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로 경영하라 - 딜로이트 컨설팅 김경준 대표의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구슬 서 말을 보배로 만드는 한 문장의 힘, 통찰

 

 

 

 

냅스터(Napster)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1999년 노스이스턴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대학생 패닝(Shawn Fanning)이 만든 것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음악파일(MP3)들을 인터넷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소리바다 같은 프로그램이다. 냅스터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MP3 음악파일을 불법복제 해 무료로 나누어 쓸 수 있게 되자,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와는 반대로 음반회사들은 음반이 거의 팔리지 않게 되자, 급기야 미국의 18개 음반사는 저작권 침해 혐의로 냅스터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음반업자와 가수들은 ‘불법복제’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고민만 하며 MP3 음악파일을 무료로 다운받는 네티즌들에게 ‘당신은 범죄자’이고 적발하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만 놓았다.

 

이 반갑지 않은 상황을 곰곰이 지켜보던 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이 상황에 대해 문제는‘불법복제’가 아니라 ‘인간의 소유욕망’에 있다고 봤다. 다시 말해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인간의 소유욕망이 불법복제라는 인터넷 사생아를 낳는다‘고 본 것이다.

 

 

사내는 음반회사나 가수들처럼 불법복제자들에게 헛된 양심에 의거해 읍소할 것도, 적발해서 처벌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처벌과 양심이라는 단선적인 틀에서 벗어나 불법복제자들을 더 나은 환경의 제공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틀로 이끄는 ‘합법적인 다운로드 시장’을 만들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네티즌들은 냅스터를 통한 불법복제 음악파일은 공짜인 대신 음이 자주 끊기거나 깨지고, 심지어 악성 바이러스까지 종종 감염되어 온전한 파일을 받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것을 간파한 사내는 단돈 1달러에 채 10초도 되지 않아서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음원을 다운을 받는 환경인 애플 아이튠즈(Apple iTunes)를 만들었다. 그리고 네티즌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공짜받자고 시간을 들여 불법을 저지를래, 아니면 단돈 1달러내고 합법적으로 깨끗한 음원 파일을 받을래?“

 

 

그렇다. 사내의 이름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이다. 아이튠즈가 발표될 당시, 아이튠즈의 성공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튠즈는 아이팟의 인기와 더불어 급속히 퍼져나갔고, 2003년에는 온라인 음원 판매서비스인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를 런칭 했다. 10년이 지난 현재,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미국 내 디지털 뮤직스토어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2010년 2월에는 음악 판매 100억 곡을 돌파했다.

 

 

 

 

 

 

잡스처럼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우리는 '통찰력(洞察力, Insight)이라고 부른다. 직관이 그림관람이라면 통찰은 숨은 그림 찾기다. 어떤 사물, 상황을 볼 때 단편적이 아닌 여러 각도에서 깊이 바라볼 때 비로소 통찰이 가능해진다.

 

 

 

잡스는 평소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하곤 했다. 즉 ‘디자인이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고 본 것이다. 애플 제품의 디자인은 심플하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그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통찰력이 또 다시 빛나는 순간이다.

 

 

 

경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컨설팅'의 대표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경준이 쓴 <통찰로 경영하라>는 통찰력의 정의를 재미있는 사례들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증권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 CEO가 되기까지 25년간의 경험과 역사·문화·예술 등 다양한 사회 면면을 관찰하고 성찰한 내용들을 기업조직과 경영 활동에 필요한 시사점에 녹여 이른바 통찰경영의 핵심만을 모았다.

 

 

 

 

2012년부터 사내 임직원들에게 보낸 ‘MP(Managing Partner)의 편지’라는 이메일들을 보완해 정리한 이 책은 뉴욕 월가의 5대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에서 16년간 회장직을 맡았던 앨런 그린버그가 임직원들과 회사 내부 사정을 공유하고 자신의 경영 철학을 설파하기 위해 메모형식으로 쓴 메일을 모은 <회장님의 메모>를 모티브로 했다.

 

 

 

 

초밥과 휴대전화는 같은 운명

 

저자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외관은 다르지만 본질은 통한다’고 보았다. 즉 인생을 살아가는 양상은 각각 다르지만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유형이 있듯이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는 것. 저자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통찰력은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재고관리 측면에서 던진 말 한마디였다.

