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 - 하루하루 실천하는 7가지 위대한 결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하윤숙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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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의 실천편!

   미국인 한 사람이 있다. 직장을 잃은 데다 열두 살짜리 딸아이는 병이 났고, 치료비조차 마련할 수가 없다. 절망 속에서 괴로워하다 큰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죽음으로 가는 시간 여행 속에서 그는 일곱 명의 역사적 인물을 만나게 되었고, 역사 속에서 그들이 선택한 결단을 배우게 된다. 이를 지켜본 미국인은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고 새로이 태어나게 된다. 미국인의 이름은 폰더 씨다. 지난 2003년 출간되어 선풍적인 화제를 낳았던 책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설명한 내용이다. 

   책의 저자인 앤디 앤드루스는 거리의 노숙자로 몰락했다가 우연히 도서관 무료 이용권으로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가 그곳에서 위인들의 이야기만을 찾아 2년 간 2,3백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는 위인전을 펼치면서 '그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어떻게 그리 운이 좋을까?'를 연구한 끝에 자신을 비유한 인물 폰더 씨를 주인공으로 하여 유명한 위인 7명에게서 '개인의 성공을 결정하는 일곱가지 결단'을 얻게 된다. 

   저자는 책임지는 결단, 지혜를 구하는 결단, 행동하는 결단, 확신에 찬 결단, 기쁨 가득한 결단, 연민 가득한 결단, 끈기 있는 결단 의 일곱가지 결단을 설명한 책[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에 이어 일곱가지 결단을 자기 것으로 익히도록 할 수 있도록 그 실천편을 준비했다. 개인 성공 매뉴얼이 되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삶에서 높은 성취감을 얻도록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 [폰더 씨의 실천하는 하루]이다. 원제는 Mastering the Seven Decisions That Determine Personal Success 이다.
 



   전작이 일곱가지 결단에 대한 지혜를 소개해 줬다면 이 책은 일곱가지 결단이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작용하는 원리임을 여러 사례들을 들어 증명하고, 우리가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지금까지 소개되어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자기계발서 류들이 성공원칙이나 법칙들을 소개한 것에 그치고 있어 '책으로써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처음에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던 독자들은 어느 정도 지나 '이 책이나 저 책이나 말만 약간 바뀌었을 뿐 같은 내용이다. 그리고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그 원칙들을 배운 독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원칙들을 통해 성공한 사례나 또는 실천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실천편'이 쏟아지고 있다. 자기계발서의 키워드는 '실천'인 셈이다. 이 책도 최근의 경향에 발맞추어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고 해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지 않은 독자들이 전작을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폰더씨의 결단 부분을 다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실천편이라는 증거는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저자가 오프라인에서 하고 있는'일곱 가지 결단 강의'에서 종종 이용하는 실전훈련의 내용을 소개하는가 하면, 실천에 앞서 제일 중요한 이 책을 읽는 법부터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은 기분전환이나 재미를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의 정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을 되풀이해서 읽고, 형광펜으로 칠하거나 밑줄 등을 그어 나만의 표시를 해서 읽으라고 말한다. 또 별도의 공책이나 다이어리를 이용해 저자가 제시하는 실전훈련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실전훈련'은 다른 것이 아니다. 저자가 묻는 질문에 자신의 지금껏 살아온 과거와 생각을 정리하여 그것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는 일종의 '자기고백의 과정'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독백이고 일기가 되겠지만, 자신을 성찰하는데 그만큼 좋은 일이 없기에 책을 읽음과 동시에 실전훈련을 빠짐없이 참여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책 또한 일종의 자기계발서라고는 하지만, 전작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가 소설형식으로 만들어졌던 만큼 이 책에서도 저자의 유려한 문체 덕분에 책읽는 재미와 배움을 끝까지 느낄 수 있었다. 풍부한 사례와 에피소드 그리고 자세한 설명으로 저자는 독자들에게 '당신은 이미 내부에 성공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독자 스스로 부정했던 것들을 돌아보고,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것에 담대하게 나아갈 때 즉 '생각한 바 대로 실천할 때'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성공한 사람이 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끊임없이 '실천'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인다.

