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장기 불황의 유일한 탈출구, 이 책 속에서 '정情' 을 찾아라!
 
  지난 20일 자 신문에 실린 19일의 국방부 발표내용을 빌리자면, 지난 2000년 이후 해마다 육군 PX에서 많이 팔린 식품류와 과자류를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자류 가운데엔 판매액 기준으로 초코파이가 가장 자주 '1등'을 차지한다고 한다. 1991년인 필자가 입대한 때에도 훈련소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이 초코파이인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초코파이. 얇지만 초코렛도 발라져 있고, 햄버거처럼 익숙한 모양 한 가운데 햄 패티 대신 새하얀 머쉬멜로우가 두텁게 깔린 것이 일단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두세 개와 200ml 짜리 우유 한 팩(없으면 두 세 모금의 물도 좋다)이면 적당히 요기도 되고, 입안도 덜덜해 지는 것이 '시장기를 속이는 데'는 그만한 게 없다. 2위로 들자면 자(짜)장면이 있는데, 이 녀석은 대답을 하는 사람마다 제 동네에서 파는 자장면이 제일 맛있다고 하니 객관성을 기하기가 쉽지 않고 군에서 자주 먹기 또한 어려워 초코파이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1위인 초코파이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에는 '휴대성이 간편하다'는 것인데, 여름에는 추욱 늘어져 먹기는 좀 추하지만 나름의 맛이 있고, 겨울에는 돌같이 딱딱한 것이 부러뜨려 먹는 맛도 제법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초코파이를 냉동고에 얼려서 먹기도 하는데 그중 나이 든 사람들이 굳이 얼려 먹는 이유는 동절기 PX에서 사 먹은 꽝꽝 얼은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 편리한 휴대성의 효용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군인들은 흡연가끼리 담배를 나눠 피우듯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병영에서는 초코파이를 주고 받는다. '먹고 기운내'하며 주는 자양강장제처럼. 그래서 그런 부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정情'. 한국인에게만 유독 듬뿍 담겨 있다는 이놈의 정情은 느껴지기만 할 뿐, 좀처럼 보기가 힘든데 유독 흔하게 모습을 볼 수 있는 정情이 초코파이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이름 한 번 기막히게 잘 지었다.
 
  뜬금없이 필자가 '정情' 타령을 하는 이유는 요즘은 '정情 나누기가 힘든 세상'이 아닐까 해서다. 군대뿐 아니라 초코파이를 찾아야만 정情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무정無情해진 세상이 요즘이 아닐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하지만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행의 원인을 다정多情했던 것을 탓할 만큼 정情이 많은 사람들이라지만 이 정情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아직 모르겠다? 그럼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여기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무엇이 찢어질 만큼 가난했던 고학생이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시골 조그만한 약국의 약사가 되었다. 비포장 도로라 비가 오면 질퍽질퍽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못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가 있다. 그저 그렇게 살았다면 노년에 마을의 유지 노릇을 할 만큼의 지역주민으로 살았을 법 하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유독 많은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정情이다. 정情많은 약사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정情을 겁나게 많이 나눠줬다. 그랬더니 약국이 유명해지고, 같은 이름의 약국을 여러 군데에 세우게 되더니 급기야 전혀 다른 직업으로 서울을 상경해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은 실화다. 그리고 지금도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모든 이야기가 오늘 소개하는 책 [육일약국 갑시다]의 주인공 김성오씨의 이야기다.
 
 


 
  지난 해 7월에 출간된 이 책 [육일약국 갑시다]는 책은 읽지 않은 사람도 제목을 들어봤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지방 소도시의 약국을 지키던 약사가 30만을 넘는 중고교 학습 프로그램의 CEO로 거듭나는 소설같은 성공스토리도 흥미거리였지만, 글맛나게 써내려간 저자 김성오의 진솔한 경영담이 너무나 생생하고 재미있어서다. 게다가 지난 8월에는 책의 인세로 받은 1억 8천 만원(자신의 기부액으로는 세번 째로 컸다고 한다)로 소외 아동과 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자선음악회를 후원했다고 하니 훈훈한 그의 '퍼붓는 정情세례'에 감동받은 독자들이 많았던 탓이다.
 
"아, 이 책 나도 읽어봤어. 보기 드물게 대단한 사람이더군."하고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한다면 다시 이 글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을 기준으로 776만 7000명에 달해 전체 취업자 2315만1000명 중 33.6%를 차지해 OECD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자영업자들은 더욱 주목하기를 바란다.  '오늘의 불황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아낌없이 정情을 나누라'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어떤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자화자찬이 가득한 자서전'이라고 말했던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읽어 보면 그런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저자의 순진한 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욕먹을지도 모를 만큼 자신의 '작은 성공'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한데 이것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서 그렇게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이나 경제경영을 꿰 찬 '마케팅 전문가' 였다면 이렇게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마케팅 실력을 모두 드러내 놓기 때문이다.
 
