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Che, 회상 -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 회고록
일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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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체 게바라, 그는 '꿈과 사랑을 향한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로맨티스트'였다!
 
 
"누가 내 책에 커피 쏟았어?"
 


 
   몇 페이지를 채 넘기지 않아 가장자리에 묻은 얼룩을 보고 가족들에게 외쳤던 고함소리다. 아무도 그랬다는 대답이 없어서 적잖이 멋적고 시큰둥해져서 다시 살펴봤을 때  조금은 낡고 오래된 맛을 내기 위해 거친 종이의 질감과 함께 출판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효과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분 후였다. 손이 많이 간 듯, 정성을 많이 쏟은 듯. 이것이 위대한 혁명가 체 게바라를 가장 가까이 지켜봤던 여인, 아내인 일레이다 마치의 책, [체Che, 회상] 과 나의 첫만남이다.
 
 



 "앞으로의 세대가 어떤 유형의 인간을 바라는가에 대해선 우린 이렇게 말해야 한다. '체 게바라'를 닮아라!' 어린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우린 서슴없이 이렇게 말해야 한다. '체 게바라'의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  고 말한 쿠바 지도자이자, 게바라의 혁명동지였던  피델 카스트로는 말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기위해 노력했던 앞선 세대들이 체 게바라 라는 인물에 대하여 존경을 넘어 배움의 대상으로 닮아주기를 바랬던 것과는 달리 청년들에게는 제임스 딘과 같은 '반항아' 혹은 '이상을 꿈꾸는 혁명가'의 아이콘으로, 여성들에게는 '헐리우드의 꽃미남'에 버금가는 섹시가이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 수많은 상품과 제품 속의 그림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우려한 저자는 새로운 세대가 체를 단지 상징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꾸어온 꿈을 창조적으로 실현해 낸,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가까이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무거운 입을 열어 책을 쓰게 된 것이라고 책을 들어가며 말했다. 
 
 
 


 
  
  
  저자의 성장과 자연스럽게 혁명에 가담하게 된 사회적 배경, 혁명동지로서 체를 만나게 되고, 전투중에 그를 보좌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그리고 결혼과 네 아이를 낳게 되는 이야기등 쿠바 혁명의 발전사에 나타나는 체 게바라가 아닌 신문과 언론의 이야기 밖에 꼭꼭 숨겨진 그의 사생활의 이야기가 많은 사진과 편지 그리고 엽서, 쪽지등의 자료들과 함께 40년만에 최초로 밝혀진다. 이 책은 아내가 보는 남편이자 혁명지도자의 일대기라기 보다는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내의 시점에서 바라본 체에 대한 사실과 기억의 면면이 여과없이 밝혀진 책이라고 봐야겠다.
 




1965년 콩고에서 체가 아내를 그리는 마음에서 보낸 편지에서 '금발의 통통한 여선생을 보는 순간, 그는 철저하게 훈련받은 혁명가와 느낌과 욕구가 있는 한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했다'고 썼는가 하면, 그의 패션감감으로만 생각하게 했던 목둘레의 검정색 스카프는 전투중 팔에 금이 가 깁스를 했을 때 그녀가 체에게 팔을 목에 걸 수 있게 해 준 것인데, '얇은 스카프(...) 내가 팔을 다쳤을 때, 그녀가 나에게 주었는데, 팔을 매는 '사랑스러운 붕대'가 되었다'고 말했고,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에도 계속 지니고 있었다고 말하는데, 이렇듯 그녀의 입이 아니면 절대로 세상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무엇보다 체 게바라의 바로 옆에서 그와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호흡하고 생활하며 보냈던 그녀가 바라보는 체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임을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체와 나의 거리가 더 좁혀짐을 느꼈다.  
 


