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 산책 - 정겨운 朝鮮의 얼굴
윤돌 지음 / 이비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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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우리 궁궐 길라잡이 책!
 
  우리 궁궐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독서모임의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한 회원이 경남에서 서울까지 직접 방문해 '창경궁'을 탐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참여하면서 부터다. 국민학교(우리때는 이렇게 불렀다) 때 서 너번을 소풍을 간 곳이 창경원(그때는 동물원도 함께 있어 이렇게 불렀다)이었건만, 세월이 훌쩍 지나 만만ㅎ지 않은 나이에 창경궁으로 바뀐 그곳을 다시 방문한 것은 3월의 쌀쌀한 어느 일요일이다. 해박한 역사지식과 남다른 우리 궁궐사랑을 갖춘 그 회원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사실' 투성이었다. 창경궁에 얽힌 역사이야기하며,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선왕조가 당했던 치욕스럽던 사건들, 그리고 궁궐의 의미와 그 쓰임에 대해 두 시간이 넘도록 함께 걸으며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 그 시간 이후 내가 봐 왔던 창경궁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회원들이 많은 호응을 해 준 덕에 봄과 초여름에 걸쳐 경복궁은 두 번을 찾았다. 조선왕조의 위대함과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지혜와 건축문화를 목격할 수 있는 계기였다.
 
다른 궁을 찾기로 기약을 했었지만, 서로가 일상에 바쁘고 역사탐방을 이끌던 회원선생이 지방에 있는 터라 지켜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모임의 지기가 한 권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궁궐 길라잡이'로 2년간 자원봉사도 했고, '먼산이웃'이라는 궁궐안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윤돌선생의 책 [우리 궁궐 산책]이다.
 
 





































 
 
  이 책은 서울에 있는 우리 궁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 경희궁을 돌며 궁궐의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그에 얽힌 역사와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거의 '샅샅이 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각 궁궐의 사라진 흔적까지 추적해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경복궁을 지키는 해태는 어떤 상징인지, 건춘문에 사는 동물은 무엇인지, 서쪽 일곱 별을 상징하는 백호는 어느 문을 지키고 있는 지를 설명해준다. 궁궐안의 현판마다 가진 이름의 의미와 계단과 사방에 있는 조각마다의 사진을 추적하고 그 이름을 알리며,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역사탐방이라는 이름으로 찾았던 곳들을 사진으로 보니 반가웠고, 그들의 의미와 뜻을 아니 역시 놀랍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세계에서 유교가 가장 발달한 나라 대한민국, 그 근간에는 유교국가인 조선이 있었다. 통치의 사상적 수단으로 중국은 유교를 채택했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충忠과 효孝 라는 유교의 근본정신이 종교처럼 남아있다. 세계의 철학자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훔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에 효도하는 마음'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 책 속에 있는 궁궐들을 살펴봐도 우리의 유교정신을 엿볼 수 있고, 임금의 나라사랑과 백성사랑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 우리 궁궐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겠지만, 그에 대해 잘 아는 이는 솔직하게 몇 되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고, 또 관심을 두어 자연히 습득되는 것이 역사인 것인데, 무조건 그림을 보고 외우고, 시험만 봤으니 실물을 놓고 대조하자니 조합이 영 되질 않는 것이다. 궁궐을 답사할 때도 확인했지만, 자녀들의 학습을 위해 부모가 함께 주말에 나들이를 찾아오지만, 정기적으로 안내하는 안내원의 멘트만을 쫓아 함께 하고 사진만 찍을 뿐, 제대로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부모를 만나보지 못했다. 앞서 말한대로 자신도 잘 모르는데 누구에게 가르칠건가?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이 책으로 자녀들과 함께 책자의 그림을 찾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는 것도 즐거운 학습 나들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 화를 참지 못한 한 국민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우리의 국보 '남대문'이 소실되었다. 남대문의 원래 이름은 숭례문, 예禮를 숭상한다崇 해서 지은 이름이다. 또한 그것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세로로 현판을 썼었다. 임금이 사는 사대문의 정중앙에서 '예를 갖추고 들어야 할 대문'이 불타버렸다. 백성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떠받쳐 목적으로 데려도 가지만, 파도를 일으켜 배를 뒤집기도 한다 했던가? 남대문 화재로 흉흉한 민심은 우리의 먹거리 문제로 인해 큰 파도를 일으켰는데, 우연치곤 참 기막힌 우연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숭상하는 대문'이 사라진 지금, 남은 우리의 문화유산에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야 할테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고궁찾는 문화시민들이 많아진 요즘, 이 책은 아주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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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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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아내의 절반. 가질까, 말까?
 
