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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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담긴 말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놀라운 책!
 
 물이 얼게 되면 눈처럼 결정이 있다?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다. 게다가 수질에 따라 결정의 모양이 다르고, 말을 걸고, 음악을 들려주고, 의미를 가진 글을 보여줄 때마다 전혀 다른 모습의 결정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는 마치 최근 화성의 사진 속에서 물이 있었던 흔적이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처럼 '그럴 법하다'고 생각하면서 '설마?' 하는 보지 않고, 만지지 않으면 믿기 힘든 인간의 심리로는 인정하기 정말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기본으로 쓰여진 한 궈의 책이 지난 2002년 한 권의 책으로 나와 무려 30 만 권이라는 놀라운 숫자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속편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의심많은 나를 뜨악하게 만든다. 바로 에모토 마사루씨가 쓴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원제목, 水は答えを知っている―その結晶にこめられたメッセージ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그 결정에 담긴 메시지)이다.
 
 



 
  책을 처음 시작하면서 눈길이 간 것은 절반 만큼 채워진 신기한 물의 결정 사진들이었다. 사람이 말이나 글, 음악, 그리고 그림을 보며 기분이 바뀌듯 물의 결정도 변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이 사진들이 정말 사실일까?'하는 의심이 뒤를 따랐다. 물에 음악을 들려주면 왜 결정이 변할까? 또 말을 걸거나 글자를 보여주면 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이는 걸까? 그것은 '모든 것이 진동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물은 사물이 갖고 있는 고유한 주파수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그대로 전사하기 때문에 결정이 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자를 종이에 써서 물에게 보여주어도 결정이 변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 또한 마찬가지 원인. 종이에 쓴 글자 자체에 그 모양이 발하는 고유한 진동이 있어서 물은 글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진동을 느끼는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했다. 즉, 물에게 글자를 보여주면 물은 그것을 진동으로 파악해 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데, 글자란 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발음기호라고 생각한 것이다. 
 
 

 

 

 

 

 

 

 

 

 
 
  물의 결정 사진을 찍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을 한 종류씩 50개의 샬레(평평한 유리그릇)에 떨어뜨리고, 이것을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고에 넣어 3시간 정도 얼린다. 그러면 샬레 위에 표면장력으로 동그랗게 올라온 얼음 입자가 나타나는데 직경 1 밀리미터 정도의 작은 입자다. 이것을 하나씩, 얼음이 볼록하게 올라온 돌기 부분에 빛을 죄어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결정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돗물은 염소가 사용되어 소독되었기 때문에 결정구조가 철저하게 파괴되어 볼 수 없다고 한다. 반면 지하수는 어느 곳의 물이든 매우 아름다운 결정을 보여주는데, 용천수, 지하수, 빙하, 오염되지 않은 강의 상류 등이 그렇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물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려고 하는 이유는 물이 우리의 인생과 삶의 방향을 물을 통해 배우고자 함에 있다고 전한다. 사람의 목소리나, 음악, 그리고 글씨에 따라 모양을 바꾸는 물의 결정을 통해 물은 생명이며 의식을 갖춘 존재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물은 사람의 '마음의 거울'이라고 본다. 그래서 결정사진에서 처럼 우리가 감사와 사랑을 물에 보여주면 물 또한 같은 방법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인간의 표현에 의해 생긴 파장과 공명이 물에 영향을 미쳐 그것들의 결정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는 그의 설명은 굳이 물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나 동물에도 그것들이 가능한 것을 볼 때 응답을 할 수 없는 물이 얼어서 생긴 결정으로 그것을 보여준다는데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인간의 구성요소 중 70%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물이기 때문에 물이 그러하듯 인간도 마찬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물은 아무리 좋고 깨끗한 물이라 할지라도 병에 담기면 더 이상 좋은 물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곳이든 자연히 흐르는 상태의 물만이 깨끗하고 좋은 물인 것처럼 인간의 흐름이 남과 북으로 또는 좌 우로 갈려서 서로가 대적하면 서로에게 좋지 않다고, 물의 성질을 닮은 인간이 그것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물을 존경하는 마음을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대에 와서 우리는 물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마음을 잃어버렸어요. 고대 그리스 문명 사람들은 물을 매우 존경했습니다. 물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그리스 신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런데 거기에 과학이 나타났습니다. 신화는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어요. 물을 단순히 물질로만 간주해 기술적으로 정화하면 된다고 단정 지었죠. '정화된 물은 깨끗한 물과는 다르다'는 말이 있어요. 과학 시설 등을 통과한 물은 아름다운 결정을 보여주는 물과는 다릅니다. 물에게 중요한 것은 정화가 아니라 존경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하는 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물의 결정을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 것인가? 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도록 해 준다. 우리가 사랑과 감사로 마음을 채우면 사랑해야 할 상대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일이 차례로 찾아와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고, 슬픔이라는 파동을 내보내면 아마도 더욱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슬픔이 가득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일본에는 '말에 혼이 들어 있다'는 '고토다마言靈 사상'이 있는 것처럼 불가佛家 에서는 가장 무섭지만, 가장 저지르기 쉬운 것이 구업口業 - 입으로 행하는 업장(죄,원죄) 이라고 했다. 이 책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물이 생명체요, 의식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담긴 말과 글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지녔는가를 물의 얼음결정을 통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저자의 생각과 물의 결정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가 가시지 않아 연이어 2권을 집어들었다.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경험과 마음이 담긴 말에 대한 깊은 반성과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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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답을 알고 있다 vol.2 - 물이 연주하는 치유와 기도의 멜로디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2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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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진리를 '그림'으로 깨닫게 만들어준 놀라운 책!   