'동네 할머니들 편히 쉬도록 약국에 푹신한 의자를 놓았더니 하루 종일 놀다 가시게 되었고, 이를 보는 지나는 행인들은 모두 손님인 줄 알고 '명의'가 있는 약국으로 알더라'는 에피소드나, '동전을 가득 준비해서 택기기사들이 편하게 바꾸어 가게 했더니, 미안한지 드링크라도 한 병 팔아주고 가더라. 그리고 그들에게 약국이름이 알려지니 자연히 그 지역에서는 최고의 랜드마크(유명한 곳)이 되더라'라는 등의 에피소드들은 한 번 읽기만 하면 누구나 벤치마킹할 수 있는 생생한 정보들이다. 그 뿐 아니다. 이 책 속에 그의 쉽지만 놀라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정情나누기 마케팅'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이 책에 소개되는 저자의 '작은 성공담'들은 '약사'들에게만 이로운 것이냐 하면 약사 뿐 아니라 사업 최소한 '자영업'을 하는 모든 이들이 배울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라는데 주목해야 한다. 특별한 것 없는 마케팅, 그 이름은 '정情을 마구 마구 베풀어라'다. 그렇다면 얼만큼의 정情을 얼마나 나눠줘야 할까? 그 답도 한 문장이다. "우리 엄마처럼." 그렇다. 귀한 손님이 우리집에 찾아오셨을 때 우리 엄마가 했던 것처럼만 하면 '부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귀한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책責 잡히지 않으려고' 우리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손님방을 데워 놓고, 아끼던 음식을 마구 꺼내어 심혈을 기울여 맛을 내며 요리를 한다. "너 손님들 있는데서 소란스럽게 하지 말어."라 식구마다 주의를 주시고, 평소에 입던 몸빼는 벗고 아껴두던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화장을 하신다. 엄마는 손님과 대작하며 만취할 남편을 생각하면 속이 타지만, "아니에요, 많이 드세요."미소를 던지고, 손님이 가실 때까지 아무 불편한 일이 없도록 음양으로 살피며 긴장을 놓지 않는다. "사모님, 정말 편히 쉬다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손님이 가고 나면 그제야 다리에 힘이 풀리는 엄마. 원래의 내 엄마로 돌아가는 시간은 그 때부터다.
 
  어떤가? 우리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던가?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우리네 엄마, 할머니께서 '귀한 손님'을 대하듯 하면 요즘말로 '대박'난다. 엄마와 할머니는 품위도 고상함도 버렸다. 당장 저녁에 아이들 먹일 때거리가 없어도 손님에게는 집에서 가장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었고, 가장 귀한 요와 이불을 깔아 손님을 대접했다. 물론 구들장 차질까 밤새워 아궁이를 지키셨다. 이 모든 것은 '답례'를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다. 먼 길을 찾아 이 '누추한 곳'을 찾아주신 손님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예의였다. 그리고 그 예의는 '아낌없이 베푸는 정情'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육일약국 갑시다]를 읽었었다면 다시 읽으며 책 속에 숨어있던 '아낌없이 정情 베풀기'를 찾길 바라고, 아직 읽지 못한 독자라면 그것을 찾으며 이 책을 만끽하길 바란다. 그리고 독자들의 엄마와 할머니의 '귀한손님 모실 때'를 떠올리길 바란다. 
 
  우리 점포(가게, 회사)를 찾아주시는 고객은 '귀한 손님'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점포 중에 내가 끌어오지도 않았는데 찾아주셔서 내게 '기꺼이 돈을 내겠다'고 하면 장사꾼에게 그보다 반가운 손님이 또 있을까? 최대한 융숭히 대접하고 정情을 담아서 보내자. 그럼 그 정情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무기는 '정情' 밖에 없다. '보잘 것 없이 부족하지만 정情만 가득 담는다면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입맛당기는 요리'로 느껴질 것이다. 
 
그런 대접을 받은 손님은 돌아갈 때 '정情겹다' 할 것이고, 또 다시 찾아줄 때는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와서 '정情든 집' 이라 할 것이다. 그런 손님이 바로 '단골'이 되는 것이다. 장사를 벌이기만 하면 '대박'을 내는 어느 장사꾼에게 '대박나는 비결'을 물었더니 그 장사꾼이 하는 말, "네가 무슨 장사를 하던 단골을 300명만 만들어라. 그럼 평생 먹고도 남을 부富를 이룰 것이다." 하더란다. 어려울까? 불가능할까? 할머니도 하셨고, 우리 엄마도 하셨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당신의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며 대접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에게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91년 1월의 겨울은 말할 수 없을 만큼 추웠다(훈련소에서 맞는 겨울은 늘 세상에서 가장 추운 법이다). 필자는 내무반 바닥 청소를 '그지같이 했다'고 축축한 바닥에 까까머리를 박고 열중 쉬엇을 했다. 한참이 지나 머리 반쪽이 없는 듯 무감각해 질 무렵 "기상"하며 백두산 호랑이같은 내무반장은 다시 혀로 핥듯 바닥을 깨끗이 닦고 내무반장에게 보고하라고 했다. 군기가 잔뜩 들어 보고를 했더니 "수고했어. 머리 많이 아팠지?" 하며 초코파이 두 개를 건내 주었다.
 