 
  "이 제목, 글자가 빠진거 아니냐? 옛 자字 라던지, 전前 자字 라던지..."
 한 달 전, 생전 들리지 않던 녀석이 수박 한덩어리를 들고 놀러왔을 때, 서재에서 한 권의 책을 뽑아들고 한 말이다.
 
  읽고 싶으면서도 안 읽고 남겨놓는 몇 권의 책이 있다. 그 무엇을 해도 시큰둥하고, 아무것도 안하자니 심심해 죽을 것 같을 때. 그 때 읽으려고 있지도 않은 자식 결혼 혼수용으로 사놓고 아예 잊어버린 우량주식 몇 장처럼 아예 존재 자체도 잊어버린 몇 권의 책이 서재 맨 아래 가장자리에 몇 권을 숨겨둔 것이다. 꽤 많은 책중에 그곳에서 기웃대더니 얌전히 있는 책에 시비를 건 것이다. '아, 그 책이 저기에 있었네?' 정말 한동안 잊고 있던 책이다.
 
 그 책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해줬더니 '나를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며 들고 도망을 쳤다. 어짜피 나중에 읽을 거 온전히 되돌려주라고 통화를 했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줘버렸다. 만화책도 열 페이지를 넘기면 잠이 들어버리기로 소문한 녀석이 언제 돌려줄 지 모르는 일이고,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어서다. 한 칸의 꽉 차있었는데 빈자리가 울할아버지의 앞니같아 얼른 사다 채워 넣었다. 그리고 '심심해서 죽을 것 같은 그런 날'은 어제였고, 그래서 하마터면 읽지 못할 뻔한 그 책을 꺼냈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엔 아무런 문제 없는 소설이다. 
   

 
  
  2년 전 '일처다부제'라는 생소한 소재와 '축구'를 더해, 2006년 월드컵이라는 시의성도 있었지만, 갑론을박의 논쟁도 불러일으켰던 소설이다. 최근에 '영화'로도 제작되어 다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 그러고 보니 근간에 읽긴 읽어야 할 책이었다. 읽지 않고 뜸을 들인 덕분일까? 첫정을 펴는 순간부터 지난 밤의 심심함은 잊어버렸다. 모두 읽지 못해 아쉽게 잠이 들었고, 점심시간의 잠깐 여유를 틈타 카페로 달려가 모두 읽어버렸다. 프랑스소설에서나 만날 법한 소재에 축구가 더해진 정말 소설다운 소설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인아'를 먼 발치에서 좋아하게 된 '덕훈'은 어느 날 회식을 하고, '단' 둘이서 한잔 더 마시게 된다. 이야기중에 그녀가 FC 바로셀로나 축구팀의 열렬한 팬임을 알게 되는데, 그 또한 레알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축구광. 둘은 더욱 친해지고 애인이 된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그녀. 하지만 그녀에게는 딱 한가지 단점이 있다. 그녀는 자유연애주의자다.
 
"사랑에 빠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사랑의 고통이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내 경우에는 누가 누구를 더 많이 사랑했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더 많이 사랑했던 것 같지만 겉으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내게 잘했다. 문제는 그녀의 사랑이 아니라 그녀의 몸이었다. 몸이라고 하니 이상한가? 그러너 어른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 어른의 사랑에서는 누가 누구를 얼마나 더 사랑하는가의 문제만큼이나 '누가 구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 잔인한 문제는 사랑도 의심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에 관한 한 고통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p 50)
 
  덕환은 당당히 결별을 선언한다. 하지만 곧 그녀에게 꼬리를 내리고 돌아간다. 오히려 그녀의 연애관을 100% 수용하기로 하고 옐로우카드를 받는다. 한 번 더 결별을 이야기하면 레드카드다. 그후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도 일로 인한 그녀의 늦은 귀가와 술자리는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실제로 일때문 일 수 있고, 회식일 수 있는데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한다. 다 좋은데 딱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 그녀의 연애관은 급기야 플레이보이 친구에게 조언을 얻게 만든다. 친구는 말한다. "결혼해라." 지금이 좋다고 버티는 그녀를 달래고 달래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연애관은 바뀌질 않는다. 결국 아내가 된 인아에게 이런 말까지 듣는다. "나, 그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어. 그렇지만 덕훈씨도 사랑해."
 
