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 2010년 증보판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1
고득성.정성진.최병희 지음 / 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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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마지막을 '구립 양로시설'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읽어라!
 
  스촨성 대지진등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큰 자연재해와 더불어 우리 식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고기 수입문제로 하루를 살기도 바쁜 우리들에게 미래에 대해 수심을 드리우게 하더니 어쩌면 그들보다 더 심각하게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나왔다. [돈 걱정없는 노후 30년]이 그것인데, 현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어른들의 미래를 내다봄으로써 오늘의 가계를 어떻게 꾸려나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지를 조망한 책이다.
 
한 은행의 PB업무의 팀장 세 명으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둘째 아이의 탄생을 목전에 둔 35세의 평범하고 젊은 직장인 가장, 김민석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나라 가장들이 얼마나 노후대책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그 실상과 심각성을 알리고, 곧 체감할 현실이 될 미래가 얼마나 어두울 지를 알려줌으로써 지금부터 그 미래를 대비하라는 경고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자 이제 곧 태어날 둘째의 아버지가 되는 가장 김민석은 35세다. 2억 원정도의 주택대출로 산 3억 8천만 원의 아파트와 2,500CC 중형 자동차를 소유했고, 950만 원 정도의 은행예금을 지니고 있는 평번한 중산층 가장이다.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는 35년 후인 70세의 노인이 되어 있었고, 함께 늙어버린 67세의 아내와 함께 어느 구청의 양로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으면 배식대를 향해 줄을 서서 밥을 타는 자신을 본다. 그리고 준비하지 않는 미래는 걱정한 대로 되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던 중 노후요정을 만나게 되고,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그와 함께 되돌아보면서 구택구입자금, 자녀교육자금,자녀결홈자금, 주택확장자금 등의 '목적자금'과 은퇴를 대비한 '노후자금' 그리고 '비상자금'등이 안전한 노후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젊었을 때는 검소하기 그지 없어 업신여겼던 친구 장은우의 성공적인 인생설계를 살펴보면서 '복리효과의 놀라움'을 깨닫게 되고 잠에서 다시 깨어난다. 현실로 다시 돌아온 김민석은 앞으로 25년동안 30년을 살 수 있는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위해 현재의 무분별하게 사용했던 월급을 가계부에 기록할 것을 결심하고, 저축과 투자를 위해 차를 줄이고, 지출을 절약하면서 보다 확실하고 든든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은행의 PB인 실무자로 근무하면서 노후미래설계를 준비하지 못한 독자들에게 할 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고객들이 부자들인 만큼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저축습관과 투자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막연하게 미래를 두려워하라고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형식을 빌어 노후자금에 대한 대책이 없이 맞게 되는 안타까운 미래를 자세하게 묘사해 주었고, 또 그 대책에 대해서는 수치와 도표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잘 설명해 놓았다. 사실 지금껏 나온 재테크에 관련된 책에서도 노후대책에 관한 '노테크'는 많이 언급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처럼 마치 미래를 거슬러 다녀온 듯 실감나게 표현한 책은 이제껏 없었다. 2020년이면 일본보다 더할지도 모르는 '초고령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연구발표도 있었지만, '그건 아직 먼 이야기잖아?'하고 애써 무시했던터라 이 책을 대한 느낌은 더욱 남다르다. 오늘을 열심히 살고, 벌어들인 소득으로 '알뜰히' 잘 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것 아닌가? 했던 생각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던 미래계획이라는 점에서 정신이 번쩍들게 했다. '인플레이션'이 적이라면 '복리'는 아군이고, 노후대책은 나중이 아닌 지금, 당장! 이라는 금언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세대의 독자층의 구체적인 노후 미래 계획을 위해서 마련한 제 4 장 [돈 걱정없는 30년을 위한 세대별 실천지침]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미래설계를 할 수 있도록 꾸며졌는데, 세대들마다 고려해야 할 금융상품을 따로 구분해 놓아 독자로 하여금 살펴보기 쉽게 해놓았다. 특히 '자기 일에서 성공하라' , '당신 인생의 1/3은 '노후'임을 명심하라' , '노후 대비 최고의 적은 '인플레이션'이다' , '노후대비는 자녀교육보다 우선순위여야 한다' , '안전한 상품이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 목돈을 활용하면 매월 적립하는 자금의 부담을 덜 수 있다' , '항상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라' , '1년에 한 번씩 재무상태표를 만들고 가계부를 생활화하라' , '건강을 지키고 인생을 즐기는 법을 미리 익혀라' 등 돈 걱정 없는 30년을 위한 노후대비 실천 10계명은 노후대비의 중요성과 빠른 실천을 일깨워주었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모든 세상 사람들이 20대에 들어서면서 노후를 계획하는가?하는 것이었다. 자녀교육열이 유난히 높은 나라일 뿐더러 갈수록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이다 보니 사교육은 필수가 되고, 그에 따른 사교육비의 지출은 갈수록 가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자식에게 폐끼쳐서야 되겠나?'며 자신의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들 정도로 자식들을 위하는 부모이고 보니, 조금이라도 더 가르치고 한 푼이라도 더 물려주기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살다 가는 인생이 대한민국 부모의 인생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말한 것처럼 미래는 갈수록 불안한 기운만 더해 가는데, 국가(정부)를 포함해 그 누구도 나의 미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 어짜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법한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그걸 깨닫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한 일이다. 오래도록 잘 살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내일이라도 준비를 해야 한다면 하루 빨리 실천할 일만 남았다. 이 책이 불확실하고 어두운 미래를 밝혀 줄 등대역할을 해 줄 것이다. 보장자산, 은퇴자산, 투자자산을 왜 지금 당장부터 마련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과 실현 가능한 재테크 비결을 담아 2편이 나왔다는데, 아마도 실전편인듯 싶다. 그마저 꼭 읽어야 겠다. 재테크를 하고 있다면 놓쳐서는 안될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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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관리의 기술 - 인맥의 달인이 공개하는
김기남 지음 / 서돌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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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
 