 

 

 

 

“초밥이든 휴대전화든 부패되기 쉬운 상품의 핵심은 속도다. 고가의 생선도 하루 이틀이면 가격이 내려가듯이 횟집이나 디지털 업계나 재고는 불리하다. 속도가 전부다.” 39쪽

 

 

 

저자는 ‘초밥과 디지털 제품의 핵심은 속도’라는 명쾌한 통찰처럼 핵심적 사안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현실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밀리언셀러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는 신간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이 시대에는 사실상 누구나 세일즈맨이 된다.”고 주장했다.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소비자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세일즈맨이 물건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 또한 놀라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관점이라면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을 팔고, 변호사는 배심원에게 평결을 판다. 또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주의를 기울일만한 가치를 팔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그는 현대의 세일즈맨은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문제 발견자가 되어 고객 스스로도 모르는 문제를 질문하고 답해줘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핑크가 꼽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세일즈맨은 토머스 에디슨이다. 위대한 발명가이기도 했지만 전기의 필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팔았던 세일즈맨이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필요하지만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하는 대목이다.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

 

 

직장이 지겨워진 직장인이라면 일본의 3대 경영의 신(神) 중 한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언급한 ‘감옥과 수도원의 비교’를 통한 직장인의 밥벌이를 주목할 만하다. .

 

 

 

“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면 불평을 하느냐, 감사해하느냐 그 차이 뿐이다. 감옥이라도 감사해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86쪽

 

 

 

수도원과 감옥은 갇혀 있고, 엄격한 규율을 따르고 생활이 불편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수도사들에게 수도원은 나를 성장시키는 행복의 공간인 반면, 죄수들에게 감옥은 나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고통의 공간이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통찰은 인간의 삶에서 몸담고 있는 물리적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이것은 직장인의 직장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밥벌이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평생 밥벌이만 하지만, 깨어있고 성취하는 사람은 밥벌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건져냅니다. 저는 자기 손으로 밥벌이 하는 것을 큰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일터를 수도원으로 승화시키느냐, 감옥으로 전락시키느냐는 본인의 의지와 감사하는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93쪽

 

 

 

 

동물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통찰은 “동물들에게는 시간이 없다.”라는 한 문장이었다. 동물들에게는 본능만 있지, 시계 속 시간은 없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시간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누구나 동물이 된다. 다시 말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하는 사람은 시간을 모르는 동물과 같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물의 시간의 행복해지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명한 광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웅현은 책 <책은 도끼다>에서 “나는 개처럼 살고 싶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지금 당장‘ 이라는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개처럼 속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Seize the Moment, Carpe diem. 이 말은 ‘현재를 살아라, 순간의 쾌락을 즐겨라’가 아니라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클럽의 젊은이들 대부분은 순간의 쾌락을 즐기라고 해석하고 싶을 겁니다. 인생 뭐 있어? 오늘도 클럽 내일도 클럽, 오늘도 섹스 내일도 섹스, 그랬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라 지금 네가 있는 이 순간에 최선을 대해서 살라는 이야기죠. 이 순간의 보배로움을 알아라. Seize the Moment, Carpe diem. ‘개처럼 살자’입니다.”

 

 

 

 

나만의 관점을 가져라

 

저자가 말하는 통찰은 곧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관점은 고유한 인생의 영역에서 다져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공식으로 일반화해서 말할 수 없는 것. 저마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이 서기까지 삶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일을 통해 통찰을 만날 수 있다. 성공한 누군가의 삶을 쫓는 것에서 경영의 비결을 읽어내고자 함이 아니라 내 생활 속 가치와 그 가치를 관통하는 본질을 탐구하고자 할 때 통찰은 얻어진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세상은 각기 다른 현상을 이루고 있지만 본질은 모두 일맥상통하다. 경영도 세상과 다르지 않다.” 이것이 저자가 주고자 한 가르침의 요지이다.

 

 

 

이 밖에도 미국 프로야구 명문팀 중 하나인 뉴욕양키스의 유니폼에는 선수들의 이름이 들어있지 않은 이유에는 ‘승리를 위해서 최고의 선수를 데려왔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개성보다 하나된 팀워크가 먼저‘라는 통찰이, 프랑스 레스토랑의 쉐프와 순대국밥집 주방장의 차이에는 ’사업은 외양이 아니라 실질적 수익성이 핵심’이라는 통찰이 숨어있다. 또한 독일군이 프랑스군을 물리치고, 베트남이 초강대국들을 이긴 비결에는 ‘강한 군대의 필요조건은 우월한 장비이지만 충분조건은 지휘관의 역량과 조직원의 전쟁의지’라는 통찰이 담겼다. 겉만 보지 않고 본질까지 꿰뚫어보는 저자의 눈 속에 비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서른 가지의 통찰을 만나보자. 박학다식한 저자에 한 번 놀라고 그 속에 숨은 통찰에 두 번 놀라게 될 것이다.

