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외롭지만, 꿈을 놓지 않는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
 
  길 위의 작가, 장똘뱅이 김주영님이 어느 날 가던 길을 멈춰섰나 봅니다. 크디 큰 백양나무 그늘 아래서 밀짚모자 벗어 부채 삼아 펄렁거리며 흐른 땀을 닦으며 쉬고 있다가 손 뻗으면 닿을 듯한 높이에 있는 옹이에 곁가지가 자란 듯 한데, 칼로 벤 듯 잘려나간 자리가 눈에 보인 듯 합니다. '저걸 누가 꺾었지? 어디로 간 거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인정없는 그 범인을 찾아 주위를 둘러본 듯 합니다. 서레질하는 농부와 새끼밴 암소 한 마리를 봤을까요? 아니면 댕강 짧은 머리 수줍음 많은 계집아이를 봤을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상황만으로 짧은 동화가 태어난 듯 합니다. 다름아닌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숱하게 길을 걸으며 말과 글을 주워담고 생각을 키워 명작 [객주]를 만들어낸 김주영의 손에서 말입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에 숨은 '강산'의 그림은 읽는 맛과 느낌을 더합니다. 어제 읽은 그림소설, [똥친 막대기]입니다.
 
 


 





 
  주인공인 200 년 넘은 백양나무의 곁가지로 자라고 있던 '나뭇가지'는 어느 날 소치는 농부의 손에 의 해 잘려나가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어미의 보살핌에 자라던 그것은 그후 암소의 엉덩이와 재희의 종아리를 때리는 회초리로, 냄새를 맡을 줄 아는 것이라면 줄행랑을 쳐버리는 똥친 막대기로, 그리고 낚싯대로 변신을 거듭합니다. 고통과 슬픔은 항상 있었지만, 늘 호기심과 꿈을 지닌 '막대기'는 거듭된 변신에도 계집아이 재희에 대한 연정과 제 어미나무와 같은 거목이 되는 하늘 오름의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막대기는 흡사 부모의 살핌을 떠난 우리를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세파에 시달리지만, 꿋꿋한 엄마와 아빠가 되고 싶은 꿈을 지닌 우리를 말입니다.
 
  "나는 침착하게 내 운명의 속살 안으로 가만히 손을 내민 행운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사방 어디를 살펴보아도 내가 뿌리를 내리고 다시 새잎을 피우려는 작업을 훼방놓을 천적은 없었습니다. 그 대신 나는 필경 외로울테지요. 그러나 외로움을 사르며 자라나는 나무는 튼튼합니다. 외로움을 갉아먹고 자라난 나무의 뿌리는 더욱 땅속 깊이 뻗어 나갑니다. (...) 그녀가 암소를 몰려고 봇도랑으로 나왔던 그날, 그녀가 만약 나를 기억해서 또다시 집어 들었다면 그것으로 닥친 불운이 나를 어떤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나를 모른 척 지나쳐 준 것이 내가 살아갈 땅을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입니다."
 
  외로움을 이기려 기대려 한다면 내가 꾸는 꿈은 꿀 수 없습니다. 나만의 꿈을 꾸고 있기에, 그것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기에 외로울지도 모릅니다. 어미나무에서 떨어진 '막대기'가 싸릿문에 새끼에 얽혀 말라죽어가는 한 무리의 '작대기'가  되지 않고, 제 몸에서 뿌리내린 '작은 나무'가 되기 위해서라면 외로움은 필경 슬픈 경험은 아닐 겁니다.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것과 같다"는 어떤 분의 말이 생각납니다. 나라는 막대기가 '작대기'가 되어가는지, '어린나무'로 사는지를 살펴보게 합니다. 그리고 '독야청청'의 외로움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마친 길 위의 작가 김주영님이 다음에 멈출 곳은 어디인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사람을 닮은 어느 '막대기'의 이야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비즈니스맨의 경제학 공부, 가장 먼저 이 책으로 시작해라!
 