  "어떤 이유로든 나라나 도시가 완전히 분단되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우리 몸을 둘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물은 흐르고 싶은 곳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1961년, 베를린에 벽이 세워짐으로써 도시가 분단되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습니까? 얼마나 많은 꿈과 희망이 짓밟혔습니까? 그리고 28년 뒤 마침내 벽이 무너지고 물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수백만 명이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흐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입니다. 인간은 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정치적 의도나 이데올로기로 인간의 활동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물처럼 늘 흐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P18-19)
 
 에모토 마사루. 그가 전편과는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2년간의 지속된 연구는 그가 가지고 있던 신념에 확신을 더해 준 것 같았다. 인간의 갈등과 분열은 자연의 섭리와 어긋난 것임을 강조한 독일 어느 공과대학에서의 강연내용은 인간의 물과 같은 원활한 교류가 인간다워지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소통으로 대표되는 인터넷과 단절로 대표되는 민족(제국)주의가 혼합된 혼란한 오늘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더욱 더 깊이 있고 흥미로워진 책 에모토 마사루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2편]은 그렇게 서두를 열었다. 원제목은 水は答えを知っている 2―結晶が奏でる癒しと祈りのメロディ  이다.
 
 


 
  저자는 처음 시작과 함께 1편에 있었던 물 결정 사진에 대해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그 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물 결정 사진이 잠깐 보여주는 세계는 '파동'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파동에 대해 저자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 첫 번째는 '진동'이다. 우주의 모든 것은 독자적인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파장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은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이미 상식이 되었는데, 즉 만물의 본질은 입자인 동시에 파장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면 종이에 글을 써서 물이 든 병에 붙이거나 사진 위에 물을 올려놓았을 때 물의 결정에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물이 그들의 파동을 충실하게 감지해 기억하기 때문이다. 물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공명'이다. 쉽게 말하면, 공명은 파동으로 전달된 정보는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있다는 말이다. 공명현상은 일상에서 흔히 관찰할 수 있는데, 누군가가 '저 사람이 싫어!' 하고 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십중팔구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세 번째 키워드는 '닮은 꼴'이다. 마이크로 세계는 매크로 세계를 상징하고, 그 반대는 확대한 세계라는 것이다. 태양 주위를 도는 태양계의 아홉 개의 별은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를 상징하듯,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의 결정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물 결정은 왜 육각형일까? 물 분자가 결합할 때 육각형 구조가 되어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육각수도 그와 맥락을 같이 한다.  물이 결정을 만들어서 녹는 데는 약 2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짧은 시간동안 물의 결정은 아름다운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 결정이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울 때는 녹기 바로 전의 몇 초 동안이라고 한다. 결정은 만년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인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고자 했다. 그는 물의 결정사진을 통해 인간이 찾고자 하는 행복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해야 그것을 누릴 수 있는지 알려고 노력했다. 그는 행복과 불행, 각각의 말을 물에게 보여주고 결정 사진을 찍었다. 그러자 행복은 말 그대로 귀여운 장식이 달린 아름다운 모양이 되었고, 반지로 만들어 끼고 싶을 만큼 보석처럼 아름다운 결정을 발견했다. 그럼 불행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제대로 결정을 이루지 못하고 찌그러진 모습을 예상했지만, 그와 반대로 반쯤 육각형의 결정을 만들었다. 있는 힘을 다해 결정을 만들려고 하는 모양이었는데, 이러한 불행의 결정을 보면, 불행은 행복의 반대가 아닌 행복을 이루려는 과정인 듯 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인간의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행복뿐인 인생은 있을 수 없다. 살아 있는 한 불행은 찾아온다.
하지만 이 불행 또한 다시 행복으로 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우선 회복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사랑, 감사'라는 글자를 보여준 물은 이 세상의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결정을 보여준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은 바로 이런 시대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감사와 사랑의 비율은 2대 1 정도가 가장 좋다고 저자는 생각했다. 물의 분자식 ' H₂O' 처럼.
 
