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 제국이 지배하는 시대의 전쟁과 민주주의 제국 3부작 2
안토니오 네그리 외 지음, 조정환 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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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집단 [제국]을 맞설 힘은 [다중 Multitude]뿐이다!
 
냉전시대엔 우리편, 너네편으로 피아彼我구분이 확실하더니 이젠 누가 우리편인지 오늘은 '어느 적과 동침을 하는지'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세계 곳곳에서는 내전이 끊이질 않고, 자고 일어나면 주변 나라 아니 지구촌 반대의 기침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복잡다난한 세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세상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이젠 웬만한 폭탄테러는 성에도 차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되어버린 것인가? 앞으로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문외한인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세계적 양상이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으로 대변되고 이것은 '우리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국'이 지배하는 시대의 전쟁과 민주주의]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 다중Multitude 도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부제 속 [제국]의 개념을 먼저 알아야했다.
안토니오 네그리가 2000년에 낸 책 [제국]의 속편이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제국]의 의미는 19세기의 제국주의와 구별된다. 이 개념은 초강대국의 개념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연결된 정치,경제,군사의 지배 네트워크를 말하는데, 선진제국의 정치,군사,산업복합체들 예를 들어 IMF,세계은행등과 EU,WTO등이다. 이들은 오늘날 그 어떤 개별국보다 강력해서 지구촌 가족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네트워크 권력은 '제국적'이지만, '제국주의적'이지 않고, 그 네트워크의 구성원에게 부여된 권력 또한 평등하지 못하다. 이는 최강대국인 미국조차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으며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전지구적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대해  이 책이 말하는 [다중]은 인종, 민족, 지역, 성별을 포괄하는 자유주의적 계급 개념으로 다수라는 점에서 하나인 민중과 구별되고, 모든 임금노동자인 노동계급과는 개장적이고 포함적인 개념이라는데서 다중과 구별된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다중은 전지구적인 네트워크와 분산된 개방성을 지닌 현대의 거대한 계급이라고 말하고 최근의 인터넷과 같은 분산된 네트워크는 서로 다른 웹의 연결 그리고 새로운 관계의 추가가 가능하다는데 다중의 최초의 이미지나 최초의 모델로 훌륭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상황과 전지구적 갈등상태들 속에서 이들이 우리의 정치, 그리고 주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구성을 전쟁, 다중, 민주주의로 나누었다. 
 
전쟁에서는 냉전을 종식시키고 지구촌 보안관을 자칭하는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이 자행하는 극단적 비대칭상황을 세계는 인정하거나 그것을 통해 불안요소의 제거에 대한 희망마저 품게 되는 것에 문제를 삼았다. 제국에 항거하는 국가가 아닌 보이지 않는 조직(테러집단, 조직등)에 의해 자행되는 갈등은 국가간의 전쟁상황이 아니라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전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빈도수에 있어서 그리고 목표에 있어서 불특정다수와 장소를 겨냥하고 있어, 마치 월남전상황에서의 밀림속 베트콩에 당하는 미국과 연합군처럼 긴장을 놓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상황이 세계가 자국과 자국민도 피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함으로 한편으로는 비난을, 다른 한편으로는 조기종식의 희망을 갖게 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다중에서는 제국이 바라보는 시각처럼 민중처럼 동일성을 띠지도, 대중처럼 획일성을 갖지도 않다고 말하며 저자는 삶정치라는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복합적 네트워크로 정치,경제,문화,사회적 힘을 연계시켜 통합해 가고 있으며, 제국이 통제가 강화될수록 그 힘은 더욱 커져 결국은 제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가 이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구의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를 제안하는 민주주의에서 네그리는 다중이 지닌 다수성과 차이성을 인정하는 '다중의 절대적 민주주의'가 제국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다중의 민주주의 형태가 잘 진행되고 있는 예로 한국을 들고 있다. 저자는 전 인류가 말이 아닌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한다. 다중속에 깃들어 있는 차이를 사랑으로 극복하고, 그것을 서로 인정할 때 새로운 다중의 민주주의로 거듭날 수 있음을 말한다.
 
저자가 던지는 시선을 통해 국내정세가 아니라 지구촌 정세임을, 그리고 국외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상황은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참여하는 당연한 지구촌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전지구적 통합을 향한 시각이 트였다고 해야 할까? 명저가 그 자체를 힘을 지니는 것은 독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던지게 한다는 데에 있다. 전작 [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시대적 요구에 의해 [다중]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는 저자에게서 무거운 힘을 느끼게 된다. 다중의 민주주의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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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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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눈과 귀를 막고 글쓰고 있을 수많은 고스트The ghost 에게 바치고 싶은 소설!
 
