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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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책과 함께 놀고 있는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
 
 
"할아버지, 뭐해?"
뭐하긴 뭐해? 책 읽지.
 
"책 그게 뭔데? 그렇게 재미있어?"
그럼, 재미있고 말고. 얼마나 재미있는지
책을 읽다 보면 잠도 잊고, 밥도 잊는 걸?
 
"우와!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그럼 책 이야기 해 줘."
책 이야기라...좋아. 이 할애비가 해 주지.
이바구 떼바구 강떼바구...
 
 
  나이 칠십 하고도 절반을 넘게 산 할아버지가 자기의 가장 친구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손으로 마루바닥을 치며 배가 아프도록 웃음을 주는가 하면, 신새벽 남에게 들킬까봐 이불자락을 깨물며 끄억끄억 눈물을 빼기도 하고,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하는가 하면, 고결한 사랑의 참맛도 느끼게도 한다. 할아버지의 친구는 이다.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다름아닌 '한국학'의 석학으로 잘 알려진 독서가 김열규 교수이고, 칠십 평생 함께 한 친구인 책을 [독서讀書]를 통해 이야기했다. 그는 책 읽기, 즉 독서에 대해 '삶이자, 앎이고, 배움이다'고 이 책에서 정의하고 있다.
 
 


 
 
"인생에는 무수한 가닥 길이 나 있다...인생은 '모름'으로 시작해서 '모름'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곤 한다. 모르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일지도 모른다...삶은 앎이 되려고 무진, 무진 애를 쓴다...삶은 앎을 향한 행보行步이다. 아니 아예 삶을 앎이라고 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읽기는 나를 위해서 세계 속으로 길을 안내해준다. 그래서 읽기는 아직 잘 모르는 삶의 길을 가는 사람에게 나침반이 되고 이정표가 된다...독서讀書는 삶이자 앎이자 배움이다."
 
  김열규 할아버지에게 책은 나무의 다른 모습인 종이로 엮은 것들 만은 아니었다. 할머니의 무릎팍에 누워 듣는 '이바구'도 책이 되고, 어머니가 제사날에 가신 분을 기리는 '제문'도 책이 되었다. 교회에서 들려주는 듣기 교실도 책이었던 것을 보면 할아버지에게 있어 책은 이야기로 된 모든 것이었다. '사람이 말해주는 사람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책' 아니던가? 어릴 적 할아버지는 책을 듣고 자랐다.
 
  소학교에 들어가 배운 글자는 가나문자인 일본어. 하지만 사관과 주체의식이 있을 리 만무한 소년 김열규에게는 그 어느 문자였더라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 하나였으리라. 그에게도 문자가 있는 유사有史시대가 열린다. 소리내어 읽고, 외워 읽고, 누워 읽고, 책상앞에서 책상다리로 읽었다. 일본인이 만든 일본 이야기를 일본글로 읽으며 그는 삶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더욱 깊이 책에 빠지게 된다. 소년이야 태어난 제 땅이 남의 나라에 속해 있었으니 어쩔 수 없다지만, 오늘날 인성이 채 길러지지도 않은 어린 아헤들을 돈보따리 싸매어 일부러 파란 눈의 나라로 보내서는 자랑하는 판국이니 소년을 두고 안타깝다고 말할 것도 없겠다.
 
"정말 탐독했다. 정신이 나가고 넋이 나가도록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위대한 정신을 읽어내고 위대한 영혼을 읽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어슴푸레 하게나마 들곤 했다. 그때 읽은 그들의 작품 대부분은 지금도 그 느낌은 물론이고 줄거리까지 훤하게 기억난다."
 
  광복 후 소년이 도떼기시장에서 흘러 나온 책들에 탐독하게 되는데, 책의 저자들이 하나같이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한스 카로사, 앙드레 지드, 아나톨 프랑스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문호들의 고전들이다. 필자에게 언급된 저자들의 책들을 읽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몇 권 뿐이다. 그렇다면 이 소년을 부러워해야 할까? 그 또한 아니다. 지금처럼 낙점을 기다리는 수만 권의 책들이 쌓인 보물섬이 그득그득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없어서 못 읽었고, 안줘서 못 읽었건만 책장에 켜켜이 쌓인 책들을 두고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애써 위로 하며 외면하는 필자가 부끄러워진다. 저자의 소년시절이 오늘날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과연 더 많이 읽었을까? 얄궃은 질문도 던져 본 부분이었다.
 
