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2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물(백성)은 배(임금)을 뜨게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
[다산비결]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내게 '참학자의 표본'으로 여겨져 왔었다. 죄인으로 내려간 유배생활동안 수 백 권의 책을 펴낸 것하며,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했던 것, 항상 나라를 생각하고, 임금을 섬기며, 백성을 어려워 할 줄 아는 양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를 따르고자 수 많은 책을 펴 낼 수 있게 한 비밀이 있다고 해 지난 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구입하여 읽었지만, 다산선생에 대한 얇은 지식으로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 중도에 그만 멈추고 말았다. 읽자니 어렵고, 그냥 두자니 자꾸만 눈에 밟히는 '계륵(닭갈비)'과 같은 책으로 남겨져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역사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한승원 선생께서 '다산 선생'에 대한 책을 펴내셨다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일찌기 정약전 선생을 다룬 책 [흑산도 가는 길]과 다산 선생의 제자 초의스님을 다룬 책 [초의] 그리고 다산 선생의 후학인 추사 김정희를 다룬 [추사]를 펴낸 적은 있었고 그 책들에서 다산선생을 이야기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 다산 선생을 주인공으로 책을 냈다는 데 그분의 사명은 다한 듯 마지막 완결을 짓는 것은 아닐까 싶어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자인 한승원 선생 스스로가 "드디어 힘겨운 큰 산 '다산'을 넘었다" 고 말할 정도이고 보면 그에게 이번 소설은 큰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가 보다. 책의 소개글에서 5년간의 연구와 집필, 200여 권의 문헌과 고증자료를 토대로 완성했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 소설은 정적들의 공격으로 경상도의 장기와 전라도의 강진에서 귀향살이를 하게 되는 18년 간의 삶과 유배 이후 노년의 삶을 주로 조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정약용 선생의 일생이 조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약용선생이 천주교 신사였는가 아닌가 하는 논란에 대해 이 책은 해답을 던져 줄 수 있다고 봐야겠다. 소설인 만큼 저자 스스로도 그 답을 던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 스스로가 그의 형 정약종과의 대비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상과 철학은 주자학이라는 한쪽 날 위에 천주학이라는 다른 한쪽 날 을 가새질러 포개고, 그 한가운데 사북으로 박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그것들은 종교임과 동시에 학문으로 삼은 것이다.
 
  가문은 폐족되고, 자신과 형님은 서로 떨어져 유배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한 인간의 절대고독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책쓰기에 몰두했던 다산선생의 학자적 정신에 감동을 받는다. 유배생활동안 만나는 주막집 주모와 연두색 머리처네, [주역]을 대상으로 한 혜장 스님과의 한 판 승부, 그리고 영원한 제자이자 벗이었던 초의 스님까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소설의 흥미를 돋운다. 눈에 보이는 듯, 한 편의 장편 드라마를 보는 듯 읽기에 어려움이 없으며, 페이지를 더할수록 다산 선생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듯 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저자는 이 소설의 서문에서 참고문헌을 수배중에 증조부모가 쓰시던 농 밑바닥에서 발견한 흘림체의 한글로 쓴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 [다산비결]인 듯 하다 했다. 방례초본의 핵심을 간략하게 적은 책이라고 하나, 한글로 된 점을 생각하면 이는 양반이 아닌 백성을 위해 써진 책이라고 보여졌다. 내용 또한 짐짓 놀랄 만한 것들과 새겨들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물은 백성이고, 임금은 배이다. 임금도 잘못하면 백성들이 그를 정치하고 바꿀 수 있다." 라고 하여 유배생활을 하는 양반으로써는 감히 언급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그가 유배생활을 하면서 백성들에게 깨우치기 위해 언문(한글)로 쓴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소설의 내용중에도 그런 내용이 있음을 보면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또 하나 주목된 점은 "흥인지문을 서울의 동쪽에 세우고, 숭례문을 서울의 남쪽에 세운 것은 임금이 어짊과 예로서 정치를 펴겠다는 것이다. 착취와 탐학을 일삼는 임금과 관료들은 백성들을 벌벌 떨게 하는 법으로 다스리지만, 자애로운 임금은 백성들을 어짊과 예로써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문구였다. '예禮를 높이 받들어라'는 뜻으로 당시 명필이었던 세종의 형 '양녕대군'이 일부러 현판을 세로로 썼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초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그 현판은 불타서 아래로 내려져 있고, 그 후로 일어나는 국내의 사건들로 인해 온 국민이 떠들썩거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임금이 백성들을 대할 때 '어짊과 예'로 대해야 하는 것을 알아야 물이라 할 수 있는 백성이 배라고 하는 임금이 잘 떠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것인데, 배가 풍랑을 만나 심하게 요동치는 요즘의 세태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예감하게 한다.
 