   필자 역시 5년 전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접했을 때 다이어리에 폰더 씨가 품었던 일곱가지 결단을 적고 닮으려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천의 어려움으로 흐지부지되어 버렸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실전훈련'을 따라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나의 마음을 다잡아야 할 필요를 느끼는 올해였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성공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집어드는 것이 가장 빠른 실천이 아닐까? 새해를 맞이하며 새 마음으로 출발하려는 이들에게는 자기성찰을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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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 - TBWA KOREA가 청바지를 분석하다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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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를 입었다고? 그럼 청바지를 읽어봐! 



   가끔이지만 보는 TV라고는 '뉴스'와 'TV, 책을 말하다(즐기던 프로인데,방송이 폐지된 것이 심히 유감이다)', '타큐멘터리 류' 정도인데,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시간대를 맞춰 보거나, 인터넷에서 일부러 찾아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EBS의 [지식 e]이다. 비록 5분이지만 충분히 나이를 먹어 모를 것이 있을쏘냐 싶은 '얕은 지식'을 늘 무참하게 깨부셔줘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식 e - 2005년 9월에 기획․편성된 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세 편씩 방영되며, ‘e’를 키워드로 한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다. ‘5분’ 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당대의 예민한 시사쟁점을 제시함과 동시에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일종의 TV 형식으로 진화된 백과사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단 5분 만에 시대성과 시사성, 그리고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웬만한 1시간 짜리 프로그램과 비중을 같이한다. 지난 2007년 책으로 출간된 후 지금까지 3편이 책으로 나왔는데, 이 또한 TV물 못지 않게 글과 그림을 잘 조합해 '블로그 형식'으로 엮어 많은 배움과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출간된 지 1년 8개월 만에 30만 부를 돌파했다고 하니, 교양서로서 손색없는 책 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고, 똑똑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변하는 세상에 순종하지 않고, 왜 변해가는지, 변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 변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이러한 니즈needs에 발맞춰 네티즌이 만드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국내포털의 지식in, 신지식 등 지식 알고리즘등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노력 또한 대단하다.그런 발맞춤에 '책'이 동참함은 물론이다.

   2년 전부터 서서히 인구에 회자되던 장소, '신사동 가로수길'에 대한 책이 있었다. [가로수 길이 뭔데 난리야?]라는 책인데,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 TBWA 사람들이 만든 책인데, 새로운 트렌드의 메카로 떠오른 '가로수길'을 재조명하고, 그 속에서 기존 트렌드에서 새로운 변화로의 진화를 보여준 보기드물게 참신하고 놀라운 책이었다. 그 느낌은 '시대를 이끌어가는 트렌들셰터들 답게 만든 책', 딱 그랬다.

   그들이 또 한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가로수길을 넘어 이제 전국 아니 전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대상에 태클을 걸었다. 바로 블루진, 청바지를 말했다. 소개할 책은 [청바지, 세상을 점령하다]이다. 


 

  이 책은 기획부터가 흥미롭다. TBWA가 새내기 신입사원(TBWA의 ECD의 표현대로라면 그들의 눈빛은 블랙홀이었고, 감수성은 스폰지였단다)들을 뽑아 2008년 4월 4일 강원도의 펜션으로 데리고 가서 OJT(직장내 훈련기록)를 한 결과물이다. 다시 말해 신입사원들이 만든 책이란 거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첫 느낌은 '뭐야? 베테랑들의 소산물이 아니란거야? 그럼 볼 것도 없겠네?'였다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TBWA사람들이 사원을 잘 뽑는군. 인물들이 앞으로 '사고(?)', 제대로 치겠네' 였다. 더욱 대단한 것은 신입사원의 OJT를 가지고 책을 만들어 낼 기획을 한 TBWA의 발상이었다. 생각이 통통 튀는 사람들, 그들은 보면 절로 흥이 난다.

 
인간은 청바지의 서식지다 !
  

