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상계 - 근대 상업도시 경성의 모던 풍경
박상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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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서울, 경성京城 의 비즈니스 여행!
 
  IMF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의 20세기 마지막해. 컴퓨터 업계는 Y2K ("Y"는 연도(year) "2"는 숫자 둘, "K"는 kilo, 천의 약자로 서기 2000년을 의미한다. Y2K는 밀레니엄 버그The millennium bug즉 1999년이 2000년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컴퓨터 2000년 연도 표기" 문제) 즉 컴퓨터는 2000년이나 1900년을 구별하지 못한다. 2000년 1월 1일 00시 에 우리에게 대혼란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걱정을 했고, 신문지상에는 늘어나는 부도업체의 숫자, 실업자 수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주식은 종합주가지수가 300대까지 내려 바닥을 기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어렵사리 취직을 한 직장에서 그야말로 '뼈가 녹을 정도'로 일을 했고, 난생 처음 '보너스'라는 인센티브 형식의 성과급을 받았는데, 그돈을 고스라니 주식에 넣었다. "네가 제일 잘 아는 업종의 유망기업에 돈을 넣어라. 그리고 잊어라."라는 선배의 권유(선배는 삼 년 전에 주식을 시작했는데 깡통구좌로 투자를 했다가 빈털털이로 내 방에서 말 그대로 '기생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선배의 실패담에서 나중에400%가량의 수익을 얻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때문이었는데, 당시의 종합지수는 내 생에는 다시 볼 수 없는 '해저 2만리' 의 바닥이라는 그의 판단때문이었다.
 
  경제신문을 보면서 6-8페이지의 주식란은 보지도 않고 넘기면서 '신문페이지 골라서 파는 신문사는 없는거야?' 라고 푸념했던 과거가 있었건만 나의 주식투자의 경험은 '주식란'이 제일 먼저 살펴보는 '주택복권 당첨 번호 코너'가 되었다. 현대건설 계열의 '고려산업개발'을 4,000원 대에 매입했었는데, 잔돈이지만 등산을 하듯 한 발 할 발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면서 만화책이나 영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내일신문' 즉, 내일의 기사를 미리 알려주는 신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사람들도 사서 읽을 수 있다면 더 이상 정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런 게 있다면...그럴 수 있다면 생각했다.
 
  한편 반대로도 생각해 본 적도 없잖은데, 지금의 내가 '타임머신'같은 기계를 타고 과거로 이동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인데, 현실의 뉴스를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곳에서의 나는 미래의 일을 모두 알 수 있는 '현인'이 되는 것이라 현재 상승중인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둔다면, 갑부는 따놓은 당상일게다 하는 얕은 수에서 였다. 마치 울 아버지가 소주잔을 털어놓으시면서 "나 꼬마때는 밭뙤기만 즐비한 강남에서 새끼줄로 영역표시만 해놓고 농사만 지어도 내 땅이었다고... 월급타서 저축하지말고 땅 사 놓을 껄..." 하시던 푸념과 다를 바가 없다. 어릴 땐 그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십분 아니 백분 이해가 된다.
 
  '옛날 옛적 우리나라는 어떠했을까? 자동차는 있었나? 시장이나 점포는 있었던거야? 도대체 장사는 누가 했고 뭘 팔았던거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빠진 적도 있었는데, 우리네 옛날은 '식민통치의 암울한 시대'라는 한마디로 대변될 뿐, 그 어디서도 해답을 찾기는 힘들었는데 그 답답함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 책을 만났다. 박상하의 책 '경성상계京城商界' 가 그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무언가를 팔면서 살아간다." 로 시작하는 이 책은 '문자가 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문서화되지 않은 1945년 8.15 해방 이전의 재계사를 살펴본 책이다. 다시 말해 500 년 조선왕조의 몰락에 이은 가혹한 외세의 식민지배와 함께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음에도물밀듯이 밀려들어 온 근대화의 경이, 그리고 광복 전후까지의 격동기를 숨 가쁘게 관통해야 했던, 근대치의 정정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그 반세기 동안의 기록을 모아둔 책이다.
 


