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 - 김수연 산문집
김수연 지음 / 문이당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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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책을 전하는 '365일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
 
 
  지난 봄 존 우드의 책 희말라야 도서관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은 기억이 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태지사장으로 있으면서 고액연봉이 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그는 네팔, 인도, 베트남 등의 오지에 현재까지 200개 이상의 학교를 세웠다. 3,000권의 도서관을 지었고 150만 권 이상의 도서를 기증했다. 이 모든 것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도 되지 않아 이뤄낸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자선사업의 성공담을 과시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열정을 바친 한 남자의 고백록이기도 한 이 책을 읽고, 성공한 사람이 노년에 '자선사업'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젊은 나이에 가장 멋진 사업을 하는  "사회기업가"(Social Enterpreneur)"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냥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었다.
 
  오늘 그에 버금가는 훌륭한 '사회기업가'를 또 만났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목회일을 하면서 전국 방방곡곡을 '책 버스'를 타고 돌며 '도서관'이 없는 시골마을을 찾아내 그곳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김수연목사님의 책, [내 생애 단 한번의 약속]이다. 이 책은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대표로 있으면서 2008년 7월 현재 지금까지 245 곳의 작은 도서관을 개설한 김수연 목사님이 자신의 일에 대해, 그리고 책사랑에 대해 쓴 산문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일생을 둘러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린 둘째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아내와 헤어지고 방황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후배의 교회를 찾고는 그곳에서 안정을 찾게 된다. 목회 일을 하며 '둘째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책 나눠주기 사업이 작은 도서관 만들기로 까지 커지게 된다. 혼자 힘으로 수고로운 그 많은 일을 해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질타와 비웃음, 의심도 사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온 그의 진정성에 감동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돕게 된다. 그의 무한한 책사랑과 또 다른 '일용할 양식'으로써의 책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골의 아이들의 손에 전해지는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나누면서 느끼게 되는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했던 저자인 만큼 놀라운 문장력이 책 속에 흠뻑 빠지게 만든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도울 때 많은 사람들은 우선 의식주에 모든 초점을 두는데 이는 당장 굶어 죽는 사람에게 책은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을 도태시키고 마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주면 스스로 구하여 먹을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한해 평균 독서량이 0.7권으로 21권인 일본에 비해 무려 30배가 차이가 난다며 이러한 차이가 바로 국가 발전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인생은 완성이 없는 큰길의 일부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게 인생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죽는 날가지 해야 하는 게 공부다. 배움은 무엇을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배운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도 말하며 책읽기를 권한다.
 
  '베풂의 기쁨'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하더니, 그말의 뜻을 김수연 목사에게서 찾는다. 슬픔과 분노를 사랑과 베풂으로 승화시켜 그 행복을 위해 오늘도 묵묵히 일하실 저자를 보면서 '인생의 참맛'이 무엇인가를 느끼게 한다. 게다가 '마음의 양식'인 책을 나누는 일을 하니 그에게는 '365일 산타클로스'가 어울리는 것 같다. 잔잔한 감동과 배움을 주는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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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계급사회 우리시대의 논리 11
손낙구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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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문제의 전부를 '처음'으로 제대로 파헤친 책! 
  

  '부동산에 관한 책이 도대체 몇 권이 될까?' 책을 모두 읽은 후, 갑자기 의문이 생겨 온라인서점을 통해 검색해 보았다. 모두 1,681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략 훑어보니 공인중개사 또는 부동산 감정평가사를 위한 수험서와 부동산 경매등을 위한 투자서, 그리고 나머지는 부동산투자를 위한 지침서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회과학 부분의 55권의 대부분 또한 분류만 잘못되어 있을 뿐, 부동산 투자를 위한 도서들이다. '설마... 시간을 들여 눈을 씻고 찾아본다면 분류가 잘못된 '대한민국 부동산의 문제점'에 관한 책이 몇 권을 있겠지' 살펴보지 않고 미리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렇지만 입맛은 여전히 씁쓸하기만 하다.
 