"읽기 반, 생각 반, 그런 읽기를 계속하다 보면, 책을 자주자주 엎어두어야 했다. 팔짱 끼고 고개 숙이고 눈 감고 침사沈思에 빠져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책을 읽다가 어느덧 빠져드는 꿀맛 같은 잠! 그건 단상집이나 명상집에서 얻을 수 있는 엉뚱한 수확이었다. 그 쾌적한 수면제, 단잠을 불러오는 달콤한 수면제! 그 때문에도 단상집이나 명상집은 모두 명작이고 걸작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단상집斷想集 읽기를 쾌적한 수면제로 비유하며 책을 읽다가 잠드는 나른한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한여름 낮에 모시 속옷을 입고 사방 뚫린 대청마루에 턱을 괴고 책읽다가 간간히 불어 속살 만지고 가는 산바람에 소름 떨며 잠에 빠진 경험을 한 사람들을 알리라. 대여섯 살 아헤가 밥든 수저를 들고 단잠에 빠진 그 형국과 다름없다. 책은 때로 최고의 수면제가 되기도 한다며 할아버지는 그 또한 책 읽기의 맛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번죽도 좋으시다.
 
  할아버지의 칠십여 년의 세월만큼이나 책읽기의 방법도 다양하고, 그 방법마다 나는 책읽는 맛 또한 쏠쏠함을 이 책에서 구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가 있다. 손 뻗으면 나타나고, 원한다면 하루 종일 만날 수 있고, 만날 때 마다 다른 이야기를 해주며 둘이 낄낄깔깔 댄다면, 그런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와 함께 함은 무엇일까? 놀이다. 할아버지의 책읽기는 책과 함께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니는 놀이 즉, 소요유遙遊 라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느 책이 말하듯 '학문의 보고'이고 '선사의 말씀'이고 '지식의 창고'가 아닌 그저 편한 '친구'라고 말씀하신다. 배움에는 지침이 있지만, 친구와의 놀이는 지칠 줄 모른다. 배우고, 느끼고, 공감하는 책읽기를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쯤으로 여겼으니 평생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할아버지가 책과 함께 제대로 놀았고, 지금도 놀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는 곳이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내 것이 되어버린 책들 - 작품 읽기'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체호프의 [내기],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릴케의 [말테의 수기], 슈테판 츠바이크의 [에빈스무스 전기] 등 그가 사랑하다 못해 제 것이 되어버린 책들은 하나같이 대문호의 위대한 작품들. 하지만 그는 마치 시골 마을의 농부가 소꼽친구였던 대통령을 소개하듯 아무렇지 않게 작품을 논하고 평하고 있다. 온전히 제 몸을 책 속에 던지지 않았다면 나오지 못한 글들, 서평을 쓰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이다.
 
"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나의 세계는 하나씩 늘어갔다. 나는 이미 점이 아니었다. 나의 존재성은 점으로 찍히고 말 것은 아니었다. 나는 좀 더 넓은 무엇인가로 변모해 가고 있었다. 내가 읽는 작품 속의 세계는 모두 나의 영지고 영토가 되어갔다. 나의 존재는 드넓은 공간, 확대된 공간으로 그 영역을 넓혀갔다. 그건 훗날 대학에 가서 읽게 된 릴케Rainer Maria Rilke의 말대로 나의 '순수 공간'이고, 나만의 '세계 내 공간'이었다.
숲과 호수, 그 자연 속에 작품이 있었다. 나 또한 다만 '읽는 자'로서 자연 속에 있었다. 어느새 읽는 일이 사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에 '시간을 잊고 책읽기'가 시대를 역행하는 '짓'은 아닐까 고민하곤 했다. 필자가 한 권의 책이 보여주는 세상에 탐닉하는 만큼 세상을 등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열규 할아버지는 '책을 읽는 것이 나라는 존재의 공간을 넓히는 행위'라고 말씀해 주신다. 무리 속의 '내'가 아니라, 스스로 선 '내'가 택한 세상을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2050년의 미래를 이야기한 리처드 왓슨의 책 [퓨처 파일Future Files]에서 이야기한 책의 미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책의 장르와 책을 읽는 방법은 바뀔 수 있지만 지금 보다 다양한 책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늘날 세상은 '스토리'가 있는 제품을 사랑하고, '스토리텔링'이 도입되어야 시선을 끌 수 있다. 세상이 디지털화 될수록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보다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어서는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은 영원할 것이고, 책읽기는 세상을 읽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세상에 뿌려진 책과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책과 보다 잘, 보다 재미있게 노는 방법은 이 책이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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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
구본형 지음 / 살림Biz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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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괴롭히는 무능한 '쓰레기 상사'를 꼼짝 못하게 하는 법!
 
