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배리 Z. 포스너.제임스 M.쿠제스 지음, 김예리나 옮김, 차동옥 감수 / 크레듀(credu)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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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더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진정한 리더가 되라!
 
  한 젊은이가 세 명의 직원을 세워놓고 회사의 창립식을 가졌다. 작은 키의 사장은 모두(?)가 보일 수 있도록 사과상자를 연단으로 삼아 마치 삼백 명의 직원이 되는 정도로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작은 규모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후면 반드시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저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마치 물과 공기같이 꼭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고, 이 시장은 상상도 할 수없을 만큼 거대해질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오늘을 시작으로 앞으로 100년을 이어가는 회사로 만들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합심하여 반드시 꿈을 이루도록 노력합시다."
 
  젊은 사장은 상기된 얼굴로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지만, 세 명의 직원의 반응은 시큰퉁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세 명 모두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사장을 허풍쟁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젊은 사장은 결국 혼자남겨졌지만 의기소침해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뚜렷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인데, 창업 둘째 날의 그 경험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에피소드로 남겨두었다. 그 젊은 사장의 이름은 손 정의(일본이름, 손 마사요시)이고, 회사는 소프트방크로 그는 <포브스>가 선정한 2005년 일본 최고의 갑부로 등극하게 되었다. 젊은 사장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하루만에 회사를 그만둔 직원들에게는 땅을 치고 통곡할 만큼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당시의 그는 의욕만 앞서서 직원들에게 제대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인재였을지도 모를 그들을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다.
 
  사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기업은 '나홀로 기업', 즉 1인 기업이다. 스스로 판단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고, 모든 수고에 대한 보상과 모든 책임 또한 스스로에게 있으니 나만 잘 컨트롤하면 말 그대로 '속 편한 기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기업이란 저작활동과 강연을 하는 자유로운 업종이나 소규모창업등 그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상을 좁다며 활동하려면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 즉 동료 혹은 직원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을 뽑은 사장(리더)는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알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직원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직원들을 그렇듯 이끌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즉 '사람부리는 일'만 잘 풀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기업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으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렇듯 조직을 꾸민 리더가 그들을 이끌기 위해서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한다. 기업가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될 능력이다. 
 
  이 책은 바로 '리더십'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지금껏 세상에 나온 리더십책과는 차별화를 꾀한다. 그때 그때 필요한 얕은 수로 그런 척하라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25년 동안 한결같이 한목소리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리더십 책이다. 지금까지 4판을 거듭하면서 바뀐 것이라고는 리더십의 원칙과 그에 부합되는 가이드라인을 설명해 줄 사례들만 수정될 뿐, 그 뿌리는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이고, 그것을 뒷바침하는 행동강령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제임스 M 쿠제스와 베리 Z. 포스너가 공저한 책, [리더 The Leader] 이다.
 




 
 저자들은 군더더기 없이 '성공하는 리더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모델을 제시하라.
2. 공유된 비전을 수립하라.
3. 틀에 박힌 과정에 도전하라.
4. 사람들을 행동하게 하라.
5. 사기를 높여라.
 
 그리고 성공하는 리더가 되는 방법을 배우는데 토대가 되는 행동들이 녹아 있는데, 그것을 '리더십의 열가지 가이드라인'이라고 정했다. 그래서 하나의 원칙 각각 마다 두 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1.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공유된 이상을 강조하여 가치관을 분명히 밝혀라.
2. 행동과 공유된 가치관을 일치시킴으로써 모범을 보여라.
3. 흥미진진한 가능성을 상상해 봄으로써 미래를 설계하라.
4. 공동의 포부에 호소함으로써 공유된 비전에 다른 사람들을 동참시켜라.
5.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외부에 눈을 돌리고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기회를 모색하라.
6. 지속적으로 작은 성공들을 만들어내고, 경험을 통해 학습함으로써 실험하고 위험을 감수하라.
7.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하여 협동심을 길러라.
8. 자율성을 부여하고 능력을 개발시켜 다른 사람들의 힘을 길러 주어라.
9. 개인의 성과를 칭찬하고 그 공로를 인정하라
10. 공동체 의식을 기름으로써 공유된 가치를 강조하고 성공을 축하하라.
 