최근 인테크人 - Tech 라 해서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이 기대어 사람 인人 자를 만들었다 하듯 혼자서는 세상을 살 수도 없거니와 가장 무서운 형벌인 '외로움'에 직면할 것이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 뿐 아니라,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사는 것이 제일이겠다.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아는 사람은 많아지는 반면 친했던 이들은 점점 줄어듦을 느낀다. 예전에 친한 친분을 맺었던 이들과의 관계가 허상이었는지, 아니면 내치거나 내쳐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문득 생각나는 그들과의 추억이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많은 사람을 알고 그들과 꾸준히 친해지는 것'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인 성격과 직업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상대방의 동의와 호의가 있지 않는 한 내가 아무리 깊은 관심을 갖는다 할지라도 이뤄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친해지고, 관계를 꾸준히 맺는 기술''인맥관리'라 하고, 이것에도 기술이 있다고 하는 책이 있어 읽어 보았다. 이름하여 [인맥관리의 기술]이다.
 
이 책은 독창적인 인맥관리로 이름이 나 있고, 현재 왕성하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남씨가 쓴 책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독창적인 인맥관리 시스템양식으로 '마당발'이라는 개념을 넘어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인맥관리를 꾸려 나가고 있는데, 자신의 20년간 쌓아온 인맥관리 노하우를 알려주고자 만든 책이라고 해야겠다.
 
전체적으로 책을 살펴보자면 인맥 관리의 중요성과 상대를 내 인맥으로 만드는 요령등은 이미 발간된 책과 언론의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신의 일상에서 실제로 있었던 에피소드들이 사례로 설명되어 있어 그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주목되는 것은 저자가 독자적으로 만든 인맥관리 플래너와 그 사용법에 대한 부분인데, 일반 다이어리와 플래너와는 좀 더 차별화된 양식을 지녔다. 플래너의 사용법에 있어 활용의 예까지 들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꼼꼼하게 적는 노력과 꾸준히 기록하며 진행하는 인내심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원래 '관계'라는 단어 자체에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이 책은 사람을 조종하는 수사학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래서 알고 지내는 사람과 친한 척하기 위해 수시로 연락하고 만나야 한다고 '거짓을 조장'하지도 않는다. 인맥이라고 해서 단순한 지인의 숫자를 말하는 [마당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관계의 [인테크]를 구성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즉, 내가 상대에 대해 물론 마음을 쓰고 있지만, 그것을 상대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자신을 오해하거나, 혹은 나와 같은 심정으로 상대방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마음은 있지만 연락은 뜸한 어중간한 관계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내가 상대에게 마음을 전해주기로 한 바'를 플래너에 꼼꼼히 기록해서 제 때에 그것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플래너를 만든 것이다.
 
