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으로 간 사이코패스
폴 바비악, 로버트 D. 헤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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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직장상사나 동료들로 고민하고 있거든, 조용히 이 책을 펼쳐라!
혹시 그도 사이코패스일지 모른다!
 
  사람이 모이면 그런 사람 꼭 있다, 군계일학鶴 같은 사람.
무리속에 있어도 그는 항상 돋보인다. 수려한 외모와 제몸에 정확히 어울리는 의상도 돋보이지만, 실력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윗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그에게 견줄 수 없는 치명적인 장점이다. 혹자들은 소위 '스타성'강한 그들과 눈만 마주쳐도 두드러기가 나는 듯 아예 근처에도 가기 싫어할 만큼 의식적으로 상대하지 않으려하는 이들도 있다. '상대적인 박탈감'에 휩싸이기 싫다나? 하지만 다수들은 잘 나가는 그와 친해지려 한다. 그의 장점들을 가까이서 목격하고 그를 닮고자 하는 것이 주된 이유일테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서다. 어쩌면 높은 자리에 오를 지도 모르는 그 사람과 친해질 수 있다면 '콩을 만질 확률이 높은 사람과 어울려 콩고물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지상정情'일 것이다. 문제는 겉모습만 학같은 사람들이 이렇듯 당연한 사람의 마음을 간파하고 그것을 이용하는데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호감을 유도하고, 그 호감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들을 사용하고, 그 가치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폐기처분'하는 치 들, 바로 싸이코패스Psychopath 가 그들이다. 드라마나 영화속 스릴러 물의 결정적인 악역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던 이들은 스크린 속에 있는 것만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삶의 터전 직장에 있고, 그들은 지금도 나의 목을 서서히 죄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하는데, 바로 지금 소개하는 책 [직장으로 간 싸이코패스]이 그들을 낱낱이 해부한다. 원제는 Snake In Suits다. 이 책은 사이코패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폴 바비악과 로버트 D. 헤어 두 사람의 풍부한 연구살계와 과학적 접근을 통해 사이코패스가 어떻게 매력을 느끼며, 어떤 식으로 채용과정을 거치고 또 기업과 조직 속에서 구체적으로 행동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거짓말, 교묘한 조종, 속임수, 자기중심주의, 냉정함, 그밖의 잠재적 파괴성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인격장애를 정신병리학적 측면으로 부르는 이름, 사이코패스Psychopath 는 거짓말과 변명에 능하고 충동적이며 불안정하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피해 망상이 짙게 깔려있고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은 사회의 피해자라는 둥) 합리적이지 않은 변명들을 내세워 합리화 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동장애와는 다른 점이 있다면(15세 이상의 반사회성 성격장애라 불리는 이들에게) 이들은 어른이며 사리 분별이 가능하고 자신이 저지르는 일들이 나쁜 일이고 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모두 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본적인 양심을 가지고 있지만, 선악의 기준을 전체 사회가 아닌 자기가 속한 특정한 집단의 기준과 기대치에 따라 결정하는 소시오패시 Sociopathy 나 그 밖의 성격장애를 가진 이들은 일반인과 구분이 가능한 정도여서 취직면접시 일차적으로 걸러질 수 있는데, 양심이란 게 없으며 기본적으로 동정심이나 죄의식을 느낄 줄 모르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할 줄 아는 사이코패스 Psychopath 를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리분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람들이 폭력적인 행도을 할 때는 보통 감정이 격렬해지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감정의 변화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냉정함을 유지하는데, 이를 달리보면 다분히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듯한 태도로 비춰질 수 있어 사이코패스의 특징이 보통사람들에게는 뛰어난 장점으로 보일 수 있어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데 충분하다는 점이다.
 
그런 덕에 오히려 호감을 얻어가며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로 사회에 끼치는 사회적 경제적, 육체적, 심리적 손실은 실로 엄청나게 큰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사이코패스들이 '직장'이라는 조직에 들어갔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밝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함에 있다고 이 책은 전한다 
 
사이코패스들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적인 카멜레온'이라고 별명을 붙일만큼 그들은 자기 정체와 의도를 상당 기간 동안 가면을 쓰고 자신을 숨긴 채 장차 먹이로 삼을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거의 완벽에 가깝게 행동한다. 이들에게는 '기술'이라고 칭할 만큼 뛰어난 능력이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이 자기에게 얼마나 많은 이용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 '화려한 말솜씨' , '뛰어난 감정과 인상의 조작능력'을 지녔다.
 
