인 개혁'이 없이는 밝은 미래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다시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변할 기미도 없거니와 그것을 기대하기는 애초에 틀렸다. 우리는 그들의 변화에 따라 리액션하려는 '따라쟁이'를 거듭하며 경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려 고민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호주의의 탈을 쓴 선진국의 본모습을 보여준 책, 오늘의 그들을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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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쁜 사마리아 인들 - 장하준
    from 행복을 찾아서... 2009-04-26 02:36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되었던 좋은(?)책. 단지 불온서적이라는 이유 만으로 구매했다가, 절반 정도 읽고나서,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책이다. 새로 책을 몇 권 구매하면서 큰 마음 먹고 마저 읽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장하준 (부키, 2007년) 상세보기 장하준 / 대학교수 출생 1963년 10월 7일 신체 팬카페 상세보기 이 책의 원 제목은 Bad Sama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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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와 삶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대학 1학년을 마칠 즈음 기말고사 직전 33명의 떼미팅(?)을 했더랬다. 이런 대책없는 사건을 치루리라고는 언감생심 생각도 없었는데, 술동무 동기녀석이 추천을 했고 학비의 1/5 정도의 장학금에 눈이 멀어 선뜻 수락했는데, 그 때의 선거공약이 '1 학년 40명 전원 떼거지 미팅을 주선하겠다'는 것. 지금 생각해봐도 전날 마신 술이 덜 깨서 술김에 한 소리인지, 아니면 떨어질 것이 확실해서 객적은 소리를 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당치도 않은 공약때문에 압도적인 표차이(30여명이 참가했으니 표차이가 나봐야 얼마나 나겠냐마는)로 당선되고, 장학금을 탄다는 명목으로 엄마에게 그 금액만큼 선불을 땡겨 동기들에게 술을 샀다(학기를 마치자마자 군입대를 해서 장학금은 무효가 되었고, 땡겨 써버린 선불은 일병휴가때 막노동을 해서 갚아야 했다. 삶이란게 참 퍽퍽하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화장실 다녀온 놈'의 심뽀같아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그게 못마땅했던 터라 난 꼭 지키기로 마음먹고 동기녀석 둘과 함께 어느 여전(여자전문대학)을 찾아가 강의가 막 끝난 유아교육학생들의 강의실을 급습해 '30명 단체미팅'을 약속받는데 성공했다. 미팅 당일 총참석 가능인원은 26명, 미팅에 굶주린 85학번 예비역들 7명이나 반강제적으로 참석해 졸지에 33 대 31의 단체미팅이 학교앞 6군데의 카페에 분산되어 치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커플이 된 사람들만 따로 모이는 2차 장소인 맥주집 '레벤브로이'에 30여 명이 찾아왔다. 주선자의 결말이란 늘 그렇듯 지갑은 텅텅 비고, 욕은 배가 터질만큼 먹고 한쪽 구석에서 허탈하게 커플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커플이 된 여학생이 수고했다며 책 한 권을 선물해 주었다(짝이 된 파트너가 마음에 들었을까? 아님 나였을까? 아직도 모르겠다). 책 이름은 '배꼽'.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도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쉬가 쓴 책이었다.  

  책을 좀처럼 읽지 않았던 때라 선물받은 사실에 의미를 두고 책은 거들떠 보지 않을 법도 한데, 겨울방학 첫째 주에 입대영장을 받아 심란한 마음에 아무것도 못하고 방안에서 고민만 하고 있다가 우연히 그 책을 '재발견'하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 속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재미있고 짧은 우화를 소개하고 저자인 철학자가 나름의 멘토링을 던져주는 형식의 우화집이었는데, 생각조차 없었기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책에서 얻는 배움의 즐거움과 깨달음의 기쁨을 맛보았다. 당시에는 꽤 유명한 책이었는데, 속편도 출간되어 직접 찾아 읽을 정도(아마 책구매의 첫기억 같다)로 매료되었다. 훈련소에 입대할 때도 지니고 갔는데, 압수된 후에 잃어버렸다. 지금도 듣고 흘려버릴 수 있는 이야기에도 교훈과 삶의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한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얼마 전 그런 책을 또 하나 발견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번엔 인도의 철학자가 아니라 브라질의 히피 출신이 쓴 책이다.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산문집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저자가 1998년부터 2005년 까지 쓴 짧은 감상문과 산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 실연의 아픔과 사랑의 발견에 대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 책이 빛을 발하는 것은 저자가 경험하고, 들은 주위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저녁식사후 편한 수다처럼 편안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한 시간을 전쟁치루듯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에게 한 걸음 물러서서 우리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철학자 같다. '인생을 제3자적 입장에서 관찰할 줄 아는 시간이 널널한 사람들'이 철학자가 아니던가? 젊어서 정신병원에 세 번 입원한 적이 있고, 히피생활을 했으며, 이름난 작곡자였다가 어느날 자신만의 멘토를 만나 산티아고를 순례하고 글을 쓰게 된 저자의 이력은 그에게 '남보다 삶을 줌인 줌아웃하게 하는 관찰력'을 준 것 같다(하늘이 내려준 문장력을 포함해서). 하나의 이야기에는 자신의 삶이 뭍어 있고, 자신의 시선이 꽂혀 있다. 지금껏 쓰여진 그의 책이 '자신을 뱉어낸 글들'이었다면,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고 권유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우리에게 말을 거는 책인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글은 '그는 살아서 죽었다'였다.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사는 동안 쓸데없는 일들을 걱정하고, 일을 멈추고, 중요한 순간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스쳐지나간다.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고, 늘 푸념하면서도 막상 행동하기는 두려워한다. 모든 것이 달라지길 바라면서도 스스로는 변화하려들지 않는다. 

죽음에 대해 조금만 더 생각한다면, 오랫동안 미뤄온 전화통화를 더는 미루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 삶은 지금보다는 좀 더 활기를 띠게 될 것이고, 육신의 종말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일어날 일을 두려워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p 164)

 

  저자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우리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삶 앞에 준비된 자라고 말했다. 이 말은 어제 그녀와 진지하게 한 말과 같아 더욱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 언제 죽을 지 모르기에 오늘을 당당하게, 후회없이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상처주고 상처받으면서 오늘을 슬퍼하며 지내는 것은 불행한 것이라며 웃고 행복하며 살기를 일부러라도 찾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파울로 코엘료는 그런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아 힘이 솟았다. 이 책에는 답은 없다. 하지만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던져 동의를 구하고, 독자들이 스스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마음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었다. 누런 종이에 검은 활자 몇 개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다니...책이 주는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앞서 말한 '오쇼 라즈니쉬'가 생을 마감했을 때, 세상은 안타까워 했지만 인도국민들은 "그런 철학자들은 우리나라에 만 명은 넘게 있어서 그리 슬플 일도 아니다"고 뻐기며 심드렁했다고 한다. 세익스피어를 두고 엘리자베스 1세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라고 했는데, 그럼 세익스피어는 오쇼 라즈니쉬를 능가하는 만 명의 철학자를 가진 나라보다 훌륭하단 말일까? 하는 바보같은 질문을 해 본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가 세상을 마감한다면 세상도 슬퍼하고, 브라질도 슬퍼할 것이다. 고전이 될 만한 작품들을 쓰는 저자들을 '내 생애'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 책은 그런 기쁨을 또 한 번 만끽하게 해준 책이었다. 파울로 코엘료와의 대화를 원한다면, 이 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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