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즐거움 -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120편의 철학 앤솔러지
왕징 엮음, 유수경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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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
 
 
  세상에 태어나 아기가 처음 하는 것이 우는 것인데 그것이 안전하기만 했던 모태에서 떨어졌기 때문이고, 그 순간부터 끝이 없는 인생人生이라는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워서 일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차츰 커가면서 눈이 트여 세상의 빛과 색을 알게 되고, 막연했던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부드럽고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닌 걸 알게 된다. 말문이 터지면서 "이게 뭐야?" 연신 물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묻게 된다. 아니, 내 입 속에서 뱉어낸 소리가 더이상 '옹알이'가 아니라 '대답'이라는 메아리가 되돌아옴이 신기해서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걷고 뛰게 되면서 '보살핌'은 귀찮아지고, 잠시라도 들리지 않으면 무섭기만 했던 엄마의 목소리는 '잔소리'로 들린다. 참 간사하다, 인간이란.
성인이 되고 정신적 독립을 외칠 때 즈음이 되면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아직 부족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인생이라는 끝이 없는 길을 걸으면서 내딛는 한 걸음마다 장애물을 만나고, 갈라진 길의 한 가운데 서게 되고, 여기 저기에서 훼방꾼이 나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삶의 길찾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한 마디의 조언'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젠 진심어린 충고를 던지는 이도 없거니와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지고 고독해져만 간다.
 
  이 책 [철학의 즐거운 The Pleasure of Philosophical Life]삶이라는 길에서 멈춰있거나, 나아가기를 망설이고있는 나그네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힘든 삶과 고달픈 생활에 지쳐있는 이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120편의 위인들의 글을 모아두었다. 주제를 크게 [참과 진리] , [생명의 존귀함] , [고귀한 덕] , [인간의 본성] , [우정] , [사랑] , [삶의 즐거움] 으로 일곱 개로 나누고, 큰 주제마다 작은 제목을 만들어 수많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볼테르, 칼릴 지브란, 나폴레옹 힐, 쇼펜 하우어, 프랑수아 피용, 네루다 등 익히 귀에 익은 위인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도 만나게 되는데, 하나의 이야기마다 소중한 가르침이 들어 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만나게 된다. 특히 위인들의 이야기 끝에는 저자의 친절한 부연해설을 만나게 되고, 마지막으로 꼭 새겨야 할 강조구문을 만나게 된다.
 
  어느 쪽을 먼저 읽던 상관이 없었는데,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은 [우정], [사랑], 그리고 [삶의 즐거움] 편이었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는 큰 느낌과 배움으로 다가와 책장을 감히 넘길 수가 없었다. 중국의 비수민은 말하길 우정은 한 권의 책과 같아서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고, 친구는 나의 그림자와 같아서 햇빛이 있으면 나를 따를테지만, 더움으로 사라지면 친구도 역시 나를 떠난다고 말한다. [사랑]편의 '아내를 그리워하다'에서는 이 세상을 등진 아내를 생각하며 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수많은 사람중에 당신과 만난 그 사람은 단 한 걸음도 빠르거나 늦지 않게 정확한 순간에 내 앞에서 나타난 사람이 바로 아내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천 년에 한 번 만나기도 어려운 이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으며,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되묻는다. [삶의 즐거움] 편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서는 오늘의 청춘을 걱정이라는 부질없는 짓에 내일을 위한 노름 밑천으로 바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말하며 "내일 일 때문에 미리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지금은 결코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는 [성경] 말씀으로 대신한다.
 
 "어제는 히스토리History 였고, 내일은 미스터리Mistery이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인가? 최고의 기프트Gift 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현재를 Present (현재, 선물)이라 부른다"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에서 용의 전사가 될 지 두려워하는 팬더에게 시푸(사부)는 이렇게 말하며 미래를 위해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한다. 그 길만이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행복하게 살다 죽는 것'이 생의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면 그 합은 자연히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래에 원하는 무엇인가가 목표하면 하루 하루를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느낀다.
 