  여름에 팥소가 듬뿍 뿌려진 시원한 빙수가 생각나고, 겨울엔 따끈따끈한 호빵이 생각나듯 한 해를 마감할 요즈음의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저자가 있다. 기억의 시작은 10년 전. 대학을 막 졸업한 첫 해에 IMF를 맞은 해 였다. 필자가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정신없는 직장초년병이었을 때 하늘 높다하고 소위 잘 나가는 선배들이 하나 둘 명퇴를 하고, 구조조정을 당하더니 급기야 소식마저 끊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비즈니스맨들에게는 가장 추운 겨울이었다.
 
퇴직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해 한겨울에 양복을 입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노인들의 아지트인 '파고다공원' 한 쪽 켠에 퇴직한 샐러리맨들의 공간이 생겼었다. 종신직장으로 여겼던 회사가 등을 돌리고, 치솟는 주택담보대출이자때문에 집마저 빼앗기는 현실 앞에서 직장인들은 손쓸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 무렵 선배들은 술자리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이건 꿈이야. 하룻밤 지나면 없어질 악몽일거야." 그 해는 정말 일 년 내내 뼈 속까지 추운 겨울이었다. 
 
  하루아침에 변해버린 현실 앞에서 직장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늘어나는 실업자, 노숙자, 자살... 직장인들은 갈 곳을 잃고 헤맸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그 때 그들을 위로해준 책이 있었다. '세상은 변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은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변한 세상을 등질 것이 아니라, 이젠 변한 세상만큼 함께 변해야 합니다. 세상이 이 지경으로 변한 이유는 그자리에서 멈춰서 있었기 했기 때문이고, 앞으로의 세상은 꾸준하게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될 겁니다. 그 작은 변화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변화만이 살 길 입니다.'라며 직장인들을 위로하고 변화할 것을 권했던 책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었다. 
 
  필자를 비롯한 내 주위의 많은 직장인들은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세계적인 외국계 기업인 IBM을 나와 당당하게 '1인기업'을 차린 그를 일러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선각자'로 부르기도 했다. IMF를 겪었던 직장인이 그를 모른다면 간첩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그는 많은 강연을 하고 언론에 글을 올리고, 매스컴에 등장했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닥친 현실에 대한 해결책이었고, 그 때마다 필요한 해법이었기에 나는 그를 존경하고, 그의 책을 늘 학수고대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적인 불황 중인 올해 말은 어떤 책이 나올 지 더욱 궁금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올 해에 그가 내민 카드는 '내부결속'이었다. 말 뿐인 '글로벌 인재'도 아니고, 의미조차 모호한 '프로페셔널리즘'도 아니다. 시야를 내부로 돌려 나를 단속하고 내 주위를 단속해서 내가 있는 곳을 강하게 만들라고 말한다. 변화하라고 지시하지 말고, 스스로 변화해서 그 모습을 보고 주위가 느끼게 만들라고 한다. 아래로부터의 혁명, 올해 말 구본형이 내놓은 키워드는 '상사학司學' 이다. 그리고 궁극의 목표는 '상생相生'이다. 소개할 책은 [구본형의 THE BOSS - 쿨한 동행]이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것과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알았다면 이제 어떻게 훌륭한 수직적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인가?"
 