  바로 이 점이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가 국가와 국민경제의 가장 '골치꺼리'로 남아 있는 이유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부동산 전문가 심지어 수많은 부동산학과가 존재하면서도 투자가를 위한 '부동산투자'에 대한 관심을 둘 뿐, 악순환으로 거듭되고 있는 '부동산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학원 논문은 매년 수백, 수천 권이 쏟아지고 있다'고 혹자들은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독자들도 익히 알지 않는가? 온 국민앞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만한 가치를 지닌 '대학원 논문'이 과연 몇 권이 될 것인가?   
 
여기 글을 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공원에서 놀던 꼬마아이도 관심을 둔다. "너 어디살아?" CF에도 나온 말이다. CF는 현실을 대변하는 거울이다), 스포츠신문까지도 매일 거론되고 있는 단어, 관심도를 따진 검색어로 따진다면 단연 1위가 되고도 남음직한 '대한민국 부동산문제'에 과감하게 메스를 댄 책이 있다. 손낙구씨가 쓴 책, [부동산 계급사회]가 그것이다. 
    
  
 저자 손낙구씨는 이미 온라인 미디어 [레디앙]에 '전국 부동산지도' 를 연재한 바 있고, 한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통계를 만들고 분석글을 발표해 온 이른바 진보파의 부동산전문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도 재직한 바 있는 그가 공직에 있으면서 검토한 수많은 통계자료를 토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신화와 이데올로기는 무엇이며, 왜 문제인가? 부동산 투기의 먹이사슬을 이루는 자는 누구인가? 이 먹이사슬에서 혜택받은 자는 누구이며 피해자는 누구인가? 무엇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는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있는가, 없는가 등 우리나라 부동산문제를 심도있게 고민한 책이다.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통계'. 저자는 통계라는 키워드로 이 책을 만든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통계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부동산 신화가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부와 기업이 생산하는 수많은 통계의 왜곡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통계를 통해 통계의 신화를 따져 묻는 방법이야말로, 부동산과 관련된 기존의 논의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잘못된 허상을 벗겨 내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P 12) 그래서 저자는 지금껏 정부정책에 이용된 수많은 부동산 관련 통계들을 취합해 '그들만의 리그'의 이야기를 위해 만든 통계들을 가지고 '국민의 고미'을 이야기하는 방법을 만들게 되었다.
 
 이 책은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었다. 우선 1장에서는 부동산이 왜 문제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졌고, 2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한국 경제를 어떻게 위기를 빠뜨리고 있는 지를 분석했다. 3장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어떻게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고 있는지를 살폈고, 4장에서는 부동산 격차와 부동산 빈곤층의 실상을 고발하고, 5장에서는 대한민국 부동산 100대 부자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끝으로 6장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현재의 부동산문제에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각 장의 첫 페이지에는 그 핵심적인 사항들을 '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웃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부동산의 실태를 스퀴즈 퀴즈 형식'으로 꾸몄는데, 기함을 할 정도였다. 그 중 몇을 들어본다.
 