  또한 [다산비결]에는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다. 일을 하고 먹는 밥이 성스럽다. 일하지 않고 먹는 밥은 추하다. 일이나 밥을 착취하는 벼슬아치는 도둑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고, 임금에게는 백성이 하늘이다.
여기에서 현재와 비교해서 생각하건데 온 국민이 먹거리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것을 하늘로 여기기 때문이고, 나라를 평온하게 해야 할 위정자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여 이토록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 것은 그들이 하늘인 백성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이므로 그들이 근무태만을 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일하지 않고 밥을 먹으려 하니 그런 벼슬아치는 도둑이 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백성이 먹거리를 걱정함이 당연하듯, 정치하는 이들은 국민을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들에게 있어서 국민이 하늘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남아있는 아쉬움은 다산선생과 같은 훌륭한 학자이자 선각자가 지금 이땅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며, 가족을 아끼고, 백성을 생각하는 그런 학자이자 양반이 오늘날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아쉬움이 더욱 그를 뒤쫓게 만든다. 미처 다 읽지 못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새로고쳐 읽을 용기가 생겼고, 내친 김에  얼마전 구입한 책 [다산어록 청상]도 함께 읽으려 한다. 얼마전 정조대왕 '이산'을 극화화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정조의 영민함과 부모에 대한 효성, 그리고 백성에 대한 자애로움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지금 시대의 부름은 '다산 선생'를 찾고 있다. 이젠 그를 부를 차례다. 이 책이 그를 찾는데 등불 노릇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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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1 - 시대를 일깨운 역사의 웅대한 산
한승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물(백성)은 배(임금)을 뜨게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
[다산비결]
 
  다산 정약용 선생은 내게 '참학자의 표본'으로 여겨져 왔었다. 죄인으로 내려간 유배생활동안 수 백 권의 책을 펴낸 것하며,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했던 것, 항상 나라를 생각하고, 임금을 섬기며, 백성을 어려워 할 줄 아는 양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를 따르고자 수 많은 책을 펴 낼 수 있게 한 비밀이 있다고 해 지난 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구입하여 읽었지만, 다산선생에 대한 얇은 지식으로는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어 중도에 그만 멈추고 말았다. 읽자니 어렵고, 그냥 두자니 자꾸만 눈에 밟히는 '계륵(닭갈비)'과 같은 책으로 남겨져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역사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한승원 선생께서 '다산 선생'에 대한 책을 펴내셨다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일찌기 정약전 선생을 다룬 책 [흑산도 가는 길]과 다산 선생의 제자 초의스님을 다룬 책 [초의] 그리고 다산 선생의 후학인 추사 김정희를 다룬 [추사]를 펴낸 적은 있었고 그 책들에서 다산선생을 이야기 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 다산 선생을 주인공으로 책을 냈다는 데 그분의 사명은 다한 듯 마지막 완결을 짓는 것은 아닐까 싶어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자인 한승원 선생 스스로가 "드디어 힘겨운 큰 산 '다산'을 넘었다" 고 말할 정도이고 보면 그에게 이번 소설은 큰 부담이 되었던 것도 사실인가 보다. 책의 소개글에서 5년간의 연구와 집필, 200여 권의 문헌과 고증자료를 토대로 완성했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 소설은 정적들의 공격으로 경상도의 장기와 전라도의 강진에서 귀향살이를 하게 되는 18년 간의 삶과 유배 이후 노년의 삶을 주로 조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시간을 넘나들며 정약용 선생의 일생이 조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약용선생이 천주교 신사였는가 아닌가 하는 논란에 대해 이 책은 해답을 던져 줄 수 있다고 봐야겠다. 소설인 만큼 저자 스스로도 그 답을 던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 스스로가 그의 형 정약종과의 대비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상과 철학은 주자학이라는 한쪽 날 위에 천주학이라는 다른 한쪽 날 을 가새질러 포개고, 그 한가운데 사북으로 박혀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그것들은 종교임과 동시에 학문으로 삼은 것이다.
 
