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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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문 앞에서 만날 것 같은 '꼴통' 여고생의 이야기 !


  
  "아, 씨바~" 신호를 기다리다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에는 여고생 단 둘 뿐. '에이, 설마' 했다. 헛들은 소리가 아님을 안 것은 삼 초도 되지 않았다. "그니까, 졸라..." 제 눈에 보이는 세상은 단 둘만 있는 듯 연신 욕으로 시작되는 그녀들의 대화 속에는 까르르르 뒤집어지는 웃음이 하나 가득이다. '쯧쯔 어디 세상에 여학생들이 욕을...' 하며 생각하면서도 나도 미소가 번진다. 목젖이 보일 듯 큰 입을 벌리고 웃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언제 웃었는지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나의 굳은 입모양을 번지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상, 참 많이 밝아졌다'고... 여고생들의 웃음소리를 등에 두고 잰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걷던 그때가 아마 내가 '을乙'의 입장에 서서 '갑甲'과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 가던 길은 아니었을까. 몇 분을 더 '간신나라 충신'이 되어야 할 지 몰라 '자괴감'에 무너져 있던 때는 아니었을까. 아무튼 난 그녀들의 웃음에 전염되어 몰래지만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태초부터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또래들의 웃음소리.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
 
  하지만 확실히 정말 세상은 많이 변했고, 많이 밝아졌다. 마치 오늘이 구석기 시대때부터 그대로인 것 같이 생각하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내 아버지 세대는 산업역군이 되고, 새마을 운동가가 되어 몸이 가루가 되도록 열심히 일해 이 나라를 굶지 않는 나라로 만드셨고, 죄수번호같은 486, 386 세대는 목이 터지고 어깨가 끊어질 만큼 가열찬 구호를 외치고, 불끈쥔 주먹으로 하늘을 찔러대 독재를 물리고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전후 허허발판의 땅덩이인 이 나라를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든 이들이 겪는 오늘날을 대변해주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놀부가 죽어 지옥에 가서 제가 받을 죄를 선택하라고 해서 살펴보니 뜻뜨미지근한 똥물을 가득채운 운동장 만큼 큰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사우나를 하는 사람들이 보여 '여기서 벌 받겠소'하고 홀딱 벗고 탕에 몸을 담그니 이러더란다. " 삼분 휴식 끝, 또 다시 백년 똥물에 잠수우~."
나도 목젖을 내놓고 웃을 줄 알듯이 그녀들에게도 고민은 있겠지. 하지만 그녀들은 잠시 잊을 수 있는 능력, 잠시 뒤로 미루고 지금을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어깨에 백 톤은 되는 짐을 진 듯 엄살피우는 내가 부러운 건 그녀들의 잠시동안의 여유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깊어 채울 수 없는 헛헛함은 이젠 이력이 났다. 걱정과 고민도 이젠 웬만해서는 1분도 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없으면 '매맞지 않고 잠자리에 든 신병의 마음'처럼 두근대고 울렁거린다. 이룬 것 하나 없는 것 같아 자꾸만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것이 요즘, 한 권의 성장소설이 버스비 아껴 만화가게에서 킥킥대며 '문화생활'을 즐기던 중학교 1학년으로 나를 몇시간 돌려놨다. 바로 전아리의 소설 [직녀의 일기장]인데, 글을 읽을 맛이 성게알 빼먹듯 참 쏠쏠했다.
 
  이 책으로 작가를 처음 알았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청소년문학상을 휩쓸고, 대학을 가서도 문학상을 탔단다. 이 작품 또한 제 2회 세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하니 문재文材가 입증된 여대생 작가다. 노구老具가 될 법한 나이의 작가들이 써내려간 추억 가득한 성장소설도 아니라 책 속 주인공은 오늘을 이야기하는 성장소설이다. 약간은 삐딱한 성격에 잘 웃지 않을 것 같은 외모를 지녔을 것 같은 만만치 않은 여고생 직녀는 문밖에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요즘 여고생같은 현실속의 인물이다. 그 시절이면 누구나 거의가 그랬듯 학교와 집을 오가며 만나고 얽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 책의 주를 이룬다(한 번의 가출, 그녀에게는 또 다른 세상의 경험도 포함되지만). 항상 자신을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하지만 그리 자주 볼 수 없는 바쁜 아버지, '견원지간' 네 마디로 둘 관계를 대신할 것 같은 엄마, 세상의 남자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드는 한심한 오라버니 그리고 직녀, 그녀의 생각들이 이 책의 이야기 절반을 넘긴다. 그리고 절반이 약간 넘지 못하는 나머지는 그녀의 친구들, 그녀의 학교생활, 선생님들이 채운다. 아주 적절하고 타당한 배분이다. 내 시절을 더듬어도 딱 그정도 였으니까.
 