  마누라가 바람피운다는 것은 아끼는 자전거의 안장이 없어진 것과 같다고, 그래서 안장을 갈아 끼우기보다는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게 된다며 이혼을 앞둔 친구의 변辯 에 그도 맞는 말이라며 따르고 싶지만, 그녀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는 덕훈, 어쩌면 인아가 두번 째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그 '놈'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클 것이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소설의 제목처럼 '아내가 결혼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아는 덕훈의 아내다. 그 후 일어나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더이상 말 못하겠다. 매맞을 것 같아서...
 
  '일처다부제'라는 소재는 어처구니 없는 소재같지만, 한편 지금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남편들의 외도나 부부들의 아슬아슬한 불륜에 대한 당당한 고백인지도 모른다. 몰래 벌인다면 범죄겠지만, 상대도 이미 알고 있는 부인의 연애는 '싫음 할 수 없다. 하지만 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주장만큼 정당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는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억장무너지는 아내의 연애관은 '종종번식의 본능' 운운하며 벌이는 남자의 그것과 닮아서, 덕훈의 갈등과 고민은 '바람피는 서방둔 아내'의 마음과 일맥상통하다. '싫으면 관두면 될 것'인데, 싫지 않은 것이 문제다. 덕훈에게 인아는 '팜프파탈'의 클레오파트라고, 백만 개의 흡착판과 2백만 개의 부드러운 솔기를 지닌 옹녀다. 그녀에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덕훈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덕훈이라면, 이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그 해답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에게서 찾을까 한다. 노름에, 바람에 할머니 속을 ' 썩어 문드러지게' 썩혔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실 때면 할머니는 그 이야기의 끝에 꼭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내 지금 당장 죽어도 원은 읍다마는 '사랑같은 사랑' 한 번 못해보고 중는기, 그기 정말 한스럽데이."
 
 덕훈은 인아를 사랑하고 있다. '아내가 결혼하는 있을 수없는 사태'를 맞으면서도 그녀와 헤어지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애정이 되었든, 애증이 되었든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모르겠다. 나중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랑을 만나게 될 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식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저보다 더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잘 살고 있는 것 아닐까?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 세상도 아니고, 저 좋아 죽고 못살겠다면 그런대로 잘 사는 인생이다. '당신을 완전히 가질 수 없다면 반쪽이라도 갖겠다' 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자보의 고백이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허락하는 '일로나'가 있다면 그것이 진심이라면 상관없지 않을까?
가정적인 내 남자에게서 '다른 여자의 향기가 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아내나, 무엇인가에 미쳐 수시로 집을 비우는 아내를 둔 남편에게는, 그리고 이시간에도 속고 속이는 묘한 심리전 속에 모든 기운을 허비하는 부부들에게는 '애들 소꼽장난'같은 귀여운 연애행각으로 보이지 않을까? 덕훈은 행복한 놈인지 모른다. 최소한 자신을 부러워해 줄 '우리 할머니'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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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 분석 : 가로수길
TBWA KOREA 지음 / 알마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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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느림과 인간이 공존하는 젊은 거리, 가로수길을 재조명한 책!
 