  가문은 폐족되고, 자신과 형님은 서로 떨어져 유배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한 인간의 절대고독과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책쓰기에 몰두했던 다산선생의 학자적 정신에 감동을 받는다. 유배생활동안 만나는 주막집 주모와 연두색 머리처네, [주역]을 대상으로 한 혜장 스님과의 한 판 승부, 그리고 영원한 제자이자 벗이었던 초의 스님까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소설의 흥미를 돋운다. 눈에 보이는 듯, 한 편의 장편 드라마를 보는 듯 읽기에 어려움이 없으며, 페이지를 더할수록 다산 선생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듯 해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저자는 이 소설의 서문에서 참고문헌을 수배중에 증조부모가 쓰시던 농 밑바닥에서 발견한 흘림체의 한글로 쓴 책을 발견하게 되는데 [다산비결]인 듯 하다 했다. 방례초본의 핵심을 간략하게 적은 책이라고 하나, 한글로 된 점을 생각하면 이는 양반이 아닌 백성을 위해 써진 책이라고 보여졌다. 내용 또한 짐짓 놀랄 만한 것들과 새겨들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물은 배를 뜨게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 물은 백성이고, 임금은 배이다. 임금도 잘못하면 백성들이 그를 정치하고 바꿀 수 있다." 라고 하여 유배생활을 하는 양반으로써는 감히 언급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그가 유배생활을 하면서 백성들에게 깨우치기 위해 언문(한글)로 쓴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소설의 내용중에도 그런 내용이 있음을 보면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또 하나 주목된 점은 "흥인지문을 서울의 동쪽에 세우고, 숭례문을 서울의 남쪽에 세운 것은 임금이 어짊과 예로서 정치를 펴겠다는 것이다. 착취와 탐학을 일삼는 임금과 관료들은 백성들을 벌벌 떨게 하는 법으로 다스리지만, 자애로운 임금은 백성들을 어짊과 예로써 편안하게 다스린다."는 문구였다. '예禮를 높이 받들어라'는 뜻으로 당시 명필이었던 세종의 형 '양녕대군'이 일부러 현판을 세로로 썼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초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그 현판은 불타서 아래로 내려져 있고, 그 후로 일어나는 국내의 사건들로 인해 온 국민이 떠들썩거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임금이 백성들을 대할 때 '어짊과 예'로 대해야 하는 것을 알아야 물이라 할 수 있는 백성이 배라고 하는 임금이 잘 떠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것인데, 배가 풍랑을 만나 심하게 요동치는 요즘의 세태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예감하게 한다.
 
  또한 [다산비결]에는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다. 일을 하고 먹는 밥이 성스럽다. 일하지 않고 먹는 밥은 추하다. 일이나 밥을 착취하는 벼슬아치는 도둑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고, 임금에게는 백성이 하늘이다.
여기에서 현재와 비교해서 생각하건데 온 국민이 먹거리에 관심을 두는 것은 그것을 하늘로 여기기 때문이고, 나라를 평온하게 해야 할 위정자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여 이토록 온 나라가 시끄러워진 것은 그들이 하늘인 백성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것이므로 그들이 근무태만을 하는 것이고, 이는 곧 일하지 않고 밥을 먹으려 하니 그런 벼슬아치는 도둑이 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백성이 먹거리를 걱정함이 당연하듯, 정치하는 이들은 국민을 가장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들에게 있어서 국민이 하늘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남아있는 아쉬움은 다산선생과 같은 훌륭한 학자이자 선각자가 지금 이땅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며, 가족을 아끼고, 백성을 생각하는 그런 학자이자 양반이 오늘날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아쉬움이 더욱 그를 뒤쫓게 만든다. 미처 다 읽지 못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새로고쳐 읽을 용기가 생겼고, 내친 김에  얼마전 구입한 책 [다산어록 청상]도 함께 읽으려 한다. 얼마전 정조대왕 '이산'을 극화화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정조의 영민함과 부모에 대한 효성, 그리고 백성에 대한 자애로움이 우리를 감동시켰다.  지금 시대의 부름은 '다산 선생'를 찾고 있다. 이젠 그를 부를 차례다. 이 책이 그를 찾는데 등불 노릇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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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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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도 '대한민국 원주민'이 살고 있는지 모른다 !
 
