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생각의 탄생 - 위대한 천재들과 떠나는 신나는 생각 여행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원작, 서영경 그림, 김재헌 글 / 에코의서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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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난 이 책을 추천하겠다!
 
 
어느 초등학교 새내기의 교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숫자를 더하는 덧셈을 처음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 학생 여러분, 2 더하기 3 은 5에요. 그리고 쓰기는 2+3=5 이렇게 쓰는 거에요."
그러자 학생이 다소 당황한 듯 긴장된 목소리로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이 왜 거짓말을 하세요?
우리 보습학원 선생님은 1 더하기 4가 5라고 그랬단 말이에요." 하더란다.
 
허허~ 웃어버리기엔 뒤에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보호와 교육이라는 다소 애매한 정의에 의해 누군가에게 키워지고, 배움을 받는다.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더 나은 교육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부모는 스스로 가르침에 대한 두려움과 도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라리 위탁을 선택하고 그 사례를 위해 일을 한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2005년 10월에 만 7세의 나이로 인하대학교 자연과학계열에 합격해 ‘천재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송유근의 어린시절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때문에 할머니의 손에 자라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송군을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때로는 멍하니 하늘을 몇 시간을 바라보거나,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개미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곤 했다고 한다. 어린 송군은 그 시절, 누구의 도움으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눈과 머리로 관찰하고, 나름의 생각을 하며 스스로 공부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의 생각과 표현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항상 지켜봤다고 한다. 송군의 자유방임적 교육이 천재가 되는 길인가 하는 점에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가하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조카들만 하더라도 만 세살이 넘어 유아원을 들어갔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알았고, 시키는대로 했다. 함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똑같은 노래를 불렀으며, 함께 같은 음식을 먹었고, 함께 같은 시간에 낮잠을 잤다. 아이들을 돌보는 누군가의 통제를 잘 따르는 아이는 '말 잘 듣는 우수한 학생'이라 칭찬하고, 지시에 토를 달거나, 질문이 많거나, 돌출행동을 하는 아이는 '문제학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서너 살 때에는 오늘 유아원에서 뭐했어 하면 아무말도 안하고 두손 번쩍들고 벌서는 흉내만 내던 조카는 다섯 살을 넘어서는 말 잘 듣는 우등학생 소리를 듣는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지 난 모르겠다. 얼마전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자녀의 진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 0교시 수업을 듣고 졸게 하면서, 졸았다고 또 혼내는 현재 교육제도는 미친 짓"이라며 "내 아이를 이런 가축 축사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 아이는 자유인으로 살길 바란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름아닌 본인 스스로가 우등생으로 고등교육을 마쳤고,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소위 말하는 '수재'라는 점에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이들이 A라는 과목으로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나도 다녀야 하고, Z라는 예체능 학원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그것을 듣는다.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어느 한 생각에 몰두하거나, 멍하니 있는 아이에게 공부 안하고 멍청하게 뭘 하고 있냐고 닥달한 적은 없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공부와 생각, 그리고 배움과 깨달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게다가 이 책은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 속에서 말이다.
 
 


 
 