 거창한 제목에 긴장을 하게 했지만, 이 책 [철학의 즐거움]은 평이하다. 오히려 너무 평이해서 '과연 철학을 말한 것인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고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고민이 철학이라면 그 방법을 가장 편하고 이하하기 쉽게 알려준 책이 아닐까 싶다. 절대로 빨리 읽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책이다. 작은 제목 하나 하나마다 소중한 뜻과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가 생각을 던지고 내게 맞는 답을 찾아가도록 만든다. 소위 말하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읽는다면 어울리는 책일 듯 싶다. 두고 두고 옆에 두고 만나야할 친구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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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손홍규 지음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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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고 나약한 환자를 온몸으로 감싸안았던 의사, 장기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기를 논할 것이 못된다. 항상 고민해야 하는 평생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그리 많지 않고, 그 답에 대해서도 내 처지와 형편에 따라 다르기만 하다. 늘 '훌륭한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만 가질 뿐, 그에 다가가기는 마음과 몸이 엇갈리는 나를 발견하는데 참 안타깝기만 하다. 그런 내게는 자신의 소신껏 평생을 살다 간 사람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부러운 이야기다. 마지막 숨을 다하는 그 순간 '후회없이 살았노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삶일까? 게다가 제 혼자만 잘 살려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해, 세상을 위해 살다 갔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삶은 없으리라. 제 몸 추스리기에 바빠 아둥바둥 살아가는 인생이 한없이 부끄럽게 만든 한 권의 책을 만났다. 평생을 가난한 사람들과 아픈 이들과 함께 하며 살다 간 아름다운 의사 장기려의 생을 손홍규씨의 손을 빌어 쓴 책 [청년의사 장기려]이다. 
  
  
나는 아픈 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아프면 더 힘들다.
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짧다.
 
  1935년 그의 나이 스물 다섯에 스승없이 자기 생애 첫 수술을 집도한 장면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아름다운 청년의사 장기려'의 생을 소설로 만든 책이다. 일제시대의 학생시절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식산殖産 즉, 산업을 부흥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물리치고, 사람 살리는 일에 뜻을 둔다. 의사가 되어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노라 맹세하게 된다. 선생은 1932년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당시 국내 최고의 외과의사였던 백인제(백병원 설립자) 선생의 수제자로 경성의전 외과에 근무를 시작해 평양 연합기독(기흘)병원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해방후 평양도립병원장과 평양의과대학(김일성대학) 외과교수로 재직하면서 일제시대와 해방, 분단과 한국전의 개시까지 우리 역사의 질곡의 순간을 그대로 겪으며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둘째 아들 가용(張家鏞·전 서울대 해부학과 교수)씨만 데리고 우역곡절 끝에 월남하면서 그의 제2의 인생은 시작됐다. 한국전쟁은 그에게 가족과의 생이별이라는 아픔을 안겨주었지만 평생을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며 참의사의 길을 걷게 만든 동기가 되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두고 온 가장의 슬픔을 승화시켜 병약하고 가난한 환자의 가족을 제 가족을 보듯 돌보고, 그들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게 된다. 선생은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한평생 절개를 지키며 45년을 홀로 살았다. 늘 빛바랜 가족사진 한 장을 가슴에 품고 그 사진을 보면서,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 했다. 선생을 아는 이들은 그에게 자꾸 재혼하기를 권유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가 북에 살고 있습니다.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어찌 그 기다림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평양에서 결혼할 때 주례하시던 목사님이 우리 부부를 앞에 세워놓고 백년해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재혼하는 것은 100년 뒤에 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의 삶에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하나는 신앙심(기독교적 가치관), 다른 하나는 분단과 함께 생이별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었다. 특히 그는 가장 없이 힘들게 지낼 가족들을 생각하면 항상 마음이 저렸고, 그래서 병원에 오는 어려운 환자들을 보면 모두 가족 같이 여겼다. 선생 자신이 그 환자들을 잘 돌보면 누군가 자신의 가족도 잘 돌보아 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생까지 "늙어서 별로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 다소 기쁨이기는 하나 죽었을 때 물레밖에 안 남겼다는 간디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가진 것이 너무 많다"며 겸손해 했던 무사무욕의 삶을 실천한 사람이었고,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최고의 외과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집 한 채는커녕 통장에 달랑 천만 원을 남겨 놓았고, 그마저도 간병인에게 줘 버리고 빈손으로 떠나갔던 사람이었다.
 