  잘못 표현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만들어지는 청바지의 수량만으로 전 세계인?, 청바지의 수량은 이미 세계 인구의 그것을 뛰어 넘었다. 이 책의 저자(사원이나, 훈련생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이해가 쉽겠지만)들은 인간을 점령한 청바지를 파고 들었다. 천막 - 실용 - 팍스 아메리카나 - 이념 - 보보스 - 다양화 - JEANNE 이렇게 책을 구성하고 있는 챕터CHAPTER만 보고도 알 수 있듯, 청바지의 원류에서부터 지금까지 의복으로서의 청바지와 이념으로서의 청바지, 그리고 청바지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을 한 권의 책으로 꽉 채웠다. 
 

 



  룁 슈트라우스가 마차를 덮는 덮개나 천막을 위해 만들어 낸 청색의 옷감이 광부들의 작업복 재료가 되었고, 실용성을 더해 프래그머티즘의 대명사로 급부상하면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 후로 청바지는 단순한 '옷' 이상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바로 '이념의 상징물'이다. 젊음과 끈기의 상징인 동시에 노동자, 히피족, 배드 보이 이지 라이더(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을 대신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통기타세대, 386 세대의 상징이 되었다. 나아가 합리적인 부자 보보스와 IT의 메카 실리콘 밸리 사람들의 근무복이 되어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다. 노트북 하나면 거처를 정할 필요없이 업무가 가능하다 해서 디지털노마드(유목민)족이라 불리는 요즘 세대들이 여전히 청바지를 사랑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의복의 한 종류에 불과한 '청바지'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했다. 이 책을 통해 룁 슈트라우스가 청바지의 천을 처음 만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리바이스와 리Lee, 렝글러와 같은 세계적인 청바지 메이커의 탄생소식도 알게 되었다. 나의 러브마크(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제품, 기업의 측면에서는 충성고객)인 리바이스 501의 이름이 어떻게 비롯된 것인지 알게 된 것은 10년 묵은 체증을 풀어주는 것 같은 큰 기쁨이었다. 트루릴리젼, 전지현의 지아나 진, 조이, 빌리, 베키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다. 베개만한 딕셔너리나 칠판 앞 선생님께 배우는 것만이 지식이 아니더라.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활자, 그 바탕엔 온갖 청바지와 역사에 담긴 그림과 사진들. 말 그대로 이 책은 종이로 된 멋진 블로그다. 포털에 이런 블로그가 있다면 하루 조회수가 몇 만은 될 것 같다. 한 해에 수 억, 수십 억짜리 광고를 만들어내는 씽크탱크들이 책을 만들었다는 것은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만 원짜리와 천 원 짜리 지폐 한 장씩이면 그들의 생각을 싸 잡아 읽을 수 있다는 데 안반가울 턱 없다. 지식을 날로 먹고 싶은 독자라면, 최소한 지식e를 책을 읽어 봤거나, 청바지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가장 권하고 싶은 사람은 3년 전 굳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하도 유행이라기에 찢어진 구제 청바지를 거액을 들여 샀더니 다음 날 아침 찢어진 틈틈을 미싱으로 죄다 박아 6.25 때 중공군이 입은 누비바지로 만든 바 있는 울 엄니께 권하고 싶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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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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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세 권을 읽게 하는 오쿠다 히데오식 하드보일드 소설!
 

  우리나라에서는 [코믹 작가]로 잘 알려진 '오쿠다 히데오'. 우리나라에서 그를 알게 된 소설들이 [공중그네]를 비롯한 일련의 코믹소설들로 이루어져 그렇게 생각될 뿐, 일본에서는 하드보일드한 스토리로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하기로 알려진 작가다. 갓 스물부터 스물 아홉까지를 이야기한 [스무살 도쿄]가 그렇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세 주인공의 스토리가 옴니버스형식으로 엮어진 소설 [최악]은 소설의 진면보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또 다른 소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전개와 눈에 보이는 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문체로 세 권을 단 숨에 읽게 하는 매력을 지닌 소설,   [방해자]다. 원제는 邪魔 .
   