 

이 리뷰는 월간금융(6,7 월호)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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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 새로운 방식으로 놀라운 수익을 거두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22
라젠드라 시소디어 외 지음, 권영설 외 옮김 / 럭스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 경영 환경에 최적화된 기업모델을 제시한 책

 

 

 

톰 피터스의 베스트셀러 `초우량 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과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는 밀리언셀러이자 우리나라 경영자들의 애독서 중 하나이다. 그런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 했던가. 그 명성이 무색하게도 책이 발간된 지 30년이 겨우 지났음에도 대다수 `초우량 기업`들과 ’위대한 기업‘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 이윤을 늘리는 것이다'라는 프리드먼의 주주이익 극대화에 근거한 선정기준 때문이었다.

   80년치 상장기업의 자료를 분석해서 15년간 시장대비 최소 3배 이상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한 11개 기업을 선정한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은 현재 11개 기업 중 서킷시티는 파산 전 경력직을 해고하고 인건비 낮은 신입을 채용해 비난을 샀고, 패니메이는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의 주인공이 되었다. 웰스파고는 2008년 2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구제금융을 미국정부로부터 받았고, 알트리아는 세계 최대의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의 전신이었다.

   한편 1961년부터 1980년까지 과거 20년에 걸친 성장, 장기적 자산 형성 실적 그리고 가치 또는 부의 창출 면에서 선정한 톰 피터스의 ’초우량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1/3은 책이 출간된 시점부터 추락하기 시작했고, 절반 정도의 기업이 5년 만에 어려움에 빠졌다. 오늘날까지 초우량기업으로 남아 있는 회사는 고작 5개사에 불과하다. 그들이 놓친 한 가지는 톰 피터스가 <경영파괴>에서 말했던 ‘미친 시대(Crazy Times)’ 즉,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전과는 달리 정신없이 변화하는 큰 흐름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성중심의 합리주의’의 기존 기업문화에서는 전혀 다루지 않았던 가치,사람,스타일,스킬 등의 소프트한 측면을 간과했던 것이다.

 

   벤틀리 대학 마케팅 교수이자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의 저자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는 20세기가 ‘초우량 기업, 위대한 기업의 시대’였다면 새로운 세기는 ‘사랑받는 기업의 시대’라고 말한다. 기업의 미래가 ‘사랑’에 달렸다고? 쌩뚱 맞다 생각도 들법하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기업들을 살펴보면 경영이념의 근저에는 하나같이 ‘사랑’이 담겼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이자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경영학 석좌교수인 워렌 베니스는 사랑받는 기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문제를 걱정함으로써 더 높은 성숙에 도달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것이 바로 사랑받는 기업의 특징이다. 기업의 목적과 이윤 추구 사이의 균형을 확실하게 함으로써, 사랑받는 기업들은 눈앞의 경계선 - 일반적으로 주주를 위한 적절한 성과 - 을 넘어서는 더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16~17쪽

 

 

 

사랑받는 기업은 마케팅의 대가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 기업’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필립 코틀러는 동명의 책에서 마켓 3.0 시장은 기업들이 고객 만족과 이익 실현에 그치지 않고, 빈곤과 빈익빈 부익부, 환경 파괴와 같은 현실적 문제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살아남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사랑받는 기업만이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랑받는 기업의 선정조건은 지난 세기의 그것들과 달랐다. 우선 다른 누구도 아닌 소비자들에게 "당신이 사랑하는 기업이 어디인가요?"라고 묻는 설문조사로 1차 후보 기업을 가린 뒤 이들 기업이 소비자, 파트너, 직원, 지역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에게는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심층 조사를 벌였다. 직원 이직률이 높은 기업이나 공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악명 높은 기업은 제외했는데, 마지막까지 남은 기업은 파타고니아, 홀푸드, 구글, 도요타 사우스웨스트항공, 뉴발란스, BMW, 스타벅스, 혼다, 아마존, 이케아를 포함해 28개 였다.

 

사랑받는 기업의 경영실적은 실로 놀랍다. 1996~2006년의 10년간 사랑받는 기업 중 상장된 13개와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500개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을 비교했는데, 사랑받는 기업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1026%로 S&P 500 기업(122%)의 8배가 넘었다. 짐 콜린스(Collins)의 위대한 기업 11개의 투자수익률은 303%로 사랑받는 기업의 1/3에 불과했다.

