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의 강의 - 사마천 생각경영법
김원중.강성민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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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처세의 묘妙를 배워라!
 
 '부자'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가장 즐겨 읽는 책의 저자는 박용석씨인데, 현재 외국계 투자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현역이면서, 재테크나 부자학에 있어 학문적 접근을 하고 있으며, 30대의 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집필한다는데 주목한다. 특히 그가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됨은 물론 재테크나 부자학관련서에서 항상 처음 시작하는 시발始發적 역할을 한다는데 그를 높이 사고 있다. 그의 명저중 하나이자 베스트셀러인 [한국의 젊은부자들]에 보면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다. 저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반드시 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책 3권과 그동안 읽은 책 가운데 가장 크게 감명받은 책 3권을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다름 아닌[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었다. 이책은 초판을 찍은 지 240년이 되어가는 백과사전의 상징과도 같은데, 사전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는 점은 매우 의외였다. 두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책은 사마천의 [사기열전]이었다. 동양 고전중에 젊은 부자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책이었다. 세 번째로 꼽은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의 쇠망사]와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성경] 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던 중 나는 [사기열전]에 주목했다. "그들은 무엇때문에 중국고전인 이 책을 추천했을까?" 사기열전에 처음으로 관심은 두게 된 것은 이 내용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최고의 명저로 꼽히는 [사기열전]은 우선 저자인 사마천도 문호들에게는 최고의 본보기로 알려지는데, 일본의 최고 베스트셀러작가이자 국사國師라고까지 알려진 분이며, 대작 [료마가 간다(우리나라엔 제국의 아침)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음], [항우와 유방], [미야모토 무사시], [올빼미의 성]등을 쓴 바 있는 시바 료타로의 이름을 풀면 사마천태랑司馬遷太郞, '사마천을 따락가기가 참으로 요원하구나'이고, 얼마전 타계하신 박경리 선생 또한 "온생의 무게를 펜 하나에 지탱한 채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사마천을 칭송한다. 그 많은 고난을 이기면서 오랜 시간동안 역작을 만들어난 사마천은 문호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기열전]은 어떤 책일까? 말 그대로 사기史記는 역사의 기록이고, 열전傳은 여러 사람들의 전기라는 뜻이다. 사기열전은 사기는 원래 역대 황제의 업적을 중심으로 기록한 본기, 역사적 사건을 연대순으로 표기한 표, 문물, 천문,음악들의 문물제도를 기록한 , 제후국의 역사를 기록한 세가, 그리고 인물들의 전기 모음집인 열전으로 나뉘어진 총 130 권의 장서인데, 그중 사기열전은 70권으로 되어 있다. 아버지의 유언으로 시작하게 된 [사기]의 집필은 어느 날 위기를 맞게 되는데, 자신이 흠모하던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궁형(생식기가 잘리는 형벌)을 받거나,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치욕스러운 형벌인 궁형을 감수하고도 살아남은 이유는 바로 [사기]를 완성하기 위함에 있었다. 결국 아버지의 유언을 이어받아 기원전 104년에 착수한 지 16년 후 [사기]가 태어난 것이다. 사기 중에서 특히2,000 년이 지난 지금 사기 중에서 [사기열전]에 세인들의 깊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사기 열전의 인물들은 이 세상 사람들의 집합체와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인간의 면면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이다.
 
 


 
  관심을 놓지 않고 사기열전을 읽은 지 2년이 지나 또 다시 [2천년의 강의]를 집어든 이유는 먼저 읽은 [사기열전]의 저자 김원중씨가 펴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기열전'의 인물들은 인간의 행동의 결과물 뿐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한 동력을서의 '생각'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 유일한 역사서라고 할 만하고, 창의성이 중요시 되는 요즘의 풍토에서 보더라도, '사기'를 능가할 만한 '생각하기의 교재'는 드물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기'가 지닌 '사유와 통찰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뽑아내어 현대인을 위한 생각경영법으로 제시하고자 만든 책이다. 그것은 바로 조직을 경영하고 상대방을 설득하여 이익을 나누는 일에 있어 2천 년간 인류를 지배해 온 가장 근본적인 틀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이야기에 앞서 중국의 사유관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세상사에 밝으면 그것이 곧 학문이고, 인정에 정통하면 훌륭한 글이다,"라는 중국의 속담처럼 중국은 서양의 도덕이성이 근거로 삼는 종교와 같은 현실성 없는 인식과 가치의 경향은 배제하고 실용이성의 가치 관념으로 가치관을 정했다. 그러한 가치관이 지략형 문화를 낳았고 그 지략형 문화의 사유방식이 경험성과 민첩성, 그리고 실용성이 있다는 점으로 중국 민족의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의미에서 민족의 성격적 특징을 결정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지략 문화는 중화 민족의 실사구시적 성격과 심리 태도를 형성하게 되었는데, 공허함과 존재하지 않는 귀신을 숭상하지 않으며 극단으로 나가지 않고 두 발로 사는 기질을 갖게 했다. 치인治人을 목적으로 한 지략형 사유방식이 긍정적이지많은 않은 것은 결국 중국인들이 천성적으로 모두 정치인이 되는 결과를 낳았고, 모략가가 전통문화의 정수가 되어버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모략과 계산이 기나긴 역사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처세의 태도와 인생관이 술術이 아니라 도道, 즉 처세 철학이자 문화정신이 된 것이다.
 
  우리가 [사기열전]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사기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인간의 성격과 행동의 전형을 보여주는 축소판인 동시에 그들이 행한 처세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권장하고 금하는등의 '처세론적 방법론'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그 또한 유세를 잘못했다가 왕에게 미움을 당해 궁형에 처하지 않았던가?). 저자 또한 이 책을 쓴 이유에는 '생각경영법', 즉 관찰력, 비교력, 종합력, 직관력, 성찰력, 통찰력 등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생각을 단련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그것을 해설하는데 있어서는 '처세론적 방법론'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저자의 책에 소개된 생각경영법의 소용 역시 '왕과의 담판'을 위한 '진언강구책'이었으니, 인간관계 특히 '윗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처세를 배우는데 집중하였다. 그중에서 책 후반부에 언급되는 한비가 말하는 유세하는 사람이 조심해야 할 것중 유세가(왕에게 조언하는 자)가 위태로워지는 때을 일러주는 부분은 가장 인상깊었다.     
 