 
  백여 년 전 서울의 풍경을 시작으로 종로 육의전을 설명하고, 당시에 급증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그려내는가 하면 전차와 고무신, 활동사진, 그리고 금융업과 광업의 모습을 담아낸다. 경성의 젊은 상인들의 출현으로 부자가 태어나고, 쌀라리맨으로 대변되는 직장인들의 생활상, 그리고 당시의 산업과 문화를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로 당시의 신문이나 잡지등의 사료史料, 그리고 100여 권이 넘는 책을 바탕으로 추적했는데, 자료의 방대함과 상서롭지 않은 당시의 글씨와 내용은 여느 소설 못지 않게 재미를 더해준다.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흑백사진들은 '이 이야기는 절대로 거짓말이 아냐!'라고 항변하는 듯 하다.
 


 
      
 
 
  이 책이 주는 의미는 그 전의 책들이 광복후와 6.25 전후를 시작으로 꾸며진 상업이야기가 대부분이고, 나름의 역사를 지니게 된 기업들의 역사 속에서 얼핏 보이는 당시의 상황을 엿볼 뿐이었는데, 조선말과 합방때의 숨겨진 우리의 상업발전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겠다. 당시에 나왔던 모든 제품과 임금 그리고 봉급이 현시세로 비교도 해 놓았는데, 오히려 체감하기는 더욱 어려운 점을 뺀다면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가 될 것 같다.
 
  100년이 지난 후 내 증손주는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의 최첨단 시대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웃음도 나오고, 그 시절에도 힛트상품으로 대박을 낸 것처럼 이시대가 놓치고 있는 그 무엇은 없을까 고민도 해봤다. 오늘과 내일만 있는 듯한 우리의 '상계Business world'가 이젠 어제와 옛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만큼 여유도 생기고, 안목도 트였는가 하는 반가움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변해 역사를 만들고, 사람은 움직여 문명을 만들었다. 그러한 변화 속에는 우리 조상이 있었고, 내가 있었다. 그리고 모습만 바뀌었을 뿐 상업이라는 동물에는 '돈'이라는 피는 100년을 넘게 돌고 있었다. 이 책을 집어드는 것은 100년 전 종루거리로 떠나는 타임머신을 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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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미술관에 가다 - 미술 속 패션 이야기
김홍기 지음 / 미술문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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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패션과 모델들이 미술작품 속에 있다 ?!
 

 


  아담이 금단의 사과를 한 입 깨뭄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알게되고, 출산의 고통을 얻게 되고, 땀의 결과로 생명을 이어가게 되며, 그럼에도 유한한 생명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면서 깨문 한 입의 사과가 아담과 이브가 누릴 수 있는 수많은 특혜를 잃게 만들었지만, 그 덕에 인류는 태어나고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와 함께 '노출의 수치감'으로 인해 성기위에 가려진 나뭇잎은 또한 최초의 의복이 되었고, 지금껏 우리 인류와 함께 하고 있다.
 