 


 

"왜 아픈 사람을 일컬어 환자患者라고 하는지 아나? 환患은 꿰맬 관串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루어져 있다네. 다시 말해 환자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야.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치유하기 쉽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네. 자네가 진정한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환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어야 하네." (P406)
 
  수많은 의사들의 집무실에 그의 액자가 걸려 있을 만큼 그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범이 되고 있고, 한국의 슈바이쳐, 푸른 십자가, 성인聖人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가 생에 보여왔던 행적은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신앙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 환자들에게 옮겨졌고, '가난하고 병들어 의사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한 번 더 진료를 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떠나갔다. 그가 추앙받는 이유는 바로 의술업적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공평히 보고 그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의사의 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고뇌와 질곡 많은 삶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소설로 표현되어 장기려 선생의 삶을 더욱 가까이서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기독교인으로서, 의사로서 나아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내가 아파하는 모든 것들은 어쩌면 한낱 미망未忘의 찌꺼기들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의 흐름에 맡기며 살아온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행동하는 사랑, 실천하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살았던 이 땅에도 이토록 훌륭한 의사가 존재했다는데 행복하고 감사했다. 나 또한 당장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지를 몸소 가르쳐준 그를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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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의 두뇌게임 시리즈 1
하타 타케히코 지음, 김경인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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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 권으로 어제의 무더운 '열대야'를 잊을 수 있었다 !
 
  예년 같으면 매일 찬물로 샤워 후 각빙이 생기기 전까지 얼려 놓은 캔맥주를 '치이익~' 따서는 목구멍으로 넘기는 맛으로 여름밤을 보냈겠지만, 한 캔이 두 캔되고, 두 캔이 세 캔되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이 술을 부르는 상황도 마득찮았거니와 마시는 만큼 불룩 불룩 솟아나는 뱃살때문에 더욱 힘든 여름을 보낸 것 같아 그만둔 터. 올해는 지금과는 전혀 반대의 방법을 쓰고 있다. 이열치열로 오밤중에 워킹과 조깅으로 땀을 빼고, 미지근한 온수로 샤워를 한 후 마무리는 냉수로 뒤집어쓰고 나온다. 시원한 냉녹차 한 잔에, 개량된 삼베모시 옷을 입고, 선풍기는 자연풍으로 맞추고, 스토리있는 소설 한 권으로 오늘밤과 싸울 채비는 끝. 이주일째 즐기는 중인데 그 맛이 쏠쏠하다.
 
  '허가받은 거짓말'이라 불리는 소설은 원래부터 읽지 않던 터라 몰랐는데, 뭘 모르고 내린 판단이었다. 300여 페이지 남짓되는 소설 한 권을 두 세시간 몰두해서 읽고 나면 영화의 그것보다 더 풍성한 듯 가슴과 머리에 남아있고, 글맛있는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도 가득하다. 무엇보다 잠못드는 여름밤을 보내는 여흥으로 충분히 즐길만 했다. 물론 오쿠다 히데오의 최근작 '최악'같은 책을 만날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600여 페이지의 베고 잘만 한 두께에 내용은 박진감와 스피드감이 넘쳐서 첫 장을 펼치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으니...잠을 자려고 폈다가 밤을 하얗게 새서는 그 다음날 업무를 그야말로 '최악'으로 만들었던 기억도 있기는 하다('최악'은 올여름에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단 주말이나 휴가때 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여름밤 소설읽기는 어제밤에도 계속되었는데, 어제 만난 녀석(소설)도 재미면에서 대단한 강적이었다. 하타 다케히코 秦 建日子 의 추리소설 推理小説 을 읽었다.   
 
 

< 한국판 책 표지와, 저자 하타 타케히코, 일본판 추리소설의 표지>
 
 
 일드(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중 형사물을 좋아한다면 잘된 작품 다섯 손가락안에 꼭 드는 일드로 시노하라 료코 가 여형사를 맡은 작품 [언페어 Unfair]를 드는데, 스페셜드라마(일본에서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의 경우, 여름 혹은 겨울 특집으로 두 시간짜리 스페셜작품을 만든다. 즉 스페셜 드라마가 제작된 작품은 최고의 작품이라고 봐도 무난하다)로 제작되기까지 한 이 드라마의  원작이 된 소설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추리소설]이라는 작품이다. 이런 저런 화려한 수식어에 이미 회는 동한 상태. 주저없이 읽기를 시작했다.
 