하나의 목적을 가진 경제집단인 회사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이런 저런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사이코패스 하나 들어온다고 해도 내게 큰 지장만 없다면 상관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용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지지기반을 확보한 후 적으로 삼은 이들에게 이간질을 시키고, 거짓정보등을 흘려 이들을 제거한 후 어느 궤도에 이른 후에는 경영진과 동료들을 속이고 조종하여 그 그물망이 기업 전체 권력 조직을 아우를 정도로 확장되어 모든 핵심인물들이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사태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하며 나또한 언제든 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경고하며 그런 사례들은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한다. 
 
이들이 비즈니스 사회에서 일으키는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 것은 기업의 대내외적 상황이 급면하고, 실적위주의 인사평가와 인적관리를 중요시하는 현재의 '혼란한 기업환경'이 '인간성보다는 능력우선'의 인재를 찾는데에서 비롯된다고 이 책은 지적한다. 즉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을 경쟁 회사가 알지 못하게 한다거나, 인수 합병 협상등 재정 상태의 세밀한 부분을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하는 등 비밀과 보안이 중요시 되는 최근의 기업환경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인재인 척하고 등용된 이들 사이코패스들이 자신의 이력과 실력을 검증되는 기회가 줄어들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사이코패스에게 피해를 당한 일반 피해자들은 일정한 양상을 띠는데,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경계심이 줄어들고(유혹), 자기와 인간관계를 맺기에 완벽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게 된다(유대감). 그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이 사람이 바라고 요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제공하지만(공모), 그르쳐진 일에 대해 진싱르 알지 못한 채 그 사람이 잘못된 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게 된다(의심과 부정). 그 사람이 제공하는 편의를 받아들이고(동참), 결국 그에게 속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깨달음), 너무나 당혹스러워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거나 도움도 청하지 못한 상황이 된다(수치심), 그래서 그에 대해 복수를 원하게 되고 여태껏 입은 피해를 복구하고자 한다(분노의 복수심)고 말한다. 글을 읽어가면서 내가 조직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상사와의 불협화음들이 떠올랐다. 충분히 그랬던 적도 있었고, 구분하기 힘든 일들오 있었다. 그리고 혹 지금의 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그런 경험과 생각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에게 '사이코패스'로 불리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사이코패스의 접근을 예방하는 방법, 그리고 '[사이코패스적인 직장 상사]와 [사이코패스적인 동료]에 대처하는 법' 등이 소개되었는데, 결론을 말하면 우선 그 누구에게든 '사이코패스'라는 딱지를 붙이지 말라는 것이다. 설령 그가 분명하다 하더라도 동료들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 사실이 알려지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원만한 사내관계이다. 대결이나 갈등상황을 만들지 말고, 불평분자로 낙인찍혀 사이코패스들의 눈에 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의 전형적인 성격을 우선 파악해야 그런 동료나 상사를 만난다 하더라도 그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책은 전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들에게서 벌어지는 행태들 속에서 직장내에서 내가 품었던 생각이나 행했던 행동들이 보여져서 '혹시 내가 사이코패스는 아닌가?'하는 우려를 곳곳에서 하게 되었다. 게다가 책 속에서 펼쳐지는 사이코패스들의 행태 사례들을 보면서 직장상사와 동료, 그리고 후배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심리학자들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사이코패스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는 문제고,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자니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말이 틀림이 없다. 조직의 목표를 위해 정진해도 모자를 판에 동료와 직장상사때문에 몸까지 사려야 하는 직장인의 고단함이란 결국 '밥벌이의 지겨움'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나하는 푸념으로 마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에서 말한 것처럼 사이코패스의 전형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언제 만날지 모르는 그들을 알아보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었지 않았을까 싶다. 전혀 몰랐던 것을 배운 느낌은 항상 밥을 먹은 듯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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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일기 - 최인호 선답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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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순 넘긴 청년의 자연과 성현을 통해 느낀 삶, 그리고 인생!
 
