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경영학 - 경영 공부가 10년 후 미래를 결정한다
이타미 히로유키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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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팀장'이라면 읽어야 할 [실전 경영학 교본] ! 
 
  비즈니스맨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저마다 다른 전공의 대학을 나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듯 어렵게 취직을 했고, 그리고 회사는 나의 이런 저런 적성을 고려하고 회사사정에 맞추어 저마다 가장 어울리는 부서에 배치했다. 까마득히 높은 자리에 있는 듯한 부장님 아래로 선배들이 가득이다. 이들이 던지는 한마디만 모두 더해도 책 한 권은 되고, 업무와 사람에 치여 허둥지둥 대다 보면 하루가 간다. 부서의 선배들이 시키는 일만 하기에도 바쁜 직장인에게 나의 회사를 이해하고, 상사의 의중을 캐치하기는 절대로 쉽지가 않다. 여기 기업이라는 조직 속에서 중간관리자, 혹은 책임자나 리더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경영經營'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있다. 이타미 히로유키 교수의 책 [서른 살 경영학], 원제 経営を見る眼 -日々の仕事の意味を知るための経営入門 (경영을 보는 눈 - 하루 하루의 업무의 의미를 알기 위한 경영입문) 이 그것이다.
 
 중견사원 혹은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떠맡게 될 30대의 회사원들이 기업 경영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지니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나에게 매일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경영 전체에 어떻게 자리매김 하게 할까? 그리고 이익이란 무엇일까? 후배들은 왜 생각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까? 조직 전체의 책임자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등 현재 고민에 빠져있거나 앞으로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30대의 직장인을 위해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회사라는 조직의 개념을 이해하고, 경영의 전반을 살펴봄으로써 현재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회사를 이해하고,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데, 이 책의 저작의도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특히 대학전공서와 같은 이론적 접근의 '경영학經營學'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경영인으로서 기업이라는 조직과 리더, 그리고 일하는 사람 즉 사원들을 어떤 식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한 정신적 접근mental approach 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두어야겠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마치 차세대의 젊은 경영인에게 [경영자 수업]을 가르치는 스승의 입장에서 글을 써내려간 느낌마저 들게 한다. 
 
  책은 크게 일하는 사람과 회사, 기업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리더의 자세, 경영의 전체상, 경영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로 나누어졌다. 제 1부 사람과 회사에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의 중요성과 일자리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 일을 하든지 간에 일이 그 사람에게 가져다 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소득(벌이)'과 '할 일(일자리)' 두가지 인데, 인간은 무리를 짓는 동물이고 또 무리속에서 함께 하며 서로 협력할 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인간은 기본적인 생활과 동시에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자리를 원하며, 회사는 그것을 제공하는 관계에 있음을 밝혀준다. 또한 회사와 개인과의 관계에 있어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비교할 때, 미국은 '참가'적 성격을 띠는 반면, 일본은 '소속'의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은 취직就織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직업을 얻는다'고 표현하는 반면 일본은 취사就社라 하여 '회사에 들어간다'는 뜻의 표현을 취하는데, '직업'을 고르기보다 '회사'를 고르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일본의 예를 잘 설명했다. 이 부분에서 '취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함과 동시에 '취사적 선택'을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이직률과 줄어든 애사심을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기업문화는 일본식 회사형태과 미국식 형태가 혼재되어 있는 과도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이나 장단이 있겠지만, 둘이 모두 존재한다면 장점만 취득할 수 있는 기업문화로 자리매김을 하면 좋을텐데, 현실은 그 반대가 되는 것 같고 그래서 대한민국 경제가 바람잘 날이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특히 저자는 일본시장에서 불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 지적하고 '파견직'이라고 하는 우리의 '임시직 직원'을 채용하기를 즐기는 일본기업을 지적하고, 고용유지가 지니는 바람직한 의의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을 일으키는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마인드를 강조하는데, 무척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제 2부 기업이란 무엇인가? 에서는 기업이라는 존재는 외부세계와 돈, 정보, 감정을 주고 받고 이를 토대로 기술적 변환을 이루어 보다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나가며 기업에게는 향상되는 기술축적을, 소비자에게는 고객만족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기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삼안三眼 발상 즉, 인간에게 혈액이 흐리기만 하는 것으로는 인간적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돈과 더불어 인간의 신경에 해당하는 정보의 흐름, 인간의 마음에 해당하는 감정의 흐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경영을 보는 안목으로서는 세 가지 흐름 즉, 돈과 정보 그리고 감정의 흐름을 함께 보는 삼안발상을 지니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경영의 전반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나은 표현을 없을 듯 싶었다. '이익실현'을 기업의 존재목적으로 본다면 기업에 속한 인간의 존재는 수단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기업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로 접근해 보면 우선은 '고객'에게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직원'에게 이익이 앞서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에는 '직원'이 있음을 강조한 저자의 명쾌한 설명이 멋졌다. 
 