 
  의복(옷)은 인간의 육체의 보호라는 원초적 기능에서 탈피해 나아가 의복을 착용한 주체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하나의 코드로 발전하여 자리잡고 있는데, 한 개인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데 있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 사람의 옷차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틀림없어 보인다. 의복은 상대방의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하고, 성격을 짐작하게 하며, 사회적·경제적 배경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복은 때때로 그보다 더욱 은밀한 것을 속삭이며,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던 깊은 마음속의 비밀을 의복을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인류에게 역사가 있듯이, 의복의 변천 과정 역시 역사를 갖는데, 여기 미술과 패션을 좋아하여 본업도 아닌 '미술을 통한 복식사의 재조명'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있는 한 남자가 기존의 미술사에 복식사의 시각을 더해 이 두 분야의 서로의 옷을 벗겨 더욱 생생하게 만들고자 펴낸 한 권의 책이 있다. 다음 블로거 김홍기의 [샤넬, 미술관에 가다]가 그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투자수단으로서의 미술작품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문외한인 내가 그것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어려움을 겪던 중에 '패션으로 들여다 본 미술작품' 이라는 시각에 흥미를 느꼈다. 작품의 이해방법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주로 빅토리아 시대의 패션을 주로 다룬 이 책은 앵그르와 휘슬러, 티소 등 70여 명의 유명화가의 작품 120여 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책에 소개된 작품들 만으로도 유명 화가의 작품전을 보는 듯 했는데, 저자는 작품 속에 나타나는 복식의 작은 디테일이 그림 전체의 의미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카메라와 사진이 없던 옛날 당시의 패션사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미술작품을 통해서 일텐데, 최고의 화가와 최고의 모델 그리고 당시에 가장 유행했던 의상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현재의 의류화보를 버금가는 듯 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했나? 작품과 화가 그리고 모델, 그리고 모델이 입은 의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좌우측으로 패션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를 옆에 두고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전공을 하지도, 본업으로 삼고 있지도 않다고 하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내공을 책에서 마음껏 발산한다. 작품이 표현된 당시의 흐름과 미술가에 대한 디테일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쓰기 위해 참고된 참고문헌만 국내외 단행본은 100여 편에 이르고, 논문도 20여 편에 달하니 이 책에 들인 저자의 공력과 복식사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한다. 그의 현란하고 자세한 설명은 미술작품과 그림속 패션을 한층 빛나게 했다. 
 
 
 


 
 
  이 책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미술작품에 있었는데, 손에 잡힐 듯한 의상들의 표현력과 모델들의 표정 그리고 포즈는 한참동안 넋을 놓게 만들었다. 클로드 모네의 [일본 여인- 기모노를 입은 카미유]에서는 손에 잡힐 듯 튀어나오는 듯한 기모노의 묘사나 금박을 뿌린 듯 빛을 발하는 듯한 표현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제임스 티소의 [옷 가게의 젊은 점원]은 마치 점포의 안에서 점원에게 말을 걸어야 할 만큼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검은색 새틴 소재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도발적인 포즈로 정면을 응시하는 콜렌 캠벨 부인의 모습(조반니 볼디니作)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을 만큼 매력적이고, 마치 헐리우드 배우같은 미모를 지닌 마리 루이즈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의 작품들은 시간을 잊은 채 시선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뿐인가? 금방이라도 바스락 거릴 듯한 벨벳의 감촉이 느껴지는 [세농부인의 초상]이나 모피의 풍성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검정의 배열- 아치볼드 캠벨 부인의 초상] 작품 속에 살아 숨쉬는 의복들은 시간을 거슬러 그녀들에게도 안겨있었다.
 
 








 
  피부를 덮는 제 2의 피부라 불리는 의복은 그 단순한 기능을 넘어 의복을 입는 주체의 사회적 지위와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나아가 시대의 흐름과 사조를 반영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좀 더 아름다워 지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단순히 유행을 넘어 시대성에 대한 표현임을 알게 되었다. '어느 사물이나 관념에 미치듯 몰두하고 있는 사람'을 들어 우리는 '매니아'라고 한다. 저자의 '미술을 통한 복식사의 재조명' 에 대한 매니아적 사랑은 전문가의 그것을 뛰어넘는 지식과 열정이 이렇듯 훌륭한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저자의 책이라는 점에서 뿌듯함마저 느꼈다. 미술 또는 패션에 관여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지식과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책이다. 무더운 여름밤에 더위를 잊고 갤러리를 걸은 기분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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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컨스피러시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대 테러 전쟁
에이드리언 다게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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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8월 8일 오후 8시 이전까지 읽어봐야 할 정치첩보스릴러물 !
 
