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 Winery 와인 & 와이너리
송점종 글, 장영준 사진 / 생각의나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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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와인의 고향, 와이너리를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특별한 순간에 딸 거에요."
"당신이 1961년산 슈발블랑을 따는 날, 그날이 바로 특별한 순간일 거에요."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 2004]에서 1961년 슈발블랑을 애지중지 보관하고 있는 마일즈에게 마야가 대답한 말인데요, 와인을 따는 날이 특별한 순간이 된다는 말이 정말 멋들어지지 않습니까? 이 영화는 영화속에 녹아든 감독의 해박한 와인지식들이 대사로 그대로 옮겨져 수많은 와인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영화인데요, 이혼의 후유증을 와인으로 달래는 와인 애호가인 영어 교사 마일즈(폴 지아매티)는 자신이 쓴 소설을 출판사에 보낸 후 결정을 기다리면서 단짝친구인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총각파티를 겸해 산타 바바라 지대의 와인농장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서로가 매우 친하면서도 외모나 성격은 정반대인데요, 마일즈가 생산이 까다롭고 맛 또한 복잡하기로 유명한 와인 '피노'처럼 까탈스럽고 예민하다면, 결혼을 앞두고 다른 여자와의 만남에 열을 올리고 매사 고민 없는 잭은 어디서도 생산될 수 있고 돌보지 않아도 잘 자라는 '카베르네'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영화 내내 티격태격 입씨름하는 두 친구를 보는 것도 즐겁고, 소개되는 와인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좁은 시골길과 햇빛에 얼룩진 포도밭, 와인 농장이 갖추어진 미국 중부 전원 도시와 샌타 마리아, 롬팍, 샌타 바버라, 골레타 등 이 지역의 명소들을 구경하는 맛은 최고였죠.  좋은 사람들과 오붓하게 마시는 와인이라면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겠지만, 마일즈와 잭처럼 와인을 만드는 곳, 와이너리에서 저희들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했습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 와인에 관한 책이 나왔습니다. 와인 전문가와 사진 작가가 힘을 합해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에스파냐, 포르투갈, 슬로베니아/헝가리,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중국 등 세계의 와이너리를 돌며 그곳을 한눈에 내려다 보듯 사진으로 옮기고, 나라마다 다른 와이너리를 소개한 책입니다. 각국 와인과 와이너리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와인문화와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는데요, 외국인도 볼 수 있도록 영어로도 옮겨 놨습니다. J.J.Song 와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송점종씨와 사진작가 장영준씨가 손을 잡고 만든 책, [와인& 와이너리Wine & Winery]입니다.
 
 


 






 
  책의 첫장에 소개된 [와인 그리고 인생]이 눈에 띱니다. 한 병의 와인을 탄생시키기까지 포도의 일생이 우리를 닮아서 와인은 인생이고, 아이콘 상품이자 관광문화 상품이 되어버려 와인은 문화도 되고, 기원전 7000년 전후 신석기시대로 추정되는 와인의 시작은 우리와 함께 했기에 와인은 역사이며, 땀으로 얼룩진 농부의 고단함이 1년 내내 계속되기에 와인은 사계Four Season 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예찬하고, 삶의 중요한 순간을 와인과 함께 채색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와인은 예술이다."라고 명명한 저자의 글이 흥미롭습니다. 그후에 펼쳐지는 그림들은 그야말로 예술인데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을 보듯, 각 나라의 포도밭과 와이너리의 사계절을 그려낸 그림들은 한 장 한 장이 장관이었습니다. 수 년간 저자 둘이 세계의 와이너리를 돌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들이 경험한 것처럼 각국의 와이너리의 사진에서 소개되는 와인들 모두 마셔보고 싶은 충동이 일더군요. 그럴 수 있다면 이 그림들을 보는 독자들 모두 세계의 와이너리를 보는 마일즈과 잭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후반부에 소개된 [와인 문화와 비즈니스]는 약 20여 페이지 남짓인데도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을 컴팩트하게 잘 요약을 했습니다. 와인산업과 문화, 와인의 역사, 와인의 종류, 와인의 재배지역과 출시와인들, 와인별 보존기간까지 도식과 함께 어울어져 있어 보고 익히기에 충분하게 정리가 되었습니다. [와인문화의 이해] 편에서는 와인 주문하는 요령과 요리와 어울리는 와인들, 그리고 테이스팅을 설명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와인 에티켓과 마시는 순서, 나라별 라벨읽기도 그림들과 함께 친절하게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와인이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인지는 익히 알고 있지만, 어느 와이너리를 통하는지는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가 힘들겠죠.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하는 와인의 고향을 소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리고  각국 와이너리의 특징을 통해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와인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한장 한장 작품같은 포도밭과 와이너리의 풍경들입니다. 즐겨 마시는 와인을 옆에 두고,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사이드웨이] 못지 않는 훌륭한 와이너리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즐거운 여행, 눈이 맛있는 책, 지금까지 [Wine & Winery]의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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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스피치 - 세계 최고의 스피커들이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은 표현력
박정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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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스타강사들이 말하는 '나만의 완벽한 스피치' 만드는 법!
 