 
  신선하다, 좋다는 주위의 평에 보지도 않고 주문을 했다.
엊그제 도착. 책을 펴 보곤 이렇게 난 말했다. "이게 뭐야 !?"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메카 순례에 모인 무슬림들처럼 종이 한 쪽에 글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야 '이거, 읽을만 하겠다'고 여기는 활자중독증에 가까운 취향인지라 형형색색의 작고 큰 활자들과 한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이 있는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꽝'이었다. '누구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겁없이 책을 만든거야?' 저자를 찾아 원망하려 뒤져보니 이름이 없다. TBWA 라는 영어가 떠억 자리를 잡았다. 광고회사의 이름이란다. 그것도 무척이나 잘 나가는 ... 세상들이 한 번은 봤음직하고 들으면 '아하~ 그 광고?'라며 대꾸할 만한 대단한 광고들을 만든 회사. '저자가 광고회사란 말이지?' 회가 동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겼다. 그리고 그 내용에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다. 문제작은 이름도 특이한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이다.
 
 

 
 
대학로는 표현이다.
   홍대앞은 열정이고, 삼청동은 경륜이다.
       인사동은 전통이며, 청담동은 과시다. 
 
가로수길은....로망이다.
 
 '한 감각'한다는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로수길 운운...' 하는 소리에 열 두명의 광고회사 TBWA 친구들이 시선을 한데 모아봤다. "왜 사람들은 가로수길에 모이는 걸까?"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봤다. 광고꾼들이 사물이나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은 속내를 꿰뚫어 보듯 관찰하고 쓴 책이 이 책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광고가 시대의 거울이라고 하는 것처럼, 가로수길도 거울이더라. 그 속에 우리의 모습이 숨어있더라 라고.
 
 

 

 
 
 특이한 구성,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활자, 낯설고 거북스럽기까지 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는 다음 장을 넘기는 재미를 더했다. 그들은 '가로수길'이 자생적自生的 으로생긴 원인을 사회의  네 가지 변화로 들었다. IMF로 생긴 매울 수 없는 분화구, 기존의 비즈니스와는 다른 탈산업 사회,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위한 온리 원 상품, 그리고 더이상의 해고도 퇴직도 없는 1인 온리 원 기업. 한데 묶자면 단연 IMF의 영향이라 하겠다. 평생직장을 선언하며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우리만의 울타리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이 IMF를 계기로 생긴 '세계화'는 너무 많은 변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많은 것이 변해버린 것이다. 예전에는 있지 않던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나고, 인터넷의 영향으로 생산자보다 더 잘 아는 입맛 까다로운 고객군인 '프로슈머 군단'에 맞춰 온리 원 경영과 마케팅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분야의 생산자들은 서로 조합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의 변화와 그에 부응하는 결과는 곧 가로수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로수길은 사람을 향합니다.
과거가 효율로 대변되는 '직선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느림을 예찬하는 '곡선의 시대'다.
기능 중심의 세계에서 사람 중심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 
 
 

 

 
 
  가로수 길의 주인은 '사람'이다. 점포의 주인도 고객도 돈도 아닌 '사람' 이다. 그래서 그들은 휴일엔 놀고, 급한 일이 생기면 문을 닫는다. 권유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주인이 자신이 소중한 것처럼, 손님客도 정말 소중히 다룬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1도 따뜻하다. 가로수 길은 10분 느리다. 아니, 더 느리다. 그래서 그곳엔 '나를 쳐다 볼 느린 시간' 이 늘 공존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남들보다 많은 돈 몇 푼'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행복'에 있다. 그들은 남을 선망하지 않고 자신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할 줄 안다. 그들은 본 만큼, 배운 만큼, 느낀 만큼 만들어내고 공유하려 하고, 나누려 한다. 그리고 혼자라 늘 외롭다. 한국은 좁다 느끼고, 세계는 편하다고 느껴진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이 장소가 되고, 그림이 되고, 먹거리가 되어 작은 울타리를 만든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안가봤다고? 그렇담 말을 하지 말아라. 일단 가서 보고, 느끼고, 먹어보라. 그리고 이 책을 읽어 보라. 가로수 길에서, 책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발칙하리만치 특이한 책, 그래서 멋진 책. TBWA의 다음 프로젝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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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기술 - 비즈니스의 미래를 여는 힘, 통찰력
신병철 지음 / 지형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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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달인'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 !
 