  이 책을 달랑 표지만 보고 집어들게 된 이유'저자' 때문이었다. 저자 유병률의 전작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읽고, 그가 펼쳐내는 글맛에 쏙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컬처비즈, 즉 문화경제 시대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이 시대의 주체는 누구이며 과거와 어떻게 다른 지를 이야기한 책으로 컬처비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것을 만끽하기 위해 무엇을 갖추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책이다. 이미 새로운 패러다임에 속해 있었으면서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규명해주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컬처비즈'는 내게 새로운 지식체계를 보여준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문화'라는 단어 자체를 단순하게 정의하기도 힘든 부분인데, 뉴욕의 이모저모를 골라내어 세상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나에게 새롭게 규명해 주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언급한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새삼 깨닫는 바가 많았다. 오히려 '문화'이기에 설명하기 힘든 주제일 수 있었는데, 생생한 사례와 자세한 해설로 독자로 하여금 쉽고 빠르게 그것을 흡수할 수 있게 한 저자의 능력에 반했었다. 그럴 정도였으니 그의 전작前作 을 읽지 않고 다른 책을 헤맬수는 없잖은가?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강의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수많은 청중을 앉혀두고 강의하는 시간 내내 그들의 시선을 하나하나 모두 모아 집중시킬 수 있도록 되도록 어려운 용어는 피하여 술술 읽혀 지상강연을 지면으로 옮겨놓은 듯 했다. 그의 높임말 구성은 경제학 관련서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데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도 경험했던 것처럼 편안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내가 읽은 그의 두번 째 책, [서른살 경제학]이다.
 
 


 
 "직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할 공부는 경제학이다. 사람, 물자, 금전 그리고 자원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를 모르면 생활하기가 어렵다. 특히 직장인이 경제를 등한시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를 알면 전체와 부분의 관계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예리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다. 직장인 입장에서 본다면 전제는 사회를 가리키고 부분은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인 자신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두 관계를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어제 소개한 책,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의 저자 니시야마 아키히코는 30대에 배워야 하는 경제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무척이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인데, 지금껏 이론으로 배운 경제학과 실제로 비즈니스 사회를 경험하면서 체감하게 되는 경제학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의 정도를 떠나서 '실전 경제학'이라는데 크게 구별된다. 특히 전공이든 교양이든 간에 '경제학'을 접해 본 경험의 유무의 차이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것은 특히 '거시경제'에 있어서 더욱 두드러진데, 말 그대로 '죽인다는 소린지, 살린다는 소린지' 전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공부하자니 어렵고, 무시하자니 나만 모르는 것 같은 '계륵'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돈 버는 데 특효라는 책을 보고 과연 재테크에 성공하셨습니까? 직장생활에 효험이 있다는 처세술 책을 보고 회사생활이 달라졌나요? 이런 책들이 일회용 전술을 모아 놓은 책이라면, 경제학은 인생과 비즈니스의 종한 전략을 만들어주는 바이블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먹으면 먹을수록 그 영양분이 몸속에 남아 체질을 바꿔줍니다. (...) 경제학은 지식이 아닙니다. 사고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하루 경제가 다음 날 내가 투자한 주식과 펀드에 영향을 미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신문이나 뉴스의 내용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경제학'은 필요하다. 저자의 말대로 경제학은 '나의 오늘을 사고하는 방식을 제시해 주는 학문'인 것이다. 막상 경제학을 공부하려고 보면 베개로 쓸 만큼 두꺼운 대학교재용 혹은 외국인 저자가 쓴 일상생활 속에 찾을 수 있는 재미난 경제학 요소들을 적어놓은 책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둘 모두 내가 필요한 경제학을 이해하기는 어렵거나, 부족하다. 이 책은 기자이기도 한 저자가 10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제 현상들을 목격하면서 겪은 내용들을 경제학에 도입해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구성해서 우리나라 경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전략에 강하다 에서는 경제학의 기본 개념을 이용해 비즈니스 전략을 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트렌드 읽기와 전략 수립의 핵심코드인 탄력성을 설명하고 기업간 경쟁에서 꼭 필요한 게임이론의 전략을 설명했다.
  2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경영을 안다 에서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 재벌의 탄생과 생존의 비밀을 소개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모럴 헤저드, 출자사슬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재벌들의 특징과 대표주자격인 삼성, LG, SK 의 지배구조를 조망했다.
  3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돈의 길을 본다 에서는 금리와 환율을 중심으로 금융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고, 고령화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제테크 원칙에 대해 이야기 한다.
  4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불황을 예측한다 에서는 비즈니스맨이 경기를 읽는 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도구인 '길거리 지표'로 경기 읽는 법과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 활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즉 거시경제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 주위의 현실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5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고령화 시대가 두렵지 않다 에서는 예측 가능한 미래의 문제점으로 다가온 우리나라의 '고령화'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비 트렌드, 생활, 재테크의 지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 놓을 고령화시대에 대비에 짜야할 생존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이야기 한다. 
  6장 30대가 알아야 할 두 나라, 겁 없는 중국과 잘난 미국에서는 해외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나라가 가장 관심을 두고 봐야 하는 두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가 설명한 부분이다. 세계 경제대국 1,2 위를 다툴 두 나라의 미래를 전망하고 그에 대해 우리가 대비해야 할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거시경제학 부분을 다룬 4장을 제외하곤 평이하고 무난하게 구성되어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꽤 노력했다는 느낌을 준다. 지금껏 경제학 관련서를 수십 권 읽어봤지만, 우리실정에 맞게 재미있을 것 하나 없는 경제이야기를 이렇게 편하게 읽도록, 그래서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다. 경제관련서를 읽는 즐거움 중 하나는 책을 읽기 전에는 보지 못한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나의 경제적 수준을 결정짓는 '투자'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그 즐거움은 더하다. 책을 읽지 못했다면 오늘도 몰랐을테고, 내일도 몰랐을 법한 내용들을 몇 시간 동안 읽은 책 덕분에 오늘을 알고, 미약하지만 내일을 예측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투자'에 있어서 큰 차이를 낳기 때문이다. '탄력성', '대기업의 지배구조', '금리와 환율', '고령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보다 나은 비즈니스 생활을 원한다면, 신문을 좀 더 재미있고 알차게 읽고 싶은 비즈니스맨이라면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비즈니스맨이라면 두고 두고 읽어야 할 좋은 경제학 관련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 당당한 미래를 위한 공부법 55
니시야마 아키히코 지음, 김윤희 옮김 / 예문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공부의 필요성은 전하지만, 미치게는 하지 않는 책.
 