  우선 이 책은 더위를 잊을 만큼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올림픽이 곧 열릴 베이징에 생화학무기를 투하한다는 테러집단의 계획에 맞서 미 중앙정보부 베테랑 요원 커티스 오코너와 질병통제센터의 케이트 브레이스웨이트 박사가 고군분투 끝에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의 영화같은 소설이다. 실제로 첩보부대에서 근무했고, 호주 시드니 올림픽에서 경찰과 공조 하에 생화학 및 핵 공격에 대비안 보안을 담당했던 이력에 걸맞게 저자 에이드리언 다게는 박식한 생화학적 지식과 실전 첩보전의 내용을 스토리에 접목해 내용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계는 지금 전쟁중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원유가와 곡물가, 달러화의 약세와 유로화의 강세, 산발적으로 계속되는 국지전등은 신문을 한 권의 지구촌 전쟁일지로 둔갑시켜 토해내고 있다. 속 모르는 국민들이야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만 뉴스 속에 숨어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 어느 때보다 암투로 뒤범벅되어 있으리라. 지구촌 어느 곳도 안전하다 할 수 없는 요즘의 정세에 어울리게 이 소설은 테러집단과 이에 대항해 세계보안관을 자처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립에 큰 틀을 잡았다.
 
  현 정치인들의 실명이 거론되는가 하면, 세계적인 미항이 폭파되고, 미국 대통령이 암살된다. 그 뿐만 아니다. RNA 바이러스인 에볼라와 전염성이 무척 강한 천연두와 결합된 신종 생화학무기가 등장하고, 세계 각지에 퍼트리는 지구촌을 겨냥한 엄청난 테러음모를 저자는 이 책에서 만들어낸다. 허무맹랑하다 치부할 수 있지만, 9.11을 비롯한 일련의 테러와 그에 대응한 테러와의 전쟁 양상을 미뤄볼 때 확인할 수 없을 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녔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인지 450여 페이지의 두께를 지닌 한 권의 책은 내 손을 떠날 줄 몰랐다(스토리의 전개상 중간에 결코 덮을 수 없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도 그렇지만, 거론되는 수많은 이름을 되찾아 읽기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뒤지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 정말 독특한 힘이에요. 종교 말입니다. 논리보다 믿음에 바탕을 둔다는 것, 그게 바로 종교의 문제죠. 알라를 대신하여 버스 정류장을 날려버려야 한다고 믿는 무슬림 테러리스트도 그렇고.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있다고 믿는 대통령이나 수상도 마찬가지죠. 어느 쪽이든 제대로 논쟁을 벌일 대상은 아니죠."(p285)
 
  "마지막으로, 그들의 종교만이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 원리주의자드에게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대체 어떤 신이 10억의 기독교인들과 10억의 이슬람교도들, 40억이 넘는 다른 종교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창조해놓고 그중 한 그룹에게만 지도를 준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신이 자신의 피조물 중에서 극히 일부만 구하고 나머지는 유황 지옥 속에서 불타게 한단 말입니까. 대체 어떤 신이 자신의 위대함을 무고한 여성들과 아이들을 무수히 죽이는 것으로 보여준단 말입니까. 그런 신이라면 저는 숭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신이 잔혹한 폭력을 승인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원전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입니다. 다양한 언어로 쓰여 있는 원전을요. (p436)
 