  "우리는 왜 인문학에 새삼 주목하는가? 다름 아닌 '통찰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통철은 통찰洞察 이면서 동시에 통찰通察 이다. 통찰洞察 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을 말한다. 인사이트Insight 다. 아울러 통찰通察 은 곧 통람通覽 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훑어 두루 살펴보는 것이다. 오버뷰Overview 다. 결국 통찰의 힘은 바로 통찰과 통람의 융합이며 인사이트와 오버뷰의 시너지다." 
 
  지난 해 CEO를 위한 인문학 조찬특강 '메디치21'의 리딩멘토로 활약하며 '인문경영'의 새 장을 열었고,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를 써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정진홍 교수가 한 말이다. 그가 '인문경영'을 내세운 이유는 바로 '통찰력'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살펴 미래를 내다보고, 사물과 사건의 핵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이 21세기를 이끌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진홍 교수의 강연과 책은 사람들에게 '통찰의 힘'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인문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한 공로가 더 컸다. 인문학을 통해 통찰력을 키우라는 요구였을 뿐이지, 통찰력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그 시작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다. 사실 십인십색十人十色 이라고 사람도 틀리고 저마다 종사하는 일이 다른지라 서로에게 필요한 통찰력이란 것이 다를 수 있어서 그것을 아울러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어쩌면 개념의 정립만으로 그것을 인지한 이들이 생각과 경험을 통해 깨닫는 개념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었다. '비즈니스의 미래를 여는 힘, 통찰력' 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통찰을 정의하고 그것을 익히는 방법을 이야기한 책을 만난 것이다. 궁즉통窮卽通 이라 했던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차에 만난 터라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삶이 하나의 기술이듯 사랑도 기술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놓은 에리히 프롬의 사랑학 개론서 [사랑의 기술]과 닮았다. 신병철의 [통찰의 기술 ; The Art of Business Insight]이다.

  스스로를 '통찰의 체계를 만들고 전파하는 일을 소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고 전하는 저자 신병철은 통찰이 이루어낸 비범한 성공을 보여주는 다양한 국내외 사례와 이론을 지난 5년동안 연구한 마케팅분야 전문가다. 이전에 그를 만난 책은 [삼성과 싸워 이기는 전략]과 [마케팅 트렌드 21]이었는데, 모두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제시해줘 매력적인 책들로 기억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통찰력은 무엇'이고, '비즈니스현장에서 사례로 소개되는 통찰력의 케이스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통찰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그 통찰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7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리고 경영 환경에서 승부를 가른 결정과 사례들을 통해 그들이 기업의 결정권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자세한 방법을 찾아보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통찰력의 힘을 재확인시켰다. 저자는 통찰의 정의를 '발견, 파악, 살펴보는 일' 속에서 표면아래 숨어 있는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찰적 정보가 입력되는 과정은 우선 그 사실에 놀라고 그리고 놀라움을 안정시키려고 기존 정보와 새로 들어온 정보를 재해석하여, 뇌 속에 서로 떨어져 있는 성보들 사이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추론하는 양이 늘어 결국 여러 기억들과 정보들이 하나로 합쳐져 '새롭고 정교한 기억'으로 저장된다고 말한다. 
 
  그러한 통찰의 단계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우선 소비자가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그 불편함 때문에 어떤 결핍을 느끼는지를 발견하여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매우 중요한 통찰의 첫째 단계이고, 발견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확한 의도를 가지고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통찰의 둘째 단계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용지식을 재조직화 해서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재조직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문제의 재해석, 새로운 만남, 개념의 이원화, 강점과 약점의 반전, 다른 사례에서 배우기 등의 5가지 기술로 얻어질 수 있다.
 
저자는 통찰을 얻어낼 수 있는 의 7가지 기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통찰의 기술01 어떤 문제와 결피이 있는지 정확하게 찾아 해결하라
결핍의 발견이 통찰의 출발점이다. 소비자의 말을 듣지 말고 소비자의 행동을 살피라
  통찰의 기술 02 건강한 의도를 갖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라
나의 의도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라
  통찰의 기술 03 문제를 재해석하라
재조직은 재해석에서 시작된다.  
  통찰의 기술 04 새로운 개념을 만나게 하라
낯섦은 정보 재조직화의 중요한 기준이다. 새로운 만남, 은유의 메커니즘에서 찾아라 
  통찰의 기술 05 세상을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누라
세상을 둘로 나누라  이분법의 힘을 이해하라 
  통찰의 기술 06 약점을 강점으로, 강점을 약점으로
약점에 주눅들 때 약점이 부각된다. 약점을 개선하기보다 강점을 강화하라
  통찰의 기술 07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를 보고 배우라
벤치마킹으로 실패할 확률을 줄여라. 전 세계 기업들이 벤치마킹 하는 GE를 살펴라. 
결과를 보지 말고 과정을 보라.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를 보고 배우라 