 

  어느 날 일본의 작은 시에 위치한 기업에 방화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전후로 주변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인물들이 직간접적으로 그 사건에 연류되면서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사건에 휘말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세 주인공이 결국 한 사건에서 만나게 되는 전작 최악(最悪)의 사건전개방식에서 좀 더 복잡하고 세밀하게 진화하였다. 최악이 한 스토리를 위한 세 주인공의 결합이었다면, 이 소설에 소개되는 방화사건은 세 명의 스토리를 위한 발단 사건에 불과하다. 세 주인공의 이야기, 그래서 3권, 모두 1,000여 페이지에 이른다.

  열 일곱의 소년 유스케는 요헤이, 히로키와 함께 셋이서 늘 그렇듯 용돈벌이로 '아저씨 사냥'을 하다가 그들의 먹잇감이 '형사'인지도 모르고 접근했다가 동료는 팔이 부러지고, 자신은 턱을 얻어맞는 부상을 입고 도망친다. 그냥 재수없는 날이라 생각했다.

  직장을 다니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두고 파트타임으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 쿄코는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일어난 방화사건으로 인해 두 손에 화상을 입고 입원하자 혼란에 빠진다. 한편 그녀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계기로 본점의 아르바이트원인 고무라와 인권변호사인 오기와라와 함께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할인마트와의 투쟁을 시작하게 된다. 사건에 연류된 남편에게 보이는 수상함과 근무하는 할인마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민감해지지만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한다.

  7년 전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를 잃은 형사 구노는 동료형사 하나무라의 부정한 행실을 추적중이다. 잠복중에 '아저씨 사냥'에 찍혀 불량소년 셋을 혼내주지만, 별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악질형사 하나무라는 소년들을 회유해 형사의 폭행에 대해 '피해신고'를 하게 해 위기에 점점 빠지게 된다. 

처음엔 아주 작았던 사건이 점점 커져서는 '모래귀신'처럼 깊은 암흑 속으로 빨려들고 마는 세 주인공, 그들은 사건의 본질을 발견했을 때는 이를 대처하기에는 너무나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기업의 뒷모습, 그리고 암흑과 결탁한 경찰 수뇌부, 노동인권을 빌미로 기업후원을 얻어내는 NGO들의 황동등 일본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소개하고 그 속에 끼인 작은 소시민들의 절망감을 스토리로 엮고 잘 접목시켜 독자로 하여금 동질감과 많은 시사점을 남기는 소설이다. 

 오쿠다 히데오 소설의 강점은 역시 심리묘사다. 우리나라의 추리소설가 김성종이 심리학자 못지 않게 인간 성향의 양면을 섬뜩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면, 오쿠다 히데오는 다면적인 인간의 심리를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전작 [최악] 때와 마찬가지로 나이와 성별이 서로 다른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제 캐릭터에 정확히 들어맞게 잘 표현되어 놀라웠다. 특히 가정은 방화범의 가족으로 몰리고, 자신 또한 기업인을 괴롭히는 공산당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사력을 다해 두 아이와 가정의 행복을 지키려는 쿄코의 불안한 여성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어 이 소설이 남성 작가가 쓴 글인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소설의 제목은 邪魔사마, 일본어로는 '쟈마'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몸과 마음을 괴롭혀 수행(修行)을 방해(妨害)하는 악마(惡魔)라는 뜻인데, 일본에서는 '귀찮은 것, 벌레'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체 속의 나'를 강조하는 일본사회이기에 어느 나라보다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는 일본인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단어이면서도, 상대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이기도 한 단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쟈마邪魔 였다. 대大를 위해서라면 희생해도 좋을, 당연히 희생을 해야 하는 소小, 개인들. 평범했던 그들이 손댈 수 없는 만큼의 큰 사건 속 중심이 된 이유는 그들의 뒤에 존재하는 세력들의 발전을 위해 '정치政治'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선악의 가름은 체제의 존립 앞에서는 애매모호해진다. 아니 체제 존립을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이든 '선'이 되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억세게 운이 나쁜 특정한 인물이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였다. 정권에 따라 좌우익으로 나뉘고, 보고자 하는 시선에 따라 때로는 숨은 천사가 되고, 의도된 쇼로 보여지는 세상에 사라고 있는 우리들 모두는 체제 속의 쟈마邪魔 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방해자'인 것인다. 

