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 성공을 만드는 강력한 힘
리사 헤인버그 지음, 박정길 옮김 / 마젤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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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은 집중의 적이란 말이야, 이 바보야!
 
'적절한 것에 쏟는 관심'을 뜻하는 집중이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소수의 스포츠 선수나, 혁신적인 제품을 쏟아내는 엘리트 집단, 혹은 연구실에 스스로 고립되어 몰두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몫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같은 일상에서 어느 한 곳에 집중하기란 집중의 결과물을 따지기는 커녕 한 곳에 오래도록 자리잡고 앉아 있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몰입'이 인구에 회자되면서 여러가지 관련서들이 화제가 되고 있고,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읽히는 이유는 마치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에 4륜 구동 지프차를 운전하는 양복차림의 현대인처럼, 현재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집중]을 손에 든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가 나를 보라고만 요구하는 이 시대에 가능하다면 어느 한 곳에 집중하고 싶었다. 이 책에 만이라도.
 
이 책은 개개인의 집중에 관한 내용보다는 비즈니스 생활에 있어서의 '집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즉 어느 때에 어떤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조직이 집중력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임할 수 있는지, 그 방법론과 그에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제시함으써 '정신적 집중'보다는 '팀원들의 관심 혹은 파워를 집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여느 책과는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는데 독서의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집중의 정도를 '마치 레이저 광선처럼..'이라고 형상화하였는데, 집중의 개념을 인식하기에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제 3장 집중 -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게 하는 힘] 이었는데, 그 이유는 현재 내가 무심코 하고 있는 행동이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당장 '멀티태스킹을 멈추고 청킹을 시작하라'고 말 한다.(어제 이 책을 읽고,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기로 굳은 결심을 했건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메신저 두 개를 비롯해 모두 6개의 창을 화면에 띄워 놓고 있었다. 바보가 된 느낌. 습관의 무서움이란 정말... ) 일반화되어 버린 멀티태스킹은 관심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그만큼 시간을 소비하고, 원래의 것으로 다시 관심을돌려 속도를 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매 시간 그렇게 몇 번씩 방해를 받으면 매일 몇 시간을 잃는 셈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2003년 9월 [CIO 매거진]에 실린 메건 산토스스의 글, '왜 더 많은 것이 더 적은 것인가'에서 네 가지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분석가는, 하나를 완전히 끝낸 후에 다음으로 넘어갈 때마다 45%나 낮은 생산력을 보인 점을 제시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을 늘 피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멀티태스킹을 필요악이 아닌 이상적인 경영의 방편으로 삼는다면, 당신은 어떤 일에서도 개선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글을 인용했다.
 
저자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청킹Chunking - '시간의 일부를 잘라내서 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 미라 계획을 세워서 일주일에 몇 가지 큰 묶음에 집중한다' 을 함으로써 집중력과 생산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며 휴대폰을 끄고, 사무실 전화를 자동응답 형태로 돌려놓고, 이메일 창을 닫고, 팀원들과 동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모든 에너지와 생각을 업무에 몰두하라고 말한다. 그는 또 청킹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심'이라며, 동료들과 청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고, 서로 협조해 원래의 멀티태스킹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그는 집중하기 위해서는 '하면 좋지만 별로 필요하지 않은 일에 '노'라고 말할 것을 권유하고, 제대로 정비하고 적절하게 집중하기 위해서는 목표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나 의견 또는 프로젝트 자체를 버릴 수 있어야 목표에 대해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집중'에 관한 책이지만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경청, 청킹등 일부의 방법론을 제외하고, 그밖에 제시되는 방법론들은 현실에 적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실행하기가 힘들 것처럼 보였고,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경우를 만나 책의 전반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 업무현장에서 저자가 제시했던 방법대로 실험을 하고 난 결과를 데이터로 제시하고, 그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등이 수록이 되었다면, 이해하기도 또 내가 적용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뻔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 강조했던, '멀티태스킹을 버리고 청킹에 주력하라'는 주문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소득이라고 하겠다. 소프트웨어가 제시한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따랐을 뿐, 사실 여러개의 창을 열어 놓을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좀더 고민해 봤을 때, 컴퓨터 앞에서 멀티태스킹을 주로 하다 보니, 생활면에서도 멀티태스킹을 해야 바쁘게 보이거나,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닌가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지금껏 몸과 마음이 그리고 머리를 너무 혹사시킨 기분이 들었다. '천천히. 한 번에 하나씩. 크게 필요없으면 NO라고 말하거나, 버리고.' 굳은 결심으로 잘 지켜서 어제보다는 더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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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달인 - 적의 마음도 사로잡은 25인의 설득 기술!
한창욱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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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열정과 진실성'에 설득당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멋진 책! 
 