  제 3부 리더의 자세는 사람을 움직일 수 있어야 리더이고, 그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과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주목된 부분은 '상사를 매니지먼트 한다'는 부분이었는데, 중간관리자나 책임자는 후배와 상사 중간에 걸쳐져 있는 직책 임을 감안할 때 '상사를 매니지먼트 한다'는 부분은 타인을 통해 일을 이루는 것, 즉 'Doing things through others' 를 경영의 본질이라고 보았을 때 상사를 경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사의 언동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어 자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상사를 끌어당기는 노력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사에 대해 보고,연락,상담의 체계를 두어 팀장으로서 팀의 업무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상사가 그들을 커버할 수 있고, 그들과 하나됨을 인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상사를 제대로 미니지먼트 할 수 있는 리더를 부하들은 신뢰하고 따른다'는 저자의 강조는 유난히 귀에 솔깃하는 부분이었다. 
 
  제 4부 경영의 전체상과 제 5부 경영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는 타인을 통해 일을 이루는 경영을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일의 상황을 설계하는 경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직의 거시적 경영에 공통적인 것 사업의 틀(전략), 구조의 틀(경영시스템), 프로세스의 틀(현장), 사람의 틀(인사), 사고의 틀(경영이념)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오히려 미시적인 경영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경쟁우위전략, 비즈니스 시스템 전략, 기업전략, 조직구조등 경영 일반에 걸친 개념들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속한 기업과 조직에 대해 그동안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기업의 경영]이라는 전반에 대해 풀이를 한 책이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로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바를 [경영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30대의 중간관리자이거나 곧 그 자리에 서야할 직장인들이 한번쯤은 읽어봐야 할 '실전경영학 교본'이다. 이 책의 말대로 40대에 명퇴나 진급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길을 택하고자 한다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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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평화
존 놀스 지음, 박주영 옮김, 김복영 감수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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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소설'의 진수를 보여주는 풋풋하지만 무게감 있는 책!
 
  주위에 그런 사람, 꼭 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특출나고, 월등해서 무엇이든 경합이 있는 장소에는 그 사람이 빠지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능력뿐 아니라 성격도 좋아서 만인의 호감을 부리고, 그와 함께 있으면 손오공이 제 머리털로 복제를 해대는 환공술처럼 그의 그림자 속에는 또 다른 그가 족히 100명은 숨어 있는 듯 너무나 당당하고 도도해 보이는 사람. 감히 그와 견줄려고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그와 함께만 있어도 좋겠다고 여기게끔 만드는 그는 요즘 말로 풍겨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지닌 멋진 사람이 주위에 꼭 있다. 지금이야 주위를 둘러 볼 시간조차 없을 만큼 제 깜량을 채우느라 바빠서 모르지만, 깃털같이 많은 시간이 할애된 어린 시절에는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그 시절 나는 그들을 일러 '인물人物'이라 불렀다.
 
  본교수업과 보충수업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으로 빡빡한 하루일정을 채워나가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그야말로 펜을 들고 잠을 자야 마음이 편할 만큼 오로지 '공부'만 허락된 생활이었다. 꼴찌로 들어간 학교가 공교롭게도 제 동네에서 공부꽤나 한다는 일명 '수재'들이 몰려든 학교라 예상치 않은 학교생활은 '지옥같은 현실' 그 자체였다. 나는 M- T- M이란 책이 영문법에 관한 책이란 걸 입학하고 처음 알았는데, [정석 수학]과 함께 입학고사을 치뤘다 하니 두말 하면 입아프다(입학고사가 있는 것 조차 모르고 놀다가 입학한 터라 680명 정원에 648등을 했으니, 내 뒤에 누가 있다는 것조차 신기할 따름이었다). 뒤늦게(?) 시작한 공부, 단어외우랴 숙어외우랴, 수학공식외우랴 머리에 스팀이 날 정도로 책에 박혀 있던 내게 "야~ 난 너처럼 공부하면 당장이라도 서울대 들어가겠다." 며 멋진 미소로 말을 걸어온 녀석은 '인물'이었다. 중학교 때 학생회장을 했고, 고등학교 입학식때 입학선서를 한 녀석. 공부가 되는 때는 사흘을 밤을 새우고, 안될 때는 하루종일도 잠을 자는, 수학공식을 머리로 풀이하느라 집에서 학교까지의 40분 거리를 걸어다녔던 녀석. 그는 항상 1등이었고, 전교에서도 세 손가락안에 항상 드는 녀석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로운 영화를 보기 위해 세 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가서 영화를 보는가 하면, 주말이면 공룡능선을 타고 설악산을 올라 산장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괴짜기도 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그의 행동과 발언은 마치 외교관의 치외법권을 지니고 있는 양 아무도 그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몰래 숨어들어 화학실험을 한답시고, 과학실에 불을 낼 때에도 에디슨과 아이슈타인도 그랬을 거라며 교장선생님이 오히려 칭찬을 했다는 후문과 청소시간에 유리창을 깨끗이 닦으려다 2층에서 떨어진 내게는 오히려 일주일의 유기정학을 먹인 사실을 비교하면 그와 나와의 거리는 상당함을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고, 그가 저지르는 사건 사고의 배후에는 내가 숨어있었고, 그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나는 '체벌'을 피할 수 있었다.  
 