  진보적인 아르헨티나의 의대졸업생인 체가 여행중 미국(제국주의)의 만행을 목격하고, 그의 이상을 위해 쿠바로 향한다. 친미성향의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붕괴시킨다. 그는 쿠바혁명 승리후 쿠바공산당과 쿠바혁명정부의 중요직책에 있으면서 쿠바혁명에서 얻은 것들을 지키며 혁명을 더욱 전진시키기 위하여 정력적인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랬던 그인 만큼 점령지의 주택에 대해서도 440불의 월급에서 집세를 내고, 세계 제 3국을 순방할 때도 비서직에 있던 '아내'가 혹시 특혜를 받는다는 오해를 부를까 염려해 혼자서 수행한다. '이정도는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하는 범인凡人들의 예상을 무참히 부수는 사례들이다. 그는 개인보다는 모두를 먼저 생각한 리더였다. 한편 혁명과 전투참여로 그녀와 떨어져 있는 동안 수시로 그녀와 아이들에게 보낸 수많은 연서書와 메시지들은 한 남자로서의 체가 아내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표현한다. '대통령이든, 육군대장인든, 깡패든, 살인자든 집으로 돌아오면 그들은 모두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다'는 언젠가 읽은 글을 생각나게 했다.
 

 

 
  독서광이기도 한 그가 전투중에도 항상 책을 옆에 두어 책읽기를 멈추지 않았고, 돈키호테를 여섯 번을 읽고 [자본론]은 인류지식의 금자탑이라고 칭찬하며, 함께 참여하고 싶은 아내를 위해 독서지도까지 하는가 하면 철학이라는 학문에 접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의 지인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좋은 책이 나와야 하고 이것들이 국민들에게 읽혀져야 한다고 피력한다. 그가 남긴 기록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넘치는 꿈과 사랑을 지닌 지성인의 진면목'을 엿보게 되었다.
 
....
 
만일 내가 시멘트 바닥 어두운 곳으로 배정되어 가면
기억의 서글픈 보관소에 그것을 보관했다
눈물과 꿈의 밤마다 그것을 사용하구려...
 
안녕, 하나뿐인 내 사랑.
배고픈 이리 떼 앞에서
내가 없는 초원의 추위에서도 떨지 마요.
내 심장 옆에 당신을 데려가니까요.
그리고 우리 둘이 길이 끝날 때까지 함께 갈 거에요...
 
죽음을 예감한 체가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시한부 생명의 환자도 아닌 그가 '꿈과 이상'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는 한켠에 남겨지는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발각을 우려해 60대 노인으로 분장을 하고도 가족을 만났던(아이들에게도 아버지임을 알리지 못하고) 그인 만큼 그가 없는 가족의 상황을 '이리 떼 앞에 놓인 초원의 추위'로 표현하는 가장으로서의 고뇌와 번민이 느껴졌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 과연 몇 있을까? 이런 그는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어 변혁과 개혁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순수함과 열정을 지닌 로맨티스트였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 25일 폐막한 제61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미국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게바라의 전기영화 ‘체(Che)’가 큰 관심을 모았는데, 이 책이 그 영화의 시나리오의 바탕이 되었고, 체 게바라를 연기한 푸에르토리코 배우 베니치오 델 토로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의 탄생 80주년이 다가오는 올 6월14일이다. 이젠 그의 평전과 자서전을 추적하고자 한다. 체 게바라를 알고 싶은 이들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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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 역사를 바꾼 중국 황제 10인의 통치 리더십
이세민 지음, 진성위엔 엮음, 김윤진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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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시대 국민들에게 필요한 '위대한 군주'는 누구인가를 이야기한 책 !
 
  만약 전지전능한 왕이 있다면 신하가 왜 필요할까? 같은 인간이고, 세상을 홀로 관장하기엔 체력과 능력이 부족하여 주위에 신하를 두어 그들의 입을 빌어 세상을 듣고, 그들을 통해 세상에 알린다. 당나라의 태평성대를 열었던 태종 이세민이 당을 열면서 강대한 진과 수가 하루아침에 멸망한 것을 거울 삼아 천하를 오래도록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방략을 담고저 천하를 다스린 10인(무측천, 양견, 이세민, 조광윤, 쿠빌라이, 주원장, 한 무제, 건륭제, 유방, 강희제)의 통치술을 엮어 책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이 책, [왕도]이고 이것은 정관의 치貞觀之治 라 명명하는 대당大唐 태평성대의 기초를 닦는데 일조했다.
 