  제대로된 양장본에 약간 두껍고 고급스러워 다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각각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사례들로 이해하기 쉬웠고, 읽기 또한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오랜동안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마치 부모와 자식간의 도리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리더가 조직원들을 이끌어야 할 정도正道는 옷만 갈아입을 뿐 제 몸은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기록된 모든 것은 생각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리더를 대신해서 연장자 혹은 상사라고 해도 치환이 가능한 것 같았다. 먼저 스스로 목표를 갖고, 목표를 향한 비전을 제시하고 한 몸이 되어 그곳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모습, 어떤 위치에서든 리더는 제대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임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리더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누구든 배우기만 하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리더에 대한 문턱을 낮추었다. 리더가 되고 싶다면 다른 책 열 권을 보기보다 이 책 한 권을 먼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리더십의 명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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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 떡살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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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민속공예품, 떡살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
 
책을 펼치는 순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나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공극(, air gap) 하나 없이 속이 꽉찬 나무들이 엿가락처럼 자유자재로 휘어져 있고, 평평한 면 하나 없이 제각각의 모양을 띄며 작품으로 아로 새겨져 있다. 석고처럼 쉬이 깎이는 나무가 있던가? 싶을 정도로 정교한 그림과 무늬들이 새겨진 이 나무들은 하나같이 멋들어진 작품들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보는 것이 아니란다. 떡에 모양을 찍어내는 떡살이란다. 우리나라에 이런 것도 있구나 싶어 뒤늦게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여름 나는 [아름다운 떡살무늬]라는 책을 읽고 보며 리뷰를 쓴 적이 있는데, 그에 앞서 지금 소개하는 이 책 [소중한 우리 떡살]이 우선봐야 하는 것이란다. 지난 번 리뷰가 떡살에 색을 입혀 종이에 찍은 탁본들을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떡살 그대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20년을 전통떡살 제작에 정성을 쏟아부은 떡살 제작 기능보유자 김규석님께서 제작하신 책이다. 김규석 님은 다양한 떡살을 수집해 연구하고 자료를 취합, 분리하여 나름의 체계를 세워 홀로 하기에는 매우 버거운 작업을 17년 동안 해오면서 약 700여 점의 실물을 탁본으로 만들어 각종 무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실물과 도면을 완벽하게 정리하셨다. 그분의 작업을 높이 사는 부분은 전통기능 전승자로서의 책임을다한 것은 물론, 떡살의 원형은 그대로 살리면서 우리 전통공예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대감각에 맞게 무늬들을 재구성하여 전통공계의 계승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이다. 하나하나 작품이라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워서 과연 떡에 무늬를 박기 위해 만든 것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우리 민족은 조상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무늬에 새로운 무늬를 덧붙여가면서 사용했기에 떡살과 다식판은 민족 고유의 정서와 당시의 사회현상을 잘 드러내는 생활도구이다. 예를 들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떡살 중에는 뒷면에 주소, 택호나 만든 사람의 수결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잔칫날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떡을 만들거나 남의 집 떡살을 빌려 사용할 때 바뀌거나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겨둔 것이라 한다. 서민들이 만들어 쓰던 떡살이나 다식판은 애초부터 공예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토막을 주워 적당히 손질한 것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사용하기 쉽게 만든 떡살은 민속예술품의 모체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세월에 따라 부드럽게 닳고 기름이 벤 떡살들은 누구에게나 친숙하여 우리의 민속공예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떡살은 떡에 찍을 무늬를 새긴 판과 손잡이로구성되어 있는 단순한 도구이지만 사양하고 창의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무늬의 상징성과 예술성으로 인해 전통문화로서의 가치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김규석님의 손을 빌어 태어난 떡살과 다식판을 살펴보면 단순하게 떡에 살을 박는 작업을 해야 하는 사용자의 노고를 충분히 고려하여 손에 잡기 쉽도록 손잡이부분을 둥그렇게 다듬고, 각진 부분이 거의 없도록 조각해 두었다. 그리고 무게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떡에 살이 모두 박힐 수 있게 하기 위해 힘을 집중할 수 있도록 고려한 점을 엿볼 수 있다. 작고 예쁜 모양들도 많아 현대인들의 필수품에 장식용 소품으로 활용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우리가 밥을 지어 먹으면서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될 만큼 떡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예전에는 사시사철 세시음식에 빠지지 않았고, 절식과 시식때에도 함께 했던 떡은 말 그대로 '무슨 때만 되면 등장하던 단골음식'이었다. 그랬기에 떡살과 다식판의 소용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특히 떡 중에서도 절편을 으뜸으로 치는데, 그 이유는 절편의 무늬 때문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우리 조상들은 떡에 정성을 들였고, 벽가기복의 뜻을 담은 무늬들도 새겼다. 돌이나 회갑상에는 장수해로를 바라는 무늬를 사용했고, 수복, 강녕, 부귀,다남 등의 길상무늬는 무운장구를 빌거나 부모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할 때 많이 쓰였다. 혼례나 과거급제 행사에는 사군자나 송학등 기품있는 문양을 썼으며, 상례나 제례 때는 돌아가신 부모님이 저승에서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토와 윤회의 의미가 있는 무늬를 선별하여 썼다. 그래서 절편을 먹음은 곧 떡을 만든 이의 정성과 마음을 먹는 것이었으니 이보다 더한 선물이 어디 있었겠나 싶다.
 
