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래의 실천 - 켄 블랜차드 자기경영 실천편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조영만 외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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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배운 지식을 꾸준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책! 
 
  자기계발서는 오롯이 나를 위한 책이다. 자신에 부족한 무엇을 채우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찾는데, 가까운 서점만 가도 '~하는 법', '~를 이루는 법칙', 등의 많은 종류, 다양한 분야의 자기계발서가 책장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다. 독자보다 경험상 우위에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이나 아는 바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독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책을 구해서 저자의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시스템에서 그 존재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 분야를 대하는 독자층은 다른 장르와 다르게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다. 한쪽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삶에 많은 도움을 얻게 된다는 쪽이고, 다른 한 쪽은 '좋은 말만 가득 들은 허장성세의 전형이라 비판하는 쪽이다.
 
  때로는 양쪽의 차이가 극명해서 서로 논쟁이 붙기도 하는데, 좋은 예가 지난 해 하반기에 출판되어 화제가 된 '시크릿'이다. 이 책을 읽고 삶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높이 평가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지금까지 개개인이 겪고 있는 난관을 '당신이 부정적인 생각을 했기 때문이야'라는 식으로 치부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혹은 비판하지 말고, 안된다고 생각말며, 나쁜 생각은 저 멀리, 그리고 완전히 된다는 신념에 가득차면 성공한다? 그런 반박할 여지조차 줄 수 없는 책이라면 정말 좋은 책인가? 하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함께 쏟아졌다. 지난 해 어느 온라인 서점의 투표결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는가 하면, 올해 최악의 책으로도 선정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었다. 이 같은 예는 '시크릿' 뿐 아니라 독자들의 호응이 따르는 자기계발서가 나오기만 하면 항상 비슷한 경우가 거듭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차이다. 다시 말해 배우고 익힌 것을 '실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좋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아 좋다, 나도 실행해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지만 당장 실행하지 못하고 '좋은 책을 읽은 기억'으로만 남기 때문에 실제로 생활에서는 아무런 변화를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란 위에서 말한 대로 '책을 읽고 나서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야' 제 값을 하는 책이 아니던가? 아무리 좋은 책을 읽는다 해도 책을 읽고 배운 것이 나와 나의 생활을 바꾸지 못한다면 좋은 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자기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켄 블랜차드와 폴 마이어가 그 답을 알려준다. 신간 [춤추는 고래의 실천], 원제는 Know Can Do!: Put Your Know-How Into Action 이다.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통하는 주인공 헨리. 이미 많은 책과 강연으로 그는 꽤 유명해졌지만, 어느 날 한가지 물음에 빠진다. ' 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책에서 말한 것을 모두 실천했을까? 그리고 실제로 많이 변했을까?' 실제로 독자들에게 물어보니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당신의 책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는 소리를 할 뿐이다. 그는 곧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강연에서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강연을 듣고 노트를 필기하라.
2. 필기한 것을 다시 읽어보고 주요 내용을 요약하라.
반드시 단정한 글씨로 메모하라.
3. 배운 것을 동료나 주위사람들에게 전수하라.
 