 
 30대가 되면 누구나 "공부하고 싶다." 고 느끼게 된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차려진 밥상'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초중고교' 시절엔 '뭘 공부해야 할 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 지를 몰라서' 공부하지 못했다. 혹자는 대학大學 에 들어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그 시절의 '공부'에 염증을 느껴 일부러 거부한 이도 있었고,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기술'을 선택한 이도 있었지만, 비록 그것이 제한된 목표를 위한 주입식 교육일 지언정 '조금 더 배웠더라면'하고 후회를 하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적게는 2년, 많게는 대학원까지 거의 7년 여를 더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크다. 대학시절 교양철학시간에 교수님께서 "대학은 졸업할 때까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곳이다."고 말씀하셨는데,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곧 '공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를 경험하면서 느끼는 '자신의 부족함'은 학창시절 남과 비교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그것은 우선 스스로 '부족함을 깨닫는 데' 있고, 둘째는 부족함을 느끼는 만큼 삶이 수고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옛날에 공부할 때 좀 더 해 둘껄'하고 말하게 되는데, 이 말은 '현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직장생활하랴, 사회생활하랴, 집에 들어와 편하게 쉴 시간도 없는데 '공부'를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그렇지만 하지 않으면 '나의 부족한 무엇'때문에 그것의 부족을 감지할 때마다 평생동안 수고로워야 한다면 그 또한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10대도 20대도 아닌 30대의 어른들이 '공부, 공부'하는 것은 '공부의 참의미'를 알게 된 때이기 때문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듯 한데 막상 하려고 하니 이젠 시간과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답답한 점'은 직장생활이나 사회에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라이프싸이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열심히 '공부'를 한다는 점인데,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 길이 없다. 나 또한 '부족함'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여기저기를 기웃대며 주워들으려 지금도 애를 쓰고 있는 것이고, 오늘 소개하는 책도 읽게 되었다. 제목에 끌린 책, 니시야마 아키히코의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이다.
 