  이 책에서는 특별히 다식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그것의 이름과 만드는 법 그리고 그 소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가장 주목이 되었던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저자가 직접 떡살 제작과정을 보여준 부분이다. 어느 목공예보다도 섬세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순서대로 보여주고 그 과정을 음미할 수 있도록 했는데,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 지 직장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떡살이 우리에게 주는 큰 의미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든 작품'이 아니라, 염원과 희망을 담아 그림으로 대신해 새기고, 그것을 떡이라는 음식에 박아 염원의 대상에게 먹게 한 '우리선조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느끼게 하는 도구라는데 있다. 그것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전통문화이며 민속공예품이 아니겠는가? 이토록 훌륭한 떡살이 한 권의 책에 숨겨져 있다는 것은 어쩌면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것을 되살리고, 아끼기 위한 노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요즘, 우리 떡을 사랑하는 마음도 가져야 할 것이다. 생크림 케익대신 우리의 떡을 케익처럼 현대화해서 사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정성과 마음이 담기 우리의 절편도 아끼는 마음이 필요하다. 특히 디자인이나 실내장식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의 떡살공예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왕릉속에 숨겨진 삼족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 우리 고유의 문양이라며 소중히 여겨지는 것처럼 우리의 떡살무늬 또한 현대인의 사랑을 듬뿍 받을 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인 김규석님은 전남 담양군 대전면 다치리 1071번지 목산공예관(061-382-0057)에서 오늘도 작업중이시다. 테마가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이곳을 방문하여 우리의 떡살을 직접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미술과 문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멋지고 훌륭한 최고의 미술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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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arketing 아이 마케팅 - 사랑도 성공도 다 가져라!
추성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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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유익함을 모두 갖춘 경쟁력있는 자기계발서!
 
 
  비즈니스맨은 바쁘다. 특히 대한민국 비즈니스맨은 더욱 바쁘다. 주차장처럼 꽉 막힌 도로, 시루떡같은 대중교통수단, 지옥철로 아침 출근길부터 전쟁에 시달린다. 지속되는 불황에 M&A와 구조조정 유언비어는 매일 그 수위를 더하고, 약아진 소비자들 덕에 매일매일 머리를 쥐어짜낸다. 일하랴, 선후배 눈치보랴 가재미 눈이 될 무렵이면 퇴근시간이고, 집에 돌아오면 온 몸은 젖은 수건처럼 무겁기만 해서 눈을 뜨기 조차 힘들다. 스트레스 푼다고 술 한 잔 걸칠라치면 쌓였던 응어리 크기만큼 마셔야 하고, 오늘만은 일찍 귀가해 이른 잠을 청하려 했지만 심야택시타고 들어가기 일쑤다.
 
  나도 안다. 직장내에서 주목받는 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퇴근 후 황금같은 몇 시간은 내게 너무나 할 것이 많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데이트도 해야하고, 늦은 밤 동대문가서 쇼핑도 도와야 하고, 트렌드에 뒤지지 않으려면 '강마에의 지휘봉'도 쳐다봐야 한다. 요즘은 재미있는 영화는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지금껏 꾸준히 온라인인맥들 지키려면 방명록에 안부전하고, 글도 올려 싸이질도 해줘야 한다. 술 마시지 않은 날은 오히려 더 바쁜 것 같다.이것저것 하다보면 12시를 훌쩍 넘어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야 한다. 내겐 정말 너무나 시간이 없다.
 