이 책은 로버트 르트번스타인과 아내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 [생각의 탄생]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주요 언론사들로 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수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자,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생각이 태어나는 과정을 순서대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찾기, 패턴 만들기, 유추 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치듯 다정다감한 어투로 천재들의 생각을 컬러풀한 그림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샌각의 탄생에 대해 인간의 생물학적 탄생은 모두 같지만,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은 서로 달라서 뜻을 가지고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그 생각이 거듭 태어날 수도,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창의성이라는 이름의 생각은 그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잘 생각해야 하는데, 바로 [잘 생각하는 법]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을 가감없이 집어넣는 배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생긴 의문이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깨달음이 모여야 진짜 생각이 되고, 그것이 남과는 다른 독특한 창의력이 될 수 있음을 천재들의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각의 개념에 대한 지식적 충격이 너무 커서 이 책이 과연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맞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그리고 우리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책이 이토록 놀랍다면 원작 [생각의 탄생]은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주위에서도 적극 권장해 지난 3월 구입했지만 그 부피와 두께의 압박에 눌려 아직 펴보지도 못했던 터라 바로 읽어야 할 책 0순위에 올려 놓았다. 최근들어 조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구실로 그들의 책을 펴보는데, 절대로 수준을 논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의 지적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학원수업과 학교수업, 그리고 과외활동등으로 과연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시간이나 뺄 수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조카에게 선물했을 때 성적에 도움도 안되는 책 때문에 오히려 짐이 하나 늘었다고 괜한 푸념말이다. 더불어 무엇이 진정 올바른 교육인지 도통 헛갈린다. 이제야 생각하는 법을 조금 알게 된 나를 보면 지금껏 배운 나의 고등교육은 그다지 제대롭진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책은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해줘야 할 좋은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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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2008-05-1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이민생활의 바뿜속에서 욕심만 많아 이 원작을 사놓고도 읽지 못했는데 정말 저도 당장 읽어봐야겠군요... 글구 저희 애들을 위해서도 쥬니어용도 하나 따로 사야겠군요..
사실 애들이 미국에서 태어났고 교육 받고 있으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요...
그래도 한글을 어려서 부터 꾸준히 조금씩 가르쳐왔으니 우선은 그림부터라도 친근감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한뒤 조금씩 읽히며 같이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군요..
정말 좋은 책 리뷰 넘 오밀 조밀 잘해주셔서 흐뭇하게 잘보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많이 얻어 갑니다....
 
부자들의 상상력 - 부는 창의적인 것이다
장순욱 지음 / 살림Biz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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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터Dantor(s)로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먼저 되자.
 
"갑부甲富는 하늘이 점지한 인물에게 내려진다. 
범인凡人이 부자가 되려한다면 을부乙富 나 병부丙富정도가 그 한계다." 라는 말이 있다.
갑부, 을부, 병부의 구분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앞서 그 만큼 큰부자는 되기가 어렵다는 뜻임을 숙지해야 할 말씀이겠다. 엄청난 부를 이룩한 사람들의 이력을 살펴 보노라면 소위 '대박'을 만나는 순간을 얻게 되고, 그것을 꾸준히 지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더 큰 대박을 향한 도약의 계기로 삼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모든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좀처럼 되기 어려운 부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부자에 관련된 책이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가 되기까지 노력한 과정이 '소설'못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해서 재미있고, 부자들을 추적해서 따라가다 보면 내게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의 순간을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때문이다.
 
소위 [부자학]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은 '저자가 부자인가?'이다. 부자가 된 아무개가 자신이 부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러면서 어떤 공부를 했고, 어떤 기회와 위기를 맞이했으며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혀준다면 부자를 쫓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부자들이 쓴 자신의 자서전을 만나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생활배경과 사회적 환경이 동일한 내국인의 사례를 접하는 것이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하기가 쉬울텐데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추측컨대 우선 우리나라 부자에 대한 통계에도 있듯이 절반이상이 예전에 사놓은 부동산의 가격이 갑자기 뛰어 올라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설명하자니 ' 사놓은 땅이 때를 잘 만나 된 것'이라는 한줄소감꺼리밖에 되지 않아서 일테다. 두 번째는 이미 먼저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쫓아 함께 투자를 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이룩한 부의 형성과정이 그리 깨끗하고 투명하지 않아서 밝히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서일테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출간된 우리나라 부자들의 이야기는 경제부 기자나 은행의 PB들이 취재대상과 고객으로 만나는 부자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을 한데 묶어 책으로 낸 것들이 많다. 이 책 또한 신문기자을 했던 저자의 이력을 바탕으로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요건을 생각해본 책이다.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백만달러의 부를 쌓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경영 철학자 짐 론의 말을 빌어, 부자가 되는 것은 '운이 좋거나, 잘 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꿈을 꾸고, 도전하고, 노력하며, 그것을 믿고, 긍정하고, 절제하는 원칙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것들을 풀어 '단터 DANTOR(S)'라고 말을 새로 만들었는데 즉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꿈꿀 수 있다는 꿈Dream, 남들은 피하는 일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한다는 도전Adventure,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근면Non-neglect, 완벽하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Trust,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바꾸는 긍정Optimism, 참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는 절제Restrain, 마지막으로 나눔은 나누기가 아니라 곱하기라고 말하는 나눔Share가 가능한 사람이 된다면 꼭 부자가 될 것이고,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행복한 부자로 남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한 요소마다 동서고금을 망라해 부자들의 사례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들이 부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설명해주는데, 소개되는 인물이 다르고 그 사례들이 다를 뿐 그 내용은 여느 일반적인 부자서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다만 막연히 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단순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는 일조가 될 듯 하다. 
 