 하지만 헨리의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 현실에 급급하느라 헨리가 제안한 것들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영영 실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헨리는 독자나 수강자들이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틈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선다. 저자인 켄 블랜차드의 딜레마를 공저자인 폴 마이어에게서 해결된 이야기를 베스트셀러 작가 헨리와 전설적인 사업가 필립 머레이를 주인공으로 풀어냈다.
저자는 우선 사람들이 많은 교육을 받지만 행동으로 옮겨 꾸준히 실천하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과부하 즉, 지식을 너무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을 쉽게 얻기 때문에 행동의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두 번째 이유는 부정적 필터링 즉, 부정적 잣대로 걸러내는 마인드이다. 부정적 태도는 행동을 가로막는다. 세 번째 이유는 사후관리의 부족 즉, 실천하고자 하는 것을 이뤄내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육으로 얻은 지식을 실행에 옮기는 못하는 이유들에 대해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보의 과부하에 대해서는 소수의 중요 개념에만 초점을 맞추어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그 생각이나 기술을 깊이 파고 들어야 하고,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틈을 메우는 것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주기적으로 반복(spaced repetition)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읽기에 비유해서 후리의 정신구조는 스무 권의 책을 한 번씩 읽는 것보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읽은 한 권의 책에 더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유인 부정적 필터링에 대해서는 우리 대부분이 '절대적인 사랑(수용)과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100% 수용하지 못하고, 우선 불신하면서 관찰하거나, 수용한다 하더라도 극히 일부만을 수용한다. 그래서 책이나 강연, 대화 등에서 얻는 정보에 대해 믿기를 두려워 하며 비판하는 마음으로 걸러내게 되어 배운 것을 완전하게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읽고 있는, 혹은 듣고 있는 것에는 분명 뭔가 가치 있는 것들이 들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하는 파란불 사고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 이유인 사후관리의 부족에 대해서는 자신이 배운 것을 실천하는 일을 운이나 개인적인 성격에 맡길 것이 아니라, 스스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을 갖추고, 그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르치는 사람이 알려주고, 보여주고, 시켜보고, 관찰하고, 나아진 점을 칭찬하거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주는 과정을 반복할 때 배우는 사람은 꾸준히 실행할 수 있고 이럴때 변화를 만들어내는 실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자층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남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강사들에게는 '독자들에게 작고 핵심적인 내용을 반복적으로 알려줘라. 그리고 그들이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실제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당장 바꾸라고 강요하는 자기계발서와 자기계발을 목적으로 한 책의 내용을 단순히 지식으로만 습득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그들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도록 만들어준 책이다. 내 스스로가 '자기계발서를 충분히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뻔한 내용이 반복해서 책이 나온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 부분을 짚어준 책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제대로 흡수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배운 것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껏 단순히 책을 사서 읽은 후 '네 책을 읽었으니, 나를 변화시켜봐'라고 책과 저자에게 요구했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이들에게 좋은 실행서가 되는 책이다. 특히 자기계발에 관한 저술이나 강연, 그리고 교육을 맡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독자들의 변화를 이끄는데 더할 나위없이 필요한 책이다.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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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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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만 사실은 눈먼 현대인에게 던지는 충격의 메시지!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사내가 갑자기 눈이 먼다. '눈이 안보여'. 이것은 시작일 뿐. 원인불명의 실명은 마치 전염병처럼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수도원의 비망록 Memorial do convento]으로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갈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Ensayo Sobre La Ceguera/Blindness]의문표도, 느낌표도 없다. 따옴표도 줄임표도 없다. 단지 쉼표와 마침표만 있을 뿐. 빽빽하게 들어선 글자들의 단조로움으로 얼핏 보기만 해도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점자책을 읽는 시각장애인들의 답답함이 그럴까? 한 순간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눈이 멀어버리고, 단 한 사람 '의사의 아내'만이 볼 수 있는 상황. 화자는 그녀의 뒤를 쫓으며 함께 '눈먼 자들'을 목격한다.
 
 

 

 
 
의사의 아내는 말한다. "여기에 온 세상이 다 들어와 있어요."
 
  '백색실명'은 마치 풍토병처럼 확산되며 사람들의 눈을 하얗게 멀게 한다. 예고도 없이 전염되는 이 질병의 원인을 찾기에 앞서 우선 실명환자와 그들과 함께 했던 보균자들을 수용시설에 넣어 별도의 병동에서 격리하게 되고, 수용되는 환자들이 수백 명에 달하면서 '백색의 어둠'을 겪는 그들은 시공감각을 잃어버린 채 끝을 알수 없는 수용생활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겪으며 격리, 감금, 무질서, 폭력, 굶주림, 강간과 살인에 노출된다. 
 
"의사의 아내는 그곳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자신이 현미경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간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그런 행동이 경멸스럽고 외설적으로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다면, 나도 다른 사람들을 볼 권리가 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98 면)
 
  하지만 저자는 전장에서 승리한 장군은 패잔병 한 명을 남겨두고 모두 죽인 후 패잔병에게 "네가 본 것을 돌아가 모두에게 알리라." 고 말하는 듯 '의사의 아내' 한 명만이 '우유의 바다'에 빠져 부유하는 그들을 지켜보는 '단죄'를 받게 되어 말 그대로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막판 인생'들의 최후의 목격자로 남겨진다. '눈먼 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마치 사고로 팔을 잃은 사람이 느끼는 잘린 팔이 있던 자리에서 느끼는 통각痛覺 처럼 '익숙한 것과의 결별'로 인한 상실감인 것을,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헤매고 만다. 그런 그들을 보고 '의사의 아내는 '유령'이라고 말한다. 나머지 네 개의 감각으로 모두들 생명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보지는 못하기 때문에 살았지만 그들은 죽은 것이다. 한편 '보이지 않는 고통'은 집단 군중심리와 인간의 자연적인 생활과 맞물려 또 다른 이름의 자유를 낳는다. 서로 먼저 많이 먹기 위해 아귀다툼을 하고, 아무데나 용변을 보고, 방귀를 뀌고, 잠자리를 가지고 다툰다. 한 자루의 총은 '권력'을 선사해 폭력과 갈취, 그리고 인권을 유린하는 강간이 자행해진다.
 