 감사에는 조건이 없다. 지금 살아가는 것, 아무 불편함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데 감사해야 하고, 남에게 사랑을 베풀고, 남에게 사랑을 받으면 솔직한 마음으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어떠한 경우에도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마음의 파장을 '사랑과 감사'에 맞췄을 때 행복이라는 물 한 방울이 떨어져 우리의 몸 전체에 퍼져 현실에서도 행복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해 'FREE HUG-조건없이 안아 드립니다' 라는 피켓 한 장을 들고 서 있으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안아주어 세계적으로 캠페인이 되었던 작은 에피소드는 세상 사람들이 감사와 사랑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가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었다.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감사와 사랑'이라는 마음을 갖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고, 또 세상(의 모든 것) 또한 나에게 그렇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저자는 이 밖에도 많은 방법을 시도해 '물 결정의 변화' 현재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리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참된 삶의 진리는 대자연의 순환에 따르는 데 있다고 힘있게 강조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되는 저자의 주장들은 사실 믿기 어려운 부분도 없잖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이 만들어낸 과학의 잣대(자연의 법칙을 채 10%도 발견하지 못한 턱없이 부족한 학문)에 견주고 그것을 증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거짓'인양 '사이비'인양 매도하는 시선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연은 말 그대로 '늘 그렇게'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한 것은 인간이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편을 가르고, 해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그르치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을 스스로가 해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물이었다. 이제 나는 어디로 흘러갈까?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 많은 메시지와 생각을 던져준 책이었다. 놀라운 그림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값을 톡톡히 하는 정말 훌륭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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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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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로 살고 있는 진정한 영웅, 아버지를 이야기한 소설!


  
  범죄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클라이막스 무렵, 형사는 자신들로는 부족해 지원요청을 하고 범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한 무더기의 경찰들이 도착하자, 그들에게 팀을 나눠 전후방을 맞게 하고 정면에서 엄호를 지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거기 몇 명, 날 따라와." 범인이 숨어 있는 건물의 문앞. 주인공인 형사는 몇 명의 경찰들에게 문을 따고 먼저 들어가라고 한다. 경찰1 과 경찰2 는 문앞에서 문을 따려고 하는 순간, 악당들은 문에 대고 총을 난사해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지 채 몇 초도 되지 않아 죽어버린다.
 
 '한 명의 영웅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산만큼 높이 쌓인 이름없는 병사들의 주검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던가?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종종 그들을 주목하곤 했다. 총은 커녕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몇 초 만에 죽어버리는 엑스트라 인생들. 영화속 이야기라 주인공은 범인은, 또 관객은 주인공을 따라 눈을 돌리겠지만, 소리없이 죽어간 그들도 삶이 인생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곤 했다. 그 누구의 아들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일 그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박영광의 소설 [이별을 잃다]가 바로 그런 어느 이름없는 형사의 이야기다.
 