  지난 5월 23일, 나는 무척이나 들떠 있었다. 책으로만 만나던 세계적인 경영구루 톰 피터스를 이곳 한국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열렸던 이 행사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회하는 톰 피터스의 강연 주제는 <디자인으로 미래를 경영하라> 였다. 시간당 10만 불(우리돈으로 약 1억원)의 강사료를 받는다는 그의 강연을 참가비 10만 원을 내고 듣게 된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초우량기업의 조건]을 비롯하여 [Wow-project]와 [톰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등 그가 쓴 저서는 전 세계 경영계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하는데 충분한 가치를 지녔고, 지금도 세계를 강연을 하러 돌아다니며, 자신의 생각과 컨텐츠를 쏟아붓는 노익장을 확인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그의 강연을 듣고 돌아오는 마음은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 세 번째로 만난 아사코를 만나고 돌아온 심정이랄까? '차라리 보지 않았던 것이 나았을 뻔 했다.' 서울시가 세계적인 디자인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에 참석한 톰 피터스는 그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강연을 하였다. 심지어는 '어제까지 150여 장의 슬라이드를 준비했었는데, 갑자기 그것들을 모두 치워버렸다. 그리고 이 몇 장으로 충분히 강연을 할 것만 같았다'는 등의 마치 무슨 '영감'을 받은 듯한 주술사의 표현을 거침없이 하였다. 내용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그의 책 이야기와 언론과 방송에서 주목만 했다면 들을 수 있었던 기업들의 이모저모였다. 두 시간여 동안 익숙하게 입에 배어 있는 말들을 쏟아내는 그였지만, 나이탓인지 연신 땀을 흘렸고, 약간은 지친 듯 했다. 그에게서 신선한 충격을 받으로 찾아온 세계적인 슈퍼 강사에 의해 열광의 도가니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나를 포함한 수천의 청중들은 비싼 강연료를 지불했기 때문에 일어서야 할지 끝까지 들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끝까지 있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청중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언론관계자'의 한 명이 이런 질문을 했다. "당신은 이 강연을 위해 무엇을 준비했는가?" 두 시간여를 땀을 흘리고 강연한 톰피터스는 눈을 크게 뜬 채 뜨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질문은 참석한 수천의 청중이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리액션은 실망 자체였다. "당신이 무슨 뜻에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 고 거듭 질문을 되받아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자신의 이야기들을 또 다시 되풀이 하며 10-20분을 보냈다. 쓴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지금껏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한거지?'
 
 


 
 세계가 인정하는 스타강사인 그가 강연한 것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상황을 보내고 돌아온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거나, 몸이 아팠을 것'이라고 자위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니라도 어쩔 수 없다. 이땅에서 그렇게 적은 강연료로 앞으로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그런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난 가지 않을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실망을 재확인'하는 참담함으로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강연을 듣고 난 후 많은 청중을 모아놓고 강연을 하는 강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강사가 한 두 시간의 시간을 가지고 청중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은 또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한 명의 청중 한 명 한 명과의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어 놓은 둘만의 진검승부'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사로잡고, 강사에게 열광할 때 그는 또 다른 진검승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통해 그 생각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박정길의 책, [1% 다른 스피치]를 통해서다.
 