 







  나라를 다스리는데 선대의 입에 귀를 기울인 것만으로도 나라를 이끌려 하는 의욕과 배움에 겸허한 그의 품성을 알 수 있는데, 이를 책으로 남김은 후세에도 그것을 따라 본받게 하기 위함이니 이 책의 완성이 태평성대를 예감하기에 걸맞지 않나 싶다. 이 책 [왕도]는 천하를 휘두른 중국 황제 10인의 통치술을 통해 리더십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군자는 군자를 부르듯 그를 보좌하는 뛰어난 신하들의 조언들이 가득 담겼다.
혼란에서 치리로, 부국안민과 태평성대를 통해 나라를 다스리는 도와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덕목을
 
왕도는 군주의 실체다-왕도군체(王道君體),
현자를 찾아 등용하다-구현임능(求賢任能),
간언을 채택해 나라를 다스리다-납간치국(納諫治國),
관리를 심의하다-심핵관리(審核官吏),
상벌의 기준을 정하다-상벌유도(賞罰有渡),
간신을 없애 평안하게 하다-거참안방(去讒安邦),
농업에 힘써 백성을 편안하게 하다-무농안민(務農安民),
군을 정비하여 위험에 대비하다-열무방위(閱武防危),
검소함을 중히 여겨 부국을 이룬다-숭검부국(崇儉富國),
절제하고 경계해야 민심을 얻는다-계영득심(誡盈得心) 등
 
10가지로 두고 그 덕목에 필요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군주로서 명심해야 할 사항들을 상세하게 적어둔 것이라, 현대에서 적용한다면 정치를 하는 위정자들을 비롯해,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 특히 비즈니스 사회에서의 군주라 할 수 있는 기업의 CEO들에게 있어서는 '사장의 제왕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필독을 권해야 할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여느 책과는 다르게 '코멘트'가 없다는 것인데, 이는 우선 저자이자 나라의 행정수장인 군주 이세민이 자신의 성정聖政을 위해 마련한 일종의 '학습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후세에 자신의 정치를 알리기 위함이 아니라 당면한 과제를 보다 더 잘 해결하기 위한 '야전교범'이기 때문에 '미화나 허구'가 배제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사례'들이라는 점에서 여타 왕조들의 리더십 책과는 차별화를 둔다고 봐야겠다. 즉 '이 책은 정관의 치貞觀之治를 가능케 한 당태종 이세민 만의 교본'이기 때문에 필요한 자는 이것을 본으로 삼아 알아서 자신의 그것에 적용하라는 뜻이라 보겠다.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른 현대인들이 자기에 맞게 체득화시키기에는 최적의 책이 아니겠는가?
 
  성군이 되고자 노력한 이세민의 책인 만큼 실정失政을 한 왕들의 치지들은 보이질 않는다. 선견지명이 뛰어난 놀라운 황제들의 판단력에 의한 정치도 보이질 않는다. 역대의 황제들은 '백성'을 불쌍히 여기고, 두려워 하여 그들을 대신한 신하들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독단적인 판단보다는 신하들의 귀중한 충언을 구한다. 이를 위해 더 나은 신하를 얻기 위해 삼고초려에 버금가는 노력을 하고, 그들에게 걸맞는 상벌을 주어 그들의 덕을 높이 치하했다.
 
 "좋은 군주가 악한 신하를 기용하면 조정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고, 충성스럽고 정직한 신하가 그릇된 군주를 받들어도 마찬가지가 되오. 임금과 신하가 모두 물과 물고기처럼 되어야만 천하를 평안하게 다스릴 수 있을 것이오. 비록 짐의 지혜가 부족하나, 다행히 그대들을 곁에 두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게 되었으니, 조금도 숨기지 말고 짐에서 바른 소리를 해주어 함께 태평천국을 만들어 봅시다." 라고 이세민이 정관 6년에 신료들에게 말하자 "먹줄을 따라 자른 나무는 곧고, 군주가 신하들의 간언을 들으려 하면 현명한 군주가 된다고 합니다. 교경敎經 에서는 군주에게 7가지 바른 말 잘하는 신하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들은 직언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고하는 그런 신하라고 합니다. 폐하께서는 지혜로우셔서 어떤 의견도 기탄없이 받아들인다고 하시니, 신들은 앞으로 온 힘을 다 하겠습니다." 라고 간언을 잘하는 왕규가 말했다고 한다. 서로의 부족함을 알고, 부국안민을 향해 서로 돕자는 군주와 신하의 다짐이 너무나 아름다운 대목이다.
 