-유세가가 상대방의 비밀을 들출 뜻이 없었지만 우연히 상대방의 비밀을 말한다면 위태로워진다.
-군주에게 허물이 있을 때 유세가가 주저 없이 분명하게 바른 말을 하고 교묘한 주장을 내세워 그 잘못을 들추어내면 그 몸은 위태로워진다.
-아직 군주에게 두터운 신임과 은혜도 입지 않았는데 자신이 알고 잇는 것을 다 말해버리면 설령 그 주장이 실행하여 공을 세우더라도 군주는 그 덕을 잊을 것이며, 그 주장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군주에게 의심을 받을 것이다.
-군주가 좋은 계책을 얻어 자기 공로를 세우고자 하는데 유세가가 그 내막을 알게 되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군주가 곁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처럼 꾸미고 실제로는 다른 일을 꾸미고 있을 때 유세가가 이것을 알게 되면 역시 몸이 위태로워진다.
-군주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게 하거나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을 멈추게 하면 또한 몸이 위태로워진다. (P 315)
 
  한비는 유세자가 '입을 떼는 어려움'에 대해 밝힌 것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비는 말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어려울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내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내 말솜씨로 뜻을 분명히 밝히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며, 또 내가 감히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모두 하기 어렵지도 않다. 다만 유세는 왕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주고 있는 단 한 사람의 절대강자가 바로 왕이다. 왕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유세가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p 315)
 
  중국고전이 지금껏 소중히 전해지고 아직도 큰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왕을 움직이는 '이인자'인 유세자들이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 무엇보다도 왕에게 조언을 던져야 하는 관직에 있는 이들이 내뱉는 말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던지는 진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세하는 순간을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유세로 왕이 움직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만이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으니 생각과 생각을 거듭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유세가 아닐 수 없었다(물론 왕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던져서 살아남았던 자들도 있었지만). 다시 말해 제일 먼저는 왕이 수긍을 해서 자신의 말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했고, 그 결과가 '양의 효과'를 내야 했으니 입에 칼을 물고 던지는 조언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한 그들의 조언들과 행동들을 엮은 것들이니 세월이 지나도 늘 갑과 을,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에 있는 오늘날의 대중들에게 소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보면 '논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프로세스 면에서 가장 좋은 '방법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책 제목을 '2천년의 강의 - 사마천 생각경영법'이라고 붙인 것은 사마천의 역사에서 드러난 사유들이 지난 2천 년의 역사에서도 변치 않는 생각의 틀로 기능했고, 그 역할은 현재도 계속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경영할 수 있을 때 천하를 경영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기열전을 펴낸 저자가 그 속에서 핵심인물들을 따로 떼어 놓아 '그들처럼 생각하는 법'을 이야기한 친절한 책이다. 사마천의 생각 뿐 아니라, 사기열전의 권위자인 저자 김원종의 생각도 오롯이 들어난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이 펼쳐놓은 서술방식을 쫓다 보면 '사마천의 생각경영법' 뿐 아니라, '고전을 소화하는 법'도 제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임을 알면서도 너무나 어려워 읽기를 포기하거나, 완독을 했음에도 그것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참맛'을 느끼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참 고맙고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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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정원
이시다 이라 지음, 나가노 준코 그림, 정상민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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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의 숙적, 첫사랑'을 이야기한 얇은 어른 동화책!
 
  기억을 되돌려 내가 좋아한 처음의 여자를 더듬어본다. 네 살 때인가보다. 오 원인지 십 원인지 동전 한 개를 아저씨에게 주면 조그마한 국자에 설탕과 나무젓가락을 주셨다. 뽑기. 연탄불에 녹은 뜨거운 설탕에 소다를 약간 더하면 검붉게 녹은 설탕액이 핫쵸코의 커품색으로 연해지면서 부풀어 오른다. 넘치기 전에 아저씨에게 냉큼 되돌려주면 그것을 받아서는 '5초의 마술'을 부렸다. 5초 후엔 평평하고 뜨끈한, 게다가 모양이 박힌 설탕과자로 둔갑해서 나오는것이다. 늘 엄마에게 먹을 것을 얻어만 먹다가 독립적으로 처음해보는 요리는 '참여의 즐거움'과 '완성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했다. 먹지는 않고 계속 만들기만 해서 너덧 개를 집으로 가져온 기억도 나는 걸 보면 만드는 즐거움을 꽤나 즐겼던 것 같다. 서서히 녹아들어가는 설탕을 지켜보며 젓가락을 서서히 휘젓는 과정에 느닷없이 끼어든 나무 젓가락. 그 젓가락의 주인공 여자아이, 그 여자애를 처음보고 좋아했다. 무릎을 끌어앉고 앉아 '내 뽑기'에 나무 젓가락을 담궈서는 찍어 먹는 것이다.
 
  다른 아이였으면 먹이를 앞에 둔 강아지마냥 '그르릉'거리며 밀쳐냈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그건 고사하고 '이건 그렇게 먹는 게 아닌데...' 차마 한마디도 말을 꺼내지 못한건 너무 예쁜 아이였기 때문이다. 요술공주 세리 만큼 예쁜 그 아이는 '콕' 찍어 입에 넣고는, 나를 보고 말없이 웃었다. 설탕이 타는 것도 모르고 멍하니 그 애의 웃음을 쳐다보던 기억. 꽃보다 이쁘다고 생각했다.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도 함께.우리 옆동네로 이사온 그애를 오랫동안 혼자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어렸으면서도 미추美醜 를 구분지었고, 그 기억이 지금껏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난 상당히 '되발라까진 사내놈'인가보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에 시간을 던진 이유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80여 쪽 남짓되는 얇고 작은 양장본에 예쁜 동판그림들이 들어 있는 어른동화책, [시간의 정원]이 나를 잠시 과거로 되돌렸다.
 