  이 책은 NLP(Neuro-Linguistic-Programming), 즉 '생각과 언어가 결과를 지배한다'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교육과 코칭을 하고 있는 NLP트레이너인 박정길 NLP 전략연구소 대표가 세계 최고의 프로 스피커(강사)들의 강연 행사를 기획, 진행하고 그들의 강연회를 참석하면서 경험한, 대중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그들의 1% 다른 스피치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스티븐 코비, 앤서니 라빈스, 존 코터, 혼다 켄, 브라이언 트레이시, 니도 쿠베인, 빌 클린턴, 존 맥스웰, 존 그레이, 백기완, 톰 피터스 등 국내외 다른 분야에서 저마다 최고의 스피커로 알려진 이들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특히 전문가인 저자가 그들을 직간접적으로 '직접' 만나 그들을 목격한 내용을 토대로 꾸몄다는데 책을 읽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구성은 11명의 세계 최고의 스피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되고, 그들이 펼친 어느 강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술해 나간다. 그 후 저자가 살핀 그들만의 독특한 강연방법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술하고, 그들의 핵심 1% 다른 스피치기술을 요약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점은 지금껏 명저자이자 명강사로 이름이 알려진 이들을 책으로 만나면서 배운 내용이 '그들이 강연내용'이었다면, 이 책은 강사이기도 한 저자가 관찰자로서 그들의 강연을 추적하면서 느꼈던 다른 이들과의 차별된 무엇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View-point를 달리 했다는 것이다. 마치 '명강사들은 이렇게 자신의 강연을 이끌어간다'고 보여주는 듯해서 내가 그의 강연회장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최고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6시간이나 되는 강연에 앞서 완벽하게 준비를 한 후, 똑같은 시간동안 리허설을 해야하는 '완벽한 준비로 무장한 스피커'인 콘 코터와 마치 책을 읽듯 아무런 동요없이 연설을 진행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성찰이 묻어난 내용으로 아무런 액션없이도 관객을 꼼짝할 수 없이 빠져들게 하는 최고의 스피커, 브라이언 트레이시, 세계를 상대로 퍼포먼스를 연출했던 전직 미국대통령 빌 클린턴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자기연출법, 순수한 우리말로 청중을 행동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최고의 선동가, 백기완 등이 흥미로웠다. 책 속에 있는 톰 피터스와 내가 경험한 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다소 혼란스러워 그에 대한 부분은 읽지 않았다.
 
  후반부에 저자는 세계적인 스피커들을 통해 이들이 남들과 다른 1%가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준다. 환경을 유리하게 구축하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친밀감을 형성하라, 독특하게 시작하라, 청중을 참여시켜라, 오감으로 표현하라, 도구를 활용하라, 경청하라, 틀을 깨는 메시지를 던져라, 메라비언 원칙을 활용하라, 이미지를 던져라, 은유를 던져라, 성공한 것처럼 커뮤니케이션하라, 질문을 적극 활용하라, 쉼표와 침묵을 활용하라 등이었는데, 그들을 살펴봄으로써 세계 최고의 스피커들이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들의 표현력을 다시 정리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된 열 다섯 가지 테크닉보다 우선되는 공통점은 '그들은 베테랑 경험자'라는 것이다. 세일즈에 성공한 사람,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 사람, 전직 대통령, 베스트셀러의 저자 등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풍부하고 생생한 경험을 이룬 사람들이었기에 그들의 말에는 힘이 실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느낀 무엇을 쏟아부을 수 있는 '꺼리'가 이미 충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나름의 테크닉이 필요했다는 점이다. 이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강연시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국내에서도 '강사양성아카데미'가 여럿 생겨날 정도로 '말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시장에 비해 뚜렷한 발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문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강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조금 더 읽찍 그리고 많이 책을 읽어 그들의 성공사례와 에피소드를 들고 '자기계발'이라는 두루뭉수리한 주제에 대해 강연을 하는 '어설프니'들이 적잖다. 준비되지 않은 자들의 내용없는 강연은 스피커 스스로에게 맥이 빠지는 일이지만, 그보다 강연을 찾아온 청중들에게는 '강연회라는 것은 하나 도움도 되지 않는 쓸데 없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들처럼 말할 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테크닉만을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어느때보다 강연이 많은 시대가 된 지금, '단 한 번의 만남'일지도 모르는 청중에게 나와 나의 생각을 좀 더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강사들이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말을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좀 더 표현력있게 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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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1 :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는다 - 허영만의 관상만화 시리즈
허영만 지음, 신기원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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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값'하는 사람되기를 권하는 허영만 선생의 충고!
 