  모든 것을 떨쳐 버리고 홀로 된 세상을 살기 위해 자전거로 도피하는 쿄코에게 길에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젊을 때는 자신만 위해서 살면 돼." 앞으로 자신을 찾아올 대부분의 것들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어지러운 고독과 자유일거라 생각하며 쿄코는 고독과 자유의 두려움을 안고 제 길을 떠난다. 캄캄한 미래, 하지만 저자는 안경 낀 형사 이노우에의 입을 빌어 비록 전부 조건부겠지만, 인간에게 미래가 있는 한 무조건 행복한거라고 말한다. 체제 속의 나의 행복은 신기루 일 뿐, 두렵지만 고독하고 자유로움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행복과 불행은 온전히 스스로 판단한 것일까? 혹시 남이 그렇게 여겨서 또는 남과 비교해서 그렇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방해자邪魔'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내 행복과 불행은 남에 의해 만들어지고, 평가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했다. 한 번 잡으면 끝을 봐야 할 만큼 흡인력이 강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이번에도 그의 필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최악]을 필두로 이 소설을 통해 '코믹작가'라는 오명을 벗기고,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요구된다. 이러한 평가 또한 그에게는 방해자邪魔가 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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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일한다
오카노 마사유키 지음, 정택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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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대란'과 '중소기업 부흥'의 해법, 이 책 속에 있다! 

  얼마전 30년 동안 흑자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폐업', 아니 '종업終業(흑자였음에도 문을 닫게 되므로 굳이 폐업이라는 말을 피했다)'을 신고했다. 화제의 중소기업은 곰인형을 만드는 회사인 양지실업이고, 창업해서 30년 간 흑자를 내며 운영하다가 종업까지 제 손으로 하게 된 인물은 정석주 회장이다.

 그의 '종업終業'의 이유는 30년 동안 경영을 해오면서 70대에 들자 건강이 안 좋고 머리 자체가 맑지 못하고, 창의력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에도 역부족을 느꼈고, 더 이상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해서 양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인재'를 영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뛰어난 인재들은 아무리 손짓을 해도 오질 않고, 설령 입사한다고 해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고 TV의 뉴스에서 정회장은 말한 바 있다.

 게다가 식구인 아들 마저 "나는 다른 길을 가겠다. 봉급생활자로 봉급 범위 내에서 인생을 살다가 죽겠다"고 말하며 아버지와는 다른 인생관을 선택했는데, 이는 좋고 편한 방법도 있는데,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기업을 할 필요가 뭐가 있나'하고 자식이 중소기업인으로서의 아버지를 연민의 정으로 바라봤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정석주 회장은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살아온 인생에서 아쉬움은 없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겠냐 묻는다면 '사업'은 죽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었던 것이 첫 번째고,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했을 때 '못한다'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나간 일에 대해 후회되는 일이 있게 마련인데, 사업에 있어서만큼은 내 노력에 후회가 없다."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없을 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30년의 흑자를 이룩한 정회장이 자신이 일궈온 기업을 스스로 '종업終業'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으로 살아가기는 문을 닫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취업하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대학원이나 유학을 다녀와 내 몸값을 높이려는 이른 바 '스펙'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가? 게다가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나홀로 사장'을 하겠다며 특별한 준비없이 핑크빛 여론몰이에 휘둘려 많은 젊은이들이 '홈소핑몰 창업'이나 '길거리 창업' 시장에서 채 피지도 못한 채 오늘도 실패자로 양산되고 있지 않은가?