  학생이 '공부'빼면 고민이 뭐 있겠나 쉰소리들 하지만 왜 없겠는가? 하지만 그녀들은 다르게 고민하는 모양이다. 어른들은 바쁘다고 입버릇을 떨지만 자갈만한 걱정으로 하루를 꿍싯거리며 고민하지만, 그녀들은 그리 오래가질 않는다. 순진무구? 단순무지? 아니다. 보이는 세상과 사람이 모두 궁금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온갖 것이 흥미롭고 생각을 자극한다. 그래서 1분을 채 넘지기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왜, 감정이 이성보다 먼저 튀어나와 미친 말처럼 나를 끌고 다닐 때가 있거든. 얼핏 보기에는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하니까, 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거든? 근데 뒤에 보면 그게 아니야. 정신 차리고 보면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너무 멀리 와 있기 일쑤란 말이지. 그래서 난 감정이 날뛰려고 할 때면 일단, 유체이탈을 시작해. (...) 혼을 육체에서 분리해 빠져나오게 해서, 마치 다른 사람을 보듯이 내 몸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거야. 그리고 재판관 같은 목소리로 묻는 거지. 지금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무어냐?하고." (p111-112)
 
남들 마음 아는 것보다 제 마음 아는 것이 더 어렵다며 친구 민정이가 직녀에게 던지는 이 말에서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그녀들의 마음을 넌즈시 알려준다. 그렇다고 '너는 어떤 사람이니?' 혹은 '너는 누구니?' 라고 묻지 않고 '넌 커서 뭐가 될래?' '넌 대체 왜 그러니?' 라며 묻는 뻔한 어른들의 매뉴얼로 본인들이 묻고 싶은 질문만 툭툭 던지고는, 그 답이 자신들이 지닌 모범 답안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따라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판가름하는 어른에게 자신을 맡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왜 자기 마음을 아는 게 더 어려울까? 내 생각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잘 앍로 있다고 확신하는 데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것 같아. 사람이 사라을 완벽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거야. 그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해도. 때문에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오만을 품기에 앞서서, 나 자신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라며 그 답을 자신에게 있음을 알고,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들의 대화체는 숨쉬기 좋게 무척이나 짧다. 직녀를 포함한 그녀들의 생각도 짧다. 그리고 주어지는 시선도 짧은 만큼 에피소드들이 짧고 많게 느껴진다. 마치 직녀의 한 줄 일기장처럼. 그래서 전반적인 내용의 흐름이 스피디하게 느껴진다. 요즘 세상과 많이 닮았다. 직녀는 확실히 오늘날을 살고 있는 여고생이었다.
 
  지난 주에 읽은 최인호님의 [머저리 클럽]을 읽은 덕에 나보다 앞선 세대의 학창시절과 나보다 뒤에 선 학창시절을 겹쳐보며 내 학창시절도 덧대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직녀보다 두배가 넘는 나이가 되어 웃어가며 그녀들을 읽는 내게 '롤리타 신드롬'이냐고 눈흘길 지 모르지만,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륵 거리는 철없는 여고생들이 아니라, 그들도 나처럼 친구와 가족을 바라보고, 이 세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면 독자로서 제대로 이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닌가 하고 대꾸하련다. 하나 있는 딸을 두고 '자식이 웬수'라며 속썩고 있는 또래의 딸을 가진 박선배에게 한 권 권해야겠다. 걱정하지 말아라, 직녀같은 딸도 있더라고 말하면서. '간호사'수업을 받는 직녀의 근황도 궁금하다. 직녀라는 이름이 꽤 오래 뇌리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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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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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게 만든 최고의  X등급 추리 스릴러소설 !
 
