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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 위기에서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생존본능
리앤더 카니 지음, 박아람.안진환 옮김 / 북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불황에 더욱 빛나는 스티브 잡스의 특별한 업무방식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며?" 며칠 전 만난 사람마다 꺼낸 이야기는 단연 '애플의 아이폰i-Phone' 이다. 지난 11일자 신문에 내년 4월 1일부터는 아이폰을 비롯해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거물급 휴대폰을 우리나라에서도 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이동전화 단말기의 표준 플랫폼 규격인 위피('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의 준수 의무를 해제하고, 사업자가 위피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하기로 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거의 15년 동안 외국계 회사인 M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가 보급될 당시 가장 먼저 소개된 제품이어서 우연히 쓰게되었는데, 그런 인연으로 타사의 훨씬 더 좋은 제품들이 있다고 하지만 꾸준히 써 왔다. 휴대전화를 한 번 바꾸면 아주 보기 흉할 만큼 낡거나,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을 때까지 평균 2-3년을 쓰기 때문에 M사에게도 그리 탐탁치 않은 고객일지도 모르지만 손에 익은 익숙함과 내 취향에 딱 맞는 디자인이라 다소 떨어지는 기능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충성고객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내년엔 아이폰으로 등을 돌려야 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고 있다. 아이폰은 이제껏 만나 보지 못한 '대단한 물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디자인'과 '가격에 있다. 예전에는 없었던 그래서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을 만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큰 즐거움이다. 이미 출시만 했다 하면 세계의 디자인상을 모두 휩쓰는 것이 애플 제품이 아니던가? 그런 멋진 디자인의 휴대전화가 내 손에 넣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종전의 휴대전화 신제품의 반가격에 제공된다면 사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은 느낌마저 주지 않을까? 최근 미국에서 8G가 199달러, 16G가 299 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폰이 이번 크리스마스 전후로 월마트를 통해 4G 용량으로 99달러에 판매한다는 소식에 올 연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데, 우리나라엔 어떻게 공급될 지도 궁금하다. 올 해 안에 국내에 출시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말썽투성의 휴대전화로 앞으로 4개월을 더 버틸 심산이다. 어제 서점에서 만난 [잡스처럼 일한다는 것 Inside Steve's Brain]은 그런 지루한 기다림을 흐믓한 설렘으로 만든 책이다.
 
 


 
  'Cult of Mac'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며 스스로 맥 예찬론자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린더 카니는 12년 넘게 취재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이야기를 이 책에 생생하게 담고 있다. 21세기의 대표적인 기업모델로 부상한 애플의 화려한 이력 속에는 '스티브 잡스'가 존재하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만큼 분분하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러 사업가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깝다고 할 만큼 창의적인 제품을 상품화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고 말하는가 하면, 픽사의 관계자들은 문화적 엘리트주의자이자 탐미주의자이며 반물질주의자라고 평한다. 그의 수하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채찍질만 안하는 독재자와 다름없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내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그의 범상치 않은 어떤 점들이 '애플'을 빛나게 하고, 그 결과물들은 전 세계의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세계를 놀라게 할 물건들을 쏟아내는가? 이것이 내가 궁금해 하는 점이었다.
 