  만화가 최규석. 그를 만난 것은 지난 5월에 읽은 책,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에서였다. 청소년 시절 단순한듯 심오한 표정으로 인간세상을 꼬집었던 아이공룡 둘리를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계 국민으로 둔갑시키고, 소외된 서민이 되어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라 한편으로는 파격적인 소재를 사용한 작가의 과감함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만화컨텐츠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는 점에서 자신과 작품을 나에게 각인시켰었다. 책 속에 있던 단편 [사랑은 단백질] 또한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짐작케 했던 인상깊은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고 다시 찾아왔다. 남의 이야기도 아닌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게다가 만화로 담은 것이다. 그리 밝힐 것도 아니고, 관심도 없었을지 모르는 것에 대해 전에 없었던 또 다른 파격적인 시도가 나를 매료시키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제목은 [대한민국 원주민]이다.
 



  아버지, 엄나, 큰형과 누나 넷, 그리고 나 이렇게 여덟 식구의 이야기가 담겨졌는데, 만화가 최규석은 자신들의 가족사는 곧 대한민국 소시민의 작디 작은 60년사 였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기억이란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는 것. 조각 조각 났지만 가슴에 뭍혀지고 머리 한 켠에 새겨졌던 기억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사실은 기억하지만 그때의 감정은 본인도 알 수 없는 것. '잘 알 수 없다' , '~~했을 것이다'는 표현이 두드러진 것은 그 때문이리라.
 
 
 

 

 

 


  무책임한 아버지, 가난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던 엄마, 그것에 힘겨워했던 누나들 그리고 그것들을 목격한 나... 그는 '전통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다가 느닷없이 닥쳐온 파도에 밀려 끝없니 떠돌아야만 했던 사람들,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물 마른 강바닥에서 소용도 없는 아마미를 꿈벅대대는 물고기처럼 삶의 방식을 손볼 겨를도 없이 허우적대야 했던 사람들, 그들을 키웠던 곳은 흔적을 찾을 수 없이 자취를 감추었고 그들의 일상이었던 것들은 이제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되어버린 사람들' 을 일러 '원주민' 이라 해서 제목도 '대한민국 원주민'이라 이름 붙였다. 
 
 













  가족들의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아련한 기억들은 육덕지고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실려 대본이 되었고, 만화가 최규석의 리얼한 화력畵力으로 그림이 되어 50여 개의 이야기책으로 묶였다. 두 세쪽 남짓한 이야기는 1분이면 보고 읽지만, 떠오르는 웃음과 상념 때문에 곧장 다음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랬다. 우리집도 그랬다더라. 너도 그랬냐?' 싶고, 웃고 넘어가기엔 가슴이 너무 먹먹해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이 책을 만들기까지 참 울기도 많이 울었겠다 생각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가족을 더 이해할 수 있었을테고, 최소한 예전보다 얼굴 한 번 더 봤을 것 같다는 생각에 최규석이 부러웠다. 원한다면 들을 수 있는 가족들이 있고, 그것들을 오롯이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그가 부러웠다.
 
불쑥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필경 맛난 낮잠을 곤히 즐기셨을 법한 오후 시간.
 
 "엄마, 엄마! 엄만 아버지 어떻게 만나셨어?"
      
"그건 왜? 자다가 봉창이라고... 그건 왜 궁금한겨?"
 
"아니,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래. 응, 응?"
 
"어유 얘, 말두 끄내지 마라.
그때 생각하믄 내 손을 절구에 콩콩 찧고 싶으니께. 끊어, 언능 !!"
 
다시 전화하면 '한 바가지' 욕을 배부르게 먹을 것 같아 전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만난 기억과 손과의 관계는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다른 한 당사자 역시 이미 돌아가신 지 오래라 물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잊고 싶은 기억은 굳이 꺼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의 이야기라면 약간은 포장되고 과장되더라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더 이상 가족을 볼 수 없는 그날엔 '한 바가지 욕'도 들을 수 없을테니까.
 

독자로 하여금 항상 생각을 던져주는 만화가 최규석의 그림은 늘 반갑다. 그리고 한쪽 켠에 숨겨진 듯 차려진 만화코너를 당당히 문화장르로 옮겨 놓는데 한 몫을 하는 것 같아 보기도 좋다. 늘 그렇듯 가슴앓이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그에게 또 다시 , 좀 더 아프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 뒤엔 기꺼이 나도 아파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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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문학에 관한 10문 10답 트랙백 이벤트

[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 트랙백 이벤트 10문 10답]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추리소설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알랭 드 보통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완득이]의 똥주 - 다소 표현은 거칠지만 재미있는 입담과  뜻한 바 대로 밀고 나가는 추진력, 무엇보다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멋진 남자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스무살, 도쿄]의 다무라 히사오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연을 쫓는 아이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이명박 대통령 - 왕도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다산 - 한승원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다. 일을 하고 먹는 밥이 성스럽다. 일하지 않고 먹는 밥은 추하다. 일이나 밥을 착취하는 벼슬아치는 도둑이다.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사장의 제왕학 -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큰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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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경제학 -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핵심 재테크 노하우
최용식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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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한국경제의 미래를 예측하려거든, 반드시 이 책을 먼저 읽어라 !
 