이 책에 흥미를 가진 이유는 다름아닌 제목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 에 있었다. 유명인의 자서전을 대신 써주는 대필代筆작가의 이야기. 이점에 흥미를 느꼈다. 출판서가 회고록을 의뢰할 만큼 성공했던, 훌륭했던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무슨 때만 되면 자신이 직접 돈을 내어 자화자찬하는 짓을 서슴치 않은 우리나라의 몇몇 정치꾼들은 이 범위에는 없다)을 만나 그를 인터뷰하고, 오랫동한 함께 만나면서 세상에 알려졌던 그와는 다른 '진면목'의 모습을 보는 작가가 느끼는 고뇌는 한번쯤 상상했던 바이고, 충분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꺼리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2천년 전 폼페이 최후를 완벽하게 재현한 [폼페이]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작품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또 하나 주목한 점은 히스토리 팩션으로 유명한 그가 '현재'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다는 점인데, 소재의 고갈인지, 아니면 뉴스와 정치면의 칼럼니스트의 전직을 살려 현대 정치비화쪽으로 전환을 시도해 군사지식 마니아인 톰 클렌시나 환타지 호러의 스티븐 킹처럼 정치전문 소설가로 자리매김을 하려는 것인지도 점치고 싶었다. 그리고 흥미 이상의 소득을 얻었다. 
 
어느 록가수의 자서전을 대필한 것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 세계에서는 알려진 대필소설가 '나'는 이미 은퇴했지만 아직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영국의 전총리의 회고록의 대필을 제의 받는다. 회고록의 출간을 두고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노정치인과 유명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세상에 알려 대박을 거머쥐려는 출판사측의 동의는 거액의 대필금액으로 급하게 조달한 대필작가 '나'를 찾게 되고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각하의 유령입니다."라는 첫인사로 그들을 만나게 한다.  영국을 떠나 미국의 어느 외딴 섬에서 겪는 정치거물의 본모습과 신기한 주변인물들, 그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무엇보다 그를 궁금하게 했던 선임대필작가의 의문스러운 죽음은 '거액제의'만 아니었으면 하지 말았어야 했음을 계속 후회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자살처리된 선임대필가 마이클 맥아라가 대필을 하던 방에서 기거하게 된 '나'는 우연히 그가 남긴 가방에서 '단서'들을 찾게 되고, 그가 알고자 했던 '알아서는 안될'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달하게 된다.
 
이런 일은 유령 세계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해결책도 뻔하다. 고객의 의도대로 불일치를 그려주고 판단 또한 그들에게 맡겨라. 유령 작가의 책임은 절대 진실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미용사가 고객의 얼굴을 보고 두꺼비 껍질 같다고 하지 않듯이, 유령 역시 고객의 소중한 기억 태반이 사기라고 들이댈 수는 없다. 우리는 집필하지 않는다. 다만 집필을 도와줄 뿐이다.
 
석연치 않은 전총리 애덤 랭의 이야기에 '숨겨진 진실에 대한 갈증'에 대해 '나'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 하지만 '호기심'에 대한 인간의 욕망으로 '유령'으로서의 나를 망각하게 되고, 급기야는 알고 난 이후의 자신을 '후회'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막바지에 이르게 된다. 전총리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과 속속들이 밝혀지는 그의 과거, 그리고 서서히 풀리는 미국과 영국간에 숨어있는 정치적 비밀들은 정치 컬럼니스트 출신의 작가인 그만이 엮어낼 수 있는 멋들어진 정치스릴러임을 느끼게 한다.
 
나는 내가 아니다.
그대 역시 그도 그녀도 아니며
그들은 그들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 역시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그 옛날 놀이문화가 없던 원시시대부터 남자들이 먹잇감을 가져와 사냥스토리와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영웅담'으로 엮어 동굴속 가족들에게 그림을 그려가며 이야기를 해주면서 였으리라. 그렇게 본다면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을 언어의 힘(Homo loquens)으로 즐겁게(Homo Ludens) 해주는 슬기로운 인간(Homo sapiens sapiens)이 바로 언어의 마법사인 소설가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해야 할 일을 잊고, 시간을 잊게 만들며 내눈을 사로잡은 소설이었다. 책과 작가 그리고 출판계에 관심이 많거나, 국제정치에 관심이 많은 소설애호가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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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톰 피터스 지음, 정성묵 옮김 / 21세기북스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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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형식으로 꾸며진 톰 피터스의 21세기형 미래경영서 !
 