"사실 이름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는 이름을 가지고 다른 개를 인식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개들의 이름을 외우고 다는 것도 아니잖아. 개는 냄새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또 상대방이 누군지도 확인하지 여기 있는 우리도 색다른 종자의 개들과 같아. 우리는 으르렁 거리는 소리나 말로 서로를 알 뿐, 나머지, 얼굴 생김새나 눈이나 머리 색깔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지." (85-86 면)
 
  그래서일까? 저자는 이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어쩌면 의미가 없다며 이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단지 '처음 눈 먼 남자', '의사', '의사의 아내',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 '사팔뜨기 소년', '도둑' 등의 이름으로 그들을 불러 그 존재를 밝히고 있었다. 서로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 바로 '두려움'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보이지 않기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미 앞이 보였던 상황에서도 '두려워'했기 때문에 '백색실명'이 된 것은 아닐까 의문을 던진다. 이는 저자가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빠져 자기애고에 빠져버린 현대인들을 향해 '너희는 두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살고 있지만, 어쩌면 지금 눈 먼 채로 살고 있다'고 말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의사의 아내'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선생님을 사랑하시나요. 응.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하지만 만에 하나 내가 눈이 먼다면 내가 눈이 먼 다음에 다른 사람이 된다면 내가 어떻게 그이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무슨 감정으로 사랑을 할까. 전에 우리가 볼 수 있었을 때도 눈이 먼 사람들이 있었잖아요. 지금과 비교하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지. 일반적인 감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었고. 따라서 눈먼 사람들도 눈먼 사람들의 감정이 아니라 성한 사람들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눈먼 사람들의 진짜 감정들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아직도 시작일 뿐이야. 지금은 그래도 우리가 가졌던 감정에 대한 기억에 의존해 살고 있잖아. 지금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아는 데는 눈이 필요 없어." (354 면) 
 
  가까스로 살아남은 '눈먼 자들'은 도시에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게 되고, 서로 흩어지지 않고 아끼고 사랑하며 시골에서 살 것을 결정하게 되는 데 그 날 밤 '백색질병'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두려움 속에서 생존을 위해 버텨내려고 애쓸 때는 '눈먼 자들'이었는데, 서로가 함께 시골에서 살아가는 미래를 꿈꾸는 그날 밤 다시 '눈뜬 자들'로 돌아간 것이다. 저자는 또 다시 '의사의 아내'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지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거죠."
 
 

 
 
  '안보인다는 것이 가장 괴로울 때는 꿈조차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고 말한 선척적 시각장애인인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는데도 '차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먼저 눈 먼 사람'처럼 놓칠까 잃을까 두려움에 떨며 사는 현대인의 눈에는 '꿈과 미래'에 대한 눈은 찾을 수 없다. 그들이야말로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보여준 '밀실'에서의 집단의 '후천적 시력상실'의 상황은 이런 꿈을 잃은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을 잘 대변하고 있다. 인간이어서 인간이 아니라, 인간다워야 인간이 됨을 보여주는 메시지 강한 소설이다. 저자의 메시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이들이 눈을 뜬 6년 후의 모습을 그렸다는 [눈뜬 자들의 도시]를 찾게 하고, 글 속에서 그린 '눈먼 자들이 눈먼 사람들을 통지하는 정부의 모습'을 영화는 어떻게 그렸을지도 궁금해진다. 갑갑한 가슴을 계속 손으로 쓸게 하는 소설, 정말 눈이 멀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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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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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엄마가 있는 행운을 얻은 당신, 당신의 엄마를 부탁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쯤인가보다. 방학인지 휴일인지 모를 석양때의 늦은 오후. 잠에서 깨었다. 푸욱 잠이 들었던지 깨어나니 개운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는 적막. "엄마~엄 마아~" 대답이 없자 순간 내가 누워있던 안방이 주욱 늘어나서 세 배의 크가 된다. 높이도 마찬가지 크기로 높아지고 있다. 크나 큰 방에 홀로 남겨진 기분. 황.망.함. 어려서 알 수 없었던 헛한 기분의 단어일 듯 싶다. 눈물이 흘렀다. 흘러 턱 밑지나 떨어지는 것을 신호로 난 크게 울었다. 무엇이 그렇게 서러웠을까 알 수 없지만 어디 있는 지 모르지만 당신이 있는 그곳까지 들리게끔 목청껏 한참을 울었다. 한참만에 옥상에서 이불빨래 널고 뒤집고 있는데, 다 큰 녀석이 왜 우냐고 들어와 어깨를 때리신다. 호된 매가 아팠지만, 눈물은 흘렀지만 웃었던 기억. 안심해서 일거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작가가 그러라 시켰다면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쌍과부 넋두리가 필요하다며 지방에 홀로 계신 이모댁으로 내려 가셔서 한참 만에 올라오신 적이 있다.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냉장고가 터지게 채워놓고, 아름드리 솥에는 사골을 가득 채워 끓여놓고 가셨지만, 잠이 깰 때만 되면 오십 센치씩 방이 커져서는 엄마가 오신 날 아침에는 콧구멍만한 방이 운동장만큼 커졌더라며 왜 이리 늦게 왔냐고 푸념하는 동생녀석의 말을 들었을 때, 어린 시절의 그때가 생각났다. 오십 센치는 녀석이 느끼는 엄마의 부재감이었다.
 