- 대한민국 땅을 팔면 캐나다 몇 번을 살 수 있나? 여섯 번.
-  강남에 아파트를 한 채 사려면 은평구의 같은 평수 아파트 몇 채가 필요할까? 네 채.
-  우리나라 최고 집 부자는 과연 몇 채나 갖고 있을까? 1,083 채.
-  한국 땅값은 중국의 몇 배 일까? 40배
-  서울대 합격은 아파트 가격과 상관 있을까? 아파트 값 3억 동네 = 8명, 8억 동네 = 28명.
- 전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갖는다면 집은 모자랄까, 남을까? 100만 채나 남는다.
- 우리나라에서 열 살도 안된 어린아이가 소유주인 땅을 합하면? 여의도 크기 다섯 배.
- 집 100채 가진 사람은 집 부자 30위 안에 들까? 못든다(107채 가진 사람이 37위)
- 10대 재벌 중 땅 재산이 가장 많은 재벌은? 1등은 롯데, 2등은 삼성.
-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가구 수는? 105만 가구가 평균 다섯채씩 총 477만 채 소유.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정부로 나온 통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진보야당의 대변인으로 있었던 만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정권의 바뀔 때마다, 경제적 혼란이 제기될 때마다 부동산 억제 정책을 완화하거나, 채 다듬어지지 않은 부동산 개발안을 발표해 투기세력들에게 꾸준히 불로소득을 제공해 왔던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부동산 역사를 되짚어보기도 한다.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저자의 생각들은 100년를 두고 수정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우리의 '부동산문제'가 곪아서 고착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했다. 정부의 통계 뿐 아니라 고금을 망라한 전문가들의 저서와 의견을 빌어 부동산의 어원이기도 한 real - estate 가 '왕王 의 소유', 즉 Royal property 임을 밝히고, 근본적인 국유화에서 재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저자가 작금의 부동산문제를 한 권의 책으로 내면서 그 대안을 모색했다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부분을 대하면서 일본의 어느 기업가가 생각났다. 고도성장기인 70년대 초에 일본의 기업가 '마츠시타 그룹'의 회장 마츠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신국토창성론'을 내놓았는데, 국민 모두의 번영을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토지를 사랑하고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내 땅은 내가 지키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필요하여 부동산학도로써 만들게 되었다는 이 이론은 200년이 넘게 걸리는 장기적이고 방대한 사업이었다.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그 이후 일본열도에 간척사업의 붐을 일으키는데 방아쇠역할을 했었다. 저자의 대안 역시 수많은 정책 수립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읽혀 많은 생각과 그보다 더 발전된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있었던 그가 이 책을 냈다는 데 또한 큰 의미가 있다. 당리당략을 기반으로 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현실에 대해 명확하게 꼬집을 수 있는 밝은 눈으로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만큼'의 현실성있고, 지혜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정책입안자들에게는 국내 현안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두어야 하고, 그에 대한 방법은 어떻게 모색해야 하는 가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해주고 있다. 나아가 '국내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역시 현실과 현황파악에 대해 얼마나 심도있게 들여다 보아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부동산에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카더라'하는 유언비어가 아닌 정부도 내놓을 수 없었던 가장 생생하고, 현실적인 부동산 현황을 보여주는 '2008년 부동산 통계 지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사회과학분야에서 이토록 날카로운 시선을 던져준 책은 올해 초에 나온 같은 출판사의 책, [김앤장]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읽으며 현실에 눈뜰수록,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게 했던 책. 하지만 이런 책이 있어 앞으로의 미래가 밝아질 것 같아 반가웠던 책이다. 올해 사회과학 부분에서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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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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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듯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야기한 소설!
 
  그녀의 남편에게는 애인이 있습니다. 그녀가 봐도 둘은 서로 너무 잘 어울리고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를 놔주어야 할 법도 한데, 그녀 또한 그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둔 채 사랑하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녀에게도 애인만큼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우울이 그녀를 가만두지 못하게 할 때, 친구를 찾으면 그녀를 울리거나 황홀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그녀의 친한 친구는 술입니다. 그녀는 알콜중독자 입니다. 동성연애자 남편과 알콜중독자 아내. 그리고 남편의 애인과 아내의 술이 만난 이야기, 애쿠니 가오리의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 원제목은 きらきらひかる 입니다.   
   



"우울한 일만 생각나게 된다. 무츠키는 여자를 안고 싶어하지 않는다. 키스도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아내와 호모 남편. 참 내, 그야말로 끼리끼리다." (P 016)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랑이라고 합니다만, 위의 커플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입니다. 가능하단 말인가? 물어보고 싶지만, 그들은 이미 성을 나눠가진 부부라고 합니다. 커플이 된  두사람을 두고 '어울린다' 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남들은 말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어울려 버렸기 때문입니다. 어울리지 않는다면, 나와는 어울릴까요? 당신과는 어울릴까요?
 