책의 이로움을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그 중에서 들자면 내가 사는 이곳의 정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시간이면 언제든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원한다면 얼마만큼이든 되돌려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명사나 석학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어낼 때는 그 이로움은 몇 배를 더하는 것 같다. 급변하는 시장에도 꿋꿋할 새로운 기업을 구상하는 내게 그런 반갑고 고마운 책 중 하나가 지금 소개하는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이다.
 

<책 속에 있는 그의 소개>

 세계 20대 경영 구루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그는 전작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20세기의 3대 경영서'로 꼽힐 만큼 경제계를 발칵 뒤집으면서 최고의 컨설턴트로 자리를 잡았다. 그후 7년 동안 써서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인데, 유명한 그인 만큼 연설과 컨설팅 일정만 해도 빡빡한데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책상앞에 쪼그리고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왕짜증이 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왜 왕짜증이 났을까?
 
그 이유는 "기업이든 정부든 대개 좋은 의도를  품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불합리한 조직 구조와 좀스로운 폭군(기업의 중간 관리자나 군대의 대령, 학교의 교감)이 번번이 방해를 놓기 때문"이라며 그가 20-25년동안 잘못된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라고 쓴소리를 해도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Re-imagine하라고 기업과 개인에게 말한다. 현재 그가 책에서 말했던 Re-imagine의 세계는 지금 경영계의 큰 이슈로 자리잡고 있거나, 아직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많은데, 지난 해 연말쯤 내놓았던 책인 것처럼 그 내용들이 따끈따끈해서 2004년에 이 책을 내놨던 것이고, 그의 생각은 이미 그 이전 7년, 그러니까 1998년부터 쓰기 시작한 작품이라고 하기엔 전혀 믿어 지지 않는다. 도발적인 통찰력과 진취적 사고를 가진 그가 현재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새로 생각하라Re-imagine고 생각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배경, 기술, 가치, 브랜드, 시장, 일, 사람들, 그리고 방향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들을 비즈니스의 새미래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위에 말한 것들을 파괴하고 새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바뀌어 버린 경제환경에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과거의 경영방식을 고집하다가는 도퇴된다고 하면서, 바꾸기 힘들거든 과감히 파괴하라고까지 말한다. 그는 장미 정원사가 봄에 가지치기하는 것을 비유하며 순응의 환경에서는 가지를 많이 남기면 큰 장미를 수확하지는 못하지만, 매년 수확할 확률이 있지만, 예기치 못한 환경에서는 변화에 쉽게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가지를 쳐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인 가지치기야 말로 지금 우리의 경제환경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혁명의 힘으로 239달러 컴퓨터 칩이 수십 명의 화이트칼라의 일자리를 대체하며 조직을 해체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업무 자체도 위성망의 덕택으로 값싸고 고급 인력이 풍부한 제 3의 지대로 수출(외주)되고 있세상이라고 말하며 현재는 시작단계일 뿐 앞으로 그 시장은 더 커진다고 말한다. 그는 또 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웹세상을 이야기하면서 이것은 기술 플레이가 아니라 사람 플레이면서 파워 플레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웹세상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조적이며 현재같이 모두가 변화되어 가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임을 이야기한다.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는 기존의 화이트 칼라가 했던 작업들은 모두 전문 서비스 회사즉 PSF(Professional Service Firm)으로 맡겨질 것이며 적은 이윤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PSF해야 할 것이고, 기업의 생존구조역시 PSF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여 자신없는 분야는 포기하고, 잘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솔루션을 제공하여 한 고객을 붙잡기 위해 모든 장점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한다.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브랜드에서는 크든 작든 기업의 '부가가치'는 그 기업이 경험하는 경험의 질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그 경험은 전체적이고 포괄적이며 감성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경험Experience'을 강조했는데, 그가 강조하는 이유는 서비스는 '거래'인 반면, 경험은 '이벤트'이기 때문에 지울 수 없는 기억을 고객에게 남기고, 자신의 역사책에 깊이 새겨지는 하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을 넘어 '드림 비즈니스'로 발전하여 소비자에게 꿈을 심어주어 소비자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디자인과 시스템을 강조하는데, 디자인은 '외관'뿐 아니라 '영혼'이 머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굿디자인은 '잘 다듬어진 마무리 공정'이 아니라, 제품에 또다른 수요층을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이며, 그것은 차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또한 디자인은 외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순조롭게 이루어진 시스템이라는 무형의 과정에도 디자인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톰 피터스Tom Peters>