 

 
 
  이 책의 저자 '이시다 이라'는 유명한 일본드라마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다. 소설이 아니라 재미있게 본 일본 드라마의 원작자가 그 라고 해서 원작은 읽지 않고(소설과 드라마의 원작을 만났을 때의 딜레마는 이미 아는 내용에 첨가되거나 빠진 것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 것 같아서 읽기도 뭐하고, 안읽기도 뭐한 닭갈비'계륵鷄肋'를 닮았다) 몇 권의 다른 책에서 만난 적이 있다. 청춘의 연애를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인공을 만들어 낸 그가 이번엔 여섯 살의 꼬마아이들을 등장시켰다. 그것도 모자라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다. 그것참, 안될 말이다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빨고 있는 외톨이 미즈키에게 유일한 친구는 아사히다. 둘은 좋은 친구사이, 미즈키에게는 단 한 명의 친구다. 갈등은 전입생 여자아이 히카리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둘다 히카리에 반해 버리고, 셋은 친구가 된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는 우정 속에 끼어든 사랑이다. 이것과 그대로 닮지는 않았지만, 엇비슷하게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친한 친구녀석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그녀를 만나는 시간만큼 녀석을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때 부끄럽게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녀석의 여자친구가 주는 것 없이 미웠고, 그녀의 결점만 보려 했고, 때로는 친구에게 투정비슷한 짓을 원인으로 다툼도 했다. "야 이 자식아, 여자가 생겼다고 친구는 안보이냐?" 
 
우정은 영원하다고 하고, 사랑도 그렇다 한다. 좋은 여자를 만나 친구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녀석과의 관계가 소홀해지기는 원치 않는다. 사랑과 우정, 의리와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교시절의 그때가 떠올랐다. 남녀 모두에게 생기는 우정사이에 끼어든 이성의 출현은 묘한 갈등을 낳는다. 당연히 영원할 줄 알았던 우정은 어쩔 수 없이 끌리게 되는 이성에게 무릎을 꿇고, 우리는 처음으로 '배신'을 경험했다. 그리고 말한다. "치사한 자식, 넌 친구도 사내도 아니다." 하지만 곧 나도 경험하게 된다.
 
  다소 극단적인 방법(아니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 그래서 자꾸만 거슬린다)으로 그 갈등을 이야기하지만(그렇지 않으면 이 평온하면서 은밀한 갈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번도 따로 두고 생각해 보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갈등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아이들에게' 들려준 동화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처음 겪은 사랑의 시련일테니까. 난 그 때 그 갈등을 어떻게 풀었던가? 그 때가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지난 해 동창회에서 밤을 세워 술잔을 기울였던 녀석이 그 주인공이란 건 기억난다. 나도 잘 넘어갔나보다. 나에게는 우정이 사랑보다 강했나보다. 녀석은 남아있지만, 그 시절의 그녀는 기억조차 없으니까. 아사히와 히카리는 영원했을까? 궁금해진다. 동판화가 나가노 준코의 그림도 한 몫을 차지했던 소설, 이시다 이라의 [시간의 정원]을 읽고 떠올린 상념이다. 원제목은  ぼくとひかりと園庭で ;나와 히카리와 정원에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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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관찰습관
송숙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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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의 시작은 '관찰력', 이 책에서 '관찰력'을 먼저 배워라 !
 
  오늘날은 '창의력Creative Thinking'의 시대라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블루 오션을 찾으라는 요구도,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라는 요구도 모두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창조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엇비슷한 기능의 제품들은 시장을 채우고도 넘치고 있지만, 영악하고 까탈스러운 소비자들이 웬만해서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들이 '깜짝 놀라' 갖고 싶어 안달이 날 만한 제품이나 컨텐츠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의 소비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것을 생산자인 기업은 알고 있다. 하지만 '창의력을 발휘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대체로 생각하고 있는 '창의력'의 소유자들이란 조금은 괴팍스럽고, 오카쿠(마니아)적인, 설명하긴 어렵지만 보통사람들과는 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긴다. 아니면 세상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천재라던가, 이미 엄청난 성공을 이룬 부자들이라던가... 결과론적으로 살펴보면 거의가 그렇다. 왜냐하면 '유니크한 창의력'이 발현되어 성공을 이뤄야 세상에 알려질테고, 우리들에게도 알려질 즈음이면 이미 월등한 성공을 이뤘을 테니까 말이다.
 
  창의력이 대단한 것이고, 이 시대에 있어서 꼭 필요한 재능인 것은 알지만 특히 주입식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것을 생각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에게 요구된다면, 당장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창의력을 가르치는 학원'에 등록하고 그것을 배우려 할테니까. 우리는 늘 그래 왔으니까. 하지만 창의력은 말 그대로 남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입식으로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창의력이란 무엇일까? 또 어떻게 해야 그것을 얻고, 발현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집어든 책이 있다. 송숙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관찰습관Observational habit]이 그것이다. 
  

 
  
  여성잡지 편집장이면서 여성포털사이트 콘텐츠디렉터이고, 출판기획자이기도 한 저자 송숙희는 이미 [워딩파워], [당신의 책을 가져라],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 [돈이 되는 글쓰기]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바 있는 저자이다. 스스로 '아이디어셀러'라 말할 만큼 창의력을 지닌 그녀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것은 시간의 문제였을 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경험하며 수집한 방대한 자료, 생생한 사례들을 토대로 그녀만의 유려한 문체로 이야기하듯 창의력를 설명하고, 창의력을 만들어내는 그 무엇을 설명하고자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그것은 무엇일까?
능력? 찰나하는 순간의 번뜩임? 노력? 행동? 생각? 
 