<일드 언페어의 한장면>

 
시체 수를 몇 개로 할까? 먼저 그것부터 생각하자.
처음에는 두개. 이것은 확정. 이 두 시체가 없으면 이야기가 안된다.
그리고 다음에 또 하나. 문제는 이때부터다.
네번째 시체에는 일종의 '장치'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 시체도 마찬가지.
가능하다면 네 개로 끝내고 싶지만,
여기서부터는 상대가 있는 이야기라서,
이쪽 사정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
 
네 개, 다섯 개, 아니....최악의 경우 여섯 개의
시체를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
 
  책을 펼치면서 죽은 사람을 말하는 시체의 수를 '개個'로 이야기하는 범인의 생각에서부터 섬뜩함이 뭍어났다. '범상치 않은 사이코패스같다'는 것이 범인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범행수법 또한 기가 막힌다. 비오는 어느 날 밤, 공원에서 서로 관련 없는 두 사람이 살해 당한다. 다음날 현장에 수사관들이 급파되고 수사를 진행하던 중 세 번째 희생자가 나타난다.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던 중 사건을 맡은 경찰서와 각 출판사에 한 권의 원고봉투가 도착한다. '추리소설 상권 재중在中' 이라 쓰여진 봉투 속의 원고는 세 명의 피살자에 대한 살해현장이 눈에 보이는 듯 피의자(살인자)의 시점으로본 소설형식으로 소설이 쓰여져 있다. 
 
 한편 범인과 관련이 있는 듯한 미모의 여인 가스야 리에코에게는 T.H.라는 이름으로 희생자들의 죽음을 암시하는 의문의 휴대폰메일이 도착한다. "내일, 두 생명을 거두기 위해 내 재능은 부활한다."와 "오늘 밤에 세 번째. 사랑하는 네 눈앞에서."  범인은 소설을 통해 다음 희생자의 살인사건을 미리 예시하면서 출판사가 자신의 판권을 최소 3천만엔(한화 3억원 가량)부터 입찰을 할 것을 지시한다. 이어 네 번째 희생자의 죽음 또한 소설에 쓰여져 있고,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사건은 용의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그 범위를 좁혀간다. 희생자의 주변에 있던 책갈피 "불공정한 것은 무엇인가?" 가 의미하는 의문에 대한 답도 점점 좁혀져 가며 용의자 또한 최종 한 명으로 지목되어 간다.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추리소설같은 미스터리 형사물을 통해 공정과 불공정 즉, 세상에 페어Fair 한 것은 무엇이고 언페어Unfair 것은 진정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누가 말할 수 있는지에 리얼리티와 독창성을 요구하는 출판사와 베스트셀러의 대필업자, 정의를 심판하는 자들의 고민과 갈등 등을 함께 묶어 교묘하게 실어내 눈을 사로잡아 좀처럼 놓질 않았다. 특히 '소설을 통한 예고살인'이라는 독특한 살인방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독특한 내면을 가진 검거율 1위의 여형사 유키하라의 캐릭터도 흥미롭고, 순진하기만 한 신참내기 형사 안도는 그녀에게 어울리는 역이다.
 
  짧기만 한 서술형식은 긴장감을 더하고, 스피디한 전개와 간결한 설명은 몰입도를 높였다. 예상할 수 있었지만 설마하는 반전은 뒤통수를 치기 충분했고,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에게 담겨있던 짧은 러브스토리도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리뷰로 말하기란, 특히 스릴러물이나 추리소설의 리뷰를 담기란 정말 힘들다. 영화관을 나오며 표를 구하려고 길게 늘어선 관객의 줄에 대고 "범인은 OOO였다" 큰소리로 말하는 '못된 놈'이 되고픈 충동도 생기고, 거짓으로 범인을 말해줘 독자들을 속이고도 싶어진다. 마치 범인이 세상에 추리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나는 범인을 알지롱~'하는 한 단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희열도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잘 만들어진 '추리소설'이 맞다. 이 책 한 권에 어제의 무더운 '열대야'를 잊을 수 있었다. 스피디한 전개의 영화나 드라마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쳐서는 안될 완소작품이다.
 