 한동안 즐거웠다. 유난히 더운 더위와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 16일을 환호하며 열광했던 북경올림픽을 보며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집합(集合), 기억(記憶), 광희(狂喜)  로 이어지는 채 끝나지 않는 폐막식을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하나. '이젠 뭘 한다지?'...
다행히 그 열광은 오늘까지 계속되었다. 섬뜩하게 쳐다보는 여자아이 그림의 심상치 않은 책 표지에 끌렸고, 지금까지 전유럽을 1,000 부를 눈앞에 둔 경이로운 숫자로 팔리면서 '어른들을 위한 해리포터'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책이라는 소개글에 기꺼이 서재에 꽂게 만든 책을 지금까지 읽었다.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이라고 언급했던 어느 프랑스 독자의 경고를 미쳐 알지 못했다. 폐막식이 끝난 바로 직후 읽기 시작했고, 난 월요일을 뜬눈으로 하얗게 지새워야 했다. 스티그 라르손Stieg Larsson 의 책, [밀레니엄I] 원제목은 les hommes qui n'aimaient pas les femmes (Millénium, T1) (Paperback)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상,하)이다.
 
 


 
  훌륭한 작품의 작가답다고 해야 할까? 이력 또한 기이하다. 이 작품은 저자인 스티그 라르손의 데뷔작이자 유작인데, 2005년부터 3년 동안 세 편의 시리즈로 [밀레니엄]을 발표했는데, 3부 집필을 마치고 12일 후 2004년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2005년에 출간되면서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는데, 그 인세는 32년을 함께 한 동반자인 그의 아내에게 전해지 못했다는 것.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아버지와 형제에게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현재 소송중이라고 하는데, 우습게도 그 시작은 '노후보장' 차원에서 10부작을 계획하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죽음이 정말 유감일 따름이다.
 






  책을 펴면 시작부터 풋내기 작가의 글이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대기업을 상대로 폭로기사를 썼다가 억울하게 수감생활을 하게 된 베테랑 기자 미카엘 블로크비스트와 천재적인 해커지만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생활을 하는 미스테리 여인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주인공으로 스웨덴의 대기업 가문에 숨어있는 미스테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당의 열혈 당원이자 독립 언론사의 기자였던 이력만큼 대기업의 횡포와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사의 비리를 사실적으로 고발하면서 스토리를 이끌어나간다. 전체적으로는 전형적인 '밀실 미스터리'의 형식을 띄면서도 범상치 않은 두 주인공의 활약과 매 번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반전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스케일은 모래귀신의 늪에 빠지듯 깊이 깊이 빠지도록 만들었다. 현실과 가공을 넘나드는 리얼리티한 전개 또한 매력 중 하나인데,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데 저자도 기자였고, 진보적 성향의 사회고발적 폭로 기사를 주로 다루는 신문사의 이름이 [밀레니엄]이고, 이 책의 제목 또한 [밀레니엄]이다. 그렇기에 필연성과 정교함이 묻어난 생생한 '리얼리티'를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하게 된다.
 

  
 

 장르를 장편 스릴러 추리소설(1, 2, 3부를 합하면 2,000 페이지를 넘는다고 한다)이라고 해야 할까? 1부는 800 페이지 가량. 하지만 걱정할 것이 없다. 몰입도가 최고치에 달해서 책의 두께와 시간을 잊었으니까. 반지의 제왕과 같이 주인공을 골자로 다른 사건을 펼치기 때문에 현재 출간된 1부로 하나의 사건은 종결된다. 올 9월에 나올 2부와 내년 2월에 나올 3부가 마냥 기대될 뿐이다.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라 욕먹을 것 같고, 조금 더 언급을 하자니 가슴만 답답하다.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또 다른 잠재독자에게 이 책을 소개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이다. 여름의 끝에서 절대로 놓치면 안될 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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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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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용기를 알게 한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 !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후회막급인 지난날의 기억에 대해 누군가 이렇게 이야기해준다면, 나도 그 방법을 쫓아 보고싶다. 세상에 있는 마지막 날, 일생을 잘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는 삼 대를 물려줄 만큼의 억만금 재산을 가져서도 아니요, 천군만마를 휘두르는 황후장상이 되어서도 아니요, 삼천궁녀와 정을 통하는 천하영웅이 되는 것도 아닌, 되도록 '후회없는 삶'을 살다 가는 것이 그것이라 여긴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하고 싶은 일은 할려고 노력하고, 하기 싫은 일은 피할 수 있다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뭐라던 '내 인생'이기에. 하지만 이 작은 '개똥철학' 마저도 요 몇 해 전에 스스로에게 다짐한 터라 과거에 저지른 수많은 과오로 인한 후회는 도저히 풀 방법이 없다. 혹자는 업장障이라고, 또는 팔자라고 하더라만, 바꿀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이 욕심이다. 오늘 한 편의 소설이 내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큰 감동와 깨달음으로 시간을 잊어버리게 한 책은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연을 쫓는 아이], 원제목은 The Kite Runner 이다.
 