  저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것은 바로 '관찰'에 있다고 했다. 저자가 살펴본 천재들이나 혁신가들이 쏟아내는 아이디어의 창조는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켜보고, 파고들어 보고, 스쳐가며 보고, 들춰 보고, 뒤집어 보고, 쪼개 보며 관심을 두고 그와 관련 있는 것들을 만나면 무엇이든 또 관찰했다. 다시 말해 '창의력'을 만든 사람들만 달랐을 뿐, 아이디어가 발현되는 프로세스에 있어서 앞뒤 순서가 차이가 있을 뿐, 반드시 아이디어들 앞에는 '관찰'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각視覺은 눈을 통해 사물을 알아차리는 감각작용을 뜻한다. 하지만 관찰觀察은 보는 것 이상이다. 관찰은 시각視覺이 아니라 시각視角, 즉 사물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일련의 기본자세다. 따라서 관찰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느기는 인지행위의 총칭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관찰이란 사뭉르 꿰뚫어보고 그 본질을 파악하며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거나 만들어내는 능력인데, 꿰뚫어 보는 방법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오감과 일부 재능있는 사람들의 육감이나 통찰까지도 포함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아이디어를 펌프라고 본다면 관찰은 창의를 끄집어내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지하의 엄청난 물(잠재된 지식)과 그 물을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관찰)과 펌프의 작동원리(지혜 -지식의 체계)가 삼박자가 맞으면 물을 퍼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직관이 작동하며 직관은 중복되는 경험에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사람들의 관찰력이란 어떤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습득해야 하는가? 저자는 성공한 사람들의 관찰습관을 7가지로 놓고,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각각의 관찰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성취를 일궈냈는지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관찰습관 01]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보라, 스티브 잡스처럼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제대로 보려는 시도, 본질적인 것을 찾아내고 관찰하는 습관은 관찰기술의 핵심이다. 사물의 정수를 뽑아내려는 노력과 그것을 뒷받침해줄 호기심과 열정은 다시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할 만한 감정의 본질을 찾아내었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가수 박진영은 말했다.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보라.
 
  [관찰습관 02] 쪼개고 분석하고 섬세하게 보라, 리처드 브랜슨처럼
창의성이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거이 아니라, 못 보던 것을 발견하거나 봐오던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문제라 여겨지지 않았던 먼지를 뒤집고 있는 그것의 먼지를 털어내고 들여다보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소할수록 눈여겨보고,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패턴을 파악하며, 수치대신 의미를 파악하라. 그리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세심함과 마지막에 종합해서 얻어내는 자신만의 직감이 필요하다. 세심하게 보기 위해 눈은 가늘게 뜨지만, 현미경을 들이대듯 관찰해야 한다.
 
  [관찰습관 03] 밀착하여 세심하게 보라, 샘 월튼처럼
가장 많은 기회를 얻어낼 수 있는 관찰법은 대상들과 함께 현장에 있으면서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촉각적인 세상에서 행동하는 것은 보는 것이고, 보는 것은 이해하는 것이며, 이해하는 것은 통찰력으로 가는 통로이고, 통찰력은 소비자의 신뢰, 공모, 인정, 충성을 얻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현장에서 고객을 끊임없이 관찰하라. 그들을 지켜만 보지 말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대로 삶을 살아야 한다.
 
  [관찰습관 04] 진득하게 지켜보라, 워렌 버핏처럼
워렌 버핏은 말한다. "진흙 속에 저평가된 채로 숨어있는 진주를 찾으려면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살펴야 한다"고. 마주보지 말고 같은 곳을 보라. 애정을 갖고 본다면 사소한 것도 보일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고객이 되어 제품이 나에게 무슨 일을 해주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그러면 당신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이것이 피터 드러커가 강조하는 '안에서 밖으로가 아닌, 밖에서 안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관찰습관 05] 상식을 배반하고 새롭게 보라, 월트 디즈니처럼
창의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창의하는 능력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창의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을 변형하거나 달리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월트 디즈니처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라. 고정관념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상식을 배반하는 소수의 시각으로 봐라. 관찰한 것을 기존의 지식과 결합한다면 혁신이 이뤄질 것이다. 이노베이션은 관찰에 달렸다.
 
  [관찰습관 06] 상상의 눈으로 보라,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대부분 디자인을 겉포장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는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와 거리가 멀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영혼이다."
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오늘날은 '바이 디자인Buy Design' 의 시대다. 관찰이 창의로 도출되려면 '상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상을 형상화한 것이 디자인이고, 창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상상으로 관찰하는 것을 '창조적 관찰'이라고 불렀다. 허망한 공상空想이 아니라 Dream을 imagine 하라.
 
  [관찰습관 07] 보이는 것 너머를 보라, 버락 오바마처럼
MP3의 선두주자는 우리나라였다. 하지만 우리는 껍데기만 생산했을 뿐이다. 애플의 아이팟이 그 속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에 세계를 점령했다. 현상을 뛰어 넘어 건너편을 보라. 생각이나 단어 속에 갇혀있던 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통찰이다. 글쓰기를 하라. 글쓰기를 연습하면 글감을 찾기 위해 눈앞의 것을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다. 처음엔 막연히 보이다가 어느새 그것을 꿰뚫어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자신을 깨닫게 되고 그에 따른 생각을 기록하다 보면 직관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어떻게 관찰할까? 하는 것에 대해 '관찰'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네이게이터로 익숙한 길을 눈감고도 가듯 그렇게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끄고 가던 길을 달리 하여 긴장하듯 관찰하라고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자각하려 노력하고 한다. 그래야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살필 수 있다. 보면서 질문하는 습관, 오감을 총동원해서 의문을 가지려 하라고 강조한다. 끝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지 말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기거든 잊지 않게 기록하라고 말한다. 
 