 
 이 부분에서 주목되는 것은 경영과 마케팅에 관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있었던 100여 개의 실제 통찰 사례들이 소개되어 통찰의 기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사례들을 통찰의 기술에 적용시켜 분석함으로써 누구나 이 기술을 활용하여 노력하면 비범한 통찰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가 신문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기가 막힌 비즈니스 아이디어 사례'들이 주로 소개가 되었는데, 이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결핍을 깨닫고 이것을 해결하려는 정확한 의도와 충분한 주의가 몰입을 이끌어내어 결국에는 해결해 낸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그리고 순간에 반짝이는 생각과 아이디어 조차도 언제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집요하게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함을 알려준다. 통찰의 7가지 기술에 소개된 사례들은 기업을 더욱 뛰어난 기업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지만, 무엇보다도 위기에 봉착한 기업을 구해내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월등히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는데, '통찰력'의 중요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통찰의 습관]에서는 통찰력을 높이는 습관을 수록하고, 통차의 달인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통찰력을 높이는 습관에 대해 가장 먼저 '시작이 반이니, 실행하라'고 주문한다.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항상 주의하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반드시 기록하며, 모방도 해보고, 작은 차이를 민감하게 여기라고 주문한다. 또한 중요하지 않은 정보는 과감하게 버리라고 말한다. 두번째 습관은 바로 '심사숙고, 즉 깊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항상 원인이 무엇인지 곰곰히 살피고, 낯선 것을 친숙하게 혹은 그 반대로 사물을 바라보고, 몰입하며, 판단은 천천이 할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은 바로 '열정과 의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결정을 했다면 바로 실행하라고 주문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평가에 뜻을 접는 우를 범하지 말고, 항상 끝까지 노력하라고 말한다.
 
  아이디어는 처음 내는 사람의 몫이다. 다른 사람이 보거나 들어서 이해한다면, 그것을 들은 사람은 단순히 청자聽者 일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그렇기에 그것을 쉬이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와 아이템 그리고 생각들은 항상 부족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몫이었다. 결국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는 '통찰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이제야 정진홍 교수가 말한 통찰력과 이 책의 저자인 신병철이 말한 통찰이 서로 동일함을 알았다. 다만 한쪽은 역사를 통한 인문학에서, 또 다른 한쪽은 비즈니스 사례에서 그것을 구했을 뿐이었다. 통찰력은 그 어디에서 구했든 우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이것이 실행되었을 때 인류는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거듭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통찰력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익힐 수 있는 방법을 배운 좋은 책이었다. 모든 비즈니스 맨들에게 권하고 싶은 멋진 자기계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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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떡살 무늬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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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미술품', 우리의 아름다운 떡살무늬를 이야기한 책! 
 
  친분이 있는 일본신문사의 한국특파원은 일본으로 돌아갈 때 마다 종로에 들러 '떡'을 사간다고 한다. '너희들도 모찌餠 라는 찹쌀떡이 있잖냐?'고 물었더니 대답없이 그냥 웃기만 했다. 그 웃음이 마치 나를 '바보'로 보는 듯 해 기분이 꽤 상했었다. 몇 개월 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그 친구는 내게 한국에서 떡을 사는 이유를 말해 줬다. "한국에는 떡에 예술작품이 들어 있거든. 너무 아름다운...내가 선물한 일본의 어느 지인은 먹지않고 굳혀서 벽에다 걸어놓기도 했어."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나도 모르는 것을 외국인인 네가 아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재차 물어봤더니 "모르냐? 한국의 떡에는 조각이 가득하다."는 마치 선문답을 하듯 하는 거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 떡에 새겨진 '떡살무늬'를 말한 것이었다. 그 후엔 나도 종로를 들르면 항상 새로운 무늬의 떡이 있던가, 색은 무엇이든가 살피곤 했다. 그전엔 인식하지 못하던 것을 알고 먹으니 맛도 느낌도 새로웠다. 그리고 우리 떡에 새겨진 무늬들은 무엇인가 알고 싶어졌다. 그러던 차에 반가운 책을 만났다. 광주시 무형문화재 남도의례음식장으로 지정되실 정도로 남도음식의 대가셨던 이연채 선생은 떡살과 다식판 제작에 한평생을 바쳐 오다 지난 1994년에 타계하셨는데, 그 분과 함께 떡살과 다식판을 연구,제작해 오고 있으며 전통음식에 대한 뜻도 이어가고 있는 제자 김규석 선생이 꾸민 책 [아름다운 떡살무늬]를 만난 것이다.
 