  이 책은 지금의 스티브 잡스가 있기까지를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속에서 사업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가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괴팍한 창조자'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브식 종결Getting Steved라고 해서 해고 대상인 직원들을 구석에 몰아세우고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캐묻고 그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하면 해고했다는 소문이 들릴 만큼 그는 경영자로서 직원 한 명 한 명을 챙기는가 하면, 잡스 자신이 개발자가 되어 직원들과 함께 숙식을 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의 괴팍한 성격과 업무스타일은 오늘날의 아이팟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한 소비자를 아는 기업가다.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기업을 대상으로 주문를 얻는 기존의 컴퓨터업체들의 생각을 벗어나 이윤이 적고 까다로운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방식을 채택해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 낸다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델과 부딪힐 필요도 없고, 고급화 해 더욱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등만 해도 어딘가? 하는 무사안일한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사람(개인소비자)을 위한 컴퓨터'에 대한 생각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아이팟이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시장에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디자인에 음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인 아이튠즈itunes을 결합한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해 2007년 4월까지 아이팟 제품라인은 1억 개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는 5억 개의 아이팟이 팔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소비자 전자제품의 히트작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깊은 것은 그의 '디자인관觀'이다. 그는 디자인을 단순히 외관을 의미하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깊이 파고 들면, 사실 작동방식을 의미하고, 무언가를 진정으로 적절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며, 본질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한 제품의 멋진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 정확히 이해해야 가능하다는 그의 말은 아이팟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날카로운 눈을 가진 오늘날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품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지루함을 모르는 직장, 도전정신으로 꽉찬 편집광적 직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던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의 말이 생각났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티브 잡스를 보면서 그처럼 쉼 없이 도전하고 모험하는 진행형이며 빈틈없는 밀봉이 아니라 그 틈을 뚫고 나오는 활화산 같은 역동의 에너지 즉, 정진홍교수가 말했던 [완벽에의 충동]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각 장의 말미에 잡스의 업무스타일과 경영방식을 요약해서 정리해 놓은 '스티브의 교훈'은 더욱 가깝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파격적이지만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자랑하는 '괴짜 경영자'로만 여겨왔었는데, 아이팟의 성공이 가능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그의 기업이념과 경영방식이 충분이 녹아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제품개발 스토리와 주변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은 300 페이지의 책이었다는 것을 잊게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와 애플에 이렇게 귀기울이게 했던 것은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오늘날 우리 기업들의 모습들을 안타깝게 지켜보며 느꼈던 절박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직접 소비자를 대면하는 나의 일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은 저마다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판단'이었을 뿐 '소비자의 판단'을 유보한 것이었다. 그래서 매출이 늘어나면 '우리가 그렇게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 놓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고 하고, 매출이 줄어들면 '바보같은 소비자들이 우리의 제품을 몰라준다'고 원망하는 것이 나의 솔직한 고백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80년대 초반 잡스는 가구가 거의 없는 저택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잠을 침대없이 매트리스 위에서 잘 정도였는데, 그 이유는 수준 이하의 가구를 구입하는 자신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세탁기 하나를 고르기 위해 가족이 2주 동안 토론을 벌였을 만큼 잡스는 소비자로서 정말 괴팍하고 깐깐한 사람이다.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라 제품을 생산할 때도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완벽을 추구했다.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난 2005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만족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대단하다고 믿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비즈니스맨, 철저하게 고객 중심의 경영을 펼치는 경영자, 우주에 흔적을 남기겠다는 열정을 가진 인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었다.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과연 내가 소비자라면 이 제품을 기꺼이 살 것인가?' 항상 되물으며 완성도를 높였던 것이다. 부실한 매출의 원인을 소비자의 탓으로, 시기를 잘못 만난 탓으로만 돌렸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앤드루 그로브가 말했던 지구 종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편집광'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했다. 소비자의 아낌없는 사랑을 갈망하는 기업이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애플의 제품과 스티브 잡스의 업무방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애플의 법칙

딜리셔스 샌드위치

편집광만이 살아 남는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기업가

직장인

애플제품 매니아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을 존경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애플의 핵심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델이나 컴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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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읽는 기술 - 비즈니스맨과 트렌드세터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트렌드 입문서
헨릭 베일가드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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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트렌드를 만들고, 트렌드는 인간을 분해한다?
 
