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 - 이력서에서 면접까지, 취업.이직의 모든 것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전제아 옮김 / 서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 구직자들에게 가장 따끈따끈하고 싱싱한 '족보'가 될 책!
 
  "당신이 이력서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회사는 당신을 채용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탈락시킬 이유를 찾는다" 익히 생각하고,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책에 쓰여진 이 이해할 수 없는 섬뜩한 문장을 읽고, 내 눈을 의심해 다시 읽었다. "당신이 이력서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회사는 당신을 채용할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탈락시킬 이유를 찾는다" 그렇다. 이것이 구직자들이 100장의 이력서를 100군데의 기업에 제출해도 연락이 오지 않는 이유고, 엄하게 휴대폰이 고장났나 점검하게 하는 이유다. 몇 시간을 걸쳐 공들여 쓴 나의 이력서를 구겨질까, 지워질까 조심해서 보냈지만, 인사담당자들이 이 이력서 한 통을 읽는데 소요하는 시간은 평균 3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짧은 순간에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없으면 커피 한 모금 홀짝이기도 전에 '탈락'박스에 던져진다. 이 말도 안되는 '넌센스같은 이야기'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는 이력서를 보낸 100 군데의 회사에서 연락 한 통 오질 않는다는 사실이 더 '넌센스같은 이야기'가 될테니까.
 
  이 뿐만이 아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를 44가지나 마구 토해 놓는 책을 발견했다. 지난 해 초에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을 써내 수많은 비즈니스맨들에게 화제를 일으켰던 '신시아 샤피로'가 또 다시 펜을 들었다. [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인사담장자들이 감추고 있는 채용 기준과 차별, 그들의 두려움과 숨은 의도 등을 낱낱이 파헤친다. 철저하게 회사 내부자의 시각에서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감추어진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에 독자는 회사의 '오만과 편견'에 때로는 분노하게 되고, 때로는 어쩔 수 없는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지금껏 구직자들이 알고 싶었던 '그들의 채용방법' 대부분의 것은 인사담당자들끼리만 공유하면서 '일급비밀'로 부친 것들이다. 왜 그럴까? 회사는 구직자가 채용과정을 주도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비밀인 '채용방법'을 구직자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그들을 속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회사가 구직자들엑서 우위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이 책은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됨으로써 회사가 독자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회사를 심사하게 되는 셈이 된다. 즉, 갑자기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했든, 막 대학을 졸업했든, 아니면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해서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든 간에, 이 책에 귀를 기울인다면 취업경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는 말일테다.
 