"내가 나만을 위해 일했을 때에는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한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지만, 내가 생각을 돌려 모두를 위해 일하게 되었을 때에는 모든 사람이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었다."고 말한 벤자민 플랭클린의 이야기는 '인맥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해득실을 떠나 상대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보여준다면 그런 마음은 다시 내게로 돌아와 서로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준다. 그만의 플래너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도 이 책을 읽는 보람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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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땐 이 와인 - 40가지, 상황별 추천, 와인 가이드
이재형 지음 / 코코넛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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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요리, 반가운 사람, 기쁜 선물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리스트를 공개한 책!
 
 
  고등학교 삼 년을 홀로 강릉에서 보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부모를 떠나 멀리 지방에서 황금같은 학창시절을 보냈으니 떨어지는 성적만 빼고는 문제될 것이 없는 말 그대로 '화려한 인생' 그 자체였던 시였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어머니가 정한 하숙집에서 머물러 있었지만, 입학한 후 3개월쯤 지나자 학교생활도 익숙해지고 도시도 익숙해졌고, 싸이클을 타고 10분 거리에서 통학을 했었는데, 한 20분 정도를 더 가면 경포대 해수욕장이 있다는 걸 반에서 친하게 된 구섭이한테 알게 된 때도 그 무렵이었다.
  한 학기를 보내고 뜻이 맞는 동기 두명과 자취를 하게 되었는데, 모대학 불문과 교수님이 아버지였던 구섭이가 주말에 집에 들렀다가 제자가 외국에서 가져온 와인을 몰래 가방에 숨켜왔다. 스크류를 알지도 못했던터라 젓가락으로 코르크를 파내어 구멍을 내려고 하다가 코르크와 부서진 조각들을 병속에 그만 빠뜨리고 말았다. 살짝 기울여서 '쪼르르륵~' 소리를 내며 떨어져야 할 향기나는 피빛 액체가 꺼꾸러질 만큼 세워도 '꿀럭'대며 코르크 가루와 함께 토해지는 것이 웃음도 나지 않지 않았다.  코르크 가루를 '퇴~퇴' 뱉어가며 마셨던 시큼털털하고 단 듯 쓴 듯 기묘한 맛은 어찌나 요상하던지. 셋이 10분도 채 안되 와인으로 세수한 듯 빨개진 얼굴을 하고선 방바닥에 누워 천정을 보며 낄낄거렸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가 처음으로 맛 본 와인이었다. 병에는 큼지막한 종이가 붙어있었는데, 대문자로 써진 MEDOC 이란 글씨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우리 외할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항상 웃는 얼굴이셨다. 평소에는 말씀도 없으시고 표현도 잘 안하시던 분인데 가끔 술을 드시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미소로 귀가하셨다. 누런 봉투에 군만두나 찐빵을 사오시거나, 군고구마나 귀하던 귤을 사오시기도 했다. 그리고 자던 아이들(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나의 삼촌,이모들)을 깨워서는 식을라 맛없어질라 한입 가득 먹이며 지갑이 빈털털이가 되도록 용돈을 주셨다. 머리를 쓰다듬고 뽀뽀를 하시고 '아끼시는 모습'이 어린 내가 봤을 때도 보기 좋았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얘들아~~~'부르시고는 지갑이 빈 줄 알면 호랑이같은 아내에게 혼난다시며 평소때 용돈보다는 약간 많이 남기시고 전날 밤 주셨던 돈을 다시 빼았는다고 삼촌들은 투덜댔지만, 술드시고 귀가하시는 할아버지의 붉은 얼굴에 귀에 걸린 미소를 하신 술취한 외할아버지가 난 보기좋았다. 그래선가보다. 난 술을 마시면 즐거워진다. 아니 즐겁지 않으면 술을 잘 마시지 않는다. 내 경우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술을 마시면 다음 날 열 배는 더 않좋아지는 듯 해서 몇 번 하다가 그만두었다. 하지만 즐거우면 술을 마신다. 비를 좋아해 비가 오면 즐거워지니까 술을 마시고, 영화를 좋아하니 영화를 보면서 혼자 술을 마신다. 대낮에 이런 경우를 만나면 술대신 커피로 대체되긴 하지만.
 
