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 맛의 제국
노부 마츠히사 지음, 오정미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의 입맛을 사로잡는 일식요리의 현주소 !
 
얼마전 읽은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이 발단이었다. 21세기의 마케팅 트렌드가  '감성感性'이라면 고객의 눈과 입과 그리고 몸을 사로잡는 원초적인 감성의 대표상품은 '요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야말로 '감성 마케팅'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요리사와 동시에 음식점의 주인이 직접 요리까지 하는 경우에는 실내 디자인은 물론 재료구입에서 요리의 품질 유지, 새로운 요리의 개발, 인력관리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게 되므로 자신만의 작은 감성제국을 실현할 수 있다는 묘한 매력에 빠졌다. 그래서 그들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노부, 맛의 제국]이다.
 

 
 

이 책은 일본 도쿄의 한 초밥집에서 요리사를 시작한 저자가 우연한 기회에 일본을 떠나 페루, 아르헨티나, 알래스카 등에서 요리를 하다가 미국 비벌리힐스에 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해 현재 전 세계 12곳에 세계의 유명인사들이 모이는 최고의 명소 레스토랑 '노부'를 설립하게 된 요리사 노부유키 마츠히사의 이야기와 그의 요리세계가 담긴 책이다.
 
 

 
 

전에 읽은 책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를 쓴 저자 안효주가 자신의 일식레스토랑 '스시효孝'에서 펼치는 그의 요리가 '정통 일식'을 추구한다면, 이 책의 저자 노부유키 마츠히사(이하 노부)는 철저하게 세계인의 입맛에 맞춰 퓨전화 시킨 일식을 선보인다. 두 요리사 모두 우연히 요리를 시작하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안효주가 정통코스를 밟아 요리를 배웠다면, 노부는 정식으로 얼마 배우지는 못했지만 일식을 먹고 자라온 일본인이라는 점을 살려 외국에서 일본의 맛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는데 차이가 있다.  또한 안효주의 책은 자신의 자서전의 형식을 갖추면서 스시와 일식에 대한 참맛을 알리는데 주력했다면, 이 책은 자신의 이력은 짧게 소개가 된 반면, 노부에서 제공하는 퓨전일식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부분을 거의 80%를 차지할 만큼 많이 할애했다는데 주목되었다.


 
 
특히 그가 뉴욕에 마츠히사라는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헐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 니로]가 그의 요리에 반해 자신과 합자해서 새로운 레스토랑을 열자고 제의했을 때 거절했지만, 수 년에 걸친 러브콜에 못이겨 결국 '노부Nobu'를 개업하게 된 스토리에서 그의 솜씨를 짐작하게 한다.
 
패류, 새우-바다가재, 오징어와 문어, 생선, 샐러드-채소-메밀, 초밥, 그리고 노부만의 소스와 기본재료 만들기와 후식, 청주와 드링크까지 [레스토랑 노부]에서 제공되고 있는 모든 레시피를 음식재료별로 나누어 모두 실었는데, 재료소개와 함께 만드는 법을 일체 공개 했는데, 고급 레스토랑의 레시피를 이렇게 자세하게 소개된 경우는 거의 없어 이만오천 원이나 하는 책의 가격이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의 지인들이 이렇게 모두 공개하면 비법을 모두 공개하는 것 아니냐고 만류했음에도 그는 자신만의 '손맛'을 자신하기 때문에 공개하였다고 말한다. 싱싱한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의 사진들은 따뜻한 온기와 냄새가 느껴질 만큼 먹음직스럽게 페이지를 채우고 있었다.
와사비 페퍼 소스에 버무린 전복, 타불리 살사의 가리비 구이, 스파이시 레몬 마늘 소스의 가시발 새우, 마우이 양파 살사를 곁들인 아오리 오징어, 캐비아를 얹은 아귀 간 파테, 허브를 올린 칠레산 농어 구이와 유바 등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만 들어도 퓨전을 짐작케 하는 생소한 60여가지의 메뉴들이 사진과 함께 들어간 재료와 만드는 법이 어느 요리책보다 훌륭하게 소개되고 있다.
 