  '나를 위한 공부, 다시 시작하라'는 부제의 이 책은 30대에 경험하게 되는 '공부의 필요성'과 '공부욕'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한 책이다. 전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고 이해도 쉬웠지만 대학원, MBA, 유학 등 학문적으로 혹은 자격증등의 시험을 위한 공부로 접근하는 등 내가 알고 싶은 그것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다. 특히 저자가 일본인이어서 퇴근후 시간을 마음껏 낼 수 있는 그들의 직장환경은 우리와 차이가 있어 그것을 오롯이 소화하기는 벅찬 기분마저 들었다. 하지만 몇 몇 개에 대해서는 무척 공감하고 새롭게 느끼는 부분도 적잖았다.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바로 '직장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할 공부는 경제학이다'는 부분이었다. "사람, 물자, 금전 그리고 자원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경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를 모르면 생활하기가 어렵다. 특히 직장인이 경제를 등한시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제를 알면 전체와 부분의 관계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모든 현상을 예리하게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다. 직장인 입장에서 본다면 전제는 사회를 가리키고 부분은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인 자신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두 관계를 명확하게 결론 짓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p 55)
 직장인에게 있어 '경제학 공부의 필요성'을 잘 지적해 준 부분이다. 경제학이 전공자의 전유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경제학 개념이 갖추어져야 우리나라 경제체제를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학을 알아야 앞으로의 경제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어 개인투자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급변하는 경제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는 경제전문가나 학자들이 곤혹을 치루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경제학이 불필요한 학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신문 언론 그리고 학자들의 경제에 대한 기사나 논평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시선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도 경제학 원론 정도의 개념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 '경제학'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일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경제학' 서적류가 많이 발간되어 있는데, 먼저 이것들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지금 읽고 있는 유병률의 [서른살 경제학]이 그런 류인데, 대한민국 경제를 잘 설명하고 있어 다 읽지는 못했지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서 관심을 두고 읽은 부분은 제 5장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부법]이다. 신문으로 오늘 하루의 흐름을 파악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읽는 책이 다르다. 책에는 손때를 묻혀가며 읽는다. 비즈니스 소설을 통해 대리경험을 한다. 메모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쓴다. 학술논문에 도전해본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자주 만든다. 발표준비과정을 즐기며 배움도 얻는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저자만의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참고가 많이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어제 읽은 [20대, 공부에 미쳐라]가 훨씬 낫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 시간 반 정도 만에 읽어버릴 만큼 깊은 내용도 느낌도 없다. 전체적으로 '이런 이런 공부도 해야겠구나'하는 느낌 정도만 전달되었다. 굳이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대, 공부에 미쳐라 - 부와 성공에 직결되는 공부법 50
나카지마 다카시 지음, 김활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를 키우는 공부가 필요한 20대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난 공부를 못했다. 못해도 너무 못해 매를 꽤나 많이 맞았다(그때만 해도 학교나 집에서의 체벌은 국가권장사항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흔했고, 심했다). 더듬어 보면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얌전히 수업을 듣는 척 하고, 숙제를 빼먹지 않고 했던 것은 맞는 게 아파서였다. 그리고 반아이들 보기가 창피했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바뀌었는데, 신입생 때 꽤나 큰 싸움으로 '무기정학'을 먹으면서부터였다. 남들은 버젓이 큰 가방을 둘러매고 학교를 가는데 '나'는 남들처럼 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죽을 만큼 싫었다. '내가 뭐가 부족해서...'라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너 퇴학당하면 나같이 된다'는 가내 수공업 공장에서 일하는 셋방사는 형의 한마디는 '극약처방'이 되었다. '공장에서 일하지 않기 위해서' 라는 공부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후론 꽤 열심히 공부했다. 아니 학교생활에 충실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공장'대신 '대학'을 가기 위해서 선생님이 하시는 수업을 듣고 외웠고, 시험을 대비해 또 외웠다. 6년 간 죽어라(내겐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었으니까) 외우고, 외워서 꼴찌로 대학을 들어갔다. 이젠 더 이상 아무도 '무엇을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자유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공부할 필요는 더이상 없었다. 대학졸업할 즈음이면 기업마다 추천장이 날아 올테고 그중 하나 선택해 교수님께 머리긁적이고 부탁하면 추천해주실테고 그럼 취직은 따 놓은 당상이니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이다. 놀았다, 신나게. 놀다 질리면 학교를 갈 정도였으니 말 그대로 '먹고 대학생'을 날 두고 한 소리나 다름아니었다. 또 한번 변화의 계기는 '군대'에 입대하면서였다. '국군아저씨께' 라는 제목으로 날아온 위문편지를 받으면서 난 '아저씨'가 되었고, 더 이상 청소년도, 대학생도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아저씨는 제 갈 길 알아서 가고, 할 일 알아서 하는, 용돈을 타서 쓰는 것은 수치요, 오히려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하는 어른인 것이다. 아.저.씨. 내겐 '살아가야 할 힘'이 필요해 졌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어떤 의미로 남아야 할 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제대 후 복학을 하면서 '공부工夫'를 했다. 대학생할인혜택으로 원래의 반가격으로 '경제신문'을 읽고, 책을 들여다 보고, 세상을 제대로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의 공부는 27 살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렇듯 창피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이유는 책 소개를 하고 싶어서다. 마치 옛날의 나를 보는 듯 '놀기 위해 태어난 듯' 마구 달리고 있는 막내동생에게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다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욕찌기나 손찌검부터 할까 봐 겁이 나서 그 대안을 찾던 중에 '책'으로 '하고픈 말'을 대신하고자 뒤지다가 만난 책이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지 못한다'고 건네기도 전에 먼저 읽고 마구 줄치고 쪽표시를 해버려 선물도 하기 전에 중고가 된 책, 나카지마 다카시의 [20대, 공부에 미쳐라]를 소개하고 싶어서다. 원제목은 20代からの自分を高める勉強法; 20대부터 자기를 높이는 공부법 이다.
 