 
 
 
 
 
 
  술을 즐기면서도 실상은 술맛을 잘 모른다. 소주맛도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누군가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시면 그런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쓴 맛은 변함없더라. 맥주도 그렇고, 막걸리도 그렇다. 양주야 항상 거나하게 취해서 마셨기 때문에 게다가 한 두 잔만 빼고는 폭탄주로 마셔서 진정한 그 맛은 알 수가 없다. 와인이라고 별 다를까? 내게는 매 한가지다. 처음 맛본 화이트 와인은 시큼덜덜한 맛에 쪽 빠진 와인글라스가 예쁘다고 세 명이 일곱 병을 글라스에 가득 담아 원샷으로 비웠고, 우연히 알게된 두꺼비표 '진로 포도주'와 소주를 '오십세주'처럼 반반 섞어 삼겹살 구이와 돼지족발에 마시면 그 맛이 최고인 줄 안다. 그래서 항상 술자리를 생각하면 그 때마신 술에 대한 기억보다는 사람에 대한 기억만 남는다. 어디에서 어떤 술을 몇 병을 마셨고, 몇 잔째에 내가 취했더라 라고 정확하게 카운트해주는 친구도 있더라만 내게 만약 그짓(?)을 시킨다면 필기도구와 메모장을 잘 둬야 할테고 이것들을 내 바지춤에 묶어둬야 할거다. 취해서 웃고 즐기느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최근들어 주변에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마시는 횟수도 늘어가는데, 직접 사오거나 추천하는 사람들의 품평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면 한결 그 맛을 알기가 쉬웠다. 그리고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이라든가,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매치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의 숨겨진 매력을 엿보기도 한다. 시키는대로 주는대로 마시는 와인은 맛있다. 그들이 평하는 와인의 맛은 늘 새롭고 그들의 이야기처럼 술에 그 맛이 깃들여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문제는 내가 선물로 준비를 해 가거나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인데 이럴 때는 여간 난감한게 아니다. 잘 아는 척하는 것도 싫지만 그렇게 마셔놓고 모르겠다고 하는 고백하는 것도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다. '알아야 면장도 한다'고 무턱대고 마시기만 할 것이 아니라 뭐라도 좀 알고 마셔야 기억이라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이럴 땐 이 와인]이다.
 
 
 
 

 
와인이나 맘껏 마시자고 떠난 여행이 유학이 되어버린 와인애호가이면서 와인수입회사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저자 이재형씨의 이 책은 나같은 와인 문외한  한사람을 위해 만든 책같았다. 제목도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럴 땐 이 와인]이 그것인데, 종종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내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고 조외가 깊은 줄 알고 '이러저러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 답을 찾아줄 책을 구한다'는 사연의 댓글을 보내오면 나름 고민하면서 책을 찾아보다가 [이럴 땐 이 책을 권합니다]같은 책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와인에 관련되어 같은 생각 같은 이름의 책이 나와 반갑지 그지 없다. 내용 또한 제목에 걸맞다. 숯불구이, 스테이크, 오이스터(생굴), 양고기, 한식, 중국요리, 피자, 치즈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권해주는가 하면 친구들을 함께 할 때, 외국인과 함께 할 때, 접대용으로, 멘토(스승)와 함께, 와인전문가와 함께, 여인들과 있을 때, 소개팅과 프로포즈를 할 때 등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와인도 소개해준다. 그 뿐 아니다. 성공 기원, 연인에게, 결혼선물, 집들이, 아기의 탄생, 생일선물, 명절, 입학과 졸업, 은퇴선물 등 선물이 필요할 때 적합한 와인도 알려준다. 와인과 함께 하는 무드있는 상황에서의 숨은 연출법도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밖에도 와인과 요리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추천 레스토랑이나 바를 추천해주고, 어려운 와인의 이름을 간편하게 외우는 팁도 공개한다. 저자가 유학생활을 하면서 와인에 얽힌 이야기와 국내에서 소믈리에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들들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어 마치 영화 사이드웨이를 보는 듯 즐기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곤혹스러웠던 것은 소개하는 와인들에 대한 맛과 향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요리와 안주들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였는데, 달려가 한 병을 사들고 오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한 잔의 와인을 옆에 두고 마시면서 읽는다면 읽는 맛은 두 배가 될 듯하다. 이 책의 압권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부록과 같은 것인데, [5만 원 미만대 최고의 와인들]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루마니아, 이스라엘, 미국,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 등 적당한 가격대비 최고의 와인리스트들이 짧은 소개와 함께 공개된다. 고맙고, 반갑다 아니 할 수 없는 멋진 선물이다.
 
