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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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텁지근한 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 줄 멋진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일본 추리소설의 대부라는 그의 명성은 많이 들어왔던 터라, 영화의 원작소설로도 인지하고 있던 터라 그 유명세를 일찍부터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에 대한 사전지식이 별로 없었음에도 운 좋게도 그의 초기작으로, 학원물 위주의 작품을 쓰던 작가가 처음으로 본격 추리소설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작품 [백마산장 살인사건]을 집어들었다. 원제는 白馬山莊殺人事件이다.
 
한 해전 자살사건으로 종결된 오빠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친구 마코토와 함께 문제의 산장을 찾게 되는 것은 사건이후 배달된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라고 씌여진 엽서 한 장과 그리고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손님들이 투숙한다는 또 다른 이유 때문이다.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나선 두 여대생과 다음해 어김없이 찾아온 손님들, 그리고 특별한 이름의 방에 걸린 벽걸이의 동요 등이 이 사건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자 실마리들이다. 오빠가 투숙했던 방 '험프티 덤프티' 안에서 홀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추리소설의 전형을 나타내는 '밀실살인'을 보여주는데 '이런 구도의 사건이라면 나쯤 되도 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이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후반부엔 지나친 자만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하지만...
 
비밀리에 문제를 해결하던 중 투숙객이 또 다시 자살하게 되고, 이것이 타살이라는 증거를 찾게 되면서 삼 년에 걸쳐 세 건의 자살사건이 타살임을 그리고 전혀 개연성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사건들이 사실은 하나로 교묘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난감하게 만든 것은 바로 동요 [마더구스]였는데, 그 유래나 내용을 전혀 몰랐던 터라 터무니 없어 보이는 가사를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책을 좀더 이해하기 위해 찾아 보니 이 소설의 핵심적인 실마리를 제공하는 영국 동요 [머더구스]는 구전동요로 운율을 우선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리듬을 따라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가사가 다소 엉뚱하고 섬뜩하기까지 한데, 특히 이 동요는 잔혹해 보이는 가사 때문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반 다인의 소설에도 쓰였다고 한다. '운율을 우선한 동요'의 괴상한 가사 때문에 이들이 암호적 요소를 품고 있었고, 추리소설의 소재로 쓰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3년 연속 사람이 죽었어요. 게다가 똑같은 시기에."
"우연이라면 무서운 일이죠."
"아니오, 우연이 아닌 경우가 무서운 일입니다."
 
세 번 째 희생자 '오오키'의 자살로 등장한 형사 무라마사 경부의 등장은 이제 곧 사건이 해결되는 국면에 돌입했음을 알려준다. 우연치고는 좀 괴이한 또 다른 자살로 단정지을 즈음 나오코와 마코토는 이번 사건도 지난 해 오빠의 자살사건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리게 된다.
 
백마산장의 관계자와 손님으로 있었던 등장인물들이 법률상 '용의자' 선상에 올라서면서 사건은 급진전하게 되고, 두 여대생의 사건해결을 위한 추적도 박차를 가한다. 추리소설의 전형인 밀실살인, 트릭들, 그리고 마지막 오십여 쪽을 남겨두고 펼쳐지는 거듭된 반전은 이 소설을 빛나게 하는 하일라이트였고, 학원물 작가 히라시노 게이지를 당당히 추리소설 작가로 거듭나게 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나오코가 위험을 무릅쓰고 백마산장을 찾은 이유는 타살이라면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라 생각한 여동생의 오빠에 대한 가족애때문이었고, 이 사건의 발단들 또한 그 이유로 비롯된 것이었다. 친구를 위해 함께 위험에 동참하는 친구 마코토의 우정,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기 위해 함께 한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한 사람의 참여 또한 가족애에서 비롯된다. 추리소설 속에 담겨진 군상들의 심리를 알아가는 재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전편에 걸쳐 외모나 체격으로 그리고 '툭' 던지듯 한 말투의 마코토가 "잘 모르겠는데, 왠지 여자는 무서운 존재 같아." 라고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지며 이 책은 끝이 난다. 그 말 뜻이 무엇일지 그 답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늦은 초여름 밤 홀로 책 속에서 주인공들을 상상하며 느끼는 긴장감은 음산한 음향과 배우들의 표정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느끼게 되는 스릴러 영화의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한 겨울 고립된 공간 백마산장에서 펼쳐지는 히라시노 게이지의 이 소설은 내게 추리소설의 맛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했다. 20여 년 동안 60 편이 넘는 작품을 냈다는 것이 뜨악하게 하긴 하지만 말이다. 후텁지근한 여름 밤을 시원하게 해 줄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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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우리 음식 - 음양이 조화된 한국의 전통음식, 국영문판 Korean-English edition
김규석 지음 / 미술문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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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먹거리 고민, 우리의 한식韓食 에서 찾아라!
 