  잔치를 앞두고 상경한 노부모. 그리고 지하철 문이 닫히는 바람에 칠순의 아내를, 칠순의 어머니를 눈 앞에서 실종되는데 그 후에 벌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소설가 신경숙의 손을 빌어 한 권 가득 엄마의 부재감을 말하고 있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 가족이 엄마를 찾으면서 저마다 느끼고 있는 엄마를, 아내를 더듬는데 구구절절 가슴이 시린 기억들로 가득하다.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을 깊이 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뜻밖이라고 말하는 일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밖의 일과 자주 마주치는 거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40 면)
 
  아버지는 걸음이 빨라 엄마보다 늘 앞서 걸으셨고, 종종걸음을 바알간 얼굴을 해서 뒤를 쫓았다. 그렇게 살아왔었다. 하지만 단지 엄마는 뇌졸증을 앓아 몸이 성치 못해 그날은 그렇게 하질 못했던 뿐. 당연히 쫓아올 줄 알았던 아버지는 지하철을 탔고, 엄마가 타기 전에 문이 닫힌 것 뿐이다. 그리고 엄마는 머리가 아파 아들 집을 찾지 못하고, 연락처를 몰랐던 것 뿐이다. 자식들은 저마다 바빠서 서로 마중나가지 못했던 것 뿐이다. 그것 뿐인데 엄마는 온 데 간 데 없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상을 엉망으로 만든 것은 아버지와 엄마를 갈라놓은 지하철 문 때문이었다.
 
"아내를 지하철 서울역에서 잃어버리기 전까지 당신에게 아내는 형철 엄마였다. 아내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 전까지는 당신에게 형철엄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였다.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형철 엄마를 잃어버리고 당신은 형철 엄마가 아니라 아내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오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체로 잊고 지낸 아내가 당신의 마음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육감적으로 다가왔다."(149 면)
 

함께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한 당신의 말과 행동을 추억하고, 이 모든 일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고 탓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탄식한다.
 
  "당신은 이 집을 내키는 대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도 아내가 이 집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 아버지의 말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의 부재를 경험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공허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생각을 되돌려 엄마와 함께 했던 순간의 그녀를 더듬으며 '어쩌면 엄마를 잃어버리기 전부터 내 마음 속에는 엄마를 잃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후회를 거듭한다. 육 년전 아버지를 이 세상에서 보내고 난 회한이 작가의 손에서 되살아나 '당신의 글이 내 맘 같았다'고 자꾸만 말하게 했다.
 