  저자는 이 책에서 '직장은 버릴 수 있지만, 상사司는 버릴 수 없다'는 부하들의 딜레마에 대해  약삭빠른 처세술이 아니라 '훌륭한 상생의 묘妙'를 제시하고 있다. '상사를 이기려 하지 말고, 나의 지지자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틀에 박힌 이론이나 조사에 의한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자신이 경험해 왔던 직장생활과 듣고 보았던 사례들을 통해 당장이라도 답답한 오늘과 내일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지금껏 나왔던 저자의 책들이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열정과 힘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었다면 이번 책은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데에서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변해가는 독자의 욕구에 대해 웹 2.0시대에 걸맞는 저자의 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상사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한다. 직장내에서 '상사'라는 자리가 차지하는 위치와 자격 때문에 '후배'들을 괴롭힐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좋은 상사와 나쁜 상사, 그리고 인격적으로 상대하기 조차 싫은 쓰레기 상사(회사마다 부서마다 이런 사람은 꼭 있다)란 누구며 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두 번째로는 '부하인 나'를 살펴본다. 상사를 미치게 하는 부하직원(이런 부하들도 쓰레기 상사의 수 못지 않게 꼭 있다)는 어떤 부류이고, 상사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부하란 누구인지, 그리고 상사들이 나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미 틀어진 상사와의 관계를 풀어내는 방법과 쓰레기 상사에게서 존중받는 기술, 나쁜 상사들을 반면선생反面先生 삼아 그들에게서 존경할 수 있는 점들을 찾는 방법(피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즐기라 했다)등에 대해 조목조목 자세히 해설해주고 있다. 상황마다 지금껏 내가 모셔왔던 상사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내가 그르쳤던 모습들도 확인하게 되었다. 결국 나 역시도 누군가의 '상사'가 될 수 밖에 없다면 '쓰레기 상사'가 되지 않는 법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 
 
  저자는 우선 회사에 해만 끼치는 쓰레기 상사의 존재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경영자의 의도적 배치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자의 무책임한 방기라고 보았다. 그리고 어떤 이유는 쓰레기는 쓰레기를 낳는다며 모든 피해는 직원들이 입게 되고, 결국 회사는 쓰레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경영자가 쓰레기 상사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에 존재하는 백해무익한 쓰레기 상사는 크게 특정상황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적 막무가내형, 일부러 거칠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전략적 막무가내형, 말 그대로 깡패같은 무작정 막무가내형이 있다고 보고 그에 맞는 대처법과 행동강령이 책에 자세히 제시되고 있다. '위와 아래는 하루에 백 번은 싸운다'는 말처럼 일만 하기도 힘든데 말처럼 십인십색의 상사들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씁쓸한 현실이 묻어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타당하고 합리적인 대응책이 아닐 수 없었다.
 
  휴렛 패커드의 전 회장이었던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는 '상사라는 자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사는 직원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직원도 상사를 한 인간으로 보기 힘들다. 상사는 권위와 능력으로 나타난다.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사람보다는 직위를 본다.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업무는 어려워지지만 그만큼 보상도 커진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외로워진다." 저자가 내민 상생相生의 카드가 힘을 발휘하는 점은 상사라고 하는 자리는 바로 '외로운 자리'라는 것이다. 나의 상사도 '외로운 사람'이고, 얼마 있지 않으면 나 자신도 '외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나는 상사를 욕하지만, 언젠가는 후배들의 욕을 먹는 상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상생相生의 카드는 내가 모시는 상사는 머지 않아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저자는 궁극의 해답에 대해 '누군가의 상사가 되면 아랫사람의 충성과 관계없이 그 재능을 가려 쓰는 것이 최선이지만, 누군가의 부하가 되면 모든 재능을 다하여 상사를 가까이 보필하고 상사의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물러 공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하 한사람 한사람이 리더, 즉 스스로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기를 권한다. 그러면 부하직원이라도 상사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상사에게 영감을 주며, 상사를 격려하고 고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상사없는 부하없듯, 부하없는 상사는 없다. 이 둘의 가장 바람직한 존재의 해답은 상생相生이고 그것은 스스로부터의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경영은 과학이지만 상사와 부하의 패러독스를 풀어내기에 리더십은 예술과 같다고 저자는 덧붙였다.
 
 

 
 