  하루 세 끼 같은 밥을 먹고, 비슷한 시간만큼 잠을 자고, 뇌의 용량도 그리 차이나지 않은 듯(내용물에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한 때는 그와 똑같이 행동을 같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그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인간실험이었는데, 참 어리석은 발상이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다른 별의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판단할 즈음 우리는 반이 갈리고 대학입학을 위해 가열찬 투쟁(?)을 해야 했던 터라 입시일이 가까울수록 기억속에 있는 그의 모습은 옅어져 갔다. 3학년이 한창일 즈음이었나 보다. '참교육'을 외치는 '전교조'가 생기고, 이를 저지하려는 정부와 그에 맞서는 선생님, 학생들 이야기로 학교는 오일장마냥 시끄러웠다. 나의 '인물'이라는 친구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수업을 거부하는가 하면 학교기물을 파손하여 유기정학을 먹더니 스스로 '자체방학'을 만들어서는 설악산에 한 달여를 숨어버렸다. 그와 함께 해야 했지만,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당장의 현실로 닥쳐온 '대학입학고사'가 내 발목을 잡고 있었고, 무엇보다 도봉산을 보고 100일 기도를 하신다는 어머니의 소식이 내 몸뚱이 마저 잡아버렸다.
 
  기특하게도 가까스로 대학에 합격하고 새내기 대동제를 준비할 즈음, '인물'은 서울대에 낙방하고, 후기대학을 들어가서는 '운동권', 그것도 '국가대표급 운동권 선수'가 되어 경찰과 형사들을 뒤로 하고 전국을 도망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는데, '철렁거리는 가슴'과 '야릇하게 미소짓는 내 모습'을 감지하게 디었다. 이전의 것이 제일 친했던 친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나의 반응이었다면, 그 뒤의 것은 그에 대한 내 기억에서 '인물'이라는 뱃지를 떼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한 편의 기쁨일까? 순간 나에 대해 온 몸에 소름끼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 나의 음흉함. 그것이 내가 접한 나의 이중성에 모멸감을 느낀 때는 아마 그때가 처음인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신껏 옳은 일을 위해 청춘을 불사르는 그를 두고, 단지 도망자라는 이유로 '시대가 낳은 사생아'가 되어버린 그를 두고 안도해 했던 나를 두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고, 그 때 느꼈던 나의 이중성이 '야수성'은 아닐지 의문을 던지게 한 책이 [분리된 평화] 원제, A Separate peace 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미국의 어느 도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는 듯 활기찬 학교, 데번 스쿨에서 '인물'은 피니어스였고, 책 속의 화자인 '나'와 '내'는 큰 차이가 없다. 인물과 나 그리고 한 떼의 무리들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그들의 우정과 비밀, 경쟁과 공감, 그리고 배신과 속죄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옛날 지구 반대편의 서양아이들의 이야기가 이나라에 사는 그 옛날의 내 이야기 같아 마음을 졸인다. 차마 기억하지 못했고,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내가 감정이 이 책의 '나'가 아니었을까, 내가 느꼈던 이중의 감정은 정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야수성'이었을까 고민하게 했다. 살아온 날과 살 날의 중간에 있는 내가 '성장소설'에 눈과 마음을 던진 것은 어쩌면 더욱 더 기억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나의 옛날을 더듬고 싶어서였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나를 살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인물'을 만나고 싶어서였다. 그가 궁금해졌다. 올해 가을에는 동문회라는 곳을 찾아가 봐야겠다. 그래서 그 시절의 '인물'이 보이걸랑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 그는 왜 그런지 영문도 몰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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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경영수업 - 켄 블랜차드가 최고의 비즈니스 멘토들에게 배웠던 모든 것
켄 블랜차드.돈 허트슨.이던 윌리스 지음, 윤동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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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때 딱 한 권만을 읽어야 한다면,꼭 이 책을 챙겨라 !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기란 정말 정말 쉽지 않다. 출근해서 퇴근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빡빡한 회사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 생기는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황금같은 휴식시간'인데, 회사문을 나서면서부터는 '사회속 인간인 나'라는 명찰이 붙기에 그에 합당한 업무아닌 업무(?)를 해야 한다. 지인들과 어울려야 하고,  경조사를 찾고, 가정생활에 충실하다 보면 정작 내게 남겨진 순수한 내 시간은 얼마 되질 않는다. 만끽해야 할 내 시간에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목으로 책읽기는 '마음 단단히 먹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큰 일'임에는 틀림없다.
 