  불황으로 인해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계획 인원은 날로 줄어드는 반면, 매년 같은 수로 배출되는 대학졸업생과 누적되는 이직자 또는 재수, 삼수 구직자들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게다가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숫자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들어가는 만큼' 취업의 문은 좁아진 셈이다. 가히 '취업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만큼 회사는 필요 이상의 구직자들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이 매년 만드는 새로운 채용과정은 유도 심문, 숨은 차별, 심리적인 함정 등 실제로  지원자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불공정한 장애물을 가득 세워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방법들은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이것이 현재 구직자와 기업이 처한 현실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구직자가 이력서를 제출하는 순간이 바로 '탈락하는 중'이라고,그러니 운에 맡기는 이력서는 그만 쓰라고. 바쁜 인사담당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이력서는 단 1%. 나머지는 모두 휴지통으로 직행하며, 일단 그 속으로 들어간 이상 다시 불려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무심해서가 아니라 누구든 이력서를 하루에도 100통쯤 보고 나면 어떻게든 빨리 범위를 좁혀야겠다는 초조감이 본능적으로 들고, 그때부터 그들은 맹렬하게 탈락자들을 배제하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구직자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점은 '기업의 채용'이란 정식으로 합격할 때까지 당신을 적극적으로 탈락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만일 채용이 합격시킬 이유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이 게임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기업의 살벌한 '탈락' 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 구직자들에게 보다 효율적인 시선을 끄는 이력서 쓰는 방법과 전화심사에서 살아나는 방법, 그리고 면접에 성공하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 다시 말해 자신이 인력채용과정에서 경험했던 탈락사례들을 소개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런 것들을 피함으로써 '탈락되지 않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과연 이런 방식으로 '인재다운 인재'를 뽑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한편 정말 '추악하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채용까지의 과정에 많은 함정와 심리게임으로 구직자들을 바보로 만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억울한 것은 '왜 내가 떨어졌는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칫 잘못해서 구직자로부터 소송에 휘말리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절대로 이야기해 줄 수 없고 때문에 고배를 마신 구직자는 죽을 때 까지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드디어 합격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였다. 저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받아들이면, 처음 세달에서 여섯 달까지 넘어지지(탈락하기) 쉽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 6개월간 무엇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하는 것이 이제 당신이 일하게 된 새로운 회사에서 성공을 거둘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수습기간'의 이야기다. '가채용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 기간은 '과연 회사가 자신들의 채용과정을 통해 나름 걸러낸 가운데 뽑은 인재가 과연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리고 제대로운 인물인지를 판단하는 기간'이다. 정말 힘들게 취업했다 하더라도 이 '3-6 개월'을 잘 넘기지 못하면 '투표에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개표에서 지는 상황'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한편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눈여겨 지켜보는 이 기간은 '주목받는 신입사원', 즉 '인물'임을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요구하는 것들이 많다. "오버해서 일하라. 휴가를 받지 마라. 휴게실에서 새로 온 다른 신입사원들과 노닥거리는 모습을 들키지 마라.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일찍 퇴근하지 마라. 회사는 긍정적인 사원들에게 굶주려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사람인지라 어떤 내용이드 '비밀'은 늘 흥미롭고 재미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한 기업의 채용비밀은 경악할 만큼 놀랍고, 치밀해서 겁이 날 정도였다. 읽는 내내 지금도 도서관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구직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과연 그들은 이 내용을 알기는 한 것일까? 미국인 저자가 쓴 미국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우리 기업들의 모든 경영기법들은 그들의 손에서 비롯되었고, 성공한 모든 것은 우리의 손에 넘겨진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설령 이 책이 말하는 채용방법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 할지라도, 회사측에서 바라보는 구직자의 시선은 우리바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를 읽음으로써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을 얻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취업전략용으로도 그리고 보다 나은 면접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영어단어 하나보다, 신문의 뉴스보다 먼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비밀일 것이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 하나는 면접채용관도 이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효과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때는 바로 올해, 하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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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승진의 기회를 잡고 싶다면, 즈금 반드시 필요한 책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08-09-27 15:48 
    블로거들 가운데에는 책 욕심이 특별히 더 많은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습니다. 거의 매일 글을 써 발행해야하는 의무감에 시달리다 보면, 글감을 찾던 블로거들에게 책 욕심은 좋은 주제를 발견할 수 있는 자료가 됩니다. 그러나 그 곳을 찾아가 보면, 대부분은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쓰기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책을 유난히 좋아하던 블로거들의 내공을 결코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회사가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 44가지 이유 지난 한가위가 시작되기 바로 며칠 전,..
 
 
 
위풍당당 직장생활백서 - 프로페셔널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리얼 직장 어드벤처
다니엘 핑크 지음, 유순신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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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쥬얼세대에 어울리는 유쾌한 '직장성공 자기계발서' !
 
 
  흥미롭게 '만화책'같은 표지로 '위풍당당' 하게 나타난 이책을 고른 이유는 저자들에게 있었다. 21세기초 IMF 금융위기로 수많은 실직자들이 쏟아진 우리나라에 [프리제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라는 책을 들고와 1인 기업의 시대가 찾아왔음을 알려줘 창업에 대한 희망을 안겨줬던 다니엘 핑크가 이 책을 썼다. 그의 책들은 수많은 경영구루들의 책에 인용되며 찬사를 받았을 만큼 '미래학'에 대한 대표주자중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국내 여성 헤드헌터의 '최초이자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는 유순신씨가 번역과 우리실정에 맞게 '해제'를 통해 목소리를 담았다. 그녀는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나라의 헤드헌터 시장의 1세대로서 이미 [나는 희망을 스카우트 한다], [나는 고급 두뇌를 사냥하는 여자]등의 베스트셀러를 쓴 바 있었다.
 