  울컥대는 마음을 끝까지 잡지 못했던 대목은 '처음보는 새'로 변한 엄마의 가족에 대한 마지막 인사 장면이었다. 아쉬움이 남아 차마 저세상을 가지 못하고 가족 모두를 마음으로 나마 보듬는 그녀는 내 엄마를 닮았고, 세상의 엄마를 닮아서 언젠가 있을 내 이야기만 같아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언니,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뭍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낸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언니, 언니는 엄마를 포기하지 말아줘. 엄마를 찾아줘."(262 면)
 
  너의 여동생이 이탈리아로 떠나는 언니에게 보낸 편지의 말은 나에게 우리에게 말하는 듯 하다. 나의 하루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당신의 하루 또한 두 세배의 나이만큼 힘들고 고된 하루였던 것을 알라 말하는 듯 하다. 그리고 알고 있음을, 공유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조금은 덜 후회스러운 하루가 될 것임을 명심하라 말하는 듯 했다. 책을 덮으며 전화해 보니 최근에 재미붙인 외국드라마를 시청하다 쇼파에서 곤히 잠든다 동생이 말했다. 추우실라 이불 꺼내 덮어드리라 말하고 안심하며 수화기를 내렸다. 틈이 나는대로 당신의 하루를 공유하고, 순간을 기억하리라 마음먹었다. 기회가 닿는대로 사랑도 전해야겠다. 곧 당신이 떠난 나중에 거듭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이기심같아 얄궃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해야겠다 굳게 다짐하게 된다. 엄마라는 이름의 나무가 한껏 커진 기분, 이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 가득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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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 - 직장인 책 쓰기 프로젝트
추성엽 지음 / 더난출판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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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브랜드가치를 최고로 높이는 방법은 '책쓰기'다!
 
  책은 더 이상 지식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양한 삶의 기록과 흔적들이 책으로 만들어져 쏟아지고 있다. 혹자들은 '쓸모없는 책들이 너무나 많이 쏟아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책으로 만들어진 이상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틀림없고, 그래서 많은 책이 쏟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 무엇이든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기록하는 일이 많아졌고,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팬을 확보하면서 자연스레 책으로 출판되는 경향은 '블룩Blook = Blog + Book'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한 만큼 발전하게 되었다. 너도 나도 책을 만들어내는 시대, 나도 책 한 번 써 볼까? 하는 충동이 들 때, "좋은 생각이야! 꼭 한 번 써봐!"라고 격려하는 책을 만났다. 마케팅 전문가 추성엽의 책 [100 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이다.
 
  이 책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 경험한 것, 지금 실천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으나 방법을 몰라 마음속으로만 책을 써왔던 사람들에게 단지 글을 쓴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누구나 책을 쓸 수 있고, 저자 스스로 '나도 해보니까 되더라'는 식의 자기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책을 쓰면서 책 쓰기가 고통이 아니라 자기를 돌아보는 거울이 되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풀어내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쓰기,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에서는 전문가와 직장인이 책을 써야 하는 이유와 독자들도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저자가 책 쓰기를 권하는 이유는 우선 책 쓰기는 단순히 남의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보 속에서 자신만의 체계적인 지식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고, 둘째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인세'라는 저작권료 또한 적잖은 부수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쓰기 무엇이 핵심인가 에서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책의 콘셉트와 독자를 사로잡을 제목, 그리고 넘치는 아이디어와 출판사와 편집자들의 전문성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히트 상품이 되기 위한 7대 원칙 콘셉트와 브랜드가 일치한 히트상품, 훌륭한 제목으로 소화한 베스트셀러등,  자신의 특기인 마케팅 사례들을 이용하여 콘셉트와 제목, 그리고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에서는 우선 독자가 원하는 것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실용서의 경우 책을 집필하면서 저자들이 자신의 경험담이나 이야기를 무작정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혹은 무언가를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독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넋두리에 불과하다며 저자가 쓰고자 하는 바를 철저하게 독자의 관점에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시장인 서점을 찾아 독자들이 사랑하는 책을 살펴보고, 왜 사랑받는지를 먼저 분석하기를 권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핵심 역량을 고려해서 차례를 정하고, 책 또한 상품인 만큼 마케팅에 입각하여 전략적으로 상품을 만들것을 주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스스로 활용했던 책을 쓰는데 필요한 여러가지를 설명하면서, 점점 전문가만이 대접받는 요즘같은 시대에 직장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 쓰기임을 강조했다. 
 