  경제학을 알리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OO한 경제학' '경제학 OOO' 등 제목마저 서로 엇비슷한 수많은 경제학관련서가 지금도 쏟아지는 이유는 세간에 부쩍 늘어난 '경제'에 대한 중요도가 한 몫을 톡톡히 하지만, 경제생활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는 독자들이 실제로는 '경제를 말하는 학문'인 '경제학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욕구만큼 '경제학 관련서'들도 늘어났지만, 일상의 단편을 찝어내 그것을 경제학적 개념으로 해석한 '얕은 내공의 재미위주'의 책이 거의 대부분이고, 또한 거의가 외국번역서 일색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생활의 개념과 우리의 그것은은 다를 수 밖에 없어서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해석을 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책을 낼 만한 경제학자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책을 낼 만큼 훌륭한 경제학자가 없다는 것인가? 한 해에도 수백 수천 명의 경제학 박사를 배출하는 고학력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경제학자들은 과연 무엇을 할까?
 
  21세기 들어서 경제학자들을 비롯해서 미래형 예측 전문가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기업의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감봉되거나 쫓겨나는가 하면 이론가보다는 실무형에 치중해 학계의 교수보다는 실무형 재테크 고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들이 내다본 전망은 거의 모두가 들어맞지 않는가 하면 오히려 그들의 전망을 정확히 180도 역행한다면 들어맞을 확율이 높다고 할 만큼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것은 마치 법체제가 현실을 커버하지 못하고 항상 현실을 쫓아다니며 그것들을 금지하는 법만 만들어지는 것처럼, 빠르게 급변하는 경제상황의 변화를 이론적으로 커버하지 못하는 때문이다.
이러한 현재 시점에 "경제학이 경제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당연히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도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 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느 재야 경제학자가 쓴 것이다. "경제학은 경제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경제현상이란 돈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제대로 활용하면 누구나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짜 경제학이다."라고 저자는 주장하며 기존의 경제학 개념에 반기를 나섰다.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경제학은 '돈 버는 경제학'이라고 당당히 주장한다.
 
" '최소비용의 최대효과', '한계효용체감', '수요공급에 의한 가격곡선'으로 경제학의 80%을 커버할 수 있다." 고 어느 학자가 농담을 한 것처럼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학문중에 대표적인 것이 경제학이다. 특히 그 학문적 이론과 실제적 경제 현실의 괴리는 그 격차를 더 넓여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자산가들로부터 '경제 멘토'로 여겨지는 저자가 경제학의 실사구시 즉, 경제학은 개인과 기업과 나라를 부자로 만들 수 있어야 하므로 돈 버는 학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래서 이 책은 1차적으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만, 2차적으로는 경제학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단순한 그의 주장은 내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어느 퀴즈쇼의 마지막 문제에서 9명은 'O' 에, 단 한 사람만 'X' 의 정답칸에 서게 되었다.
그래서 사회자는 'X'에 선 남자에게 다가가 정답에 자신이 있는 지를 물었다. 남자의 대답이 압권이다.
"복부인인 우리 마누라 말이 절대로 사람많은 곳에 가지 말래요."
 