PX를 갈 수도 식사외엔 간식도 할 수 없는 기간에 만나는 초코파이는 말할 수 없이 귀한 음식이었다. "너 이거 먹다가 들키면 나까지 혼나니까 화장실 가서 혼자 몰래 먹어." 화장실에 숨어 들듯 들어가 한 개를 가로로 뉘어 한 입 가득 구겨넣고 먹고 있는데, 눈물이 흘렀다. 울음까지 삼키며 맛있게 먹던 기억. 20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최 병장의 초코파이는 정情이었고, 눈물과 함께 먹은 것도 정情이었다. 오늘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딱딱하지만 맛있는 초코파이가 생각난다. 정情이 그리운가 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문옥 2009-01-1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고객만족은 별거 아닌것 같지만 대단히 중요하군요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습관이 고객만족의 첫걸음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다음 좋은 아이디어 떠올라 불황없는 업체로 성장합니다.

리치보이 2009-02-10 14:39   좋아요 0 | URL
고객을 다시 부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나는 취하지 않는다 -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전략적 세상살이
한연주 지음 / 도서출판 다시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룸살롱 대마담이 말하는 대한민국 남자, "푸대접받는 사람들".
 
  "매력 있는 남자란 자기 냄새를 피우는 자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무슨 주의주장에 파묻히지 않고 유연한 사람. 그러니 더욱 예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바로 그런 자다. 매력있는 남자에게 건배!"
 
  도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그녀의 또 다른 책 [남자들에게]에서 '여자들은 남자들을 존경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남자들이여 기대를 저버리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사랑을 누구에게 바친단 말인가.'라고 말하며 '매력있는 남자'에 대해 정의했다. 유연함과 통찰력을 갖춘 남자.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지금도 세계 최고의 매력남이라 불리는 이탈리안 남자만을 연구해온 그녀다운 정의다.
 
  남자들은 성공을 염원한다.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쥐고 세상을 내려보고 싶은 마음은 모든 남자들이 갖는 영원한 로망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근저에는 '암컷에게 잘 보이고 싶은 수컷의 동물적 본능'이 엿보인다. 남자들은 성공이나 출세를 통해 매력남으로 거듭나고 싶은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한 남자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룬 것의 원인에 '내 여자, 내 아내'가 있는가 하면, 힘들게 이룬 막대한 부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사람들의 뒤에도 여자가 있었고, 존경받는 사회지도층 사람들이 어느 날 '쇠고랑'를 차고 감옥으로 가는 것을 모습의 뒤에도 '가족, 내 아내'가 있다. 그 어떤 모습이든 남자의 성공의 이유에는 여자는 꼭 들어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상이몽 즉, '남자들이 되고 싶은 매력남'과 '여자가 바라는 매력남'에는 시오노 나나미의 정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상의 남자들이 매력남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사력을 다 하고 있지만 실은 '헛물'을 켜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가 생각하는 매력남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 답은 아마도 여자들에게 물어야 할 것 같다.
 
  몇 해 전 비즈니스맨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명했던 책이 있었다. [(긴자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 성공 못 하는 남자]라는 책 인데, 일본의 번화가 긴자에서 회원제 클럽을 경영하는 마담 마스이 사쿠라가 술집에서 손님을 접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가 말하는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매력남들의 65가지 법칙을 이야기 한 책이다. 제목처럼 화려한 밤의 도시 '긴자'를 찾는 일본의 남자손님을 이야기한 일본 술집 마담의 이야기라 그녀가 말하는 '성공법칙'은 우리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접대부들에게만 사랑받는 남자'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해 껄끄러운 점도 없지 않지만, 비즈니스의 선상에 있는 '접대'문화가 남아 있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는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제법 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두 번 째 책 [(긴자 마담이 이야기하는) 성공하는 남자들의 화술]이 더 읽을만 했다. 이 책은 비록 얕은 수일지는 모르지만, 말주변이 없는 비즈니스맨들이 성공과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갖춰야 할 화술의 테크닉을 41가지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두 권 모두 마담이 지켜본 남자들, 직장인의 세계를 말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손님들이 긴장을 풀 듯 넥타이를 풀고 웃고 마시며 술을 즐기는 모습은 모두 같지만,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을 쟁취한 남자들은 상사나 부하를 대하는데 있어 여성 못지 않은 배려심을 지니고 있음을 20여년 간 현장에서 손님들을 관찰하며 얻은 생생한 경험을 통해 말하고 있었다.
 
출판대국 일본에서는 '접대부'도 책을 낼 만큼 저자의 폭이 다양함을 알고 내심 부러웠는데, 지난 달 즈음 송숙희 씨가 쓴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읽던 중에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저자들이 있다는 것을 예를 들면서 소개한 책들 중에서 '강남 일급 룸살롱 대마담'의 책도 소개되어 놀라웠다. 오늘 소개하는 책의 주인공 한연주의 [나는 취하지 않는다]이다.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저자가 아가씨 숫자만 수백 명에 달하는 강남 일급 룸살롱의 대마담이 된 사연과 그녀의 직업세계 그리고 그녀가 보는 남자와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데, 두 명이 가도 최소한 백 만원의 술값을 내야 하는 최고급 술집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어 자못 흥미로웠다. 언론의 르뽀나 뉴스로 조금씩 소개된 적도 있고, 많은 소설의 소재거리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적어놓은 책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책의 내용은 '물장사'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저자의 이야기가 절반 정도, 나머지는 저자가 대마담으로서 업계를 주름잡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만의 생존방식과 마케팅을 담고 있다. 
 