 
 
특히 초밥에 대해 소개하는 장에서는 초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초밥용 밥을 짓는 방법도 자세히 소개되었다. 레시피는 일반 초밥이 아닌 소프트 셸 크랩 롤, 하우스 롤, 연어 롤, 갯장어 드래곤 롤 등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롤 종류의 초밥을 소개하고 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생선을 어떻게, 그것도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냐고 손사레를 쳤던 뉴요커들이 현재는 최고의 요리트렌드로 일식요리를 꼽고 있다는데 의아했던 나는 그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눈과 귀, 그리고 입 나아가 오감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노부는 이 책을 통해 그만의 요리의 비밀과 일본 요리의 정수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한 나라의 요리가 아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일식요리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요리의 제조법까지 공개할 수 있는 그의 자신감과 지금도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의 창조성,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으면서 자국의 음식문화를 전파하는 그의 모습에서 '감성 시대,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과 향은 모르지만 눈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무엇보다 '창조성이란 바로 이런거야!'라고 나를 감전시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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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마음을 풀어야 낫지 - 암과 생활습관병 환자를 위한 마음 치유 가이드!
김종성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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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나 가족들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를 심어주는 좋은 책!
 
대학시절에 절친하던 선배의 위암발병 소식을 지난 주에 접했다. 4년 전 발병했다가 2년여 동안 치료를 받아 완치했고, 다시 사업에 참여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선배의 말을 들은 후 또 2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다. 학창시절 수려한 외모와 적극적인 성격, 재미난 입담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스타일의 선배인지라 과내 활동도 왕성했고, 성적도 상위권을 달리던 선배의 이야기라 더욱 안타깝게 한다. 문제는 술이었다. 한 번 술을 입에 대면 끝까지 마시는 두주불사辭형이라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는데, 그 술버릇이 창창한 선배의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라 사업을 하면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걸러 술을 마셨던 것이 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같은 술을 마셔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즐겁게 마실 때는 약술이었는데, 일하면서 마신 술은 독술이었나봐.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일이야기하면서 마신 술이 약이 될 리 만무하잖아. 너도 술마시려거든 일 생각하지 말고, 일이야기 하려거든 술을 마시면서 하지 말어." 또 다시 힘겨운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가 제 몸보다 사업을 걱정하며 던진 말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무엇인가 격려나 위로를 해 주고 싶었는데, 제 병을 알고 이해하는 듯 한 선배의 모습을 보니 할 말이 생각나질 않았다. 내 모습도 들어있는 것만 같아서 더욱 그랬다. 그러더 중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암은 대표적인 심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성처 난 마음을 푸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라며 암에 걸린 환자들을 격려하고 '암은 나을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 만들게 되었다는 이 책 [암~마음을 풀어야지]는 암 환자를 위한 심신의학의 원리와 치유 방법을 알기 쉽게 구어체로 풀어 소개한 책이다.
 
발암물질, 환경오염, 방사능, 유전적 요인등 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심리적 요인에 따른 잘못된 생활습관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가 암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그런 만큼 현재의 질병 상황을 치유 상황으로 만드는 방법은 '마음을 풀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음을 졸여 꼬여버린 유전자로 생긴 병을 마음으로 유전자를 풀어야 세포가 서서히 건강하게 살아남은 마치 고무밴드를 꽈배기모양으로 꼬았다가 힘을 풀었을 때 원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좀 더 빨리, 좀 더 많이 벌기 위해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상처받은 마음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판단력이 없는 유전자는 마음이 시키는대로 신호를 받아 변질된 채 증식되어 암세포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계의 암 치료 수단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약물 치료, 호르몬 면역 요법들을 해왔는데, 이는 모두 신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약점이 있어 치료를 받게 되면 암세포 증식으로 인한 사망보다는 면역 저하와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암선고 이후 '공황상태'에 빠진 환자와 가족이 통제력을 잃고 좀 더 나은 병원과 의사 그리고 음식과 약을 찾아 다니다 경제력과 체력이 소진되어 치료에 대한 의욕조차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
 
현대의학의 외과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심리 치료 다시 말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의심과 두려움 그리고 지금껏 가지고 있었던 마음의 병인 스트레스를 풀어내지 못하면 암은 결코 나을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잘 되지 않는 것이 내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아니던가?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후반부에 있는 [마음을 푸는 법]이다.
 
우리의 매순간 자신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처럼 말하듯,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나의 말이나 행동에 세포들이 그대로 믿고 움직이므로 희망을 말하고(희망의 힘) 그에 맞게 행동하며, 참고 억제하는 것이 건강을 악화시킨다면, 털어놓아야 건강을 회복하고(털어놓기), 용서하고, 마음을 챙기라고 말하고, 그 방법론들을 상세히 설명해 놓았다.
 