P.S. 일드 [언페어]를 찾아 1편을 봤다. 열 편 모두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안보면 후회할 것 같다. 내 상상 속에서 있었던 미인 여형사 유키하라를 드라마에서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재미있다, 역시. 주말에 몰아서 봐야겠다. 
 



<영화로도 제작된 언페어의 극장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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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고래
김형경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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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성장소설, 우리 모두의 이야기
 
  어스름 저녁 무렵 눈을 떴을 때,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안녕을 고하느라 핏빛 하늘로 물들이고 방안엔 나 혼자 뿐이다. 푸근하고 아늑하기만 했던 방이었건만 어제의 느낌이 아니다. 가장 소중한 이름을 부르며 온 방문을 헤매고 찾아도 있었던 자리의 온기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한군데. 반지하로 만들어진 부엌의 낮은 문을 열며 온 힘을 다해 부른다. "엄마! 엄마?" 그리고 곧 알게 된다. 이 집에 나 이외에 아.무.도.없.다. 걸음으로 열 발자국 남짓되는 사방의 공간이 운동장처럼 커져 보이고, 하늘이라도 뚫을 듯 천정도 높아지고 있다. 두려움과 설램은 순간 무너지고 그렇듯 무너지며 주저 앉아 울었다. 울어대는 제 목소리에 힘을 얻어 더 크게 소리를 내어 울었다. 엄마있는 곳까지 들리도록...
 
  대여섯 살때부터 느낀 '부재에 대한 상실감'이 유독 짙은 이유는 '맞벌이 부모'를 가진 아이여서 일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정체성마저 무너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까. 아직도 어릴 적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느낌은 그대로지만, 지금은 목놓아 우는 대신 덜 패워진 재떨이를 끌어당겨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아버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은 작은 떨림이었다. 추호秋虎처럼 무서운 아버지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일었고, 욕은 한 바가지를 얻어 먹지만 벌리는 손의 절반 만큼(딱 절반만큼. 그래서 항상 두 배로 불렀지만) 용돈을 주는 줄 지 않는 화수분지갑이 이젠 없어졌다는 허망함도 일었지만, 무엇보다 세상 그 어디에 있어도 당신의 존재 자체로 조금은 더 튼튼했던 집이 금이 간 듯, 불안한 듯 했다. 따뜻한 온도 마저 떨어진 듯 했다. 이젠 더이상 볼.수.없.다.
 
  열 일곱의 '주니은'도 그랬다. 늘 함께 있을 것 같던 부모를 함께 탔던 차에서 모두 잃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아니 혼자 이 넗은 세상에 남겨져 버렸다. 부모를 잃어버렸다는 절망감과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날 것 같은 막연한 희망감에 잠시도 머물지 못하는 마음상태를 빌어 그녀는 '너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머리에 꽃을 꽂은 여자가 늘 거리를 떠도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다. 마음이 시큰해져 그녀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읽게 한다.
 
  "니은아. 니가 시원하게 못 울어서 마음이 아픈 거다. 슬픔이 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몸을 두드리는 거지...사는 게 다 빚 갚는 일이라 하더라. 나는 빚이 많아 세상에 오래 남아 있는 거지. 그러니 니은이 니도 때맞춰 밥 먹으러 오너라. 이 늙은이 도와주는 셈치고." 상실의 슬픔에 혼자된 분노와 두려움에 눈물도 흘리지 못하는 어린 니은이에게 네 곱절 나이 많은 할머니는 '내 니 맘 자알 안대이' 하듯 위로한다. 이승이 지옥이라 죄값을 치룬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귀에 들어올리 없다마는 니은이는 지옥불을 뒤집어 쓰더라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면...했으리라.   
 
  그녀에게 제일 친한 나무南无 또한 혼자다. 하지만 그녀는 제 스스로 혼자이기를 결정한 것, 독립인 것이다. '넌 그래도 부모가 있구나' 니은이는 그녀를 통해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자신과 자발적인 독립의 엄청난 차이를 알게 되고 분노한다. 망자亡者 앞에서 곡哭을 하는 이들의 눈물은 먼저간 자에 대한 애석한 미망未忘의 눈물이라기 보다는 남겨진 자의 살 날을 우려하는 미망자未亡者의 눈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겨진 것이 아니라 버려졌을 때, 그 눈물은 분노를 머금는다.
 