 이 소설을 쓴 작가가 실제로 현직 형사에 근무중이며 지방의 경찰서에서 수사과에 재직하고 있는터라 사건과 수사상황을 둘러싼 주인공의 활동은 어느 다큐멘터리나 영화 못지 않게 리얼하고 스피디하게 전개 된다. 또한 독특한 구성이 매력적인데 책의 시작과 함께 주인공이 죽게 되는 다소 황당한 구성을 목격하게 되는데, 멋지게도 이 책을 모두 읽는 순간까지 주인공은 죽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간다. 스토리도 장르를 딱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형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남자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라고 보기에도 충분하지만,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추리소설보다 박진감과 스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라는 직업은 원래 말보다는 행동이, 그리고 생각이 많아야 하는 직업이듯, 저자가 일을 하면서 느끼는 평소의 생각과 애환이 곳곳에서 짙은 향을 피운다. 이를테면 저자 스스로가 언제 나타날 지 모르는 범인을 기다리며 아내와 아이를 생각했던 것처럼, '막연한 기다림' 속에서 했던 수많은 작지만 소중한 생각들이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슈퍼 일을 계속했다. 결혼하면 힘든 일 같은 거 절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그것 또한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우리 둘이 일을 마치고 팔짱을 끼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고, 가끔 등에 업고 걸을 때 누가 볼까 내려 달라고 조르는 것이 매우 예뻤다. 나는 힘들다고 헉헉댔지만, 사실 힘이 들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하면 아내가 웃는다. 나도 따라 웃었다. 가로등도 추워 오들오들 떠는 골목길도 개들조차 입김을 내며 집으로 돌아간 쓸쓸한 거리도 우리에겐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보다 더 아름답고 따뜻했다."   (p55)
 
 한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잘 자라서 경찰이 되었고, 순찰을 돌다 컵라면을 먹으러 우연히 들린 슈퍼에서 평범한 처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빠가 된 나는 사회의 파렴치들을 잡는 형사가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나누고 싶지만, 형사라는 직업은 그를 늘 밖에서 떠돌게 된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에서 적에게는 송곳니를 날카롭게 세우지만, 한 겨울 하루종일 사냥을 해 새끼를 먹이고는 자신은 물로 배를 채우는 '늑대 한마리'를 생각나게 한다. 몸은 떠나 있지만, 항상 마음만은 함께 하는 주인공의 그것은 이세상을 사는 아버지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가장으로서 갈등하는 모습과 떨어져 있으며 가족을 그리는 모습은 실제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듯 잔잔하고 리얼하게 내 마음으로 전해진다.
 
"나를 닮은 사람이면 좋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나를 닮아 당신과 아이들이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를 닮지 않아 쉽게 나를 잊어버리면 좋겠어.
그래야 해. 힘들겠지만 그래야 해.
내가 잊을게. 나는 그냥 당신 곁을 잠시 지나갔던 사람처럼,
나는 그때 한 번 담배를 사러 갔던 사람이고,
당신은 어쩌다 단 한 번 나에게 담배를 팔았던 사람이라고.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p268)
 
영화 [사랑과 영혼]을 연상하듯 주인공인 나는 죽었지만 채 죽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 되어 자신의 주검 앞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혼자서 이야기한다. 저자의 직업이 형사인 만큼 누구보다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을 그림자처럼 달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인 듯 같아 마치 '늘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는 그의 애잔한 마음을 나타내는 글을 읽을 때는 김현승님의 시, [아버지의 마음]이 떠올리게 했다.
 
 
바쁜 사람도
굳센 사람도
바람같던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
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어린것들은 아버지의 나라다 아버지의 동포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항상 외로운 사람이다.
아버지는 비록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는 사람도
술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의 때는 항상 씻김을 받는다.
어린것들이 간직한 그 깨끗한 피로...
 
 
 예전에 소설가를 꿈꾸는 선배가 한 말이 생각난다.
"너, 이 세상에서 가장 아이러니컬한 직업이 뭔지 아냐?"
"뭐지?"