 

 
 
제 맛도 모르고 달달 외워 내뱉는 어설프니는 체질에 맞지 않고, 대단한 내공을 지니려면 수백 명의 와인을 마셔줘야 할 지경인 내게는 적재적소에 적당한 와인으로 요리와 함께 맛과 멋을 즐기기에 충분한 책인 것 같았다. 이 책을 통해 두 해전 출장선물로 받은 와인세트가 '동료들과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 asti와 아스티'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출처를 알 수 없이 내 방 책장 옆에 잠들어 있는 묵직한 와인이 타닌과 산도가 훌륭한 밸런스가 돋보이는 유기농 와인의 대명사 타라파카 나투라Vina Tarapaca Natura 란 것도 처음 알았다. 천천히 세계 와인리스트의 이름을 쫓아 사람과 사연의 기억들을 만들어 갈 생각이다. 어떤 맛일지, 어떤 사람일지, 어떤 기억들이 남겨질 지 벌써 설렌다. 전문적 지식을 갖춘 소믈리에가 되라는 듯 딱딱하고 어렵게 설명된 와인 관련서에 질렸거나,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와인지식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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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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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권하는 사회'에서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매우 실용적인 책!  
 
  일찌기 공자께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회상 효지시야, , 즉,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효경]의 첫장인 [개종명의()]장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말씀의 시작은 선왕께서 온 백성이 화목하게 살도록 하여 위 아래가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신 방법중 하나로 대답하신 것인데 아울러 효의 끝은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함께 말씀하셨다. 이 말씀을 따라 우리의 선조들은 댕기를 따고, 상투를 틀어 부모님이 물려주신 모발을 하나라도 온전히 지키려 노력했고, 일제강점의 시기에 내려진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많은 선비들은 ‘손발은 자를지언정 두발()을 자를 수는 없다’고 분개하여 정부가 강행하려는 단발령에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우리에게 그런 때도 있었다. 세월은 흘러 시대는 많이 변했고, 하늘과 함께 부모가 만들어주신 몸뚱이를 일부러 보기 좋게 만드는 의술이 서양의 몇몇 나라에서 횡횡하더니 세계 제일의 유교儒敎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되고 급기야 되려 서양에 그 기술을 파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앞세워 선남선녀를 즐겨하는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신풍조,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고 자기가 본래 본 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론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꼭 그렇게 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형미인만을 꿈꾸며...하늘이 주신 관상까지 돈으로 고쳐가고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이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신에게 도전하지만 TV를 켜면 성형미인들 세상 더욱더 예뻐지려는 여자의 욕망 그런 미인을 즐기려는 남자들...' 이라며 남녀를 비웃던 당시 최고의 댄스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은 1996년에 최고의 히트를 했던 노래인데,  노래가 말하듯 그당시만 해도 성형 수술은 암암리에 시행되는 비밀스러운 수술이었는데, 수술을 받은 성형미인은 수술사실을 들킬까 두려워 했고, 의심을 받으면 극구 부인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은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무뎌져 명실공히 미녀들의 필수품이요, 입사필기시험을 능가하는 무기요, 있는자의 특권이요, 남보다 앞선 출세의 히든카드가 되어버렸다. '세상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카메라 한 대 없는 사람이 없고, 수줍음없이 '직찍'을 하고, 얼굴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영상통화세상이 된 지금의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도 색조화장을 하고, 대통령도 주름살 제거 수술을 받는 바야흐로 비주얼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보이는 그 자체'만으로 성형의 진위여부를 넘어 성형 수술한 사실을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노력'으로 보고 그것을 가상히 여기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외모를 중시하는 시대가 되고 보니 '원판불변의 법칙'이란 자연법칙은 '성형 수술'이라는 인간의 의술로 인해 무참히 깨어져 버렸다. 혹자는 '이젠 큰 키 만드는 기술만 남았다(불가능이 없다는 중국은 다리뼈를 자르고 붙여 키를 키우는 수술도 한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세태의 변화로 자연스레 '성형을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대처해야 할 것은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형수술에 관련된 뉴스들을 보면 값비싼 수술비와 무면허업자들의 시술행위, 그리고 성형수술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변화만을 추종해 '수술결과에만 관심을 두는 모순된 사회의 시선' 때문은 아닐까 싶다.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다 할 사람 누가 있을까? 내 모습도 바꿀 수 있다면 장OO 못잖게 조각같이 바꾸고 싶다만 (물론 아프지 않아야 하고, 결과가 좋아야 하고, 후유증없이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면) 의사선생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손 댈 곳이 넘쳐 견적조차 나오지 않는다 할 게 뻔해서 진작에 단념한 터. 이 모든 것이 남의 일로만 여겨왔었는데, 지난 달부터 남동생이 성형수술을 할 지도 모르겠다는 소식에 '올 것이 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유는 가뜩이나 작은 눈에 말려들어가는 긴 속눈썹때문에 눈동자를 찔러 시력을 손상시키고 있다는 의사의 소견과 함께 '상꺼풀 수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하는 '성형 권하는 진단'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병원은 없는지, 수술을 피하는 처치방법은 없는지 여기저기 묻고 찾던 중 발견한 책이 소개하는 [시크릿 쇼핑]이고, 여기서 속시원한 대답을 찾았다.
 