 
  뭐하나 부러운 것이 없는 아이 아미르는 소심했다. 그런 탓인지 친구가 없는 그에게는 유일한 친구이자 하인인 하산과 친하게 지낸다. '형제'만큼이나. 하지만 유일한 친구한테마저 그는 질투를 느꼈다.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해 글자도 모르는 하산의 박식함에, 그를 칭찬하는 아버지의 지나가는 칭찬도 질투의 대상이 된다. 하산의 권유에 의해 참가한 연날리기대회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지만, 우승자의 상징인 연을 가지러 간 하산의 부재로 인해 보든 일은 벌어진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1975년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해 겨울로 인해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버지로부터의 인정받고 싶었고, 그에게는 용기가 부족해서 하산을 저버렸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그를 위해 물건을 훔친 것처럼 꾸며 억지도 등떠밀어 보내버렸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할께요."라고 말하던 유일한 친구인 하산을. 그것이 어리고 소심한 아미르가 하산에게 한 최고의 배려였는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아미르는 그에게 죄책감없이 잊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소련군의 침공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아미르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 벼룩시장에서 만난 여인 소라야를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다. 거짓을 안고 결혼하기는 싫다며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소라야에게서 그 내용을 떠나 그녀의 '용기'를 부러워한다. 그는 또 한 번 그의 '과오'를 그녀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p33)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는 500 쪽이 넘는 분량의 장편소설을 통해 전쟁의 의미와, 거짓, 그리고 속임수에 대한 경계를 알리려 했다. 시대적 상황과 자신의 처지로 합당화될 지 모르는 그것들이 상대에게는 권리는 훔치는 '도둑질'임을 경계했다. 아미르 역시 가장 신뢰했던 아버지 '바바'에게서 '그 권리'를 빼앗겨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원죄임을 깨닫고 그는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저자는 그의 행동을 통해 아프카니스탄에 존재하는 수니파 이슬람교도인 파쉬툰인과 소수의 시아파 이슬람교도인 하자라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탈레반의 인종청소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도 지구반대편에서 계속되고 있는 '종교전쟁'의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듯 했다. 제 자신도 온전히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이 '신의 이름'을 빌어 인간을 판단하고 단죄하는 반인류적인 행동에 대해 그들의 권리를 '훔치고 있음'을 이야기 한다. 알거든 그만두고,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첫번 째 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한 시간의 흐름을 역사적 사건과 함께 어울려 잘 표현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한 책 속 아프카니스탄의 시대적 사정은 조선말과 일제를 거치는 우리의 역사와 닮아서,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데에 가슴아팠다.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편하게 읽힌 소설 속에 숨어 있는 강한 메세지는 마치 후폭풍처럼 오히려 책을 덮은 후 자꾸만 뇌리에 남아 자꾸만 아미르와 하산을 생각하게 한다. 무섭도록 놀라운 책이었다.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통을 이야기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장대한 시간과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을 알았던 모든 사람들이 왜 최고라고 말하는 지를 알 것 같다. 단지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느낌이 너무 강하고 깊어서 일게다. 누가 내게 묻는다고 해도 같은 말을 할 것이다.
 
"올해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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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오기전에 플랜B를 꺼내라
신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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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펼쳐봐야 할 각성제같은 책 !
 