 


  지난 해 발표된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선정한 'CEO 여름휴가 필독서 20선'에 주목할 만한 책이 한 권 있다. 그것은 바로 '히든 챔피언' 인데, 이 책은 기업의 평균 수명이 61년 이상, 평균매출액 4,340억, 평균성장률 8.8%, 자기 분야에서 33% 이상의 세계시장점유율 차지, 해외에 평균 24개의 지사 소유하고 있으며 모두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틈새시장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며 엄청난 성장세를 과시하며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중소기업들, 즉 히든 챔피언들을 20년동안 추척 연구해 조사한 책이다. 흑자 경영 30년 한국 중소기업의 '종업終業'신고와 세계를 주름잡는 히든 챔피언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어제 또 하나의 놀라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장(이 책에서 저자는 사장이라는 말 대신 '대표사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을 포함해 직원이 단 6명인 동네 공업소에서 연간 6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오카노 공업사'의 사장 오카노 마사유키가 쓴 책 [목숨걸고 일한다]가 그것이다. 원제는 俺が、つくる! ; 내가, 만든다.
 





  저자가 운영하는 '오카노 공업사'는 설립 초기부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모토 아래, 기술력 하나를 믿고 운영해 온 공업사다. 항상 변화를 중시하여 각고의 노력끝에 개발하여 특허까지 따낸 '기술 노하우'도 3년만 지나면 무조건 팔아버리는 비상식적인 회사다. 그래서인지 '오카노 공업사'의 기술은 세계에 알려져서 일본의 대기업인 마쓰시타와 소니를 비롯해 미 항공우주국 NASA와 미 국방부에서도 의뢰할 만큼 프레스와 금형 기술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오카노 대표사원은 중소기업의 존재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로테크low-tech 없는 하이테크high-tech는 없다." 그리고 중소기업인들에게는 "일은 목숨걸고 제대로 해야 한다. 견디자! 지금만 참으면 더 나은 기회가 온다.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피땀흘려 하는 사람에겐 길이 열린다.'질투'와 '증오'같은 감정을 나를 깎아먹는 종양과 같다. 그러니 중소기업를 무시하는 사회를 탓하지 말고, 대기업 위주의 시장에 분노하지 말자"고 말한다.

  그는 업계에서 '도쿄의 루이뷔통'이라 불릴 만큼 장인으로 통한다. 그는 일을 따 낼 때부터 돈을 떠나 먼저 '남들이 풀지 못하는 숙제같은 일'들만 수주해서 납품하고, 그로 인해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독점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최고로 불리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매일 반복되는 실패와 도전 속에서 배우는 근성, 바로 목숨걸고 일하는 근성이 숨어 있다. '세상이 모두 무시하는 일'과 '세상에서 풀 수 없는 일' 두 가지로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그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 나아갈 바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중소기업을 경시하는 기업풍토와 사회에 분노하는 것은 나를 깎아먹는 종양과 같다. 분노한다고 해서 바뀔 것도 아니다. 시대에 부응하는 기술력과 변화만이 살 길이다. 조금만 더 참고 목숨걸고 일한다면 대기업도 허리굽혀 찾아오는 날이 찾아올 것이다. '기술노하우'의 축적은 돈으로 산을 쌓아 놓은 것보다 더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카노 씨는 대기업만을 바라보며 취직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대기업형 인간처럼 적당히 살려고 할 때 좀 남다르게 살면 성공할수 있고, 다들 움츠리고 있을 때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 무엇이든 도움되는 재주를 익혀라. 뭔가 하나 잘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쭉 노력하고 연습해서 신장시켜라. 그러면 반드시 먹고 살 수 있다."

  우리가 중소기업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중소기업으로 돌려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직원이 달랑 6명인 '오카노 공업사'가 그 어느 대기업들보다 커 보였다. 취업문이 좁다며 아귀다툼을 해야 할 힘들을 자신의 재주에 목숨걸고 쏟아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히든챔피언의 길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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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현명한 소비자? 
흥, 당신은 늘 속는 비이성적인 소비자일 뿐이다!
 
 
  "인간이란 피조물은 얼마나 대단한가! 이성의 고귀함이여! 능력의 무한함이여! 생김과 동작은 얼마나 반듯학 멋진가! 행동거지가 천사가 따로 없다! 헤아림은 신의 경지다!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이요, 동물 가운데 귀감이다."
 