  
 
  
 
 
 
이 책은 여성 잡지의 에디터와 편집장을 거쳐 스타일&뷰티 큐레이터로서 활약중인 피현정씨가 썼는데 그녀가  어느 케이블 방송에서 <시크릿 쇼핑 파일>이라는 성형수술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는데 그 때 새로이 알게된 정보들과 일반인들의 정보부족을 깨닫게 되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잡지사의 뷰티에디터였던 저자조차도 몰랐던 사실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책에서 소개되는 내용들은 내가 전에 귀동냥으로 들었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들이 많았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시술들도 많았다. 특히 수술 전후의 이모저모한 지식들은 놀라운 것들 투성이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성형 수술을 계획하기 위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원칙과 잘못된 성형 수술을 피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지침들, 그리고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성형 수술의 방법과 수술 후 관리, 부작용에 대한 정보들을 성형 수술을 계획하고 있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썼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의 수술사례들을 실명을 거론하며 평하거나, 실제 수술을 집도하는 성형외과 의사들과의 사적인 인터뷰, 그리고 방문에 앞서 주의해야 할 병원등 일반 잡지나 언론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하고 자세한 사실들을 이 책은 밝히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저자의 문장력인데 에디터 출신의 여성저자인 만큼 선후배 동료들에게 설명하듯, 조언하듯 편하게 이야기하며 풀어낸 그녀의 글솜씨가 자칫 성형이라는 의학분야의 딱딱함과 수술이라는 긴장감을 전혀 느낄 수 없게 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성형 천국'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성형 수술에 관련하여 제기되는 여러가지 사회문제들을 되짚어본다. 본격적으로 성형 수술의 설명에 들어가서는 수술을 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 설명된다. '황금비율 공식으로 완벽한 얼굴 찾기' , '실패한 수술 왜 생기는가?' , '비즈니스맨이 아닌 의사를 선택하라' , ' 병원 광고, 그대로 믿지 마라' 등 제목만 읽어봐도 성형 수술을 예찬하거나, 성형외과 의사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독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된다.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부분은 바로 ' 내게 맞는 수술은 무엇인가 ?' 일테다. 이 책의 후반에 소개되는 이 부분은 성형 수술의 종류와 수술방법 그리고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수술의 종류로는 눈 성형, 코 성형, 입술 확대, 주름 제거, 가슴 성형, 복부 지방 제거, 힙 업, 날씬한 다리 성형과 그 밖의 팔, 등, 배꼽, 쇄골, 귓불, 무릎, 보조개등 잘 알려지지 않은 성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최근 수술 없이 주사를 이용한 간단한 주입만으로 원하는 부위의 볼륨을 줄이거나 늘리는 '쁘띠 성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보톡스, 필러, 미세 지방 이식 등이 주로 소개되고, 고주파 사각턱 축소술, 런치 타임 리포, 이지 리프트, 성형화장품등도 언급된다.
그 밖에 독자들이 성형 수술에 관해 거의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99가지 궁금증과 그 해답을 모았고, 뷰티 에디터 100명이 추천하는 스타일별 성형외과도 부록으로 실었다. 성형외과 의사와 직접 인터뷰하고 방대한 사실과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매체와 잡지사의 에디터들에게 앙케이트를 받아 그 사실에 근거해 준비한 내용들이어서 그런지 전문의 한 명이 집필한 책보다 훨씬 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무엇보다 여성으로서 스스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필한 저자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성공적인 성형수술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성형 수술을 왜 해야만 하는지, 해야만 한다면 나에게 정말 필요한 수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단지 돈만 있으면 원하는 신체부위를 마음껏 바꿀 수 있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깨우치기 위해 다소 충격적이고, 무섭지까지 하지만 엄연한 사실들을 내용으로하여 성형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이 책은 마치 유행처럼 따라하기식 성형 수술이 만연한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예전엔 이렇게 책으로 소개가 된 적이 없었기에 내가 [시크릿 쇼핑]이라는 제목과 소개글을 을 접했을 때 받은 첫 느낌은  '이젠 성형 수술까지 쇼핑하냐?'라는 냉소적인 시선을 던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중에 누가 수술을 해야 하는 당장 닥친 현실에서 이 책을 대했을 때 한낱 '편견'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젠 더이상 '성형 수술'이라는 말도 채 끝나기 전에 '하지 말라'고 손사레를 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성형 수술에 대해 생각을 두고 있거나 그런 가족이 있는 사람, 수술을 앞두고 병원이나 시술등 궁금증으로 인해 해야할 지 그만 두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한 번은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맥스웰 몰츠는 그의 책 성공의 법칙 에서 자신을 찾아와 성형 수술을 하려는 환자의 70%는 실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매력있고 개성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었다면서, '멋진 삶을 살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모를 뜯어고치는 외과적 수술 따위가 아니라 ‘정신적인 성형수술’ 이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올바른 성형 수술을 권장함'을 주제로 하는 이 책이 나올 만큼 성형 수술이 사회의 주목과 각광을 한몸에 받는 것은 절대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비단 성형 수술 뿐만 아니다. ' 전시展示 행정, 실적중시 외교, 학력위조, 물질만능세태 등' 정치,경제,문화,교육 전반에 걸쳐 비주얼Visual 을 중시하는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할 것은 '속이 꽉찬 내실'이다. 그리고 보여야 하는 이들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작태들의 이면에는 보는 자들이 '빨리 보여주기를 바라는 닥달'과 ' 섯부른 판단'이 숨어 있다는 것 또한 알아야 할 것이다. 외모에 의한 순간적인 판단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매력적인 제품'을 보고 '충동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스스로가 '내실을 기하고, 성숙해지기를 기다리는 은근함'이 요구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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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장아이링 지음, 김은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색色, 계戒] !
 