그 사람이 선 'X'의 자리가 정답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가 정답이었다면 우승으로 결정될테고, 9명이 정답이었을 때 남은 한 사람의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또 다시 다툼을 벌여야 하는 고생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퀴즈쇼가 아니고 투자대상에 대한 최종 결정이라면 당신은 어떤 답을 선택하겠는가?
수많은 투자서와 재테크 관련서를 보면 '흐름을 거스를 줄 아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또는 '대세라고 불리는 투자타이밍에 한 발 먼저 사거나, 팔아라'고 주문한다. 다시 말해 투자에 있어서는 관심과 시선집중은 곧 수요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투자처는 더이상 '호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남들이 채 시선을 던지지 못한 '투자처'를 조금 더 빨리 찾아내어 미리 투자한다면 그 시간의 우선만큼 많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상에 깔린 수많은 경제학책과는 시선을 달리하는 책이라고 보여진다.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의 경제이론과 그에 비슷한 사례를 밝힌 기존의 경제학 책들이 '죽어버린 과거의 경제사 부검서'라면 , 이 책은 이미 현실에 촛점을 맞추지 못하는 경제 이론이라는 이름의 혼탁한 백내장을 눈으로부터 떼어내는 '개안수술'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 그가 예를 드는 것은 모두 격동기를 맞았던 1980년대에서 부터 최근의 2008년까지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경제학적 지식이 커버하지 못한 것들을 낱낱이 분석하는데, 그 시대에 겪었던 나의 상황들이 오버랩이 되어 현실성은 최고에 다다른다. 
 
저자는 경제학적 지식을 넓히는 것은 기본이지만, 지식이 많이 쌓였다고 해서 반드시 지혜를 얻었다고 말할 수 없으므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햐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지혜를 얻는 원천이고 지름길인데,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은 경제 지식이 아니라 경제 원리를 가르쳐야 하고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 원리를 알야야 경제가 돌아가는 이치를 알 수 있고, 이걸 알아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그래야 경제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경제 원리를 먼저 알 수 있다면, 이런 지혜야말로 돈을 버는 데는 탁월한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존의 이론에 치우친 경제학에 대해 메스를 든 만큼 경제학에 관련된 용어와 법칙들이 나와 다소 읽기 어렵고 힘들 수 있다. 게다가 저자가 새로이 주장하는 경제 원리 즉, '수요와 공급이 시간 이동을 한다'거나, '가격 이론에 품질을 도입해야 한다', 혹은 '경제학에 병리학을 도입해야 한다', '가격 현상과 소득 현상은 합성 현상이다' 등은 새로운 것들이어서 경제학을 접하지 않았던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햐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경제학에 대한 약간의 경험과 관심이 있었다면 주의를 기울여 읽어내려간다면 이해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기존에 나왔던 경제학 관련서와는 격을 다르게 두는 만큼 시도하려거든 마음을 든든히 먹어야 할 것이며, 공부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지난 날 IMF 외환위기를 지나면서 우리나라는 실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국가의 경제정책의 실패와 더불어 미래의 상황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기업의 탓이 크겠지만, 과거와 현재를 두루 살펴보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달렸던 우리 모두의 탓도 없잖다 하겠다. 신도시 개발, 환율정책, 각종 부동산 조세 등  '제도권의 경제정책'은 우리나라의 경제 전반에 걸쳐 실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투자자인 개개인이 제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고 하더라도 국가적 경제 흐름을 거슬러 투자에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제 이론과 경제 원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공부하여 익혀둔다면 국가 정책의 맹점과 한계를 알게 되고, 그에 따라 투자환경을 변화시킨다면 이를 알지 못하는 다른 투자자들보다는 '혜안'을 갖춘 이들처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투자처를 선점할 수 있다. 즉 남들이 말하는 위기의 투자시점을 기회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거시경제학적 관점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투자서가 우리나라에 나온 것 같다. 저자의 수많은 노력과 경험이 쌓인 경제원리들은 내게 투자대상과 시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다. 이 책에 앞서 발표된 [대한민국 생존의 경제학]은 학문적인 이론서라고 한다. 그 책을 찾아 읽고, [돈버는 경제학]을 다시 읽어야겠다.
 
내게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하는 책은 실로 보물과 같다. 서점에 꽂힌 수십만의 책 속에 숨어있을 뿐이다. 용케 골랐다면 다행이다. 그런 다음은 꼭 읽어야 한다. 생각하면서 읽고, 기억하면서 읽고, 나를 이입하면서 읽어야 한다. 종위 위에 있는 활자가 나에게 꽂히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읽어가며 캐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삼켜야 한다. 씹다가 뱉을 것이 아니라, 온전히 씹어서는 나에게로 들어오도록 삼켜야 한다. 다시 말해, 배운 것을 익히고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책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책은 온전히 혼자 있는데, 그 책이 좋았다 하거나 나쁘다 하는 사람들은 서로 갈린다. 독자들 한 쪽은 분명이 씹다가 뱉어낸 부류일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이 책은 꼭 맛을 봐야 할 책이고, 온전히 씹어야 할 책이면, 제대로 삼켜야 할 책이다. 이런 책을 만나기는 절대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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