 
"에이, 이 꼴 저꼴 보지 말고 머리깎고 산에나 들어갈까봐."
세상사에 실망하고 화류항花柳港의 도시에 지친 이들의 푸념에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중 하나다. 제 못난 탓은 안하고 애꿎은 산을 찾고 삭발운운하는가 하고 산을 즐기는 이들이나, 불가佛家에 적을 둔 이들은 나무날지 모르지만 제모습이 그런 탓에 어쩔 수 없다. 시름시름 앓는 이가 제모습 되찾으려 맑은 공기와 풍광을 쫓아 산을 오르듯 사람은 괴로우면 산을 찾는다. 자연으로 대변되는 산은 인간의 고향이요, 어머니 품이다. 문명이 발전하고, 고도화될수록 산을 찾는 이들이 늘어가는 모습은 자못 아이러니컬 하지만, 차마 그곳마저 없어진다면 매마른 인간성은 어디서 찾을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산을 찾는 건 아닌지. 주변에 산이 많아 한국사람은 정이 많은 지도 모른다는 어느 외국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사람이 마음속 응어리와 바라는 염원을 안고 산을 찾고 게서 휴식을 한다. 꼬일대로 꼬인 번민이 하루사이 풀어질까. 그 나날이 많은 이들을 위해 절이 생겼고, 그곳에 스님이 계신다. 현대인의 마지막 도피처가 산이고, 절에 있는 스님이 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어머니 품속같은 자연 속에 살고 있는 그들이 한없이 부러워서 일게다. 그럴거다. 
 

 
 
한국문단에 큰 획을 긋고 있는 작가 최인호의 새로운 글을 만났다. 자연 속에서 60 평생을 되돌려 크게 일상, 욕망, 해탈 이렇게 세가지에 대하여 말한다. [산중일기], 그의 선답에세이다.
 
 

 

 
 
최고가는 소설가답게 범인凡人도 읽기 쉽게 소설쓰듯 독백하듯 말하고 있어 읽기에 거북하지 않다. 수려한 글에 걸맞게 자연을 담은 화면들이 그득 그득 글들과 어우러졌다. 가족을 말하고, 청춘을 고백하고, 역사를 논하고, 미래를 밝히던 열정적인 그가 이젠 조용히 시선을 자신에게 옮겼다. 그 배경도 다름아닌 산속으로 잡았다. 살아온 날을 뒤돌아보는 그의 시선을 훔쳐보건데, 모습에 비해 유난히 허옇던 머리카락이 그저 유전의 탓은 아닌가보다. 글을 통해 예순 해를 넘긴 세월의 흔적을 가진 그를 만나게 된다.
 
 

 
 
'낯익은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할 때 낯익혔다고 해도 아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로 시험을 보면 틀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부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라며 큰 아들의 입을 빌어 공부방법과 기억의 기술을 이야기하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더 가까워진다. 참사랑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고, 참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한다' 고 말하며 진실한 사랑과 우정을 이야기한다.
 
 

 

 
 
그는 또 '서로 모르는 타인끼리 만나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과 더불어 온전한 인격 속에서 한 점의 거짓도 없이 서로서로의 약속을 신성하게 받아들이고, 손과 발이 닳을 때까지 노동으로 밥을 빌어먹으면서 서로를 사랑하고고 아끼면서 살다가, 마치 하나의 낡은 의복이 불에 타 사라지듯이 감사하는 생활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그들은 이미 가족이 아니라 하나의 성인聖人이고, 그렇게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이야말로 하나의 엄격한 수도원인 셈' 이라며 가족과 가정의 의미을 되새겨준다. 가장 완벽한 인간이며 인격체는 어린이들인데, 완벽한 이들이 자라면서 탐욕으로 인해 추악한 어른으로, 괴물같은 마음으로 변한다며 인간의 불행은 완전한 아이에서 불완전한 어른으로 뒷걸음치는데 있다고 꼬집기도 한다.
 
 

 

 
 
자비에 대해서는 '남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은 받은 사람으로부터 되갚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복덕福德을 지은 것이다. 남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셈이므로 남에게 베푼 자비는 베푼 순간 잊어버려야 한다. 심지어 부모들도 자기 아이를 키운 은혜를 잊어야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집착은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남에게 베푼 보시에 집착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에게 입은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라 가르쳐준다.  
 