  이 책의 바로 전에 나왔던 책은 [세월이 젊음에게]였다. 취직을 해서 출근하는 큰 딸에게 선물을 대신해 썼다고 전해진 이 책은 직장초년병에게 '일'이란 무엇이고, '직장, 사회'란 무엇인가,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자상한 아버지의 목소리'로 들려준 책이었다. 그 후에 나온 책이 '상사학'인 것을 보면 큰 딸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상사 때문에 고민을 했었나 하는 우스운 의문을 품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약속한 강연시간을 넘겨가며 거의 모든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대답했던 저자였던 만큼 전작에 대한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는 아닐까 해서다. 자상하고 부드럽지만, 그 내용에는 칼이 담겨 있는 선배님의 목소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왕은 하늘이 점지해 준다지만, 왕다운 왕을 만들어주는 것은 왕들의 스승, 책사 였다. 왕자는 책사에게서 '제왕학王學'을 배워야 비로소 왕이 되었다. '왕은 공부해야 제대로운 왕노릇을 한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무렵 '사장'이 뭔지를 알아야 했다. 대형서점을 다 뒤져 한 권의 보물을 만났는데 일본 중소기업의 사장 이하라 류우이치가 쓴 책, '사장의 제왕학'이었다. 필자는 이 책을 네 번 읽고 창업했다. 그리고 사업을 하면서도 필자로 비롯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사장의 제왕학'을 펼쳤다. '사장도 공부해야 제대로운 사장노릇을 한다'. 직장인인 나를 먼저 만족시켜줄 회사는 세상에 없다. 나를 먼저 만족시켜주는 상사도 없다. 제대로 상사가 되려거든, 제대로 상사를 모시려거든 '상사학司學을 읽고 공부해야 한다. 이 책은 '직장인의 상사학司學'이다. 올 해를 통틀어 직장인을 위한 최고의 자기계발서를 꼽으라면 '이 책'을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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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경전 - 성공과 열정을 부르는 데일 카네기의 화술과 철학
데일 카네기 지음, 박안석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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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새로운 인간경영의 최고 바이블 !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찰스 슈왑에게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의 연봉인 1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궁금한 데일 카네기는 찰스 슈왑에게 앤드류 카네기가 그토록 많은 연봉을 지급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찰스 슈왑은 그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능력, 이것이 바로 나의 가장 큰 자산이네. 또한 사람들의 재능을 발굴해 최고의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데는 칭찬과 격려만한 것이 없다네! 자네, 혹시 아는가? 상사의 질책이야말로 직원의 의욕을 꺾는 최악의 카드라는 사실을 말이네. 난 어느 누구도 질책하지 않네.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 노력하면서 그저 격려해줄 뿐이지.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성과가 마음에 들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준다네." 그리고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난 평생토록 세계 각지의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나봤네. 헌데 아무리 지위가 높고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비판보다는 칭찬을 받을 때 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더군."
 
  세계대공황을 탈출하며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들기도 했던 기업가 앤드류 카네기가 100만 달러의 연봉을 주며 찰스 슈왑에게서 구하고자 했던 것은 '격려와 칭찬의 힘'이었다. 요즘같이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에서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뼈있는 한마디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직원들을 비용절감의 차원에서 마구 감원하는 요즘 기업들을 보면서 과연 위기만 모면한다고 해서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한다? 이 말은 뒤집어서 생각하면 경기가 좋았기 때문에 감원했어야 했던 직원들을 데리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물론 판매부진으로 인해 생산인원들이 전부 있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든지, 갖은 이유야 있겠지만 결국 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말 자체는 경기악화 이전에 필요이상의 직원을 고용하는 등 경영진들이 방만한 운영을 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직원들을 감원하고 살아남는다면 유능한 직원은 과연 몇이나 남아있을 것이며, 전문가와 기술자들은 몇이나 남을까? 구조조정된 그들이 자신의 전문직에 있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이는 기업의 손실이요, 국가의 손실이 되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기업이 생긴다면 우선 CEO부터 그만 두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만큼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이고 비용의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CEO 한 명의 퇴직은 임원 5 명의 퇴직과 같고, 직원 50명의 퇴직과 같기 때문이다. CEO 한 사람이 직원 50명의 능력에 비해 낫다고 자평할 수 있는 CEO는 과연 누구이고 몇 명이나 있을까? 그렇다고 보면 과연 CEO는 불황을 이유로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대며 직원들을 협박할 자격이 있을까? 그에 대해 성공한 자의 대명사, 카네기의 묘비에 쓰여진 글귀는 멋들어진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다룰 줄 알았던 이, 이곳에 잠들다."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 이론에 선구자적인 인물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처세술의 대가들도 그의 책을 공부하고, 그것을 현실에 맞게 고쳐 활용하고 있는데 1888년에 태어난 그였으니 인간관계 이론에 대해서는 제일 먼저 '선점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그가 1936년에 쓴 책 『카네기 인간관계론』(원제 :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저서이고, 카네기의 성공적인 인간관계 원리를 제시해 주고 있다. 그 밖에도 다수의 책들과 강연프로그램 들이 있는데, 그의 책들 중에서 삶의 진리를 알게 하는 에피소드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요약된 것이 나왔다. 최근에 나온 책, [카네기 경전]이다. 
 