스스로 '브랜드광'이라고 말하는 톰 피터스는 브랜딩에 대한 정의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이 여기에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의 독특한 점은 무엇인가? 어떻게 극적인 차별화를 이룰 것인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열정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브랜딩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브랜딩의 정의대로 실제로 지켜나갈 때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것이고 진정한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다고 그는 전한다.
 
그 밖에도 그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서는 지금껏 소외된 여성과 여성시장의 증가, 그리고 이젠 노인이 되어버린 황금알의 베이비 붐 세대들을 일컬어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으로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시장이라고 그는 단정하며 이는 단지 '마케팅 전술'적인 측면이 아니라,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새로운 일에 대해서는 그가 내놓았던 WOW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세상을 놀라게 할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을 지니며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래의 비즈니스는 인재 즉, 자체만으로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Brand -YOU이 쏟아져 나와야 하고, 기업은 그들을 잡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초우량 기업의 조건]들을 비롯해 모든 원칙은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 왔는데, 그것은 거대조직의 행동부족으로 야기된 것으로 이제는 기업이 유연한 원칙과 변화를 통해 괴팍하고 변화무쌍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에 맞설 리더의 리더십은 파괴적인 시대에 여행을 이끄는 안내인이라고 정의하면서 리더에게 필요한 50개의 항목을 던져주며 영속이 위험천만한 망상에 불과한 이 시대에는 과거의 유산에는 도전하고, 수시로 완전히 새로운 가치 제안을 창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한 세상이라고 말하며 정리한다.
 
그는 이 책에서 수많은 기업가와 경영구루들의 말을 옮겼고, 수많은 훌륭한 책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일선의 경영현장을 생생하게 그대로 옮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껏 읽은 경제,경영관련 책들의 내용은 이 책이 던지는 화두에 대한 답이고, 톰 피터스가 던졌던 미래의 모습들이 현재도 큰 화제속에서 트렌드(특히, 감성과 여성시장, 베이비붐 시장,브랜딩 부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듯이 경영구루들의 시장예언들에 맞추어 기업과 소비자가 변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이 눈에 보듯 예견한건지 알 수 없지만, 2005년에 출판된 이 책이 지금껏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지금 읽어도 전혀 과거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직 변화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음을 의미하겠다.
 
열정적이고, 괴팍하기로 유명한 그가 7년 여의 저술기간을 기다리며 할 말이 얼마나 많았을텐가? 그는 한 권의 책으로 그의 머리속에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이 준비해야 할 바를 강연을 하듯 여과없이 쏟아부었다. 그는 글로도 모자라 새로운 디자인 출판사인 DK와 손잡고 그가 원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그림을 넣고, 색을 넣었으며, 갖은 부호와 느낌표로 자신의 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가 그렇게까지 강조한 이유는 바로 '지금껏 저술과 강연으로도 말을 듣지 않아 왕짜증이 나서'였다. 덕분에 좀처럼 볼 수 없는 초호와컬러판의 미래경영서를 만나게 되었다.
 
침을 튀기고 소리지르듯 강연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내용들은 여느 책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고급스런 재질의 올컬러판의 양장본이 경영서라는 것으로도 책값을 말하지만 세계적인 컨설턴트에게서 강연을 듣는다고 하면 만만찮은 책값도 아깝지 않다.
기업인들은 미래에 사라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대해야 할테고, 개인은 스스로도 발광發光할 수 있는 빛나는 '브랜드유'를 창조하기 위해 읽어야 할 정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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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의 스캔들 1
필리파 그레고리 지음, 허윤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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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있다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되는 소설!
 
소설을 읽으면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내용의 책을 만나면 꼭 읽는 편이다. 그 이유는 영화의 요소가 되는 스토리, 영상미, 그리고 흥행을 만족시킬 만큼 훌륭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시드니 셀던' , '스티븐 킹' , '마이클 클라이튼' , '존 그리샴'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들이 베스트셀러이면서 거의 '영화화'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보겠다. 물론 반대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원작인 '소설'을 찾아 읽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 One Source-Multi Use 라고 하는데, 그만큼 이야기로 대변되는 '컨텐츠'의 힘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하겠다. 이 책 <천일의 스캔들>을 읽게 된 이유도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가 개봉을 하고 있고, [천일의 앤]으로 유명한 영국의 왕비이야기가 소설로 화제를 안고 있어 읽게 되었다.
 