  우리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다. 너무나 좋아하신 덕에 1년을 술을 드시면 뒷산이 없어지고, 또 다음 해 일년을 술을 드시면 쌀지어 먹을 논 한 마지기가 없어졌다고 할머니가 말씀하시곤 했다. 어릴 적엔 몰랐지만 술을 드시면서 옆에 친구도 앉히고, 새악시도 앉히고, 손에는 '패'를 잡으셨던 모양이다. 아무튼 이십 수년을 그렇게 술을 드셨으니 '부락에서 내 땅 안밟고 읍내 못간다'고 말씀하셨던 선조의 땅은 모두 남의 손에 넘어가고, 소작을 부렸던 세대의 어르신이 이젠 소작을 붙여먹어야 할 형편이 되어 부끄러워 저멀리 남쪽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단다. 가족중 더이상 할아버지 옆을 있으려 하지 않자 이제 막 유치원을 다니던 내가 당신의 유일한 동무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당신의 무릎팍에 앉혀놓고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꼴값을 해야 하는겨. 제 생긴대로도 채 복을 받지 못하고 죽는 것이 사람이여. 그런께 꼴값만 허고 죽어도 여한이 없는겨. 세상을 봐라. 제 꼴이 언쩐 줄도 모르고 위로 뛰고 아래도 뛰는 것들이 월메나 많어.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을 만큼이여. 그렇게 꼴값을 떨어뜨리는 것들을 보고 '꼴값을 떤다(떨어낸다)'고 하는겨."
 
  지금와서 생각하면 팔자八字로, 또 아래로 수염을 늘어뜨린 팔순의 우리 할아버지는 '집안 재산을 모두 거덜을 낼 꼴'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는 그렇게 충실하게(?) 당신을 역할을 할 수가 없을테니까. 아무튼 그 덕에 당신의 자식들은 모두 열심히 일해야 목구멍에 풀칠을 하는 상황이 되셨고, 또 그 덕에 지금도 부런하고, 검소한 자식들이 된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야 어떠셨든, '꼴값을 하라'는 그 말씀 하나 만큼은 요즘과 같은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다시금 새겨야 할 말씀인 것 같다. 우리 할아버지 말고도 또 '꼴값'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는 그리 큰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들어서 '천하의 이야기꾼'으로 명성이 자자하신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최고의 힛트작 '식객食客'에 이어 다시 펜을 잡으셨다. 새로운 만화, [꼴]이 그것이다.
 
 

 
 

 


 
  외모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할 말이 참 많다. 중국에서 들어온 '관상학'이 꽤 널리 알려지면서 외모의 생김이 성공과 출세를 좌우한다는 관념이 꽤 깊숙히 자리잡혀 있는 터. '허우대만 멀쩡'해도 밥굶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없다. '곱다, 예쁘다, 여자답다, 사내답다, 호걸같다' 등 외모에 대한 평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고, 최근에는 '훈남,완소남,완소녀'등 신조어가 생길 지경이니 우리의 외모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이다. 그래서 일게다. 암암리에 시술되어 오던 '성형수술'이 이젠 내어놓고 상품으로, 심지어 남을 위한 미덕으로까지 여겨지는 사회가 되어버렸으니 '유교로 평생을 살다가 돌아가신 선조'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내가 이 책을 잡으며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성형수술하면 관상이 변하는가?'
 
   







 

 