  사람들은 정말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시야를 넓혀 세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나 목표를 추구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테크놀로지의 진보와 세계화로 인해 세계는 전에 없이 가깝게 연결되어 수많은 정보와 테크닉이 교류되고 있어 나의 능력을 펼치기가 어렵고, 20세기에 통하던 선배들의 성공법칙은 새로운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데, 여전히 그들은 나의 상사가 되어 과거를 고집하고 있다. 단순히 '월급쟁이'로는 살아가기 싫은 현대의 젊은 '비즈니스맨'들에게 미래가 요구하는 비즈니스맨 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직장생활에서 '인재'가 되기 위해 꼭 명심해야 할  사항을 알아야 한다면, 다니엘 핑크와 유순신에게서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래학 전문가와 최고의 헤드헌터의 만남' 내가 이 책에 주목한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 만든 책, [위풍당당 직장생활백서] 원제목은 The Adventures of Johnny Bunko: The Last Career Guide You'll Ever Need 이다. 
   

   
 이 책은 다니엘 핑크의 글에, 일본만화 시마과장의 캐릭터와 비슷한 필체를 가진 롭 텐 파스라는 만화가의 그림, 거기에 유순신씨의 번역과 설명으로 이 책은 구성되었다. 주식이나 컴퓨터등의 해설서가 만화로 구성된 적은 있었지만, 자기계발서가 만화로 구성된 점은 처음인 듯 싶다. 미래학 전문가인 저자가 21세기를 채워나갈 직장인들은 '시청각 세대' 즉, 콘솔게임과 만화 등 다양한 시청각 매체를 통해 교육받았던 세대들인 만큼 '만화적 구성'을 통해 '쉽게 생각하고 덤빌 수 있게' 꾸민 것 같아 흥미롭다. 만화형식으로 꾸며져 읽기가 쉬웠고, 그만큼 다니엘 핑크가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와 유순신의 해설은 쉽게 다가왔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에릭은 아버지의 충고(취직하기 쉬우려면 회계학을 배워라)에 따라 회계학을 공부했고, 또 취직을 했다. 하지만 배치받은 부서는 그와는 전혀 맞지 않는 부서, 늘 쏟아지는 업무량에 치이고 야근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멘토를 만나게 되고, 그는 그녀의 조언을 따라 위풍당당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요정이자 에릭의 멘토가 되는 그녀는 에릭의 직장생활을 지켜보며 다음과 같은 조언을 던진다.
 
LESSON 1. 계획을 세우지 마라 -레시피대로 요리한다고 맛있는 음식이 되는 건 아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서는 안된다. 그리고 '계획대로 하고 있으니까 뭐든 잘 될 거야. 계획만 지키면 돼."라고 생각해서도 착각이다. 계획을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계획이 되도록 하라.

 
LESSON 2. 약점이 아닌 강점에 집중하라 - 내가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일에 올인하라
기업은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를 필요로 하고 있다.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보다는, 모든 일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한 분야에서만큼은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사람을 원한다. 이들이 인재人材다. 그러므로 '약점'을 보강하느라 시간낭비하지 말고, '강점'을 살려 활용하라. 그 강점을 선택하고 집중해 약점이 있는 나로 위축되지 말고, 강점으로 실력을 키운 나로 자신감을 지녀라.

LESSON 3. 타인을 위한 가치를 생산하라 - 정성과 배려가 맺는 열매의 이름은 신뢰
이말은 비단 고객을 상대할 때만 있는 말이 아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지금, 현재 몸을 담고 있는 동안 만큼은 열과 성의를 다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나를 돋보이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동료들과 화합하여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자신에게 강점이 없어도 다른 사람의 강점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는 조직의 리더감으로 손색이 없다.

LESSON 4. 끈기는 재능을 이긴다 - 우연이란 없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Runner's high'를 경험하라. 마라토너가 달리는 동안 힘이 들고 괴롭지만,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마치 환각에 빠진듯' 더이상 힘들지 않고 편안한 시점에 도달한다. 마라토너의 목적은 결승점에 골인하는 것이다. 그들이 달리는 동안은 힘든 여정이 아니라 최고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LESSON 5. 실수를 통해 배워라 - 빛나는 자신감으로 마음껏 도전하라!
실수를 두려워 움직이지 않으면 '실패'가 된다. 반복된 실수는 성공에 한 발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그리고 실수를 했거든, 숨기지 말고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아라. 
선배들의 실패담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충고와 주의를 감사하게 접수하라. 가장 중요한 것, 반복하지 말아라. 반복된 실수는 '실패자의 몫'이다.  