  그리고 곧 니은이는 '어떤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일까?' 고민한다. 막연히 여행을 떠나는 나무의 사촌 언니는 '징징거리지 않기, 변명하지 않기, 핑계대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라며 '금지'가 늘어가는 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 말하고, 장수포 할아버지는 '열살 때 생각하면 열살이 되고, 마흔살 때 생각을 하면 마흔 살이 되듯 여든살이 돼도 맘속에는 모든 나이가 다 있다' 선문답하시며 어른과 아이는 차이가 없음을 이야기하신다. 칠순이 넘은 왕고래집 할머니는 뒤늦은 한글공부를 하시며 그 공부를 어디다 쓰냐는 질문에 '온 바다를 돌아다니며 보소, 이보소, 바다가 어디 있는지 아오? 하며 평생을 보낸 것 같다'고 더 이상 바다를 찾아다니는 파도가 되지 않고 싶다며 앎을 쫓는 아이도 되돌아감을 준비한다. 장수포 할아버지도 흰수염고래와 거북이가 있는 저 멀리 바다로 이십대가 되어 되돌아 갔다.   '어떤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일까?' 누가 내게 묻는다면 '고아'가 될 때라고 말하고 싶다. 육순의 아들이 색동옷을 입고 어머니의 팔순잔치에서 깨춤을 출 수 있다면 아직 아이인 것이고, 사춘기를 모르고 생계를 꾸려야 하는 십대가장이라면 이미 어른이 짊어야 할 짐을 어깨에 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하고 싶다. 눈물을 점점 잃어가는 것이라고...
 
"글을 쓰다보니 마음이 이상해지더라. 그냥 글자만 쓰는 거라 여겼는데 그게 아니더라. 마음을 깊이 뒤집어 밭을가는 것도 같고, 맘속에서 찌개를 끓이는 것도 같고."  (137 쪽)
 
  간신히 한글을 배워 알게 된 수십 단어로 작문을 하며 왕고래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한 편의 소설이 큰 바다를 담고 있었다.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 한다면, 난 아직 아이인 것이고, 십대의 마음으로 읽은 것이다. 슬퍼서 먹먹해야 할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푸른 바다에 흰수염고래가 있고, 거북이가 있고, 보랏빛 물체가 떠다닌다. 그 가까이엔 장수포 할아버지, 왕고래집 할머니가 있고, 니은이가 있고, 나도 있었다. 어른인 듯, 아이인 듯 그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 많다. 세상이라는 바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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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 매니지먼트 -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김성희.김승래.김영한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21세기 위키노믹스시대의 경영대안은 '위키 매니지먼트'다!
 
  한 주동안 세상은 얼마나 변했고, 얼마나 많은 생각이 토해졌는지를 한 눈에 확인하기에 내게 가장 좋은 방법은 서점을 찾는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는다. 제일 먼저 들리는 곳은 '경제/경영' 코너. 수많은 경제법칙과 경영서들이 오늘도 어김없이 쏟아져 나왔는데, 저마다 '최고와 최선의 법칙과 방법'이라고 자신해 대는 책들을 보면 가끔 이들이 코메디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외 경제상황과 소비성향을 설명하는 경제법칙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기법을 설명하는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더우기 외국의 글로벌기업의 경험사례였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들만의 경험치에서 비롯된 것이고, 게다가 몇 년이 지난 구닥다리 '경영기법'이기에 이것을 우리에 맞게 조정하고 실천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소화할라 치면 외국의 선진기업은 또 다른 경영기법으로 성공 사례를 쏟아부으며 '우리를 닮으라' 주문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법이 없다'는 데야 별 수 있는가? 외국의 그것이라도 훔쳐와야지. 한 해 수 천 수만의 경제학, 경영학 석박사가 쏟아지는 우리나라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경제법칙과 경영기법을 내 놓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그것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떠난다 하더라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중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총각네 야채가게' , '팽귄을 날게 하라' ,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 , '삼성처럼 회의하라' , '민들레 영토 희망스토리' 등 [창조적 기업경영과 사고]를 주제로 많은 책을 펴고, 국내 대기업에 끊임없이 강연을 하고 있는 '김영한' 씨가 공저로 써 낸 책을 만난 것이다. 그의 책의 특징은 기업의 크기를 떠나 국내 현실에 맞게 창의적인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내서 소개하는 점인데, 그 장점과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간다는 점에서 그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이라 반가웠다. 책의 제목은 [위키 매니지먼트 Wiki Manangement]. 지금껏 그의 책이 창의적인 기업의 경영문화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기업의 '보다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이야기 했다.
 