"남자들은 치밀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작은 것에 쉽게 감동을 받는다. 이렇게 말하면 그건 여자들의 특성이 아니냐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슴이다. 이런 소소한 감동 때문에 술을 마실 때 단골집을 즐겨가고 즐겨찾는 마담을 따라 다니게 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이 땅의 남자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고 사는지 알 수 있다.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다 그래서 사회에서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인데도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섯 권의 고객 관리 노트에 2,000명의 단골을 관리하는 저자가 보는 대한민국 남성은 '사회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낯선 아가씨들과 최고급 술을 주문하는 것으로 갑甲 자신의 지위와 성공을 자축하지만 그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밤을 잊고 갑甲을 접대하기 위해 온갖 시중을 드는 을乙도 공존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엔 모두 안쓰러운 사람들이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접대비실명제가 곧 폐지 될 것 같다. 접대비실명제는 영리법인이 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한 접대비에 대해 접대상대와 접대목적 등을 기록해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만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제도인데 접대를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자는 말인지, 접대가 늘어야 대한민국 기업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간다는 말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라면 영업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 접대하고 대접받는 안쓰러운 사람들'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밤의 꽃'이 말하는 우리나라의 '매력남'은 누굴까? 이 책은 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손님을 두고 좋은 손님, 나쁜 손님, 그리고 특별한 손님을 구분하고 있다. 물 쓰듯 돈을 펑펑 쓰는 손님들이 대접받고 싶어 안쓰럽다는데 '매력남'은 어떤 사람인지 묻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
팔란티리 2020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디지털 공동체'나라, 대한민국을 읽는 기술!
 
  필자가 대학교 새내기였을 무렵, 성적에 반영되는 과제인 '레포트'는 대학마크가 찍힌 200 자 원고지에 볼펜으로 필사를 해서 제출했었다. 워낙 악필인데다가 중학교 시절 작문시간에 성의없이 숙제를 했다고 '정신봉'이라 명명된 작대기로 '반 죽도록 맞은' 트라우마가 있던 터라, '적당히 베끼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던 그시절의 레포트 숙제는 자정 즈음 공동묘지 고개을 넘어가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경험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공기초과목으로 들었던 '정치학개론'시간에 종신교수로 계셨던 老 정치학 교수께서 일주일의 시간을 주며 10여 년 전에 출간한 자신의 700페이지짜리 정치관련 서적을 사서 읽고는 더도 덜도 말고 '딱 100장'으로 레포트를 제출하라는 과제를 통보받았을 때는 학교를 그만둘까도 생각했을 정도였다(실제로 그 주에 두 명이 입대휴학을 했는데 레포트를 안써서 F를 받느니 일찍 군대에 입대하기를 택했다는 후문이 있다). 
 
다행히 가입했던 동아리UNSA의 동기 여학생이 주일치의 점심 식권과 대필해 준 레포트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그 고비를 넘어갔는데, 그녀가 아니었으면 난 대학을 그만두었던지 아직까지 졸업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0현숙양에게 축복이 있기를...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고 제대를 해서는 사회경험을 한다고 2-3년을 더 밖에서 떠돌다가 복학하고 보니 워드 프로세서와 퍼스널 컴퓨터라는 것이 학교 사무실마다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 해가 지나자 수기手記였던 레포트는 컴퓨터를 통해 나온 인쇄물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쓰레기 차를 피하니 똥차가 덤비더라고 원고지에 수기手記로 쓰지 않아 다행이다 안도했더니, 이젠 컴퓨터를 모르는 것이다. 메모리, 하드,플로피 5.25, 3.5 플로피 디스크 C 프로그램 ...듣지도 보지도 못한 말들과 절차에 머리가 하얗게 될 지경이었다. 대학에서 예비역 3학년이면 무서울 것 없는 학번의 선배가 되었건만, 새카만 새내기 후배들에게 머리 조아리고 컴퓨터를 배우는 신세가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했던지. 
 