 
  일찌기 공자께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효경]의 첫장인 [개종명의()]장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말씀의 시작은 선왕께서 온 백성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 방법중 하나로 대답하신 것인데 아울러 효의 끝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함께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선조들은 댕기를 따고, 상투를 틀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발을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려 노력했고, 일제강점의 시기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많은 선비들은 ‘손발은 자를지언정 두발()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하여 정부가 강행하려는 단발령에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우리에게 그런 때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많이 변했고, 하늘과 함께 부모가 만들어주신 몸뚱이를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드는 의술이 서양의 몇몇 나라에서 횡횡하더니 세계 제일의 유교儒敎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급기야 되려 서양에 그 기술을 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앞세워 선남선녀를 즐겨하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신풍조,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고 자기가 본래 본 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꼭 그렇게 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하늘이 주신 관상까지 돈으로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신에게 도전하지만 TV를 켜면 성형미인들 세상 더욱더 예뻐지려는 여자의 욕망 그런 미인을 즐기려는 남자들...' 이라며 남녀를 비웃던 당시 최고의 댄스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은 1996년에 최고의 히트를 했던 노래인데,  노래가 말하듯 그당시만 해도 성형 수술은 암암리에 시행되는 비밀스러운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성형미인은 수술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했고, 의심을 받으면 극구 부인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뎌져 명실공히 미녀들의 필수품이요, 입사필기시험을 능가하는 무기요, 있는자의 특권이요, 남보다 앞선 출세의 히든카드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없고, 수줍음없이 '직찍'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영상통화세상이 된 지금의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도 색조화장을 하고, 대통령도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는 바야흐로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 성형의 진위여부를 넘어 성형 수술한 사실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력'으로 보고 그것을 가상히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자연법칙은 '성형 수술'이라는 인간의 의술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혹자는 '이젠 큰 키 만드는 기술만 남았다(불가능이 없다는 중국은 다리뼈를 자르고 붙여 키를 키우는 수술도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세태의 변화로 자연스레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것은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형수술에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값비싼 수술비와 무면허업자들의 시술행위,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변화만을 추종해 '수술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모순된 사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싶다.
 
  허영만 선생님의 이 책을 보면 '성형수술을 한다고 해서 관상이 바뀌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서양사람들처럼 코를 높이 세우는 것은 사진에는 어울리고 보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관상학적으로는 가장높은 산이 더욱 높은 격이 되어 복이 박해지고, 외로워 진다는 것이다(성형외과 선생들도 읽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의 생김이라는 것이 어느 하나 가지고 관상이 좋거나 나쁘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역사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인상보는 법'이 지금껏 전해지게 된 것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읽기 위함'이라며, 마음이 안이라면 얼굴을 바깥이라 그래서 그것으로 우선 사람을 엿보려 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마음이 흉포한데 상이 좋으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마음이 너그러운데 상이 나쁘니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할 인간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을 때까지 참고 두고 볼 수 없는 인간의 조급함이 '인상보는 법'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보면 제 아무리 화장을 하고, 수술을 해서 인상을 좋게 한다고 해도 결국 드러나는 '마음'에 의해 제 '꼴값'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만화를 읽는 것'이라고 어떤 독서가가 말한 적이 있다. 빈 손이면 허전하다고 느껴질 만큼 한 권의 종이묶음이 제 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면 만화를 읽는다고 누가 뭐라할텐가? 더구나 양질의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만화등 다양한 매체를 빌어 재창조되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시대'인 만큼 그 시작이 만화라면 나같은 만화광에게는 더욱 반가운 일이다. 허영만 선생님의 최근 활약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막 1편을 끝냈다. 그래서 아직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모르지만 그 끝을 함께 하면 '꼴값'하는 늠이 될 수 있는 건지, 여전히 '꼴값'을 떨어내는 놈으로 남을 건지가 의문이다. 흥미로운 시작, 그 후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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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탄생 - 현대인이 알아야 할 부와 경영의 모든 것
조승연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세계최고의 거부, 워렌 버핏을 능가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부자이야기!
 
 
우리나라에 처음'부자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책이 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인데, 시리즈로 출간될 만큼 재테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로 장기집권을 했음은 물론 유교적 청렴주의에 입각해 '부자, 돈벌이'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던 것을 금기시 해 오던 우리네 정서에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이후 많은 재테크 실용서가 쏟아졌고, '구체적으로 얼마를 가져야 부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논쟁이 있을 만큼 온국민이 부자되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2001년만해도 10억을 가지면 부자라고 부를 만하다고 했었는데, 10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그정도는 어림 반푼어치도 안되는 금액이 되어버렸으니 몇년만에 부동산값이 부자의 값어치를 엄청 올려놓은 셈이다). '이 책으로 부자가 되었다', 혹은 '다단계사업으로 성공했지 부동산으로는 부자된 적이 없다' 또는 '그의 말은 실전으로는 불가능한 허무맹랑한 이야기 투성이다'는 등 로버트 기요사키와 그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놓고 한동안 설전을 벌린 적도 있었는데, 그만큼 우리사회에 끼친 영향을 방증하는 셈일테다.
 