 

 

 
 
저자 최인호는 심청이가 아침저녁 수발을 들고 어가는데도, 고양미 300석을 따로 구하고 있는 심봉사처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얼굴을 진정 보지 못하고 눈 뜬 장님처럼 살아가는 건 아닐까하고 소중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생에 대해서는 차를 한 잔 마시는 일에 불과한 것 같이, 하늘의 아이가 지상의 골목에 잠시 놀러 내려와 동무 만나 놀고, 예쁜 각시 만나서 살림 차리고 애를 낳다가 어떤 놈은 질경이풀 좀더 먹고 부자라 거들먹거리고, 어떤 녀석은 힘좀 세다고 코피 터뜨리다가 먼저 집으로 들어가고, 나중들어가고 밤이면 모두 들어간다고 한다. 하느님이 부르시니까. "얘들아, 그만 놀고 들어오너라. 내일 또 만나서 놀던지" 하시니까...
 
 

 

 
 
부처를 찾는 당나라 때 사람 양보에게 어느 노인은 "지금 곧바로 집으로 가면 이불을 두르고 신발도 거꾸로 신은 채 뛰어나와서 맞는 사람이 있는데, 그분이 바로 부처님이다"고 말씀하신다. 이 말을 들은 양보가 집으로 돌아가니 노인의 말처럼 옷도 입지 못하고 그대로 이불을 두른 채 신발도 신지 못한 맨발로 달려나오는 부처를 만나게 되는데, 그 부처가 바로 어머니더란다. 이에 크게 깨달은 양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부처님은 집 안에 있다[佛在家中]."
늘 그렇듯이, 최인호를 놓고는 [어머니]를 떼어 놓을 수가 없다. 그는 일찍이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라는 책을 펴, 얼마전 영화로도 우리에게 소개했듯 그에게 어머니, 아니 엄마는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이름, 그는 천성 마마보이다. 어머니를 이야기할 때는 항상 아이같은 그가 그래서 더욱 좋다.
 
 



그는 그렇게 산속에서 우리의 삶에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고 이야기 했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무엇이 소중한지 그 소중한 것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말했다. 그리스도의 말씀과 부처님의 말씀을, 그리고 성현들의 가르침과 자연의 가르침을 빌어 자신의 두 입으로, 글로 말한다.
 
 

 
 
편한 듯 쉬운 말 속에 담긴 가르침 하나 하나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한 컷 한 컷 작품같은 그림속 풍경에 감동은 곱이 된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노라면 뇌까지 시원한 산바람이 일고, 세상사를 잊게끔 나뭇잎 소리가 쳐대고, 풀내음이 나고, 향내가 진동한다. 공교롭게 석가탄신일 신새벽에 산사에서 읽게 되어 그 감흥은 더 한 듯, 그분이 직접 내 귀에 말하시는 듯 예서 마냥 머물고 싶었다. 고즈넉한 산마루 어디메서 읽으면 정말 좋을 책이 계절에 맞게 나왔다.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한 너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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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 사용법
천운영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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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혼자보다는 괴로운 둘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녀를 처음 만났다. 네 번째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하는데 봤음직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하진 못했다. 무관심. 소설에 관심을 두지 않은 터라 굳이 미안할 마음을 둘 것도 없지만, 후회가 되는 것은 솔직한 마음이다. 일찍 만날 수 있었으리라.
 
그녀는 우울하다. 팀 버튼 영화의 푸르죽죽한 어두운 배경을 연상케 하고, 축축하거나 먼지마저 부서질 듯 건조한 공기 숨쉬는 것들은 뭔가 아는 듯한 조소어린 미소만 엿보인다. 책장을 넘기면서도 차마 눈을 감고 싶은 기분. 그랬다. 그녀는 없음이다. 있음을 말하기 보다는 있기를 원하기 보다는 밀가루 가득 담은 듯 텁텁한 입으로 없다고 말한다. 보일듯 보이지 않는 냉담한 미소는 여전하다. 기분나쁘지만 변화를 기대하고 페이지를 들추게 된다. 그러길 바라지만, 어림없다. 그녀는 장롱이다. 그녀에게 아직은 갈 수 없는 무덤이고, 엄마품같이 쉴 집이고, 막연한 두려움이고, 유일한 자신의 공간이다. 항상 그녀 곁에 두기에, 아니 항상 그것을 의식하기에 오늘을 보낼 수 있는 듯 하다. 내가 그런 것처럼.
 