  "유행하고 트렌드의 차이가 뭐지?" 동료들과의 대화중에 튀어나온 말이다. 하루에도 골 백 번을 듣는 말이면서도 자리에 있던 사람 그 누구도 그 차이를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한글과 영어로 쓰여졌다는 것 정도? 유행이란 말이 20세기에 주로 쓰여진 단어라면, 트렌드는 21세기에 사용되는 단어가 아닐까? 한 명씩 입을 섞어 대답을 했지만 처음 질문으로 비롯된 새로운 질문이었을 뿐 확실한 정답은 찾을 수 없었다. 곧이어 다른 화제로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세상에 뿌려진 '핫 트렌드Hot treend' 일색의 광고 문구를 접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였다. '트렌드가 무엇일까?' 
'트렌드가 정확하게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며, 그것이 기업과 사회 차원에서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이 책을 찾은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명쾌한 제목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뢰가는 저자의 이력때문이었다. 저명한 트렌드 분석가이자 트렌드 분석에 '사회학'을 접목해 '트렌드 사회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헨릭 베이가드가 쓴 책, [트렌드를 읽는 기술 Anatomy Of A Trend]이다.      
 
 


 

  내가 미래서라 불리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는 개인적인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른 바 '밀레니엄 신드롬'이라 해서 새로운 21세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갈 때 즈음 미래를 팔아 성공하고 있는 마케팅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이 내놓은 책 [클릭, 미래속으로]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두될 17개의 트렌드를 소개한 책으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1년, 선후배와 힘을 합쳐 사업체를 시작하려고 했을 무렵 창업아이템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던 때에 이 책이 제시한 '전문성을 추구하라'는 메시지의 도움으로 '한가지 음식만 제공하는 전문식당'을 차리기로 했다. 당시에는 되도록 많은 메뉴를 포함시키는 것이 전반적인 창업경향이었는데, 위험천만했지만 과감했던 이 선택은 적중해서 전문성을 갖춘 집으로 소문나 재미를 톡톡히 봤었다. 그 후에 비슷한 점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성공창업을 하는데 큰 아이디어를 제공한 책이어서 이후에도 새로운 사업이나 마케팅을 준비할 때 다시 한 번 점검하게 하는 실용서다.
 
  물론 팝콘의 미래예측이 모두 적중했다고는 보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화와 핵가족화 그리고 안전을 희망하는 시대적 요구로 코쿠닝(누에고치)족이 생기고, 동호인클럽을 위주로 한 유유상종의 집단화가 진행되고, 주머니 한도 내에서 작지만 최고의 사치를 즐기는 명품족이 탄생하고, 멋진 남성상은 유니섹스형의 부드러운 남자가 되고, 건강과 장수에 대한 바람은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산시스템이 될 것이라는 등 저자가 제시한 미래예측의 상당부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실에서 확인하고 있을 만큼 대단한 예측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 책은 미래서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저자가 내 놓은 미래예측들의 근거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팝콘이 제시한 미래예측들이 과연 맞을까 하는 것은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 판단할 문제이고, 어디까지나 제 3자적 독자로서 그것을 지켜보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트렌드를 직감하고, 판단할 수 있어서 그 트렌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부족함을 없애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의 저자는 흔히들 트렌드 하면 '뭔가 새롭거나 최근 유행하는 것' 또는 '가볍고 신비로운 것' 혹은 '완전히 예상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트렌드란 '신제품'을 만드는 '제품 개발'로 인해 생기는 '변화 과정'으로 보면 된다고 말한다. 새로운 트렌드는 생겨날 때마다 특정 패턴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데 이 패턴은 일정한 틀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행동에 깊이 관계가 있다. 그래서 실제로 트렌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근거는 트렌드는 인간의 행동을 수반하는 사회 문화적인 과정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트렌드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저자의 장담은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열정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트렌드를 확산시키는 주인공에는 트렌드 창조자, 트렌드 결정자, 트렌드 추종자, 초기 주류 소비자, 주류 소비자, 후기 주류 소비자, 보수적 소비자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중 트렌드의 확산에 가장 넓고 깊은 영향을 끼치는 부류는 '트렌드 결정자' 즉, 트렌드 셰터trendsetter 들로 시각적으로 민감한 집단, 젊은이, 디자이너, 예술가, 부자, 유명인사, 남성 동성애자 그리고 스타일을 의식하는 하부 문화부류 중 하나 이상이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할 경우 그것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 도쿄 등의 특정적인 세계적인 도시에서 발생하는 유행일수록 트렌드로 생겨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
 