 

 

   사랑받는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가 아니라 더 큰 이상과 목적을 갖는다. 즉 단순히 주주들의 이익만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사회 등 모든 이해당사자(stakeholder)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또한 힘이나 돈이 아니라 목적을 추구하는 '깨어있는 리더십'을 추구하고, 자사(自社)의 약점까지 공개하는 투명성이나 권한 위임과 같은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도 지니고 있다.

 

   사랑받는 기업의 경영방식의 좋은 예가 있다. 2007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의 유기농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의 한 매장에서 전산 시스템 고장으로 손님들이 물건 값을 치르지 못해 장사진을 이뤘다. 이 때 매장 총괄 매니저가 서둘러 나와 고객들에게 “우리 잘못으로 불편을 드리고 시간마저 뺏었으니 구매하신 물건은 모두 공짜로 가져가세요. 다만 꼭 값을 치르겠다고 생각하는 분은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세요.”라고 말하며 혼란을 잠재웠다. 감동한 고객들은 당장 이 얘기를 퍼뜨렸고, 언론은 ‘홀푸드는 고객과 사회를 우선 생각하는 기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손님들에게 받지 않은 물건값 4000 달러로 40만 달러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뒀다.  

 

 

 

   사랑받는 기업이 직원, 협력업체, 고객, 지역사회와 윈윈(win-win)하는 방식은 이렇다. 높은 임금과 납품가를 주면 당장 마진은 적어지지만, 그만큼 더 좋은 근로자와 협력업체를 가질 수 있고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져서 결국 전체 순이익은 커진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는 높아지고 애사심도 생겨 낮은 이직률 덕분에 채용과 교육, 조직 관리 비용이 줄어들고,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닭(수익)이 먼저냐, 계란(복지)이 먼저냐의 고민에서 사랑받는 기업은 처음에 손해를 보는 계란을 선택했다. 결과는 소비자의 존경과 사랑과 함께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

 

 

   21세기에 사랑받는 기업이 대세가 된 이유는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우선 노령화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게 되면 그들의 인생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기업문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의 큰 세계적 변화는 인터넷이다. 19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다. 아울러 기업이 하는 대부분의 일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면서 비밀이 없어졌다. 지난 세기보다 훨씬 더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자기 이익만 챙기고 돈만 벌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은 싫어지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가 향상되었다. 대학을 가는 여성들의 수가 증가하고 기업과 정부 등 고위직에서 여성 비율도 높아졌다. 더불어 사랑과 감성, 돌봄 등 여성적 가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어떨까? “삼성은 소니보다 더 성장했고, LG와 SK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려고 하는 마인드가 있는 것 같다. 이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기업의 힘이 커진 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다. 자선사업을 하라는 게 아니라 거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몇 해 전 저자가 국내에 와서 강연을 왔을 때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랑받는 기업은 기업가나 CEO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옳은 기업을 찾아 사랑을 듬뿍 안겨주는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의 인식전환과 안목이 필요한 때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만드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68 호) 전문가 리뷰에 기고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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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인터뷰 - 세계를 뒤흔든 30인의 리더에게 인생과 성공을 묻다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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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놓쳐서는 안될 리더들의 인터뷰집!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만나기 어려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바빠서 나 같은 범인(凡人)은 상대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 책에서는 만난다. 게다가 외국인이어서 언감생심 말조차 붙일 수 없는 인물을 친절하게도 우리말로 번역까지 해주니 이보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인터뷰THE INTERVIEW>는 매주 토요일마다 발행되는 조선일보의 프리미엄 경제섹션 ‘위클리비즈‘의 명(名)인터뷰를 모은 것으로 최근 1년 간 세계 현자들과 이루어진 인터뷰를 담았다. <보랏빛 소가 온다>의 세스 고딘,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새로운 미래가 온다>의 다니엘 핑크, 등 밀리언셀러의 저자를 비롯,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에버노트 CEO 필 리빈 등 말 그대로 ’만나고 싶었던 인물‘들의 인터뷰가 수두룩하다.