당신은 오늘 하루 몇 번 거래를 하셨습니까?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눈뜨기가 바쁘게 초침의 바늘 끝에 내 엉덩이를 찔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쁘게 일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그들 속에서 기쁨과 슬픔 그리고 분노와 보람을 느끼기도 하는데,이들을 대하고 있을 때 혹 누가 내게 '지금 뭐하냐?'고 물으면 '일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직업군에 따라 장사, 사업, 진료, 상담으로 이름이 바뀌는 일은 한마디로 '다른 사람과 거래한다' 는 의미이다. 비단 일 뿐 아니라 우리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거래'를 한다. 거래가 뭘까?
 
서로에게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교환하다라는 뜻의 거래는 나라마다 이름도 다른데, 이들 다른 이름의 거래를 살펴보면 그 어족語族의 경제관념도 들여다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우리는 거래去來라고 말한다. 말 그대로 갈 거去 올 래來 가 합쳐진 말로 재화나 서비스의 등가교환等價交換 의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서로가 부합하다고 생각하면 서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어?'라며 편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넉넉한 경제개념을 엿볼 수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어떤 단어를 사용할까? 토리히끼とりひき(取 り 引 き)라 하는데 단어를 찬찬히 살펴보면, 취할 취取 끌 인引 다시 말해 '취하고 게다가 끌어당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서로 교환해서 가진 후에 조금 더 끌어낸다는 뜻으로 '뭔가 내가 더 얻지 못하면 안된다'는 의미라고 보겠다. 단어만 살펴봐도 우리가 일본인에 빗대어 경제적 동물Economical Animal 이라고 칭하는데 과언은 아니겠다 싶다.
 
조금은 멀리 중국의 경우를 보자. 우리가 말하는 거래去來가 한자어가 틀림없지만, 그들은 거래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거래의 행위를 '장사'로 보고 생의生意 라고 쓴다. 날 생生 뜻 의意 라, 그들은 거래 즉 장사를 '내가 태어난 뜻(의미,이유)'으로 놓는 것이다. 한마디로 목숨걸고 거래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이 태어난 의미를 거래에서 찾으려 하니 유태인과 더불어 중국상인을 세계 최고의 상인으로 놓은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은 어떨까? 그들은 거래를 비즈니스Business 혹은 트랜스액션Transaction 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바쁘다는 뜻의 busy의 형용사와 명사형어미 -ness가 붙었고, 변화를 의미하는 trans라는 어근에 행동이라는 뜻의 단어인 action 이 합해진 말이다. 말 그대로라면 '바쁘게 움직이는 것' 또는 '행동의 변화물'이라고 봐야 할텐데, 한마디로 조합해 보면 '바쁘게 움직이면 나타나는 결과물' 이란 뜻으로 보면 되겠다. 그들의 개척자적인 활동의 면모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이렇듯 세상은 거래去來 와 함께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나만을 위해 경작을 하고, 비료를 주어 그 열매를 얻어 먹으며 의식주를 해결하던 고대 때에도 넓게 생각하면 자연과 거래를 한다 본다면 태초에 하느님이 세상을 만드실 때를 제외하곤 거래로 만들어졌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이렇듯 거래라는 단어의 의미에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가 전제되는데 거래는 곧 타인과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을의 결과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타인과의 의사소통Communication 에서 타인과 이야기하는 행위를 우리는 '대화한다'고 하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화하는 것을 '협상한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고 의도했던 바대로 상대가 따르도록 대화하는 것'을 '설득한다'고 말한다. 말을 통해서 說 원하는 것을 얻기 得, 설득說得. 인간관계에 있어서 설득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고, 내가 이 책 [설득의 달인]을 읽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책은 첫 작품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어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나를 변화시키는 좋은 습관』의 저자인 한창욱씨가 쓴 책으로, 동서고금을 통해 세계를 설득시킨 25명의 설득의 달인을 소개한 책이다. 딱딱한 주제와 인물의 이야기라 자칫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의 책인데, 책을 펴는 순간부터 끝까지 시선을 놓치지 못하게 하는 흡인력을 지녔다.
 