책의 독자대상이 '이미 암에 걸린 암환자'인 만큼 환자와 상담하는 카운셀러처럼 궁금한 점이 생겨나지 않도록 상세히 설명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생활에 남겨둔 일이나 미련, 집착등이 아니라 '완치에 대한 의욕'이다. 걱정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적극적으로 암세포와 싸우겠다는 큰 다짐이 없이는 제 아무리 의료기술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병을 완치시킬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최근 현대의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암사망률'은 항상 최고인 이유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지 싶다. 책을 읽으며서 내 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스트레스를 풀어버리지 않으면 무서운 결과를 보겠다는 걱정이 계속 되었다. 병은 사람을 지정해서 찾아오는 것도 아니며, 예고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완치의 유일한 방법이 들어 있는 책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심신에 괴로움을 받고 있는 암환자나 그 가족들에게는 큰 위로와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병을 하고 있는 선배에게도 읽어보라고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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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
김경화 지음, 정우열 그림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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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잘만들어진 영화촬영 입문서
 
[청소년의 달] 5월, 게다가 내일은 5월 5일 [어린이날]이기도 하네요. ^^
 
어린 시절, 제일 존경했던 인물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었습니다.
 
파브르 아저씨, 안데르센 아저씨, 에디슨 박사님등도 좋아했지만,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제~일 존경했던 이유는 [학교 안가도 되는 날]도
만드셨고, 그 날은 어디를 가든 어린이는 공짜잖아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만큼 힘이 쎈 분으로 생각했답니다.^^
 
이젠 [어린이날]을 맞은 조카아이에게 선물과 용돈을 줘야 하는 나이가 되었죠.
무엇을 사줄까 생각하다가 책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삼촌이 고른 책은
[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입니다.
 

 
아이들 책 소재로 영화와 영화촬영이야기라니...
정말 우리 때와 비교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깁니다.
 
최근 UCC등으로 어린이들의 영상이 올라오더니,
이렇게 멋진 책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2세에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전도유망한 차세대
감독님들이 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갈 수 있냐?'고 아이책을 펴 봤습니다.
튼실한 내용으로 가득하더군요.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된 영화이야기는
어른인 제가 읽어도 흥미진진 했답니다.^^
 

 
특히 마지막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영화 만들기 활동책- 영화, 너를 만들어 주마]는
책에서 보고 배운 내용을 실습할 수 있도록 꾸며진 영화만들기 책이었습니다.
 
조카에게 선물한다고 했다가 오히려 제가 즐거웠던 책이었죠.
내일 조카에게 주면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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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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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참맛과 깨달음의 기쁨을 가르쳐 준 책!
 
난 공부를 몰라서 못했다. 태어난 줄도 모르고 어느 순간부터 있어 왔음을 알았고, 학교를 들어가라고 해서 또래의 아이들이 그득한 맛에 학교를 다녔다. 등교시간은 남들보다 좀 이른 시간에 했는데, 어제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 책상자리의 서랍은 교과서로, 책가방엔 전과목 노트와 아이들과 놀 꺼리들로 가득했다. 내 방의 책상엔 앉은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였으니 할 말이 없다. 수업시간에 교실에 앉아있고, 선생님이 칠판에 쓰시는 글자들을 옮기면 그게 공부인 줄 알았다. 우연한 기회에 '공부'란 걸 알게 되고 늦게나마 부랴부랴 공부해서 남들처럼 학교를 다녔고, 무사히 대학까지 마쳤다. 그리고 이젠 나이가 훌쩍 넘은 아저씨로 살고 있다. 아저씨가 된 지금도 공부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공부工夫. 학문이나 기술을 익히는 뜻을 지닌 이 말이 화두가 된 것은 사회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상사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월급날을 위해, 그리고 얼마 안남은 휴가를 위해 하루 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는 생활이 지긋지긋해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화두로 고민하던 때에 가장 부러웠던 사람들은 '내가 갈 길을 알고, 그것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보내는 하루하루는  자신의 길을 향해 '공부'하는 삶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아차! 하는 생각으로 정말 늦은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랴부랴(중학생 때의 부랴부랴와는 차원이 다른)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 쫓아다녔다. 숨이 턱에 찰 때가 되서야 한 곳을 바라보게 되었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상태다.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다. 갈 길모르고, 갈 방법몰라 아직도 의심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러다 만난 책이 [공부도둑]이다.
 