 


 
  이 책은 '뭔가 해야 할 것 같다'거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느끼는 젊은이들, 특히 '뭔가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공, 출세, 부자 등 이룬 자들에게 항상 따르는 수식어인 '공부'를 하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공부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등의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하라는 것만 해라'라고 주문하는 학교와는 달리,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자유와 무엇도 안해도 되는 자유'가 허락된 성인들에게 '공부'는 학교에서의 그것과 또 다른 의미임은 틀림없다. 그 막연한 단어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찾고,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찾는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도 의미가 크다. 그렇다면 '20대의 공부'는 무엇일까?
 
저자는 20대의 공부법을 크게 여덟 가지로 나누고 있다.
 
 ‘진짜 공부’는 20대부터 시작된다(멀리 내다보고 길게 가는 인생 공부법)
20대에는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능성이 많다'는 출발점만이 같을 뿐, 그 가능성을 어떻게 펼쳐나갈지는 개인의 노력, 즉 '공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자신의 재능을 찾는데 주력하고 그것을 키우고 드러내는데 주력해라. 그리고 항상 움직여라. 움직이면서 생각하고 판단해라.  
 20대, 자신의 주가를 더욱 끌어올려라(부가가치가 빠르게 따라오는 공부법)
목표와 야심을 가져야 더욱 공부에 효율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주위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꾸중을 듣고 잔소리를 들어야 발전할 수 있음을 명심해라. 인정은 주위사람들이 던지는 찬사다. 즉 받는 것이다. 그러니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아라. 레이먼드 챈들러는 자신의 작품에서 "강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고, 부드럽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고 했다. 강함 속의 부드러움은 인간의 그릇을 매우 크게 만든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타인에게는 부드러움을 지니도록 노력하라. 
 미래를 위한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라(‘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공부법)
'올해 1년은 이렇게 하고 싶다'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서 행동하라. 5년 후 10년 후의 내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면 그만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장래를 위한 공부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상형의 자신'이 되기 위한 씨 뿌리기다. 도대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장래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가?를 생각하라. 당신은 '회사인간'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퇴근후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미래의 당신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정보력과 기획력을 키워라(정보력과 기획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공부법)
신문이나 뉴스등을 그대로 믿지 말고 의심하면서 보고 생각하면서 읽어라. 그리고 유연하게 사고하는 훈련을 하고 싶다면 잡지를 읽어라. 모든 독서가가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독서가다. "대학에서 얻은 지식 따위는 별 것 아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 획득하고 축적해가는 지식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특히 20-30대의 공부가 이후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일본의 다독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말했다. 독서를 하라. 읽고, 생각하고, 그것을 말할 수 있는 독서라면 당신은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생각은 아이디어를 낳고 아이디어는 기획을 낳는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기록하라.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새로운 사업아이템으로, 비젼으로 기획하는 훈련을 해라.
 화술, 영어, IT 실력을 마스터하라(20대를 위한 3종 공부법)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화술', '영어실력', 'IT실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타인을 이해시키고 그들로부터 공감을 받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도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갖춘다면 세일즈, 마케팅, 기획 어느 부분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화술을 익혀라. 그리고 만인을 대상으로한 프리젠테이션 기술도 익혀라. 세계는 지구촌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배우기 위해서 '영어'는 꼭 필요하다. 시험을 위한 공부는 버리고, 대화로 나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라. 세상에 쏟아지는 첨단 IT기기를 배우고 활용하라. 그래야 세상과 만날 수 있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프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한 공부법)
어떤 경우든 '프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돈을 벌지 못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없다면 그건 진정한 '프로'라고 할 수 없다. '열정을 쏟을 무엇'인가 있다면 죽을힘을 다해 5년만 공부에 투자하라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라(제너럴리스트로 비약하기 위한 공부법)
전문기술을 갈고 닦으면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고, 미니지먼트 능력을 철저히 쌓으면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프로 제네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도전은 20대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듣고, 보고, 실제로 해보는 것 모두가 공부인 셈이다. 경제학을 공부하라. 경제학은 살아있는 경제를 날마다 현실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있는 지금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대부터 이직과 사업을 준비하라(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공부법)
'지금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느끼면 당신에게도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올 지도 모른다. 이직은 대세이다. 또 다른 직장, 직업을 늘 생각하고 준비하라. 창업과 사업은 선택이다. 샐러리맨에서 벗어나려면 인맥부터 쌓아라.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인맥을 만들어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찾았거든 즐겨라. 그리고 항상 건강에 유의하라.
 