  책? 주제가 무엇이든 그것을 읽어두면 좋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나 또한 읽고 싶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고, 세계 초일류기업들의 마케팅전략도 배우고 싶고, 주식투자 절대 손해보지 않는 법도 알고 싶고, 3,000 만원 들여 경매로 집도 사고 싶다. 하지만 큰 맘 먹고 온라인서점을 들어가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가 최고라고 '저요! 저요!' 손을 드는 한무더기의 책을 보면 지레 겁을 먹게 된다. 신경을 쓰지 않을 때는 몰랐는데 읽어야 할 책들은 뭐가 그리 많은지 평생을 읽어도 다 못읽을 만큼 되니 무엇을 골라야 할 지 모르겠다. 너무 두껍고 어려우면 한달이 걸려도 한 권을 못 읽겠고, '내 치즈 누가 옮겼어?' 같이 얇은 동화책은 너무 얇아 장난같다. 책 속에 있는 용어들은 왜 그리 어려운지, 초보들을 위한이라고 제목에 달아놓고는 용어 공부만도 일주일이 걸릴 만큼 늘어놓아 시작부터 기를 죽인다. 직장생활 전반에 대해 콕콕 집어서 나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책, 뭐 그런 책 없나?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면서도 배우고 남는 것이 있어서 한 권을 읽었다는 만족감도 주고, 내일이라도 당장 출근하자마자 써 먹을 수 있는 신묘神妙 한 책, 난 지금 그런 것이 읽고 싶다.
 
  위의 글은 우리나라 비즈니스맨의 현실이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명 가운데 36명이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잡지나 만화책까지 포함시킨 결과여서 더욱 심각하다. 직장인 연간 독서량 0.98권. 성공과 출세는 염원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독서를 하지 않는 이러한 아이러니는 수십 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왜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위와 같은 변명으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 이번 가을엔, 아니 올 해 안에 꼭 한 권은 읽어보리라 마음먹은 직장인이 있다면 한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I Marketing - 성공도 사랑도 다 가져라!]이다.
 
 

 
 
  이 책은 유수의 기업의 제조, 유통, 마케팅 분야에서 12년간 마케팅 경험이 있고, [한국형 마케팅], [대한민국 일등상품 마케팅전략], [히트상품을 만드는 마케팅 엔진], [100권 읽기보다 한 권을 써라]등의 책을 펴내 호응을 얻고 있는 저자 추성엽의 신간이다. 기존에 그가 펴낸 책이 전략적 마케팅 경제서였다면, 이 책은 직장생활에 관한 전략을 다룬 소설이다. 마케팅부 대리 '한리더'의 직장생활을 통해 일과 사랑을 동시에 얻어내는 일종의 '기업형 성장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소설이라 쉽게 읽힌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과 에피소드들을 담아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전체적인 주제는 책 제목과 같이 아이 마케팅I Marketing 즉, '내가 곧 최고의 상품이다'인데, 자신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 최고의 가치로 어필하라고 주문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주인공 마케팅부 대리 한리더는 자신의 부서에서 '촉망받는 인재'라고 주목받는 인물이다. 어느 날 신입사원 이고은을 알게 되고 그녀에게 반하게 된다. 하지만 업무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는 한대리지만 연애만큼은 자신감이 부족해 고민하던 중 연애선수로 알려진 동료 전문가(이름)의 도움으로 다른 남자들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그녀를 공략하기를 배운다. 동료들과 본부장에게서도 신임을 받지만, 얼끄러운 상사 악부장과는 늘 대립하게 되고, 그러던 중 격분하여 악부장에게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가 짝사랑하던 이고은은 그일의 희생양이 되고, 한대리는 좌천의 위기에 봉착하는데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는 한리더의 직장생활은 우리가 겪게 되는 현실과 너무나 많이 닮아서 소름끼치고, 자꾸만 나의 하루와 겹쳐서 조명하게 된다. 저자도 실제 인물과 사건들을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서인지 현실감은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저자는 한 편의 소설을 통해 직장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마케팅 필수요소들, 즉 열정, 기회, 타깃, 포지셔닝, 전략, 경쟁력, 차별화, 제휴, 커뮤니케이션, 정치력, 자기확신,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PR, 이벤트, 지회자, 경험, 가치 등을 이야기 속에 숨겨 두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용어들이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 것인가를 단순히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생활과 동료와의 사건사고 속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느 경제관련 소설처럼 전지전능한 '멘토'라는 부자나 경영자가 교육하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너무나도 잘난 인물이라서 처음부터 시작까지 승승장구하지도 않는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기에 뭔가 알 듯 하고 부서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대리가 잠시 우쭐대다가 조직이라는 힘에 눌려 크게 혼이 나고 많은 것을 배워 결국엔 '인물감'이 된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동료의 이야기라 더욱 현실로 와 닿는다. 
 