 
 이 책은 독특한 자기계발서다. 강연을 업으로 하는 강사들이 자신들의 자료를 책으로 꾸민 것도 아니고, 사무실 한 켠에서 꼼짝하지 않고 동서고금을 뒤져 온갖 좋은 말을 다 갖다 붙이고 미사여구를 들이대어 만든 책도 아니다. CEO가, 그것도 채 마흔이 되지 않은 8년차의 젊은 사장이 자신의 체험과 자신이 본 기업가와 CEO들의 사례들을 담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자기계발서다. 저자인 신용한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을 나와 그룹 경영에 뛰어들어 지분관계정리, M&A 및 기업구조조정등 기업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하다 서른넷의 나이에 그린화재의 최연소 그룹 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의 그린화재는 법정관리의 상태에 있는 위기상황이었다. 그는 일반화된 정공법이 아닌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지분법 투자와 후순위채 조달 등의 플랜 B 시나리오를 활용해 난관을 극복한다. 현재는 벤처 기업의 창업이나 자금조달 등 컨설팅을 하는 맥스창투의 대표이사로 있는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한 그룹 경영의 사례와 업무를 통해 알게된 기업가와 CEO들의 혁신 사례들을 종합하여 그들이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위기의 징후도 보이지 않던 때에 준비한 그들만의 플랜 B가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플랜 B'미리 준비한 또 하나의 계획으로 숨겨져 있던 새로운 시나리오 또는 위태로운 나를 구해줄 인새의 두번 째 비상 전략을 말하며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세워놓아야 할 비정한 정글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필수조건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가장 잘 나갈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것, 클라이맥스를 지나면 고요와 정적이 찾아오듯, 가장 높은 명성을 얻고 있을 때, 많은 돈을 벌고 있을 때, 미래가 밝아 보일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고 상대적 가치가 중요시되는 요즘같은 때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부터 인생의 플랜 B와 비즈니스의 플랜 B를 동시에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구성 또한 인생의 플랜 B를 세워야 함을 강조하는 [퍼스널 플랜B 프로젝트 - 당신의 오늘, 지금, 현재를 믿지 마라]편과 비즈니스 플랜 B를 갖출것을 강조하는 [워킹 플랜B 프로젝트 - 직장생활, 똑똑함과 성실만으로는 부족하다]편 마지막으로 기업가로서의 플랜 B를 이야기하는 [비즈니스 플랜 B 프로젝트 - 경영자는 특별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을 읽으면 저자가 풍부한 독서량과 그에 버금가는 다상량多想量의 소유자임을 짐작하게 한다. 사례를 빌어 '~라고 하더라'라고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해보니 그렇다'고 자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힘있는 문장들은 다른 책에서 찾을 수 없는 반가운 글이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깊이 있는 기업가들의 경영혁신 비하인드 스토리는 '생생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만큼 신선한 내용들이었다.
 
 플랜 B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이력과 가정사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자신이 경험한 8년간의 CEO 생활 그리고 평범했던 자신이 거물들로 구성된 VIP 인맥을 알기까지의 우여곡절등 밝히기 어려운 부분까지 피력한다. '현장을 뛰는 우리나라 기업가의 생생한 자기계발서'라는 점에서 여느 도서와 차별화를 둬야겠지만, 신용한이라는 젊은 CEO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큰 소득이 되었다. 현재 그는 실력있고, 건강한 생각으로 창투사의 CEO로 있는 그가 현재 머문 곳이 플랜 A라고 본다면, 앞으로의 플랜 B는 무엇일지 어떻게 펼칠 지가 주목된다. 언젠가는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멋진 인물인것 같다. 판매량만을 자랑하는 외국 전문 강연자의 자기계발서에 식상했거나, 실천해 본 적도, 경험도 없이 남의 이야기만을 주워 담아 만든 자기계발서에 질려버린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가 던지는 촌철살인의 독설이 섬뜩할 수도 있지만, 풍부하고 생동감 있는 그의 이야기에 힘을 얻을 것이다.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펼쳐봐야 할 각성제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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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저리 클럽
최인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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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현실을 잊고 잠시 다녀온 '추억여행'같은 소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누가 내게 묻는다면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할테다. 왜 하필 그 시절이냐고 되묻는다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해 세상사람들이 모두 다 아는 일류대학에 들어가 최고의 직업을 갖고 사는 엘리트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은 언감생심 추호도 생각이 없지만(사실은 다시 돌아가도 그만큼 할 영민하지도, 노력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더 잘 안다), 최소한  점수에 맞춰 생전 처음 들어본 학과(사실은 전공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의예과'가 '의상예술과'로 알았고, '낙성대'라는 대학이 있나 할 정도 였으니까)에 구겨 넣듯 들어가 그 전공으로 지금까지 업業으로 살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 보고 싶은 미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랬다면 바뀌었을지도 몰라'라는 팍팍한 현실이 투영된 자기위로의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사실은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기에 되돌이표를 만들어서라도 영원히 그 순간에 머물고 싶어서다.
 