두 사람은 사랑합니다. 그래서 애인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책에서 읽은 '인간의 사랑'에 대한 아이러니를 설명한 글이 생각나네요.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휴대폰에 찍힌 번호가 처음 보는 번호면 받지 않는다.
집에 사람이 찾아와도 인터폰으로 슬쩍 보고
모르는 사람이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돈을 꿔 주는 인간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보통은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는 동안에만....
 
 열흘 전에 결혼한 부부. 그녀(쇼코)는 남편 무츠키의 애인 곤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묻습니다. '곤이랑 같이 본 영화 얘기', '곤이랑 바다에 갔던 얘기', '곤이랑 고양이랑 싸운 얘기'...그는 아내를 위해 모두 이야기를 해 줍니다. 그 때가 그립다는 듯한 표정으로. 똑같은 얘기인데도 번번이,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는 남편에게 아내는 만족해 합니다. 아내에게는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의 애인같은 친구, 술과 만나는 시간이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친구를 그렇게 소개하고, 남편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합니다.
 
  주말이면 남편은 대청소를 하고, 밤이면 자기전에 아내는 다림질로 침대를 주름 하나 없이 말끔히 펴 내고 따뜻하게 데워 놓습니다. 남편은 남편이 할일이니, 아내가 할일이니 하는 것은 언더도단이라고, 청소나 요리도 잘 하는 쪽이 하면 그만이라고 아내에게 말합니다. 시시각각 아무런 이유없이 감정이 변하는 쇼코, 그것을 지켜보는 무츠키. 주말이면 대청소를 하는 무츠키, 그것을 지켜보는 쇼코. 언밸런스 하고 이상하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두 사람입니다.
 
  부부의 묘한 관계는 '그들 부모'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부부로서 갖춰야 할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의 결혼 전에 알았더라면 허락하지 않았을 거라고, 지금이라도 갖추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내의 친구'도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는 남편의 애인 '곤'마저 그녀가 불쌍하다고 합니다. '안을 수 없어서' 그래서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일겁니다.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거두기 위해 일을 꾸밉니다. 마지막까지 일을 꾸미는 것은 그녀, 쇼코의 차지가 됩니다.
 
  이들의 평온한 듯 하지만 불안한 사랑이야기는 작가 에쿠니 가오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늘 그렇듯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짧은 단문으로 이어집니다. 나조차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이듯, 구구절절 묘사하듯 표현한다면 '거짓'이 아니겠는가 말하듯 무척이나 짧습니다. 찢어지게 가슴아프다고 이야기 하지 않고, 아프다고 합니다. 그리고 '처절하게 슬프다'고 하지 않고, 싱겁게도 슬프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든 작가가 제 3자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그들을 묘사하지 않고, 아내와 남편을 번갈아가며 그들의 마음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다분히 이기적입니다. 마치 사랑이 이기적이듯, 결혼이 필요에 의한 에고의 결정판이듯.
 
"무츠키와 잘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태연하고 부드럽고 자상한 무츠키를 견딜 수 없다. 물을 안는 기분이란 섹스가 없는 허전함이 아니라, 그것을 서로에 대한 콤플렉스라 여기고 신경을 쓰는 답답함이다." (P 183) 

 서로가 나름의 컴플렉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을 서로 묶어 놓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선남선녀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로는 부족한 인간에게 나머지를 채워주는 것은 친구이고, 애인이고, 부부이고 가족인 것입니다. 쇼코와 무츠키가 서로 떨어져 있었다면 은색빛으로 아름답고, 초식을 하는 은사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있기 때문에 더이상 은사자가 아닐 겁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지지 못할 바에는 절반이라도 갖고 싶다"고 말하며 자보와 안드라스 그리고 한스가 사랑을 공유했던  영화 [글루미 선데이] 를 생각나게 하고, "난 알콜 중독자이고, 당신은 창녀야. 그런 면에선 난 편한 사람이란걸 알아주길 바래. 나가 무관심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당신의 판단을 믿고 존중하기 때문이야"라고 벤 샌더슨가  말을 했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떠올리게 합니다.   
 