  이 책은 저자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인 마케팅을 사용하여 책 쓰기를 권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마케팅기법들을 적용하여 책 쓰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 직장인만을 위한 책임을 강조하는 듯 했다. 실제로 이 책을 내면서 시장을 분석할 때 이미 나온 비슷한 책 [일하면서 책 쓰기]를 전략적으로 분석해 기존에 나온 제품의 시장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차별화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며, 앞으로 내고자 하는 책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고민한 모습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 쓰기를 떠나 마케팅 관점에서의 제품 탄생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의 전문성과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세계화에 힘입어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세계 구석구석을 탐험한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달수단은 미니홈피로, 블로그인데 이들에게 실린 글들을 보고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아가 책으로도 선보이는 시대가 오늘날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해 글로 적고 있는 블로거들이 한 번 쯤은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책 만들기'을 위해 좋은 가이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도 같아 일독을 권하고 싶다. 좋은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어렵게 만난 좋은 책을 모두 소화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고, 소화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보람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실천이다. 이 책을 읽고 '나만의 책 만들기' 꿈을 위해 한 달 내딛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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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경제학자의 돋보기에 의해 해부된 재미있는 미술걸작 이야기!
 
  연말 모임준비에 즈음하여 오랜만에 대학동기들과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강남 교보생명 사거리에 새로 자리를 잡은 특이한 모양의 Urban Hive 라는 건물의 1층에 있는 커피숍이었는데요, 건물 별명이 일명 '빵빵이 건물'이라고 해서 구멍이 뚫려 있는 매우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도심속 벌집'이라는 뜻인데, 신성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설계는 중앙대 교수이면서 아르키움 대표인 건축가 김인철씨가 맡은 작품이라는군요. 독특하고 멋져서 눈에 띄는 건물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건물을 본 친구들의 한마디가 제각각이었다는 겁니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친구 '박'은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을 해서 최고가로 임대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고, 땅값도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하고, 건설사 과장으로 있는 친구 '이'는 '훌륭한 만큼 건축상 애로점이 참 많았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 '정'은 말이 필요없다는 듯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했죠. 끝으로 함께 나온 '정'의 아내는 '커피숍 분위기가 좋다'며 친구들과 자주 와야겠다고 하더군요. 저요? 그들을 지켜봤죠.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직업의식은 속일 수가 없구나' 하고 말입니다. 성현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고,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사물에 대한 느낌은 그것을 보는 사람의 수만큼 다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마다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어쩌면 '어떤 것에 대해 서로 공감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현상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행위'에 친숙감을 느끼게 되고, '여러사람의 공감'을 소중하게 여기는 지도 모릅니다. 
 
  여기 한 명의 경제학자가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눈으로는 작품은 감상하면서 머리로는 다른 생각을 합니다. 재미있게도 그림 속에서 경제원리를 발견하고 있는 거죠. 미술과 경제 이야기. 전혀 상관없는 것 같은 두 학문이 '경제학자 P씨'에 의해 서로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저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 바로 최병서 교수의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입니다.  
 
 

 
 
  제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몇 개월 전에 읽은 다른 책 때문입니다. Daum에서 파워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김홍기씨의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인데요, 이 책 또한 '미술작품에서 찾는 패션 이야기' 였거든요. 사진도 없던 수 백년 전의 패션 경향을 미술 걸작 속에서 찾는다는 저자의 의도가 놀랍지 않습니까? 게다가 당대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델로 섰으니 지금으로 말하면 '스타들의 화보집'을 능가할 만큼 훌륭한 기획물 이었던 거죠. 패션과 패브릭에 관심이 많던 저자는 자신의 관심을 미술 작품 속에서 찾았고, 이것을 책으로 만들어낸 겁니다. 훌륭한 기획과 더 훌륭한 글솜씨에 빠져 한동안 그 책 속에서 살았었는데 그 기억이 사라질 때 즈음 나타난 것이 바로 '경제학자가 바라본 미술작품'인 겁니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자라는 사실이 더욱 반갑고, 놀라운 점입니다.
 
  이 책의 저자 최병서 교수는 얼굴조차 뵌 적이 없지만, 그의 면면을 살펴보면 참 재미있는 분 같습니다. 우선 이름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목소리 흉내의 달인' 개그맨과 이름이 같고, 그의 전작前作들 모두 <영화로 읽는 경제학>, <최병서의 Cine Balade: 경제학자의 미시적 영화 산책>, <로빈슨 크루소 경제 원리: 호모 이코노미쿠스에서 몽키 이코노미쿠스로> 로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게 배우는 경제학'의 뉘앙스를 갖게 합니다. 안타깝게도 여대의 교수님으로 재직중이시니 청강을 할 수는 없을테고, 전작들을 추적함으로 그 서운함을 달랠까 합니다(실제로 강의는 지극히 딱딱한 재미없는 교수님일지도 모르는 일이죠). 
 