  최근 늘어나는 성인병과 암, 그리고 비만등과 같은 질병의 발생률은 우리가 자신의 깜냥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많이 먹거나, 잘못 먹고 있기 때문에 계속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많이 씹지 않아도 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출현과 각종 화학조미료, 그리고 트랜스지방으로 범벅이 된 음식과 과자 등의 맛에 길들여져 그것이 몸에는 이롭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좀처럼 그만두기가 힘들기만 하다. 다행히 웰빙Well-being가 하나의 건강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천연에 가까운 유기농 채소와 조미료들로 만들어진 음식을 찾고 만들고 있어 반갑다고 하겠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웰빙식이라고 하는 식단에 있는데, 이들이 거의 모두 외국의 식단을 쫓는다는 것이다. 일전에 소개한 도서리뷰 [식탁위의 명상] 를 쓸 때 언급했던 바와 같이 육류가 주식인 서양인의 신체구조와 곡물이 주식인 우리의 그것은 적지 않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의 식재료가 우리 몸에는 제일 잘 맞듯이, 선조때부터 내려온 우리의 음식이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다고 봐야겠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은 지금, 건강식 또는 다이어트식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주목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자국민이 자기나라의  음식을 잘 알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몇 해 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던 드라마 '대장금'을 시작으로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편으로는 만화가 허영만이 [식객食客]이라는 만화로 우리나라의 위대한 음식문화를 소개했다. 이는 또 지난 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하였고, 며칠 전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낳고 있다. 또한 우리의 식기와 전통주 [화요]를 생산하는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은 한식韓食의 세계화를 위해 사비를 털어 한식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들을 잘 살펴보면 지금껏 우리가 서양의 음식을 즐기고, 그것들을 쉬이 접하는 것은 우리음식의 우수성에 대해 말로 만 듣고 말할 뿐, 그것을 실제로 먹거나 확인해 보지 못한 탓도 있겠다. 제대로운 우리 먹거리를 먹을라 치면 그 품질과 희귀성때문에 서양의 어느 요리보다 비싼 가격을 치뤄야 맛볼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그래서 제 나라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문화가 널리 전파되지 못하고 소수의 부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부의 상징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맛을 물론이고 듣지보 보지도 못한 것들이 태반인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우리나라 고급요리의 대중화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닐까?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탓일까? 아니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라도 한 것일까? 한 권의 소중한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고, 내 눈에 띄었다. 5만원의 책값에 가로 23 센치미터, 세로 27센치미터의 만만치 않은 크기로 344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우리음식에 관한 책이 그것인데, 제목은 [지혜로운 우리음식]이고 부제는 [이연채의 남도 전통음식]이다. 이 책은 1994년 타계하신 무형문화제 제 7호 남도의례음식장 이연채 선생의 음식 저작권을 관리하는 대한민국 목공예 명장 김규석 선생과 함께 무형문화재 제 17호 남도의례음식장 최영자 선생의 감수로 만들어진 책이다. 총 100가지의 음식과 20가지의 상차림을 분류별로 나누어 유래와 재료, 요리법 순으로 설명되었다. 게다가 세계인의 한식韓食에 대한 관심을 고려해 영문으로도 대역을 해놓은 놀라운 책이다. 특히 이제껏 [비법]으로 전해오면서 전수자들에게만 이어졌던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겠다.
 