  어떤 트렌드가 트렌드 결정자로부터 주류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화장품은 1-2년, 의류는 2-3년, 액세서리 2-3년, 홈 디자인 5-7년, 스포츠 장비는 6-8년 정도 걸린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확산 과정이 보통 저가의 제품에서 더 빠르게 일어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질문, "유행과 트렌드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또 하나는 "트렌드가 가장 유행할 때는 언제인가?"이다. 우선 유행과 트렌드의 차이는 새로운 무언가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경우 그것은 시장에서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생명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트렌드의 어느 한 정점에서도 유행을 감지할 수 있고, 일시적 유행과 트렌드 모두에 '트렌디trendy하다'고 칭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점을 놓고 그것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말해 트렌드 결정자가 전파시킨 그 무엇이 트렌드 추종자에서 그칠 경우 그것은 유행일 뿐이고, 주류 소비자를 거쳐 보수적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확산된다면 그것은 트렌드라는 것이다. 
 
  저자는 트렌드 포착에 필요한 주요 단서 열 가지를 제시한다. 주류에 대항할 때, 서로 다른 분야의 트렌드 결정자들이 받아들일 때, 많은 트렌드 결정자들이 받아들일 때, 트렌드 결정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요 도시에서 등장할 때, 트렌드의 확산 초기에는 제품과 디자인의 발전이 계속될 때, 제품이나 스타일의 모방 혹은 복사가 가능할 때, 유명인사 혹은 언론들이 주목할 때, 헐리우드 영화에 등장할 때 등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될 때 주류로 편입될 가능성이 가장 커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스타등과 같은 유명인이 주목하고, 그들을 추종하는 팬들이 따르고, 이것을 언론이 세상에 알린다면 그것은 트렌드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된다는 것인데, 케이블 TV등에서 유명인의 의상이나 집 그리고 생활이 공개되는 방송들을 보곤 했는데, 이 모든 것이 트렌드의 전파과정이었고, 그것들을 보면서 주류 소비자인 나는 그 트렌드를 따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트렌드를 직감해서가 아니라 '보기 좋더라'는 느낌과 '그들도 경험하고 있는데..'하는 신뢰감 그리고, 그들과 닮으려고 하는 마음이 트렌드를 쫓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트렌드는 어떤 모습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기술의 발전과 운송과 여행수단의 변화에 힘입어 트렌드의 변화는 빠르고 점차 더 짧은 모습을 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모방과 위조, 인터넷과 인쇄 매체 에 의해 그 속도는 더 가속을 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렌드 결정자가 얼마나 변화를 많은 변화를 추구할 것인가, 그리고 트렌드 추종자와 주류 소비자들이 그들을 얼마나 따를 것인가가 우선될 뿐, 가속 수단들은 차후의 이야기라며 가까운 미래에 트렌드의 패턴은 지금보다 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이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 부분이기도 하다.
 

  트렌드의 시작은 스타나 유명인과 같은 소수의 트렌드 결정자들에 시작되고, 언론은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돕고, 보수적 소비자에게까지 수용될 때 트렌드는 생명을 다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지금도 수많은 트렌드가 생겨나는데, 이는 트렌드 결정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데 이미 알고 있는 유행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어 약간 힘이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소비자의 경우일 뿐, 제품의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소비자들의 외형과 소비성향을 꾸준히 파악한다면 트렌드의 진행정도를 감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수동적으로 어디에서 왔는지 조차 모르고 막연히 따라가야만 하는 흐름으로만 여겨졌던 '트렌드'에 대해 이 책은 트렌드가 유행과는 어떻게 다르고 얼만큼의 생명력과 힘을 지녔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오늘을 시점으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관찰한다면 트렌드의 흐름도 알 수 있겠다하는 느낌을 심어준 책이다. 비슷한 류의 트렌드 관련서인 [마이크로 트렌드],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가 페이스 팝콘의 [클릭 미래속으로]와 같이 현존하는 트렌드와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 경향을 콕 짚어서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은 과연 트렌드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어떤 변화를 겪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있어서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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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를 만나다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지음, 문지혁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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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글로 렘브란트의 그림을 만끽하다
 