   세익스피어의 작품 [햄릿] 2막 2장 중에 나오는 이 대사는 우리 인간의 놀라운 정신과 육체를 찬양하는 부분이다. 주류경제학 또한 세익스피어 못지 않게 인간을 완벽한 이성적 능력을 갖추었다고 가정한다. 우리도 잘 알다시피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하에 경제이론을 세우고 예측하고 조언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은 이성적인 인간은 같은 조건에서 최고의 선택 즉, '최소비용의 최대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경제학의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과연 그럴까? 우리는 매일 아침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도 잠자리를 편 채로 야식을 먹고 있으며, 딱히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서도 '창고 방출 세일'에 혹해 바구니 가득 덤핑물건을 사들이고 있다. 그리고 매번 탁월한 선택이라고 찬사를 던지는 판매원을 뒤로 하고 나올 때 즈음이면 판매원의 말처럼 그리 '굿 초이스'인 것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왕왕 있는데, 그 때는 어김없이 판매원의 세일즈 기법에 속았을 때다. 우리는 매일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며 결정하고 있지만, 스스로에게 속고 있다.  
 
  이처럼 때로는 비이성적인 인간에 대해 표준경제학(주류경제학)과 세익스피어의 관점처럼 인간본성에 대해 지극히 이성적이라는 낙관론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행동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언제나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아서 의사결정에 있어 빈번하게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이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얼토당토 않는 영향을 받는 존재이고, 개연성 없는 감정과 근시안적 생각등 여러 형태의 비이성적 행동을 곧잘 저지른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인간의 그러한 비이성적 행동에 착안하여 많은 기업이 이를 이용해 소비자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마케팅에 속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학의 대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학문영역인 이 '행동경제학'은 경제주체인 소비자가 오늘까지 저지르고 있는 경제적 선택의 오류를 짚어주고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 불고 있는 '신경제학 바람'또한 예외가 아닌데, 가장 먼저 행동경제학적 접근한 책 노모노 노리오의 [행동 경제학]를 비롯해 [경제학 콘서트], [벌거벗은 경제학]등 주류경제학의 한계와 소비자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여러가지 실험과 사례들을 들어 꼬집는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들에게 있어 아쉬움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에 발생하는 오류에 대해 '아하~ 그렇구나' 하는 사실을 지적하고 인지시킬 뿐 그 대안에 대해서는 '그러니 이젠 자신이나 기업에 속지 마시오'라고 대답할 뿐, 결국 또 다시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요구하는데서 그치는데 있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나는 비이성적인 소비주체구나'라고 인지만 한 채로 남아야 할까? 사실의 인식은 그 해답을 찾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들이 좀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책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현재 MIT 미디어랩과 슬론 경제대학원의 행동경제학 전공 교수를 맡고 있는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책 [상식 밖의 경제학]이다. 원제는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인-인간: 우리의 결정들에 숨어있는 힘)이다.
 
 



  책의 소개에 앞서 저자의 병력이 주목되었다. 저자가 18세 였을 때 다량의 마그네슘 화약이 폭발하는 바람에 전신 3도 화상을 입게 되고 사고 후 3년 동안 온몸에 붕대를 감고 병원에 있어야 했다. 본의 아니게 사회로부터 일정 부분 동떨어진 신세가 되어 자신이 참여하고 살았던 사회를 제 3의 관찰자가 되어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동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었고, 그의 뛰어난 관찰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이 책의 전반에 걸쳐 놀라움을 던져준다. 
 
  저자의 이론의 시작은 표준경제학은 사람은 늘 합리적이라고 가정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고 매우 비합리적이며, 약하고, 자주 틀린다는 행동경제학과 일치한다. 하지만 한 발 나아가 인간의 행동을 찬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증해보면 놀랍게도 이 책의 제목처럼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Predictably Irrational 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합리성과 패턴과 일관성이 있어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런 '일관된 비합리성'에서 새로운 이론과 전략과 지혜를 만들 수 있다는게 그의 이론이다.
 