LESSON 6. 위대한 유산을 남겨라 -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

나의 일을 찾을 때 월급쟁이의 의무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세상을 돕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부과 권력을 쥐었으나 불행한 인생을 선택할 것인가, 자신만을 돌보는데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인생을 선택할 것인가는 나에게 달렸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애사심愛社心을 데리고 20세기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무한 경쟁의 틀 속에서 어렵게 직장을 잡은 비즈니스맨들은 어쩌면 대입시험을 합격한 새내기들의 기분이 들련지 모른다. 이뤘다는 성취감보다는 마치 사막의 한가운데 버려진 것처럼 앞으로 내가 가져야 할 꿈과 기대치를 잃어버린 느낌, 그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젠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이제껏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주어 살아왔다면 스스로가 만든 자아를 통해 일과 성공에 매진해야 한다. 저자들은 오늘을 사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이 일이 과연 나에게 맞는 일일까?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소프트방크의 부회장 기타오 요시타카의 책 [일 -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何のために動くのか ]를 생각나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미국인인 만큼 요즘 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느 '비즈니스맨들의 방황'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오늘날의 프로페셔널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정말 마음이 따뜻한Warm -hearted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둘 모두를 갖추기가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시대의 요구상을 전문가들이 전해줬다면, 그것을 획득하는가는 독자 몫에 달린 문제겠다. 새로운 시도로 접근한 유쾌한 자기계발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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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전쟁 - 세계 빅3 스포츠 기업의 불꽃 튀는 기업 전쟁
바바라 스미트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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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두 곳의 '스포츠마케팅 비리'를 파헤친 멋진 책! 

  늦은 밤, 혹은 이른 아침 가장 편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파워워킹'을 나설 때면 하게 되는 고민 하나는 운동화는 무엇을 신을 것인가?이다. 그렇다고 필리핀의 전대통령 부인 이멜다 여사의 구두만큼 운동화가 많아서는 아니다. 그저 걷기만 하는 운동을 택한 탓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이 스포츠는 매번 반복되는 단순한 운동인 터라 자칫 지겨워 운동을 포기할 수 있기에 계절이 바뀌는 석달에 한 번 씩, 지금껏 열심히 운동한 자신에게 선물로 새 런닝화와 운동복을 구입하는 것이다. 워킹을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요령이라며 권한 후배의 조언이기도 한데, 그래봐야 구입비가 전에 다녔던 헬스클럽에 들인 비용보다 적게 들기도 하고, 또 실제로 운동이 지겨워질 때 쯤이면 이번에는 무슨 신발과 운동복을 살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에 한 번씩 고비를 넘길 수 있어 유용했는데, 그 덕에 석달에 운동화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제는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Impossible is Nothing' 을 신을까 고민했지만, 입고 있는 운동복에 걸린 몇 개의 갈고리 때문에 갈고리 하나를 더 추가하기로 정했다. 메이커는 '그냥 한 번 해봐! Just Do It!'. 우습다, 오밤중에 네깟놈 운동화를 누가 볼까보냐 싶지만,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신발장 앞에서 1분여 고민하며 치루는 유치하고 어리숙한 나만의 작은 고민이다.
 
  0.001초라도 좀 더 빠른 기록을 위해 0.1 그램이라도 더 가볍고 편안한 운동화가 필요한 육상선수나 운동선수가 아니고서야 뭘 신어도 상관없고, 그 차이를 알까 싶지만 일반인들의 운동화선택은 선수들의 그것 못지 않다. 세상에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멋지고 예쁜 운동화들이 평생을 매일같이 바꿔 신어도 될 만큼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최고의 운동선수들이 이미 신고 뛰었기에 운동효과는 극대화 될 것 같아서 마이클 조던처럼 덩크슛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데이비드 베컴처럼 화려한 프리킥으로 골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닌 걸 잘 알지만, 정말 그럴 것만 같다. 도대체 이 멋진 것들은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그것들의 시작도 이렇게 화려했을까? 도대체 이 운동화 한켤레로 얼마를 벌어들일까? 유독 신발에 관심이 많은(물어보면 남들은 나보다 더하지만) 이처럼 평소에 갖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 집어든 책이 있다. 바바라 스미스의 책, [운동화 전쟁]이다. 원제목은Drei Streifen gegen Puma 이고, 미국판은 Sneaker Wars: The Enemy Brothers Who Founded Adidas and Puma and the Family Feud That Forever Changed the Business of Sport 이다.
 