  
  
 저자는 에쿠니 가오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사랑을 하거나 서로를 믿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용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하고마는 많은 무모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읽힐 수 있다면 영광이겠습니다."
 
 진실로 사랑하지 않거나 못하거나,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은 보이는 모든 사람의 관계는 '무모한 만용'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언젠가는 그 '무모한 만용'에 빠져 들겁니다. 그전에 했던 말들은 모두 잊은 채. 완전하게 채워지는 사랑은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도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결혼은 서로가 지켜주며 '서로 사랑하는 사람의 일생을 지켜보는 마지막 증인이 되어주고 싶은 것' 은 아닐까 싶습니다. 쇼코와 무츠키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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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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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스릴러 매니아'인 당신, 이 책을 놓치면 후회할 것이다! 

  변호사. 소위 사자士字 들어가는 직업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중에서도 물리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의사나 인격적인 생명을 다루는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에 대해서는 다른 직업과는 달리 그 격格을 달리 해 왔다. '감히' 인간의 생명과 인격을 취급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그들의 수고로움은 존경과 높은 보수로 그들에 대한 존경과 그 판단을 존중한 것이다. 그런 직업을 만든 때부터 세인들은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이다. 그중에서 세인들과 가까운 직업군은 '의사'와 '변호사'인데,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 사랍답게 살기 위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만큼 그들의 희소가치는 높아지고, 특히 '자본주의' 하에서의 이러한 직업군은 '금전'과 결부되어 그 서비스를 보다 잘, 그리고 빠르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돈'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데, 경제학적으로 판단할 때 당연한 이치가 '생명'과 '정의'의 가치를 놓고 봤을 때 종종 달리 평가되고 오해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서도 '변호사'는 '억울한 인간을 돕는 직업'이라는 직업관과 '세상의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정의'라는 가치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직업이라고 보여진다. 그들은 과연 '의뢰인'과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주 만날 수 는 없지만 그들을 보게 되면 늘 떠올리는 질문이었다.
 
  본디 이야기를 좋아하는 지라 책은 물론이고, 영화도 좋아하는데 장르를 불문하고 즐겨보는 편이지만 유독 좋아하는 장르는 '법정 스릴러'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곳이지만 좀처럼 가기 힘든 곳, 그리고 자주 가서 좋을 것이 없는 곳이기 '법원'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간다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자신과 상대방이 단 둘로서는 그 합의점에 도달할 수 없고, 서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누군가가 '옳고, 그름'을 판단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다는 것은 서로가 금전적 물질적인 박탈을 요구하는 단판 승부를 가리는 것이고, 시간에 비례하여 상당한 서비스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3자된 입장에서 그곳을 지켜보는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세상의 일이기에 언제든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나름의 공부가 될 수 있어서다. 그리고 그들이 판단하는 '정의'는 어떤 방법으로 도출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공부가 될 수 있어서다.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과 결말은 어느 이야기보다 가장 '사실적'이고 종종 당연한 정의가 때로는 잘못된 판단과 얽혀진 관계에 의해 '불의'에 무릎을 꿇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방의 주장에 누군가가 냉엄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손가락질하며 훈수를 두고 싶은 때문이다.
 
  그런 내게 기가 막힌 이야기를 만났다.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미국의 노련한('유명한' 이라는 말보다는 악의가 담겼다) 변호사가 있다. 그에게서 재판에서의 승소는 그에 버금가는 마땅한 수임료와 사례를 보장한다. 링컨 리무진 세 대. 이것이 그의 현재를 대신할 만큼. 그러기 위해 그가 선택하는 의로인은 '진정한 정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식의 정의'를 만들 의욕을 불러 일으킬 만큼 돈 많은 의로인이다. 그런 그에게 '정의를 필요로 하는 돈많은 의뢰인'을 만났다. 변호사로서 '정의'를 찾는 기쁨과 그에 대한 보상으로 넉넉한 수임료와 수고료를 챙길 수 있는 '대박'을 만난 것이다. 서슴치 않고 사건을 수임한다. "순진한 사람만큼 무서운 의뢰인은 없다"고 늘 말했던 선배 변호사인 아버지의 유언도 잊고.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 오히려 불안하게 시작하는 이야기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원제목 The lincoln Lawyer 이다. 
 