 

 

 

 

 

   ‘위클리 비즈’의 기사들을 모은 책으로는 <혼창통>, <위클리비즈> <위클리비즈 인사이트>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신문에 나왔던 기사를 이렇게 책으로까지 낼 것 까지 있으냐’ 말할 법도 하지만, 조선일보의 주말 섹션 <위클리 비즈>의 기사들은 책으로도 만날 수 없는 내용과 인사이트를 담고 있는데 이를 하나로 엮었다니 요리사에게는 미슐랭 가이드요, 패션 디자이너에게는 명품 화보집에 버금가는 책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인터뷰이의 절반은 저자들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책의 이야기와 핵심, 그리고 책에서는 담지 못한 후일담과 에피소드들을 만날 수 있어, 경제경영서판 ‘한밤의 TV연예’이기도 하다. 결코 책에서는 만날 수 없는 저자들의 생생한 민낯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는 그들을 직접 만나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아우라를 체험한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숨결을 느끼며, 작은 행동의 변화를 관찰한다.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그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질문이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남다른 것이었다면(우리는 그런 질문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 대한 그들의 대답 또한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것일 수 있다. 그런 대답이 나왔을 때, 그리고 그 대답이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뛰어오른 연어처럼 생생할 때 우리는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서문 중에서

 

 

 

 

첫 인터뷰이는 세스 고딘. 올해 화제를 일으킨 <이카루스 이야기>저자인 그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보다 ‘딱 반 보(步)’ 앞선 사람이다. 특히 이번 책은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와 전체적인 내용이 엇비슷한 맥락을 갖는데, 다니엘 핑크는 감성의 시대 도래를 이야기했다면, 세스 고딘은 ‘아티스트로 살아가라’고 주문한다. 남이 원하는 세상에 맞추고 길들여지지 말고, 내가 만들어나가는 세상을 살라는 것이다.

 

 

 

 

   “제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방향 전환 시점은 생존을 위해 다른 모든 사람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일하던 것에서 탈피해 저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나가기 시작한 때일 겁니다. 무언가 말이 되지 않거나 남들에게서 주목받지 못하거나 하는 걸 추구하고 있을 때 스스로 예술가라고 느끼지요. 남들이 ‘그건 잘 될 리가 없어. 그냥 내버려둬’라고 하는 일을 끝까지 추구할 때요. 물론 제가 한 일이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제가 그것을 ‘즐겼다’는 것입니다.” (19쪽, 세스 고딘)

 

 

 

 

 

 

한편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의 저자 마이클 노튼은 ‘행복한 지출’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잘 살면 더 행복해지는 줄 알지만,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어느 이상이 되면 부의 증가는 더 이상 행복을 주지 못한다. 더군다나 지금은 금융위기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불황기가 아닌가. 만약 더 벌어야 행복한다면 이 세상에 행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가진 내면적 자질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란 힘듭니다. ‘내가 저 사람보다 더 나은 아버지야’ ‘내 인격이 옆에 앉은 사람보다 더 훌륭해’ 하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없잖아요? 반면 갖고 있는 물건을 비교하기란 상대적으로 쉽지요. ‘내 수입이 당신보다 더 많아. 내 집이, 내 자동차가 당신 것보다 커’ 하는 것이 훨씬 더 명쾌하지요. 그래서 비교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큰 집을 가진 사람이 작은 집을 가진 이보다 반드시 더 행복할까요? 사람들이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옮기면 더 행복해질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물질에 근거해 타인과 비교하는 습관을 버리고, 좀 더 건강한 방법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내가 배우자에게 얼마나 진실하고 다정하게 대하나’ ‘내가 아이들이나 친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나’ 같은 기준으로 말이지요.” (76쪽, 마이클 노튼)

 

 

 

 

   저자는 더 버는 것보다 ‘현명한 지출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물질적인 소유보다는 경험의 지출이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저자 덕분에 어깨에 얹어진 더 벌어야 한다는 돌덩이 같은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난 책을 찾아 읽는다.

 

 

 

   한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후학들에게 인생은 복잡하니 그 복잡함을 두려워하지 말고 답을 찾으라고 조언하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사람이 무엇을 생각할까, 어떤 기분일까 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그리게 되면, 갑자기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세계의 비밀로 통하는 문’이 열리게 된다고 자신의 창조 철학을 밝혔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의 명예교수인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지만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춘다. 경주마가 아닌 야생마처럼 살라.”고 조언하고 있다.  

 

 

<위클리 비즈>를 챙겨보지 못한 이라면 이 책은 꼭 일독할 일이다. 책에 담긴 인터뷰를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이거다’ 싶거든 인터뷰이의 책을 사서 읽는다면 그보다 나은 선생을 만나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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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디자인 100년후, 미래를 그리다 - 임범석의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
임범석 글.그림, 김우성 옮김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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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키드가 세계적인 오토 디자이너가 되다! 