 


 
  운동화 전쟁Sneaker Wars, 제목부터 흥미로운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기기에 앞서 저자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바바라 스미트Barbera Smit 는 영국과 프랑스의 여러 매체의 날카로운 비즈니스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로, 하이네켄맥주 회사를 경제사적으로 스캔들을 다룬 책, [브라우어라이 하이네켄:Heineken: Een leven in de brouwerij] 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 [운동화 전쟁]을 쓰기 위해 무려 5년에 걸쳐 광범위한 조사와 자료수집, 그리고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가족 구성원들은 물론 수많은 동업자, 간부들과 독점적인 인터뷰 또는 전화인터뷰를 바탕으로 저술한 책이다. 저자의 소개에서 느꼈을테지만 이 책은 세계적인 스포츠 슈즈 회사들을 홍보하기 위한 책이 절대 아니다. 그들의 시작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발전과정을 살피고,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창업자 가족들의 과거사와 기업들간의 피튀기는 암투를 그린 일종의 고발성 르뽀다.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기업, 즉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 모두 현재 왕성하게 영업을 하고 있고, 거의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덕에 저마다 최고의 매출액을 달성하고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들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에에 이 책은 존재하는 자체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겠다.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전에는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이 책의 첫번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루돌프 다슬러Rudolf Dassler 와 아돌프 다슬러Adolf Dassler 형제는 세계적인 스포츠메이커인 푸마Puma 와 아디다스Adidas 의 창업주라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신발제조 기술이 뛰어난 아돌프와 경영수완이 좋은 형 루돌프가 처음에는 함께 운동화 회사를 함께 운영하다가 사업적 이견대립과 가족간의 갈등으로 죽을 때까지 화해하지 못하는 '철천지원수'로 갈라선다는 것이다. 국내의 회사인 ‘형제 주류(酒類) 회사’인 국순당(대표이사 배중호)과 배상면주가(대표이사 배영호)를 운영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주류 CEO형제이야기와는 격이 달랐다.
 
   아돌프 다슬러의 운동화 회사, 아디다스가 독일에서 인정받고, 세계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게 된 역사적인 사건은 '베른의 기적'으로 알려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결승전이었다. 아침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던 하늘이 경기가 시작할 때 즈음 빗방울이 떨어지게 되자, 아디(Adi-Adolf의 약자) 다슬러는 비올 때를 대비해 만든 비장의 새 축구화를 꺼냈다. 이 축구화는 잔디 사정에 따라 스카이크 길이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경기 초반 전반 8분 만에 헝가리는 독일을  2:0으로 리드하지만, 계속되는 비에 헝가리 정부가 제공해준 축구화를 신은 선수들은 미끄러지기를 반복한다. 독일은 종료 5분을 남기고 란의 그림같은 슛이 성공하면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마자르인 마술사' 헝가리를 누르고 승리를 거둔다. 헬무트 란의 결승골로 결정된 이 승리로 수백만의 독일 사람들에게는 나치 지배가 끝난 후 굴욕감, 비애, 빈곤으로 얼룩졌던 암울한 시가가 끝나는 것을 상징했다. 그들의 의미있는 승리 뒤에 아디 다슬러는 숨은 주역이 된다.
 
 

 
 
  그 후 아디다스의 축구화는 승승장구를 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고, 루돌프 다슬러의 푸마는 늘 동생의 이름에 가려 이인자로 전락하고 만다. 그들의 명성은 경영권을 물려받은 아들들에서도 마찬가지가 되는데, 오히려 그 격차는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가 물려받으면서부터 그 격차는 더 커진다. 활발하고 배짱이 좋은 호르스트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과 기술자인 아버지가 갖지 못한 경영적 수완까지 물려 받아 아디다스를 세계 최고의 운동화 회사로 만든다. 그는 아버지가 성공을 일으킨 '베른의 기적' 사건에서 다른 쪽으로 성공의 열쇠를 찾게 되고, 그 역시 호주 멜버른 올림픽에서 모든 선수들에게 무상으로 운동화를 주는 것으로 다른 운동화들을 따돌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올림픽에서 운동화를 팔아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순간 자신의 운동화를 신도록 하는 최고의 광고, 즉 '스타마케팅'의 시작을 만든 것이다.
 