  내가 20대였을 때 이런 '공부를 권하는 실용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애석함이 생겼다. 아니,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더 훌륭한 책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 때는 읽어야 할 필요를 몰랐고, 그래서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는 젊은이가 있다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 권의 책에서 내가 찾는 질문에 대한 온전한 답을 구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구하려 했던 답이 없다고 해서 그 책을 원망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원하던 정답을 알려주는 중고등학교 참고서 같은 그런 책은 이 세상에는 없다. 엇비슷한 것을 만나면 그마나 다행이고,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소화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한 것으로 책은 제 할일을 했다. 운좋게 한 권의 책을 읽고 '내 마음 속에 작은 변화'라도 생긴다면 그 책은 제 값을 톡톡히 한 것이다. 책을 읽은 것만으로는 안된다. 변화해야겠다고 느꼈거든 그대로 행동하라. 느낀 바대로 행동하면, 그래서 결과를 얻어낸다면 그 때부터는 지혜로 남아 온전히 '내 것'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20대가 해야 할 공부'가 아닐까? 그리고 20대가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본다면 이 책은 20대들에게는 '공부의 맛'을 알려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 일하러 회사에 가라! - 직장 상사 누구도 해주지 않는 16가지 이야기
래리 윙겟 지음, 김유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지금껏 일하지 않고 놀았다! 당장 이 책을 읽고  진짜 일을 해라!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늘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비슷한 일을 한다. 긴장하고 눈치보고 뻐기다 보면 월급날이 오고, 다음 날이면 그 다음 월급날만을 학수고대하며 하루를 보낸다. 대학을 들어가자마자 북받쳐오르는 청춘의 열정을 억제한 채 이곳을 위해 원치 않는 도서관에 박혀 제대롭지 않은 방법으로 영어를 배우고, 시험준비를 했다. 그토록 바랐던 곳을 온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흠집일 망정 흔적을 남기고자 했건만, 나의 존재감은 없는 듯 하다. 내가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다. 재미도 없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회사생활이다.
 
  아침 저녁이면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에서 몸을 부대끼고, 원하지 않는 술을 마시는 날도 있고, 원하지 않는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나만 구박하는 상사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한 대 패주고 사표를 던져버리고 내가 사장을 해도 이보다는 더 잘 운영할 것 같은 이 '괴물'같은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지만, 나를 필요로 한 것은 이곳밖에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만 같아 마음을 접는다. 내 마음이 뭐라던 난 지금 수십만의 구직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회사'를 다니지 않는가?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좀 더 멋지고 훌륭한 회사생활을 하고 싶다. 내가 벌인 일들이 높은 실적을 올리고 싶고, 상사들에게 칭찬받고 후배들에게는 존경받는 그런 직장인이 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난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여기 이같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한 권의 책이 있다. 이미 Shut Up, Stop Whining & Get a life [닥쳐, 불평하지 마.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라는 책을 내어 비즈니스맨들에게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불평을 멈추는 것만이 진정한 자기 인생의 문을 열기 위한 첫번째 과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는 괴짜 강사이면서 저자인 래리 윙겟Larry Winget 의 새로운 책 [진짜 일하러 회사에 가라]이다. 원제목은 원제 It's Called Work for a Reason! 이다.
 