 



  저자는 예로부터 자연과 더불어 전통의 맥을 이어온 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전통음식은 자연의 재료에서 우러나는 순수한 맛을 멋과 함께 느끼며 계절에 맞춰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우리 생활과 가장 밀첩한 관계에 있었던 문화인데, 현대의 변화된 생활 속에서 조금씩 잊혀지고 묻혀져가는 우리 음식 문화를 보존하고, 연구 개발하여 보다 독특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에는 우주의 질서인 음양오행陰陽五行 의 사상이 짙게 깔려 있는데, 모든 산물의 현상이 서로 대합되는 속성을 가진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호 조화를 이루고, 우주의 기초인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 등 오행이 서로 어울려 만물의 조화를 이룬다. 목木은 동쪽- 봄 - 푸른색 - 신맛에 해당하고, 화火는 남쪽 - 여름 - 붉은 색 - 쓴맛 에 해당한다. 토土는 중앙 - 환절기 - 노란색 - 단맛을 의미하고, 금金 은 서쪽 - 가을 - 흰색 - 매운맛 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수水는 북쪽 - 겨울 - 검은색 - 짠맛 에 해당된다. 이렇듯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 음식을 섭취해야 하고, 인체의 약한 기관을 보양해주기 위해 음양오행에 따라 보양음식을 먹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식궁합'이라 함은 '음식의 조화'를 의미하는데, 모든 음식재료는 음陰 의 성질의 식품과 양陽 의 성질의 식품이 있어 이들 두 성질의 재료를 적당히 섞어 조리하면 음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맛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저자는 음식飮食 은 몸에 맞춰 만든 것이고, 요리料理는 입에 맞춰 만든 것으로 내 몸이 뜨거우면 찬 음식을 먹어줘야 하고, 차가우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음식들 만들 때 음양의 재료 비율은 8 : 2로 해주면 이상적인 음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제 1부 [지혜로운 밥상] 에서는 우리 국민의 보약, 밥을 필두로 매일 식사를 위한 음식인 찜과 탕 그리고 밑반찬인 저장찬이 소개된다. 그리고 한식의 최고요리라 할 수 있는 신선로를 소개하고 있다. 침이 절로 넘어가는 맛있는 음식의 사진과 음식의 설명 그리고 그 순서에 맞는 제조법과 영문 해설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신선로는 무려 10 페이지를 할애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껏 내가 먹어 봤던 것은 '신선로가 아닌 듯' 한식의 백미라 하는 이유를 알 듯 했다.
  











제 2부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떡과 한과] 에서는 14 가지의 떡과 4 가지 다식, 13 가지의 한과와 4 가지 정과, 8 가지 부가과 5 가지 건포 그리고 식혜, 수정과 동동주 삼해주와 같은 음청류와 술을 소개한다. 수많은 떡과 다식, 한과등 먹어 보지 못한 것들이 태반이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 맛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기 그지 없었다. 특히 건포 부분에서 소개되는 어화는 말린 오징어를 가지고 꽃을 만드는 것인데, 드라마 [식객]에서 일본 대사관에 가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에서 본 것과 같았다. 음식이라고 하기엔 아까운 한 편의 미술 작품같았다.
 
 










 
 
  
 
  
 


 


 
 
제 3부 [사랑받는 이바지 음식] 에서는 친정에서 시댁으로 보내는 음식선물, 이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음식 중에서 특히 예를 갖추어야 하는 이바지는 함부로 보내지 않았으며 내용물의 질을 따지고 가짓수를 잘 갖추어 보냈다고 한다. 정성가득한 이바지 음식을 보면서 예와 정성을 다하는 우리의 음식선물들을 만나게 된다.
 