독수리타법으로 밤새워 친 레포트가 순간 다운이 되거나 사라져 버려 모니터앞에서 울던 숱한 나날들은 어찌나 많았던지. 그 시절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컴맹들의 악의 축은 '빌 게이츠'였고, 가능하다면 돌팔매질로 창문(Windows)이란 창문은 모두 깨버리고 싶은 다윗이 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이 몸쓸 기계덩어리와는 안녕일 줄 알았는데, 지금도 나는 두들기고 있다. 매일 아침 '안녕?'하며 반가운 아침인사를 날리고 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이런 날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시간이 시냇물을 타고 흘러가듯 눈 앞에 있던 현실이 저만치 흘러서 과거라는 이름이 되면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돌이켜 보니 그런 날도 있었구나 싶고, 변화된 오늘이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에 비하면 사람은 늙었고 덩치는 더 커진 반면, 눈 앞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는 컴퓨터는 커다란 사과상자 크기가가 3-4센치 두께의 서류봉투만한 크기가 되었고, 인터넷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手 아니 선線에 연결되어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많이 변했다, 세상이. 난 이렇게 변할 줄 정말 몰랐다. 어쩌면 알려고도 하지 않은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처럼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로 생각을 거스르게 한 것은 오늘 마지막 장을 덮은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 덕분이다. 이 책은 오늘 우리가 부딪히는 현실과 걱정스러운 내일을 염려하느라 채 생각하지 못했던 '변화된 대한민국의 면면'을 "세상의 변화를 읽는 디테일 코드"라는 부제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개인이 아니라, NHN의 오픈 네트워크형 조직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했다. 이 책이 말하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Micro Society"작고 사소한 힘이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 네트워크 환경의 변화로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작은 신세계"를 말한다.
 
 


 
  이 책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해졌는데 그만큼 더 친해진 것일까?', '인터넷 덕분에 연애기간은 짧아졌을까?', '인터넷을 많이 쓰면 늘어난 정보량만큼 똑똑해질까?','오늘날은 잘 놀아야 일도 잘하는 걸까?' 등 우리가 한 번쯤 우문愚問 삼아 던져봤을 질문들 속에서 '정체성, 프라이버시, 지식, 경제, 놀이, 권력, 예술문화'등 7개의 키워드를 통해 인터넷이 결합된 오늘날의 네트워크 세상을 조망하고 분석하여 다가올 미래의 모습 또한 살피고자 했다. 그 중에서 특히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개인의 정체성을 이야기한 '나는 몇 개 인가?'와 경제부문의 '클릭의 경제학을 읽어라', 그리고 놀이를 이야기한 '나는 논다, 고로 존재한다'였다.
 
  인터넷 공간 속에서의 '나'는 아바타와 퍼스콘, 그리고 닉네임과 아이디가 결합된 새로운 '나'로 변신한다. 익명성은 행동(온라인상에서는 발표, 표현을 말하겠지만)을 자유롭게 하여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한 또 다른 '나'로 존재할 수 있기에 한 편으로 보면 표현하지 못했던 내면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되어 보다 '나 다운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력의 제공과 화재의 원인을 동시에 제공하는 동전의 양면같은 불의 소용'처럼 표현의 자유로움을 제공하는 익명성이 오용되고, 악용되는 사례들도 생겨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악플로 인한 잇달은 자살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제되지 못한 정보들로 혼란이 가중되어 법치와 규율이 존재하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은 무정부화되는 경향도 없잖다.
 
  한편 네트워크화된 개인주의는 집단을 좀 더 세분화시켜 관계면에서는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더욱 활발해 지지만, 과연 온라인상에서의 친분이 인간대 인간의 면대면 만남이 갖는 의미나 가치만 할까 하는 부분에서 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손쉽게 친해지는 만큼 쉬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또 잦은 온라인으로의 접속으로 인해 고독하고 외로운 대로 살아가는 본연의 인간이 살아갈 힘마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지도 고민하게 된다. 이를 단순히 초창기에 있을 법한 약간의 혼란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리고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정화는 불가능할까?
 
 

 
 
  경제를 살펴보면 앨빈 토플러가 말했던 생산소비주체자 프로슈머의 등장과 조회수와 클릭수가 화폐가치로 변하는 오늘날의 경제구조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공유와 공감을 기반으로하는 온라인상의 경제구조는 반면 컨텐츠 창조자의 권리와 수익구조를 모호하게 만들어 새로운 사회문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컨텐츠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비자는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버리는가 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주인은 돈을 받는'식의 수익구조는 '스토리텔링'이 원천이 되고 있는 온라인시장의 기반을 흔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시장은 미디어가 대신하고 있어 시장이 곧 미디어가 된 오늘, 오프라인을 보조했던 온라인은 사실상 통합되어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오프라인시장은 어느 인터넷 서점처럼 상품주문은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물건은 퇴근길에 상품을 찾아가는 '창고로서의 역할'만 하는 시대도 도래할 것 같다. 문제는 시장과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기업과 기업가의 마인드는 여전히 영화로웠던 아날로그 시대를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를 공감하고 참여하는 기업가의 대두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다.
 
  마지막으로 놀이. 하루중 컴퓨터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 현대인은 놀이 또한 전보다 컴퓨터에서 많아진다. 단순히 게임만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지금 놀이와 업무의 경계는 모호해졌다. 최고의 업무능력이 향상되는 순간이 '몰입Flow'은 게임중 일 때 극도에 달하듯, 업무를 게임처럼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중독, 게임중독과 같은 과몰입현상을 불러 새로운 질병으로 대두되고, 반면 성공과 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중독에 이를 만큼 몰입한 사람들은 소수지만 '새로운 창조자'가 되어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공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독일의 극작가 실러는 "인간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 수 있고 가장 인간적이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가장 잘 놀 때 업무적으로 성과도 생기고, 인간다워지는 세상'이 도래한 것은 아닐까? 확실한 것은 가능하다면 편집광적으로 미치듯 일하는 사람은 놀 듯 일한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제대로운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는 후자에 있고, 그것을 절대선善으로 본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놀이는 몰입과 중독에 이르는 아드레날린적 효과도 있지만, '휴식'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휴식을 권하는 말은 이 세상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우려된다. 
 