  한 떼의 무리들이 미술작품 주위에 몰려 있다. 한 가운데는 조그만 확성기를 든 안내원이 작품을 설명하고, 무리들은 그녀의 귀를 기울이며 뭔가를 받아적고 있다. 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돈벌 일이 없다'는 어느 부자의 말을 믿어 그들로부터 떨어진 것은 아니다. 작품을 보고 느끼기 위해 미술관에 온 그들은 안내원의 입을 보고, 그녀의 말을 듣고 있어서 였다. '그런건 인터넷만 뒤져도 가득한데...' 그들을 본 느낌이었다. 난 미술을 모른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지만 메모지에 긁적거리는 낙서수준이고, 남의 그림을 보기는 좋아하지만 미술가가 누구인지 그들이 무슨 사조인지도 모른다. 그냥 구경할 뿐이다. 그림을 보고 그림 속 이야기를 살피고, 그것을 느끼면 배가 불러지는 느낌. 그것이 좋아서 갈 뿐이다. 
 
  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이야기하고 싶지만, 미술을 아는 사람과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미술을 모르기 때문이다. 몰라서 알아듣지를 못하고, 몰라서 말할 수 없는데 굳이 그들과 입을 섞을 필요는 없잖은가? 건빵모자 뒤집어쓰고, 파이프 하나 물고 미술을 논하고, 미술가를 평하고 싶은 마음이야 왜 없겠냐마는 그만한 깜량이 되지 못함을 익히 잘 알고 있어서다. 그래서 그저 보고 느끼려고 한다. 누구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와~좋다" 가끔은 혼자서 말하고 좋아한다.
 
  나와 비슷한 방법으로 미술작품을 구경한 사람의 책을 만났다. 방법만 비슷할 뿐, 그녀 또한 대단하다. 미술작품을 보고 시를 쓴다니. Don Mcclean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Starry Night'을 보고 동명의 노래를 만들었다더니, 시인은 작품을 보고 시를 썼다. 게다가 작품을 그대로 느끼는 해설까지 곁들여졌다. 무엇보다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이야기했다. 빛의 화가 렘브란의 작품을 이야기한 책,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의 [렘브란트를 만나다]이다.
 





























  고흐와 베르메르의 작품을 보고 시를 쓴 바 있는 저자는 이번에는 렘브란트의 작품 17점을 보고 시를 썼다. 가장 좋아하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자화상]과 [야경] 그리고 노년의 아쉬움을 보여주는 [자화상]등이 포함되어 반갑기 그지 없다. 렘브란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20여 년 전인데, 그의 작품 속에서 빛의 소중함을 느꼈다. 그리고 인간의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작품은 그것으로도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위대한 화가의 작품이라지만 편안한, 그냥 일상을 엿보는듯한 작품의 격없음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려고 노력했다. 작품 속의 주인공의 행위와 표정 그리고 주위의 사물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별한 경험. 작품을 보는 또 다른 눈을 제시하는 듯 했다. 이 책에는 또 다른 재미도 있는 서양미술을 전공한 해설자가 일반인의 시선에서 작품을 거듭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치 나를 포함해 두 세 사람이 모여 작품을 이야기하는 듯 눈과 귀가 즐거운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숨은 삽화는 더욱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책은 미술가들을 위한 미술책이 아니라 일반인임을 확인하게 한다. 저자의 또 다른 책, [고흐를 만나다]도 찾아 읽고 싶다. '빛과 종교, 그리고 자기自己'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화가, 렘브란트를 새롭게 만나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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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연습 -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
유영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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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존률 10%의 빙하기, 오늘을 살아남는 법
 
  스며드는 한기에 가을은 가고, 겨울이 온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 느낌은 작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기도 다르고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뉴스에 나오는 숫자들은 환율과 실업률, 물가 등 오르지 말아야 할 말들을 제외하곤 모두 한없이 내려만 가고, 감원, 퇴출, 하락, 감소라는 단어들이 한 시간 내내 들린다. 다시는 없을 거라고 다짐했던 10년 전 IMF 외환위기의 냄새가 추위를 싣고 다시 온 것 같다. 아니 더 추워지는 듯 하다. 빙하기氷河期.
지구상 생물의 90퍼센트를 멸종시키고 1만 년 전에 끝이난 빙하기가 또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은 아닐까?  
 