 

 
 
제 4부 [격식있는 상차림]에서는 의례나 절기에 따라 각각 상 차리는 법도가 따로 있었던 우리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데, 결혼과 회갑같은 큰상 차림을 비롯해 명절상, 제례상, 돌상, 주점상, 다과상, 주안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아침, 저녁 밥상에 쓰이는 일상식을 반상이라 하는데, 독상을 원칙으로한 우리의 5첩, 7첩, 9첩 반상을 자세히 소개해 준다. 잊고 있었던 계절 감각과 잃었던 입맛을 살려주는 한식韓食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웰빙도 좋고, 퓨전도 좋다만 우리의 기본이 되는 우리 음식을 모르고 어떻게 그 좋고 나쁨을 평할 수 있을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오래 가는 것이 우리 음식의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그만큼 정성이 담긴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렇게 깊은 정성과 손맛이 결합한 음식을 먹는다면 성인병, 비만, 당뇨, 아토피 등 지금 우리가 음식으로 인해 고민하는 모든 현대인의 병으로부터 벗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즉, 우리의 몸에는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가 제일이듯, 우리 음식이 우리 몸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우리 한식韓食 의 기본을 안다면 그것을 연구하고 발전시켜 현실에 맞게 간소화하고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둬야 할 책이다. 특히 한식을 취급하는 음식점의 관계자와 한식 조리사, 요리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에게는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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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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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넌]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오쿠다 히데오]만의 특급처방!
 
  사람이면 누구나 호불호好不好 란 것들을 갖는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호好 들만 많다면 좀 좋으련만 사람들에게 까무러칠 만큼 좋은 호好 만큼이나 불호不好 가 많다는 것 씁쓸한 일이다. 싫은 것은 끔찍이 싫어해 보기만 해도 두드러기가 날 정도이니 가히 중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을 모아 의학용어로 외상성 신경증(外傷性神經症)이라 불리우는 트라우마trauma 일텐데, 수 년 전 모 개그맨이 한동안 읊었던 '않좋은 기억'과 비슷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어린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나이를 먹어서도 비슷한 상황이나 사물을 혐오하게 되는 이 트라우마는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한 두 개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게는 무엇이 트라우마일까? 이 소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이자, 유명한 팝스타의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다.
 
  전업주부인 한 남자가 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 없어야 할 어머니가 '존!'하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존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인다. 실제의 어머니가 아닌 것을 확인했지만, 그 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복부의 위화감과 장에서 맹수가 우는 소리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병원을 다녀온 후로는 배변을 보지 못하게 된 존. 아내 게이코와 살고 있는 오봉즈음의 일본.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 자신의 기억으로 이야기는 변비로 고생하는 '존'의 답답함 만큼이나 똘똘 뭉쳐 풀어질 실마리를 전혀 보이질 않는다. 배변을 못하는 괴로움으로 고민하는 그를 추적하다 보니 괜히 내 속도 더부룩한 듯 답답함을 느낀다.  
아내가 채근해서 가게 되 곳 아네모네 병원에서 관장도 해 보았지만 그것도 허사 급기야 닥터는 그에게 불면증으로 인해 그가 배변을 하면서도 못한다고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르다고 말한다. 한편 그는 병원을 고가면서 안개낀 공원에서 그가 보고싶어 하지만 죽어서 볼 수 없는 이들을 만나서 나름의 회한을 풀게되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큰 범죄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배변을 못하는 신체적인 답답함이 계속되는 와중에 오봉을 즈음해서 소위 말하는 귀신들을 만나서 마음속의 응어리는 풀게 되는 야릇한 며칠이 계속된다. 그리고 결국 그를 변비로 몰아넣었던 비밀과 잃어버렸던 기억 그리고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용서를 하면서 끝을 맺는다.
 