  이 책은 어느 것 하나에도 문제제기나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가면서도 이미 젖어 있기에 넘기고 있는 현실을 조목조목 짚고 있을 뿐이다. 서로 다른 분야, 서로 다른 필자들이 말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도 있다. 화법 또한 틀려 때로는 난감할 정도로 딱딱하고,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나라에서는 예를 찾을 수 없는 '인터넷 강국'만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네트워크 사회를 잘 조명하고 있어 오늘날의 우리를 살피고자 한다면 읽어볼 이유는 충분하다. 통찰력은 과거와 현재를 조망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라지만, 과거에는 있지도 않았던 새로운 세상이 갑자기 찾아와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은 현재를 보는 것만도 숨이 차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트렌드에 민감한 독자들이라면 이 속에서 원하는 답을 찾을 지도 모른다. 오늘을 보여주는 책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흡혈귀를 퇴치하는 유쾌한 방법
댄 S. 케네디 지음, 서영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내 시간을 빨아먹는 흡혈귀가 있다고?
 
  어느 날, 하느님이 인간세상을 내려다 보시니 생지옥이 따로 없더란다. 하느님께서 생각하시길 나름 꽤 신중하게 만든 작품이 인간세상이거늘 왜 이리 혼탁할까 곰곰히 살펴보시니 모든 것의 원인이 이더란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돈을 모두 압수하시고, 모든 사람들에게 백 만원씩 공평히 나눠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자, 인간들이여. 내가 너희에게 모두 공평하게 돈을 나누어 주었으니 평등해졌다.
더 이상 아귀다툼하지 말고 잘 살아야 한다."
 
  돈을 거두고 나눠주고 한 일에 피곤하셨던지 하느님은 곤히 낮잠을 주무셨다. 몇 시간 쯤 지났을까? 잠에서 깨신 하느님은 오늘 하신 일로 '지상낙원'이 되었을 인간세상을 보시고 싶어 구름아래를 내려다 보시곤 기함을 하셨다. 잠깐 사이에 갑부가 생겼는가 하면, 거지도 생겼고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남을 속이고 헐뜯는 것이 오히려 전보다 더 혼탁해진 것이다. 하느님은 혀를 차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쯔쯔쯧, 내가 헛수고를 했구나. 문제는 돈이 아니라 거울보고 혼자서 고스톱을 쳐도 돈 잃었다고 악다구리하는 너희 인간들의 탐욕 때문이었구나. 평생 너희들이 만든 생지옥에서 살거라. 나도 이젠 모르겠다."
 
  끝없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꼬집는 우스개소리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돈을 나눠준다면?' 하는 의문이 참 재미있다. 정말 이야기처럼 생지옥으로 변할까? 아니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과연 어떨까?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의 한켠을 살펴보면 하느님이 인간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신 한 가지는 있다. 바로 '시간'이다. 빌 게이츠에게 있는 하루 스물 네 시간은 내가 가진 하루와 똑같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두 세 배를 가진 것이 절대 아니다. 똑같다. 하지만 빌 게이츠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미국인 A씨가 LA 거리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다면, 빌 게이츠와 A씨의 차이는 뭘까? 그리고 그 이유는 뭘까? 
 
  난 그 차이가 뭔지 오늘 확실히 알았다. 그것은 벰파이어, 바로 시간흡혈귀라는 '시간잡아먹는 귀신' 때문이다. 사람들의 개인적인 성공, 재정적인 성공, 사업상의 성공을 있게 하는 한 가지 '비밀'은 바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시간 흡혈귀에게 쪽 빨리지 않고, 얼마나 시간을 잘 사용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 '시간이 없어 죽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옆에는 항상 시간흡혈귀가 그들의 시간에 빨대를 꼽고 빨아먹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흡혈귀는 도대체 무엇이냐? 이것들을 퇴치하는 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알려주는 책은 댄 케네디의 [시간흡혈귀를 퇴치하는 유쾌한 방법]이다.
 
 


 
  이 책의 저자는 서로 다른 직업군의 일을 자유자재로 하면서 한 달에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시간흡혈귀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그는 우리 옆에 존재하는 시간 흡혈귀의 정체를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가는 곳마다 튀어나오는 ‘시간 있으세요’씨,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회의’씨, 웃는 얼굴로 이빨을 꽂는 ‘중언부언’씨, 우선순위를 무너뜨리는 ‘하찮은 일’씨, 감정의 틈을 파고드는 ‘침소봉대’씨, 절대 비켜주지 않는 ‘막무가내’씨, 순식간에 리듬을 끊는 ‘급해요’씨, 파렴치하게 강탈해가는 ‘늦었습니다’씨...
 