 



 
  다소 낯선 이름의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경찰출입기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으로 LAPD 해리 보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The Black Ice>를 썼고 이 작품으로 1992년 에드가 상을 수상한 이후 해리 보쉬를 주인공으로 한 일련의 시리즈를 발표함으로써 최고의 명성을 얻는 베스트 셀러 작가이다. 13편의 해리 보쉬 시리즈를 쓰는 틈틈이 라스베이거스의 전문 도둑 <Void Moon>, 신문기자 <The Poet>, 변호사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등 색다른 주인공들을 소재로 한 스탠드 얼론(시리즈가 아닌 1권으로된 장편소설)들을 발표했는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법정 스릴러'의 대표작가 '좀 그리샴'을 뛰어넘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가이다.
 
  LA의 밤세계를 살고 있는 범죄자들을 주로 변호하며 그들의 검은 돈을 수임료로 받아 챙기는 형사법 전문변호사 미키 할러.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직업관은 단순하다. " 개업한 지 15년, 이제는 아주 단순한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다. 법이란, 사람과 생명과 돈을 닥치는대로 삼켜버리는 거대한 괴물이다. 나는 괴물을 다루고 질병을 고쳐주는 전문가이며,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내는 것뿐이다. 지키고 풍어야 할 법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당사자주의, 억제와 균형, 정의의 추구 같은 로스쿨 개념은,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조각상처럼 부식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법은 진실과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엔 오직 타협과 개량과 조작만이 있을 뿐이다."(P 35)
 
  높은 승률, 많은 보수로 유능한 변호사로 통하지만 범죄자를 대변하는 이혼남 변호사, 검사인 전처와 변호사 사무실에서 파트너로 근무하는 또 다른 전처 여비서, 그를 돕는 수사관들, 정보원들,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과 그의 가족 등 소개글만 읽어도 모습들이 떠오르는 독특한 이미지의 캐릭터들과 하나 둘 씩 터지는 연속적인 사건들로 460여 페이지를 읽어내리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미국의 형사법 재판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최근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사법권에 대응해 추진하고 있는 [로스쿨제도]와 배심원제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리얼한 대사와 눈 앞에 스크린을 비추는 듯한 저자의 상황묘사는 이 소설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내가 눈을 감으면 Stpo 버튼이 눌러지고, 눈을 떠 글을 읽으면 Play가 되어 화면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듯한 느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든 느낌이 딱 그랬다. 
 
이 소설은 리챠드 기어가 변호사로 주연을 맡았고 최근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주연을 따낸 에드워드 노튼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영화, [프라이멀 피어] 를 연상케 하고, 통쾌한 결말은 지난 해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마이클 클레이튼] 를 떠올리게 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내 심장도 쥐락 펴락 반복을 거듭했다. 실제로 2009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하니, 그 반가움은 두배였다. 존 그리샴이 '정의의 실현'에 중점을 둔 작가라면 이 소설의 저자는 '범죄와 재판의 아이러니'에 중점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욱 재미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이클 코넬리'라는 소설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책의 후반부에 이 책을 펴낸 [랜덤하우스코리아]가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을 계속 내놓을 계획인 듯한 뉘앙스를 띄웠기 때문이다. 오랫만에 만난 본격 법정스릴러, 이 작품을 읽지 못했다면 후회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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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삶 - 간절히 원하는 그 모습으로 살아라
강헌구 지음 / 쌤앤파커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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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인생'을 꿈꾸는 청년靑年이라면, 이 책을 우선 읽어라!
 