  나는 그시절 이런 저런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등학교 3년을 '강릉'에서 혼자서 보내게 되었다. 신통하게도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제법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교를 맨 꼴찌로 간신히 들어갔는데, 대학진학에 있어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기쁨 보다는 '독립의 기쁨'이 더 컸던 것같다. 공부는 뒷전으로 두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아는데 시간을 보냈다. 가장 싼 자취방을 얻고, 다달이 보내오는 하숙비와의 차익을 용돈 삼아 세상을 둘러보려고 노력했다. 그곳은 산과 바다가 가까이에 있어 주말이면 둘 중 어느 한 곳에 머물렀고, 하교길엔 통털어 세 군데 의 극장을 모두 섭렵하고 다녔고, 매일 친구들과 꽁초담배를 나눠피며 함께 하며 지냈다. 시험기간이 오면 생활비가 끊길까 두려워 각성제를 먹어가며 죽을 둥 살 둥 벼락치기 시험을 치뤘고, 고3 여름 방학땐 양양에 있는 소금강의 어느 절에서 한달간 시험준비를 했다. 되돌아가 가고 싶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자신에게 대해서는 '혼자'라는 단어를 절실하게 느꼈던 시간이었고, 친구들과 함께 할 때는 '우리'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되었고, 책과 영화를 좋아하게 된 시기도 그 때 였다. 무엇보다 시리도록 가슴아픈 사랑의 기억을 갖게 된 그 시절이 그립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꼭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새카만 교복, 목둘레의 플라스틱 커버, 황금색 단추, 삐딱하게 눌러쓴 찌그러진 모자, 옆에 찼다고 해야 어울리는 국방색 가방 그리고 누렇게 때묻은 헝겊 운동화 차림의 3센치 상고머리에 바람맞은 듯 선 이마, 분화구처럼 솟은 여드름 투성이의 사내 여섯명. 그리고 단아한 여학생의 그림이 새겨진 소설책의 표지를 봤을 때, 그 시절이 생각났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설계의 대가라고는 하지만, 짐작 보다  위엄이 있지도 않고, 늘 마흔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젊은 소설가 최인호씨가 쓴 책이란다. 화려하고 사연많은 학창시절을 보낸 것으로도 유명한 그가 그 시절로 돌아가 쏟아놓은 이야기가 궁금했다. 재미있는 제목, '머저리 클럽'이다.
 
 




















 주인공 동순이와 그의 다섯 친구 그리고 샛별회 여학생들과의 삼 년의 학창시절 이야기는 나와 닮았다. 그리고 거나하게 술이 되시는 날이면 옛 앨범을 펼치며 꺼내놓은 우리 아부지의 이야기와도 닮았다. 세대도 장소도 다르지만 아이도 어른도 아닌 '미성년자'를 보냈던 사람들은 하나로 귀결되는 가보다. 하루 속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듯, 작은 일에 일희일비했던 가장 순수한 시절. 보는 것, 느끼는 것이 모두 새로워 감당하지 못해 힘들었던 것은 아닐까. 빛 바랜 사진이 누렇게 느껴질수록 그들의 대화와 생각은 순수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저녁 한기가 스며들어도 꼼짝하지 않고 방 안의 불을 끈 채 저녁 생각도 잊고 앉아 있었다. 모든 생각이 생소해지고 새로워지기 시작했다. 이 저녁은 어제의 저녁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나에게 스위치를 누르면 불이 켜지는 갓스탠드의 은밀한 불빛도 예사 불빛이 아니다. 이제 내게는 바람에 흔들이는 나뭇가지 하나도 예사 나뭇가지가 아니다. 지금 이 무사무사無事無事 의 순간, 저 옆집에서 혀를 빼물고 짖는 개소리도 예사소리가 아닌 것이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 속삭임, 가려움, 세탁비누, 재떨이, 학교 거리에 흩어진 많은 담배꽁초 같은 것도 예사 것이 아니다. 비온 뒤, 나뭇잎의 색깔이 순간 밝은 색조를 띠고 밝아오는 것처럼 이 모든 사물은 새롭게 새롭게 날카롭고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내게 달려드는 것이다. 아아, 신기하다." (P 75)
 