 


 




































  이 책은 떡살 제작 기능보유자 김규석이 근 20년을 전통떡살 제작에 쏟아부은 정성을 정리한 책으로 전통무늬를 새겨넣은 떡살을 각각의 특징을 중심으로 분류한 책이다. 떡살의 정의, 각 떡살 무늬의 의미와 쓰임새에 관한 이야기가 저자가 직접 깎고 다듬어 새겨넣은 떡살과 어우러져 떡살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규식선생께서 이렇게 책을 만들 정도로 우리의 꽃살 무늬에 온 힘을 다하신 이유문양(무늬)이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삶을 통해 발현되는 창조적 산물이며, 언어나 문자와 마찬가지로 사용 주체인 민족과 그 민족이 처한 역사적 배경에 따라 고유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물의 재료 차이에 따른 점이나 선 등의 질감에서부터 공예·회화·건축 등의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 이르기까지, 문양은 단순히 장식적인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본연의 기원과 욕구를 다분히 종교적 성격을 띠면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문양(무늬)는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에서 문양이란 일반적으로 물건의 겉 부분에 여러 가지 형상이 어우러져 이룬 모양을 뜻한다. 우리말로 '무늬'라 하며 한자로는 '문양(文樣)' 혹은 '문양(紋樣)'이라고 표현한다. '문(文)'은 글자(書契, 사물을 표시하는 부호), 꾸밈(飾), 아름다움(美), 빛남(華), 아롱짐(斑), 빛깔(文彩) 등을 뜻한다. 한편 '문(紋)'은 직물의 문채(織文) 즉 '비단무늬', '꽃무늬' 등을 의미한다. 문양(文樣)과 문양(紋樣)에는 각각 문화적인 소산과 문명적인 소산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그러므로 문양은 삶을 통한 문화 활동의 소산이자 창조적 문명의 산물이라 하겠다. 이와 같은 문양은 언어·문자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인류가 이루어 놓은 회화·조각·공예 등 모든 조형미술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문양(무늬)는 단지 아름다운 것 뿐 아니라, 그 이전에 우리의 역사와 정신과 혼이 담겨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인 친구가 우리의 떡 무늬에 매료되고, 그것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그것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떡살 무늬에는 우리민족의 모든 마음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비례미가 물씬 느껴 지는 點과 線에서부터 원앙, 나비, 목단, 물고기, 잉어, 거북이, 연꽃, 국화, 매화, 포도열매 등등 그 무늬들은 곧 기도하는 마음, 간절한 소망이기도 한 것이다. 그 의미에 있어서는 모든 무늬마다 특별한 의미가 있고 또 사용하는 시기가 다르다. 즉, 백일이나 혼인 회갑때 사용하는 문양이 다르고 의미가 다른데, 예를 들어 백일에는 기쁨을 의미 하는 물고기나 파초를, 결혼에는 원앙이나 꽃위를 날아다니는 나비, 석류나 복을 가져다준다는 한쌍의 박쥐 등 아들 딸 많이 낳고 복받기를 기원하는 무늬를, 회갑 에는 壽福문자나 태극 팔괘무늬 그리고 장수를 의미하는 잉어나 거북이 등의 무늬를 새겨 넣었다. 그런가하면 스님들의 불공에는 연꽃무늬 완자형의 무늬를 넣었고, 일반 가정에서는 장수(長壽)나 다복(多福), 부(富貴) 등의 간절한 바람을 숨김없이 솔직하게 글자 무늬로 나열했던 것이다.
 