 "그것도 몰라? 소설가지. 허가받은 거짓말쟁이들 말이야.
거짓말을 잘 할수록 칭찬받잖냐."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양식'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소설을 읽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테다. 시간이 펑펑 남아돌아서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 미안한 자신에 위로를 주고 싶어서 일 수도 있고, 중학교 여학생이 멋진 교생선생님을 만난 듯 한 저자에 빠져 그를 추적하고 싶어서 일 수도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 살기 바빠 자기계발을 못한 이들의 유일하고 따뜻한 안식처일 수도 있고, 잠시라도 활자를 눈에 넣지 않으면 안되는 활자중독자에겐 치료제가 될 수도 있다. 이유는 많겠지만, 독자들이 소설을 읽고자 하는 공통된 목적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이 말을 하자니 한편으로는 외롭다는 뉘앙스를 갖는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잘하는 작가를 만나면 독자들도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런 작가의 책을 만나면 깊이 빠져서 시간과 자리를 잊곤 하는데, 어제 만난 이 소설이 그랬다. 이야기속 자신의 모습은 영화의 이름없는 엑스트라였는지 모르지만,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멋진 아버지요, 가슴 뜨거운 로맨티스트였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버지 역시 위대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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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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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싶은 습관'을 가진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책!
 
 이 책을 손에 넣은 이유는 '흡연'때문이었다. 대학입시 합격과 동시에 룸메이트의 담배를 빼어문 이후 - 흡연때문이라면 대학을 떨어졌어야 했다 - 지금껏 나와 함께한 담배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모습은 그대로인데, 기호식품에서 죄질이 많은 범죄자로 전락하고 말았고,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밝혀지면서 혐연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열차 ·병원 대기실 등의 공공장소, 직장과 같은 공유 생활공간에서의 끽연규제를 호소하는 권리주장) 이 강조되면서 이제 담배 한 갑을 사는 나는 이십개이나 되는 '독소'를 구입하는 '멍청이'가 된 것이다. 더이상 '어때? 기호식품인데...'라며 자위할 수 많은 없었다. 그래서 금연을 생각- 스스로에겐 처음있는 대단한 결심이다 -하게 되었다. 담배를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이라고도 하지만 '습관적인 행동'으로 비롯되기도 한다. 그래서 흡연을 '습관적인 행동'의 관점에서 우선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읽은 책, 앤 가드의 [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이다.
 
  남이 하는 습관적 버릇을 잘 보이지만, 당사자의 행동은 부지불식중에 행하기 때문에 남이 지적하지 않는 한 본인은 잘 모른다. 행여 남이 그것을 지적하거나 하면 무안하고 창피해서 되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뻔한 거짓말을 하거나, 부정하게 된다. 이렇듯 습관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뜻하며 현재를 온전히 살기 위해 과거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방증이 바로 '습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에게 습관이 있다는 것은 나는 과거의 상처에 지배당하고 있지는 않나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습관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이 비롯된 상처가 있다면 털어버리고 충분히 자각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각은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책의 초반부터 습관의 원인을 이야기하는데 어느정도 설득력을 지녔다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이 책을 좀 더 읽고 싶은 흥미를 갖게 된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가 억누르는 감정의 발산이 습관으로 발산된다고 단정짓는다. 직장의 스트레스나 가정내에서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좌절감과 스트레스,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런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스스로에게 있다. 감정적으로 공허해지면 우리는 그 공험감을 채울 누군가나 무엇을 찾으려 하지만 그 누군가가 우리의 절실함을 이용하려 할 때나 상황이 악용될 때, 어떤 것에 탐닉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치솟게 만들 것이다.
 
  나의 목적은 '흡연'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찾아냈다. 흡연자가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감정유발요소로는 자극이 필요할 때, 뭔가가 두려울 때, 그리고 무엇인가를 열망할 때란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습관의 해로움은 감정유발로 인해 습관을 일으키게 되지만, 그 습관으로 인해 또 다른, 어쩌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흡연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다음과 같다.
 