  나 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학생을 달리 느꼈을 때 '사랑'을 직감했다. 늘 나와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이 예전과 다름을 느끼고 동순은 신기함을 느꼈지만, 나는 당황해서 울었다.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벌렁대는 심장을 안고. 너무나 좋아해서 차마 고백하지 못하는 동순에게는 세상을 모두 아는 듯한 영민이 있었지만(그래서 그가 채갔는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없었다. 숱한 날을 편지를 쓰며 보냈고, 부치지 못한 채 남겨두었다.  그때 난 사랑의 감정을 가졌다고 기뻐했을까? 이루지 못했다고 슬펐을까? 오롯이 기억해 낼 수 없을 만큼의 기억력에 난 고마워해야 할까? 1945년에 나서 지금껏 살아온 그가 모든 것을 눈에 선한 듯 조금 전에 느낀 듯 그려내듯 펼쳐내는 그의 글을 읽으며 '타고난 이야기꾼'임을 새삼 느끼게 되고, 퇴색되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 있는 글들을 보면 아직 고등학생을 벗지 못한 것도 같았다. 그의 생생한 기억력에, 아직 남아 있는 순수함에, 글을 읽는 만큼은 이십 여년 전의 옛날로 되돌리게 하는 흡인력에 한없는 질투를 읽는 내내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 화면이 떠오르는 건 영화 '고교얄개(1976)' 였다. 두수(이승현분), 영호(진유영분), 호철(김정훈분), 인숙(강주희분) 등의 단짝 친구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고교생들의 청춘물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는데, 세월이 지나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 명절 때  TV에서 다시 보여줘 봤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조그마한 극장에서 재상영해 쫓아가 본 덕에 이 기억도 할 수 있었으리라. 영화속 대화의 산파조의 억양은 글 속의 뉘앙스와 닮았다. 머저리 클럽의 악동들이 펼치는 배꼽잡는 에피소드와 그들의 대화를 만끽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머저리 클럽'의 동순과 영민은 '고교얄개'의 호철과 두수를 떠올리게 했다.
 








  이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한없이 밝다'는 것이다. 어둡고, 침울했던 197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했으면서도, 시대를 살피기보다는 순수하게 개인에게 몰두했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세상돌아가는 것 모르고 그 시절을 세상을 느끼지 못하고 내 눈에 비치는 세상을 보며 나를 위해 보낸 것처럼 주인공들은 자신과 친구들에게만 시선이 고정된 점이 더욱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모두가 내가 겪고 이야기했던 것들이었다. 어느 때부터 인가 내가 잊었던 다시 없어 소중한 그 시절의 고민과 생각들이 들어 있었다. 호탕하고 남자다운 능구렁이 영민을 보면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대학생인양 고려대학교 마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안암동 대포집에서 친구들 한가운데서 술을 마셨던 치기어린 머저리, 울 아부지가 보였고, 소심하고 생각만 많은 바보 동순이를 보면, 그시절의 머저리인 내가 보였다. 내 친구의 이야기도 있었고, 울 엄니의 클럽이야기도 들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80년대에 있어야 할 동순의 누나 방에 있는 리쳐드 기어의 브로마이드와 음악다방에서 들렸던 '이선희의 J에게' 가 어색하지 않다. 그 속에 내가 겪었고, 알았던 이야기가 들어있음에 오히려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작가의 기억력도 완벽하지는 않는다는 안심도 함께). 하수상한 현실을 잠시 잊고 다녀온 추억여행같았다. 밝고, 즐거운 소설.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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