설득의 달인으로 거론된 25명의 인사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들 중국고전과 우리 역사속의 설득의 달인들(곽가, 안자, 여불위, 진취, 정탁, 손자, 서희, 혜자)인데, 그들을 주목함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조금만 수가 틀려도 왕의 한마디 명령으로 목숨을 잃어버릴 수 있는 군주시대의 신하들은 왕에 대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목숨을 내걸고 읖조리는 충언임을 감안할 때, 그들의 충언에 담긴 설득력의 무게는 그들의 목숨의 무게와 같기 때문이다. 타고난 카리스마와 모사가의 기질을 겸비한 조조에게 있어서 '입안의 혀'처럼 군주의 입장에서 항상 먼저 고려했던 곽가, 경공이 아끼던 말이 죽자 먼저 그를 책망하자 그 말을 통해 군주가 스스로 실수를 깨닫게 한 안자, 떠돌던 왕자 자초를 타고난 설득력으로 왕으로 만듬으로써 장사중 최고는 '사람장사'임을 보여준 여불위, 홈잡을 데 없는 논리 정연한 언변과 뛰어난 정보력으로 80만 대군의 소손녕이 물러남은 물론 강동의 6주까지 얻어내는 결과를 만들어낸 서희의 담판등 역사의 작은 사건들에서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설득'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서양의 경우 또한 만만치 않다. 섬김을 소명으로 알고 항상 남보다 낮은 자리에서 평생을 말과 행동을 같이 함으로써 몸으로 말하는 설득을 보여준 테레사 수녀, 독일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열정하나로 그녀의 공연을 반대하던 슈투크의 집에서 불쑥 찾아가 그만을 위한 춤을 추고 4시간동안 춤에 대해 대화함으로써 그의 허락을 받아낸 이사도라 던컨, "나는 나의 미래를 무척 소중히 여깁니다. 그러나 내가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어러분의 미래입니다...여러분의 미래와 나의 미래는 서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로 시작하는 옥중편지로 46년가에 걸친 아프르트헤이트의 종식을 이끌어 낸 넬슨 만델라, 설득의 백미인 연설로 대중을 들끓게 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연설 등 주옥같은 설득의 달인들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언쟁으로 알려져 있는 수많은 원로들이 있는 가운데 시저의 주검앞에서 펼쳐진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설전이 전문으로 소개되었는데, 말로만 듣던 역사의 순간을 눈앞에서 보는 듯 현란한 그들의 입담에 깊이 빠져버렸다. 저자는 설득의 달인을 소개할 때마다 그들이 지닌 설득의 카리스마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설득기술의 방법론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해설을 덧대어 친절하게 소개했다.
 