 각설하자. 막 사회에 첫발을 들였던 그때 나 또한 그 책을 통해 '돈, 부자'라는 개념에 새로운 깨달음 내지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소한 재테크 전문서가 생활에 유용할 수 있음을 알려준 시작이기도 했기에, 개인적으로는 높게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특히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던진 부분은 정작 부자가 아닌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였는데, 사장이 하루 종일 계산대앞에 앉아서 점포를 지휘해야 한다면 천 평의 점포라 할지라도 주인은 '장사꾼'에 지나지 않고, '운영시스템'을 들여놓아 사장이 점포에 없다 하더라도 원만하게 운영된다면 '달랑 세 평 짜리 분식집'이라 할지라도 그 점포의 주인은 '사업가'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사꾼과 사업가의 차이'는 매출액에 상관있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는 사업가는 직접 영업에 상관하지 않고, 또 다른 사업꺼리나 비전을 만들어낼 시간을 얻어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스템System' 덕분이라는 것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순간에도 돈이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System 의 구축' 이것이 바로 사업에 성공하는 비결이요,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통해 배운 것이다. 지금 구멍가게 만한 사업을 하게 된 것도, 한 푼의 돈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묵히지 않고 '돌고 돌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된 것도 그 덕분이라 하겠다.
 
  그 이후 부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많았다. 너무 많아서 그 제목만 써내려 가도 책 한 권은 될 만큼 많다. 하지만 최근에 다른 시점과 시각에서 부자를 바라보고자 한 책을 만났다. 현대가 아닌 먼 옛날 외국의 르네상스 시대에 있었던 '슈퍼 부자', 즉 소위 말하는 '하늘이 내린다는' 갑부甲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그들이 얼마나 부자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체계적으로 부를 형성한 부자였는지 그들이 운영했던 방법들이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전해진다는 것이다. 반갑게도 우리나라의 젊은 작가의 손에서 탄생되었다. 조승연씨의 책, [비즈니스의 탄생]이 그것이다.
 




 


 
 저자의 이력은 이전에 국내에 발간된 [지금 미국에서는 이렇게 말해야 통한다], [공부기술] 등의 책에서 이미 소개가 되었을 만큼 화려하다. 뉴욕대 경영학과인 스턴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어드 음대 이브닝 스쿨을 동시에 졸업했고(언론에 관심이 있다면 들은 바가 있으리라), 그 후 파리로 건너가 '에콜 뒤 루브르'에서 중세미술을 전공했다. 지금은 더치 쉘 사와 필립스 전자 사가 대주주로 있는 영국의 경영 컨설팅 및 리더십 교육회사 UFM에서 최연소 상임이사로 재직중 이란다(언급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니 대단한 이력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쓴 책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약을 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도록 만들었던 슈퍼부자 8명을 찾아, 일개 '장사'에 불과했던 상업을 '비즈니스'로 바꾼 그들의 업적을 살펴보고 그들이 부를 이룬 비법과 지금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 비즈니스 기법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경영학과 중세미술의 만남을 경험해 보자.
 
 

 

 

 

 


 
 이 책에 소개되는 슈퍼부자들은 모두 8명. 대략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르네 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 정치권력을 이용한 자크 쾨르, 정보의 바다를 지배한 해상왕국 베네치아, 대항해 시대를 연 해상완 엔히크,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채권방식을 고안한 현대 금융업의 아버지 야콥 푸거, 세상에서 가장 큰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세계 최초의 대기업 네델란드 동인회사인데 비슷한 시기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부자가 되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책의 내용은 슈퍼부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부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비즈니스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를 살폈다. 그리고 그들의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세계의 대기업들과 그들이 남긴 문화 이야기를 찾아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르네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과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편이 가장 흥미로웠다. 슈퍼부자들의 부자이야기를 듣는가 하면 르네상스의 역사와 중세 미술을 보는 듯 역사와 미술을 감상하는 듯 해 배움과 재미가 두 배가 된다.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기획력이 돋보였다.
 








