  이렇듯 위대한 군주들은 정치를 함에 있어서 자신의 의지와 신료들의 찬반을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조율했다. 그것은 군주의 위대함을 알리기도 아니요, 신하들의 자잘못을 가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직 백성들을 아끼고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발로된 것이다. 그들의 세치 혀로 발표된 정치는 군사적으로는 수십 수백만의 군사를 죽음의 수렁으로 내몰 수 있음을 아는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온나라가 궁핍해져 먹기 위해 서로를 해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목숨을 걸고 간언하는 신하들이나, 나라에 뜻이 깊은 백성들의 상소가 끊임없이 올라옴은 바로 그 까닭이다. 군주에게 바른 눈으로 백성과 나라를 보살피기를 바람에서 그들의 뜻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 무엇이 하늘인지 알아야만 왕업을 달성할 수 있고, 하늘이 무엇인지 모르면 왕업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합니다. 왕은 백성을 하늘로 알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압니다."
 
  퇴각하려는 유방에게 여식기가 말한 간언중 일부이다.
백성이 배불러야 성격이 온화해지고, 일할 의욕을 느끼며, 나라에 감사하게 된다. 그렇지 못하면 위정자를 원망하고, 나라에 호소하며 자신들을 봐주기를 항변한다.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와 행동이 즉흥적인 충동에 의한 돌발행위로 보거나, 국가를 부정하기 위한 행동으로 본다면 잘못이다. 또 그렇게 평가하고 군주에게 잘못 알리는 신하들은 더 큰 잘못이다. 수단과 방법이 없는 백성들의 항변은 군집되고 무질서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유념해서 보고 제대로 판단해야 현명한 군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말이라도 애정이 있기에 백성들은 군주에게 호소한다. 그 한계를 지나치면 백성들은 무관심해 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신하의 간언을 무시하거나, 칼로써 응징하려한 군주에게는 현명한 신하와 백성은 타국을 떠나 자신을 의지했다. 독재정권에 맞서 제 일선에서 항변하던 뜻있는 국민들은 감옥으로 수감되거나, 나라에 실망해서 타국으로 떠났다. 백성이 없는 왕은 없다. 백성을 하늘로 아는 왕은 위대한 왕으로 칭송되었다.
 
 1,400년을 거슬러 둘러 본 역사속의 이 책은 군주에게 묻는다.
" 너의 하늘은 무엇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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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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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의 어느날을 추억하게 하는 경쾌한 소설!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 하나, 나의 [스무 살, 서울]이 생각나서였다.
그리 순탄ㅎ지 않은 학창시절을 보낸터라 가족들을 남겨두고 고등학교는 강원도 강릉에서 보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더할 나위없이 소중한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은 그 반대였다. 가족과 친한 친구들을 남겨두고, 난생 처음 강릉땅에 떨어져 홀로 고교생활을 했던 터라 외톨박이 3년의 시간으로 느껴졌다. 공교롭게도 강원도에서 제일가는 수재들이 입학시험을 치루고 들어가는 학교에 꼴찌로 들어갔는데, 서울로 대학을 갈 수 있다면 '유아교육학과'라도 가겠다고 생각한 나에겐 당연히 낭만적인 학창시절은 머나먼 꿈에 불과했다. 다행히 서울의 '유아교육학과'가 아닌 삼류대학을 들어가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데 일상생활에 치어 그동안 잊었던 나의 스무 살 시절을 이 책을 만나면서 다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오늘, 우리나라에 무라카미 하루키 이후 제 2의 일본소설 붐을 일으킨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스무살, 도쿄]를 읽었다.
 