  지난 해 경제경영서 분야에서 주목을 받은 책 중에 돈 탭스코트(Don Tapscott) 교수의  
'위키노믹스'
라는 책이 있다. 과거 뛰어난 소수가 만들어간 이코노믹스의 시대는 가고, '집단의 지성과 지혜(Collective Intelligence)'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위키노믹스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이 책에서 '위키노믹스Wikinomics' 는  '위키피디아'와 '이코노믹스'를 합성한 말로 '위키노믹스'의 탄생에서부터 응용, 발전에 이르기까지를 풍부한 실제 예시와 함께 설명하면서 대중의 지혜와 협업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기업과 조직이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 책에서 주목된 것은 '집단의 지성과 지혜(Collective Intelligence)'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기업과 조직의 대응책은 대중의 지혜와 조직원의 협업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경제의 파러다임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제기에 있었다. 그 점에서 이 책[위키 매니지먼트]는 기업 또한 1%에 의한 제왕적 의사 결정 방식에서 벗어나 99%가 참여하는 참여형 의사 결정 체제로 변화해야 함을 이야기 한 책이다.
 
  인류 지식의 상징은 백과사전 Encyclopedia 인데, 이는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수십 년 동안 공들여서 만든 것으로 업데이트가 어렵다는데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위키피디아Wikipedia 의 출현으로 쉽게 해결되었는데, 이는 직원이 불과 열다섯 명밖에 안되는 작은 규모의 인터넷 회사에서 만든 온라인형 백과사전이다. 234만 개 이상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위키피디아는 200개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으며, 연간 약 6억 8,0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1,500 명의 자원봉사자가 무보수로 편집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7만 5,000명이 적극적으로 매일 글을 업데이트 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내용상 정확도에 있어서는 2006년 세계적인 과학 잡지인 네이쳐Nature 紙가 "백과사전과 차이가 없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다.
 
'빠르다, 참여한다, 창의적이다' 라는 의미를 가진 Wiki 의 개념은 지난 해 위키노믹스Wikinomics 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야기하더니, 이번에는 기업내 빠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식의 개념으로 차용된 것이다. 위키 매니지먼트Wiki Management 는 직원이 경영에 참여하고 빠르고 창으적을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기존의 관리적인 기업들보다 경영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또한 높은 경영시스템이다. 위키 매니지먼트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위키디시전Wiki Decision 이 있는데, 이는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원과 창조경영아카데미가 공동 개발하였고, 참여형 문제 해결 기법으로는 워크아웃Worl Out 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방법인 트리즈TRIZ 를 접목했고, 디시전 매트릭스 Decision Matrix 를 개발해 하나금융그룹에서 검증 과정을 마친 것이다.
 