  연애가 더해진 소설이라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히고, 읽다 보면 자연히 자신과 비교해 배우게 되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자기계발서다. 시간없는 비즈니스맨에게 잘 읽히고, 재미도 있고, 충분히 내용도 알차다면 그것이 좋은 책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책은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좋은 책이다. 직장에서 대리로 있다면 이 책을 읽어 한리더와 대화를 하고, 신입이라면 대리의 세계를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 과장이상의 상사라면 후배를 앉혀두고 "조직이란게 말이야~"하며 썰을 풀기 보다는 이 책 한 권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특히 애인없는 직장인에게는 필독서다. 재미와 유익을 모두 갖춘 경쟁력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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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4 로마사 트릴로지 1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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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마음을 알았던 지도자, 키케로를 재조명한 최고의 팩션!
 
  한동안 남성운전자들의 사랑을 듬뿍 담았던 라디오 드라마 [제O 공화국] 시리즈가 그토록 많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 시대에 있었던 지난 역사에 대해 철저한 고증과 증언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있었다. 특히 드라마속 주인공 중에는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인물들도 조명이 되어 진위논란도 있었고, 인기를 몰아 TV 드라마로 제작이 되었을 때는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다가 두루뭉수리 이야기를 줄여 일찍 종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숨겨진 역사적인 사건의 진실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어떨가?' 하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의 의문은 사실들이 밝혀지지 않는 한 '판타지'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엄연한 차별을 보이는 것은 우리 선조의 역사이기에 한 시점에서 변곡점이 있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상상뿐인 환타지'와는 다르다. 반면 현재 우리가 기정사실로 여기는 역사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두는 시도들도 만나게 되는데, 시대마다 요구하는 역사관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 소설 [폼페이]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알려진 로버트 해리스가 새로운 시각으로 로마사를 들여다 보는 작품이 있다. 지금껏 유럽사에 대해서만 책을 써 온 그가 오래되고 방대한 역사를 지닌 로마사로 시선을 거슬렀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 크라수스처럼 익숙한 인물이 아닌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지도자 키케로에 시선을 고정시켰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카이사르와 함께 항상 반대되는 개념으로 소개되었던 그래서 늘 그에 가려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 키케로의 일생을 그의 노예비서이면서 속기기술을 지녔던 티로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소설이 나왔다.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IMPERIUM] 이 그것이다.
 
 



  이 소설은 키케로의 생을 조명한 3부작 가운데 그 첫번째로 그를 정치에 입문하게 한  ‘베레스의 재판’을 승리로 이끌어낸 키케로의 활약과 재판의 승리로 위상을 확립한 키케로가 당시 로마 최고의 귀족들과 군인들 사이에서 입지를 굳히며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로마 최연소 집정관으로 당선되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팩션을 즐기는 최고의 맛은 과거의 사실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읽혀지는 유려한 필체에 있다. 그 맛은 로버트 해리스의 손끝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귀족이 아닌 로마의 제2인자 변호사이자 원로원 의원 키케로가 지방유지 스테니우스를 만나게 되고, 그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로마사 최고의 법정싸움인 '베레스의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호르텐시우스의 비호을 받고 있는 아들 베레스와의 싸움은 바로 귀족정치와의 전면전과 다름없었고, 그 재판에서의 승리로 그는 시민들의 인기와 사랑을 받게 된다. 그의 최종목표인 집정관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견제와 암투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연소 집정관에 오르게 된다.
 