  1959년생 작가의 이력과 맞물려 반쯤은 자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재수생활을 시작으로 서른을 일주일 남긴 스물 아홉의 인생까지 이십대의 청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가 보낸 이십대중 시대의 이슈와 맞물린 여섯 개의 이야기로 꾸며졌는데, 독특한 구성이 주목된다. 재수를 하기 위해 태어나고 자란 나고야를 떠나 도쿄에 도착한 날, 대학시절 연극과 동아리 동급생 고야먀 에리와의 첫 키스날, 스물 두 살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던 존 레넌이 죽던 어느 날, 고향나고야가 유치경쟁국 한국의 서울에 올림픽을 빼았겼던 어느 날 등의 하루가 재미있게 소개된다. 작가가 써내려간 글에 맞춰 눈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시절마다의 다무라 히사오의 모습이 보이고, 그의 주변이 배경으로 떠오른다. 그에게 말을 걸고, 그가 답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목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하루 하루의 에피소드는 마치 내가 겪은 어느 하루 같은데, 인간사이에서 만들어진 실수와 우연들이 웃음짓게 만들었다. 너무 쉽게 읽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은 저자만의 자연스럽고 친근한 표현력때문이리라. 이것은 다소 허무주의적이고 자조적인 하루키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고, 소설을 통해 배움을 얻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게 하는 그의 라이트한 표현력이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젊다는 건 특권이야. 자네들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괜찮다는 특권을 가졌어. 근데 평론가라는 건 본인은 실패를 안하는 일이잖아? 그러니 안된다는 게야...실패가 없는 일에는 성공도 없어. 성공과 실패가 있다는 건 참 으로 멋진 일이야. 그거야말로 살아 있다는 실감이란 말씀이야."  알지 못하는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주인공 히사오에게 한 충고는 마치 작가가 이 글을 읽는 젊은 독자들에게 충고하는 듯 하고, "스물다섯 살이라.  벌써, 인가? 아니면 아직, 인가?" 하고 고민하는 대목에서는 기호지배적인 개념에 이끌려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청춘을 생각하게 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는 [마지막 스물 아홉을 일주일 남긴 어느 날]이었는데, 직장동료이자 친구인 오구라의 결혼에 앞서 배첼러 파티를 하기로 한 날 주인공 오구라는 나타나지 않고, 사업상 큰 고객인 고다씨는 별 일도 아닌데 보자고 하고, 형식적인 연인으로 여기는 리에코는 내일도 아닌 오늘 꼭 봐야 한다고 한다. 경중을 따지자면 순위를 매길 수 있지만, 인정과 관계를 따지자면 모두 봐야하는 순간은 언제든 언제고 찾아온다. 큰 부자가 된 고다씨의 자기고백을 들으면서 돈에 쫒겨 살다보니 고독하게 허세만 부리고 살게 되는 삼십 대를 알게 되고, 처가식구들의 권유로 결혼을 앞두고 내 것이었던 기타는 고향으로 보내고, 긴 머리를 자르게 된 오구라의 텅민 마음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고독한 자유를 버리고, 아름다운 구속을 선택함으로 청춘과 맞바꾼 젊은이의 마음을 알게 된다. 잊었던 마음속 기억을 되찾는 느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모습이 중첩되어 그 속도가 더뎌졌다.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그 시절 젊은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가보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있었고, 있을게다. 독립한 날, 키스한 날, 첫 직장에 출근한 날, 맞선 보던 날, 친구의 결혼식 전날 등 내게도 있었지만, 잊었던 기억을 묵혔던 앨범속에 찾아내듯 책속에서 추억했다. 확실히 필력을 지닌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추적해서 읽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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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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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와 호흡할 줄 아는 멋진 학자의 멋진 책! 
 
학자로서의 의무는 자신의 분야에서 처녀지에 첫발을 내 딛어 길을 내거나, 깊숙히 묻혀있어 인지하지 못한 보물이 어디메쯤 있을지 알려주는 것에 있다. 후학들이 그의 손과 발이 되어 그 깊이와 넓이를 더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는 것이 가장 우선된 의무겠다. 하지만 현실과 실용에 첨철된 오늘날의 사회에 막 내 놔진 젊은이들을 최전선에서 맞이하면서 방황하는 그들에게 앞으로 펼쳐진 미래의 인생에 힘을 주고 격려하는 큰형으로서의 의무는 안내자의 그것 못지 않다. 젊은이의 행태에 마득찮아 하는 시선은 가득하기만 하고 기대치조차 두지 않는 학자들의 세계에서 '이 땅의 젊은 학자 이어령'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다. 2년 전 [디지로그]로 기술과 감성의 조화를 생각하게 하더니, 이번엔 '새내기 대학생'에게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지를 제시한 책이 나왔다. [젊음의 탄생]이 그것이다.
 