 오쿠다 히데오는 존을 무척 좋아했었나보다. 그의 공백 4년에 대한 의문에 대해 그동안 나온 한 장의 앨범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를 뒤쫓을 수 있었다는 것은 팬의 정도가 아니라 마니아에 가까울 만큼 존을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실제의 인물과 그와 관련된 사건들을 일본의 오봉과 연관을 지어 굳이 판타지 형식을 취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를 유도하고, 자신의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의 상태를 변비로 나타낸 저자의 치밀함이 돋보였다. 그의 데뷔작이라해도 등장인물의 대화속에서 편하게 묻어나는 위트와 유머는 훗날에 발표된 [공중그네]와 [걸]이 나올 수 있게 한 충분한 공감대를 만들어준다. 눈에 보이는 듯 묘사되는 이야기는 등장인물 하나 하나를 독특한 캐릭터로 인식하게 하고, 글 속에 숨어 있는 핵심단어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보다는 항상 읽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잔잔한 감동이 저자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읽게 하는 매력이 아닐련지... 요즘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작가다.
 
이 책은 묘하게 어느 것에도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 즉, 40의 나이가 겹친다. 존이 사망할 즈음에 저자가 데뷔를 했는데, 모두 마흔 즈음이다. 호불호가 명확한 이십 대를 지나, 뭔가를 저지르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삼십대를 넘고 나니 예전엔 미처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딱히 놀랄 것도 많지 않은, 무엇에도 시큰퉁한 사십대가 되었다. 호불호의 자기인식에서 '사실'을 추구하게 되면서 '아~, 사실은 그게 아니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 시기가 되었나 보다. 한동안 잊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결코 해결되지 않았던 체증 은 결말에 완벽하게 해결된다. 독자가 보아도 시원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모든 병은 마음이 키우고 마음이 치료한다. 오해와 곡해로 생긴 병은 이해라는 치료제 밖에는 없다. 언제 어떻게 치료하는가 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인 셈이다. 되돌아보자. 나에게 트라우마는 무엇일까? 나역시 존과 마찬가지로 가족인데 6년 전 돌아가신 추호秋虎 , 굶주린 가을 호랑이같은 우리 아버지인 것 같다. 나도 존과 같이 해결할 수 있다면 보름쯤 변비에 걸려도 좋겠다 싶다. 그럴 수 있다면 이젠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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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 - 워렌 버핏의 '말'을 통해 보는 삶의 지혜와 성공 투자 전략
자넷 로위 지음, 김기준 옮김 / 크레듀(credu)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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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인생과 투자를 위한 워렌 버핏의 촌철살인적 조언!
 
  올해도 어김없이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최고경영자 워렌 버핏(Warren Buffet)과의 파워 런치를 경매로 낙찰받을 수 있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 경매 입찰은 6월 22일 오후 7시(미 태평양 일광시) 개시되어 6월 27일 오후 7시 종료되며, 매년 이베이(eBay)에 등재되는 연례 워렌 버핏 런치 자선경매(Annual Warren Buffet Lunch Charity Auction) 수익금은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 재단에 돌아간다. 지난해 낙찰자의 입찰 금액은 65만 달러가 넘었다. 지난해 낙찰자인 모니시 파브라이(Mohnish Pabrai), 하리나 카푸르(Harina Kapoor), 가이 스피어(Guy Spier)는 버핏과의 점심식사에 65만 100 달러를 지불했다. 올해 낙찰자는 자신 외 7명과 식사에 동행할 수 있다. 초기 입찰가는 2만 5000달러이며, 점심식사는 이베이의 기빙웍스(Giving Works)를 통해 등재되며, 뉴욕타임즈 지가 ‘모든 말다툼을 잠재우는 스테이크 요리점’이라 표현한 바 있는 스미스 앤 월렌스키(Smith & Wollensky) 뉴욕시 지점이 식사자리 제공을 맡았다고 한다.
 
온 세상의 부자들이 우리돈으로 65만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어가며 왜 그와 점심식사를 하려고 하는 걸까?
 