  "열심히 일한 당신, 쉬어라." 이렇게 당당히 말하고 싶지만, 세상은 급변하고 그만큼 필요한 지식과 장보량은 늘어만 간다. 나를 뛰어넘는 후배들은 넘쳐만 가고, 조직은 '그렇게 앉아서 쉬고 있으려면, 달리는 후배에게 바통을 넘겨!' 라고 눈치준다. 큰 맘먹고 서점을 가니 읽어야 할 것들이 산더미. 쳐다만 봐도 숨이 막히고 기가 찬다. '뭐 하나라도 읽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들렸지만, '뭘 읽어야 할지 조차 모를 만큼'의 무방비 상태에 빠진다. 너도 나도 베스트셀러라 외쳐대서 그중 만만한 것을 골라서 읽자니 어렵기만 어렵고, 실제로 도움된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는다. 누군가 책을 읽으라고 내게 말한다면, 멱살을 쥐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요구만 하지 말고 시간없는 직장인이 뭘 읽어야 할 지 알려줘 봐!" 아마도 그 멱살잡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일 먼저 켄 블랜차드의 책으로 시작하세요."
 
  세계적인 동기부여 연설가이자 2005년 '미 아마존, 역대 최고 베스트셀러 작가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25인'에 뽑힐 만큼 메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켄 블랜차드는 비즈니스맨들의 영원한 경영멘토로 유명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는 1994년 [1분 매니저]라는 책으로 소개된 이래 30여 편의 명저들이 소개된 바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열광하는 팬], [겅호]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는 특히 세계적으로 [1분 시리즈]로 가장 유명한데 그가 말하는 '1분의 의미'"우리가 살면서 최고의 조언을 듣는 데 드는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는 저자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삶의 소중한 교훈은 길고 지루한 장광설이 아닌, 당순하고 간결한 지혜를 통해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1분 the One Minute] 이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한 경영우화'라고 이야기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쩌면 가장 기본적이고, 진리에 가까운 명제들을 놓치면서부터가 아닐까 하는 의문에 시선을 두고 풀어나가는 어른을 위한 동화를 써내려 간 것이 그의 특징이다. 활자체는 크고, 페이지 수는 여느 책의 절반 정도로 많지 않아서 '손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지 모르지만, 그가 던지는 메시지 하나 하나는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경영의 진리들이고, 특별한 기술없이 당장 직장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경제적 효용'측면에서는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봐야겠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그의 명저 [1분 시리즈]와 수십 권의 비즈니스 명저에서 뽑은 '지혜로운 인생과 비즈니스에 관한 핵심적인 교훈들'을 한 권에 담고 있다. 돈 허트슨과 이단 윌리스와 함께 쓴 책으로, '그의 저서 중 최고의, 마지막 결정판'이라고 장담한 책', [1분 경영수업] 이며 원제는 'The One Minute Enterpreneur'이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서 소중한 한 마디의 가르침을 얻게 된 청년 주드 매컬리는 '동기부여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동기부여 연설가'로 활약하게 된다. 연설회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여인 테리 아비오티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결혼을 하면서 함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성장일로를 걷던 귿르의 사업은 어느 한 순간 경영상의 문제가 생겨 성장에 따른 고통과 재정적 압박을 당하게 되고 침체기에 접어들지만, 그를 후원하고 기꺼이 멘토가 되어준 사람들의 조언으로 다시 일어나 안정적이고 튼튼한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줄거리를 갖는데, 두 주인공에게 조언과 멘토링을 해 준 이들을 실제의 인물들로 기용하여 자칫 한마디씩의 명언이 되었을 법한 소중한 말들이 실제로 비즈니스를 해나가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말들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두꺼운(이야기의 전부는 200페이지에 불과하지만, 그의 책치고는 두꺼운 분량이다)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후회없이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싶은 한 청년이 선생님이 선물해 준 '1분 지혜'라는 이름의 한 권의 노트를 선물 받고 위기의 상황마다 도와준 주변사람들과 멘토의 지혜를 옮겨 담고 그것들을 숙지해서 곤란한 상황들을 탈출하게 된다. 즉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세일즈이고,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연설가'가 어울리겠다는 판단을 서게 하는데는 "몇 년 후 나의 모습은 그동안 읽은 책과 사람들을 제외하곤 지금과 같다." ,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를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아무도 대가를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면 취미생활을 하는 것일 뿐, 경력을 쌓는 것은 이니다." 등의 지혜들을 듣게 되면서 확신하게된다.
 