...그래서 그는 그 몸을 더욱더 적대시하고 부정하고 음해하려 애를 썼다. 결국 그에게 남은 감정은 깊은 죄의식이었다. 파괴하고 싶은. 그러나 보존되어야 할 순수한 육체,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길하고 위태로운 이 낯선 육체. 그는 미간을 좁히며 머리를 감싸쥔다.  패배한 이 늙은 영혼아.  ( 소년J의 말끔한 허벅지, p 16)
 
그는 빈 스튜디오에 혼자 남는다. 그는 버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허전하고 불안하다. 무엇이 그를 허전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사라진 듯한 느낌. 폭풍 전야의 이 무서운 정적 (p 17)
 
사연을 차지로 두고 내가 택해 함께 사는 아내에 대한 애증은 굴복과 방치로 표현되고, 차마 먼저 버리지 못하고 처분을 바라는 방관자적인 사진사의 시선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는 단지 혼자이기가 싫은 것이다. 사진사와 아내와의 관계는 소설가 이상의 [날개]속 둘과 닮았다. 나와 아내는 원래 가장 가까운 사회적 관계에 있다. 그 아내와 합치될 수 없는 나의 위상은 곧바로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격한 몸싸움으로 스킨십을 대신하게 된 소년(사회)과의 새로운 만남은 아내의 간섭으로 불안하게 한다. "아저씨 꼭 거머리 같았어요. 아니 낙지요. 머리는 빡빡 밀어갖고 그냥 들이미는데, 떼어낼 수가 있어야죠." 실은 그에게 있어 아내는 거머리였고, 낙지가 아니었을까. 양분을 모두 빨려 푸석한 몸뚱이가 되어버린 채 버려지려 할 때 그는 소년을 만났고, 그는 안도와 편안한 휴식을 느끼게 되었다. 아내와 소년의 밀애를 의심함에 그가 흥분한 것은 아내의 불륜에 대한 분노보다는 소년에게 들러붙으려하는 거머리에 대한 증오가 아니었을까? 아니다. 이젠 자신이 소년에게 들러붙고 싶은 혼자이기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푸석푸석한 거머리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또 외로운 혼자보다는 괴로운 둘을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머지의 단편속에서도 그녀는 '욕망에 얼룩진 관계속의 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 그 속'에서 허우적대는 자신을 들여다보기를 남이 보듯 깊이 그리고 꼼꼼히 관찰했다. 그녀에게 사랑의 이름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세 시간 전만해도 난 생각이 많았다. 어제 했던 일들의 자잘못을 고민하고, 곧 있을 시간 그리고 내일이라는 시간에 닥칠 일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으로 정신이 복잡했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멍~하고, 우울하고 침울하다. 한 권의 소설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추어서...그 속에 내모습이 보였고, 내가 그것을 봐서 였다. 화가 난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더 잘 아는 듯한 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이 화난다. 내팽겨치고 싶지만, 손과 눈은 자꾸만 그녀를 쫓는다. '끊을 수 없는 기분나쁜 중독의 느낌'. 오늘 그런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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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생각의 탄생 - 위대한 천재들과 떠나는 신나는 생각 여행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원작, 서영경 그림, 김재헌 글 / 에코의서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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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난 이 책을 추천하겠다!
 
 
어느 초등학교 새내기의 교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숫자를 더하는 덧셈을 처음 가르치는 시간이었다.
" 학생 여러분, 2 더하기 3 은 5에요. 그리고 쓰기는 2+3=5 이렇게 쓰는 거에요."
그러자 학생이 다소 당황한 듯 긴장된 목소리로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이 왜 거짓말을 하세요?
우리 보습학원 선생님은 1 더하기 4가 5라고 그랬단 말이에요." 하더란다.
 