 고희를 둔 학자의 자기이야기를 만나기는 쉽지 않고, 게다가 솔직한 자기고백의 글을 만나기는 '선거철을 앞둔 정치인(그들이 정말 솔직히 고백했는지는 당신들만 알겠지만)'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 그것도 명망있는 선생님이 지금꺼 배우는 사람으로써 느꼈던 '앎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는 데야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내가 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문과출신 인데다 이공계학문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인 내게 저자가 펼치는 물리학과 온생명이론은 실로 어렵기 짝이 없는 '딴세상 이야기'여서 읽기가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하지만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의 구수한 이야기같아 놓칠 수는 없었다. 물론 들어도 모르는 물리학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이 걸어온 학문에 대한 애정과 열의, 그리고 조금씩 알아가는 공부꾼의 희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70의 나이에도 자신의 어릴 적 시절부터 학창시절의 공부이야기를 이렇게 상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난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생생히 더듬을 수 있을 정도로 알차게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반면 절반치기 나이의 내가 추억하는 나의 어린시절은 알콜중독자가 느끼는 어제의 기억정도인데 말이다.
 
다소 지루할 듯 하지만 이야기 속에 숨은 가르침들은 의외로 많았다.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 당연히 책에는 좋은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책이 현재 나에게 맞는 책이냐 아니냐는 것이다. 자기가 현재 알고 있는 수준에 맞추어 자기가 알고 싶은 것을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술한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그러니까 사람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간혹 내게 맞는 책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야말로 큰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학문하는 사람은 이런 점에서 '책 냄새'를 잘 맡을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라고 말하며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서술된 책이 나에게 맞는 책이라고 알려주었다. 좋은 책에 대한 깔끔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깨달음의 속도에 따른 두 가지 정의'에 대해서는 " 지금까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던 수많은 정보나 의문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해의 틀 속에서 어느 순간 확연히 그 의미를 드러내게 될 때 이를 '돈오頓悟(갑자기 깨달음)'라 할 수 있을 것이고, 중간 중간에 비교적 소폭의 여러 변화를 겪으며 이해의 폭을 점차 넓혀 나가다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그 모든 것이 분명해질 때 이를 '점오悟(점점 깊이 깨달음) '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해의 틀이 연속적인 변화를 허용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선 물음을 던지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도대체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여기에 바른 해답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 해답의 내용은 무엇인지 하는 것은 어쩌면 '깨달음'에 이른 후에야 알게 될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조차 가지지 않는다면 아예 깨달음에 들어설 가능성조차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자신이 공부하는 장소 세군데를 알려주는가 하면, 가르치는 자리에 서보지 않으면 진정한 앎에 이르기 어렵다고도 충고한다. 가장 가슴 속에 와닿는 말은 책이나 스승의 가르침을 믿고 그래도 행하는 것은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스승의  손가락만 보는 경우'라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의 경우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도 마찬가지인데, 직접 확인하고 고민해서 나름의 깨달음이 생길 때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70 평생을 '공부꾼'이 되어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배움과 앎, 그리고 깨달음의 차이를 이제야 알게 되었고, 죽어서 다시 태어나서도 '물리학자'가 될 것이며, 시인이 된다면 물리학자가 되고 난 이후에 할 것'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신념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신념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삶을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행복한 마음으로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게 살았고, 행복하게 산 것이 아닐까? 이 책은 그의 '70년 공부꾼'으로서의 행복한 삶에 대한 기록이다. 나도 이런 책 하나를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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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꼭 알아야 할 모든 것
정영희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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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정보가 가득한 오늘의 현대 여성이라면 봐야 할 안내서.
 
여성상위의 시대가 도래했다. '금녀禁女의 영역'이라 불리는 직업군에 여자없는 곳이 없고, 핀란드의 경우 여성의원의 수는 40%가 되도록 법제화되어 있으며, 1974년, 에바 페론이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된 이후 각 나라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의 탄생을 알리고 있다. 발생국인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유교국가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절대적으로 불공평했던 호적법이 개정되었고, 여성부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우리 형제에겐 가을철 굶주린 호랑이처럼 무서운 우리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며칠전까지 재무장관 어머니에 대해 '단식농성'을 하시며 용돈인상을 외치셨다. 기막힌 아이러니다.
 