 
  대학 졸업을 하던 해에 IMF를 맞이했다. 처음엔 그것이 무언지도 몰랐다. 신문과 언론은 하루종일 처음 보는 단어들을 마구 쏟아내었지만, 또 며칠 겁주다가 흩어져 사라지겠지 생각했다. 위기불감증. 일부러 만들었던 자연히 벌여졌던 전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일들이 늘 있어왔던 이나라에 살던 터라, 오히려 한 해마다 뭔가 벌어지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한 지경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었다. 그게 뭔지도 몰랐고, 옳고 그름의 판단도 없던, 나 수습하기에 바빠 아예 관심도 없던 사회초년병에게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후 정권이 교체되고, 1997년과 1998년에는 한해 동안 한보철강, 삼미, 진로, 대농, 한신공영, 기아, 쌍방울, 태일정밀, 해태, 뉴코아, 한라, 고려증권, 극동건설, 나산, 거평, 한일, 쌍용, 동아, 고합, 새한, 강원산업등 재벌 대기업들이 도산하였으며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내노라하는 재벌들이 제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몸을 털어 계열사를 떨어뜨렸다. IMF의 원조 조건에 따라 고용시장에 자유경쟁체제가 도입되어, 많은 노동자가 실업자가 되었고 평생고용제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시대에게 안녕을 고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루 아침에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직장을 잃어버린 수많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출근인사를 받은 아빠들은 양복을 입은 채로 도시락을 든 채로 산을 오르거나, 공원에 들러 퇴근시간 되기를 기다렸다가 귀가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그당시  PC방과 온라인 게임은 청년실업자들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고, 두 해만에 전국에 15,000 여 개의 PC방이 생겨 유일하게 성업을 하던 창업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전국이 '소리없는 아비귀환'이 따로 없었다. 집, 가정, 직장,가족, 친구들... 늘 그렇듯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이 한순간에 부서지거나 무너져 없어져 버려 온 국민이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중병에 시달려야 했다. 도대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왜 그렇게 된 건지, 당장 무엇을 해야 좋은 건지' 아무도 대답해 주기 않았기에 그저 멍하니 하늘을 보고 한숨 쉬고, 땅을 내려보고 꺼져라 한숨 쉬는 일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그 숨쉬기마저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지기도 했다. 그때 몇몇 '선각자'들이 등장했다. 변해버린 세상을 그냥 보고만 있으면 안된다, 세상이 변했다면 나도 변해야 한다, 당신은 세상을 다시 당신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도서출판계에도 이런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은 유래없이 열광적인 호응을 얻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책과 작가는 청장년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과의 아침]이라는 제목의 책을 낸 구본형씨가 있었고, 자신보다 앞선 세대들의 흔들림을 지켜보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그들의 아버지를 대신해 꿈과 희망을 던져준 책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그리고 저자 강헌구교수가 있었다. 이 책은 꿈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지침서가 되어 비전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성되는 것이며 그것을 현실 삶에서 성취하는 방법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도록 만들어 주었다.
 
  한 권의 책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질 때는 무엇보다도 '그 책에서 내가 알고 싶은 해답을 찾을 때'가 아닐까? 한 시간을 궁싯거려도 찾아내지 못한 답을 자세하게 그리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해주는 참고서가 있기에 베개만한 두께의 책을 짊어지고 공부를 했던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을 건드려주는 책을 만났을 때 그 책은 '나만의 소중한 책'이 된다. 무엇보다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면 그 책은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내 인생의 책'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내어 서점을 찾고, 온라인서점을 뒤지며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금쪽보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지금의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줄 나만의 '내 인생의 책'을 만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여기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나의 젊음과 청춘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도록 많은 가르침을 줬던 책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의 저자 강헌구씨가 쓴 책 [가슴 뛰는 삶]이다. 그를 만나는 것이, 그의 새 책을 만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스승을 만난 기분이었다.
 
 저자는 단 한 번 뿐인 내 인생을 위해 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인생을 살고 싶은, 다시 말해 내가 만든 나만의 비전을 따라 '진짜 인생'를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 인생에 대한 '통찰'과 '작심', '돌파'와 '질주'를 통해 세상 그 어떤 기쁨과도 비교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에 이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적혀 있다고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독자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진정한 성취와 행복을 이루는 이 네가지 과정을 통해 진짜 인생을 만드는 법을 이야기하려 했다.
 