 

   "만약 내가 사람들에게 뭘 원하는지 물었더라면, 사람들은 더 빠른 말을 원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설립자이자 헨리 포드가 한 말이다. 그는 포드 모델 T를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공해 자동차를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일반 대중들도 살 수 있는 '모두의 자동차'로 만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자동차는 속도와 성능으로만 진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심미안審美眼 즉, 아름다움을 살피는 안목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속도와 성능으로만 평가되던 자동차에 디자인이 더해졌다. 그러자 '말보다 더 잘 달리는 기계' 정도였던 자동차가 '나의 분신分身'이라 불릴 정도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오토 디자인 100년 후 미래를 그리다>의 저자 임범석은 자동차에 아름다움을 입히는 디자이너, 아니 아티스트다. 그는 단지 '새롭고 다른 차'를 고안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를 사랑하는 매니아의 입장에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난생 처음 자동차를 본 순간부터 그 매력에 빠진 '자동차 키드'였던 그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일지도 모른다.

 

 

 

 

   "디자인? 자동차를 디자인한단 말이야?’그 기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잡지는 그토록 애타게 찾아 헤매던 나의 미래를 눈앞에 펼쳐 보여 주는 듯했다. 이전까지 자동차 스케치라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동차는 그저 엔지니어들이 만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자동차가 디자이너들의 도면에서 태어난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동안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모른 채 지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를 미치도록 좋아했지만 엔지니어나 미캐닉이 되기를 꿈꿨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생각해 보면 관심은 오직디자인에만 집중돼 있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언제나 자동차의 형태, 스타일링이었다. 나만의 자동차를 상상하며 만들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제야 자동차 디자인이야말로 나의 운명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 책 103 쪽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씀이다. 이 책은 어린 시절 미니카에 빠져서 자동차 키드로 살다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호지자好之者 임범석의 '나와 자동차 이야기'다.

 

   저자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명문 아트센터 디자인대학(ACCD: 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을 졸업했고, 혼다의 미래 콘셉트카를 디자인하는 어드밴스드 스튜디오를 거쳐 현재는 모교인 ACCD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거나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기량을 업그레이드하려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동차 디자인의 하버드, 아트센터의 한국인 최초 정교수이기도 하다. 오토 디자인계에서는 입지적인 위치에 오른 저자의 이면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이 서려 있는데, 그의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겼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불광불급(不狂不及)이 떠올랐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인데, 역으로 말하자면 미쳐야 미친다는 의미가 되겠다. 책을 읽는다면 임범석은 '자동차에 미친 사람'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벽에 걸린 사나이, 여기서 벽(癖)이란 편집증, 한 곳에 대한 몰입이 지나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어찌 보면 정신병적인 면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다른 이면으로 본다면 한 분야의 정통을 이루어 나가는 집념에 해당되고, 열정을 뜻한다. 그의 자동차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것을 직접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내용들은 1만 시간의 노력이면 천재가 된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넘어 2만 시간의 노력에 마스터(master, 달인)이 된다는 로버트 그린의 <마스터리의 법칙>을 생각나게 한다.

 

 

 

   "기억하라. 반드시 일찍부터 어떤 탁월한 재능이 나타나야만 인생의 과업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당신의 모자라고 불완전한 모습에 가려 한동안 인생의 과업이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이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 일에 집중해 노력하다 보면 서서히 그것이 눈앞에 나타날 것이다. 사소하더라도 잘하는 것에 반복해 몰두하면, 자기 훈련의 가치를 깨닫고 노력이 가져다주는 보상을 경험할 것이다. 마치 연꽃이 피어나듯, 서서히 쌓이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신의 능력은 조금씩 바깥으로 펼쳐져 나갈 것이다.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부여받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마라. 그런 사람들은 성실한 노력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때문에 훗날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도 한다. 여기서 권고하는 전략은 당신이 실패나 역경을 맞닥뜨렸을 때도 유효하다. 그런 경우, 자신이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한두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현명하다."

<마스터리의 법칙, 로버트 그린>92~93쪽

 

 

 

   임범석은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업業 삼아 자동차 디자인을 자신의 모든 것에 투영시켰다. 인상적인 부분은 자신의 손끝에서 나온 자동차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었던 디자이너가 타사의 다른 사람이 디자인한 자동차 모델들을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자동차 모델들이라며 직접 디자인을 그려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 점만으로도 그는 '자동차 키드' 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는 스포츠 해설가가 된 농구선수 이충희가 훈련이 끝난 후 체육관에 남아 매일 홀로 3,000개의 슛을 쏜 것도, 발레리나 강수진이 하루 19시간씩 연습을 한 것도 그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빠져들어서 였다. 자동차 키드 임범석도 자동차가 좋아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내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는 최고가 되었다.