  누군가 했더니 이름만 들어도 알것 같고, 모두가 길지 않은 내 인생에 한 번쯤 거쳐간 시간 흡혈귀 들이고, 이들 중 둘 셋은 여전히 내 시간에 빨대를 꼽고 있었다. 가장 귀찮은 존재는 바로 '하찮은 일'씨와 '회의'씨. 우선 해야 할 일들을 다짐했건만 하루를 뒤돌아 보면 가장 중요한 일만 뺀 채 하찮은 일만 그득 했고, 돈도 되지 않는 회의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무슨 시간을 그리 오래 잡아먹는지 정말 '피가 마를 지경'이다.
 
  이 책은 제한된 시간 안에 동시다발적인 수많은 요구들을 처리해야 하는 바쁜 사람들, 즉 리더나 기업가들이 실제로 너무나 시간이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포춘Fortune]지 선정 500대 기업의 CEO들에 대한 한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하루중 생산적인 시간은 단 28분 뿐이라고 한다. '시간은 가장 많을 것 같은 사람들이 사실은 시간이 제일 없단 말인가? 저자가 말하는 28분은 '생산적인 시간' 즉, 진짜 일같은 일을 하는 시간을 말한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시간 가운데 몇 시간이 정말로 생산적인가? 즉 수익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시간은 몇시간인가? 반대로 말하면 출퇴근, 잡무처리, 쓰레기통 비우기, 화장실 출입, 휴식 등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일을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그리고 저자는 그 시간에 대한 가치를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우리가 시간당 실제 벌어야 할 수입액을 산출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기본수입목표 0000원÷연간 근무시간(연평균 근무일수*일평균 근무시간=총 근무시간)
=시간당 수입목표000원*생산성vs비생산성 비율=시간당 실제 벌어야 할 수입액000원
*생산성 대 비생산성 비율:총 8시간 중 4시간을 생산적으로 일한다고 했을 경우, 4/8 즉 1/2가 된다.
 
  즉 월급을 총 30일로 나누고 다시 24시간으로 나누었을 때 월급에 맞는 나의 시간당 가치가 나오지만 24시간 중 8시간만 일하고, 실제로 일하는 시간이 4시간이라면 나의 시간당 가치는 엄청난 가격이 되는 것이다. 만약 독자의 월급이 300 만원이고, 생산적인 시간이 4시간이라면? 당신의 시간당 가치는 49,500원인 셈이다.
 
  10여 년 전 재벌기업 S그룹이 1시간 짜리 회의를 할 때 회의 참석인원과 회의시간을 정해 놓고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오늘 이 시간의 회의는 00백만원 짜리 회의입니다."라고 말하고 시작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인간인 직원들을 포드나 테일러식 경영에 어울리는 기계처럼 평가한다고 말들이 많아 없어졌다는데, 나 스스로에게 매기는 나의 시간당 가치는 확실히 의미가 있고, 긴장감을 더했다.
 
  이처럼 비싼 시간은 돈으로 살 수도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방법은 단 하나, 시간흡혈귀를 처치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생산적인 시간으로 돌리는 방법 뿐이다. 이 책은 시간흡혈귀들을 퇴치하는 방법, 내가 시간흡혈귀가 되지 않는 방법, 아무리 노력해도 없는 시간을 늘려주는 7가지 방법들을 제시해준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시간의 절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성공한 기업가나 리더들, 다시 말해 시간관리를 잘 해서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간리의 천재들을 벤치마킹하는 8가지 방법은 이 책의 알짜배기 부분이었다. 그 밖에도 리더들에게 이르기를 모든 것을 혼자 하려 하지 말고 나보다 그 일을 더 잘하는 사람, 나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혀서 결국 내가 없어도 되는 존재가 되도록 스스로를 해고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생산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간 낭비 요인'을 '시간 흡혈귀'라고 재미있게 이름지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생활에 존재하는 시간낭비사례와 그 대책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나의 시간당 가치는 얼마 일까? 내 목에는 몇 개의 빨대가 꽂혀 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올해가 가기 전에 독자들이 풀어야 할 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유명 작가 32명의 스누피 작가만들기 대작전!
 
  스누피가 글을 쓴다고? 정말 뜬금없는 소리였다. 그 말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리'와 견줄 만큼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재미있는 제목과 귀가 솔깃한 부제에 끌려 선택한 이 책을 읽고 보면서 스누피의 개집 지붕에 타자기가 있었단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책을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누피가 작가 지망생이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껏 스누피와 피너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머슥해지는 순간이다. 스누피를 창조한 아버지 찰스 M. 슐츠의 아들이면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몬티 슐츠와 스누피가 엮은 책,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이다.
 