  그를 두고 [금융계의 포레스트 검프], [ 오마하의 현인賢人], [성(St.) 워렌 버핏] 이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그에게 세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겉보기엔 우선 그가 '세계 제일의 부자'라는 것과 현대 미국 사회의 영웅이자 성인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전 재산의 85%인 370억달러를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하면서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버핏은 게이츠 재단과 다른 자선단체에 보낸 편지에서 이번 기부 약속이 “파기할 수 없는 약속”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세상의 모든 투자자의 로망이자 모델이 되고 있는 그를 쫓아 많은 책들이 그의 성격과 철학, 그리고 실체를 파악하려고 시도해 왔다. 나 또한 그의 이름을 쫓아 다섯 권째 책을 붙잡고 있는데, 그 수를 더할수록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소개하는 이 책 또한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 그의 또 다른 진면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은 [워렌 버핏, 부의 진실을 말하다]이고, 원제목은 Warren Buffett Speaks (REV UPD, Hardcover) - Wit and Wisdom from the World's Greatest Investor 이다.
 
  저자가 직접 그와 한 여러 번의 인터뷰(그는 얼마의 돈이 들었을지 궁금한 부분이다)와 버핏의 어록을 모아 크게 [워렌 버핏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워렌 버핏의 위대한 투자 원칙]이라고 나누고, 이를 다시 인생, 친구, 가족, 일, 경영에 대한 진실과 성공투자를 위한 진실 그리고 기부에 대한 진실로 구분하여 콜라주 형식으로 구성한 책이다. 그의 어록부분에는 따로 색을 입혀 대화체로 그래로 옮겼고, 저자가 다시 그에 대해 부연설명하는 형식으로 이 책은 진행되는데, 전혀 딱딱하지 않고 생생해 마치 그와 점심식사(자그만치 6억짜리 점심식사)를 하면서 듣는 듯 현장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항상 책을 즐기는 그인 만큼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말씀'처럼 들리는데, 직유와 은유가 결합된 위트있고 유머러스한 표현들로 가득하다(아마도 그가 죽는다면 서양의 문수보살薩 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가 전하는 삶의 지혜 중에서 돈이 많은 그를 부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내 삶을 내가 번 돈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할지 모르지만 난 분명히 그렇게 하지 않는다. 때때로 돈은 어느 정도 까지는 흥미롭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당신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얼마나 건강할 수 있는 가는 돈이 많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나이로 79세인 그가 사랑과 건강을 구걸하기 위해 돈을 번다고 하면 오히려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투자원칙에 따라 계속 승부를 하는 승부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그는 정직을 강조하면서 "명성을 얻는 데는 20년이란 긴 세월이 걸리지만, 명성을 잃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라고 충고한다.
수십 년 동안 그에게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어느 곳에 얼마나 투자할 지도 모르는 채 매 년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발표되는 연례 보고서를 신뢰하는 이유는 그가 정직하기 때문이다. 생황에 있어서 검소함을 살펴보면  "그의 피는 아마도 체리맛 코카 콜라일 것이다."라고 이야기될 만큼 코카 콜라를 좋아하는데, 그가 체리맛 코카 콜라를 좋아할 뿐 아니라, 그 콜라가 8병 팔리면 한 병은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만큼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는 콜라와 햄버거의 점심식사를 즐기고, 2001년식 중고 링컨 타운카를 손수 몰고 다닌다. 버핏은 평소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20달러가 안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1958년에 구입한 3만1000달러(약 297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렌 버핏은 우정에 대해 "나는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한 여성에게 그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녀는 '그들이 나를 숨겨줄 수 있는 친구인가?'가 판단 기준이었다고 말했다."고 정의했다.
 