뉴욕타임즈가 20세기를 마감하면서 지난 1,000 년 동안 최대의 스캔들로 선정하기도 했던 이 소설이 흔한 <러브스토리>와 차별을 두는 것은 주인공들의 파란만장한 이력 때문이다. 형 아서의 뜻하지 않은 죽음으로 왕권과 함께 형수인 연상의 캐서린을 왕비로 맞이하면서 헨리 8세는 경제력때문에 형수를 아내로 맞은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자책감으로 사로잡히는데, 왕비인 캐서린은 헨리8세와의 사이에서 유산을 하거나, 태어난 지 얼마 안되 죽게 되자, 그의 괴로움은 더욱 커진다. 한편 경제적인 빈곤으로 고민하고 있던 불린 가家는 왕의 처지를 알려준 외숙부의 지휘아래 '왕과의 결혼'을 위해 세 남매를 희생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메리가 결혼한 몸으로 왕의 정부가 되거나,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결혼이 어긋나는 앤, 그리고 마찬가지로 가문을 위한 희생물이 되어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 오빠 조지 세 사람은 그들이 갖게 되는 첫사랑에 대한 믿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가문을 위한 도구로 전락되어 서로가 시녀가 되거나, 연적이 되는데 튜더Tudor 왕조때의 실태가 여과없이 밝혀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버림받은 왕비 캐서린의 시녀로 있으면서 그녀를 존경하면서 사랑하게 되고, 성으로 돌아와서는 시골에 남겨둔 아이들을 보는 낙으로 일 년을 버티는 사랑이 충만한 메리는 왕의 정부가 되어 이혼하지 못한 남편을 지척에 두고 함께 살아가면서, 변하지 않으리라는 자신의 사랑이 왕에게로 옮겨지게 되지만, 출산까지 왕을 보필하지 못하는 사이 왕을 즐겁게 해 줄 대타로 언니 앤을 내세우는 집안과 본색을 드러내는 언니를 지켜보면서 왕궁에서의 생활에 염증을 느낀다. 한편 프랑스왕비의 시녀로 있으면서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이 커질대로 커진 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과 결혼하게 되는데, 그녀의 허망한 성공의 결말 또한 연민을 느끼게 했다.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인 왕. 그 자리가 높고, 위대했던 만큼 그와 함께 영예를 누리려고 인간들이 암투를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리고 왕조를 지키기 위해 도덕은 물론이고 종교까지도 눈감아버리는 그들의 집착을 지켜보면서 '권력의 힘'이 얼마나 인간의 눈을 멀게 하는지 짐작하게 했다. 왕에게 내쳐지는 캐서린 왕비가 영국의 다이애나 비와 자꾸만 오버랩이 된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요즘 남녀가 만나서 그 사람의 진정성보다는 재력이나 학력등의 배경을 보거나, 사랑없는 결혼을 하는 우리들 현대인의 '물질선호주의식 사랑법'과도 그 모양만 다를 뿐 내용은 똑같다고 느껴져 한편으로는 놀라웠다. 
 
두 권을 합해 900여 페이지를 자랑할 만큼 사건도 많고, 그 속에 숨은 인간의 자화상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일단 손에 들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게 만드는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이 눈에 보이는 듯 세밀한 묘사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어제 영화도 보게 되었다. 내가 느낀 감흥을 영화에서도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역시 기대만큼 훌륭한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려거든 먼저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려면 왜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1,000 년중 최대의 스캔들이라고 이야기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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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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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느리게 읽기'가 최고의 독서법이라고 말하는건 지나친거 아냐? 
 
대학을 입학하기까지 운동과 놀이를 워낙 좋아하던 탓에 나는 '독서의 즐거움과 이로움'을 알지 못했다. 고교시절까지 내가 들여다 본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사전이 전부였다. 교과서 속에 들어있는 문학과 인문, 역사 그리고 예술등 그 많은 활자들을 쫓아가기도 바빴던 나에게 교과목 이외의 책을 읽은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들었을 정도였음을 고백한다. 소위 말하는 '지성의 상아탑'이라고 하는 대학을 들어가면서는 '책을 읽지 않은 자신'이 대학에 들어갔다는 자기적 모순에 빠져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과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은 박식해 보이는 선배의 손에 항상 들려 있던 F. 엥겔스의 '자본론 보론'을 쫓아서 산 것이 첫 번째 도서구입경험인데, 우리말로 쓰여진 문장임에도 활자를 쫓아 읽어갈 뿐,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달랑 두 페이지를 읽고는 덮어버렸다.
 