  이 책 [내려가는 연습]은 저자가 어느 경제전문가와의 대화중에 IMF 위기 이후로 나타났던 IT거품이나 집값 붕괴 같은 것들이 일종의 전조前兆였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거대하고도 강력한 그 무엇인가가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혹시 빙하기는 아닐까 하는 우려에 빙하기는 지금 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었고, 몇 차례의 거품과 간빙기를 겪으며 착각했을 뿐이었다며 이미 현실이 된 빙하기를 맞이 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나의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는 정말 추웠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들어 낮밤없이 일에 몰두했던 그때의 첫 해는 아무것도 몰랐다. 만년 야당총재였던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된 줄만 알았는데, 오랜만에 보는 뉴스 속의 소식들은 낯설고 어색했다. 외환보유고, IMF, 캉드쉬 총재, 워크아웃, 모라토리엄... 처음 듯는 단어와 이름으로 가득찬 뉴스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같아 애써 외면하곤 했었다. 그 해 겨울은 일찍 찾아왔고, 눈도 많이 왔다. 쌓인 눈에 도로가 얼어 차가 나오지 못하는 줄만 알았지, 차를 운전할 여력이 없어 도로가 한산해 진 줄은 몰랐다.
 
  부도, 폐업, 대량 해고, 실직자들, 구직자들, 그리고 늘어나는 자살자 수... 갑작스레 찾아온 재난같은 현실에 국민 모두가 정신적 공황에 빠져 패닉panic 상태에 이르러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숨거나 피하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죽지 않을 만큼 자고, 죽지 않을 만큼 먹으면서 죽을 만큼 일하며 하루 하루를 버텼다. 다행스럽게도 IT 혁명의 대세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제는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고, 그때는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정부 경제팀의 경제실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어느 경제학자의 말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IMF 외환위기는 다행히 2년 만에 벗어날 수 있었다. 국가 경제, 국민 경제에 많은 손실과 아픔을 남겼지만, 덕분에 조금만 헤이해 질라 치면 '이런 식으로 가다간 제 2의 IMF 가 올 수 있다'는 표어같은 경제적 위기감은 확실하게 국민들의 뇌리에 남겼다.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가 인사가 될 만큼 국민들 모두 경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욕망도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이젠 혈액도 체질도 모두가 변했기 때문에 다신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불황이 또 다시 '빙하기'라고 불려질 만큼 거대한 재앙으로 찾아왔다. 10년 전과는 차원이 다른 이유는 이런 불황이 미국을 시발로 전 세계에 걸쳐 모두 드리워져 있어 아무도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번엔 자력구제自力求濟 만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다. 저자는 어쩌면 또 다시 봄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차라리 봄을 포기하기를 권한다. 희망은 포기로부터 시작되듯이 '조금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버리고, 우리에게 찾아온 빙하기에 살아갈 길을 찾아 나서라고 말한다.
 