  저자는 [종교가 미국의 중동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를 받은 바 있는 만큼, 이 책에서 그는 대립관계를 단순히 테러분자와 대테러요원으로 놓지 않고, 종교적 차원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테러분자로 치부되는 그들의 항변과 그에 뒤질세라 쏟아내는 미국의 생각을 그는 제 삼자적 측면에서 날카롭게 서로를 지적한다. 곳곳에 저자가 바라보는 서로간의 입장에 대해 피력해 놓은 부분은 현재의 테러양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영상으로 읽는 소설의 흐름을 끊는 경향도 없지 않다. 소설의 진행이 다각적이고 광범위해서  쉬지 않고 완독을 해야 제대로 그 맛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진 점에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는 현대인들이 틈을 내서 읽기에는 여간 쉽지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테러전에 대한 세계정세를 이해하고, 앞으로 있을 지 모르는 또 다른 테러의 양상을 짐작하는데는 이처럼 잘 해석해 놓은 책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탄탄한 스토리에 강한 흡인력을 지닌 정치첩보스릴러인 만큼 비슷한 장르의 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매력덩어리일 것 이다. 무엇보다 남의 일로만 여기고 있는 테러 단체와 미국의 전쟁을 보다 생생하게 그리고 새로운 인식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1998년 8월 8일 오후 8시,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된다.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어느때보다 성대하고 안전하게 치루어져야 할 테지만, 작금의 세계정세와 중국을 미루어 볼 때는 가장 불안학 위태한 올림픽이 될 것 같다. 바라건대 무사히 끝나기를, 이 소설 속의 테러집단들이 바랐던 바 처럼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길 기원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 재미는 곧 닥쳐올 올림픽에 있을 테러전 이야기인 만큼 그 재미를 만끽하기위한 유효기간은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올림픽 이전, 주말에 하루를 잡거나 휴가철을 맞아 기나긴 여정에 읽는다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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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소원 - 살아가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게이 핸드릭스 지음, 이정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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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이 잃어버린 꿈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되어 줄 책 !
 
  "아들아!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아버지가 묻자 다섯 살 박이 아들은 큰소리로 답한다.
"대통령!"
 
아들의 원대한 꿈이 대견한 듯 귀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다시 묻는다.
"대통령 되면 이 아버지는 뭐 시켜줄꺼야?"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자랑스러운 듯 또 큰소리로 대답한다. "탕수육!!"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의 친구가 한참을 웃더니 묻는다. "그럼 이 아저씨는?"
아들은 시큰퉁한 표정으로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같이드세요~"
 
  나이가 들수록 허구보다는 현실을 찾으려하게 된다. 자신이 살아온 현실에 비추어 '있을 수 있다' 혹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판단하고,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것들만을 실현가능한 것이라 믿고 그것을 쫓게 된다.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실수하거나 넘어질 망정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크게 바라지도 않았거니와 이루지 힘들 것 같은 것들에 대해 여우의 신포도처럼 '허망한 꿈일 뿐'이라 자위하며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처럼 현실적이라 믿는 이들은 '꿈'을 꾸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가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릴 적 꿈꿔 오던 수많은 소원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물질이나 금전적 풍요를 읊조리게 되는 것을 발견한다. 지금 당장 내게 '네 소원이 무엇인지 다섯 가지를 10분 안에 답해 보라'고 이야기 한다면 모두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오래전부터 내가 진정 원하는 소원을 다섯 가지 씩이나 생각하고 꿈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바람은 애시당초 쓸데없고 허튼 꿈이라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왔던 나에게 조용한 파문을 일으키는 책을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한 남자에게서 다섯 가지 소원의 비밀을 알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한 남자의 '트루스토리True Story'(그렇지 않았다면 읽고자 하지도 않았을거다. 난 지극히 현실적이었으니까)가 그것인데, 심리학자기도 한 게이 핸드릭스Gay Hendricks 의 책, [다섯 가지 소원 Five Wishes] 이다.
 
  20여 년전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어느 칵테일 파티에서 만난 점성가이자 영적 스승인 에드라는  남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단 한 번이라도 누려볼 수 있다면 전 재산이라도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당시 세계 최고의 부자 J. 폴 게티의 죽음 앞에서의 소원을 빌어 '오늘 밤이든 50년 후든 죽음을 코 앞에 두고 당신의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었는가?' 하는 질문을 저자는 받게 된다. 그렇지 못한 자신을 이야기하는 저자에게 에드는 그것을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하지 않으면 후회 속에 죽음을 맞이할 것은 분명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죽음을 앞두었을 때 '그것'을 이룰 수 있다면 하는 다섯 가지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게 한 후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때 저자가 죽음을 앞두고 완벽하게 성공하지 않아 행복하지 못한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았다.
 