 


 
  데일 카네기의 저서는 수많은 출판사에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많이 출간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성경이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알려진 카네기의 책을 모두 읽을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따로 에피소드들만을 모아서 만들었다는데 특징이 있다. 구성은 크게 인간관계론, 자기계발론, 행복론으로 되어 있고 그의 저서 속에 있는 재미난 일화등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그것을 다시 재해석해 독자로 하여금 교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록되어 있다.
 
  처음 출간된 지 10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저자인 데일 카네기가 인간관계 원리에 대해서는 선구자임을 여실하게 증명하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간관계'에 대한 원리는 무수한 세월이 지나도 크게 변하는 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 배워서 온전히 실행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인간관계형성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 에피소드의 말미에 적혀있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하나 하나 머리와 가슴 속에 새겨야 할 교훈들로 가득차 있었다.
 
  한 페이지 분량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촌철살인의 몇 줄 교훈으로 만들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 90년대 초에 읽었던 '오쇼 라즈니쉬'의 [배꼽]과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편해 어디서든 읽기가 쉬웠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550 페이지에 달해 휴대하며 읽기에는 두껍고, 무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저서들의 엑기스들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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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 - 대한민국 100년을 먹여 살릴 창조적 소수자
전하진 지음 / 오푸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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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비즈니스는 창조적 소수자, 비즈엘리트가 이끌 것이다!
 
  초등학교 자연학습시간. 한 반의 아이들이 메뚜기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 메뚜기를 한 시간 동안 관찰하고, 그 결과를 적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한 시간동안 메뚜기의 이모저모를 관찰한다. 우선 메뚜기를 그리려는데 메뚜기가 거꾸로 세운 유리컵 안에 갖혀 팔딱팔딱 뛰는 통에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참다 못한 의원이는 메뚜기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렸다. 한 쪽 다리가 부러진 메뚜기는 두 다리가 온전할 때보다는 못하지만 자꾸만 넘어지면서도 여전히 뛰고 있었다. 화가 난 의원이는 나머지 성한 다리마저 부러뜨렸다. 얌전해진 메뚜기를 보고 흐믓해진 의원이는 열심히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의원이가 그린 메뚜기 그림에도 다리는 부러져있었다.
 
그림을 완성한 의원이가 정작 실험내용을 적으려니 이번엔 메뚜기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다. "메뚜기야, 이젠 뛰어도 돼." 뛰어 봐, 어서." 메뚜기 귀에 속삭여도 보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급기야 실험용 탁자를 쾅 쾅 쳐도 끄덕없이 가만히 있는 메뚜기.
 
한참을 고민하던 의원이는 노트필기를 마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자연학습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메뚜기는 다리가 부러지면 귀가 먹는다."
 
  역사상 투표율이 제일 낮은 가운데 선발된 국민들의 대표(초등학교 2학년 의원이)는 메뚜기(국민)가 무엇때문에 뛰는 지 아는 바도 없으면서 저희들 노는데 정신없게 만든다고 불평하며 제발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른다. 메뚜기의 손발을 묶고 입을 닫게 한 다음 저희들이 바라는 바 대로 만들어놓고는 '제법 잘 만들었다' 자축하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했다고 저희들끼리 박수를 치고 있다. 눈을 돌려보면 의원이 뿐만 아니다. 관료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사장님이라는 학생들이 그렇고, 어른들이라는 학생들이 그렇다. "니들이 뭘 알아?" 눈을 흘기며 제 멋대로 만들고, 세워놓고 "어때, 괜찮지?" 물으며 박수치라 호통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만들어 논 길대로 따라만 오면 돼. 알았어?"
 