  워런 버핏의 ‘현명함’은 그의 직업적 성취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성공적인 투자회사 운영자로서, ‘가치 투자의 귀재’로 일컬어진다. 가치 투자란 단기적 시세차익을 무시하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수십년간 보유하는 투자방식이다. “돈을 벌기 위한 첫째 원칙은 절대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이 첫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가장 첫 번째 투자 원칙이다. 또한 그는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일 뿐더러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증시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그렇게 하도록 부추기는 증권 거래인도 필요없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기업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투자를 권장하는 조언자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덕스러운 도박 자금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현명한 투자 자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스승인 벤자민 그레이엄이 쓴 책제목인 [현명한 투자자]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 속의 워렌 버핏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재능이나 투자비법'이 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신념을 믿고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자신감과 인내심,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검소한 생활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풍부한 교양이 그를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열 한 살에 처음 투자를 시작한 그인 만큼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주주총회에서는 어린 투자자의 질문을 받아 곤혹을 치루기도 한다. 하지만 욕설과 주먹이 난무하는 우리의 그것과는 달리 진실된 보고서 발표와 투자자들의 아낌없는 신뢰를 확인하는 축제의 장이 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머니가 넉넉한 워렌 버핏이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진짜 부자 워렌 버핏을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는 회사에 어떤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지 묻는 질문에 "나는 그 어떤 것보다 내 눈을 믿는다. 그 밖에 다른 것은 믿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에 찬 대답이 풍랑이 이는 듯한 우리의 시황에 임하는 투자자들에게 하는 말 같아 가슴에 와 닿는다. 인생과 투자에 있어서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촌철살인의 금언들이 워렌 버핏의 위트와 유머에 가득 담겨 있는 책이었다. 투자자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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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으로 걸어가 행복하라 - 틱낫한이 전하는 마음챙김의 지혜
틱낫한 지음, 김승환 옮김 / 마음터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불교의 오계五戒 를 [현대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틱낫한 스님의 책! 
 
  내가 틱낫한 스님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그 분의 책[화anger] 를 통해서였다.
이 책에서 그분은 함부로 떼어낼 수 없는 신체장기처럼 화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억지로 참거나 제거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화를 울고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고 보듬고 달래라고 충고하고 조언하셨다. '마음의 상처에서 생겨 끝내 습관이 되고 마는' 이 화는 '마음의 씨앗'이므로 이를 인정하고 찬찬히 들여다보고 결국 다스릴 수 있는 '마음 밭 갈기'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극에도 감정의 동요를 받지 않고 늘 평상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책 [화anger]에서 말씀해 주셨다. IMF 외환위기를 가까스러 뛰어넘은 후 미쳐 추스리지 못했던 우리들의 [울화]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 좋은 책으로 기억한다. 그 후부터 기회가 되면 그분의 책을 [산사]로 삼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 [마음속으로 걸어가 행복하라]는 2,500 년전, 부처가 세속의 제자들에게 완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오계五戒 즉, 불교도이면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가 지켜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규범을 틱낫한 스님의 시선으로 현대에 맞게 잘 풀이해 놓은 책이다. 살생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음행을 하지 말라[],  거짓말을 하지 말라[],  술을 마시지 말라[] 의 오계를 지켜나감을 [정념수행]이라고 해서 스스로를 아끼고, 상대를 아끼고, 인생을 아낀다면 이 다섯 가지 정념 수행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스님은 말씀하신다.
 