앞에서 대화와 협상, 그리고 설득의 차이를 살펴 보았지만, 이들은 서로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고, 성공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기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요성을 말해 주듯 이들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나와 있는데, 내가 읽은 중에 높이 평가하고 있는 책들로 허브 코헨의 협상의 법칙 1,2 권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그리고 국제변호사인 김병국의 비즈니스 협상론 등을 꼽고 있는데, 한 권을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설득의 결과물은 항상 두가지로 귀결된다. 신용과 불신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비즈니스나 협상, 설득은 순간의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정되는 순간부터 지속적인 관계의 시작이고 그 때부터 진정한 설득이 시작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 속에 소개되는 달인들의 설득의 기술과 테크닉만 쫓을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슴속에 숨겨져있는 진정성과 우호성을 배우는데 우선해야 할 것이다. 설득의 달인과 천하의 사기꾼의 차이는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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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2008-05-02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안녕하세요..ㅎㅎ..
리뷰를 너무도 맛깔나게 요약정리 잘해주셔서 안 읽고는 못베기겠는걸요... 하하
넘 재밌겠어용...
어쩜 이렇게 리뷰를 잘하세용..
그동안의 내공과 경륜이 느껴지네용.. 감사합니다..
추천 잘받아 읽겠습니다.... ^^*

리치보이 2008-05-02 11:00   좋아요 0 | URL
Freedom님, 안녕하세요^^

과찬에 감사드립니다.^^;;
설득에 대한 여러 사례들이 잘 정리되어 이해가 쉬웠던 책입니다.
좋은 책을 읽은 덕인가 봅니다.

읽어 보신다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것 같네요.
댓글, 감사드려요~~ ^^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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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설가 조정래의 펜으로 되살아난 '독일군복 입은 조선인' 이야기.
 
소설 [은하영웅전설]에서 암리츠아전후 양 웬리 중장은 중위에게 이런 말을 한다.
"중위, 나는 역사를 공부한 적이 있어. 그래서 조금은 알고 있는데 말야...인간 사회의 사상에는 크게 두가지 조류가 있다네. 생명이상의 가치가 존재한다는 학설과 생명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없다는 학설, 그 두가지지. 그런데 사람이 전쟁을 시작할 땐 전자를 택하고, 싸움을 그만둘 땐 후자를 이유로 내세우더군. 그것을 지금까진 수백 년, 수천 년 반복해 왔다 그 말이야."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 '전쟁이야기'를 청하는 것은 '끝없는 연옥에 빠져 허우적대는 악몽'을 대낮에 꾸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빗발치는 포화속에서 살아났지만, 그들이 시름하는 이유는 죽은 자들의 망령을 항상 어깨에 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늙은이들이 전쟁을 선포하지만, 싸워야하고 죽어야 하는 것은 젊은이들이다'라고 미국의 H.후버가 한 말처럼 TV를 켜면 오늘 이시가에도 지구촌 어디에서 젊은이들은 총부리를 맞대고 싸우며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총을 들고 태어난 전사들이 아니라, 우리들과 같이 평범한 사람이었고, 어느 부모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이다.
 

 
소설가 조정래의 시선은 늘 인간을 향하고 있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원작가로 유명한 스티븐 앰브로스가 쓴 책 [D-Day]에서 언급한 '노르망디 조선인(한국인)'에 대해 TV의 한방송국이 다큐멘터리로 내놓자, 이를 바탕으로 한 편의 경장편을 써내렸다. [오 하느님]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주인공 신길만과 그와 생과사를 함께 했던 조선인들에게 '선택의 자유'는 없었다. 소련군의 괴물같은 탱크 앞에서도 총을 들고 뛰어 들라면 뛰어 들었고, 배가 고파도 식량보급을 하지 않으면 굶어야 했다. 처음부터 지원군 '지명'에 의해 일본군이 되었고, 살기 위해 그들은 소련군이 되었으며, 독일군으로 변신해야 했다. 군복을 갈아입을 때마다 바뀐 색깔만큼 고향땅에서 멀어졌음을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전쟁이 끝나면...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다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2차세계대전이라는 큰 전쟁 속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우리 젊은이들의 7년여의 여정이 담겨있다. 하루 하루를 전투로 살아가는 속에서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육덕지고 구수한 우리네 농짓거리를 작가는 마치 함께 녹아서 경험한 듯 표현했는데, 그들의 빈웃음이 독자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 한다.
일본군포로에서 소련군이 되기 전까지의 고초는 마야자키 도오코의 소설 [불모지대不毛地帶]를 연상케하고 조선인들의 입담은 이광수의 단편소설 [무명無明]을 떠오르게 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과 의지로는 돌릴 수 없는 비극을 온몸으로 겪고 사라져간 이름없는 조선인들의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소설이다.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재확인 해준다.
 