죄의식 :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다는 데에 대한 죄책감
자존심 : 물질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하며 자제력 부족에 부끄러움을 느낌
슬픔 : 습관에 발목 잡혀 있다는 슬픔
진실과 부정 : 문제의 정도를 부정함 '나는 하루에 20개피만 피울 뿐이야' 라고 위안하지만 실제로는 30개피 이상을 피움
결과 : 위의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을 줄이기 위해 다시 담배를 피움
 
 정확히 들어맞는다. 평소 내가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을 뿐 늘 혼자서 가지고 있었던 담배에 대한 우울한 생각, 즉 스트레스를 바로 위의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로 다시 담배를 꺼내 물곤 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뉴스에서 암이나 불임 혹은 사소한 병명에 대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사망률을 따지는 내용을 들을 때면 '어휴, 끊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도 겉으로는 " 사망률이 60%라고? 그럼 난 40% 안에 들어있는거네, 뭐."라며 호기찬 농담을 했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나 그 스트레스로 담배를 물었었다. 저자의 흡연에 대한 치료과정은 이렇다. 위의 사실을 이해하고, 과거와 현재를 통해 자신을 살피고, 자기애에 대한 애정을 좀 더 느끼고, 금연을 할 능력이 나에게는 있다는 자존심을 회복하라고 그리고 건강하고 활기있는 활동을 하라고 권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의 습관에 대해 스스로가 인식하고 자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무엇인가 잘근잘근 물어 뜯는 것, 빨리 먹기, 손톱주변의 살을 깨무는 것, 손톱을 물어뜯는 것, 침을 뱉는 행위, 잠자는 동안 이갈기, 잦은 구토와 음식거부 등 입을 통해 하는 우리의 습관에서부터 성적행동은 물론 고령인들만의 습관, 그리고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느 해로운 습관들, 그리고 기묘하고 별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이 내가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습관이었고, 내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습관도 있었으며,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 습관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것들은 개개인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생활 속 스트레스로 인한 일종의 발산행위라고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겪으며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젠 모습으로도 알 것 같았다. '아, 내가 이러는 것이 습관이구나'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것을 의식하게 되고 그런 행동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머리속에서 환기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게 있느 스트레스로 인한 습관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것을 깨닫게 해준 것으로 이책의 몫은 톡톡히 했다. 그리고 '당신만이 그런게 아니다. 이렇게 별난 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라고 위로를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확실히 담배를 적게 피우게 되었다. 최소한 담배를 물고 싶을 때 '습관으로 피우고 싶은거냐? 아니면 중독이냐?'라고 의식하게 된다. 바보같은 소리같지만, 그만큼의 발전도 내겐 대단한 진일보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습관에 대해 고민하거나, 가족 중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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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스이카
하야시 미키 지음, 김은희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한경쟁사회가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 왕따 이야기!


  
  내가 보낸 학창시절에도 '미움받는 아이'는 있었다. 군대에서도 이른바 '고문관'이라고 해 고참들의 꾸중을 도맡아서 듣기도 했다. 누가 먼저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는 몇몇에게 미움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한편으로는 미안하지만 함부로 거들 수 없는 것은 대다수가 미워하고 있기에 애잔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애써 무시했었다. 이제와 그들을 생각해 보니 주늑들어 움츠려 있는 그들의 어깨와 반쯤 내리 깐 멍한 시선이 떠오른다. 난, 그들을 지켜보기만 했다.
 
  "우리 게임하자. 치카 데리고." 2학년 3반의 어느 점심시간, 이 누군가의 입에서 제안된 이말로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심심하잖아. 장난인데 뭐 어때?" 로 동의를 구하며 시작된 그녀들의 게임은 같은반 친구 치카를 따돌리는 일이었다. 집단 따돌림, 소위 왕따를 말하며 일본말 이지메 에서 비롯된 무서운 게임이다. 일주일이 넘어 계속 되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쫓으며 도와달라는 표정을 짓는 치카를 외면하기 힘들어 스이카는 "이제 그만해!"라고 말한다. 다음날, 교실 자신의 책상위에 흰 국화꽃이 놓여 있다. '어제부로 다치야마 스이카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듯. 스이카 그녀가 왕따의 대상이 된 것이다. 16세의 나이로 소설을 낸 하야시 미키의 소설[미안해, 스이카], 원제목은 いじめ 14歳のMessage -이지메(왕따)14세의 메시지 이다.
 