 
  이 책은 여느 책과는 다른 특별한 책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구박을 하기 때문이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너무나 해서 은근히 화가 나다 못해 속이 쓰릴 정도로 실랄하게 독자를 비판한다. 그의 전작 [닥쳐, 불평하지 마.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를 읽은 바 있어, 단단히 마음을 먹고 책을 들었지만 화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되는 이유는 화가 나는 상대가 저자가 아니라 독자인 나였다는데 있다. 직장 상사 중에 따뜻한 커피나 퇴근 후 술 한 잔을 받아주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충고나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사람들 특히 후배가 있는 앞에서 큰소리를 치며 말 그대로 '눈물 쏙빠지게' 혼을 내주는 상사가 있다. 같은 목소리로 대응하고 싶지만 너무나 맞는 말이어서 감히 대들지도 못하는 '필요악'같은 상사, 저자는 그런 목소리 그런 톤으로 독자에게 충고한다. 이 책의 부제가 '직장 상사 누구도 해주지 않는 16가지 이야기'인 것을 보면 아예 작정을 하고 들이대는 저자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시작부터 이 책은 독자들이 종전에 읽은 책들과 사뭇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고 경고한다. 독자들에게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야기하고, 사탕발림이나 그럴싸한 우화로 얼버무리지도 않고, 전문용어도 피해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듯 말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실린 해답들은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경영하는 동안 직면했던 문제들을 푸는 데 활용했던 해법이어서 독자가 당장 생활에 쓸 수 있는 아이디어이며, 삶의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 속에 있는 아이디어들은 독자의 인생을 바꾸고 부자로도 만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연 그랬을까? 대답은 물론 그렇다 이다. 칼퇴근을 생명으로 하는 오늘날의 신입사원을 비롯한 젊은 비즈니스맨들은 절대로 감히 들을 수 없는 촌철살인의 '슬기로운 직장생활법'을 저자는 쏟아내었다. 내가 신입사원이었을 때 같은 대학, 같은 회사를 다니는 하늘같은 '동문선배님'들께 퇴근 후 술자리에서 욕먹어가며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이었다. 도대체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일까?
 
  이 책은 크게 세 가지 부분, 즉 진짜로 '일하러' 회사에 가라고 충고하는 내용을 담은 '일 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조직의 구성원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나를 미치게 만드는 작자들에 대처하는 법', 마지막으로 '서비스하는 법을 배우면 인생이 달라진다' 로 나뉘어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일하러 갔다 온다'고 말을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고, 동료들과 함께 놀러간 사람일 뿐이며, 실제로 하루에 일하는 시간은 절반뿐이고, 나머지 시가은 동료와 친목을 다지고 법 먹고 불평이나 늘어놓고, 이메일을 쓰고 여거지기 웹 사이트를 돌아다니고 커피 마시고 공상하는 데 쓴다고 말한다. 필요 이상으로 자주 화장실에들락거리고, 휴식시간은 15분ㅇ니데 25분을 쉬고, 시계바늘이 1시 30분이 넘을 때까지 점심시간을 즐긴다고 말한다. 그리고 직원 100명이 실제로는 50명이 하는 만큼의 일의 능률을 올린다고 말한다. 가슴이 뜨끔해진다. 일은 어디까지나 '일'일 뿐, 놀이도 친목도모가 아니다. 내가 쓴 오늘의 '할 일 목록To Do List'은 시간낭비이고 생산성을 죽인다. 저자는 말한다.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일을 끝내는 것이 중요한가?"
 
  '할 일'이라는 서류양식은 '끝내야 할 일'로 바꾸고, 업무의 우선순위 관리에 집중을 두어 직장인은 누구나 끝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심지어는 시간을 넘겨 휴식을 하거나 식사를 하고, 바쁘다고 거짓말을 하고 게으름을 피우거나, 고객에게 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죄책감이 들지 않거나, 올바른 길이 아니라 쉬운 길을 택하고, 아프다는 핑계로 출근하지 않고 하루를 쉰다면 "당신은 도둑이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대로라면 난 수없이 많은 도둑질을 한 '상습적인 도둑'인 셈이다. 하지만 난 항변하고 싶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고. 그랬더니 저자는 다시 되물었다. "그들이 빌딩옥상에서 아래도 뛰어내린다면, 당신도 뛰어내릴텐가?" 말문이 막혀버린다.
 
  아마존닷컴에 '비결Secret'이라는 제목을 단 책은 36,000 권이 넘고, 리더십에 대한 책도 수없이 많지만, 그것들을 종합해보면 개인적인 책임을 져라, 지혜롭게 부지런히 일하라, 남을 잘 섬겨라, 남에게 상냥하게 대하라,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가져라, 늘 자기 일에 집중하라, 자기 일에서 뛰어난 사람이 돼라,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즐겨라, 단순하게 생각하라 등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진리는 몇 가지에 불과하다며 리더십은 단 한 가지 "부하들 앞에서 모범을 보여라" 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리더로서  '진짜 일'을 하기 위한 8가지 방법으로  'ATE 법칙'을 들었다.
 