최고의 파트너이자 인생을 함께할 여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인생의 파트너를 찾을 때는 성격과 외모보다 인품과 가치를 봐야 한다.", "훌륭한 결혼 생활을 위해선 아무리 바쁘더라도 식시 시간과 잠자는 시가 외에 배우자와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려 노력해야 한다." 등의 조언들을 통해 지금 만나고 있는 그녀가 자신의 반려자인지를 확인하게 된다.
사업을 시작하는 그에게 멘토들은 성공적인 기업가가 되기 위한 비결로 "사업체를 운영할 때는 지출보다 수입을 많게 하라.","고객의 은행 창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영수증을 제때 모으는 것은 필수다.","고객은 사업의 활려소이다. 그들은 나를 위해 비용을 지불해준다.","직원들을 잘 대접하라. 그들이 모든 것을 이루어 준다. 그들이 없으면 회사도 없다."고 강조해 준다.
 
  그 밖에도 회사가 경영상 위기에 처했을 때, 열광하는 고객을 만들어야 할 때, 부하직원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요할 때, 직장생활과 가정생활과의 조화가 필요할 때, 안정된 조직을 이끌고 싶을 때, 후회없는 인생을 살고 싶을 때 등 우리가 비즈니스 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들을 주인공 주드와 테리의 이야기를 통해 엮어 내고,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지혜들을 현존하는 최고의 멘토들의 입에서 들을 수 있도록 한데 묶었다. 지금껏 다소 문제가 있었던 나의 비즈니스 생활에 있어 또 한 번 큰 가르침으로 다가온 책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생기는가 하면 '아하~'하는 감탄도 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의 삶이라는 것은 비즈니스와 인생이라는 두가지 추가 매달린 장대를 타고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아서 두 가지가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후회없는 삶과 성공은 같은 말이 아니라 이 두가지가 합해져 행복하게 살아야 후회없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은 기본을 가장 우선순위에 올려놔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켄 블랜차드가 지금껏 펴 내온 책들을 보면 비즈니스의 단편을 주제로 삼아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면, 이 책은 지금껏 나왔던 책들의 핵심을 한데 모아 하나의 성공스토리로 엮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제까지 켄 블랜차드의 책을 읽지 않았거나, 몇 권 읽지 못했다면 이 책 한권을 제대로 소화하기를 권하고 싶다. 곧 다가오는 여름 휴가때 '딱 한 권의 책만 읽어야겠다'고 한다면 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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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깡소년 2008-08-16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재 읽고 있는 책이라서 서평을 둘러보던 차에 읽고 갑니다.
너무나도 상세하고 객관적인 서평이 짜임새가 있네요.
1분 경영수업, 올 여름, 다가오는 가을을 맞이하여 좋은 참고서적, 인생의 지침서가 될 듯 합니다.

서평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리치보이 2008-08-16 15:18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새우깡소년님, 댓글 감사합니다. 자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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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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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체절명命'의 도망자가 되어버린 세 사람의 이야기 !
 
 
  "그는 코메디 작가다." 라고 그의 책을 좋아하거나, 익히 읽었던 이들에게 꽤 많이 들어왔던터라 사실 그의 소설에 시큰퉁했었다. 연일 쏟아지는 수많은 사건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고, 돌아가는 국내외 정세는 한 주만 지나면 장바구니의 무게를 좌지우지(실제로는 가볍게만 한다. 안그런가?)하는 현실이기에 가끔 우연히 보게 되는 TV 에서 30대를 가득 채웠지만 여전히 20대 중반으로 아는 늙수구래들의 실없는 농담에 냉소冷笑 나 가끔 던지는 것이면 되었지,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코메디 작가의 글을 읽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터라 책선물로 읽은 [스무살, 도쿄]는 의외였고, 재확인을 위해 읽은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 히데오가 코메디를 쓰기는 쓴거야?' 하는 의심을 품게 했다. 앞선 것이 사회 정체성에 흔들리는, 하지만 그리 괴롭지 않은 20대를 공감할 수 있게 써 냈다면, 뒤따르는 것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면 이정도는 해야 되는거야!'라고 말하는 듯 자신의 우상인 [존 레넌]의 숨겨진 몇 년간의 시간을 재구성해 멋들어지게 소설로 꾸며냈던 터였다. 나이 40의 늦깍이 데뷔 작가답게 삶을 한 계단 위에서 조망하는 듯한 기술과 표현은 내 입에 착착 감기는 듯 그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
 