  저자는 그림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경제 이야기나 경제 원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풀어내려고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경제학자 P씨는 한 그림을 보고 이에 얽힌 주제나 경제적 모티브를 생각하고 그에 연결되는 또 다른 그림을 찾아보는 과정을 이 책에서 보여줍니다. 미술작품에 있어서는 화가와 작품의 배경 그리고 숨은 이야기와 에피소드등도 소개되어 흥미와 재미를 더하고, 딱딱하게만 여겼던 경제 원리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어 작품의 소개에 버금가는 재미를 안겨줍니다.
 
 

 
 
  "고흐의 그림은 왜 비쌀까?" 라는 의문에 대해 예술가는 '독점 공급자' 다시 말해 그림은 그린 화가가 죽으면 그의 작품 역시 공급이 중단되는데, 이처럼 예술가가 창조한 하나의 작품은 그 자체로서 시장에서 유일한 것이므로 늘어나는 수요만큼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생전에 고흐는 단 한 점의 그림도 팔지 못했고 세상을 떠나기 5개월 전 동생 테오 덕분에 겨우 붉은 포도밭Red Vinyard at Arles를 단 돈 4백 프랑에 팔았을 뿐인데, 1987년 일본의 한 보험회사에 팔린 '해바라기'가 2천 475만 프랑에 팔리고, 1990년 5월에 팔린 '가셔 박사의 초상Le Portrait de Docteur gachet'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8천 250만 달러에 팔렸는데, 고흐의 그림값은 백 년 동안 어림잡아 무려 백만 배 이상 뛴 셈입니다. 공급이 제한되자 희귀성이 높아져 고흐의 그림값이 그의 죽음이후 최고의 평가를 받는 것은 어쩌면 미술화가만이 느낄 수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는 ['샘'이라는 제목을 가진 소변기 작품]입니다. 바로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말하는데요, 뒤샹은 1917년 뉴욕의 한 상점에서 구이한 소변기를 '샘Fountain'이라 제목 짓고, 뉴욕의 독립 예술가협회의 전시회에 '리처드 머트Richard Mutt'라는 이름으로 출품합니다. 약간의 참가비만 내도 작품을 전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전시되지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천하고 창작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비도덕적이고 저속하다', '표절주의'라고 심사위원들은 평가절하했다는군요. 하지만 뒤샹은 '샘'에 대한 미학적 논쟁을 제기하면서 예술가가 의도적으로 직접 미술품을 제작하지 않았더라도 예술가가 지각知覺 하고 전시하는 행위를 통해 어떤 오브제라도 하나의 미술품으로 변용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직접 손으로 만들지 않았더라도 사물의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고 예술가가 선택했다면 그것으로 새로이 탄생하는 것이어서 기존의 이름과 용도는 사라진다는 것이죠. 일본이 국보급으로 여기는 자기가 있다고 해서 확인해 보니 '여염집의 요강'이었더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 것처럼 기존에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물일지라도 그것을 몰랐던 사람이 새로운 이름과 용도를 넣을 수도 있고,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예술가(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한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이 사물과 개념을 을 넘어 오늘날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의 탄생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의 이러한 획기적인 안목은 재미있게도 경제학의 출발점과 맥을 함께 하는데 경제의 문제는 항상 그 출반선상에 선택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경제학을 보통 '선택의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이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우리가 몇 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면 그와 동시에 포기하는 다른 하나 혹은 둘이 생겨나게 되죠. 늘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후회를 합니다. 그래서 '기회비용'이나 '매몰비용'과 같은 경제학적 개념도 낳게 됩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만족 극대화의 원리' 혹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죠. 이 책의 주인공 경제학자 P씨는 "마르셀 뒤샹은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것이다."라고 결론을 짓습니다. 우리의 선택은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마르셀 뒤샹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선택이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우리 모두는 자신만은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은 렘브란트를 이야기한 '야경과 야경국가' 입니다. 몇 주전 모임의 일환으로 '라틴 아메리카 거장전'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실내가 그리 어둡지 않은데도 일부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어두워서 잘 안보일 정도인 작품들이 꽤 있었습니다. '질이 나쁜 물감을 사용했거나, 잘못된 보관으로 변색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미술 분야에 계신 어떤 분이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겠다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듯 잘못된 보관으로 오명(?)을 입은 작품이 제가 좋아하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에도 있더군요. 바로 그의 작품 '야경The Night Watch'가 그것입니다.
 