1. 창조하라(CreATE)
리더는 올바른 환경을 조성하고, 올바른 분위기를 만들고, 올바른 인적구성을 먼저 해야 한다. 직원을 상-중-하로 나누고 20-60-20의 비율을 두어 상은 제가 알아서 하도록 두는 한편 하는 가차없이 잘라버려라. 그리고 나머지 60을 지켜보며 상, 하로 나뉘는 인력을 살펴라. 이 방법은 강력한 효과가 있고, 이것이야말로 비즈니스 관리의 대단원이자 핵심이다.
 2.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라(CommunicATE)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려줘야 한다.
3. 가르쳐라(EducATE)
"아낌없이 교육에 투자하라. 교육에는 과다지출이란 말이 없다."고 톰 피터스는 말했다. 당장시작해라. 교육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 때문에 낭비되는 비용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 무엇보다도 가르치는 것보다 더 효과가 큰 것은 리더가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법이다.
4. 권한을 위임하라(DelegATE)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리더가 해서는 안된다. 리더보다 훌륭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 권한위임이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것을 보여 줘라.
5. 참여하라(ParticipATE)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방법을 알 필요는 없지만, 일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6. 동면하라(HibernATE)
일선에서 한발 뒤러 물러서는 법을 터득하라. 단 몇 시간이라도 회사 일에서 손을 떼라. 그리고 믿음을 가져라. 설령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해도 돌아와 처리하면 된다. 그래야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가 충전된다.
7. 평가하라(EvaluATE)
간단하게 말하라. 칭찬이 필요하면 칭찬을 하고, 비판이 필요하면 비판을 하라. 어떤 경우든 일단 조치를 취하고 나면 그 일은 잊어버려라. 비판을 주저하지 말라.
8. 잘라 버려라(AmputATE)
누가 일을 건성건성 하는지, 누가 게으름을 피우는 지 잘 알고 있다. 그냥 내버려두면 게으름뱅이 조차 리더를 존경하지 않는다. 나쁜 직원의 버릇을 고치거나 잘리버리는 등 적절한 시정 조치를 취해라. 단 그에게 사전에 경고해서 그런 행동을 계속하면 해고당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야 한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당신이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행복하다면 그것은 보너스 일 뿐,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독자 잘못이지 회사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 직장인과 회사는 단지 일과 돈에 대한 계약을 맺은 것일 뿐, 일을 하면 고용주가 직원에게 돈을 주는 것, 계약은 그 뿐이지 생계를 책임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종신고용의 체제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린 지금, 입사하기만 하면 아직도 회사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없잖아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적 온정주의에 기대거나,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흐름 또한 개인이나 사회가 갖는 문제점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장이 직원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단지 성과 때문이다'라는 지극히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저자의 발언은 냉정하고 야박스럽기까지 하다. 반박할 수 없는 것은 이것이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라는 점이었다.
 
"상사는 오직 하나뿐이다. 고객이 바로 당신의 상사다. 고객은 자기 돈을 다른 곳에 가서 쓰는 방법으로 회장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전 직원을 간단히 해고할 수 있다.'
-샘 월튼(Sam Walton, 월마트 창시자)
 
  이 책은 '서비스하는 법을 배우면 인생이 달라진다' 라는 제목으로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서비스'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자는 서비스는 '당신 하겠다고 말한 것을 약속한 시기에 약속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의하며 그것을 '당장 지키는 것'이 가장 최고의 서비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만약 서비스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거든 거짓말 하거나, 둘러대지 말고 당장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게 하면 최악의 사태로 몰고가지 않고 오히려 소비자와 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영방식과 비즈니스에 대한 신념, 고객 서비스에서 판매, 리더십, 팀워크, 채용과 해고에 이르기까지 밝히면서 일과 회사 그리고 서비스에 대해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그것의 기본을 밝혀면서 직장인들에게 '기본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저자가 말한 것들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했던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하나 머리에 넣고 당장 실행해야 할 것들이었다.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많은 것이 보여서 놀라기도 했다. 무엇인가를 듣는다, 배운다는 것이 왜 필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저자의 거침없는 말투 말큼이나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가르침이었다. 신입사원에서 중간관리자, 조직의 리더까지 비즈니스맨이라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멋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