허허~ 웃어버리기엔 뒤에 여운이 남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보호와 교육이라는 다소 애매한 정의에 의해 누군가에게 키워지고, 배움을 받는다.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래서 더 나은 교육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부모는 스스로 가르침에 대한 두려움과 도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차라리 위탁을 선택하고 그 사례를 위해 일을 한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2005년 10월에 만 7세의 나이로 인하대학교 자연과학계열에 합격해 ‘천재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송유근의 어린시절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때문에 할머니의 손에 자라게 되었는데, 할머니는 송군을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때로는 멍하니 하늘을 몇 시간을 바라보거나, 땅바닥에 쭈그려 앉아 개미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곤 했다고 한다. 어린 송군은 그 시절, 누구의 도움으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자신의 눈과 머리로 관찰하고, 나름의 생각을 하며 스스로 공부했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의 생각과 표현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항상 지켜봤다고 한다. 송군의 자유방임적 교육이 천재가 되는 길인가 하는 점에는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게 스스로 공부하고,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가하는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조카들만 하더라도 만 세살이 넘어 유아원을 들어갔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알았고, 시키는대로 했다. 함께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함께 똑같은 노래를 불렀으며, 함께 같은 음식을 먹었고, 함께 같은 시간에 낮잠을 잤다. 아이들을 돌보는 누군가의 통제를 잘 따르는 아이는 '말 잘 듣는 우수한 학생'이라 칭찬하고, 지시에 토를 달거나, 질문이 많거나, 돌출행동을 하는 아이는 '문제학생'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서너 살 때에는 오늘 유아원에서 뭐했어 하면 아무말도 안하고 두손 번쩍들고 벌서는 흉내만 내던 조카는 다섯 살을 넘어서는 말 잘 듣는 우등학생 소리를 듣는다.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줘야 하는지 난 모르겠다. 얼마전 가수 신해철이 자신의 자녀의 진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 0교시 수업을 듣고 졸게 하면서, 졸았다고 또 혼내는 현재 교육제도는 미친 짓"이라며 "내 아이를 이런 가축 축사같은 학교에 보낼 수 없다. 아이는 자유인으로 살길 바란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름아닌 본인 스스로가 우등생으로 고등교육을 마쳤고, 일류대학교를 졸업한 소위 말하는 '수재'라는 점에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이들이 A라는 과목으로 학원을 다니기 때문에 나도 다녀야 하고, Z라는 예체능 학원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또 그것을 듣는다.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어느 한 생각에 몰두하거나, 멍하니 있는 아이에게 공부 안하고 멍청하게 뭘 하고 있냐고 닥달한 적은 없는지 스스로 물어보게 된다. 공부와 생각, 그리고 배움과 깨달음을 생각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 게다가 이 책은 10대 청소년을 위한 책 속에서 말이다.
 
 


 
 
이 책은 로버트 르트번스타인과 아내인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공동으로 집필한 책 [생각의 탄생]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주요 언론사들로 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수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자,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생각이 태어나는 과정을 순서대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찾기, 패턴 만들기, 유추 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치듯 다정다감한 어투로 천재들의 생각을 컬러풀한 그림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샌각의 탄생에 대해 인간의 생물학적 탄생은 모두 같지만, 생각이 태어나는 순간은 서로 달라서 뜻을 가지고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따라 그 생각이 거듭 태어날 수도,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창의성이라는 이름의 생각은 그냥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잘 생각해야 하는데, 바로 [잘 생각하는 법]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교육이라고 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을 가감없이 집어넣는 배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생긴 의문이나 질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깨달음이 모여야 진짜 생각이 되고, 그것이 남과는 다른 독특한 창의력이 될 수 있음을 천재들의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생각의 개념에 대한 지식적 충격이 너무 커서 이 책이 과연 '청소년을 위한 책'이 맞는가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그리고 우리 작가에 의해 재구성된 책이 이토록 놀랍다면 원작 [생각의 탄생]은 어떤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주위에서도 적극 권장해 지난 3월 구입했지만 그 부피와 두께의 압박에 눌려 아직 펴보지도 못했던 터라 바로 읽어야 할 책 0순위에 올려 놓았다. 최근들어 조카들에게 선물을 준다는 구실로 그들의 책을 펴보는데, 절대로 수준을 논할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의 지적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한편으로는 학원수업과 학교수업, 그리고 과외활동등으로 과연 아이들이 이 책을 읽을 시간이나 뺄 수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조카에게 선물했을 때 성적에 도움도 안되는 책 때문에 오히려 짐이 하나 늘었다고 괜한 푸념말이다. 더불어 무엇이 진정 올바른 교육인지 도통 헛갈린다. 이제야 생각하는 법을 조금 알게 된 나를 보면 지금껏 배운 나의 고등교육은 그다지 제대롭진 않은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책은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해줘야 할 좋은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올해의 책을 뽑는다면 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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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2008-05-1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이민생활의 바뿜속에서 욕심만 많아 이 원작을 사놓고도 읽지 못했는데 정말 저도 당장 읽어봐야겠군요... 글구 저희 애들을 위해서도 쥬니어용도 하나 따로 사야겠군요..
사실 애들이 미국에서 태어났고 교육 받고 있으니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요...
그래도 한글을 어려서 부터 꾸준히 조금씩 가르쳐왔으니 우선은 그림부터라도 친근감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한뒤 조금씩 읽히며 같이 생각하는 시간들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군요..
정말 좋은 책 리뷰 넘 오밀 조밀 잘해주셔서 흐뭇하게 잘보고 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많이 얻어 갑니다....
 