 
  저자는 젊은이가 특히 대학생에게 필요한 '창조적 지성'을 설명하기 위해 아홉개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를 손에 잡힐 듯 도형으로 꾸며 '9UP 매직 카드'를 만들었다. 카니자 삼각형, 물음느낌표, 개미의 동선, 오리-토끼, 매시 업, 연필의 단면도, 빈칸 메우기, 지의 피라미드, 둥근 별 뿔난 별 등을 통해, 뜨고 날고, 묻고 느끼고, 헤메고 찾고, 섞고 버무리고, 연필에서 벌집, 앎에서 삶으로, 나의 별은 너의 별 등을 설명하면서 우리의 기존 사고체계를 뛰어넘어 '의심하고, 삐딱하게 보고, 새롭게 보고, 뒤집어 보고, 다르게 보기를 강권한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1934년에 태어난 사람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학문에 대한 지독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갈망은 최근 100년간 일본에 대해 쓴 명저 10권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내던 시점 당시의 열정적인 '젊은 학자'로 지금까지 멈춰있는 듯 하다. 한 주제 대해 언급되는 사례들은 공서고금을 모두 훑은 듯 방대한데 마치 그 주제를 위해 준비된 듯 장대하게 나열되어 그의 조언에 힘을 실어준다. 작은 지식백과사전같은 이 책이 가능하게 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서재를 살펴본다면 짐작을 가능하게 한다. '보유 장서만 30,000여 권에 새로 사들인 책을 스캐너로 불러 읽어들여 데이터로 만든 것들만 100,000여 권에 이른다고 하니 나이를 잊는 그의 열정과 노력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2001년에 실린 어느 신문사의 기사를 살펴보자. 이 기사에는 그의 데이터 저장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집 서재 카드 색인함에는 종이 카드 대신 수십 장의 CD가 들어차 있었다. 이 교수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바로 스캐너를 통해 ‘긁어’ 들인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분류방식으로 CD에 저장해왔다. 파일이름은 우선 국가명(미국은 U, 영국은 B, 한국은 K식으로)에서 첫 이니셜을 고르고, 큰 분류(문학은 L, 문명은 C, 기술은 T, 기업은 B)에서 다음 이니셜을 적어준 뒤, 작은 분류에서 간단한 키워드를 적는다. 가령 새로 읽은 내용이 미국 기업에서 개발한 무기에 관한 것이라면 ‘UBWEAPON’이 되는 셈이다. 그렇게 직접 저장한 내용들이 벌써 CD 50여장에 달한다. CD 한 장에 일반 단행본 수백 권의 텍스트가 들어간다고 하니 막대한 분량이다."
 


70을 넘은 노인의 세대를 넘나드는 통찰력, 지식욕에 열망하는 학자의 자세, 젊은 세대를 능가하는 디지털기술의 활용법이 모여 만들어진 저자의 이 책은 정말 엄청난 지식을 쏟아놓는다. 한편 너무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걸까? 세번 째 카의 이름인 [개미의 동선]처럼 주제에 다가가기까지 산란함도 안겨준다. 강조되어야 할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과 충고보다는 저자의 박식한 지식과 정보력에 혀를 먼저 내두르게 만든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에 산재된 정보들을 어떻게 취합하고 활용하는가에 대한 본보기로서 이 책을 대한다고 해도 손색은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이 땅에 널리고 널린 수많은 박사와 교수들 중에 '젊은이에 대한 고민'을 해주는 몇 안되는 '학자다운 학자'의 글이라는데 반가움이 앞선다. 젊은 세대와 호흡할 줄 아는 젊고 멋진 학자의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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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젊음의 탄생 - 대학 2.0 시대와 함께
    from 미라클러의 맛있는 이야기 2008-06-04 09:38 
    ,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라면 꼭 봐야 할 바이블 같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이어령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4월 25일자로 출간되었고, 알라딘이나 예스24 등지에서 주간 베스트 순위에 계속 등재되고 있어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서평과 구매후기는 대부분 칭찬 일색인데 비해, 개인적으로는 본서의 현란한 광고문구만큼의 충실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웹 2.0'이라는 용어가 파급되자 그에 맞추어 저자가 대학 2...
 
 
 