  며칠 전 그의 신간 소식에 회가 동해 열 일 제치고 손 안에 넣었다. 600 페이지를 상회하는 두터운 두께. 재미없으면 베개로도 쓸 수 있겠더라. 국내에 소개된 오쿠다 히데오奥田 英朗 의 신작 [최악], 원제는 [最悪 さいあく] 다. 재팬 아마존으로 확인한 바 이 책은 1999년 2월에 출간된 책이다. 다시 말해 2005년 1월 국내에 소개된 오쿠다 히데오의 첫 작품 [공중그네]는 2004년 4월에 일본에 소개된 작품인데, 이 작품이 국내에서 힛트를 치자 그의 최근작과 과거작품들이 서로 판매유효기간을 두고 엇갈려 쏟아지고 있어서 독자마다 서로 평을 달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 최근 그의 작품이 '희극'의 성격을 띠는 것이지 모든 작품이 그렇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부수를 두고 하는 소리인지도 모르지만 그를 이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를 잇는 작가'라고 평가하는 소리도 들리는데, '라이트한 코메디만 쓰는 작가'로 폄하되기는 무리가 있지 싶다. 이 책 [최악]을 읽고 난 후는 더욱 그랬다. 각설하고 책이야기로 간다.
 
   

  이 책은 47세의 영세 철공소 사장 가와타니 신지로, 23세의 평범한 은행창구 여직원 후지사키 미도리, 20세의 떠돌이 양아치 노무라 가즈야 이렇게 세 명의 소시민이 우연한 사건으로 '절체절명命'의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로 제목 그대로 갈 때까지 가는 '최악最悪'을 이야기한 책이다. 1990년대 초 거품경제를 경험하고 한숨을 돌리는 시점의 일본과 일본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연스러운 인물소개와 사건의 발단 그리고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과 세 주인공이 한 사건으로 연류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의 전개는 전형적인 소설의 '기승전결'을 보여주는데, 스토리의 치밀함과 재미 그리고 스피디한 전개와 박진감은 여느 영화의 그것보다 훌륭하다.
 
 
  
 
     
 
 
  위엄있는 가장으로서 신용있는 조그만 철공소의 사장으로 평범한 남자가 되고 싶은 가와타니 신지로.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속썩이는 종업원, 무리한 요구를 강요하는 원청업체, 게다가 소음으로 시비를 거는 이웃집 '오타씨 부부'의 태클 속에서도 업무량을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결국에 폭발하고 마는 그의 모습에서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그 태양을 받아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지열, LA시내로 들어가는 프리웨이 위에서 햐얀 와이셔츠 차림에 한 손에는 007 가방을 그리고 한 손에는 장총을 매고 서 있는 디펜스(마이클 더글러스 분)를 연상하게 한다. 1997년의 영화 폴링 다운 (Falling Down, 1997) 속의 그 역시 헤어진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딸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그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무기력, 그저 반복될 뿐인 일상의 단조로움, 우울하기만 한  한 가장의 모습을 보게 된다.
 
  월요일과 월말, 그리고 비 오는 날을 끔찍히 싫어하는 은행원 아가씨 후지사키 미도리. 그녀에게 남자는 무기력과 냉소의 대상이었지만, 어느 날 그녀에게 닥친 한 사건으로 인해 남자라는 동물에 대해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정작 자신을 우려하고 아꼈던 이의 시선마저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비련의 여인이 되고 만다. 그녀가 사건에 휘말려 남자에게서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는 영화 노스 컨츄리 (North Country, 2006) 에서 조시 에이미스(샤를리즈 테론 분)가 금녀의 구역 탄광에서 남성들에게 부대끼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당사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성에 대한 분노가 어디까지인지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영화속의 조시처럼 적들을 무릎꿇리고 당당하게 돌아서는 모습을 기대하는건 미국에서 뿐일까? 내가 사는 이땅에도 후지사키와 같은 피해자는 이시간에도 생기고 있을 거란 생각에 수치감마저 들게 한다.
 
  소위 말하는 결손가정의 아이 노무라 가즈야에게 내일은 없다. 떠돌이 양아치에게는 오늘이라는 단어만 있을 뿐 내일은 없다. 빠칭코에서 하루를 보내며 근근히 하루벌이를 하거나 톨루엔을 훔쳐 목돈을 마련하는 외톨이에게는 누군가 말만 걸어줘도 그 날은 행운인 것이다. 그에게 소중했던 것은 한 조각의 빵이 아니라 푸근한 사람의 숨결이었고, 살가움이었는지 모른다. 스무살의 잘생긴 양아치의 생활을 쫓아보노라면 우리 영화 태양은 없다 (City Of The Rising Sun) 가 떠오른다. 게다가 그에게는 악연인 친구 다카오가 있지 않은가? 도철(정우성 분)과 홍기(이정재 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가 누구일지는 독자가 판단할 문제다. 정체성의 확립의 유무를 떠나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사랑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는 것을 그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그 밖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 끝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라며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드는 이웃집 남자 오타 라는 인물에게서 이 세상에 숨어 사는 사이코패스의 전형을 보게 되고, 스무 살의 철공소의 종업원 마츠무라와 은행원 이와이의 이상한 행동들은 무기력한 남자들의 끝을 보는 듯했다.
 