 



     <국내판 표지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포스토들, 마지막 일본원서 표지>
 


 이 책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집단따돌림(이하 왕따)을 당한 여학생이 자신이 실제로 겪었던 아픈 경험을 소설로 쓴 소설이다. 왕따를 당한 동급생 치카를 돕다가 오히려 왕따의 대상이 되어버린 스이카는 같은 반의 요우꼬와 그 무리들로부터 참을 수 없는 시련들을 겪는다. 처음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치카마저 스이카를 외면하면서 그 슬픔과 괴로움은 더해 간다. 섬득한 아이들이 행동과 그것을 온몸으로 부딪혀 막아내며 '절대로 지지 않을거야'라며 스이카는 버텨내지만 날로 더해가는 그들의 괴롭힘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다.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이내 끝을 내야 할 때야.' 여기까지의 내용으로 본다면 비극적인 성장소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이카의 투신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낸다. 유체이탈 상태의 스이카는 사고후 자신을 둘러싼 지난 날의 일에 대해 치카는 밝히게 되면서 모든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피해자이기도 했던 저자는 스이카의 입을 빌어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용기가 있다면 자신을 '쉬게 할 용기'도 가질 수 있는 법이니 등교거부든 뭐든 방법을 찾으라. 분명한 것은 죽는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한다. 혼자서 감내하지 말고 외부로 표출할 수 있는 용기있는 행동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임을 이야기해준다. 하지만 난 가해자의 두목격인 요우꼬에 주목하고자 한다. 왕따를 주도한 학생은 다른 아이에게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이들은 욕을 퍼붓거나 고립시키고, 위협하고, 물건을 손상시키며, 감정적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히고 자기들이 하기 싫은 일을 시킨다. 그래서 이런 행동을 시킴으로써 다른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든다. 이 아이들은 자신도 부모나 형제로부터 왕따를 경험했으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그런 행동을 배웠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녀가 가족과 사회에서 무시하고, 무시당하는 것을 겪었는데, 학교에서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한편 희생자는 자신이 고립됐으며,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하여, 적합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대접받는 것을 느끽게 되면서 어울리기 힘들어진다. 이러한 영향은 오래가기 때문에 왕따가 위험한 것이다. 왕따에 동조한 아이나 친구를 위해 나서지 못한 아이들도 죄책감으을 느낄 수 있다. 슬프게도 왕따의 희생자는 제대로 지도되지 않는다면 쉽사리 가해자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먼저 왕따를 겪었던 치카처럼.
 
 일본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말 중에 마케이누(負け犬 -まけいぬ)란 표현이 있다. 원래는 '싸움에 져서 꼬리를 감고 도망치는 개'를 뜻하는데, 예를 들어 '30대 이상, 미혼, 아이가 없는 여성'을 일러 마케이누라고 한다.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표현이지만, 일본여성은 20대 안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는 전통이 있는 일본사회에서 20대에 경쟁에 뒤쳐저 30대까지 결혼을 못한 여성을 비꼬는 말인데, 이처럼 일본은 알게 모르게 '경쟁부추기는 사회' 이기 때문에 경쟁에 조차 끼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부류를 선정해 경쟁에서 느꼈던 스트레스와 분노를 그들에게서 풀어내려는 비열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본디 내성적이고, 표현을 자제하는 이들이었던 만큼 왕따의 대상에 행하는 짓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인간적이고 포악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들만 그럴까?
 
  일본의 여학생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지만, 이 무섭고 슬픈 이야기는 결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가족과 자녀들이 오늘도 가해자로, 피해자로, 그리고 가슴졸이며 지켜보는 목격자가 되어 겪는 우리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왕따문제의 단절은 그들을 통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무한경쟁사회'가 된 것을 당연한 일인 듯 아주 잘된 일 인듯 생각하고 있는 기성세대가 먼저 자성해야 할 문제이다. 이 소설을 통해 '왕따'를 당하는 피해자가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무서운지를 독자가 가슴으로 체험느낄 수 있다. 스이카와 같은 피해자가 또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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