" 내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에요.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와 오래도록 행복한 결혼생활를 누리지 못했거든요. 그런 여자와 평생 열정과 창조성을 꽃피우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나는 왜 한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걸지 못하는 걸까?)
 
" 내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에요. 친구들가 가족에게 하고 싶던 이야기를 다하지 못했거든요. 내 비밀을 모두 털어놨어야 해요.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들에게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말하고, 딸아이한테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정말 슬펐다고 이야기했어야 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한 나)
 
" 내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에요. 살아오면서 배운 중요한 것들을 빠짐없이 기록하지 못했거든요." (포기할 수 없는 꿈 앞에서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내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에요. 신과 신성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머리로 생각만 했을 뿐, 온몸으로 느끼지 못했어요." (나는 누구인가? 그 영원한 질문에 대하여)
 
"내 인생은 완벽한 성공이 아니에요. 너무 조급하게 살아왔거든요. 잠시 멈춰 서서 소중한 순간을 음미할 줄 몰랐어요."(지금 이 순간, 내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
 
  저자의 '완벽한 성공'에 이르는 다섯 가지 소원을 들은 에드는 자신의 경험담을 말한다. 자신이 죽을 것인지 살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지 않았기를 바라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이내 그는 그저 무의미하지 않은 삶에 만족하는 것은 너무 낮은 목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모든 목표가 실현된 훌륭한 삶을 꿈꿔선 안될 이유가 무엇인가? 그는 만약 운이 좋아 살 수만 있다면 위대한 목표를 실현하는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겠다고 자신과 신께 맹세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것은 스토리의 전체가 저자의 솔직한 자기고백으로 채워진 책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단점과 문제점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하며 그것들이 죽음앞에서는 꼭 이루고 싶었던 아위움이라는 것을 자신의 깊숙한 곳에서 찾아내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점은 쉬운 듯 하지만 절대로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다섯 가지의 소원을 바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늘 아쉬워 하면서도 정말 아쉬운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도 찾지도 않았기 때문에 저자의 솔직한 자신의 고백을 주목하게 된다. 과연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이 완벽한 성공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간절한 소원 다섯가지'는 무엇일까?
 
  책의 후반부에는 '내게 맞는 다섯 가지 소원을 만들기'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까지 만나게 되는 장애물과 '말대꾸'라는 의심과 자기부정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할애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섯 가지 소원을 위한 영화'를 소개한다. 미처 다 이해하지 못하고 어렵다고, 또는 허무맹랑하다고 포기할 수 있는 독자를 한 명이라도 잡기 위해 자신의 홈페이지까지 소개하는 저자의 노력에서 그가 그토록 노력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이 책은 '성공한 이의 자랑을 위한 책'이 아니다. 책의 주인공은 저자가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불특정다수의 '독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찌기 김구 선생은  "네 소원(所願)이 무엇이냐 하고 하느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大韓獨立)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 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 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自主獨立)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고 말한 바 있다.
선생의 소원이 이처럼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같고, 간절한 덕이었을까 우리나라는 독립을 했고, 이렇게 자유로운 국가에서 살고 있다. 이 책은 내게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는 '나의 소원'을 되찾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람이 저마다 다르듯 저들의 꿈또한 다를 것이고, 그 크기 또한 다를 것이다. 책은 참 인자한 물질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인가를 원하는 독자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부를 주기 때문이다. 심심한 이들에게는 이야기를 주고, 괴로움을 겪는 이에게는 위로를 준다. 질문을 갖은 이에게는 해답을 던져주고, 빈곤한 이에게는 최소한 정신적 풍요를 안겨준다. 이 책은 내게 잃었던 꿈을, 잊어버린 나의 소중한 꿈을 다시 찾아 주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었다.  마찬가지로 '죽음을 앞두고도 이루고 싶었던 내 소원'을 찾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길잡이를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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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과 독서인들의 유토피아, 그곳에서 한국의 미래를 살피다.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의 책을 대하게 된 것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물론 중고교 시절에 책을 아예 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꼭 읽어야지'하고 마음에 두었다가 읽은 책이 없다는 것이다. 하숙생활을 했던터라 동급생의 하숙집에 놀러 갔다가 한 두 권 빌려봤던 식으로 책을 읽었다. 당장 생각해 봤을 때 정확히 책제목을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뿐이었으니 아예 읽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 싶다. 그렇게 짧은 독서력으로 대학을 들어갔으니 나도 한심하지만, 당시 대학입시제도 또한 한심하기 그지없다. 
 