'사람은 어디서 인생이 갈라지는 걸까?'
무심히 내뱉는 미도리의 한 마디가 이 소설의 화두는 아닐지...
 
 





  늦은 밤 잠을 청하려 책을 들었다가 새벽 6시까지 해가 뜰 때까지 가슴졸여 가며, 잔뜩 흥분해 가며 책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극한까지는 치닫지 않았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 봤던 나의 좌절, 배신, 오해가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들이 지나고 난 후엔 쓴웃음도 지을 수 있는 과거라는 물고기의 비늘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딱 죽고 싶은 최악의 상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는 오쿠다 히데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읽은 이 책으로 그는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한 명의 소설가로 자리매김을 했다. 요즘 같은 무더운 여름을 잊게 할 영화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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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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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분위기의 특이하고 멋진 독서기讀書記 !
 
 
  책을 읽게 되면서 생긴 않좋은 버릇이 한 가지있는데, 그것은 질투다. 마치 말로는 차마 다 할 수 없는 생각과 알게 된 무엇을 쏟아붓는 듯 종이에 빽빽하게 새겨놓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배움과 깨달음을 경험함과 동시에 '그들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는 의문과 가능하다면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황금알을 품는 거위처럼 그 속은 여느 장기臟器 와 다를 바 없음을 뻔히 알지만, 그것만은 나도 알지만 말 그대로 멋진 책을 만나면 항상 느끼는 않좋은 버릇이다.
 
  좋은 책을 쓰는 그들은 날 때부터 재능이 특출했을까?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배운 것일까? 그들은 무슨 책을 읽고, 어떻게 책을 읽을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 멋진 말을 만들고,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흔드는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이 멋들어진 책을 만날 때면 책 속에 거는 혼자만의 독백이었다. 최소한 그들의 서재만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그들을 짐작할 수 있을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한 사람(그 깊이와 정도는 확실히 차이가 나지만)을 만났다. 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는 직접 그들을 파헤쳤다. 하지만 그녀 또한 파헤쳐져야 할 또 다른 대단한 독서가다. 생각하며 살아가기 위해 책을 읽는지, 책을 읽기 위해 살아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책과 가까이 살고 있는 사람, 책 좋아하는 사람이랑 수다 떨기, 책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사랑하기, 책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따라 하기, 책에 나오는 음료와 음식 먹어보기, 책에 나오는 음악 찾아 듣기, 책이 알려주는 장소 가보기, 읽었으면 행동하기 등등 '책 행동학'을 즐기며 사는 여인, 정혜윤이다. 침대의 가장자리 네 켠에 책을 꼽아 놓고는 손가는 대로, 닥치는대로 읽으며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라는 부제의 [침대와 책]이라는 책을 이미 쓴 바 있는 그녀가 이번에는 독서가로 알려진 어떤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만나 이들의 삶에서 책과 조우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를 담아 또 다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침대와 책]에서 그녀와 함께 했고, 지금도 함께 하는 책들의 이야기로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면 이 책은 사람과 책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울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책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제목 스스로가 책의 서문을 대신하는 듯 하다.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가 그것이다.
 