 


 
하루를 쏟아부어내듯 열중한 그 무엇.
그것이 뭐였었나? 싶은 나날들이 있다.
 
처지와 관계에 얽혀 초심을 잃고,
이루어가지만, 실은 잃어가는...
그것이 눈에 보여 얼른 고치고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그 무엇에 발을 푸욱 담궈버린 나날들이 있다.
 
살아있는 감각은 그것을 알지만...돌이킬 수 없다.
늦.은.때.
 
그래서 나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어질 때,
거울보기가 싫어질 때,
내 눈에 걸려든 또 다른 무언가에 빠져버린다.
그것 또한 아닌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심하게 아주 심하게 빠져버린다.
결국 조각나 파괴될 걸 알면서도 손을 뻗게 된다.
 
중독.
 
주욱 떨어진 수트에 뽀마드를 바른 양조위는
실은 갈 곳 없이 헤매는 목마르고, 허기진, 고독한 늑대가 아니었을까?
 
한 마리 늑대.
 
그의 눈만...
그가 토해내는 숨소리만 뇌리에 남는다.
 
나같아서...
우리같아서...
 
- 지난 해 연말, 영화를 보고 난 후 쓴 리뷰.
 
 
  영화[色색, 戒계] 가 국내에 상영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많았다.
우선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 과 함께 중국현대문학의 최고봉이라 평가되는 장아이링張愛玲 의 작품을 섬세함과 깊이있는 감정묘사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리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명배우 양조위와 신인 여배우 탕웨이의 출연도 화제를 낳았지만, 파격적인 세 번의 정사신은 실제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영화를 보았는가? 그렇다면 본 그대로다'는 묘한 대답으로 진위를 피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최고의 원작과 감독, 그리고 배우가 만난 이 영화는 결국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까지 한다.

  나 또한 남들과 특히 다를 바 없이 숱한 화제를 낳았던 영화였고, 개인적으로 리 안 감독과 양조위를 좋아해 기꺼이 본 영화였지만, 스크린이 밝아지고 일어서서 머리속에 남았던 것은 양조위의 눈이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만난 남자에게서 느끼는 왕치아즈의 애증과 배신으로 그녀를 떠나 보내야 했던 이易 선생의 속내는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은 모든 것을 관객의 판단에 내맡기는 영화의 작위성때문에 그 진심을 알지 못한 채로 남겨둬야 했었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그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책으로 다가왔다. 장아이링의 책 [色색, 戒계]가 그것이다.
그녀가 책을 발표한 후에도 여러 번 수정을 할 정도로 아꼈던 [해후의 기쁨 相見觀]과 [색, 계 色, 戒], [머나먼 여정] 등과 함께 총 일곱 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이 책을 쥐고 가장 먼저 펼쳤던 작품은 단연 [색, 계 色, 戒]였다. 나라를 배신하고 적국의 앞잡이가 되어 '오직 살아남기'만을 위해 발버둥치는 그에게 나타난 왕치아즈.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의심하고, 시험하고, 또 관찰했다. 그리고 전쟁상황에서 패색이 짙어가는 일본군들의 두려움을 한 몸으로 느끼며 지쳐있던 그는 그녀만이 자신을 알아 줄 지기知己로 알고 그녀를 유일한 휴식처로 느끼게 된다. 또한 나라의 복수를 위해 이易 선생을 만나게 된 왕치아즈는 그를 만날수록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연애하거나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랑이 뭔지 알 수 없었던 그녀는 그와 함께 있는 동안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죽여야 한다는 의무감과 그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복잡하기만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곳은 공교롭게도 인도인이 운영하는 '보석가게'였고, 그곳은 둘의 관계에 있어 마지막 장소가 된다.
 