'고생끝에 낙이 온다'고 죽을 둥, 살 둥 헤엄쳐 나왔다면 좋으련만... 먹먹해진 가슴 달래느라 혼났다. 비극적 결말이 야속해 얼른 책을 덮었지만, "우리는 소련인이 아니다. 우리는 조선인이다. 우리의 국적을 고쳐 달라. 우리를 조선인이 많은 수용소로 보내 달라." 고 피를 모아 만들어낸 그들의 혈서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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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달시 웨이크필드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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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감동적인 이야기!
 
  의욕을 잃은 사람들에게 '남대문의 새벽시장을 가라. 가서 그들에게서 활력을 얻으라'고 말하고, 세월을 낭비하는 이들에게는 '네가 무의미하게 보낸 하루는 사형수가 간절히 원했던 자유로운 하루였다'고 말한다. 많은 좋은 말을 듣고, 또 했다. 그 소리를 기억하는 횟수만큼이나 생에 대한 활력을 잃었었고, 무의미한 나날을 보냈다. 오늘 또 한 권의 책을 통해 '온전히 살아있음을 정말 감사함'을 배웠다. 소개하는 책,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가 그것이다.
 
 


달리기와 하이킹, 자전거 타기, 호수에서의 수영 등 야외 활동을 즐기고, 대학 강단에서 영문학과 작문을 가르치던 생기넘치던 한 여성이 꿈에 그리던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자마자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이 좋아하던 모든 것이 불가능하게 되는 온 몸이 굳어서 끝내 사망하는 불치병, '루게릭병'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남지 않은 생을 재촉하듯 그토록 원하던 아기를 임신하게 된다. 하루 하루 당연한 듯 자연스럽던 활동들이 불가능해지면서도 사랑과 출산, 그리고 남은 삶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달시 웨이크필드(Darcy Wakefield)가 직접 썼으며, 원제는
I Remember Running: The Year I Got Everything I Ever Wanted—and ALS 이다.

 
 
미혼이던 Darcy는 아이를 너무도 갖고 싶은데 지금(32살)이 아니면 점점 더 어려워질까봐 인공수정을 준비하던 중 신청했던 데이트 주선업체를 통해 재치와 정이 넘치는 이메일을 한 통받게 되고, 메일의 주인공 Steve은 그녀가 꿈에 그리던 남자였고, 그와 사귀게 된다. 어느 날 다리가 불편해 검사를 하다가 오히려 왼쪽 다리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운동뉴런증후군' 이른바 '루게릭병'이었다.
 