  저자는 비즈니스를 탄생시킨 르네상스 유럽의 슈퍼부자들은 부를 이루는 것 못지않게 분배에도 많은 공을 들였고, 공헌도에 따라 이윤을 나누는 수학적 계산 방법을 찾아내 분배의 공정성을 유지하고자 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투자지분, 증권 발행과 시장 형성, 채권, 회계 방식등이 모두 그들의 발명품임을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대륙 유럽을 최고의 부자대륙으로 탈바꿈 시킨 그들은 재산 뿐 아니라 농사법과 항해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켜 당시의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오늘날 부자나 기업가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경제와 사회를 별개로 생각하는 면이 없잖은데, '경제란 어떻게 부를창조하고 분대하는 것인가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의 슈퍼리치를 닮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림이 있는 경제이야기'특히 '부자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인물들이 아닌 중세 르네상스의 그들을 살폈다는 점 또한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역사를 소재로 하는 책은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입심'도 한 몫을 해야 하는 법. 마치 이야기하듯 '이야기꾼'다운 입담으로 책이 진행되었더라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읽혔지 않을까 싶었다. 그 차이는 국사책을 독학으로 하는 것과 선생님의 수업이 곁들여진 역사이야기의 차이가 아닐까? 지난 초여름에 읽은 파워 블로거 김홍기씨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처럼 재담꾼다운 서술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역사를 넘나들며 부자와 기업관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한 이 책이 우리나라 저자의 손에 쓰여졌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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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다 - 글로벌 커뮤니케이터 박현정이 말하는 세계인으로 일하는 법
박현정 지음 / 리더스북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FTA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비즈니스맨들이 꼭 읽어야 할 책!


  8-9년 전, IMF 외환위기의 여파로 막 대학을 나온 동기들 모두 너나 할 것없이 직장이 없어, 아니면 인력이 모자른 직장에서 힘들어 하던 때에 유일하게 말 그대로 '잘 나가던 친구'가 있었다. 졸업 후 취업을 못해 한 학기를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던 동기 녀석이 우연히 신문을 보고 지원한 미국계 컨설팅회사에 당당히 입사한 것이다. 학과공부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 1년 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는데, 그것이 경력사항이 되어 평균에도 못미치는 학점을 가지고도 들어간 것이어서 녀석의 취직은 있을 수 없는 '소 뒷발로 쥐잡은 격'이라며 한동안 화제꺼리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는 대학생은 지금만큼 그리 많지 않은 덕을 본 것이리라. 취업 후 몇 달만에 중고이지만 외제차(회사를 고려해서인지 포드)를 뽑고, 1분기마다 우리의 연봉에 버금가는 인센티브를 받아 수입면에서 같은 해 졸업한 동기들보다 비교가 되지 않는 단연 톱을 달렸다. 가끔 동기들을 불러 술을 사기도 했는데, 부러워하는 동기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너희들이 몰라서 그래. 돈을 많이 받는 이유는 그만큼 더 벌어주기 때문이야. 내가 얼마나 견디기 힘든지...그 이상은 말 못한다."
 