 

 
 
  신제국주의로도 평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현실 속에서 제국주의의 산물인 카이사르를 조명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공화정 민주주의를 꿈꾼 키케로에 시선을 던진 로버트 해리스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권력과 부의 핵심인 귀족세력에 맞서 홀홀단신으로 논리에 맞는 유창한 변론과 국민의 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언변으로 아낌없는 지지를 얻으며 그들과 대립하는 키케로는 오늘날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에 대해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도자상을 제시한다. 또한 일개 변호사인 그가 로마 정치인들의 궁극의 목표인 임페리움을 손에 넣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를 묘사하고 있어 대리만족의 기쁨도 선사하고 있다.
 
 

 
 
  집정관에 오름으로써 막을 내리는 [임페리움]은 앞으로 있을 카이사르와의 동맹과 결별에 이르는 흥미로운 사건들에 있어 그가 정치에 참여하게 된 과정과 그가 생각하는 정치관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베레스의 재판과정'에서의 키케로는 카이사르의 칼 만큼이나 날카로운 촌철살인의 입을 가졌음을 암시하는 주요사건으로 묘사된다. 카이사르에게 패한 '패배자'로 기록되고 있는 그가 정말 패배자였는지, 아니면 부드러운 내면과 올바른 정치관을 지녔던 진정한 승리자 였는지는 앞으로 펼쳐질 2, 3부에서 알게 될 것 같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HBO의 미국 드라마 ROME과 함께 비교하며 읽는다면 더욱 흥미를 더할 것 같다.
 
Consul sine armis(군사력을 갖지 않은 집정관),
Dux et imperator togae(토가 차림의 최고 사령관),
Cedant arma togae(文이 武를 제압하다)
 
키케로가 출세의 정점에 있을 때는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기를 즐겼다 한다. 로버트 해리스가 펼칠 키케로의 그 다음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진다. 로마를 이야기한 최고의 팩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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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더링
앤 엔라이트 지음, 민승남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혼란한 그녀의 심리를 차마 공감하기 어려웠던 소설


 
"우리는 죽은 이들을 비방하지 못하며, 오로지 위로할 수 있을 뿐이다."
 
  죽은 자 앞에서의 통곡은 먼저 떠나간 이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다 하겠지만, 어쩌면 '나를 두고 먼저 가면 어떻게 하라고~' 하는 남겨진 나에 대한 안타까움 인지도 모른다. 떠나간 이를 추억함에 있어서도 내가 담고 싶은 기억만을 생각한다. 그것을 알기 전에는 아무도 반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은 이를 비방할 것인가, 위로할 것인가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 인간은 원래 지극히 이기적이니까...
 
 



 
  이 소설의 시작은 마흔 살의 오빠 리엄의 바다에서의 자살로 비롯된다. 11개월 늦게 태어난 여동생 베로니카는 그의 자살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그로 얽혀지는 복잡한 가족사를 되짚어 이야기하는 화자로 등장한다. 복잡다난하고 시공을 뛰어넘는 그녀의 생각들은 그녀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독자는 함께 혼란해질 뿐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은 자신의 현실에 그대로 반영되고 도피와 그리움의 교차하고 있다. 망자亡者를 추억함에 있어 영화로도 소개된 바 있는 [메디슨카운티의 다리]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정도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어머니의 죽음 후에 알게 된 불륜을 사랑으로 인정하고 이해할 것인지, 망자인 것을 수원수구하랴 용서할 것인지가 자식의 몫이었던 것처럼 소년기에 일어난 오빠의 불행을 그녀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이 이야기를 대하는 독자의 몫이 되겠다. 책을 읽으면서 더해지는 우울함도 독자의 몫이다.
 
  가족의 발생은 부모의 사랑에서 비롯된다지만 어디 그렇기만 할까? 나는 어떤 결실로 맺어졌는가를 고민함은 어쩌면 성역불가침의 영역인것을 베로니카는 감히 넘나들고 있어 독자인 나를 불편하게 한다. 조부모를 이름으로 대신하여 그들의 섹스를 언급하고, 있을지 모를 그들의 또 다른 불륜을 상상함은 불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기억하지 못할 뿐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으랴 라고 본다면 그녀의 불쾌한 추적은 가족애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어 안타깝기까지 했다. 오빠의 자살에 얽힌 가족사를 기억하는 여성의 심리란 차마 만나기조차 꺼려질 만큼 복잡하기만 했다. 순조로운 이야기의 진행를 예측했던 나를 꽤 혼란스럽게 만든 책이다. 그녀를 이해하기는 나에게는 벅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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