 
"루게릭 병이란 원래 정확한 이름이 근위축성 측색 (측삭) 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 ALS)이라고 불리우는 병.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란 병은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이름을 따루 게릭이 이 병에 걸렸던 것에서 유래되어 흔히 루 게릭 병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다. 요즘은 유명한 스티븐 호킹 박사 또한 이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1200명 정도의 환자가 침상에 꼼짝도 못하고 누워 속절없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 ALS란 병은 40세부터 60세 사이의 연령에 호발하며, 남자에서 여자보다 흔히 발병한다. 사지의 힘이 빠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사지의 끝부분에서 시작해서 점점 진행하여  점점 팔다리 전체와 몸통, 안면의 근육까지도 진행하게 된다.병의 초기에 환자들은 흔히 사지 말단부위의 통증을 호소하며, 이 병이 양측 비대칭적으로 진행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병의 진행에 따라 삼키는 근육이 약화되어 음식을 잘 삼킬 수 없으며, 목쉰 소리가 나는 등의 증세를 보이게 되며, 이로 인한 흡인성 폐렴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병의 마지막까지 눈동자를 움직이는 근육과 대소변의 괄약근은 기능이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LS을 최종통보를 받은 후 그녀는 스스로 장례식 준비와 부고와 부고장을 준비하고그녀의 사후 법률적인 일들까지 모두 처리한다. '살아가는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ALS와 관련된 의학서적과 웹사이트를 뒤져 자신의 병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모두 읽은 그녀는 ALS를 '루게릭병'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죽은 야구선수의 이름을 병명으로 한다는 것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격려나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의 병명을 DWAD(Darcy Wakefield Anti Disease)라고 재명명할 만큼 자신의 병과 대항하기를 마음먹는다.
 
"언젠가는 다 이상 삼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저항하지 않는 한 의사들은 내 몸을 절개해 음식섭취용 관을 집어넣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두려움은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삼키는 것 하나하나, 내 몸의 근육 하나하나까지 감사한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려고 한다. 몸에 대한 나쁜 말은 일절 하지 않겠다. 과식하는 것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욕심도 부리지 않겠다."
 
그녀는 서서히 진행되는 자신의 병에 대해 예전처럼 활동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절망에 빠져있기 보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누릴 수 있는 현재를 만끽하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을 때, 달릴 수 있을 때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그 순간의 감각을 기억하려 노력한다. 또한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좀 더 일찍 포기한다는 뜻이라는 의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ALS아니 DWAD가 새생명에게는 전이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난 후 Steve와의 사랑으로 잉태된 생명에 감사하며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다.
 
꿈에 그리던 연인을 만나고, 낳고 싶었던 아기를 가짐과 동시에 불치병에 걸린 그녀는 '대체 어떤 신이 네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했을까' 라고 스스로 수없이 질문도 던지고, 괴로워 하지만 '병을 낫는 기적'대신 '건강하고 새로운 생명을 자라게 하고 있는 기적'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에베레스트는 도처에 있다. 요즘은 커피주전자를 들 수도 없을 정도로 오른팔이 약해졌다. 걸핏하면 뭘 떨어뜨리는 통에 유리 제품은 될 수 있으면 멀리한다. 외투를 옷장에 걸기도 힘들다. 외투가 언제 이렇게 무거워졌을까?"
"더 힘든 에베레스트는 타이핑 같은 것이다. 오른손이 굼뜨다 보니 자판을 누루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져 아주 고민스럽다. ... 긴 메일은 받으면 바로 삭제하고 싶어진다. 어떻게 답장을 한단 말인가?"
 