  내가 다닌 대학교 주변엔 서점이 세 군데가 있었다. 물론 학교내 학생회관에도 한 군데가 있었지만, 그곳은 대학교재와 문방구를 겸한 곳이라 제외한다. 학교 정문앞에 있던 OO서점은 중고책방으로 주로 대학교재와 교양과목의 교과목을 주로 사던 곳이다. 변변ㅎ지 않은 인테리어에 누런 박스에 책을 넣고 바닥에 깔고 파는 방식으로 책을 취급했는데, 박스에는 빨간 매직으로 500원부터 차례대로 가격이 적혀 있었다. 외국서적에서부터 해묵은 잡지 심지어는 무단복제해서 제본까지한 선배들의 책들도 팔았으니 가히 만물상이 따로 없다. 그곳에서 100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A서점이 있었는데, 이곳은 사회과학을 주로 취급하는 서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쪽엔 책들이 있고 반대쪽엔 테이블 두어 개가 있어 사회과학(엄밀히 이야기하면 운동권) 동아리 사람들이 열띤 토론을 하던 곳이다. 데모가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면 전경과 형사들이 제일 먼저 급습하는 그곳이라 '오해받을까 두려워' 몇 번 들어가지 못했지만 대학가의 서점다운 열정과 향기를 풍기던 곳으로 기억된다.
 
 마지막 한 군데가 단골집이던 OO글방. 우연히 알게 된 글방사장님 동생과 친해져 주말만 되면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책꽂이 한 칸 한 칸을 습격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함께 문을 닫고 글방앞 포장마차에서 소주와 꼼장어를 나누며 책과 인생,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정말 행복해 했던 기억이 든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옆 대학 여학생을 좋아해 한 쪽 눈은 책에 한 쪽 눈은 그녀를 보느라 부사장 형님은 날 항상 '도다리눈깔'이라고 흉을 보곤 했다. 그곳에서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책을 샀다. 많은 이야기가 있었고, 많은 기억들이 있다. 내 젊음의 휴식처는 책방이었다.
 
 
  

  

 
  이젠 세 곳 모두 편의점과 소주집 그리고 일년 마다 간판을 바꾸는 프렌차이즈 점포로 모두 바뀌어 버렸다. 지난해 오월 대동제에 초대되어 갔을 때 교내서점을 빼곤 서점이라곤 눈씻고 봐도 이젠 없다. 대학가에 더 이상 서점은 없다. 만약 아직 대학교 주변에 서점이 있다면 그대학은 명문대학이라고 불러줘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는데야 어쩔 수 없지만 텁텁한 입맛이 나는 건 감출수가 없다. 
 