 

 

 

 

 

 

 

 

 

 

 

 

   힘겹게 산을 오르다 어느새 눈앞에 탁 터진 고원을 만났을 때처럼 내가 속한 분야의 ‘큰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야구에서 타격감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종종 ‘야구공이 농구공이나 수박만 하게 보인다’고 하는 그런 경지. 그와 같은 ‘시야의 확장’ 경험을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연주를 할 때 더 이상 악보나 음악의 일부분에 신경을 쓸 필요 없이 곡의 전체 구조를 보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다.”

 

 

 

   바로 통찰력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이런 ‘마스터리’를 가리켜 ‘도(道)’라고도 부른다. 오랜 수행 끝에 얻어지는 득도의 경지. 모든 것이 자기 자신 속에서 응축되어 기술과 경험을 자유자재로 끌어 쓰게 되는 순간,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부분이 아닌 ‘전체를 느끼는 감각’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 역시 자신의 뒤를 이은 차세대 자동차 키드를 길러내는 선생으로서, 마스터로서 자동차의 미래도 그려냈다. 각설하고, 그가 사랑한 그린 추억의 명차와 직접 디자인했던 콘셉트카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페이지마다 눈이 즐겁고 행복했다. 앞으로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날 때 마다 '임범석'을 떠올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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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뽑았다 -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상사, 아타리의 창업자에게 직접 듣는 괴짜 인재 경영법
놀란 부쉬넬 & 진 스톤 지음, 한상임 옮김, 한근태 감수 / 미래의창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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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인재, 창의적인 기업이라면 스스로 찾아온다

 

 

1974년 가을 수염투성이에 장발을 한 히피 청년이 세계적인 게임 벤처기업 아타리의 문을 두들겼다. 경비원은 더럽고 냄새나는 부랑자라며 쫓아내려 했지만 이 청년은 무작정 아타리에 취직하고 싶다며 높은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떼를 쓰며 버텼다.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아타리의 경영자는 이 청년을 불러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청년이 HP에서 일한 적 있고, 생각보다 기술적으로 해박하다는 것을 알고, 아케이드 게임기를 고치는 일에 투입할 요량으로 즉석에서 5달러 시급을 주는 조건으로 채용했다. 당시 세계 최초로 상업용 게임인 퐁PONG의 대성공으로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게임기업 아타리에 취직한 더럽고 냄새나는 히피 청년은 바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였다. 

   누구에게나 나를 이끌어준 상사가 있다.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애플 CEO 스티브 잡스에게도 그를 채용한 탁월한 안목을 가진 상사 놀란 부쉬넬이 있다. 과연 그는 잡스의 어떤 면을 보고 뽑았을까.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뽑았다>는 당시 히피 청년을 채용한 사람이자 아타리의 창업자인 놀란 부쉬넬이 창조적인 인재를 채용하는 방법과 창조적이지만 괴짜인 그들과 동료가 되어 함께 일하는 인재경영법을 담고 있다.

  

 

   기업이 창의적인 재능에 목말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더욱 치열해진 경쟁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쟁사들은 모두 앞 다투어 제품이며 서비스, 그리고 콘셉트를 개선하려고 애쓴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이용 절감을 위해 공정을 다듬고 좀 더 능률적인 회사를 만들려고 한다.”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단 한 가지 원천은 경쟁 상대보다 더 빨리 배우는 능력이다.“라고 말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창의성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다. 

“과거에 비해 아이디어는 빠르게 나오고 지식은 곧바로 퍼지며 경쟁사들은 신속하게 대처한다. 당신이나 당신의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무슨 일을 하든 당신은 끊임없이 변해야만 한다. 비누를 파는 회사라면 이런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소비자는 항상 비누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기, 향, 그리고 용도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비누의 종류는 계속 바뀔 것이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사회가 오고 있는 이상, 회사 전체가 그 새로운 형태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핵심은 창조성에 있다.“ 18쪽