 
  이 책은 특별한 독서기다.
 지금껏 나온 여느 독서기와는 다르다. 완전 다르다. 한 순간을 '성공'이라는 한 단어(자화자찬의 성공이라면 절대로 쓸 데 없고, 타화타찬의 그것이라봐야 1분의 가십꺼리가 '성공'이 아니던가? 세치 혀를 통해 나오는 순간 그것은 빛이 바래는, 그래서 성공이란 단어는 스스로건 타인이건 절대로 세상에 나오면 안되는, 머리속에서 느껴지는 단어인지 모른다. 사랑이라는 단어처럼..) 로 뭉뚱거려진 몇 몇의 인물들을 싸잡아 '나의 성공에는 이러이러한 책이 있었다' 혹은 '최근에 읽은 책은 이러이러하다'고 마구 적어놔 독자를 유린하는 것들과 다르다. 
게다가 녹취록 또한 아니다. 세간의 입에 떠오르는 '화제의 인물'을 찾아 그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받아적는 글로 읽는 인터뷰 또한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의 본업은 라디오 교양프로그램의 프로듀서. 특히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아마도 멋진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책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도 책을 좋아한 만큼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도 만난 적이 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하지만 인터뷰라는 [듣기위주의 일방적인 대화형식]때문에 자신의 소회는 말하지 못했으리라. 그 소회가 쌓이고 쌓여 병이 되었을까? 이 책에서는 인물들의 이야기중에 언급되는 책 속에서 떠오르는 자신의 책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그 속에서 나는 듣지도 보지 못한 수많은 책들이 소개되는데(정말이지 난 서점에서 그 책을 온전히 내 힘으로 찾으라고 해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언급된 생소한 이름의 책속에 있는 글귀들은 멋들어지고, 아름답다. 그들이 그리고 그녀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추억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이 책은 특이한 평전이기도 하다.
 저자가 '이 책은 어떤 이의 인생을 책으로 엮어본 작은 전기 정도가 될 것 같다'고 고백한 것 같이 단순한 독서기는 아니다.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 김탁환, 임순례, 은희경, 이진경, 변영주, 신경숙, 문소리, 박노자 그리고 저자 11 명인 듯 12명이 자신의 삶을 둘러보고 그 순간에 함께 했던 책과 책 이야기를 엮었다. 한 권의 책이 그들의 인생을 바꾸기도 했고, 또 다른 책을 만나는 계기를 던져주기도 했고, 지금의 자신이 있게 했던 책들도 있었다. 평범한 듯 비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을 새로 고쳐보고, 새로 알아보게도 했다. 무엇인가 이루고 있는 그들의 삶에 함께 동반하고 있는 책들을 만나는 경험은 특별했다. 특히 군인에게 총알일 수 있는 글쓰는 작가들이 말하는 그들이 사랑한 책이란,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작가와 글귀를 만나기란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행운이겠다 싶다. 내게는 행동하는 지식인 진중권을, 그리고 사랑하는 명배우 문소리를 다시 보게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책 혹은 책읽기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제대로된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지금껏 먼 산 보듯 그림 훑듯 종이에 새겨진 활자를 눈으로 찍었던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다고 하면서 오롯이 그것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제대로 읽는 Reading하지 못하고 눈으로만 쫓아 단순히 Seeing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지금껏 즐겨왔다고 여겼던 책읽기를 돌아보게 한다. 책 속의 숨겨진 주옥같은 글귀를 기억하고, 저자의 전작全作을 쫓아 그들의 그림자를 따라 밟기도 하고, 책 속의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으며 온몸으로 체감할 줄 아는 그들이야말로 '책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들의 소중한 인터뷰 대화들을 약간은 숨겨진 듯 뭍은 듯 반짝거리는 빛을 발하는 은빛으로 담았다. 이야기의 무게에 대한 그녀만의 예우로 느껴졌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글귀를 옮겨적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한 권을 모두 옮겨적어야 할 판국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들이 뱉어낸 이미 읽고 소화해 낸 한 권의 책들이 내게는 앞으로 읽고 싶은 180여 권의 화두頭 로 남겨졌다(210여 권의 책중에서 읽은 것이라곤 20여 남짓. 그것도 동화와 최근의 책들 뿐이었다. 이 책들은 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었던가?).
 
  "책을 읽기는 하는데, 머리속에 남은 것 같지도 않고...어떤 때는 읽었던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조금 읽는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이 책에서 만난 이들의 글을 보니 숨이 턱 막힌다. 과연 그들이 인터뷰 속에서 이렇듯 책을 말하고, 소중한 글귀들을 읊조렸단 말인가? 그리고 저자는 그들의 말에 꼬리를 물고 또 이 책과 같은 생각을 했단 말인가?
 20여 년 전에 상영되었던 영화 복성고조를 보면 주인공 성룡과 원표가 어마어마한 적을 만나 열심히 싸웠지만, 무참하게 매를 맞는다. 뒤로 물러나 서로 어깨를 마주하고 적을 보며 원표가 말한다. "저놈, 고수다." 그러자 성룡이 말한다. "아냐, 고고수야." 그러자 둘은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합창한다. "토끼자(도망가자) !" 지금 내 마음이 그와 같다. 이것은 서점에 들렀을 때 '내가 읽어야 할 책들은 10년 전과 똑같이 아직도 많구나' 하는 중압감과는 또 다르다. 뒷걸음치며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다시 처음 책을 뽑아든 그때로 돌아가 책을 읽고 싶다. 한 권의 책을 만나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책에서 또 다른 책을 배우고, 저자가 펼치는 이야기 중에서 책읽기의 참맛을 느끼게 되었다.
 
P.S : 저자인 정혜윤 님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어느 도서행사의 공식석상이지만, 그녀는 특별히 초대되었기에 식전에는 소개되지 않았던 터라 말 그대로 우연이었다. 어깨까지 내려온 청자빛의 무릎 짧은 원피스와 귀여운 모자가 그녀의 모습과 참 어울렸다는 기억이 남아있다. 운치있는 책 표지를 주목하니 랜턴에 비친 책을 무릎을 앉고 쳐다보고 있는 소녀가 아마 저자인 듯 싶다. 표지속 인물이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책을 많이 읽는 그녀는 말도 잘하고 책 속의 소녀만큼 미인이었다. 그녀는 많은복을 받은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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