  요즘은 모두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듯,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 출판사는 자구책을 찾아 파주로 들어가 둥지를 틀었고,서울 청계천에 마지막 살아남은 중고책방 몇군데는 이젠 책을 팔기보다는 추억을 파는 곳이라고 해야 할 듯. 책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만 이런 현실에 대해 애석해 하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하지만 지난 해 부터 일어난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은 늦은 감이 없잖지만 반가운 일이다. 일본은 초,중,고교생의 67% 아침독서 10분 운동으로 독서를 권장하고 있고, 영국은 일찌기 1991년부터 영유아들에게 책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 운동이 시행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독서문화가 나아가야 할 바를 고민하는 이때에 그 대안을 제시해주는 책이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아보고자 했다.
 
  이 책은 미술평론가인 정진국씨가 작년부터 올해까지 유럽의 책마을을 탐방하고 신문에 기고한 글과 사진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으로 6개국 24곳의 책마을을 소개하고 있는데, 소개되는 곳 모두가 시골 깊숙히 박혀 있어 그곳을 찾아 헤맨 듯 그의 노력이 곳곳에 뭍어있는 책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책마을이란 단어 자체가 동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멀게 만 느껴졌던 나에게는 책 속에 숨어 있는 그림같은 책마을들의 풍경을 사진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사실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건물 한 쪽에 조그마한 간판과 진열대, 혹은 상자 속에 책을 담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서점들의 모습은 우리가 즐겨 찾는 현대화된 대형서점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 있음을 보여준다. 내나이보다 오래된 책들에서 품어져 나오는 눅눅한 종이 냄새와 빛바랜 표지의 책들, 그리고 수십 년동안 그것들의 주인인 것 같은 넉넉한 서점 주인들의 모습이 사진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눈에 보이는 듯 각국 책마을의 셈세한 묘사와 외국도서에 대한 깊은 조예 그리고 그들의 현실을 알 수 있게 하는 의미깊은 인터뷰는 유럽에서 공부하고 생활을 했던 저자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박식함과 책에 대한 사랑에 찬사가 연이었다.    
 
 
 
 
 
 
 
  저자는 책을 써낸 저자가 큰 몫을 차지 하지만 좋은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업자와 관계자들의 숨은 공덕, 그리고 그들의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책을 쓰는 저자와 번역자, 그리고 출판관계자들의 수고와 노력이 인정받고, 사회적으로 대우해줄 수 있는 나라가 문화강국이 될 수 있다고 또한 저자는 말한다. 그들의 시작은 높은 집값으로 많은 작가와 출판인들이 농촌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곳에 뿌리를 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공동체를 이루어 책마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제는 마을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문화운동의 성격까지 띠게 된 그곳들을 보면서 출판사들이 이제야 지방도시에 자리를 잡은 우리와 비교할 때 책마을이 들어서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이 자생적인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책마을이 생기지 않는다면, 정부주도적 일환의 사업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겠다 싶다.

시류를 틈탄 베스트셀러의 양산과 그들을 쫓는 독서가들, 그리고 여전히 3D업종으로 여겨지는 중고서점에 대한 편견등은 우리 독서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책마을에 동참하겠다고 짐을 싸서 낙향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하는 의문도 없잖다. 우선은 내가 스스로 그렇게 하지 못알 것 같으니 남이 의문이고, 가뜩이나 푸대접받고 있는 우리 출판인과 책관련사업 종사자들 또한 지금의 대우로서는 되지 않을 일로 보인다. 역시 멀고 먼 남의 남의 나라이야기인가?
 
 
 
 
 
 여행하듯 인터뷰하듯 써내려간 저자의 글과 사진을 보고 있자니 깊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우리에게도 가능할까?'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의 지방에 이런 책마을이 생긴다면 난 그곳을 찾아갈까?' 이 책을 통해 정말 책에 미친 사람들, 그리고 책을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책이 생명을 다하는 그날까지 책들의 수호천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책이 읽히지 않으면 또 다른 이름의 나무의 시체일 뿐. 나이를 많이 먹은 책들이 아직도 사람들의 손에서 사랑을 받는 곳, 책과 독서인들의 유토피아를 경험하게 된다. 바로 이 한 권의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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