부자들의 상상력 - 부는 창의적인 것이다
장순욱 지음 / 살림Biz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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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터Dantor(s)로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먼저 되자.
 
"갑부甲富는 하늘이 점지한 인물에게 내려진다. 
범인凡人이 부자가 되려한다면 을부乙富 나 병부丙富정도가 그 한계다." 라는 말이 있다.
갑부, 을부, 병부의 구분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앞서 그 만큼 큰부자는 되기가 어렵다는 뜻임을 숙지해야 할 말씀이겠다. 엄청난 부를 이룩한 사람들의 이력을 살펴 보노라면 소위 '대박'을 만나는 순간을 얻게 되고, 그것을 꾸준히 지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더 큰 대박을 향한 도약의 계기로 삼는 모습들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모든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지만, 좀처럼 되기 어려운 부자.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부자에 관련된 책이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그들이 부자가 되기까지 노력한 과정이 '소설'못지 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해서 재미있고, 부자들을 추적해서 따라가다 보면 내게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의 순간을 체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때문이다.
 
소위 [부자학]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 확인해야 할 사항은 '저자가 부자인가?'이다. 부자가 된 아무개가 자신이 부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러면서 어떤 공부를 했고, 어떤 기회와 위기를 맞이했으며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혀준다면 부자를 쫓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부자들이 쓴 자신의 자서전을 만나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생활배경과 사회적 환경이 동일한 내국인의 사례를 접하는 것이 수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하기가 쉬울텐데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추측컨대 우선 우리나라 부자에 대한 통계에도 있듯이 절반이상이 예전에 사놓은 부동산의 가격이 갑자기 뛰어 올라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이 많아 자신이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지 설명하자니 ' 사놓은 땅이 때를 잘 만나 된 것'이라는 한줄소감꺼리밖에 되지 않아서 일테다. 두 번째는 이미 먼저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쫓아 함께 투자를 한 사람들인데, 그들이 이룩한 부의 형성과정이 그리 깨끗하고 투명하지 않아서 밝히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서일테다.
 
그래서인지 시중에 출간된 우리나라 부자들의 이야기는 경제부 기자나 은행의 PB들이 취재대상과 고객으로 만나는 부자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해서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을 한데 묶어 책으로 낸 것들이 많다. 이 책 또한 신문기자을 했던 저자의 이력을 바탕으로 부자가 되는데 필요한 요건을 생각해본 책이다.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백만장자가 된다는 것 자체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백만달러의 부를 쌓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경영 철학자 짐 론의 말을 빌어, 부자가 되는 것은 '운이 좋거나, 잘 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꿈을 꾸고, 도전하고, 노력하며, 그것을 믿고, 긍정하고, 절제하는 원칙을 따르는 사람'이라면 부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것들을 풀어 '단터 DANTOR(S)'라고 말을 새로 만들었는데 즉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꿈꿀 수 있다는 꿈Dream, 남들은 피하는 일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한다는 도전Adventure,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근면Non-neglect, 완벽하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될 수 있다는 믿음Trust,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바꾸는 긍정Optimism, 참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는 절제Restrain, 마지막으로 나눔은 나누기가 아니라 곱하기라고 말하는 나눔Share가 가능한 사람이 된다면 꼭 부자가 될 것이고, 나눔을 실천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행복한 부자로 남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자가 되기 위한 요소마다 동서고금을 망라해 부자들의 사례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그들이 부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설명해주는데, 소개되는 인물이 다르고 그 사례들이 다를 뿐 그 내용은 여느 일반적인 부자서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다만 막연히 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단순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는 일조가 될 듯 하다. 
 
몇 해전 세이노Sayno라는 필명으로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이라는 책을 내어 당시부자학의 지평을 열면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었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맹점을 조목조목 들춰서 반박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실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만 해도 100억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사업가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부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인지를 독자들이 읽기에 다소 독설적인 듯한 냉정한 필체로 밝혀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을 다시 한 번 더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부자되기도 힘들지만, 제대로운 부자책 만나기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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