몇 해전 세이노Sayno라는 필명으로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이라는 책을 내어 당시부자학의 지평을 열면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맹점을 조목조목 들춰서 반박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실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100억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인지를 독자들이 읽기에 다소 독설적인 듯한 냉정한 필체로 밝혀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부자되기도 힘들지만, 제대로운 부자책 만나기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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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이다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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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이다2da 의 유치하고 발칙한 일기장을 훔쳐보다
 
3초마다 쏟아진다는 생각. 넉넉잡아 8시간의 잠자는 시간을 뺀다고 해도 57,600가지의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계산. 절반 잡아 아무 생각없이 지내는 시간을 뺀다 쳐도 28,800가지요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한다 쳐서 또 반을 나눠도 14,400가지다. 하루 종일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 사고와 생각을 정리해 일기를 쓴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안되는 소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연히 '일기日記'라는 단어가 있고, 호랑이가 아니어서 가죽도 남기지 못하기에 일기를 쓴다. 그것도 아주 가끔.
 
하루를 더듬고, 다듬어 책상앞에 앉으면 커피 한 잔은 옆에 있어야 할 것 같고, 글 잘 써지는 펜을 찾아내어 앉았다. 잔잔하게 음악도 깔리면 좋겠다. 분위기 잡고 나니 담배 생각. 이런 저런 시간을 보내니 또 30분이 흐른다. 태양같이 많은 생각을 손이라는 돋보기로 줌인을 해서 펜에다가 초점을 맞춰 글을 태우려니 그게 영 쉽질 않다. 생각이 너무 많아 정리하고 싶어 앉은 자리가 오히려 더 소란스러워진다. 오랜만에 잡은 펜끝은 알콜중독을 의심하리만치 떨리고, 맞춤법도 의심스럽다. 궁싯거리기를 수십 분 단 세 줄로 일억 개 단어의 하루일을 정리한다. 일기를 쓴다는게 시詩를 써버렸다. 그것도 글자수만 시를 닮았다. 할 말 진짜 많았는데...
 

 
여기 부러운 여성이 한 명있다. 이다2da.
일상에서 겪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토해놓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말 부러운 여성이다. 괴발개발, 삐뚤빼뚤, 엉망진창의 글씨에 종이도 뚫을 것 같은 굵은 머리카락 그리고 정리 안된 헤어스타일, 무엇보다 제대로 탄 피부색의 벗은 여자애의 그림이 한 장의 종이 위에서 종횡무진 난리를 친다.
어느 날은 드라마를 욕하고 하늘에 태클걸다가, 자신에게 울며 화내고, 달래며 웃는다. 구도도 없고, 수정도 없다. 처음 책을 접하면 드는 생각, 개판오분전開板五分前. 그 상태가 내 뇌와 닮았다.
 


 
 
다소 까칠한 듯, 소심한 듯 싸웠다는 소리보다 싸우고 싶었다고 말하고, 이겼다고 말하기 보다 이기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만가지 표정을 짓고, 황당무게한 짓을 서슴없이 치루며, 울다가 웃기를 반복한다.
낙서라고 보기에는 구상적이고, 그림이라고 보기엔 황망하다. 거침없는 말투와 행동들이 여과없이 쏟아지는 말그대로 '무삭제' 그 자체다. 자신의 유치한 모습과 소심한 생활, 궁핍한 생각을 마구 마구 퍼붓는다. 그녀를 지켜보는 사람을 의식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어 그녀의 표현력이 대담하고 발칙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뭘 바랄까... 터럭지까지 보이도록 모두 벗은 그녀가 아니던가.
 

 
하지만 유치하다 말 못하고, 야하다 폄하하지 못하는 건 마치 내 머리속을 들킨 듯 며칠 전 아니면 그 이전에 나도 했던 생각들이 옮겨져 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위안을 얻고, 공감하며 응원하게 된다. 그 증거가 7년째 운영하는 그녀의 홈피(http://www.2daplay.net)에 보내는 네티즌의 폭발적 반응이 아닐까.
 