  이 때부터 기업간에 불붙은 스타마케팅은 하나의 역사를 이룬다. 스포츠광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은 조금 더 많은 돈과 장비제공에 서슴없이 브랜드를 갈아치우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그 때마다 놀라운 성장을 이루는 기업의 매출을 살펴보면서 돈이 돈을 버는 '땅짚고 헤엄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후원했던 인물을 FIFA 회장으로 만들고, IOC 위원들로 내세워 명실공히 돈으로 뒤범벅이 된 '스포츠 마케팅 비즈니스'도 함께 구경하게 된다. 도청과 회유가 난무하고, 상속다툼과 지분분할로 형재애는 온데 간데 없어지고, 가정이 파탄되는 회장들도 만나게 된다.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한 경영, 게다가 서로 물고 뜯는 아귀다툼으로 전락한 형제 기업들 틈에서 미국에서 키워진 필 나이트의 '나이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가득하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경영속담을 재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아닌, 소비자로서 은근히 부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들의 잔치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막강한 브랜드 네임의 힘을 입고,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을 등에 업으면 팔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공식이 이 책에서 성립되고 있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의 어떤 면에 열광했는지가 아니라 어느 팀의 누구에게 돈을 줘서 신게 했는지가 그들에게는 관건이었다. 소비자들은 그저 돈을 들고 제품이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는 맹신도적 추종세력Wannabe에 불과했다. '그들이 신었던 것이니까, 나도 그것을 신는다면 그와 같은 기록과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망상과 허망한 동일시를 당연한 듯 생각하고, 이를 이용해 음성적으로 온갖 뇌물과 회유를 일삼았던 스포츠기업의 행태를 보면서 허탈함마저 들었다. "그들을 추종해 찾아 입으면 입을수록 허망해지고 불행했다."고 고백하며 No-Brand를 실천하며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을 쓴 바 있는 닐 부어맨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비단 스포츠브랜드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생산품목 하나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국내외 모든 기업이 음으로 양으로 서로 각축을 벌이며 지금도 싸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형제들이 싸우는 동안 나이키가 세계를 주름잡은 것처럼 레인콤과 거원을 비롯한 업체들이 서로보다 약간 더 나은 제품을 쏟아부으며 기록 경쟁을 하고 있을 때, 후발업체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가장 단순하고 편한 기능으로 소비자를 기절시킬 만큼 놀라게 만드는 '나만을 위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만들어 세계를 제패했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기업경쟁이 되어야 하는지를 이 책은 여실히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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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빗발치는 포화속에 피어난 꽃, 그녀의 이름 어머니!
 
  중동국가의 두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아프간 전쟁의 참상과 두 아이의 우정, 그리고 진정한 용기를 말했던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내게 많은 감동을 남겼다. 처녀작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필체와 묘사 그리고 감동적인 스토리는 계급사회가 있었던 우리의 그것과 닮아서 충분한 공감과 연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고, 그때의 감동을 되새김했고, 이제는 두번 째 이야기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마주했다.
 
 


 
  끝없는 포화속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소련의 침입과 철수, 나지불라 정권과 무자헤딘 동맹군 간의 내전, 탈레반 정권과 미국과의 다시 시작된 전쟁으로 이어지는 아프가니스탄의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숨가픈 격동의 세월을 보낸 두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속 주인공인 이 여성들은 사실 엑스트라다. 그녀들을 고통받고 신음하게 만든 전쟁은 남성, 그들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취임했다가 암살을 당하는 대통령들, 제국의 패배, 전쟁의 종식과 함께 또다시 반복되는 전쟁이 그녀들에겐 이유도 물을 수 없고, 항변도 할 수 없는 자연재해와도 같다. 그곳 중동국가에는 여성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얼굴과 몸을 전부 가리고 다녀야 하고, 남자 없이는 외출의 기본권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기란 사치에 가깝고, 그저 폭력과 굶주림만 면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도 없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여자로서, 어머니로서의 처절한 삶에 대한 투쟁은 녹아 있었다.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그래서 처연하게 아름다운 노래들이 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이 소설은 두 주인공 하리미(사생아)로 태어난 마리암, 근대적 교육자의 아버지를 둔 라일라의 이야기가 서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현대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자 하는 라일라와 하리미로 태어나 벗어날 수 없는 테두리에 익숙해 져 삶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마리암.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10대의 라일라와 30대의 마리암 두 여자가 전쟁으로 인해 우연과 같은 필연을 맺게 되며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남편의 억압과 폭력, 계속 되는 사산으로 자식을 갖지 못한 여인으로서의 절망감에 모든 것을 잃었던 마리암의 인생에 나타난 라일라. 그녀 역시 전쟁으로 부모를 잃어 살아남기 위한 최선책으로 선택한 결혼이었기에 라일라와 마리암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 거린다. 자신의 눈앞에서 부모님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마리암과 라일라는 서로의 아픈 상처를 남편을 공유해 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치유해 간다. 자식을 가질 수 없었던 마리암은 라일라의 딸 아자자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눈앞에서 죽음을 선택해야 했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라일라와 아자자를 위해 벽 뒤에 숨은 태양으로 자신을 이끌며 두 모녀에게 찬란한 태양의 빛을 선물한다.
 