장사를 하는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는 이렇게 말했다. 
"여자와 아이의 입을 노려라. 그러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물론  백 번 옳은 소리고, 지당한신 말씀이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잖은가? '인간은 흔들리는 갈대'라고 파스칼은 일찌기 말씀하셨고, 호랑이는 그리되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은 알되 마음은 알지 못한다고 명심보감은 이르셨다. 비단 인간의 마음이 이럴진대, 여성은 어떨까? '거짓말쟁이가 아닌 여성도 이세상에 몇인가는 있을 것이다'라고 서머셋 모음은 말했고, 빅토르 위고는 '여자는 완성에 가까운 악마'라 하지 않았던가?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는 '한 곳에 두 여자를 두면 날씨가 차가워진다'고까지 말씀하지 않았던가?
 
그런 여성들에게 곰처럼 멍청하고, 다분히 마초macho스러운 내가 모던한 분위기의 매장에서 한 분의 여성손님을 맞이하기보다는 군대 연병장에 개판오분전開販五分前으로 펼쳐놓고, 수백 명의 사내들을 불러 모아 박수치며 '골라~골라~'를 부르짖는 편이 훨씬 낫겠다 싶지만, 한 두해 살고 말건 아니잖는가?
지피지기知彼知己 하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라 했다. 앞으로 점점 여성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남은 여생을 아내에게 사랑받고 온전히(?) 살기 위해서라도 여성을 알아야 한다. 아니 배워야 한다. 이 책 [여자가 꼭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펼친 이유는 온전히 '여성상위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욕구' 때문이었다.
 
문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당당히 프리랜서를 선언한 당찬 여성 정영희의 손끝에서 태어난 이 책은 그녀의 화려한 이력에 걸맞게,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왔고 또 현재진행형중인 이삼십대를 돌아보며 일과 대인관계, 그리고 사랑에 대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주고자 '이 땅의 젊고 푸른 여자들에게 보내는 응원가'라는 메시지를 담아 책을 펴냈다.
 
적절하게 나눠진 카테고리와 그 속에 담긴 메시지들로 가득찬 이 책은 전혀 딱딱하거나 학구적이지 않고, 늦은 밤 하숙방에 둘러앉은 새내기 여학생들에게 졸업반언니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듯 재미있게 읽혔다. 이야기를 듣고 '언니, 그 말을 들으니까 당장 뭐라도 하고 싶은데...뭘 해야 해요?'라고 물을 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이야기의 끝마다 '최신의 행동요령'을 친절하게 담아 주었다. 저자의 이야기풍은 누구랄까...입심좋은 주인공 캐리와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어 보이는 여성 사만다가 둘이  적절하게 섞였다고 하면 딱 맞겠다 싶다('섹스 앤더 시티'를 모두 봤다니...난 더이상 마초macho는 아닌게지...). 저자의 경험과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그녀가 던지는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고, 독자에게 용기는 두 배로 충전시킨다. 
 
인생의 주인으로서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법을 알기 위해서 자아를 찾는 법을 터득하라고 이야기하는 1. 그녀의 자아 찾기, 자기계발은 나중이 아니라 작은 행동에서부터 지금당장 하라고 재촉하는 2. 그녀의 자기 계발, 남자 볼 줄 아는 눈과 연애에 대한 감을 키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3. 그녀의 사랑 & 결혼,  인생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50%를 차지하는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법을 설파하는 4. 그녀의 인간관계, 직장생활에서 슬기롭게 생활하는 왕도가 있으며 그 방법을 알려주는 5. 그녀의 직장생활, 여자가 알아야 할 화술에서 옷차림까지 꼼꼼하게 체크해준 6. 그녀의 테크닉, 짤랑거리는 잔돈만 있는 통장을 배불려 주는 7. 그녀의 재테크 로 꾸며졌고, 그 속에 숨은 작은 소제목을 살펴만 봐도 제목의 깊은 뜻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가장 관심있게 들여다 본 것은 당연(?)히 3. 그녀의 사랑&결혼 인데, 수급 불균형 선시장의 대응방법에서부터 결혼전 필수체크리스트까지 꼼꼼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여성들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연애관과 결혼에 대한 평가에 '오호~ 그렇단 말이지?'하며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여성들이 여우(?)같은 이유는 이 책과 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수두룩한 때문일테다.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화가 날때 여성들은 지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울고, 웃으며 수다로 회포를 풀고 답을 찾고, 남성들은 슬플 때나, 화가 날때 친말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으로 애꿎은 담배만 줄로 태운다. 즐거울 땐 어떻게 하냐고? 떠벌리면 바보소리 들을까 혼자서 실실거린다. 여성들이 10여 년을 더 사는 이유이고, 감성의 시대에 주역이 되는 당연한 이유일테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현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책, 남성들에게는 없는 책이다. 뒤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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