 

 
 
  렘브란트가 붙인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프란스바닝 코크 대장의 부대'로 네덜란드의 시민 자위대가 156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에 출동하는 장면이며, 배경이 밤이 아닌 낮이었다는군요. 그렇다면 대낮에 출동하는 부대를 그린 그림이 왜 '야경'이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저자는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기 위해 밝게 표현하고 배경이 되는 주변은 어둡게 채색하는 특징을 보이는 렘브란트의 독특한 화풍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가 죽은 후 작품의 소유자들이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니스로 덧칠을 해서 더욱 어둡게 변색되었다고 하는군요. 이것 또한 1975년에 되어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림의 복원 작어을 하던 중 니스가 벗겨지자 본래의 색채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그림의 배경이 밤이 아니라 낮이라는 사실이 3백여 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셈인거죠.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입니다. 이 부분을 읽게 되면서 그동안 눈에 담아 두기만 했던 책 [미술관에 간 화학자, 과학의 프리즘으로 미술을 보다]를 읽기로 마음먹게 만듭니다.
 
  아무튼 그 덕(?)에 경제학자 P씨는 제도학파의 경제 이론 중에 나오는 '야경국가'를 설명합니다. '야경Night Watch' 이란 국가가 국민들에게 치안과 재산권의 보호를 위해 야간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즉 야경국가란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최소한의 조세를 징수하여 국가 조직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최소 국가Minimal State'의 형태로, 이때 국가는 최소한의 기능과 역할만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국가는 국민과 일종의 계약 형태 즉 사회계약을 통해 '아나키적 상태'에서보다 높은 후생을 제공하는 것이 각 개인들의 이기심에 의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동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선택에 의한 의사결정 행위로 간주됩니다.
 
  이 같은 최고 국가의 형태가 바로 야경국가의 모습입니다. 최근 북구의 복지국가 들에서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있는데, 이들에게 국가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고, 정부의 목표는 국민 복지와 후생의 증진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이 적당한 후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반 재원을 막대한 세금에 의존하고 있어서 복지 수준이 높아질 수록 세금 부담률 또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금 부담의 증대는 민간 부분의 생산성을 약화시키고 실업을 증대시켜, 결국 경제성장마저 점차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북구의 여러 나라들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말년에 무일푼에 집 한 켠 없이 떠돌이로 지내다가 죽음을 맞이했던 렘브란트에게는 야경국가 체제에서 살기를 원했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 누구보다 자화상을 많이 남긴 렘브란트는 자신의 자화상에서 변해가는 자신과 주위를 모습을 그렸습니다. 다시 말해 작품 수만큼 자신을 돌아보며 살다 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집과 가족의 유무와 부귀영화를 떠나 평생을 '자신를 살피다가' 떠났다면 그것도 나름은 충실하게 삶을 산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책은 그 밖에도 많은 작품과 경제원리를 설명합니다. 마그리트의 '보이지 않는 선수'를 통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설명하고, 베르메르의 '저울 든 여인'을 통해 당시의 중상주의와 행복의 무게를 가늠하는 '빈 저울'도 언급합니다. 미술가라기 보다는 최고의 사업가로 알려진 피카소는 그의 큐비즘과 일반균형이론이 소개되고, 현미미술의 거장 잭슨 폴락의 '액션페인팅'을 통해 카오스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등 이 책에만 무려 스무가지의 작품과 미술가, 그리고 경제원리들이 소개됩니다.
 
  정진홍 교수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찾으라' 주문을 하고, 또 다른 책에서는 그림과 시에서 CEO가 갖추어야 할 경영 전반을 찾으라(시읽는 CEO, 그림 읽는 CEO)향은 문화를 통해 창의력과 통찰력을 얻으라고 이야기 하듯 최근의 경향은 문화 전반이 비즈니스에 결합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21세기는 컬처 비즈Culture Biz 의 시대임을 예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꼭 무엇을 얻는다기보다는 미술이든 음악이든 예술의 한 부분들이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떤 직업의 사람이든 제 입맛에 맛도록 해석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 이 책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를 살피는 의사도 나오고, 미술품 속에 나오는 건축물을 이야기하는 건축가의 작품도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어느 한 쪽이든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미있고, 유쾌한 경험을 안겨줄 멋진 책입니다. 지금까지 미술과 경제가 잘 어울려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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