 
빙하기 현실의 인식
  이 책은 크게 세 부분, 즉 빙하기인 현실의 인식(빙하기가 들이닥쳤다)과 미래에 대한 준비(이제는 내려가라), 마지막으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결심(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직장을 퇴직하고 놀 수 만은 없어 집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창업했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업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 소자본 창업에 혹해 온라인 쇼핑몰로 몰려들었다가 채 피기도 전에 꽃이 져버린 이태백들, 안일한 대응을 하다가 순식간에 경쟁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긴 제조업자들의 사례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현실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견디기 조차 쉽지 않은 현실을 느끼게 한다. 그들을 통해 '무엇을 해서 성공했다'는 세상의 이야기는 '무엇을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누가 즉 '어떤 사람'에 먼저 주목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 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를 닮을 수 있는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직장인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기업들은 일자리 가운데 상당부분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있는데,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 아웃소싱'. 미국<비즈니스 위크> 지가 "젊은 당신이 경쟁해야 할 상대는 주변의 친구들이 아니라,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의 인재들이다."고 말한 것 처럼 회사는 더이상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울타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빙하기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 인맥의 울타리, 보유 자산과 미래를 위한 설계자산, 그리고 업業으로써의 자신의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빙하기를 살아가는 자세
  빙하기를 살아가기 위한 마음자세는 제지회사였던 노키아가 방만하게 신규 사업을 벌여 20개의 계열사로 늘어났을 때, 120년 간 노키아를 이끌었던 모든 사업을 포기하고, 이동전화 단말기와 정보통신 인프라 사업을 주력업종으로 삼은 것처럼 새로운 기회는 '과거의 영광과 추억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욕심을 버리고 체면을 버리고, 낡은 습관을 버려야 한다. 남의 탓을 하고, 그에게 책임을 묻고, 원망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때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은 프로페셔널의 시대, 직職이 아닌 업業으로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프로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자기를 경쟁상대로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다. 스스로를 키우기 위해 힘쓰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대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직접 전하라. 그리고 기쁨과 걱정, 음식과 희망을 서로 나눠야 한다.  
 
 
살아남는 10%를 위하여
  화투를 만들던 닌텐도는 만년 꼴찌 게임업체였다. 플레이 스테이션과 X-Box라는 꽃에 눌린 잡초같은 닌텐도는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틈새 시장을 찾아 '국민 장난감' 닌텐도 DS와 위Wii를 만들어 세계 계임시장의 정상에 올랐다.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경쟁사보다 한 발 이상 앞서 나갈 생각보다는 다만 반걸음 정도만 앞서 나간다'는 닌텐도의 경영철학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스스로 잡초가 되어 질기고 강하게 살아남겠다고 맹세하라. 또한 성공은 '시간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각하는 시간도둑이 되지 말고, 미루지 말며 아깝게 생각하라. 자기 수준을 깨닫고, 자신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상대에게 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발전의 기초가 된다.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도전에 한계를 두는가의 여부에서 갈라진다. 도전도 하기 전에 포기하지 말고, 남들이 말하는 불가능은 하나의 의견일 뿐 사실이 아니기에 의지를 키워 도전하라. 의미를 만드는 사람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가장 형편없는 대통령 '지미 카터'는 기꺼이 정상에서 내려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류를 위해 집을 지으며 '가장 성공한 전직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려가는 것. 그것은 패배해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욕심과 공포, 질투, 집착같은 과거를 비우는 걸음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전반적인 상황을 '빙하기'로 규정하고 책을 이끌어 나갔다. 빙하기의 온도만큼 우리가 앞으로 느낄 체감온도를 이야기하는 듯도 하지만, 해빙기가 언제일지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불황의 골이 그만큼 깊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반토막난 펀드, 덧없이 무너져 버린 부동산 불패신화로 '이젠 지킬 수 조차 없단 말인가?' 허망하고 허탈해서 잠못이룬 숱한 나날들이 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해야 탈출할 수 있다'고 누구라도 말해준다면 고맙겠지만, 뚜렷한 대책없어 제 갈 바를 모르겠다. 그 책임을 둘러싸고 미국을 탓할 수도, 우리 정부의 안일함을 탓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장 인식해야 할 것은 우리가 맞닥뜨린 우울한 현재다. 이제껏 잃어버린 일과 재산에 미련을 두기보다 더 잃을 지 모를 미래에 대해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것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당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변해야 산다”는 이 시대의 극단적 강요를 ‘변화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놓는 특유의 인문학적 화법으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구본형의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떠올리게 된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이 10년 전에 개인과 조직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을 역설했다면, 이 책은 '닥친 위기'에 대해 막연한 희망을 갖지 말고 최대한 몸을 낮춰 스스로를 주변을 추스리라고 요구한다. 등을 떠밀려 정상에서 내려가게 되었다면,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내려가 다시 올라가기 위해 숨을 고르자는 것이 저자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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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합리성의 심리학 - 왜 인간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하는가
스튜어트 서덜랜드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비합리성,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알려주는 책!
 