  두 여자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 여자로서, 어머니로서의 그들의 삶은 그렇게 서로에게 찬란한 빛을 비추며 다시 탄생한다. 언제 폭격을 받아 생사를 달리할지 모르는 극박한 상황, 군벌간의 내전으로 인한 이유 없는 전쟁 속에 사라져 가는 친인척과 수많은 사람들, 옆집이 폭격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함께하던 친구의 죽음과 갈기갈기 찢어진 친구의 파편을 챙기는 어머님의 모습은 그녀들의 눈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참혹함을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는 눈앞에 영상이 그려지듯 생생하게 전한다.  계급으로 인한 신분의 차이로 안타깝게 살다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던 [연을 쫓는 아이]와는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사회적 지위를 갖지 못하는 여성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무책임한 남자들의 판단으로 치뤄진 전쟁의 실제적인 피해자인 여성들이 바라보는 전쟁과 남성 그리고 아프카니스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었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들을 셀 수도 없었네.”
 
 이 책[천개의 찬란한 태양]의 제목은 17세기 페르시아 한 시인이 카불에 대해 노래한 시 속의 한 구절 속에서 만들어졌다. 시 속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들 아프가니스탄의 어머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한 남자의 아내로서 폭력과 억압받는 여성으로서의 삶이 아닌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그들이 가지는 여성상은 찬란한 태양과 같게 느껴진다. 라일라의 딸 아자자는 무의미한 마리임의 삶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와 그녀를 찬란한 태양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마리암은 또 다시 그들에게 빛을 선물하지 않았던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뇌리에 떠오르는 영화는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였다. 덜렁대는 성격에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있지만, 남편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여 외출도 매번 허락을 받아야 하는 답답한 현실에 불만인 가정주부인 델마. 꼼꼼하고 이성적이지만, 식탁들 사이에서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만 한 웨이트레스 루이스.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려는 델마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루이스의 여행은 권위적인 남성들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여성들의 화려한 탈출이었다. 그 결말을 떠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었던 가치관과 아닌 것에 대해 거침없이 반대하는 그녀들의 용기가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는데, 마리암과 라일라의 삶을 엿보면서 그녀들의 마지막 질주가 떠올랐던 것은 왜 였을까? 남성으로 대표되는 전란과 폭력 속에 처절하지만 아름답게 피어나 있는 여성들을 이야기한 영화같은 소설, 역시 할레드 호세이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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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
이영권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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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후설계'를 걱정하고 있는 부부들이 꼭 읽어야 할 책!


  
  '승자독식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계속되는 불황에, 늘어가는 자녀교육비,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미래를 책임져 줄 국가성장동력은 아직 없어 보이고, 경제는 지구 건너편 미국의 일희일비에 함박웃음을 지었다가 독감에 걸렸다가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새 정권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사건, 사고'로 범벅이 되어 벌써 3년은 지난 듯한 감마저 든다. '먹는게 남는 것'이라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되어, 안심하고 먹을 먹거리조차 없다. 하지만 이것들도 오늘 먹어야지, 내일이면 또 높아질 소비자물가지수 때문에 비싸지기 때문이다. 앞, 뒤, 좌, 우를 살펴도 무엇하나 안심되고, 즐거울 것이 없는 요즘이다.
 
 예전의 우리 부모님 시절은 그리 팍팍하지 않은 것 같았고, 부족했지만 나름 '안심'하고 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좋을 지조차도 모르겠다. 아니 내가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바보'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나를 비롯한 독자들에게 깊은 한 숨을 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경제학자가 있다. 학자라 해서 권위적이고 독선적이지 않은 사람, TV 채널의 아침방송에서 꾸준히 패널로 출연하면서 직장인 보다는 오히려 주부들에게 더 잘 알려진 경제학자, 이영권 교수가 쓴 책 [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가 그것이다.
 