무엇이든 읽기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읽어야 할 지 몰라 강박으로까지 다가온 나의 '독서의 충동'이 답을 찾기 시작한 건 전공기초 과목이었던 '국어'교수께 상담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분은 책을 처음 접하는 내게 '칼 구스타프 융'의 '잠재의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수준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닥치는대로 읽기를 권했다. 책을 읽은 후 무엇을 읽었는가 되돌리려 하지 말고, 그저 다음 책에 몰두하며 수많은 카테고리가 담겨져 있는 두뇌라는 하드에 양적으로 저장하기를 권했다. 독서결과에 대해 의심하지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고 말하셨다. 두뇌는 그릇과 같아서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 하나 채워져 가고, 그것들이 숙성이 되면서 느끼게 되고, 쌓이고 느끼는 과정이 반복되면 발효되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으로 다가온다고 말해주셨다. 그래서 그 작은 깨달음들이 그릇을 차고 넘치게 되는 순간, 나의 일상생활의 곳곳에서 그동안 읽고 배운 것들이 내가 의식하지도 않았음에도 현실에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경험은 무척 놀라운데,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독서의 즐거움'이 시작될 거라고, 그 전까지는 조금은 수고로운 과정일 거라고도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독서생활도 인간의 경험이라 누가 알려주기 보다는 스스로 익혀야 그것이 내 것이 되는 것이어서 처음 책읽기를 시작했으면 추천을 바라지 말고 나의 판단으로 무조건 다독하기를 권했다. 그야말로 닥치는대로 읽고 무조건 수용하라고 말씀하셨다. 읽고 난 정보와 지식이 나의 일상생활과 결합되면서 책에서 이야기했던 것을 분석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좋은 책과 나쁜 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그 분이 처음 권해주신 책은 '시드니 셀던의 소설'이었다. 미국 드라마의 미니시리즈나 영화의 원작이 될정도로 재미가 넘쳤던 책들인데, 국내에 나온 그의 소설을 전부 읽으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습관'을 배웠던 것 같다.
의심과 두려움이 사라진 그 때부터 책에 흥미를 붙이면서 지금까지 책은 둘도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시드니 셀던의 소설에서 다른 작가들로, 다른 장르로 범위는 넓어졌고, 책을 읽는 양과 속도도 향상되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대학새내기 시절보다는 지적으로 더 성숙해 진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되었다.
 
 하지만 좀 더 효울적이고, 알차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갈망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알만한 지금이 예전에 '당장 무슨 책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는 초짜'때보다 더욱 더 큰 강박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도 서점을 가서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은 지식의 보고인 서점을 보물섬이라고 비유한다면 평생을 보고도 다 못볼 만큼의 쌓여있는 책들과 매일 쏟아지는 싱싱한 신간들을 목격하노라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책 [보물섬]에서 파란곡절 끝에 누런 황금이 가득한 보물들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 눈앞에 둔 보물들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는 소년 짐 호킨스의 마음과 다를 바가 아니다. 이 책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자 함도 바로 그 두려움과 설렘을 진정시키기 위한 순수한 이유에서였다.
 
 책을 읽는 방법: 슬로 리딩의 실천本の讀み方 : スロ-リディングの實踐 라는 원제목을 가진 이 책은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체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라고 파격적인 평을 받은 베스트셀러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平野啓一郞 가 쓴 책으로, 속독速讀에 대한 철저한 반대입장을 밝히며 슬로 리딩Slow-reading를 권하는 책이다. 그는 독서를 즐기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속독 콤플렉스'에서 해방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슬로 리딩이야말로 '차이를 낳는 독서기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슬로 리딩은 야마무라 오사무의 반反속독의 의미인 지독遲讀(더디게 읽다)의 발상을 따라했다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느냐 아니냐는 읽는 방법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그는 독서가 단순히 피상적인 지식으로 인간을 꾸며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그 사람을 바꾸어 사려깊고 현명하게 만들며 인간성에 깊이를 더해주는 것을 뜻한다면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면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슬로 리딩은 숙독熟讀과 정독精讀의 개념을 포함하며 이것은 득을 보는 독서이자, 손해보지 않기 위한 독서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보의 항상적 과잉공급 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 1부에서는 슬로리딩 기초편이라하여 슬로 리딩의 개념과 그 소용을 설명하고, 제 2부에서는 슬로 리딩의 테크닉편이라하여 오독력誤讀力을 설명하면서 지독遲讀은 독자의 오독誤讀으로 인해 지독知讀으로 거듭나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의 즐거움이고 이로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제3부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카프카의 [다리],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 미쉘 푸코의 [성의 역사1 - 앎의 의지]등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저자가 직접 분석하여 솔로 리딩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데, 이 책이야말로 내게 너무 많은 의혹을 던져줘서 본의아니게 슬로 리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를 이제부터 밝힐까 한다.
 