  창조력, 창의적 인간, 통찰, 통섭 등 생각을 확장하라는 시대의 주문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또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위력을 가졌는지 국내외의 성공사례들을 보면서 우리는 통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마치 '신 포도'를 보는 여우처럼 '그것'은 태어날 때 부터 '이미 가진 자'의 몫이거나, 특별한 사람들 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 사람은 많았지만, 어떻게 얻어야 하는 지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들의 근본을 '관찰'이라고 보았다. 달린 눈이 있어 쳐다 보는 것이 아니라, 깊은 관심과 노력으로 오감을 동원해서 살피는 것에 그 시작을 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깨닫지 못한 개념에 대해 논리정연한 전개로 그것에 접근하기에 쉽게 설명되었고, 현장감있는 생생한 사례와 증언들은 그것을 깨닫는데 용이하게 도와주었다. 현장에서 고민했던 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저자는 이 '관찰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훈련하면 독자들의 창의력은 크게 신장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관찰은 창의라는 뇌관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 역활을 하기 때문이다. 관찰은 기술이요, 습관이므로 훈련하면 누구든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명확한 개념 파악'만으로도 그것을 얻는데 절반의 성공은 이룬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나도 노력하면 그들처럼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고, 내가 걷고 있는 분야에서의 관찰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읽혀져야 할 좋은 책이다. 특히 [생각의 탄생], [트리즈], [크리에이티브 씽킹] 등 생각과 창의력에 관련된 책을 읽고도 그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일상에 접목하기가 힘들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시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이 읽혀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은 여성이다. 오늘날의 세대들이 '정답'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자연적으로 습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사고가 상대적으로 외국에서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려서부터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관찰할 시간을 갖는다는데 있다. '관찰'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대입하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거나, 땅을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상태일 수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멍청하게 뭐하고 있느냐?'고 다구칠 것이 아니라,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함께 참여하고 생각을 넓혀주어야 한다. 최소한 훼방을 놓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닥치고 외우는' 주입식 학원에 보낼 것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엄마, 바로 여성들의 몫인 것이다. 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인지, 여기서 끝날 지는 우리 여성들의 손에 달려 있다. 손숙희, 그녀만이 가진 관찰력 만들어 낼 수 있는 대단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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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스 마인드 - 21세기 부의 지도를 바꾼 백만장자 시크릿
키스 캐머론 스미스 지음, 정하원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얇지만 임팩트가 강한 책, 욘스부자가 되고 싶거든 꼭 읽어라!
 
  부자에 대해 우리가 솔직해지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터였다. '안빈낙도安貧樂道' 즉, 가난에 개의치 않고 聖人의 道를 좇아 즐겁게 삶를 추구한다면, 그게 잘 사는 게 아니겠나 하는 우리의 생활관이 외환위기의 암울한 시기를 보내면서 '그건 아닌가 봐' 깨닫기 시작했다. '구조조정', '실업률 증가', '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한 이혼' 등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은 '경제적 능력'으로 결부되면서 '부富'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 것이다. 말 그대로 '일단은 잘 살고 봐야 한다', '경제력이 최고' 라는 현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IMF에 전국민이 시름에 빠져있을 때에 유일하게 '호황'을 맞은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부자'와 '외국인투자자'였다. 대출로 분양받은 아파트는 실직과 부도로 인해 높아가는 이자와 밀려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부동산 급매물이 부지기수로 시장에 쏟아졌다. 당시에 넉넉하게 현금으로 예금을 해 두었던 부자들은 '20%'에 육박하는 이자율과 외환차익으로 앉아서 더욱 부자가 되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금싸라기급 떨이매물'들을 쓸어담듯이 주워담기만 하면 됐다. 게다가 정부는 경기부양책으로 세금면제나 감면혜택을 덤으로 쏟아냈으니, 당시에 현금보유율이 높았던 부자들은 2년 새 두 배 이상의 부자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은행에 빽빽히 쌓인 부실채권들(대출금을 환수하지 못해 압류한 부동산 물건들)을 전국을 대상으로 지역으로 묶고 그것을 다시 적게는 10개, 많게는 200개의 패키지로 묶어 헐값에 사들이고, 한국에 '지사'입네하고 버젓이 회사를 차려 한국인으로 고용해 이것을 다시 쪼깨어 집장사를 했으니,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 뿐인가? 주식시장 개방으로 순식간에 외국인이 40%를 차지하면서 오늘날과 같이 해외증시의 등락에 따라 다음날 파도를 치는 현상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IMF로 인한 득과 실의 차이는 부자와 아닌자, 즉 수중에 '투자할 현금을 가지고 있었는가의 여부'에 있었던 것 만은 아니다. 충분한 현금이 있었으면서도 은행도 문을 닫는 '위험한 때'라고 판단해서 모두 인출해 장롱 속에 숨겨두었던 부자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위기危機 를 위험요소로 받았는가, 기회요소로 받았는가에 있었다. 이는 IMF가 지난 지 10년 후인 오늘의 상황과도 일치한다. 불안한 외환시장과 한없이 떨어져가는 주식시장을 지켜보면서 오늘의 시장상황을 '위험상황'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절호의 기회'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개인의 마인드에 달려 있다. 금융소득(예금이자, 배당수익 등)이 1억 원을 넘는 부자들이 10,000 명을 넘고, 5억 원 이상인 부자들은 2,000 명이 넘는다는 기사가 어제 일자 신문에 실렸다. 그들에게는 요즘과 같은 불안한 경제상황이 위험상황일까? 기회상황일까? 궁금해진다. 
 
  시선을 돌려보자. 2년 전, 어느 젊은 청년이 로또에 당첨되었다. 당첨근은 16억, 평범한 직장인은 손에 만져보기도 힘든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형사입건되어 철창 신세를 지고 있다. 당첨이 되자마자 부모님에게 집 한 채를 사드리고(효자인 것만은 확실하다), 남은 돈을 물 쓰듯 썼다. 16억을 모두 날리는데는 2년도 짧았다고 한다. 빈털털이가 되었지만, 낭비벽은 여전한 터라 남의 돈에 손을 대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주 뉴스에 나온 순수한 사실이다. 부모님께 사드린 집이 얼마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씀씀이가 대단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16억을 온전히 은행에 예금하고 몇 년만 있었다면 부보님께 사드린 집은 이자로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금은 그대로 보전한 채로. '로또나 복권으로 대박난 국내외 졸부'들의 말로가 오히려 그 전보다 못하게 된 것을 신문이나 언론으로 전해듣는데 그 이유는 '복권당첨자'가 '부자될 깜량'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는데도, 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많은 돈들이 손에서 모래가 흐르듯 흘러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부자될 깜량'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을까?
 
  내가 '재테크서'나 '부자관련 도서'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자될 깜량', 즉 '부자 마인드'를 얼마나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이고,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생각했다.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도 없지만, 만난다 하더라도 성공한 '부자'들은 좀처럼 아무에게나 이야기해 주지 않고, 또한 "부자되는 법은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에 있다."는 등의 선문답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책을 통해 그것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이 책 [욘스 마인드]역시 그 길을 걷던 중에 만난 책 중 하나다. 
   