 

 
 
  이 책은 숫자와 이론으로 첨철된 일반 제테크서와는 다르다. 마치 대형은행의 PB가 고액예치금을 넣은 VIP 고객을 모시고 차 한 잔 앞에 두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를 하듯 경제와 재테크와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해 준다. 알지도 듣지도 못한 어려운 말을 절반이나 집어넣어 현혹하여 마치 '투자의 귀재'라도 된 듯 제가 찍은 예금상품과 투자종목이 최고라며 그것을 종용하지도 않는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러니 당신과 당신의 주위를 둘러 봐라. 그리고 변화하는 내일을 위해 오늘, 미래를 준비하라" 고 쉬운 말로 조언한다. 수필집을 보듯 술술 읽힌다. 하지만 연신 머리를 끄덕이게 만든다, 토크쇼의 청중들처럼. 그렇다, 이 책은 청장년층을 위한 [TV 재테크 특강]이라고 보면 딱 좋겠다.
 
스스로가 50대 중반에 있는 저자가 30~50대 독자들을 겨냥해 마치 가방끈이 긴 형님, 삼촌이 이야기를 주듯 '오늘을 행복하게, 내일을 알차게 준비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해준다. "딱 10년전에 그 땅을, 그 주식을, 그 보험을 샀더라면..."하는 '경제적 판단의 후회'를 매년 거듭하는 이유는 경제란 기본적으로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생활이란 미래를 위한 끊임없는 선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가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경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누군가 경제생활의 멘토가 되엇 마치 자동차 네이게이션처럼 그 때 그 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쳐 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에 대한 안목을 갖추고 경제의 흐름을 읽는 일은 인간생활에서 더 없이 중요한 것이다.특히 경제적인 부를 성공의 중요한 구성요거능로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P 7) 
저자는 이 책에서 노후준비를 위해 네 가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것들을 설명하고 그것들을 알게 되면, 가정성공학의 관점에서 나와 가족이 행복한 노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누후준비를 위해 필요한 네 가지의 인식전환은 다음과 같다.
 
1. 직장을 버리고 직업을 가져라.
2. 주가를 관리하듯 가족행복도 관리하라.
3. 부동산보다 든든한 자녀교육에 투자하라.
4. 재테크 하기 전에 경제를 배워라.
 
그리고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한 성공습관으로 또 다시 네 가지를 들었다. 그것은 "일찍 일어나라, 건강을 지켜라, 경제신문을 읽어라, 책을 읽어라" 였다. 위에서 말한 인식전환 네 가지와 성공습관 네 가지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과 생활'에 쫓겨 지켜낼 수 없는 '마냥 미뤄두고 있는 숙제'와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을 지금 실천하고 행동해야만 우리가 지쳐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을 좀 더 나은 그것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경쟁력없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고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는 직업을 갖으려고 찾아보고, 미래의 행복이 아닌 부족하지만 단란한 가족의 행복을 오늘부터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수도 없이 변하는 교육제도 마다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과외수'만 늘려 아이들을 등떠밀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근접한 위치에 있고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자신에게 행복한 것을 찾아주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테크 또한 마찬가지다. 피땀흘려 지금껏 모은 경제적 혜택을 소위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예측과 판단에 의존해 투자하지 말고, 독자 스스로가 투자자가 될만큼의 경제적 역량을 키워 진중하게 투자할 것을 저자는 권한다.
 
  2005년에는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젊은이 4.6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고, 2050년에는 젊은이 1.4 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출생률 저하, 노령인구 증가의 우리나라 미래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40-50대는 자식에게 부양을 의지하지 못하는 첫세대가 되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부모 대신 생면부지의 노인들을 세금으로 모시는 첫 세대가 된다. 이 말은 청년층과 장년층은 지금과 전혀 다른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부모들이 해왔던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해서는 절대로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조언들 모두 맞는 말이고,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었다. 똘똘 뭉쳐져 무엇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모르는 현재의 실타래였는데,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당장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실밥들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워렌 버핏의 투자습관이 '안전한 종목을 가급적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라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느긋한 마음으로 서서히 풀어나가는 것' 이 '부자 가족으로 가는 미래 설계'임을 저자는 알려주는 것 같다.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거론하면서 미래를 위해 준비하게 하는 재테크 책은 처음인 것 같다. 꽉 막혀 가쁜 숨만 쉬던 가슴에 큰 한숨을 제공하는 듯 했다. 가정을 꾸민 독자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설계'를 준비하고 있다면,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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