살생하지 말라[]의 계를 나타내는 '생명존중'은 스스로 살생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 살생을 묵과하지 않도록 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부처는 마음이 곧 모든 행동의 근원이기에 마음으로 살생을 저지르는 일이야말고 가장 위험하므로 혼란과 절망, 분노와 증오가 발생하는 상황을 만나거든 그 상황의 원인을 찾아내는 통찰력을 키워 그 본질을 찾아 이해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해 [명상식 호흡법]을 설명했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말을 삼가고,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면서 그 호흡에 집중하고, 그래도 진정이 안되면 천천히 걸으면서 호흡에 정신을 집중시키는 걷기 명상을 시도하는 방법이 좋다고 했다. 화가 나거든 바로 대답하지 말고 큰 숨을 하나로 두고 열을 쉰 후에 답하라는 어느 처세관련서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도둑질 하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관용]은 두 번째 정념 수행으로 절도와 착취, 압제를 대신해 관용을 실천하라고 말씀하셨다. 불교에서는 물질적 축복, 스스로의 의지로 자립할 기술을 터득할 수 있는 능력, 담대함이라는 세 가지 선물이 있는데, 그 중 담대함은 질병과 외로움,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우리 인간들이 파멸에 이르지 않도록 돕기 위해 마음을 나누는 좋은 선물이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안심시키고 삶과 죽음과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줄 수 있다면 [담대함]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음행을 하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성적性的 책임]은 세 번째 정념 수행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긴 사랑을 통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권유하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랑의 본질을 올바로 이해하여 감정을 바로 보고 얕은 감정에 속지 않는 지혜를 익혀야 함을 강조하셨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흠모한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으 스스로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싴미기 위한 감정의 유희인 만큼 그런 상황은 상대방으로부터 따뜻한 보호와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을 깨닫거나 그것을 보호해줘야 욕망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전한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깊은 경청과 사랑의 말]은 네 번째 정념 수행으로 우리는 말을 조심하는 세심한 배려만으로도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자애의 마음으로 타인의 말에 구의를 기울이는 이른 관용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일상에서 상대방에게서 듣는 생각과 배려 없는 말로 인해 상처를 받거든 '당신의 말이 상처가 된다. 이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확실히 해서 상대에게 알림으로 더 이상 듣기를 거부한다는 것도 알리고, 스스로에게도 앙금으로 남겨지지 않도록 하라고 충고하신다. 그리고 진지하고 충실한 태도로 대화에 응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경청하는 자세가 이 네 번째 정념 수행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전한다. 보살 수행이기도 한 이 정념 수행은 도움을 얻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이 숭행으로 사람들에게 평화와 이해,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술을 마시지 말라[]의 계를 설명하는 [정념 사회를 위한 소비]는 마지막 정념 수행으로 이것은 건강과 치유에 대한 수련이다. 즉 음식을 잘 씹어 삼킴으로 음식의 본질을 느끼면서 먹는 것과 흡연과 음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외로움을 많이 타는 현대인들은 이 [외로움의 허기]로 인해 과식을 하거나 흡연과 음주의 중독에 물들게 된다면서 스스로의 육체와 의식을 깊이 성찰하여 그것들을 확인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마사지로 혈액순환을 도와 독소를 몰아내고,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셔 그 독소들을 몰아내라고 말하신다. 육체와 의식의 식이요법을 대표하는 이 다섯 번째 정념 수행은 영양이 많고 상쾌하고 치유의 힘이 있는 대상을 가까이 하고 흡수하는 기술을 배워 균형을 되찾고 우리 안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고통의 외로움을 변하게 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신다.
 
윤리시간에 들어봤음직한 불교의 오계는 길지 않은 다섯 가지의 계율로만 이해했었다. 다시 말해 스님이나 불자들이 해서는 안될 것들을 모아놓은 것으로만 기억했던 것이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오계를 풀이하면서 이것들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완전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고 전한다. 모든 것들은 고개를 돌려 보듯 생각을 고쳐서 바라보면 지킬 수 있는 것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세상은 어두울 수도 밝아질 수도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가장 내 주목을 끈 것은 부록에 실린 [정념에 다가서는 열 가지 물음]인데, 현대인들이 불가의 오계를 지키는데 겪게 되는 문제점과 의문에 대해 잘 설명해 놓았다.
생명존중의 정념 수행을 설명하는 중에 '식물을 꺾고, 삶아서 먹는 것도 살생이 아닌가?' 하는 현대인의 질문에 틱낫한 스님은 [누구도 완전한 비폭력의 화신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하시며 [채식주의]를 신천함으로써 비폭력의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대답하셨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정념 수행에서는 '포도주 한 잔 정도는 몸에도 좋다고 하지 않은가?'라고 물은 현대인의 질문에 첫번째 잔을 들지 않으면 두 번째나 세 번째 잔도 들이키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미련과 술권하는 사회의 유혹에 대한 명쾌한 답이 아닐 수 없었다.
 
산사를 찾아가 며칠간 법회를 듣고 온 듯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다. 하지말라는 터부가 아니라 이들을 금함으로써 얻게 되는 행복감을 알게 되었다.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되었고, 그 마음을 오래도록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틱낫한 스님의 말씀은 높은 곳에서 내려온다기 보다는 옆에서 들리는 듯 하다. 불편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다. 그 분을 책으로 찾고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인 듯 하다. 같이 공존하는 듯 한 분, 이것이 그 분을 큰스님이라고 불리는 이유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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