우선 저자는 평생 읽어도 다 읽지 못하는 책의 수량과 매일 쏟아지는 신간들의 수를 들으면서 어짜피 속독으로도 그것을 모두 읽을 수 없다고 말하며,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전환하여 모든 독서법을 슬로리딩으로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이 귀했던 옛날의 지식인 즉 칸트와 헤겔이 평생 독파한 책의 권수와 지금의 우리가 책을 읽는 숫자를 비교하며 그들보다 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옛날 사람들은 모두 슬로리더였다고 말하며 슬로리딩을 합리화시켰다. 하지만 워낙 책이 귀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책을 읽지 못한 중세 지식인들의 독서량과 지금을 비교해서 '지적인 생활'을 운운한다는 것은 억지가 있는 부연이 아닌가 싶다. 
 
또 그는 슬로 리딩이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일/시험/면접등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슬로 리딩 기술은 업무에도 응용할 수 있는데, 슬로 리딩 기술은 속독이 필요한 경우라도 어떤 점을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오독을 줄이고 뜻하지 않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저자는 문학장르에 대해 언급을 하고 실용서류의 장르에는 그 범위를 넓히지 말아야 했다. 저자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자신의 업무와 시험, 면접등의 중요사안에 대해 속독으로 해결하려고는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 펼쳐진 문자군의 전체를 보며 사진을 찍듯 영상화시켜 무의식에 전달하는 속독법을 당치도 않은 이야기라고 말하며 컨트롤 할 수 없는 무의식을 나중에 마음대로 다시 의식해서 내용을 논리적으로 짜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의 경우에만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을 읽는 독자 모두가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속독으로 접수한 내용이나 지식을 그대로 내뱉어서 저작활동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읽은 정보가 누적된 상태에서 생활에 일어나는 상황들에 걸맞게 나의 생각과 표현으로 재창조하고조 준비하는 것이 일반인의 독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초반에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기 위한 방법이 슬로 리딩이라고 밝혔는데, 중반부에 들어서는 애초부터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자의 의도'야말로 '옳은 해석'이라고 하며 다른 해석을 모두 '틀렸다'고 말할 근거가 없으며, 그것은 부당하게 작품의 가능성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독자의 창조적 독서행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비평도 유행했었다며 창조적인 오독력誤讀力은 슬로 리딩을 통한 심사숙고한 끝에 '작자의 의도' 이상으로 흥미 깊은 내용을 찾아내는 것은 '풍요로운 오독誤讀'이라고 말을 바꾼다.
 