그녀의 풍부한 표현력과 끝이 없어보이는 상상력이 부럽기만 하다. 프리다의 작품을 닮은 그녀의 그림과 소산물들이 아직 할 말이 한참 남았다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이다가 살아온 5년의 성장이 이 책에 담겼다면, 그녀의 말대로 37살, 47살, 57살의 이다도 여전히 유치하고 허접할 지 보고 싶다. 그 때 만날 땐 웃음이 많아지는 모습이 날들이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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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행복한 인생학교 - 멋진 인생 가꾸기 편
쭈오샤오메이 지음, 김진아 옮김, 정예은 그림 / 혜문서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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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당 훈장님이 챙겼을 법한 현대판 이야기책.
 
초등학교를 다니는 조카에게 보내는 선물로 준비한 책이다.  
중국의 교육전무가인 쪼오샤오메이가 쓴 시리즈물 중 하나로, 엄마 아빠가 행복한 인생학교의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에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가르치고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인데,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져서 마음에 들었다.
 

 
선부론으로 시발된 급격한 '자본주의의 수입'으로 곳곳에서 부작용이 벌어지는 중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중국 특유의 산아제한정책과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의 여파로 생겨난 도시에서 과보호를 받고 자란 외동아이, 이른바 '소황제帝'들이 성장한 이후의 중국의 미래이다.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차원이 틀릴 만큼 심각한 소황제 문제와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부각된 황금만능주의 무엇보다 공산주의 이후 '정신적 지주가 되는 사상의 부재'로 인해 혼란스러운 중국은 지금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정부가 나서서 국영방송에 대학의 인기강사나 학자들을 모시고 중국전통사상을 공부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적극 홍보하고, '사상관련 도서'를 쏟아내면서 중국국민의 윤리관을 심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시류에 맞춰 발간된 것으로 간주된다. 좋은 성품과 마음의 힘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내용으로 사랑, 나눔, 우정, 신념, 긍정적인 변화 등을 꼽고 있는데, 이 책 [멋진 인생 가꾸기]에는 인품, 신념,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문자인 한자漢字가 제 스스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처럼, 중국사상의 바탕이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던 것 만큼 아이들을 위한 책인데도 읽고 있는 어른인 내가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을 보면 중국의 '가르침을 위한 스토리텔링'은 어느 나라보다 뒤지지 않고 재미있으며 교훈적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그것을 알려주었다. 인품, 신념, 긍정적인 변화라는 주제에 대해 아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도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준다. 
 



책의 구성은 [삶을 고귀하게 만드는 인품], [굳은 신념으로 변화시킨 인생], [인생을 새롭게-삶을 멋있게] 이렇게 크게 세 개의 마음의 힘으로 나누고 각 범주마다 소중한 동서고금의 이야기를 적고 이야기의 끝에는 선생으로서의 부모가 아이들에게 당부해야 할을 따로 준비해서 엮었다. 옛날 서당에서 훈장님이 도령들에게 수업의 막간에 들려주는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듯 했다.
 

 
이 책을 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스스로 선생이 되는 것이다. 먼저 부모가 이야기를 소화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한 후에 그 이야기가 남겨주는 교훈을 들려주고 그에 대한 느낌을 서로가 교감할 수 있다면 이 책이 만들어진 제 값을 모두 한 것이라 보겠다. 이야기과 교훈이 아이들의 뇌리에 얼마나 남겨질까 우려하기 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한 주제를 놓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 계신 형님과 형수님께도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선물중에 가장 속 깊은 선물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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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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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세계에 살게 된 어른공룡 '둘리'의 슬픈 이야기
 
아마도 830422-1185600 이라는 주민번호가 나오면서부터 인가보다.
까까머리에 중학생인 내가 매주 만나기를 기다릴 만큼 좋아했듯이, 소년소녀들의 영원한 친구인 줄 알았던 '아기공룡 둘리'가 구설수에 오른 건 2003년 4월 19일 오후 2시 30분 부천시민이 보는 가운데 아기공룡 ‘둘리’에게 부천시 명예시민증 전달식 및 명예시민증이 전달 된 후부터인가보다. 상상속의 동물이 의인화되어 '둘리'라는 이름을 갖더니 급기야는 어른취급을 해버렸다.  
 