"내가 고른 반지인데...마음에 들어요?"
 
"반지 따위엔 관심없어. 반지를 낀 당신 손이 보고 싶을 뿐이야."
 
조금 서글퍼 보이는 미소였다. 스탠드에 비친 그의 옆모습에서 그녀는 부드러움과 왠지 모를 연민의 기운을 느꼈다. 그의 시선은 아래를 향해 있었는데 그의 속눈썹은 나방의 미색 날개처럼 여윈 그의 두 뺨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사람,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
 
갑자기 몰려든 생각에 뭔가르 잃어버린 듯 심란해진 그녀의 심장이 쿵광거리며 미친듯이 뛰었다.
 
 




 
그녀의 변심으로 살아남은 이易 선생. 그녀를 비롯한 일당을 모두 처결할 것을 지시하고 가정부가 차를 내오자 차를 받친 접시 위에 담뱃재를 털며 생각한다.
 
'그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의 평생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한 지기知己였다. 중년 이후에 이런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었다. (...) 그녀는 죽으며 나를 분명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독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그럼 남자가 아니었으면 그녀 역시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침실에 들어와 그녀가 누웠던 침대위에 앉아 아직 구김이 남아 있는 그곳을 쓰다듬던 이易 선생은 10시를 알리는 괘종시계의 종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눈을 감는다. 그녀와 일당들의 사살을 명령한 시간이다.
 
'그는 현재 전쟁 국면이 일본에게 점점 불리해져가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향후 어떻게 될 것인가도 알고 있었다. 지기知己를 한 명 얻었으니 죽어도 여한은 없었다. 그는 그녀의 그림자가 평생 영원도록 자신의 곁에 머무르며 자신을 위로할 것임을 알았다. 그녀가 자신을 원망하고 미워한다고 해도 상관없었고, 마지막 순간 자신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얼마만큼 강렬했었는지도 상관없었다. 그냥 감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족했다. 그들은 원시시대 사냥꾼과 먹잇감의 관계였고, 매국노와 매국노를 위해 결국 앞잡이가 된 관계였으며 가장 마지막에 서로를 점유한 관계였다. 그녀는 살아서는 그의 사람이었고, 죽어서는 그의 귀신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영화속에서 궁금해 했던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의심, 믿음, 그리고 배신으로 얼룩져 수많은 이야기를 담았던 이易 선생의 눈, 사상과 선악에 상관없이 살아남기만을 바라야 했던 암울한 시기의 한 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에 대한 감정과 곧 이어진 배신과 이별에 대한 그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은 다한 셈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작품들은 더욱 훌륭했다.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또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때문에 괴롭게 되는 소설 [못잊어 多少恨]는 1950년대에 완성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세련된 필체와 심리적 묘사가 어울어져 있었다. 특히 동양인만의 보수적사고와 사랑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의 모습은 장소와 시간만 다를 뿐 아직도 존재하는 우리의 아이러니라고 볼 수 있어 책 속에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이 밖의 소설들도 중국의 격동하는 근대사 속에서 여성들이 겪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품 속 주인공 한 명 한 명에게 애정을 놓칠 수 없었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훌륭한 작품을 써내려간 장아이링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책 책이었다. 그녀를 통해 중국 근대사 속 여성들을 살펴 볼 수 있었고, 비슷한 시기와 상황을 겪은 우리네 여성들을 짐작하게 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책인 듯. 여성들이 읽는다면 내가 해석한 [색, 계 色, 戒]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비춰지리라 생각된다. 일곱 편이 하나처럼 잘 엮어진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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