  이 책은 우선 21세기의 새로운 경영을 위해서는 의사결정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 싸거나, 좋거나, 빠르면(Cheap or Good or Fast)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소비자들은 'or'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and'를 요구하고 있다. 즉 싸고, 좋고, 빠르다면(Cheap and Good and Fast)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이들 소비자들이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웹 2.0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보를 그저 보여주기만 했던 웹 1.0 시대를 넘어 이젠 사용자(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집단지성이 가능해진 새로운 시대이기에 소비자들은 지구반대편에서도 그들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해 졌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 발달로 정보와 기술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모든 업종이 글로벌 경쟁 체제로 전화되는 지금,  경영진이 경영 목표와 전략을 결정하고 하위 직원들이 이것을 실행하도록 이끄는 관리 체제인 톱 다운 Top Down 방식은 더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또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수준높은 전문성을 지닌 직원에게 지시와 규율Command & Coontrol 의 매커니즘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높은 변화 대응력을 갖춘 활력 넘치는 건강한 조직의 창조를 위한 참여형으로의 조직 개편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하간의 관계에서 대립적 사고를 버리고 조직의 각 경계를 연결해서 성과를 내는 동시에 변화를 수용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인식이 '우리Coop' 에서 '우리We' 로 바뀌어 공동체 의식이 자리 잡을 때 참여형 조직은 그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때 요구되는 것이 바로 참여와 공유, 개방과 협업을 강조하는 '위키Wiki' 의 개념이고, 이것은 오늘날의 위키노믹스를 사는 현세대를 이끌어가는 키워드라고 강조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몇 달 전 읽은 '책 칩 콘리의 경영의 괴짜'들이 생각났다. 그 책을 읽으면서 경영자에 의한 교조주의적 관리체계로는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젊은 경영'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천재적인 창업자와 창업 아이템과 시스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조직원들과의 조화 Combination을 경험할 수 있었다. 조직원 사이의 벽이 허물어지고, 계급이 없어지고, 적절한 보상체계가 지원되는, 무엇보다 조직원간의 '경청과 관심'이 돋보였는데 이것을 굳이 설명하자면 위키 매니지먼트의 기본개념과 근접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위키 매니지먼트의 의사결정은 과거의 경험주의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작원의 참여를 유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과정에 있는데, 그러한 새로운 의사 결정 방법론으로 개발된 것이 위키디시전WikiDecision이다. 이것은 참여형 문제 해결 기업인 워크아웃Work out 과 창의적 문제 해결 기법인 트리즈TRIZ가 결합한 것이다. 그 조합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위키디시전의 목적은 '문제 발굴과 해결 능력을 키우고, 문제 유형에 따른 적합한 소루션을 만들며, 아이디어 벤치마킹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빠르고 바른 의사결정 능력을 키우는 것'에 있다.
 
이러한 위키디시전은 직원이 참여해 문제를 분석하고 이상적인 해결안을 마련해 바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문제 해결 프로세스이며, 다음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문제를 객관화하라 (PA Problem Analysis),
다양한 대안을 찾아라(AA Alternative Analysis),
이상적인 해결안을 만들어라(SA Solution Analysis)
최고의 아이디어를 선택하라(DA Decision Analysis)
90일 실행 계획을 짜라(AP Action Plan)
 
또한 위키 매니지먼트에는 6가지의 원칙 즉, 위키 일터Wiki Workplace를 만들어라, 벽 없는 사무실을 만들어라, 기업 밖의 지식을 활용하라, 위키 리더십을 발휘하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라, 퍼실리테이션 기술을 습득하라 과 위키 워크숍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부록으로 소개된 [40가지 창의적 해결 원리]는 TRIZ의 문제 해결원리 40가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업무적 문제 해결 사례들이 실려 있어 TRIZ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국내의 전문가들에 의해 21세기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기업에 있어 적용이 가능하고, 활용이 용이하는가 하는 것인데 이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책은 디시전 매트릭스 기법을 개발해 하나금융그룹에서 검증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지 않아 어느정도 검증이 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위키노믹스가 화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위키피디아'가 그만큼 널리 보급되고 활용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개념의 이해와 활용도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가능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만한 저변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키피디아'가 우리나라에서 외국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지식 in'으로 대변되는 '온라인 지식창구'가 있기 때문인데, 이는 활용도에서는 비슷하지만 엄연하게 다른 시스템적 차이를 가지고 있어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없지 않다.  또한 현실적인 입장에서 볼 때 변화되는 경제 상황과 시장을 미쳐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기업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하는데 이것은 경영자의 마인드가 그만큼 '젊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주는데, 과연 이렇게 '싱싱한 경영기법'을 이해하고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을까가 의문이다. 창의력을 존중하는 젊은 기업가의 새로운 기업에 적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경영문화가 될 수 있겠다. 최소한 팀장이 자신의 팀을 운용하는데도 위키 매니지먼트는 적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과감히 실행을 할 지는 의문이다. 이제껏 외국의 사례를 빌어 온것도 그들을 통해 검증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 흉내를 내려 한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기업가 뿐 아니라 조직원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는데 이 책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필요로 하는 기업환경이 무엇인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 어느때보다 조직원(직원)들이 파트너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시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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