 



 
자유롭게 살던 인간들이 저들이 만들어낸 시간에 얽매여 그 속에 구속을 받더니 그마저도 성이 차질 않는지 영원히 '아기공룡'으로 상상속에 그림속에 있어야 할 '친구'를 세상밖으로 꺼내어 놓아서는 달랑 '주민등록증'을 줘버린 것이다. "넌 이제부터 어른이야. 이제부터 알아서 살 길 찾아라." 말하듯.
 


 
어디 그뿐인가? 주민등록증의 프린트도 채 마르기도 전에 사람들은 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성인용싸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외쳤다. "이 주민등록증 위조다!! 감히 둘리에게 가짜 주민등록증을 주다니..." 정작 주인은 아무 말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 후 4년 후에는 '도봉구민 둘리' 호적 등본 떼 주세요!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으니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내 기억속에서는 바이올린 타고 우주별까지 여행해야 할 '둘리'를 주민등록증을 주면서 세상이라는 중력에 끌려 이 땅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는 인간들의 짓(?)이 여간 마득치 않았다. '둘리'에게 있어 창조주와도 같은 만화가 '김수정'씨도 부천시장과 함께 둘리에게 주민등록증 줄 때까지는 상상하지 못한 일은 단 열흘 후에 벌어졌다.
 





한창 젊고 실력있는 신인들을 '인디존'이라는 코너를 통해 발굴하던 격주간 만화잡지 '영점프'의 2003년 5월 1일자 단편만화에서 '둘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어른의 하루는 아이들의 수천일에 맞먹는가보다. 나이를 훌쩍 먹어서는 우리의 중년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그려진 둘리의 모습을 보고 원작자 김수정은 "숨이 턱 막혀왔고, 현기증이 일어났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둘리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
 '아기공룡 둘리'가 아닌 '공룡 둘리'를 다시 생각하고는 자신의 둘리를 망쳐놓은 신인 만화가 최규석에 대해 '이제 막 만화를 시작하는 최규석씨는 그 상상력과 그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만화가라는 호칭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다음에 또 누군가가 둘리를 그리겠다고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절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측컨대 만화의 소재를 찾던 어느 신인 만화가가 '둘리의 주민등록증'을 보고 아이디어를 찾았고, 둘리의 하느님 '김수정'에게 '공룡둘리'를 소재로 단편만화를 그려도 되는가를 물었고, 하느님은 심드렁히 허락을 했을 것이다. 자신도 이지경(?)이 될 지는 상상하지 못했을 터, 그래서 그의 상상력과 용기를 칭찬했으리라. 김수정은 생활에 찌들어 폭싹 늙고, 변해버린 둘리와 주변인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누군가가 또 둘리를 그리겠다고 하면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인간말종'은 아마도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시다 잠깐 조는 사이에 만들어진 변종이다]는 우스개소리처럼 매주마다 자신의 손에 의해 세상과 만났던 둘리를 깊은 생각없이 다른 사람의 손에 잠시 맡긴 순간 이젠 더 이상 '아기공룡 둘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아니 처음에 말한대로 그의 실수는 둘리에게 주민등록증을 줘버림으로써 '아기'의 이름을 떼어버린 순간부터인지 모른다. 그 여파은 너무나도 막강해서 '아기공룡 둘리'를 생각할라치면 첫 그림은 빌딩숲 속에 작업화와 모자, 그리고 소주병을 들고 구부정한 허리로 세상을 원망하는 듯 쳐다보는 둘리의 모습이 떠오르고 '호이 호잇~'하며 천방지축 뒤흔들며 매주 나를 웃게 했던 아기공룡의 모습은 그 뒤를 따르는 더 먼 기억이 되어버렸다. 김수정의 한마디 승락은 둘리를 지켜보며 함께 자라온 어른들에게서 '아기공룡 둘리'를 빼앗아 버렸다. 한낱 독자가 이럴진대, 원작자는 얼마나 원통하고 후회를 했을까. 안봐도 PMP다.
 