  '자리'에 목숨거는 사람들, '제 밥그릇' 챙기기에 눈이 벌건 사람들, 호랑이 담배 피우던 과거에 발목잡혀 있는 사람들을 일러 '전하진'시트엘리트(Seat-Elite)라고 말했다. 시트엘리트들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도 없고, 현재 자리를 향유하되 더 큰 파워를 발휘할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그들에게 조직의 혁신이나 사회적 기여를 기대한다면 오히려 바보다. 참여와 공유, 그리고 개방이 요구되는 오늘날과 같은 웹(Web) 2.0 시대에 자리차지에 연연하는 시트엘리트들은 어쩌면 사회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국민 대다수가 이들을 비난하면서도 시트엘리트들에 속하기 위해 그들을 목표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트엘리트가 되는 일에 대한민국 젊은이 대다수가 목을 매고 시트엘리트가 될 수 없음에 좌절하는 젊은이가 넘쳐난다. 낡은 조직의 배를 타고 시트엘리트들과 함께 가라앉을 것인가, 아니면 혁신을 통해 무한경쟁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세계를 품에 안을 희망의 배를 띄울 것인가. 변화는 이미 나와 당신의 현실이 되었고,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의 벤쳐 1시대이며 벤쳐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사람, 거듭된 부침속에 5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벤쳐의 한가운데 있는 저자 '전하진'이 시트엘리트의 굴레를 넘어 한국의 새로운 비즈니스의 중심이 될 '비즈엘리트'(Biz Elite)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바로 [비즈엘리트의 시대가 온다]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즈엘리트는 '세상의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 전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른 길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을 시작한 사람들'이다. 온실에서 자란 시트엘리트의 영역을 벗어나 야생에서 나름의 생존방식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창조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토인비가 말했던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들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비즈엘리트로는 파프리카랩의 김동신 대표, 스팟엔징의 오규석 대표, 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테레오 디스플레이라는 회사, 1인 기업의 대명사 구본형, 공병호씨 등 우리 주변의 수많은 자영업자와 중소, 벤쳐기업가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소위 득도得道한 사람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비즈엘리트들의 특징은 자리가 아니라 가치에 도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며, 스스로 질문하며 상상력을 실현한다. 또한 실패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온실보다는 야생을 선택하고, 국내가 아닌 글로벌 파트너십을 선택하며, 규모의 경제가 아닌 스몰 자이언츠를 추구한다. 이러한 비즈엘리트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룰, 소준급의 선수들, 정보공유의 최대한,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요구된다. 비즈엘리트들은 컬쳐 키워드 즉, 상상력, 개인화, 다문화, 창조적 융합을 비즈니스 코드로 변환시켜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트엘리트들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그 문제점과 폐해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고 있는가를 심도있게 파헤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선진국의 사례와 최근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예를 들면서 그들에게 가능한 것들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지를 자신의 비즈니스 경험과 그가 만났던 경제인, 벤처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고 있다.
 
특히 5장 '실리콘 밸리의 역동성' 에서는 실리콘 밸리가 성공할 수 밖에 없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성공이 불가능한 이유를 독자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과 비즈엘리트들에게 필요한 여섯 가지 요소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비즈엘리트들이 나아가야 할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공무원들의 무능을 욕하고 있으면서도 취업하고 싶은 최우선의 직장을 '공무원'으로 꼽고 있고, 정치인을 비난하면서도 냉정하게 심판해야 할 우리들은 정작 그들을 뽑는 투표에 참여할 때 참여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이들은 대학을 SKY를 보내야 성공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 속에 끼지 못하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좌절의 늪으로 몰고 있다. 저자는 국민들에게 '의식의 전환'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무능한 '시트엘리트'를 마냥 추종할 것이 아니라, 모험심 가득하고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비즈엘리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을 응원해 줄 때 우리나라의 미래는 밝아진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는 집단은 소수의 대기업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패기와 젊음이 가득한 '새로운 비즈니스 세대'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트엘리트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그에 속하려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이 가득한 오늘날에 대해 우리나라를 바다위에서 침몰할 수 밖에 없는 '낡은 배'로 비유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자들은 초등학교 2년생 의원이가 아니다. 메뚜기를 가두고 있는 유리병을 걷어내고 펄쩍 뛰는 메뚜기를 끝없이 쫓아가는 학생이 세상을 바꾼다. 스스로 창조적인 소수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젊은이, 비즈엘리트가 세상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300인 이상의 기업(대기업)과 공무원, 전문직 모두 합해 전체 일자리의 14%가 채 안된다고 한다. 나머지 86%의 직장인들은 '능력없는 사람들'로 평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기업의 신입사원 모집인원수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시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은 오늘을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목소리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저자인 전하진과 같은 벤처 1세대가 책을 냈다는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그 내용 또한 날카롭고 미래지향적이어서 더욱 반가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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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우편기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19
생 텍쥐페리 지음, 배영란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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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전달하는 야간비행사의 고독한 사랑이야기
 
  깊은 밤, 적막이 짙게 깔린 깊게 늦은 밤. 잠 못드는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한다.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저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들에 빠져 있게 된다. 어느 즈음이 되면 어느 한꼬리에 매달리게 되는데 아예 자리를 잡고 깊이를 더하게 된다. 시간도 잊은 채, 내가 생각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그런 적 없는가?
 