후반부로 책장이 넘겨지면서 자신에게서 빠져나가는 기력에 대해, 자신의 부자연스로운 행동에 대해, 그리고 그 성치않은 몸에 대한 괴로움에 대한 독백이 늘어갔다. 그녀의 독백이 늘어날 때마다 온전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세로 편하게 책을 읽어가는 나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한숨과 부끄러움이 교차해 나역시 별 수 없이 간사한 인간이라는 마음에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가뜩이나 불편한 몸에 임신까지 해서 정글 무늬의 프레고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마지막으로 간절한 소원이었던 호수에서의 수영을 시도하지만 줄어든 폐활량과 늦은 오후의 물의 냉기에 수영은 포기하고 물속을 걷다가 넘어지고는 
주저 앉아 마음대로 수영하고 걸어다니던 176센치의 작년 모습을 기억하며 엉엉 우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함께 무너지는 듯 시리고 아팠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내 몸에 적응하기 힘들다. 요즘은 목소리도 거의 사라져 버렸고, 손도 움직일 수 없다. 먹의 근육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내가 말하고 걷는 법을 잊어버리는 사이 샘(Darcy의 아기이름)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법과 미소 짓는 법 다리를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무사히 아기를 낳았지만 급속히 악화되어 가는 자신을 보지만, 그 반대로 샘의 탄생은 자신에게 너무 완벽한 선물이어서 녀석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라며 글을 맺는 Darcy는 더이상 환자가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후 그녀는 Steve와 아들 Sam의 곁을 떠난다.   
원하던 행복을 누리기엔 너무 짧은 일년이어서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지만, 그녀의 친구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빨리 감기 버튼'을 누르고 모든 행복을 모두 누렸는지 모른다. 그녀는 순간 순간의 일상을 에베레스트 등반에 비유할 정도로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상이었고,  마지막까지 순간 순간을 기억하고 만끽하며 누리려 노력했다.
내 인생이 영원한 듯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겼고, 당연한 나날이 복이 겨워 태양이 뜨겁다고 투덜댔고, 내리는 비에 출근길을 걱정했었다. 조그마한 괴로움에도 잠자리에 누워 아침에 눈뜨지 않고 영원히 잠들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녀를 만난 후로 그랬던 나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평범한 나날에 감사하고, 순간 순간을 만끽하기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그녀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이 정말 부러워요. 달리기를 할 수 있으니 말이에요.
당신이 부러워요. 당신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힘껏 잡을 수 있어서 말이에요.
책을 읽고 글씨를 쓰니 얼마나 좋으세요?
노래를 부르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나는 당신이 정말 부러워요.
 
짧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진정한 생명을 만끽하고 돌아간 그녀가, 오늘 우리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닐까?
 
"당신의 건강한 몸에 어울리는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하세요."
 
- 꽃그림 작가 백은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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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의 비밀 - 행복한 인간관계의 답이 숨어있는
이충헌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내 성격을 알면 행복한 인간관계가 보인다 !
 
  어릴적 어머니는 나의 모든 것을 아셨다. 내 뱃속으로 열 달을 안고 있다가 배아파 낳은 내 자식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당연하다고 모든 어머니는 말하실테지만, 또 당연하지만 내 어머니는 더 잘 아셨다. 왜냐하면 내가 잠든 머리맡에 앉아 계시면 그 날 있었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잠꼬대때문이었다.
그 날의 대화내용을 낱낱이 고했다고 하니, 게다가 어머니가 대꾸를 받아주시면 그에 답까지 했고 심지어는 심지어 노래를 부르거나, 눈물도 흘렸다고 하니 섬뜩하기까지 하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느라 할머니의 손길에 컸었는데 그탓인지 꽤 내성적이었다 한다. 11살이 되자 해결책으로 '태권도 도장'을 보냈고, 이후엔 180도 바뀌어 너무 '활발해서 탈'이었다고 한다. 30대 초 사업을 하겠다고 회사를 나와 독립을 하면서 더욱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사다난한 경험을 하고 있는데, 그 시절보다는 덜 활발한 성격으로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주로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들려 하고, 속내를 함부로 내놓지 않게 되었다. 업무상을 이유로 둬야 할 지, 나이탓을 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변한 것만은 확실히 느낀다. 그리고 지금의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는 것이 현재의 자가진단결과다.
 