1. 통찰하는 법
대상 -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무언가를 찾지 못한 사람들
2. 작심하는 법
대상 - 꿈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막막하기만 한 사람들
3. 돌파하는 법
반드시 넘어야 할 거대한 옹벽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
4. 질주하는 법
거침없이 질주해야 하는데 여전히 자신이 없는 사람들
 
 통찰하는 법 - 비전을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 스스로를 되돌아봐(과거) 혜안을 얻고, 들여다봐(현재) 통찰력을 얻으며, 멀리 내다보아(미래) 선전지명을 얻어라. 그리고 그것들을 뭉뚱그려 하나로 만들 때 나만의 비전Vision을 얻을 수 있다. 이 비전은 집중력를 발휘하게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주며, 나를 움직이게 하고,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늘 충만하게 한다. 그리고 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안겨주고, 현재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나의 신체적 특징과 재능, 소질 그리고 취미와 취향, 가치관과 신념 속에서 '내 인생의 키워드'를 찾아 그것을 대표하는 하나의 단어로 만들어라. 사물도 좋고, 관념도 좋다. 그것은 만화도 게임도 될 수 있으며, 요리, 심지어 우유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 하루 종일을 매달려도 좋을 너만의 키워드를 만들어라. 
 
 작심하는 법 - 너의 목표를 꿈을 직접 글로 써라. 핵심만을 적어 나만의 '선언사명문'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그것을 가슴이 지니고, 틈이 나면 읽고 외워라. 아니, 노래를 불러라. 운동과 명상으로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갖춤으로 몸으로도 비전을 표현하고, 먹는 것 입는 것 가는 곳을 네가 원하는 것으로 바꿔라. 그리고 지금 당장, 당장 시작하라.
 
 돌파하는 법 - 나의 비전을 향해 가는 길에 세워진 장애물은 당연한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피하지 말고, 돌아가지 말고 넘어가라.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키우는 수 밖에는 없다. 나의 능력을 믿고 나를 키워라 내 유전자를 깨우고 지식을 축적해서 장애물을 넘을 방법을 찾아라. 넘기 힘들면 무너뜨려라. 노력하고 노력해서 더이상 힘들 때 그 때 한 번 더 노력해라. 그래서 나의 한계를 키워나가라. 실패의 반대말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하지 않은 것이다.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 그러면 성공을 얻을 것이다.
 
 질주하는 법 - 나만의 브랜드를 세워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전설을 만들어라. 사람을 만나 배우고 사귀면서 그들과 연대하라. 그래서 나의 넓이를 넓혀라. 무엇보다 내가 나가는 길을 노래하고 춤추며 즐겨라.
 
 저자는 생생한 사례와 위인들의 에피소드를 들어 나만의 멋진 인생을 만드는 과정인 통찰 - 작심 - 돌파 - 질주의 길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저자는 먼저 쓴 책,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이 세상에 나온 후 변화된 자신의 인생을 예를 들면서 독자로 하여금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가능한 것임을 밝혀준다. 하지만,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세대를 아우른 독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최소한 그의 먼저 책을 읽은 독자인 내가 세월이 지나 그때보다 늙은 탓인지, 아니면 그동안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만든 책보다 큰 감동과 흥분을 느낄 수 없었다는데 그 이유를 찾는다. 오히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들의 가슴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한 멋진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자기계발서라는 장르는 남녀노소를 아우를 것이 아니라 명확한 세대별 타겟과 직업군을 겨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세대간의 공감대의 이격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10년 전의 그때와는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신간이 나왔다. 그래서 전하고 싶은 말과 메시지가 너무 많았다는 느낌도 든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메시지가 그 두께가 얇든 두껍든 매년 한 권 씩은 나왔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저자와 같은 자기계발 전문가가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적용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푸른 눈의 자기계발 전문가의 책을 만나는 것보다 더욱 생생하고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국을 돌며 독자들의 눈을 보며 그 생생한 이야기들을 강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밖을 나가려고 준비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그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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