 

   시작에 앞서 궁금한 것, 하나. 욘스가 무엇인가? 욘스(YAWNs)는 ‘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의 머리글자와 무리를 뜻하는 s의 합성어로서 평범해 보이는 젊은 부자들을 의미한다. 자수성가해 큰 부자가 된 그들은 자신의 부와 성공을 자랑하지 않으며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배려와 베풂을 실천하는 행복한 부자들이다. 1980년대에는 여피족, 1990년대에는 보보스족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욘스가 부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여피족이 과소비와 사치를, 보보스족이 정신적 자유와 현실적 실리를 추구했다면 욘스는 경제적 자유와 나눔을 추구하는 창조적인 부자들이다. 양극화가 심화된 21세기에 그들은 자신만의 경제적 자유와 풍요가 아니라 모든 이의 경제적 자유와 풍요를 위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안젤리나 졸리의 말은 욘스의 활동과 삶을 대변하고 있다. 패리스 힐튼이나 도널드 트럼프처럼 돈과 돈 벌기에만 집착하고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하기만 하는 부자들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등바등 사는 중산층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의 저자 키스 캐머론 스미스Keith Cameron Smith 는 자수성가하여 서른 셋의 나이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으로 자신이 만난 세계의 1% 욘스들을 만나 그들의 부와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자신의 실패와 성공 사례들을 결합해 책으로 만들었다. 원제목은 [The Top 10 Distinctions Between Millionaires and the Middle Class: 백만장자와 중산층의 10가지 차이점] 이다. 저자는 욘스를 백만장자로 놓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나누어 이들을 비교함으로써 그 차이점을 명확하게 해 두었다. 자서전을 연상하듯 저자의 개인적 역사를 기록하거나, 요즘 유행중인 셀픽션Self -fiction,즉 소설형 자기계발서처럼 구성되어 독자 나름대로 그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도직입적으로 부자와 중산층의 명확한 차이점 10 가지를 밝혀내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부자가 되기위해 중산층의 사람들이 가져야 할 욘스 마인드는 다음과 같다.
 
 
욘스 마인드 10. 길게 생각하고 미래를 계획하라
  눈앞의 것이 아니라 멀리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사고방식은 강력한 힘이 있다. 이 사고방식을 버릇처럼 몸에 익혀라. 인내심은 백만장자의 삶, 아니 억만장자의 삶을 이루기 위한 큰 자산이다. 중산층은 대부분 조바심을 내며 사는 경향이 강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인생의 말년에는 인간관계야말로 삶을 진정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현재에 집착한다.

욘스 마인드 9.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라
  "세상에는 세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사람, 그리고 이미 만들어진 것에 대해 이야기만 하는 사람.",아이디어보다 더 가치있는 자산은 이 세상에 없다. 돈은 힘이지만 아이디어는 돈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다. 말의 힘은 정말로 무서운 것이어서 자신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 그대로 나중에 꼭 한 번은 자신이 겪게 된다. 나중에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라. "내 삶이 지금 내게 무슨 교훈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걸까?"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신변잡사와 유행, 가십, 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욘스 마인드 8.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회를 창조하라
  부자들은 변화가 더 큰 성장을 불러오는 기회라는 것을 알기에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변화 속에 감춰진 새로운 기회들을 보지 못하게 한다. 변화는 우리에게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변화를 받아들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 한다.

욘스 마인드 7. 실패를 두려워 말고 위험을 감수하라
  위험을 감수하면서 삶을 살아가게 되면 삶이 주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패는 우리의 삶을 올바로 인도해주는 고마운 스승이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하기보다 성공을 열망하라."...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것과 "...했어!"라고 말하는 건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삶의 종착역에 다다를수록 자신이 이전에 했던 것보다는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후회하게 된다. 두려움은 어둠이지만 지식은 어둠을 없애는 빛이다.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미리 잘 계산한 후 위험을 감수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길 두려워한다.

욘스 마인드 6. 끊임없이 지식을 얻고 지혜를 쌓아라
  성공은 끊임없는 과정이다. 부자들은 평생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산다.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는 학생이 될 수 있는 비결은 당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 배우는 것이다.욘스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배움이 학교를 졸업하면서 끝나는 거라 생각한다.

욘스 마인드 5. 이익을 만드는 법을 배워라
  당신이 이익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면 그때부터 당신의 수입에는 한계가 없어진다. 욘스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이익을 만들기 위해 일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월급을 받기 위해 일한다.

욘스 마인드 4. 감사하고 나누고 베풀어라
  진실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배풀 때 굉장한 행복감이 찾아든다. 모든 부자들이 다 베풀고 살지는 않지만, 행복한 부자들은 분명히 베풀고 산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베풀고 산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남에게 베풀 여유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욘스 마인드 3. 의도적인 일치를 통해 투자수익의 시너지효과를 높여라
  수입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부자가 될 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부자들은 중산층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자신만큼의 능력이 있는 사람은 물론, 자신보다 훨씬 능력이 좋은 사람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고 생각한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의도적인 일치를 실천함으로써 투자수익을 높인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한 우물만 파다가 그 구덩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욘스 마인드 2. 투자수익을 높이는 순자산을 증가시켜라
  주자들은 자신의 돈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한다. 반면 중산층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순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 지식 그리고 지혜가 필요하다. 부자들은 수입이 늘어났을 때 지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투자를 늘린다. 명심하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기회를 잡는 것이다. 위험은 곧 기회다. 욘스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순자산을 증식시키는데에 주력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월급을 올리는 데 주력한다.