 






































 
  떡살은 절편의 표면에 무늬를 찍어내는 판이며 떡에 살(文樣)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예부터 절편에 떡살로 무늬찍는 것을 `살박는다'고도 했다. 떡살은 떡손이라고도 하는데, 떡손이라고 할 때는 원형 문양에 손잡이가 대체로 양 가장자리에 있는 것을 말한다. 장방형의 긴 떡살은 가래떡처럼 긴 떡에 연속무늬이거나 단독무늬라도 연이어 있는 떡살을 양쪽에서 눌러 찍은 다음 떡을 적당한 크기로 떼내거나 썰어서 먹었지만, 떡손의 경우는 떡을 일정한 크기로 먼저 떼내어 그 위에 떡손으로 눌러 찍었다. 절편에 살을 박아 넣은 것은 단순히 배불리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이 떡살에서 우리는 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더 나아가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우리 조상들의 미의식과 심미안을 느낄 수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은 바로 아름다운 무늬의 떡살로 찍은 절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재질에 따라 나무떡살과 자기떡살로 나눌 수 있는데, 단단한 소나무·참나무·감나무·박달나무 등으로 만드는 나무떡살은 1자 정도의 긴 나무에 4∼6개의 각기 다른 무늬를 새겼다. 사기·백자·오지 같은 것 등으로 만드는 자기떡살은 대개 보통 5∼11㎝ 정도의 둥근 도장 모양으로,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잡고 꼭 누르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은 떡살무늬는 일반적으로 가문에 따라 독특한 문양이 정해져 있다. 그 문양은 좀처럼 바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집안에 빌려 주지도 않았다. 부득이하게 떡살의 문양을 바꾸어야 할 때에는 문중의 승낙을 받아야 할 만큼 집안의 상징적인 무늬로 통용되었다. 이 책에서는 김규석 선생이 직접 제작하신 나무떡살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우리의 떡살무늬들이 십장생문 十長生文, 사군자문 四君子文 을 시작으로 다식판 무늬까지 80여 종의 떡살무늬들이 저마다의 모습에 설명을 더해 소개되고 있다. 특히 한쪽에는 영문을 두어 외국인들도 우리의 떡살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눈에 띄었다. 명절 때마다 만날 수 있었던 눈에 익은 떡살무늬도 있었지만, 전혀 보지 못한 아름답고 섬세한 떡살무늬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과연 우리나라의 문화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문양들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떡살무늬를 보기 쉽게 하기 위해 낙관을 찍는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갓 뽑아낸 떡에 모양을 새겼다면 그 입체감과 모양에 더 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최근에 생일이나 행사때 케익을 대신해서 우리 떡으로 된 케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어느 커피전문점에서도 떡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 뿐 아니라, 옛날의 재래식 방앗간을 대신해 우리 떡 전문점이 프랜차이즈화 되어 동네마다 떡집이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곳에 우리의 떡살무늬들이 액자에 담겨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틀에 담겨진 수많은 그림과 기호, 그리고 글자들은 목판화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입는 티셔츠에 새겨넣어도 훌륭한 디자인이 될 것도 같았다. 그 활용도는 너무나 무궁무진해서 생각을 거듭하다가 그만 둘 지경이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듯, 우리네는 한번 먹고 나면 없어져 버릴 떡 하나라도 보는 즐거움으로 구미를 돋구었다. 평면의 떡이 아닌 음과 양의 요철을 지녔고, 들어가고 나온 부분마다 떡을 씹는 식감funnylion도 다른 우리의 떡에 새겨진 떡살은 먹는 조각품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듯 생활의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치장하기를 즐기던 우리 문화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떡살은 선조들의 격조 있던 음식문화를 대변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문화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아름다운 우리미술의 멋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제 활용하고 대중에 알리는 일이 남은 것 같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기록된 이 책은 음식을 다루는 요리사나 경영자,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아이디어와 활용도를 알려줄 책이다. 그리고 우리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잊고 있는 우리문화유산을 이야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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