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의 대표작가,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는 이름,친구]를 말한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설레임이다. [님이 오는 소식을 알리는 눈]이라고 풀이한 어느 빙과의 이름 설래임雪來恁 이 아닌 심하면 [두근 두근] 심장뛰는 소리가 들리는 상태의 기분, 설레임. 업무적으로 만난다면 내 의지대로 결과를 보고 싶은 기대에 설레일테고, 이성을 만난다면 마구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설레일테다. 싫지 않은 기분의 설레임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만나고, 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싱거운 마음의 상태에 변화를 주기 위해 갖은 치장과 말할 꺼리를 만들어 사람을 만나려 하는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 목적이 사람이냐, 설레이는 기분이냐는 너무나 중요한 주제인데 가끔 그것을 놓치는 것 같다. 구분하기도 어렵지만, 구분하기가 귀찮은지도 모른다.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우리가 외롭기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심경의 변화를 부르지만, 앞에서 말한 그것과는 다른 것도 있다. 하루일과를 모두 마치고 샤워후 개운한 기분으로 창가에 앉아 빙점에 가까운 맥주캔을 들고 맥주캔을 딸 때, 어느 비오는 봄날 추적대는 비를 피해 따끈한 국물에 파전을 시키고 소주 한 잔으로 속을 덥히고 싶을 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가슴속 응어리를 오늘은 어떻게든 풀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 설레지도, 두렵지도 않다.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번지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인디언 속담에 '내가 지닌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는 이름을 가진 사람, 친구가 그것이다.
 
  이 책 [친구]는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쟈핑와가 자신의 인생을 함께 하고, 경험하고, 목격해주는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문학가답게 문학과 예술에 몸을 담고 있는 그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그래서 다소 싱겁고 지루하게도 느껴질 법한데 눈에 보는 듯, 옆에서 듣는 듯 작가의 친구를 소개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두께가 제법되는 중수필집이다. 유명한 탓일까, 꽌시(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습성 탓일까 한 두명이 아닌 무려 오십여 명의 친구들이 소개되는데, 모습도 성격도 제각각이다. 
 
단순히 자신의 친구를 소개하고 그들의 에피소드들을 거론하는 정도가 아니라, 친구의 장단점과 자신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찾고, 예술의 길을 찾는 그의 눈에 놀라게 된다. 소개되는 친구들에 대한 소개와 묘사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지금의 쟈핑와는 이토록 많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너만 잘냤냐? 나도 친구는 몇은 있다'는 오만함에 책을 들었다가 친구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에 놀라게 되고, 그와 있었던 기억들을 그토록 속속들이 추억해 낼만큼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나에게 몇인가 하는 생각에 배우게 된다. 주목된 것은 이 책에 소개되는 인물 중에 아버지와 어머도 들어 있었는데, 제목이 친구인지라 논외의 인물이 아닌가 싶었지만,그만큼 그를 알아주고 함께 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그를 부러워하게 된다. 부모를 친구로 여긴 그는 친구도 함께 부모처럼 생각한 것이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고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 고독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고독하지 않다. 고독감은 냉대를 받거나 유기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진정한 나를 알아주는 지기知己 가 없을 때 혹은 이해받지 못할 때 생긴다. 정말 고독한 사람은 고독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끔씩 비명을 지를 뿐이다. 마치 우리가 야수를 보았을 때처럼." (p 300)
 
바쁘신 하느님의 일손을 돕고자 어머니가 있는 것처럼, 인생이라는 끝없이 외로운 길을 걷는 인간이 측은해 친구가 있는 것같다.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속으로는 생각해도 입밖에 내지 말며, 서로 사귐에는 친해도 분수를 넘지 말라. 그러나 일단 마음에든 친구는 쇠사슬로 묶어서라도 놓치지 말라." 고 말한 것도 그 이유에서 일테다. 진정한 나를 알아주는 지기知己 가 있는 한 아무리 멀고 외로운 인생길이라도 절대고독은 없겠다.
 
저자는 '나는 친구와의 사귐에 있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낫고, 직접 만나는 것보다 그리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고 친구 펑슝과의 관계를 설명할 때 말했다. 칭송받는 작가에 A형의 괴팍함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알 것만 같았다. 누군가 그립다는 말은 누군가를 가슴에 품었다는 말이고, 이는 항상 옆에 있어 공기처럼 느껴져 그 존재의 위대함을 자칫 잊어버릴 수 있기를 경계함이라는 것을. 되씹고, 되씹어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에게 소중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그도 나를 사무치게 그리워한다면 공평하여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겠지만, 혼자서만 그리워한다고 탓하거나 부족하다 또한 말 못하겠다. 이미 그리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외로움에 몸부림칠 바에야 그리움에 사무쳐 죽으련다'고 항상 생각해 왔지 않는가?
 
' 바다 건너간 A는 버터먹으면서 잘 살까?' ' 귀농한 까치아빠는 애가 몇 살이더라?'로 시작한 친구들 생각이 몇 해전 사고로 서둘러 세상등진 녀석까지 더듬게 했다. 이 책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덕분에 구구절절히 친구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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