욘스 마인드 1. 자신에게 힘을 주는 질문을 던져라
  현재의 경험과 능력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크고 담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라.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은 당신의 삶과 삶에서 얻게 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질문들을 계속 던지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향한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첩경이다. 자신과의 마음속 대화를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삶 자체를 조절할 수 있다. 명료함으 힘이다. 부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안다. 욘스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힘을 주는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힘 빠지게 하는 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낭중무일전(푼)囊中無一錢 이면 장부무안색丈夫無顔色 이라' 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으면, 사내대장부 얼굴색이 검어진다'는 말인데, 돈이 주는 '심리적 위안'을 꼬집는 말이겠다. 이를 바꿔 말하면 '수중에 돈이 많으면, 사내대장부 얼굴색이 환해진다'는 말인데, 누가 한 말인지 참으로 옳고도 옳다. 어느 부자는 '돈은 자존심이다'라고 말했다. 주머니에 천 원이 있으면 세상 모든 음식이 먹고 싶어지지만, 백만 원이 있다면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 책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매사에 늘 감사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적극적인 사람들'이야기다. 그렇게 산다면 그 사람은 '자신감이 있는 사람'으로 보일 터, 벌이는 모든 일이 안될 턱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돈이 부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자마인드를 가진 사람에게 돈이 붙는다'고 알려준다. 세상에 나온 부자관련서가 이 한 권으로 응축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얇지만 임팩트가 강한 책, 부자가 되고 싶거든 꼭 읽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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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 한국전쟁에서 이라크전쟁까지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껏 잘못 알아 온 CIA의 '불편한 진실들'을 담은 책 !
 
  내 할아버지에게 미국은 '아버지의 나라'였다. 1950년 6월 25일,(날짜를 모르는 젊은이가 허다하다니 굳이 적는다) 한국전쟁을 참전하셨던터라, 게다가 총 한 번 쏴보지 못한 채(나중에 할머니가 할아버지 몰래 말하셨다) 총상을 입고 가까스로 살아나셨던 당신에게는 '나라를 구해준 훌륭한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4-5 살 때 늘 저녁때만 되면 할아버지의 무릎 위에 앉아 빅 머로우가 출연했던 미국드라마 컴뱃Combat 을 꼭 봤다. 그리고 내게 늘 말씀하셨다. "미국은 좋은 놈, 독일군은 나쁜 놈이란다." 그것은 국민학교 3-4 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던 반공영화 '똘이장군'에서 북괴의 수괴로 나온 김일성은 '붉은 돼지'였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나는 오래도록 그렇게 믿었다. 영화속 주인공은 항상 '좋은 놈'이니까.  

 

  그래서 일꺼다. 대학 새내기 때 붉은 깃발을 두르고 '양키 고 홈'을 외쳐대는 80년대 학번의 선배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들과 어쩔 수 없이 함께 한 '학습'은 간첩교육과 다름없었다. 지금껏 듣고 믿으며 자라왔던 사실과 너무나도 달라서 제대로 영글지도 못한 정체성은 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언론'이 말하는 '좌익 용공세력'들과 함께 한 학기를 보내며 전경에게 잡혀가고 매맞기를 되풀이 하면서 나 또한 그들이 말하는 '빨갱이'가 되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인지도 모른다. 뒤늦게 알게 된 게 화가 났고, 그동안 속아왔던 것이 더 화가 났고, 앞으로도 속아야 한다는 것에 치를 떨게 되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속고만 있는데, 이 세상을 움켜쥔 우두머리는 여전히 '아버지의 나라'로 받들고 있었으니, 그 시절은 정말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니었고, 살아간다고 사는 게 아니'었다.
 
  비밀秘密 을 만들고 또 그것을 가지고 있는 자의 쾌감은 인생에 있어 색다른 맛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제는 알지 못하는 자도 그 비밀에 관심이 지대함에 있다. 비밀의 유효기간은 그것을 몰랐던 자들이 알게 되는 그 때까지만 일테지만, 밝혀진 후엔 비밀을 가졌던 이유에 대한 막대한 책임과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도 비난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결과의 무서움을 견디는 것은 현재는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비밀의 크기가 커지는 만큼 그 위험도도 커지지만, 알고있는 자들에게는 들키지 않는 한 인간만이 가지는 즐거운 '스릴'도 된다.
 
  '비밀'을 지켜야 하고, 또 다른 '비밀'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 그것을 '업業'으로 하는 자들은 아직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비밀을 모르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물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그것을 만들어낸 자들은 '비밀'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을 할테지만, 나중에 안 이들은 '속았다'고 분개할꺼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 '비밀'이 노출되어 대중화되면 '사기'가 되는 것이다. 비밀을 품고 있는 자들에게 있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들이 끝까지 지켜져야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비밀에는 무섭고 사악한 마성魔性이 있다. 네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실'을 내가 앎으로써 갖는 작은 우월감, 바로 그것이다.그래서 어떤 병적인 이들은 '습관적'으로 비밀을 만들어내고, 즐거워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마성때문에 비밀이 만들어지고, 지켜지는지도 모른다. 이 매력적인 '비밀'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혼자되기를 자처하기'라는 것이다. 내가 가진 비밀때문에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없고, 스스로가 배척하기 때문에 혼자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왕따'가 아닌 '자발적 외톨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결국 남과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은 '공상'이 되어버리는 결론에 치닫는다. 비밀은 비밀을 낳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현실과는 멀어지고, 그 속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밝혀지는 숨겨진 비밀.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할 비밀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쏟아졌다. 지금껏 미국을 세계 제일의 자리에 있게 해 온 조직, CIA를 낱낱이 파헤친 책이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수년간 CIA 전·현직 국장 10명과 요원 300여 명을 수천 시간에 걸쳐 인터뷰했으며, 참고한 문서만 5만 건이 넘고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분쟁 국가들을 여러 차례 직접 여행하기도 했다. 책이 나온 후 그 파장은 실로 대단했다. 이 책은 이미 미국 출간과 동시에 아마존,뉴욕 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오르며 미국의 정치계, 학계, 언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되고, 비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CIA의 공식 논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화제의 책, 팀 와이너Tim Weiner 의 [잿더미의 유산 LEGACY of ASHES]이다. 

  

   
  저자 팀 와이너Tim Weiner 는 '뉴욕 타임스'의 기자이자 국가 안보와 비밀 공작에 관한 최고의 저널리스트로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 정보기관에 대해서 글을 써 왔으며, 1988년 미 국방부의 비자금을 파헤친 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는 명실공히 베테랑 기자다. 그런 그가 이번엔 미국의 최고 정보기관이었던 CIA를 목표로 파고 들었다. 현재 CIA는 미국 정보 분야에서 2류 조직으로 밀려난 상태다. 60년 만에 사형선고를 받은 셈인데, 그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9.11 사태에 있었다. 그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우리 조차도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장비를 갖춘 미국이 왜 몰랐는가?"하는 의문을 이구동성으로 쏟아부었을 정도이니, 미국인의 토로는 얼마나 대단했을테고 그것에 미국정부도 할 말을 잃었다. 결국 CIA는 지난 2005년 CIA 국장 체제를 없애고 국가정보국장DNI 이 총지위하는 체제로 만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정확하지 않는 '실제 정보'로 정권자의 의도에 맞도록 왜곡되고 가공된 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세계에 슬로건을 내건 '테러와의 전쟁'의 관건은 테러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해야 하는 것이 '정보'일텐데, 그런 정보를 핵심업무로 하고 있는 CIA가 실제를 왜곡하거나, 실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북핵 현실을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그것까지도 건드리고 있다.
 