그가 말하는 슬로 리딩의 범위는 어디인가?
과연 슬로  리딩의 궁극적인 맛을 내는 오독력을 '일/입시/면접'등의 실용서를 위한 내용을 분석함에도 찾아야 하는 것인가?
또한 일반 독자가 만나는 책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이상의 자유로운 오독을 즐겨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진정한 독서의 참맛인가?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히 읽어야 하는 최신의 인터넷관련도서와 첨단과학도서 그리고 새로운 마케팅도서도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오독誤讀해가면서 슬로 리딩으로 읽어야 한다는 말인가?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독서에 있어 '독자로서 홀로서기'를 고백한 부분이다. 그가 독서에 빠지게 된 계기는 열네 살 때 읽은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때 그는 그 책을 읽고 '대체 이게 뭐람'하고 싶을 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는데, 그것이 더욱 흥미를 갖게 했다고 말한다. '쇼크'라고 까지 말한 [금각사]를 섭렵하게 되고 팬이 되어버린 그는 [금각사]의 소설에서 언급한 작가들과 그 작품에 대해 추적해서 읽기 시작했고, 미시마가 영향을 받은 다양한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후 다시 한번 [금각사]를 읽은 후 그 내용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는 동안 [금각사]를 통해 알게된 작가들에 빠져 자신의 독서취향이 한쪽으로 쏠린 사실을 알고, 그것을 교정할 수 있는 책을 고르도록 주의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그의 작품에 대해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평을 받았다는 점과, 제3부에서 슬로 리딩의 실천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던 지문들이 학생때는 알 수 없었던 교과목의 지문들을 제외하곤 '거의 미시마류'의 것들이었음을 보면 그의 편협된 '오타쿠적 독서 접근법'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극우주의적인 동시에 심미주의적 작가였던 미시마 유키오가 일곱 번을 태어나 천황을 위해 일곱 번을 죽어도 천황의 은혜는 갚을 수 없다는 의미의 글을 머리띠에 두르고 자위대의 주둔지에 찾아가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외쳤지만, 수용되지 않자 할복자살을 했던 것처럼 책의 지문에 수록된 피와 죽음의 나열들이 제 2의 미시마 유키오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게 했다. 물론 이 방법은 일종의 '덩굴 더듬기 독서' 즉 '네트워크 독서'라고 볼 수 있는데, 그가 말하는 깊이있는 독서가 극단적으로 이것뿐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저자는 소설가는 책을 느리게 읽는데, 그 이유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읽기 때문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라는 행위야말로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로 인한 지독遲讀은 자신의 오독誤讀으로 인해 지독知讀이 되는데, 이것은 머리를 사용하지 않는 독서인 속독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소설가인 그가 슬로 리딩으로 책을 읽는 것은 모방을 통한 새로운 창작에 참여해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또한 독자들이 작가의 입장이 되어 작가의 의도를 찾고, 음미하고 깨달아가며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이 된다는 것도 옳다. 하지만 슬로 리딩이야말로 최고의 독서법이고,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 일본의 지성이자 다독가로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가 [읽기의 힘, 듣기의 힘]에서 그는 즐기려고 책을 읽을 생각이 없으며 따라서 엔터테인먼트류의 책은 기본적으로 읽지 않는데, 그 이유는 얼만 남지 않은 인생을 그런데 쓰기가 아깝기 때문이라고 단언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는 자신의 속독생활은 '소설을 포함한 엔터네인먼트류'를 제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독가이자 속독가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능이며, 인류가 지금까지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인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마음' 때문에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면, 그는 소설가이자, 네트워크 독서가의 입장에서 일부의 장르에 대해 작가와 대화하고, 즐기려는 이유로 슬로리딩이 좋은 독서법이라고 말했어야 그의 주장에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논란의 여지를 생각한 것일까? 저자는 마지막에 "감히 솔직히 말하자면, 책이라는 것은 원래 무엇을 어떻게 읽든 상관없는 법이다. 그러나 이왕 읽는 것이라면 즐겁고 빈틈없는 독서가 좋지 않은가. 나는 한 사람의 작가이기 이전에,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의 독자였다. 그리고 그 동안 나 나름대로 고민을 하며 생각해내어, 경험상 이것은 유효했다고 생각되는 독서법만을 이 책에서 소개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다시 돌려서 말을 한다. 앞에서 단언하고 주장했던 것과는 또 다른 표현들이다. 
 
자신의 독서법이 모든 장르의 책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며, 어짜피 다 읽지도 못하고 죽을텐데 정말 좋은 책들을 깊이 있게 읽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에는 젊은 작가의 치기어린 주장으로 여겨질 뿐  동의할 수 없다. 물론 경제 경영서등의 '실용도서'를 즐겨있는 나의 독서취향에 비추어서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과 함께 숨쉬고 공유하기 위한 컨템퍼러리 의식Sense of Contemporary을 갖추고자 독서생활을 하는 평범한 일반인 일 뿐 '작가의 의도를 깨우치고, 오히려 그의 의도를 넘어 오독誤讀을 즐기는 수준의 비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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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나 2008-04-22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어교수님을 통해 책을 접하고 사랑하게 된 동기, 서점을 <보물섬>에 비유한 님의 에세이 같은 글을 읽으며 쿵쾅쿵쾅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수가 없었습니다.
아직 부족한것 많은 저의 모습이지만, 꾸준히 책과 님의 리뷰를 함께 읽다보면
님처럼 좋은글을 쓸수 있을 날이 올거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