 매년 성과를 놓고 1년의 계약갱신을 하는 방법으로 총 3 년을 일한 그 친구에게 남은 것은 7-8천 만원하는 외제차와 절반가량 대출을 받아 30평 대의 아파트(당시는 외환위기의 마지막이라 가격이 무척 쌌다). 그리고 15 킬러그램 늘어난 몸무게와 인공모발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심한 탈모증이었다. 업무량도 많았지만,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하기가 꽤 힘들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작은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는 '외국계 회사'를 다닐 정도면 뭘 해도 먹고 산다고 토로하곤 한다. 난 그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한 권의 책 덕택이다.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오길비PR, 딜로이트 컨설팅코리아를 거쳐 글로벌 PR회사인 호프만 에이전시의 한국 지사장을 지냈고,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인 크리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의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로 지내고 있는 박현정씨가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 일하는 법에 대해 쓴 책, [나는 세계다]이다. 저자는 지금도 한경비즈니스에서 '박현정의 The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컬럼을 쓰고 있는 명컬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 책의 키워드이자 화두는 '글로벌Global' 이다. 토머스 프드먼의 책제목처럼 '평평해지고 있는 세계'에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글로벌'이 의미하는 바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고민하고자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 15년간 글로벌 커뮤니케이터로 왕성하게 할동하고 있는 그녀는 '순수국내파', 다시 말해 외국에서 공부한 적이 없다. 저자는 유학파인가 국내파인가가 한 사람의 직업적 역량을 가늠하는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조기유학이나 해외유학을 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글로벌화라는 시대적 특수성과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문명의 기술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더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환경의 수혜를 받고 있는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이나 경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글로벌 자질'이라 함은 '지리적 반경'이 아니라 '심리적 반경의 경험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식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인 어린 막내동생이 국내에서 요리학원을 다니며 아침에는 어학원을, 저녁에는 '스카이프Skype'를 통해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며 어학실력을 키우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반경의 경험치'를 늘리고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저자는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떠나 보내는 아이들의 부모들에게 '영어'는 글로벌 인재가 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수단(그렇기 때문에 필히 배워야 하겠지만)이라면서 영화나 미드 속에서의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떠나 '우선 우리나라 역사, 문학, 문화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단단히 키우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내가 내밀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밑천이 되고, 그렇게 해서 한국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균형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세계를 조망하는 진정한 글로벌 시각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제 1장 평평해진 세계, 국경없는 일터에서는 '글로벌'이라는 이 시대의 화두가 직업세계로의 진출을 준비하거나 현재 일터에 있는 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의미하고 요구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 2장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에서는 외국기업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부분, 외국인과 일할 때 일하는 방식과 사고방식의 차이 그리고 글로벌 기업의 속성과 성공법칙 등을 정리 하였다. 제 3장 한국을 넘어서 세계와 소통하라 와 제 4장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소통의 기술 에서는 글로벌 시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동양과 서양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 한국인들이 취약한 부분, 특히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중요한 점 등을 소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득적인 커뮤니케이터가 되기 우해 필요한 기술과 이메일 작성요령에서 외국 기업의 구직인터뷰까지 기업체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생생한 실전 노하우도 들어있다. 제 5장 문화적 유연성으로 세계를 설득하라 편에서는 '글로벌 비즈니스맨'으로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한국인으로써 영어를 구사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글로벌 시각은 다르다, 한국형 인재의 우수성 뒤집어 보기, 아파트 프리미엄만큼 비싼 영어 프리미엄, 가만있으면 중간도 못간다, 동서양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차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국인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성공하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글로벌 일터에서 필요한 미팅의 기술 등 제목만으로도 귀가 솔깃한 생생한 이야기들이 저자의 체험과 함께 이 책에 녹아 들어있다. 특히 21세기의 인터넷 시대에 들어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되고 있는 이메일에 대해 '이메일의 정치학, 나를 대변하는 이메일 작성법'등을 유독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데, 때론 거시적으로 글로벌 인재를 논하고, 한편으로는 미시적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인'이 놓칠 수 있는 작은 문화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독자들이 '외국기업 종사자'들에게 가장 관심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즉 '과연 영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해 저자는 직무의 성격상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제2 외국어인 이상 우리가 원어민만큼 영어를 잘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어려운 단어, 관용어, 신조어, 원어민만이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 속어까지 따라잡기란 웬만한 노력으로는 도달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유창함이란 상대편이 말하느 뉘앙스를 재대로 이해하고, 쉽고 명료하게 그리고 설득적으로 자신의 의도와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비언어민으로서 구사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유창함의 수준'이라고 말한다. 특히 저자는 FTA 시대의 도래가 기정사실화된 지금, 앞으로 인력시장에서 재미교포나 외국인들과 대등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영어로 인한 기회 또는 불이익은 더욱 커질 것은 자명하다고 말하면서 'FTA 이후의 영어는 경쟁력이 아니라 기본요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저자는 '글로벌 시각이란 우리의 관심과 열린 태도에서 시작된다'고도 말한다. 즉, 우리말 능력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야말로 영어능력보다 더 중요한 세계인이 되기 위한 자산이고, 이 땅에서 주어진 일상에서 충실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가 되고 글로벌 시각을 갖추는데 가장 이상적인 발판이라고도 충고한다.
 
  외국계기업 현장 15년의 생생한 실무경험과 후배에 대한 아낌없는 충고, 그리고 격려가 뭍어나는 책이었다. '무한경쟁시대'운운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외국으로 책가방을 들고 빠져나가는 이들에게, FTA 이후 세계의 젊은이들과 입사경쟁을 치룰 우리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 지금도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경쟁을 하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불황 때 취업의 기쁨에 안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직장인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금 이시간에도 이 나라 안에 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세계를 상대로 싸우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실무자들의 책을 읽으면 그들이 움직이는 만큼 숨이 가파진다. 그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랬다. 내일을 준비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꼭 필요한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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