  이 책은 기존의 행동경제학을 말했던 책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비자들의 비합리적 오류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간단하고 독창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로 인간들의 선택의 오류가 예측이 가능하도록 반복되고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오류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이 수록되고 있다. 그 중 주목되는 몇 가지를 살펴보자
 
  "A와 B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알아 맞춰 보세요, 딩동댕!!" 사람(소비자)들이 선택에 있어서 가장 즐겨 용하는 방법인 비교하기는 '상대성의 문제'다. 즉 우리는 상대성의 관점에서 결정을 숙고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들끼리 비교를 한다. 하지만 제품을 파는 기업은 소비자의 비이성적인 판단을 이미 읽고 미끼효과(Dacoy effect)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미 순서를 정해놓은 상태, 그들에게 질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지지 않는 방법은 비교의 순환고리를 끊는 것, 즉 시선을 돌려 A,B가 아닌 C가 더 좋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 이른 바 양떼현상herdling에 끌려 우리는 TV에 나오는 스타들이 입는 옷과 휴대폰, 그리고 그들이 먹고 즐기는 곳을 추종하여 무리하게 지갑을 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들을 쫓아 얼마나 큰 기쁨을 누렸는지 자문해야 한다. 거기에 들어갈 돈을 아껴 다른 일에 썼다면, 아니면 모아 두었다면 더 기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야 한다. 휴대폰의 경우 기능도 모르는 최신형을 고집할 것도 아니며, 어떤 고급커피를 마실까 고민하기보다 꼭 그렇게 비싼 커피를 습관처럼 마실 필요가 있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돈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어느 때보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지금, 모든 사례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가정이나 기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궁금했고 책에서 말한 대로 우리가 하는 행동 중에서 '돈을 받고 뭔가를 하면 기분(흥)이 안나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규칙에 부합하여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한다면 봉변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돈이 아닌 명분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는 무수히 많은데, 이는 우리가 사회규범을 적용하여 남을 기쁘게 하고 도왔다는 기쁨을 얻기 위해 기꺼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돈으로는 '사명감'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를 가족같이 여긴다는 은행이 잔고부족으로 하루아침에 계좌를 정지시키는 은행, 귀빈 모시듯 제품을 팔고는 그 이후 A/S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세계적인 명품숍들, 그리고 월급과 상여금만 주면 애사심은 충분히 고취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기업의 CEO에게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지를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성적으로 흥분되어 있을 때는 절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다이어트에 번번히 실패하고 신용카드를 통해 소비를 억제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들 모두 '미루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내 소유물이 비싸게 여겨지는 이유는 '추억의 가치'가 더한 때문이고, 다른 가능성 즉, 대안을 확보하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큰 것을 놓치며, 개인적인 집착 때문에 양편으로 갈라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하게 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소개한 연구들을 통해 얻어낸 교훈은 첫째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감정, 상대성, 사회규범등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힘들이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본능적으로 그 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단순하게 떠오르는 의사결정의 환각에 빠져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는 이러한 비합리성이 우리에게 있지만, 이렇게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를 알게 된 사실만으로 앞으로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 결정을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지금보다 합리적인 결정에 다가설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행동경제학 관련서들이 표준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른 행동경제학을 일반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소개한 책이라면, 이 책은 표준경제학이 오늘날의 경제상황을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 둘 씩 풀어주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문제제기에서 실험 그리고 해설까지 경제학을 배우지 않았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나간 이론서이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접근한 행동경제학이 현실의 경제를 이해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같아 더욱 기대가 되었다.
 
  지난 주에 실린 우리나라 모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자는 현재의 위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 '상실된 신뢰감의 치유'에 대해 놓치고 있음을 안타까워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감 상실, 배신감 증폭을 슬기롭게 진정시키면서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뺏긴 돈은 뺏긴 돈이다. 이제 당신 세금으로 월가를 돕겠다. 그게 당신에게도 남는 장사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며, 화를 돋우고 보복 심사를 달굴 뿐이다'라고 까지 이야기 했다. 국민의 신뢰감이 배신감으로 돌아설 때 정부는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다. 또한 더 이상 정부가 국민을 배불려주기만 하면 되는 시대도 아니다. 정부는 시장규칙만을 내세워 국민들이 따라올 것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정부를 신뢰했던 국민을 우선 어루만져 사회규범을 먼저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지금이 아닐까? 보다 합리적인 미래의 선택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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