 




 
  책이 참 재미있다. 스케치 북 모양의 긴 가로모양의 책도 그렇거니와 한 쪽 면 가득 스누피가 글을 쓰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어 그림책을 보는 듯 책을 읽는 듯 한 기분이 든다. 자신의 집 지붕 위 끝에서 끝을 걸어다니며 고민하고, 심사숙고 하는 열 칸 정도의 장면에 스누피가 쓴 글은 딱 한 문장. "어둡고 바람부는 밤이었다." 그러면서 스누피는 느낀다. '역시 글을 잘 쓰는 건 힘든 일이야.' 몇 장을 넘기자니 역시 스누피는 글을 쓸 준비를 하고 구상을 하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쓰고 짜낸 단어는 '바로'. 그리고 또 혼잣말을 한다. '훌륭한 작가라면 적절한 단어 하나를 찾는데만 몇 시간씩 허비하는 법이지.' '개가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어쩌면 이 우주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까닭'이라는 엄청나게 긴 제목을 본 루시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렇게 긴 제목이 어딨어?" 그러자 스누피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을 빼야겠군."
 
  전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초보자 스누피가 글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나의 글쓰기 작업을 닮았고, 개집 지붕위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창작의 고통에서 신음하는 모습도 도대체 무엇부터 써야 될 지 감이 잡히지 않아 고민하는 나와 닮았다. 말도 되지 않는 몇 줄을 써놓고는 우쭐대는 모습, 팔랑거리는 귀를 가져서는 주변 사람들의 한마디에 혹해 가차없이 손질해대는 줏대없는 모습 또한 나였다. 목언저리까지 쳐진 귀만 갖지 않았을 뿐 나를 보는 듯해 재미있지만 뜨끔하기도 했다.
 
  얼마를 썼을까? 스누피는 얼마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되는 꿈도 잠시 출판사로부터 답장이 왔다. "투고자(스누피)귀하. 보내주신 원고는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 보내신 거죠? 우리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글을 쓰고 원고를 보냈다. 그러자 또 답장이 왔다. "투고자 귀하, 원고를 돌려 드립니다. 우리 출판사와는 맞지 않는군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더군요. 또 보내지 마세요. 제발, 제발, 부탁합니다." 그러자 스누피는 하늘을 보며 흐믓해 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편집자가 사정할 때가 있네?"
 
 

 

 

 
 
  이렇게 작가 지망생 스누피가 어떠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글을 써서 원고를 만들어 출판사에 보내는 낯두꺼운 뻔뻔함과 끈질긴 근성은 작가될 자질을 갖춘 듯. 하지만 써도 써도 늘지 않는 실력에 대해 이 책이 준비한 것이 있다. 시드디 셀던, 잭 캔필드, 다니엘 스틸 등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스누피의 습작에 관한 에피소드를 보고 '실전 글쓰기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다니엘 스틸은 글쓰기는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며 어느 때에 떠오르는 영감에 기대지 말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습작하라고 조언해 준다. 미국 미니 시리즈의 대가였던 시드니 셀던은 자기가 정말, 진짜로 좋아하는 글감을 택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글감을 발전시키고, 모든 단어들이 빛을 발할 때까지 1년이고 2년이고 다시 쓰는 것. 이것이 베스트셀러를 쓰는 공식이라고 말해준다. 레슬리 딕슨은 글을 쓰든가 죽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생결단을 내라고 말하고, 캐서린 리안 하이드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일러 '거절하기 위해 원고를 읽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 손에 의해 작가가 될 확률은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 보다는 높다고, 그렇지만 '차라리 많은 복권을 사라'고 충고한다.
 
 

 

 

 

 

 
 
  귀여운 그림과 생각을 던지는 그림 속 글, 게다가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유머러스한 조언이 결합해 수업같은 분위기가 흘러야 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꽁트를 생각나게 한다. 번번히 루시의 태클에 굴복해서 종이를 구겨버리는 스누피의 표정과 독백은 그림을 보는 맛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책의 주인공인 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알게 되고, 맛깔난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글쓰는 이들이 벌이는 하루하루의 투쟁을 엿볼 수 있었다.
 
  글쓰기는 참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지금 글을 쓰기는 고사하고 독서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내가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행위 면에서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멍청하기 그지없던 내가 하니까.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소질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내용이지만 말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말하는 것은 녹음이나 녹취를 하지 않는 이상 듣는 이의 귀에 남겨질 뿐 담배연기처럼 사라져 버리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다. 이 '내가 생각한 것의 결과물이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말은 잘 하면서 글쓰기는 주저하는 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는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오늘 하루에도 많은 글을 썼을테다. 내 휴대전화에 온 문자에 대해 최소한의 용량에 맞게 적절한 단어를 써서 답장을 보냈고, 내 홈피에 들린 사람들의 댓글에도 리플을 달았다. 온갖 메일과 서류를 작성했고, 보고서도 올렸을 것이다. 독자들도 이미 어떤 의미에서는 '글쓰는 사람'인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직접 얼굴을 대하며 생활하던 시대를 넘어 말과 함께 글로써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웹 2.0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글쓰기의 괴로움이 사로잡힌 독자라면 나와 같이 분투하는 스누피를 만나 보기를. 스누피는 개 밥그릇에다 개밥을 만들 때는 물을 먼저 부을 수도 있고, 마지막에 부을 수 있는 '어짜피 개밥'에 대한 요리비법에 대한 책도 고심하여 쓰고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