 



 
[공룡 둘리]가 다른 단편들과 함께 모여 책으로 만들어졌다. 제목 한 번 멋들어지다.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가 그것이다. 쌈마니 희동이, 사고를 친 희동이 때문에 도우너를 외계인으로 팔아버리는 철수, 동물원 타조우리에 갇혀서 몸을 파는 또치와 어린 시절 그 복장 그대로 밤무대를 뛰는 것 같은 마이콜, 늙은 고길동의 집을 사기친 도우너, 그리고 순간 어른이 되어버려 마땅한 직업이 없었던지 '일용직 잡부'로 변한 공룡 둘리의 모습은 우리 현실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닮아 있다. 만화속에서 '호이~호잇~' 주문과 함께 능력을 부리던 둘리의 손가락은 산업재해로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아직 마음은 그대로라 해부의 위기에 빠진 도우너를 구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지만, 따끔한 또치의 충고만 듣고 등을 돌리고 만다.
 

 
 
"거긴 살만 한가요? 여긴...만만치가 않네요.
 
아저씨, 저 조금만 누웠다 갈께요. 아저씨, 눈이 오네요.
 
다시 빙하기가 오려나 봐요."
 
아무런 손쓸 방법이 없자, 고길동의 묘에 찾아서 소주를 마시고 빙하기를 맞는 공룡 둘리의 말과 모습에서 많이 겪어봤던 나의 모습이 들어 있는 듯 했다. 냉정하리만치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놀라운 필체로 그려낸 단편 [공룡둘리]을 그린 만화가 최규석에 대해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지만, 대단한 작가의 발견에 대한 기쁨보다는 상상속의 친구를 잃어버린 슬픔때문에 입을 다물게 된다. 한 날에 대단한 작가는 태어났지만, 절친한 친구는 죽어버린 듯한 기분... 씁쓸했다. 나에게 둘리는 죽었다.
 
 

 
 
최규석의 날카로운 시선은 다른 단편들 곳곳에서 나타난다.
"삶은 죽여서 먹음으로써 남을 죽이고, 자신을 달처럼 거듭나게 함으로써 살아지는 것"이라고 말한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말처럼, 살기 위해 살아있는 것을 죽여 먹는 것이 밥이라면, 삶은 하루하루 죽음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지루할 수 없고, 빚지지 않은 것이 없고, 치열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세월이 젊음에게]에서 말한 구본형씨의 말처럼 끔찍한 삶의 먹이사슬과 지긋지긋한 밥벌이의 고통을 '배달시킨 치킨 한마리'로 잘 표현했다[사랑의 단백질].
특히 '배가 너무 곱파서 생명을 잇기가 힘이 드러 구걸을 함미다' 맞춤법도 틀리는 입간판을 내걸고 구걸하는 붉은 돼지저금통의 해학은 기발한 작가의 상상력과 관찰력을 충분히 입증시킨다. 이 또한 전국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하는 대구의 [금산삼계탕]사장이 삼계탕으로 변신해 소비자의 입으로 들어간 닭들을 추모하기 위해 위령제를 지냈다는 몇 년 전의 기사를 생각나게 했다.
 




이 밖에도 사회적 약자 위에서 군림하는 전형적인 강자들의 처세를 꼬집는 단편 [콜라맨], 끝이 없는 권력, 지배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 허실을 이야기한 [리바이어던], 현실에 있어 무엇이 옳고 그린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고단한 삶을 그린 [선택]등 에서도 현실속 우리의 어두운 그림자를 잘 찾아 그려내고 있다. 사회고발적 스토리텔링을 겸비한 멋들어진 화력畵力은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하게 만든다.
 
책표지의 [공룡둘리]는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님 누명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아무도 찾지 못할 어딘가에 꼭꼭 숨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작자 김수정이 '절대 불허'한다고 이야기한 만큼 더이상 볼 수 없으리라. 저자 최규석도 더이상 공룡둘리를 그리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단백질]에서 치킨이 된 닭돌이을 보고 괴로워했던 '붉은 티셔츠의 청년'의 마음일테니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세상에 내려온 그가 안쓰러운지 모른다. 그래서 더 마음이 씁쓸한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상상이 현실에 대비될 때 그 아득함이 이렇게 깊은 줄은 몰랐다. 때론 상상속에 그대로 남겨둬야 할 것들도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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