 정보기관의 정보 업무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실들을 제대로 파악하거나 혹은 그런 사실들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의 말을 빌리자면 '역겨운,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일', 즉 넓은 세계를 바라보면서 어던 일이 다가오는지 파악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필요악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 '세계의 보안관'을 자처한 미국의 CIA가 지난 60년 역사동안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 책은 하나하나 파헤쳐서 소개한다. CIA는 공산주의와 대결하기 위해 전 세계 독재정권에 돈과 무기를 제공했고 심지어 폭력을 동원해 다른 국가를 전복시키는 ‘미국을 위한 테러’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나 소설에서 미화된 CIA의 성공 스토리와 달리 CIA는 잘못된 정보수집과 정세 판단으로 한국전쟁에서부터 이라크전쟁까지 끊임없는 실패와 실수를 저질렀고 이는 지금의 세계적인 테러 현상의 원인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자민당과 CIA의 반세기에 걸친 밀월관계,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에 무기를 제공한 CIA의 비밀 공작, 미국의 도움으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을 학살한 독재정권의 폭력 행위, 부시 대통령의 이데올로기를 만족시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한 이라크전쟁의 진실 등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왔던 현대사의 진실을 뒤집는 충격적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CIA가 창설된 이후 처음 일어난 전쟁이었던 한국전쟁에 대한 그들의 한반도 정책은 모두 실패로 거듭된 것들이었고, 저자는 현재의 한반도 위기의 한 원인으로 CIA의 북한에 대한 무지와 잘못된 정보 분석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수준은 극히 미미한 형편이고,  CIA 내부에 있는 북한 전문가 중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북한 내부사정에 어두우며 특히 북한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접근통로조차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도 모르고 우리는 현재까지도 북한의 징후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공식발표이고, 그들의 발표는 우리의 그것보다 더 정확하고, 훌륭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물론 언론과 학계가 한 목소리로 입을 모은다는게 정말 어의가 없었다. '에이 설마, 정말 그럴까?' 추측이나 억측없이 1차 보고서 및 문서들을 바탕으로 작성했기에 '진실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이 차라리 '거짓이라면 좋겠다'고 바랄 만큼, 알고 있던 사실과 너무 다른 것들이었다. 더욱 걱정이 되는 것은 아직도 그 사실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역사상 그 어떤 공화국도 300년 이상 지속되지 못했다. 미국 역시 만일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한다면, 즉 원래 CIA가 수행했어야 할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면, 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언젠가는 밀려날 것이다." (서문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CIA는 사라지지만 다른 이름의 또 다른 정보기관은 'CIA'의 역사를 통해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또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만약 CIA가 온전히 미국을 위해 제대로 활동했더라면, 즉 실패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면서 원했던 모습으로 있었더라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테고(저자가 쓸 이유가 없다), CIA의 강력한 반대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젠 종이호랑이가 되어버린 CIA와 정권 교체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위에서 말한 저자의 숨은 의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결코 석고대죄하며 "우리 미국은 바보였습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세계를 상대로 괴롭히고 이용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고해성사하지 않았다. '제대로 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면서 이후에 정보기관을 만들거나 속할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정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정보기관도 되지 말 것이며, 개인의 사익을 위하지도 말 것이며, 오로지 미국이 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내용과 다름이 아니다. 다시말해' 9.11이 아니었으면 CIA는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다면 지금까지 세상을 주무르면서 벌인 '불편한 진실'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땅에 테러가 벌어질 만큼 무능력하고 썩은 CIA 였기에 사실을 밝히는 것이다'라고 난 해석하고 싶다.
 
  과연 저자는 이 책을 내면서 알게 된 모든 진실을 알렸을까? 그리고 그들은 늘 '진실'만을 추구하는 나라 사람들이기에 언론은 그에게 '수상의 영광'을 줬을까? 과연 그럴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을 알고, 읽게 된 이상 우리나라가 지금껏 미국의 정보통을 통해 얻어왔던 진실의 경로는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 밖에 없다고 한다면, 최소한 전해준 그대로 믿을 것이 아니라, '추악한 CIA의 역사'를 생각하며 또 다른 분석의 여지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결코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미국인들을 겨냥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이 나온 이유에는 CIA 보다 더 강력한 정보기관이 출현되어 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을 지켜나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그것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실패를 뒤집어 보는 것은 더 나은 미래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역사탐구의 올바른 자세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패'에 대하여 "세계가 알면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걱정하며 숨기기에 급급하는데 익숙한 우리가 볼 때는 '미국의 관대함' 또는 '저자의 용감성'에 칭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보다 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자성의 목소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여지껏 당해온 CIA 보다 더욱 강력해진 조직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우리이고, 세계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은 미국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국 스스로 알아낼 수 있는 많은 정보의 루트를 새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제 정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재확인 되었다. 아니 '제대로 믿어야 할 놈을 믿어도 끝내는 시원찮더라'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역사의 진실을 알려고 하는 것은 그것을 믿고서 펼치는 현재와 미래의 역사에 누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이 책을 읽고 배우고 느껴야 할 점은 많다. 특히 위정자와 언론, 그리고 학계와 젊은이들이 '역사'란 세상에 들어난 것을 재해석한 것 뿐, 진실은 그림자 속에서 항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옛말을 따르면 '믿지 못할 놈은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이치이거늘, 상종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한스러울 따름이다. 앞으로는 '내 네놈에게 또 당할쏘냐?'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상대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한숨과 분노와 각오를 안겨준 '불편한 진실'을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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