  나는 요즘 주류경제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행동경제학에 푹 빠져있다. 독자들도 잘 아는 바와 같이 '경제학 콘서트'를 필두로 한 요즘의 경제학 책들은 거의 '행동경제학'을 말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시대를 풍미해서 20여 년 전까지 주류경제학은 '전제'라는 울타리 속에서 세상의 경제학을 논했었다. 합리적인 인간 즉,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다양한 재화에 일련의 선호도를 지녔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인간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이 전제가 현실과는 많은 차이를 낳았고, 따라서 그 전제 속에 있는 인간의 경제법칙은 현실을 등진 학문적 경제학으로 남아 세인들의 비난을 받았다.
 
 현실의 인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값을 치룰 수 있고, 사업가는 이윤이 큰 제품만을 생산하려 하고, 소비자는 제 구미에 맞는 제품만을 구입한다. 합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한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함을 꼬집은 '행동경제학'은 지금껏 주류경제학에서 찾지 못했던 나의 판단오류를 짚어주었다. 마치 점집에 앉아 점을 보듯 콕콕 짚어주는 일련의 책들은 내게 알아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그 책들 또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인간은 실수를 하는 것인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스스로에게 속는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원인과 해답, 그리고 예방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내가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주는 책을 만났다. 저명한 심리학자 스튜어트 서덜랜드의 [비합리성의 심리학]이 그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 행동경제학의 책들처럼 인간이 겪는 판단의 오류들의 사례를 답습한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판단의 오류에 대한 원인과 해답, 또 예방책을 더해준다는 데서 차별성을 갖는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때 오히려 완전히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 저자 서덜랜드는 이렇게 대답하며 정말 우리는 합리적인가를 살피고, 또 과연 합리성이란 말을 이해하는가? 하는 원론적 접근에 까지 도달한다. 저자는 강렬한 감정이 일어나거나 극적인 것,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러한 가용성은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나 틀이 만드는 것으로 첫인상 효과 오류나 후광 효과, 악마 효과까지도 불러일으킨다며 그에 대해 아무리 인상적이라더라도 한 가지 사례만을 판단하거나 결정의 토대로 삼지 말라고 경고한다. 무언가에 복종하기 전에 생각하고, 명령이 정당한가 반문하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물질적인 보상만이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유인책이라고 판단하여 각종 성과급과 특별수당, 상금 등을 지급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건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건 이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키려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칭찬 한마디’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말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잘못된 인상,집단의 안과 밖,조직의 어리석음, 잘못된 일관성, 보상과 처벌,
욕구와 정서, 증거 무시, 증거 왜곡, 잘못 관계 짓기등 21가지 인간의 비합리성의 사례들,
즉 의사들은 환자들의 병을 오진하고, 장군들은 멍청한 전투 계획을 고집한다. 관객들은 영화가 지루해 죽겠는데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공무원들은 나태와 이기심을 조장하는 비합리적 시스템에 젖어 공금을 아무렇게나 운용한다. 왜 사람들은 타인에게 엄청난 해를 끼치는 잘못된 결정을 되풀이하는 걸까? 등의 사례를 들어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설명으로 파헤친다. 우리가 범하고 있는 비합리적 판단, 선택, 행동들이 너무나 널리 퍼져 있음을 알게 되고 저자가 펼치는 갖가지 심리 실험과 명쾌한 해설을 통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사례마다 내가 판단하는 상식적 믿음은 어김없이 깨져 버려 당황스럽게까지 만들었다. 알찬 내용,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답을 담고 있음에도 이 책은 기존의 책에 비해 어렵게 구술되고, 지대한 인내심을 요할 만큼 집중해서 읽기가 힘들었다. 앞의 책에 길들여진 탓일까, 이 또한 잘못된 판단은 아닐지 의심스럽다. 많은 사례와 그에 걸맞는 명쾌한 해답을 던져주는 멋진 심리학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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