  밤낚시를 하면서 이런 적이 많았다. 생각이 생각을 낳고, 또 다른 생각에 매달리다 내가 원하던 생각에 도달하게 되면 깊이를 더하는...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밤낚시의 묘미는 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해결해야 할 걱정이나 문제를 안고 낚시를 드리우고 상념에 빠져 있으면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때리고' 있는 것도 아니요, 세월을 낚다가 운 좋게 붕어라도 한 마리 건지게 되면 작은 기쁨도 맛볼 수 있기에 장비를 챙겨서 깊은 밤 속으로 기어들어가곤 했다. 
 
억지로 찾지 않아도 그런 경험을 맛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야간경비원, 범인을 잡기 위해 잡복중인 형사, 야간비행을 하는 비행사... 정신을 놓는다면 큰 일을 당할수도 있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이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몰두한다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들이 글을 쓸려면 훌륭한 글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난 가을 읽은 소설 [이별을 잃다]의 작가의 직업이 형사인 것처럼. 오늘은 비행사의 이야기다. [어린 왕자]의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생텍쥐베리의 본격적인 첫 소설 [남방우편기]다.
 
 


 
"3만 명의 연인들을 살아가게 해주는 게 바로 우편물이었던 것이다.... 연인들이여, 조금만 기다려라. 저녁놀이 불타는 가운데, 우리가 그대들에게 당도할 것이다. 베르니스 뒤로는 짙은 구름들이 회오리바람에 섞여 그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의 앞에서 대지는 태양빛 옷을 입고 있었고, 깨끗한 옷감은 바람에 너울거렸으며 나무는 대지를 두텁게 감싸 안았다. 돛은 바다에 주름살을 수놓고 있었다."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 야간비행을 하는 자크 베르니스는 수많은 연인들의 마음이 담긴 사연들을 배달하지만 자신은 유부녀 주느비에브와의 이룰 수 없는 첫사랑에 괴로워하고 있다. 비행중에 일어나는 실제의 위험상황과 그녀와의 기억, 그리고 사랑에 괴로워하는 베르니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제로 작가인 셍텍쥐베리의 직업이 비행사였던지라 저자가 소설 속의 주인공인지, 소설인지 수필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다만 한 남자가 자신의 이루어질 수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진솔한 마음은 소설 전부에 가득 차 있다.
 
"지금이 몇시지?
시간은 왜 자꾸 묻는 걸까? 이곳에서의 시간은 외따로 떨어져 있는 시골 간이역처럼 0시, 1시, 2시, 이렇게 뒤로 물러나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잡아둘 수 없는 무언가가 손가락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늙는다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 하지만 허비해버린 이 시간, 무언가 다른 듯한 이 고요함, 아직도 조금 더 멀리 있는 듯한 는낌, 바로 그런 게 피곤함을 몰고 왔다."
 
  정작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있지 못하고, 외로움이 너무나도 고독했던 나머지 품게 되는 사랑파는 여자에게서 피곤함을 느낀다. 그리고 주느비에브에게서 떨어져 멀어져 가는 시간을 두고 하늘 위에서 흘러가는 지상의 풍경처럼 느끼게 된다. 하늘에 있는 그는 '정복자'라고 말하지만, 영원히  한 여성의 마음만 훔치고 있는 도둑이었다. 남의 끈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그 역시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잊기 싫어서 인지 잊혀짐이 무서워 그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사랑과 그녀가 느끼는 사랑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가 말하는 관계라는 끈의 생명력과 골동품으로 비유된 숨은 본질의 깊이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그가 겪었던 고독과 깊은 밤 하늘 위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만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르니스는 고개를 돌려 다시 길을 떠난다. 자기 안에 살고 있는 바보 하나가 크게 상처를 입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릴 것을 알면서도 길을 떠난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솟아날 만큼의 난리가 있어야 하거늘 파리는 조용하다. 남자들은 죽을 만큼 사랑할 줄 안다. 하지만 가끔 자신이 만든 허상의 그녀를 사랑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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