   저자는 우선 창의적인 인재를 뽑고 싶다면 먼저 그들에게 매력이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타리는 마치 영안실처럼 차갑고 어색한 분위기의 회사 로비를 전자게임 아케이드처럼 꾸몄다. 로비 전체를 우스꽝스럽게 삼나무와 양치류들로 꾸며 회사가 아니라 마치 정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회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타리라는 회사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 나도 이런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자 아타리는 곧 재미있는 일터로 소문이 났다. 잡스도 아타리를 알아보고 찾아갔다. 좋은 회사라는 것 자체가 구인 광고가 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타리에서 퇴근을 하지 않고 숙식을 해결했다. 대신 HP에서 근무하는 ‘스티브 워즈니악’을 밤마다 불러 회사에서 함께 밤을 새워 놀듯 일하며 어려운 기술부분을 함께 해결했다. 워즈니악은 아타리 게임의 광팬,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개선하는 일에 돈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잡스의 이러한 기행(奇行)은 회사의 야간 보안규칙에 어긋났다. 동료들은 반발했지만 아타리의 경영진은 고민 끝에 보안용 경보 장치 대신 보안 직원만 배치하는 것으로 창의적인 두 청년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엄격한 규칙이 있는 기업에서 창의성은 발휘될 수 없다. 저자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관리한다는 것은 고양이를 길들이는 것과 같다‘며 통제하는 대신 좋은 업무 환경과 융통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그들로부터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제나 맨발로 돌아다니고 다른 직원들의 일에 간섭하며 이상한 말만 하던 잡스는 아타리에서 6개월 정도 일하던 어느 날 회사 수뇌부에 인도로 여행을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당돌한 신입 사원의 요구에 놀란 부쉬넬은 당황했지만, 때마침 독일에서 터진 게임기 문제를 현지에 가서 해결하는 조건으로 인도여행을 허락했다. 잡스는 바로 짐을 싸서 독일로 날아가 단 2시간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홀가분하게 인도 여행을 했다. 여행을 통해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6개월 만에 복직한 잡스는 히피 스타일을 버리고 삭발과 면도를 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후부터 잡스는 기업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무시하라, 스펙이 똑같은 복제 인간은 피하라, 비호감이라도 뽑아라 왕따를 찾아라, 잠복자를 찾아라, 등잔 밑을 잘 살펴라 등 본문에 소개된 창의적인 인재를 찾는 법 20 가지는 정교한 서류전형 필터링과 공채 시스템으로 사회에 적당히 길들여진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뽑는 틀에 박혔던 기존의 인재 채용 방법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창의적인 인재를 뽑았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놔야 한다. 애플의 모토는 ‘Think different‘는 ’다르게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다. 아예 판을 뒤집어 ’다른 것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기존의 직원관리 방식도 변화해야 한다.  

   형편없는 아이디어도 지지하라, 실패를 기념하라, 위험을 감수하라, 실패해도 상을 줘라, 자기만의 창조공간을 마련해 주라, ADHD(주의력결핍장애)를 권장하라, 장난감을 활용하라, 잠을 권하라 등 저자의 파격적인 관리방식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자포스와 같은 선도적 혁신기업의 직원(괴짜지만 창의적인 제 2의 스티브 잡스)들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고,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근무환경임을 알려준다. 저자는 ‘사람이 곧 재산’인 기업일수록 앞으로 사람을 뽑으러 다니기보다는 그들이 기업의 진가를 알아보고 먼저 찾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난 13일 삼성그룹 상반기 신입 사원 공개 채용의 1차 관문이자 이른바 '삼성고시(考試)'인 '삼성직무능력검사(SSAT)'가 전국 85개 고사장과 미국 뉴욕·LA, 캐나다 토론토에서 치러졌다. 2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이 시험은 기존 언어·수리·추리·상식 등 4개 영역에 공간 지각 능력 영역을 추가해서 총 160 문제의 5지 선다형이다.  

   만약 청년시절의 스티브 잡스가 삼성에 지원했다면 어땠을까? 시험을 봐서 들어가는 회사라면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을 잡스겠지만, 설령 지원해서 시험에 붙었다고 해도 더럽고 냄새나는 히피라면 제 아무리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잡스라도 면접에서 떨어뜨릴 것이다.

   십분 접어줘서 ‘소 뒷다리로 쥐 잡듯’ 잡스가 취직된다고 쳐도 조직은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 규칙을 따르지 않고, 동료들을 무시하며, 다른 부서와 갈등을 일으키는 꼴통은 ‘눈의 가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잡스는 자신이 펩시콜라에서 모셔와 CEO로 앉힌 존 스컬리에게 조직에 어울리지 않는 몽상가라며 애플로부터 해고되지 않았던가. 

   의욕만 넘치던 괴짜 히피 청년 잡스를 직원으로 채용하고 그가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응원했던 저자의 조언은 잡스 같은 인물이 이 땅에 없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스스로 만든 프레임에 갇혀 정작 인물을 볼 줄 모르고 있음을 말해준다. 매년 안경 도수를 높일 것이 아니라, 아예 안경을 벗어야 할 때가 지금이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격주간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66호) 경제경영 전문가 리뷰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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