'지피지기 하면 백전불패'라 했다. 그리고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나의 성격이 어떠한지 정확히 깨닫고, 수정할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찾게 되고, 좀 더 행복하고 느긋한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은 책이 바로 [성격의 비밀]이다.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방송계 최초의 의학전문기자인 저자가 쓴 책으로 정신과에서 실제로 환자를 진단할 때 사용하는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기준'을 사용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성격의 유형을 경계성 성격, 히스테리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반사회성 성격, 편집성 성격, 분열성 성격, 분열형 성격, 강박성 성격, 회피성 성격, 수동 공격성 성격, 의존성 성격등 11가지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신경정신과'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 때문인지 11가지로 분류된 성격의 이름은 좋게 들리지 않아서 한군데도 내 성격이 포함되고 싶지 않을 정도지만, 모든 사람의 성격은 이 11가지 가운데 두 세 군데에 포함이 되며, 성격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환경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는 만큼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격의 비밀을 아는 것은 자신의 성격을 좀 더 정확히 파악해서 스스로 바라지 않는 행동이 어떤 이유에서 나오는지 알게 된다면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되고, 혹 있을지도 모를 성격장애로 인한 대인관계에서의 고통과 어려움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가시 돋친 성격 때문에 상처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어 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유명해서 익히 봤거나 잘 아는 영화나 책 속의 주인공을 예를 들어 특성을 보이는 주인공의 행동들을 묘사함으로써 11 가지 성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했는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영화 [위험한 정사]는 하룻밤의 정사로 여겼다가 혼쭐이 나는 변호사이자 가장 댄(마이클 더글러스)의 상대역을 열연했던 무서운 여인 알렉스와 영화 [얼굴 없는 미녀]에서 "나를 알게 되면 누구든 날 버려. 그리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라는 대사로 자신의 공허함과 '버림받은 상태'의 느낌을 떨치지 못하는 여인 지수(김혜수)는 경계성 성격의 전형적인 특성을 갖는다던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가 열연한 스칼렛 오하라가 대표적인 히스테리성 성격의 소유자라던가, 영화 [굿 윌 헌팅]은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졌음에도 불우한 성장 환경 탓에 마음의 문을 닫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주인공 윌 헌팅은 대표적인 자기애성 성격의 소유자라도 저자는 설명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경계성 성격의 소유자들의 대인관계는 처음엔 상대방에 대해 마치 완벽한 사람처럼 숭배하다가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극단적인 양상의 대인관계를 띠는데, 그들을 대할 때는 이들의 기분에 장단을 맞추거나 갈팡질팡하지 않고, 좋으나 싫으나 냉정을 잃지 않고 한결같이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스칼렛 오하라와 같은 히스테리성 성격의 소유자들에게는 이들의 애정 결핍을 모두 채워주기엔 역부족이므로 애정과 관심을 이해한다는 따뜻한 태도를 취하되, 이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리고 영화 [굿 윌 헌팅]에서의 윌 헌팅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마녀상사 미란다와 같은 상사나 동료를 대할 때는 그들을 공격하기 보다는 연약한 아이를 다루듯 하면서 겉으론 상대에 대한 존중을 배로 더하고, 가급적 말을 삼가고, 감정도 적게 개입시키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영화 [공공의 적]에서 싸이코패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조규환(이성재 분)과 영화 [라이어 라이어]의 타고난 거짓말장이 플레쳐 리드(짐 캐리 분)을 통해서는 반사회성 성격을,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베트남 참전용사(로버트 드 니로)는 분열형 성격의 전형적인 예로 들었다. 한편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극작가 베리(조니 뎁 분)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확신이 없어 다가가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회피성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하며, [파이란]의 강재(최민식 분)는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불만이나 적개심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수동 공격적 성향이 다분하다고 말한다. 영화 [터미널]의 매력적인 스튜어디스 아멜리아(캐서린 제타존슨 분)는 한 시라도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면 안될 것같은 즉 사람 또는 사랑에 중독되어 있는 듯한 사람들은 의존성 성격장애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의학적 용어와 소견이 나올 법해서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을 영화에 책의 주인공의 예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고, 각 성격들의 특징에 대처하거나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코멘트를 해주었다. 읽으면서 내 성격은 이 책의 11가지 성격 중 다섯가지가 걸쳐 있고, 그중에는 심한 것도 있다는 데에 놀랐다. 그리고 그 성격이 지나치면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경악하기까지 했다.
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 이해할 수 있어서 고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이 책은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위하여' 만들어졌다. 자신을 보다 나은 성격의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은 사람이나, 주위에 까다로운 성격의 상사나 동료 때문에 고민스러운 사람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가볍게 읽히지만 배움은 크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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